동짓달 이레

동짓달..이란 말, 참 오랜만에 써본다. 동짓달 하면 팥죽생각이 나야겠지만 나는 그것 보다 먼저, 국민학교시절 아마도 국어 교과서의 이순신장군 이야기가 생각나곤 한다. 참, 나도 못 말리는 인간인가, 어찌 그것까지 옛 생각과 연관을 시키고 ‘지랄’일까? 그 교과서, 이순신 장군이 동짓달에 거북선을 몰고..가는 그런 글이 아직도 생각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음력의 동짓달이었을 것이니까 사실은 양력으로 정월일 것이다. 그렇게 추운 겨울에 거북선을 몰았단 말인가.. 참으로 놀랍다. 좌우지간 지금은 동짓달 이레, 7일이다. 요새의 날씨는 거의 규칙적으로 삼한사온을 지키고 있다. 며칠 따뜻하던 흐리고 비가 오던 날씨가 차가운 비로 서서히 변하고, 급기야 싸늘한 바람이 부는 그야말로 동짓달 기분을 내게 한다. 분명히 나는 이런 날씨를 ‘사랑’하는 것이다.

요새는 조심스럽게 ‘평화로운 집’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나날들이다. 이것이 평화라면 아주 오랜만에 우리 부부가 서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고민’을 안고, 시한 폭탄 같은 짐을 지고 늙음과 죽음을 향하는 우리 부부라고 할 수도 있으련만, 그런 것이 아주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듯 살 수 있는 지혜의 은사가 우리 부부에게 선물이 된 진도.. 물론 연숙이 변하거나 변하는 것이 아닐 것이고, 분명히 내가 변하고 있어서 이런 평화가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나간 세월이 조금 아까워 진다. 특히 지난 10년이 정말 정말 아쉽고, 아깝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라도 내가 ‘정신을 차리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문제는 내가 어떻게 이런 평화를 유지하도록 하느냐에 하는 것인데, 느낌에, 조금 자신이 있다고 느껴진다.

지난 7월 초 온수기를 새로 갈면서 완전히 손을 놓았던 ‘집안 일’들.. 산더미 같이 쌓여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일, 내일 하며 미루었던 것이 순식간에 5개월이 지나간다. 이제의 목표는 해가 가기 전까지 조금은 ‘움직여’ 놓아야 한다는 것이 되었다. 이거이야 말로 시작이 반인 그런 일들이다. 한번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끝낼 수 있다고 자신을 한다. 그것 말고도 계속 미루는 것, 나의 사랑하는 ‘tech note’에 넣을 수 있는 나만의 tech projects들.. webbot, Arduino, php, WordPress PlugIns.. Sebald’s novels, 일본어, Medjugorje, Social Network Bible..참 많이도 나를 기다린다. 차분히 앉아서 다 읽고, 만들고 싶다. 그것은 항상 나를 흥분하고 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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