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오일, 이천십이년

어쩌면 시간을 이다지도 정직하게 흐르는 것일까? 참, 조금만 늦게 흘러도 좋으련만, 쉬지도 않고 하루하루가 간다. 이것을 의식하는 내가 참 밉기도 하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일까, 한가하다는 뜻일까?  삼월도 5일이 지나간다. 며칠 전 완전 열대성의 광폭한 날씨가 앞으로 다가올 것을 예고라도 하듯이 선을 보이더니, 결국은 다른 곳에서는 작년 4월의 끔찍한 피해와 비슷하게 상처를 남기고 사라졌다. 이곳은 또, 아슬아슬하게 총알을 피한 셈이다. 조금은 불안하다. 언젠가는 이것이 우리 쪽으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순절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제일 바람직할까? 암만 생각해도 내가 현재 하는 사순절의 신앙여정은 만족스럽지 않다. 몇 년 전에는 성경을 읽고, typing 도 하고 했는데, 그때가 또 그립다. 한번 해 볼까? 작년에는 레지오 교본을 열심히 typing한 적도 있었다. 그때도 그립다. 조금은 그 당시의 열기와 열의, 흥분 등등이 가라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다시 활기차게 만들 수 있을까?

그래도 올해의 ‘발전’이라면 3월 1일부터 ‘가급적’ Holy Family 성당으로 매일 미사에 간다는 사실이다. 벌써 오늘까지 3번 갔다. 의외로 Mrs J 를 만나고 있는데, 그것은 역시 분심을 들게 하고 있음을 알고 실망을 금치 못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은 아무래도 내가 연숙에게 실망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그렇게 그렇게 둥글게 살지 못할까? 얼마나 오래 산다고..

요새는 블로그에 시간을 쓰고 있다. 그런 내가 조금은 걱정이 될 정도로.. 이 정도면 내가 자라면서 배운 ‘한글 쓰기’가 많이 쉬워졌어야 할 텐데, 그것이 아닌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분명히 영어보다 자연스럽게 나오기는 하겠지만, 마음먹은 그런 감정의 글로 쓰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어떨 때는 나를 미치게, 슬프게 한다. 그 잘난 ‘단어, 숙어’들이, 그 주옥같이 멋진 단어들이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그저, 중학생 애들이 쓰는 그 정도나 될까.. 나는 모른다. 유일한 위안이라면, 이런 나보다 훨씬 못쓰거나, 숫제 쓸지 않거나 쓰지 못하는 사람들도 ‘닥상’이라는 사실 뿐이다.

요새는 연숙과 예전에 못 느끼고 살았던 진정한 ‘평화’를 조금씩 느낀다. 아마도 연숙도 그런 것처럼 보인다. 나이가 이렇게 만들었나, 아닐 것이다. 분명히 우리의 변화한 신앙중심의 삶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절박한 당면한 산더미 같이 느껴지는 문제들을 ‘물리적’ 으로 해결은 못해 주어도 이것은 우리가 받고 있는 축복이다. 그래서 이런 축복받는 생활에서 빠져 나오고 싶지 않다. 현상 유지라도 좋다. 이 평화, 얼마나 얼마나 가뭄 끝에 쏟아지는 단비와 같은가? 성모님이여, 부디 이런 축복을 거두지 마시고, 저희를 불쌍히 보시고 하느님께 전구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