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fellow Serenade

Longfellow Serenade – Neil Diamond – 1974

 

롱펠로우 세레나데.. 롱휄로우 세레네이드.. 무척 오랜만에 불러보는 단어들이다. 이 두 단어를 합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1974년 Neil Diamond의 hit song 일 것이다. 나의 ‘전성기’였던 그 당시는 뇌리에서도 아직도 가장 활발한 부분에 모여있는지 생생하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런 주제의 제목에 도달한 생각의 과정이 더욱 흥미로운 것이다.

‘늙은 두뇌’에는 사실 잡동사니 같은 많은 ‘정보’들이 쌓여있을 것인데, 그런 많은 것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이 되면 가끔 기발한 추억을 찾기도 한다. 나이 먹는 ‘즐거움’ 중에는 이런 흥미로운 혜택이 있음을 어떤 사람들이 알까 궁금하기도 하다.

Longfellow Serenade에 도달한 과정은 우습게도 최근 edX online course중에 하나인 MyDante (my Dante)를 ‘청강, audit’ 하는 과정에서였다. 이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style course 는 Georgetown University (Washington DC) 교수들이 가르치는 것인데 Dante의 classic인  Divine Comedy (신곡, 神曲)를 완전히 digital 형식으로 바꾸어 제공해서 ‘초보자’들도 아주 쉽게 이 ‘거창한 고전’을 접할 수 있다.

내가 이 course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물론 신학적인 호기심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 course technology가 cutting edge digital (Internet) technology를 적절히 이용한 것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13세기 무렵에 쓰여진 ‘대 서사시’ 그것도 Italian으로 쓰여진 ‘고물’을 본래 식으로 읽는 것은 아마도 박사학위가 필요할 것처럼 어려울 것이지만, 이 course는 21세기 초현대식으로 접근방법을 바꾸어 놓아서, Dante를 전혀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감상을 할 수가 있었다.

연옥, 7층산을 바라보는 단테
연옥, 7층산을 바라보는 단테

Dante Alighieri, 단테 앨리기에리.. 단테..라면 사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이다. 단테의 신곡.. 아마도 세계사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 당시의 기억으로는 중세가 끝날 무렵의 이탈리아의 단테가 지었던 거창한 서사시 정도였다. 나아가서 ‘지옥, 연옥, 천국’을 그린 것이라는 기억 정도였다.

나중에 신곡이 Divine Comedy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Divine은 이해가 가는데 왜 하필 Comedy인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comedy의 뜻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최소한 ‘웃기는’ comedy가 아님을 알고 웃기도 했다. 그렇게 접하게 된 단테와 신곡.. 추억도 곁들였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적인 느낌보다는 나에게는 조금 절실한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과연 ‘지옥, 연옥, 천국’이 나에게 지금 어느 정도로 심각한 relevancy가 있는가? 그것도 이제는 ‘소수 종교’로 쳐지는 듯한 천주교의 중심교리, 개신교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연옥 purgatory, purgatorio..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토마스 머튼, 7층산
토마스 머튼, 7층산

얼마 전에 내가 속한 ‘레지오’의 주 회합 ‘훈화’에서 단테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바로 연옥에 관한 이야기 그러니까 7층산으로 묘사된 ‘일곱 가지의 죄’.. 그 중에서 pride에 관한 이야기였다. pride의 죄를 범한 사람들이 세상에서 목에 힘을 주며 살았기에 그들의 ‘보속’은 ‘돌이나 납덩어리’ 같은 무거운 짐을 목에 걸고 걷는 형벌이었다. 이것은 나에게 우연이 아닌 듯 싶은 것이 그 전에 Thomas MertonThe Seven Storey Mountain을 알게 될 무렵.. 사실 그 7층산이 단테의 신곡 연옥에서 보여주는 Seven deadly sins임을 알게 되었기에 이제 확실히 ‘점’들이 연결이 된 것이다.  이 일곱 죄는: wrath(분노), greed(탐욕), sloth(게으름), pride(자랑), lust(음욕), envy(시기), gluttony(게걸스러움) 인데 단테는 이것을 연옥의 7 terrace mountain으로 그린 것이다.

이렇게 단테의 신곡을 공부하며 신곡의 역사를 알게 되는데, 신곡은 대 서사시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의 ‘표준어’를 만드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영국의 Shakespeare 정도 위치를 이탈리아의 단테가 차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신곡은 이태리 어로 읽어야 단테 문학의 정수를 맛본다고 하지만 그에 맞먹는 영어 번역본들도 있다. 그 중에는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시인 Longfellow가 번역한 것도 있는데, 그 번역본이 나올 당시 (19세기 중엽) 미국에서 이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지식인들에게는 유행이었다고 한다. 비교적 간추린 것이지만 나는 이렇게 해서 Merton에서 시작해서 Dante로, 거기서 다시 Longfellow까지 갔고 종착역은 역시 우리 시대의 idol이었던 Neil Diamond가 맡아 주게 되었다. 참.. 연상퀴즈의 묘미는 이런 것인가?

Henry Wadsworth Longfellow
Henry Wadsworth Longfellow

그런 과정에서 다시 Longfellow의 대표적인 시를 ‘구경’하게 되었다. 미국 19세기 시문학을 대표하는 그는 미국 Northeast의 정서를 잘 묘사를 하였고 당시에는 꽤나 ‘유행적’인 시인이었다. 요즘 들어서 매일 내리는 4월 느낌의 비를 보며 유심히 그의 시에서 이런 느낌을 150% 느끼게 하는 시를 찾아 내었다.  The Rainy Day.. 글자 그대로 비 오는 날.. 비교적 직설적인 표현의 이 시를 자세히 읽으며 생각했다. 오늘 오는 비의 느낌과 비슷하기도 했지만, 무언가 기억이 나는 시라는 생각이 번뜩 든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1967-8년 경의 기억이 남아있는 뇌세포에 자극이 갔는데, 아하… 즉시 ‘유영’이라는 단어가 떠 오른다.

영문학과 유영 교수님
영문학과 유영 교수님

유영.. 유영 교수, 연세대 영문과 유영 교수님… 교양학부 과정의 마지막 영어독해 강의에서 유영교수가 가르쳐준 시였다. 그것이 바로 이 시였던 것이다. 이 시의 시작부분이 이 의문의 key였다. The day is cold, and dark, and dreary .. 바로 이 dreary란 단어, 이것이 거의 반세기 동안 나의 깊은 뇌세포에 잠재해 있었다. 유영교수의 이 dreary란 단어의 발음이 너무나 독특해서 우리들 모두 웃었던 기억.. 당시에 이 시를 읽으며 정말 ‘음산한 4월’을 몸이 오싹할 정도로 움츠린 기억.. 그것이 바로 요새 이곳 4월 비의 느낌과 비슷하니.. 참.. 이렇게 해서 오랜만에 따뜻한 ‘아랫목’에서 ‘추억의 백일몽’을 즐긴 날이 되었다.

 

The Rainy Day

by Henry Wadsworth Longfellow

 

The day is cold, and dark, and dreary;

It rains, and the wind is never weary;

The vine still clings to the mouldering wall,

But at every gust the dead leaves fall,

And the day is dark and dreary.

My life is cold, and dark, and dreary;

It rains, and the wind is never weary;

My thoughts still cling to the mouldering Past,

But the hopes of youth fall thick in the blast,

And the days are dark and dreary.

Be still, sad heart! and cease repining;

Behind the clouds is the sun still shining;

Thy fate is the common fate of all,

Into each life some rain must fall,

Some days must be dark and dre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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