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2일, 레지오 수첩에 있는 달력을 보니 ‘중복’이라고 쓰여있다. 내가 가진 모든 달력 어디에도 이 ‘복’ 절기는 찾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초, 중, 말복’ 만은 집고 넘어가야 할 ‘진짜’ 여름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90도 (섭씨 32도 정도가 되려나..) 를 절대로 넘지 못하던 올 여름도 중복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짜 여름의 진면목을 보여 주기 시작해서.. 비록 더위는 반갑지 않지만 ‘진짜 여름’은 반가웠다. Fakeness가 신나게 판을 치는 요사이 인간사회에서 그래도 진짜 같은 이 자연적인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어제는 96도까지 치솟아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아~ 덥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온도가 아니라 습도였는데 아마도 heat index(불쾌지수?) 는 족히 100도가 훨씬 넘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날씨는 오밤중, 새벽이 되어도 더위가 가시지를 않는다. 흡사 sauna탕에 들어간 기분인데, 에어컨이 없던 시절 같았으면 아마도 밤새도록 cold shower를 하며 밤을 새웠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영리한 인간들 이런 자연적인 고통을 벗어나려는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머리를 굴리며 편안함을 찾는다. 이것은 나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집이 하도 덥게 산다고, 가끔 찾아오는 두 딸들이 이구동성으로 항의하는 바람에 용감하게 올해는 3-month-kittens 들을 이유로 1도를 내려 보았다. 와~~ 이것은 우리에게는 Seattle (Washington) 과 Miami (Florida)의 차이처럼 느껴졌으니..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아예 춥게 느껴지기도 했으니.. 비록 이번 여름 electric bill에서 승부를 가리게 되었지만 후회는 안 한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으니까..

 

ever raining Seattle

언제부터였던가..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버릇이 생겼다. 나를 괴롭히는 날씨, 예를 들면 ‘재미없이 매일 똑같거나, 지독히 마른 땅, 습하게 더운 날, 너무나 청명해서 눈을 뜰 수 없는’, 이럴 때 나는 우리 집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Internet PBX (NerdVittles’ IncrediblePBX) 에  dial 4871 (I-V-R-1) 을 돌린다. 거기서 6번을 누르면 미국내의 zip code를 넣으라는 음성이 나오고 나는 98125란 code를 찍는다. 이 ZIP은 Seattle, Washington인데, Atlanta, Georgia와는 너무나 다른 외계의 날씨가 이곳에서 나온다. 지난 초봄에 들었던 것은 거의 3개월간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는 눈과 비에 관한 예보였다. 웃기는 사실은, 그곳의 날씨가 내가 사실 꿈에 그리는 그런 것이라는 것.

 

요새 들어보면.. 그곳의 최고 기온이 70~80 도 정도인데.. 어떻게 미국 내에 이런 환상적인 곳이 있을까? 나는 이것으로 날씨에 대한 불만을 해소한다. 이 사실을 안 이후에 나는 기분이 쳐지면 연숙에게 ‘농담으로’ 우리 Seattle로 이사를 가면 어떨까.. 하며 숨을 죽이고 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답은 즉시 Hell, No! 라는 무언의 답을 듣긴 하지만…  이런 대화를 하는 순간 만이라도 나는 ‘비 내리는 싸늘한 그곳’을 연상하며 이미 기분이 훨씬 나아짐을 느낀다. 또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언젠가는 그곳에 갈 수 있게 되기를..’ 하는 작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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