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옥) 마태오 신부님..

책, 사랑의 지도 – 고 마태오

또 우연히 (사실 근래 들어서 우연이란 말을 피하려고 하지만) 아틀란타 순교자 성당 주일미사에 갔다가 성물방/도서실 (성물 판매와 도서를 같은 방에서 service하는) 을 기웃거렸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그곳에 있는 ‘고서’ 같은 냄새를 풍기는 진열된 책들의 제목들.. 또 우연인가.. 몇 년 전에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  서울 재동학교 동창, 김정훈 부제의 유고집을 찾았을 때처럼 이번에는 사랑의 地圖 – 고 마태오 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현 시점에서 알 길이 없다.

고 마태오, 실제 이름은 고종옥 신부님.. 오래 전의 가물거리는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난다. 오래 전, 그러니까 1982년 경이었던가.. 우리 부부가 콜럼버스(오하이오) 한인성당(공동체)에서 왕영수(프란치스코) 신부님으로부터 세례를 받던 해, 그 무렵이다. 그 해 부활절에 세례(그 당시는 영세라고 했다)를 받았는데 그 한달 전쯤인가, 세례를 받기도 전에 연숙 홀로 ‘용감하게도’ 신시내티 에서 열리는 성령세미나엘 갔었는데 그 때 왕 신부님은 물론이고 캐나다에서 내려오셨다는 고 마태오 라는 ‘건강하고 풍채가 좋았던’ 신부님도 하셨다. 물론 나는 나중에 연숙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지만 단체사진에서 그 분의 모습을 보았다.

 

서부 전선 ‘사천강 전투’ 때, 신부 되기를 결정한 직후, 1952

그러면서 이 ‘전설적인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돌려보며 듣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 돌려서 본 책이 바로 오늘 내가 찾고 빌려온 ‘사랑의 지도’가 아니었을까.. 100% 확신은 없지만 거의 분명하게 나는 책 뒤 표지의 사진, ‘멋진 sunglass를 끼고 호탕한 미소를 짓는 군인‘의 모습을 기억한다. 당시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연숙으로부터 들었던 것들, ‘6.25 동란을 겪는 영화 같이 파란만장한 과거, 사랑하던 여성, 기적같이 신부가 되었던 이야기’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어떤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들.. 그러고 나서 이 고 마태오란 이름은 30여 년의 긴 인생역마차 바퀴에 치어 나의 관심권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잊혀졌다가 홀연히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

Googling으로 본 고 마태오 신부님, 이미 돌아가신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2004년 12월 31일에 선종하셨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풍채 좋았던 몸집’에 걸맞게 역시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고생하시고 75세란 ‘길지 않은’ 생을 마치신 것, 타국 땅 캐나다의 어떤 양로원에서 가셨다는 사실이 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한다. 유명인사 라고 해도 생각보다는 쓸쓸히 가신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저려온다. 은퇴사제들의 은퇴 후의 option이란 사실 거의 이런 것인가? 그래도 긴 세월 불치병으로 고생하신 것이 아닌 것 같아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까?

고 신부님의 저서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나는 조금 가슴이 설렌다. 하나, 하나, 하나.. 내가 겪지 못했던 조국의 근대사를 신부님의 눈으로 다시 겪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평화통일을 원하셨다는 것은 이미 가끔 짧은 소식을 통해서 들을 기억이 있다. 그런 노력과 현재 모국의 돌아가는 ‘꼴’을 비교해서 생각하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고 마태오 신부님의 하느님은 도대체 현재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 것인가?

이제 이 책을 typing (keyboarding)으로 읽기 시작하며, 일제시대와 6.25동란에 얽혔던 생생한 증언을 소설 같은 이야기로 내가 상상하던 당시의 상황과 비교할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1950년대 조국의 모습과, 1980년 초 우리가 세례를 받으며 하느님을 찾고 있었던 시절을 회상할 것이다. Reading by Typing 은 난독, 정독, 완독에 비해서도 훨씬 시간이 더 든다. 그래도 나의 정신건강 상태에 따라 2달 정도 걸릴 것으로 희망을 한다. 이 ‘고생’이 끝나면 그래도 online, softcopy가 ‘영구히’ 남기에 더욱 분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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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3월경 신시내티에서 열린 성령세미나, 고마태오, 왕영수 신부님 그리고 최옥진 데레사 모두 한 자리에.. 왼쪽 제일 뒷쪽에 연숙, 고완석씨 등의 얼굴도 반갑다.

수녀님 옆에 있는 연숙, 이 수녀님은 양수녀로 나중에 아틀란타 성당에서 신부파, 수녀파로 싸우던 그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