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서원 (1932~1933)

 

축복의 약속

한 수녀가 파우스티나에게 “수녀님은 이번 수련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요. 수녀님에게는 종신서원이 허락되지 않을 겁니다” 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파우스티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척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겉으로는 가능한 한 평온한 태도를 취하려고 애썼다.

그 후 성당에 들어갔을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이 시간에 장상들이 모여 서원할 사람들을 선정하고 있지만, 수녀들 모두에게 서원할 은총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잘못 때문이다. 조그마한 은총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큰 은총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내 딸아, 너는 그 은총을 받게 될 것이다”(165).

파우스티나는 그 수녀가 전해 준 말과는 정반대의 말씀을 듣고 놀라면서도 기쁨에 넘쳤다. 몇 주일 후 파우스티나는 수련에 들어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종신서원을 할 수 있게 된 은혜를 기뻐하며 감실 앞으로 나아가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었다.

“내 딸아, 너는 나의 기쁨이다. 너는 내 성심의 위로이다. 나는 너에게 가능한 한 많은 은총을 내릴 것이다. 네가 나를 기쁘게 하고자 한다면 위대하고 측량할 수 없는 내 자비를 이 세상에 전하여라.”

1932년 11월, 파우스티나는 수련을 받기 위해 바르샤바로 갔다. 그곳 원로 수녀님들과 기쁜 마음으로 만난 뒤 성당에 들어가 기도를 드렸다. 그때 갑자기 하느님의 현존을 깊이 느끼며 이러한 말씀을 들었다.

“내 딸아, 네 마음이 내 성심에 따라 형성되기를 바란다. 네 마음을 내 자비로 가득 채워야 한다”(167).

수련장 마가렛트 수녀는 그해 의 정기 피정을 하지 않은 파우스티나에게 사흘간의 피정을 하도록 명했다. 그런 후에 바렌두프에서 힜을 8일 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런데 어느 수녀가 이를 반대하여 피정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저녁식사 후 기도를 드리는 동안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딸아, 내일부터 시작되는 피정 중에 너에게 내릴 은총이 많이 준비 되어 있단다.”

파우스티나가 자신은 피정을 이미 시작하였지만 8일 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피정할 준비를 하여라. 너는 내일 피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네가 떠날 수 있도록 마련하여 놓았다.”

파우스티나는 그 말씀을 듣고도 어떻게 피정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아스러웠지만 그러한 생각을 재빨리 물리치고는 성령께 마음을 모아 기도드렸다.
기도를 막 끝내고 일터로 가려할 때 미카엘 총장은 파우스티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수녀님, 내일부터 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오늘 바렌두프로 떠나야겠어요. 마침 발레리아 원장 수녀님이 이곳에 계시니 같이 떠나면 되겠네요”(167).

바렌두프에 있는 수녀원은 바르샤바에서 20km 떨어진 거리인데 약 2시간이 소요되었다. 도착하자 그때 마침 전부터 파우스티나의 피정 참여를 반대해 온 수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파우스티나를 본 그 수녀는 놀라움과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파우스티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성당에 들어가 예수님께 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여쭈었다(168). 대화 중에 예수님께서는 그 피정이 평소의 피정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너는 나와의 만남에 평온을 유지하려고 무던히 애를 쓸 것이다. 나는 이번에 너의 그 모든 의혹을 불식시켜 줄 것이다. 내가 말하고 있는 지금, 네 마음이 평온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대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의혹에 빠져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네 영혼을 굳세게 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어라. 설령 네가 의혹에 머물기를 바란다 해도 그것은 네 힘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너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위해 피정 이튿날 강론이 끝나자마자 사제를 찾아가 너의 모든 의혹을 털어 놓아라. 내가 그 사제의 입을 통해 말을 할 것이며 그때 너의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이번 피정 동안 너는 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철저히 침묵을 지켜라. 나와 사제에게만 말을 하고, 장상들이 참회하도록 요구하여라”(169).

피정 지도를 맡은 신부는 예수회의 에드문드 엘터 신부로서 학식이 풍부한 사제였다. 그는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의 윤리학 교수였는데, 바르샤바에 머무는 동안 그 피정을 맡게 되었다. 파우스티나는 깊은 영성을 지닌 듯한 사제라고 표현하면서 일기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고행과 명상으로 특징지어 지는 사제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말과 행동에서도 그의 위대한 정신이 들어났다(172).

그처럼 덕망있는 사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티나가 자신의 영신생활을 고백하기는 어려웠다. 죄를 고백하기란 쉬웠을 것이나 자기가 받고 있는 은총에 대해서, 더구나 예수님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이 특별한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사탄은 자신의 불리함을 깨닫고 파우스티나로 하여금 입을 열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하였다. 피정 강의에 앞서 묵상 중에도 파우스티나는 사탄의 유혹을 받았다. 파우스티나의 내적 생활에 대해서 이미 장상들이 망상으로 가득 찬 것이라고 말한 것을 그녀로 하여금 받아들이도록 하려고 사탄은 애를 썼다.

“원장 수녀가 예수님은 너와 같은 미천한 영혼과 대화하는 일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사제도 네 이야기를 들으면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왜 사제에게 이런 것들을 털어 놓으려고 하는가? 네가 겪고 있는 일은 죄가 아니지 않은가? 원장도 말했듯이 주 예수님과의 대화란 백일몽이거나 일종의 히스테리야, 그런데 사제에게 그런 것들을 고백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어? 모두 환상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이 가장 나을 거야. 지금까지 받은 수치를 생각해봐. 앞으로도 얼마나 심한 경멸을 받게 되겠는지, 모든 수녀들은 이미 네가 히스테리 환자라는 것을 다 알고 있어”(173).

파우스티나는 속으로 “예수님” 하고 소리쳤다. 그때 사제가 들어왔고 강론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사제는 강론을 짧게 마치고는 고해소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거기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것을 본 파우스티나는 벌떡 일어나 고해소에 들어갔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는 겪고 있던 ;의혹 대신에 방금 경험한 유혹에 대해 사제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사제는 즉각 전체 상황을 이해하고 이렇게 말했다.

“수녀님, 주님께서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시니, 주 예수님을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마음의 평온을 가지십시오. 예수님은 당신의 스승이시니, 예수님과의 대화는 백일몽도 히스테리도 환상도 아닙니다.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시오. 이러한 은혜에 대해서 장상들에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먼저 고해 신부와 상의하십시오. 그러나 예수님께서 따로 요구하시면,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예수님의 요청대로 따라야 합니다. 반면 고해 신부에게는 모든 것을 알려야 합니다.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영적 지도자를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십시오. 반복해서 말하지만 마음을 평안히 가지십시오. 수녀님은 올바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신경쓰지 말고 주 예수님께만 충실하도록 하십시오. 주 예수님과 더욱 일치할 것입니다”(174).

고해소에서 나올 때에 파우스티나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다른 수녀들을 피해 한적한 정원으로 가서 하느님만 생각하였다. 하느님의 현존을 마음 깊이 느끼면서 즉각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삼위일체께서 자기 마음 속 깊이 살아 계심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마음은 평화로 넘쳤다. 그 동안 의혹에 빠졌던 것이 오히려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피정이 끝날 무렵 두 가지 결심을 했는데, 하나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내적 영감에 충실할 것과, 또 하나는 고해신부와 먼저 의논하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기 않겠다는 것이었다(175).

피정 마지막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파우스티나의 마음은 하느님께로 향했다. 미사 동안에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절정에 달하였다. 성체를 모신 후 예수님께서 “내 딸아, 내 자비로운 성심을 보아라” 하고 친절히 말씀하셨다. 파우스티나는 일기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성심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오는 것과 같이 두 빛줄기가 비취 나왔다. 그것을 본 나는 주님의 자비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예수님께서 다시 친절한 음성으로 “내 딸아, 사제들에게 상상할 수도 없이 큰 내 자비에 대해 말하여라. 자비의 불꽃이 나를 태우고 있다. 나는 이 자비를 여혼들에게 쏟아 부어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영혼들은 나의 선함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177).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 뒤 갑자기 예수님께서 모습을 감추셨다. 그러나 피정 뒤에는 흔히 따르는 왁자지껄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티나는 하루종일 하느님의 현존 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그 마음을 흩뜨리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바렌두프에서 1km 떨어진 데르디의 소녀들을 방문하면서도 마음은 끊임없이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었다(177).

 

 

희생 제물

1932년 12월 1일부터 종신서원을 위한 수련이 시작되었다. 파우스티나와 다른 두 수녀는 바르샤바에서 선생 수녀, 마가렛트 김부트 수녀와 함께 지내게 되었고 같은 그룹의 다른 두 수녀는 크라쿠프에서 수련자들의 선생 수녀와 함께 있었다. 마가렛트 수녀는 이들과의 첫 담화를 기도로 시작하면서 이 수련의 의미를 설명했고 종신서원의 크나큰 은총에 대해 말했다. 그때 갑자기 파우스티나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은총과 주님께 대한 자신의 태만이 눈앞을 스쳤기 때문이었다. 수녀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력내지 못한 파우스티나를 비난하는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선생 수녀는 파우스티나의 마음을 이해하며 감싸 주었다.

담화가 끝난 후 파우스티나는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려 성체 대전에 나아갔다. 그때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딸아, 나무의 잔가지들을 타오르는 불 속에 던져 태우듯이 너의 모든 비참함은 내 사랑의 불꽃 속에서 모두 타서 없어질 것이다. 네가 이렇게 겸손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너와 많은 영혼들이 내 자비의 바다 위에 놓이게 되었다.”

파우스티나는 “초라한 제 마음을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만드소서” 하고 대답했다(178).

수련을 받는 동안 파우스티나는 다른 수녀와 함께 옷 보관실에서 일을 했다. 세탁실에서 넘어온 옷이나 천을 점검하고 수신하여 수녀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을 했다. 함께 일하는 이 두 수녀의 성격은 너무 달랐다. 파우스티나가 몸이 아파 누우면 그 수녀는 “게으름뱅이”라고 말을 하기도 하고 알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곳에서 일을 하는 동안 이 두 수녀에게는 덕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주어졌다(179참조).

파우스티나는 이 기간 동안에는 자기 내면의 세계를 고백할 수 있는 사제를 보내 달라고 기도하는 동시에 주님과 나누는 신비한 사건들을 고백할 수 있는 은총을 달라고 기도하였다. 파우스티나는 사제의 말씀을 예수님의 말씀으로 여기고 순종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때부터는 주님으로부터 받는 모든 은총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 마음 안에 간직하고 주님께서 보내 주실 영적 지도자만을 기다렸다.

예수님께서 파우스티나로 하여금 희생 제물, 특히 죄인들을 위한 희생 제물이 되게 하시려는 것도 이때였는데 파우스티나가 다음과 같이 기도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 예수님! 주님은 제 생명의 생명이십니다. 제가 주님의 영광만을 바라고 사람들이 주님의 선하심을 깨닫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주님 홀로 알고 계십니다. 예수님, 사람들이 왜 주님을 멀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주님, 제가 제 마음을 부숴뜨려서라도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제 마음 하나하나를 바쳐 드리고 싶습니다. 예수님, 예수님께 대한 제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 제 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바치고 싶습니다…

제 열망은 걷잡을 수 없고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고통스러운 이 마음을 주님 안에 숨기려 하나이다. 저의 노력과 선행에 대한 보상은 원치 않으며 주님만이 저의 유일한 보상입니다. 제게는 주님만으로 충분하오며 주님만이 제 마음의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이 받는 고통을 나누어 가지고 싶고, 제 고통은 이웃은 물론 주님께도 숨기고 싶습니다.

고통은 큰 은총이며 이 고통을 통해서 영혼은 주님을 닮게 됩니다. 사랑은 고통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고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사랑은 더욱 순수해집니다”(157).

파우스티나는 기도 중에 “희생의 영혼” 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환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릇과 의혹들과 명예상실 등의 고통이 눈앞에 스쳐갔다. 이 환시가 끝나자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때, 파우스티나가 희생의 영혼이 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녀는 구원될 것이며, 당신의 은총도 줄이지 않으실 것이며 지금과 똑같은 친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시겠다는 뜻을 알려 주셨다. 파우스티나는 즉시 자기 자신을 희생의 제물로 드리지 않는다 해도 하느님의 자비는 줄어 들지 않을 것이나 그 모든 신비가 오직 자신의 자유로운 동의에 달려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파우스티나는 일기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내 마음과 내 의지를 다해 희생할 것에 동의하자 갑자기 내 영혼은 하느님의 현존으로 휩싸였다. 하느님의 엄위하심이 나를 감싸고 있었고 극히 작은 부분일지라도 글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는 행복했다. 하느님께서 나를 기꺼이 받아들여 주셨음을 느끼며 내 영혼은 하느님께 깊이 빠져 들어갔다. 하느님과 깊이 일치되어 있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었다. 그러한 하느님을 나도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 주님과 나 사이에 이러한 신비스러운 일이 일어났는데 이러한 주님을 본 나는 그 사랑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 주님께서도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마음의 기쁨이다. 오늘부터 너의 모든 행동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내 눈에 기쁨이 될 것이다.”

그 순간 나의 모든 것이 봉헌된 것 같았다. 몸은 예전과 같았으나 마음은 달랐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기쁨 모두가 내 안에 살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느낌이 아니라 분명한 현실이다. 이 위대한 신비는 하느님과 나 사이에서 일어났다(136~137참조).

파우스티나는 성당에서 나오자마자 어떤 사람으로부터 심한 모욕과 수치를 당했다. 그러나 말 한 마디, 발걸음 하나하나,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무심코 넘기는 일이 없었다. 수련장 수녀까지도 파우스티나의 인내심에 놀랐다 파우스티나는 이렇게 기록하였다. “그런 모욕과 고통스런 일을 당할 때 나는 오히려 마음 깊이 기쁨을 느꼈다. 이러한 자세는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 온 것이다. …..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나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138참조).

성탄절이 다가오자 하느님께 대한 갈망이 파우스티나의 영혼을 더욱 일깨웠다. 파우스티나는 온 정신과 힘을 다해 하느님의 뜻을 찾았고 주님께서는 그녀에게 성덕과 정의, 사랑과 자비와 같은 당신의 덕에 대한 심오한 지식을 심어 주셨다. 파우스티나는 이러한 성덕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랑과 자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두 가지 덕은 피조물과 창조주를 일치시키는 강생과 구원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성탄절이 다가오기 전, 파우스티나는 성모님과 깊이 일치해 있었고 마치 자신이 나자렛의 그 첫 성탄을 맞이하는 것 같은 내적 정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성탄 전야의 관습대로 함께 사는 이들이 얇은 과자를 나누어 먹기 전, 파우스티나는 홀로 성당에 들어가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영적으로 과자를 나누면서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도록 기도했다. 파우스티나는 식사할 때나 일을 할 때나 늘 하느님 안에 잠심해 있었다. 성탄 자정 미사 때에는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보게 되었다. 그러한 환시는 한동안 자주 반복되었다(182참조).

어느 날 파우스티나가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는 아기의 모습으로 나타나시어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 주셨다. 파우스티나는 주님의 엄위로움을 느끼며 “예수님은 지금 아기의 모습이지만 나의 창조주요, 주님이심을 저는 압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에게 겸손함과 단순함을 가르치기 위해 나는 아기의 모습으로 너에게 나타났다”(184).

성탄절이 지나고 사순절이 돌아오자 파우스티나는 영원한 약혼식 날 예수님께 드릴 화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고통을 모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어떠한 고통을 당하더라도 주님을 위해 침묵을 지키려고 애썼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영혼들을 위해 타오르는 내 성심이 사랑의 불길을 보다 깊이 알기 를 바란다. 내 수난을 묵상할 때 너는 그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죄인들을 위해 내 자비를 청하여라. 나는 그들이 구원되기를 바란다. 네가 죄인들을 대신하여 죄를 뉘우치는 마음과 믿음으로 이 기도를 할 때 나는 그들에게 회개의 은총을 베풀 것이다. 이렇게 기도하면 된다. ‘오, 우리를 위한 자비의 샘인 예수 성심으로부터 흘러 나오는 피와 물이여, 저는 당신을 믿나이다'”(186~187 ).

주님께서는 파우스티나를 사순절의 특징인 회개와 고통과 기도의 정신으로 완전히 채우기 위해 채찍질당하는 모습을 환시로 보여 주셨고 당신이 겪으신 고통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여 주셨다. 이 일은 재의 수요일 전날인 화요일의 성시간 동안에 일어났다.(188참조).

파우스티나는 일상 안에서 받게 되는 고통 외에도 예수님과 고해신부의 허락을 얻어 수녀원 기숙사에 있는 여성들의 고통까지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였다. 한번은 한 처녀가 자살의 유혹으로 심하게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 그 고통을 대신 겪었다. 그 고통은 일주일이나 계속되었는데 예수님께서는 파우스티나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그 고통과 유혹을 멈추게 해주셨다. 파우스티나는 그 고통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음을 인정하였다(192참조).

3월 어느 날 여동생 반다가 찾아왔는데 그 동생은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파우스티나는 2주일간 동생을 돌볼 수 있도록 장상의 허락을 받고 동생을위해 기도를 했는데 자신의 동생을 위해 그처럼 열렬히 하느님께 기도하고 희생을 바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파우스티나는 여동생의 회복을 위해 하느님께 강요하다시피 간청했다. “그 일은 참으로 기적이었다고 생각되며 하느님께 드린 중재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고 기록하였다(202).

사순절 동안 파우스티나는 주 예수님께서 겪으시는 수난을 자시의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의 흔적이 외부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고해신부만이 알고 있었다.

이 수련 기간 중 파우스티나는 마가렛트 원장 수녀에게 어떻게 해야 자신의 영성 생활이 진보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현재와 같이 하느님이 베푸시는 은혜에 계속해서 충실하면 하느님과의 일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됩니다. …. 이 말의 뜻을 이해하겠지요? 수녀님이 한 일은 주님의 은혜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이러한 방식으로 인도하시는 것은 아닙니다.”(204)라고 원장 수녀는 그녀의 질문에 분명히 대답해 주었다.

파우스티나는 원장 수녀의 이 친절한 말에 용기를 얻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데 초인적인 노력을 하였다. 부활미사 때는 예수님께서 광채 속에 다가 와 말씀하셨다.

“너는 내 수난에 큰 몫을 담당하였다. 그러므로 너에게 나의 기쁨과 영광을 나누어 주겠다.”

파우스티나는 부활 시기 동안 내내 깊이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곧 다시 무서운 암흑이 엄습했다. “당신 안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힘인지 사탄의 힘인지…”하는 사제의 말을 듣고 의혹과 고통이 더욱 심해졌다. 하루는 고해소에 들어갔을 때 “나에게 고백하러 오지 않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곳을 나오면서 더욱 압박감과 고통을 느껴 성체 대전에 나아가서 “주님, 저를 구해 주세요. 보시다시피 저는 얼마나 나약합니까?”하고 외쳤다. 그러자 “서원하기 전에 갖게 될 피정 때 도와 주겠다”라는 말씀이 들렸다. 성급한 마음으로 피정을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자기 고백을 들어 줄 사제에게 빛을 주시도록 기도하였다(211~213참조).

파우스티나의 고해신부가 될 사람은 예수님 요셉 안드레아 신부로서 1932년부터 라기에브니키의 수련소 수녀들에게 사계절에 한번씩 고해신부로 오게 되었다.

 

크라쿠프로 돌아옴

1933년 4월 17일, 서원할 세 명의 수녀가 크라쿠프로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라기에브니키의 성 요셉의 집에서 피정을 하기 위해서이다. 파우스티나는 지난 다섯 달 동안 내려 주신 축복에 감사드리기 위해 성당으로 들어갔다. 이때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었다.

“내 딸에게 평화 있으라. 모든 문제를 내가 조처하겠다. 모든 것을 네 장상들과 고해신부에게 조처하마. 안드레아 신부에게도 나에게 말하듯이 신뢰하는 마음으로 단순하게 이야기하여라”(214~215).

수녀들은 수련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크라쿠프로 돌아온 것이 무척 기뻤다. 수련장 마리아 요셉 브로조자 수녀는 전과 같이 여전히 쾌활했으며 사랑이 넘쳤다. 성당에 들어서자 기쁨에 가득 차서 이곳에서 수련생활을 하는 동안 받았던 태양과 같은 은혜들을 생각하였다.

파우스티나는 피정 일정을 가르쳐 주는 수련장 수녀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의 많은 호의에 깊은 감사를 느끼는 한편 그녀에게서 수련을 받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속 깊이 슬픔을 느꼈다. 파우스티나는 생각했다.

이제부터 예수님과 함께 싸워나가고, 예수님과 함께 일하고, 예수님과 함께 고통을 받아야겠구나. 예수님과 함께 말하고, 예수님과 함께 살고, 예수님과 함께 죽어야지. 이제 수련장 수녀님은 더 이상 내 뒤에서 나를 가르치고, 훈계하고, 권고하거나 격려하고 꾸짖는 일을 하실 수 없어. 이제 나 혼자 해 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두렵다. 예수님, 이제 예수님께서 이 일을 도와 주십시오. 제게는 항상 장상이 있었지만, 이제는 제 혼자서 제 발로 걷도록 내버려져 있습니다(217).

피정은 1933년 4월 21일에 시작되었다. 그날 밤에 예수님께서는 파우스티나에게, 모든 일은 하느님의 손 안에 있고 안드레아 신부를 통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니 어떤 일에도 놀라거나 휩쓸리지 말고 마음의 평화를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처럼 그를 대하라”고 말씀하셨다(219).

수련장은 파우스티나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파우스티나가 이미 영적 생활에 평온을 누리면서 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파우스티나는 하느님의 크신 호의에 감사드렸다. 장상에게는 처음으로 수련장 요셉 수녀로부터 하느님과의 관계에 의혹을 품지 말라고 권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피정 넷째날이 되자 파우스티나는 고해신부를 만나 자신도 놀라울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일을 자세히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안드레아 신부에게 이제 이런 내적 영감과 자비심의 성화를 그려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신부님은 이렇게 말했다.

“수녀님, 나는 그 어떤 것도 방면시켜 줄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내적 영감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수녀님이 겪는 일에 대해서 고해신부에게 절대적으로, 다시 말하지만 절대적으로 모두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렇게 핮 않으면 하느님께 받은 은총이 어떠한 것일지라도 자칫하면 그릇된 길로 나가게 되로 것입니다. 얼마 동안은 나에게 고백하러 오겠지만 수녀님은 지속적인 고해신부, 말하자면 영적 지도자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52~53).

파우스티나는 이 말을 듣고 당황했다. 이제 모든 것에서 해방되기를 바랬는데 오히려 예수님의 요구대로 따라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계속 인도해 줄 영적 지도자도 얻지 못한 파우스티나에게 안드레아 신부는 이렇게 결론내렸다. “수녀님은 하느님께서 많은 영혼들로부터 신뢰받기를 바라신다고 말했습니다. 수녀님부터 먼저 하느님께 신뢰를 보이십시오. 덧붙이자면, 모든 것을 침착하게 받아들이십시오”(55참조).

파우스티나는 고백을 마친 후 깊은 기도를 드렸다. 서너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신에게는 몇 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깊이 기도에 잠겨 있을 때 미래의 영적 지도자를 환시로 보게 되었다. 그 환시는 전에 바르샤바에서 본 환시와 같았다. 그 두 환시와 현재 겪는 일이 환상이 아닌 하느님의 활동이라는 안드레아 신부의 말에 힘입어 모든 일에서 하느님께 충실하기로 결심하였다. 아래에 간략하게 발췌한 파우스티나의 기록을 보면 그 결심이 얼마나 확고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무리 고통을 당해도 아무런 불평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면서 나의 모든 고통들은 예수 성심께 바치겠다.

내 자유시간을 모두 성체 앞에서 보내면서 예수님의 발 아래에서 빛과 위로와 힘을 찾겠다.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크신 자비에 끊임없이 감사 드리고,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호의, 특히 소명의 은총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수녀들 사이에 작은 제비꽃처럼 숨기고 창조주이신 주님을 위해 꽃피우겠으며 영혼들을 위해 나 자신을 잊고 나 자신을 완전히 비우는 것을 기쁨으로 삼겠다(224).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든 반대하든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내가 참고 있는 일을 남에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 ….. 고통을 받을 때라도 평화와 평정을 누려야 한다. 어려운 순간에는 예수님의 상처를 피난처로 삼고, 예수님의 상처에서 위로와 빛과 확신을 찾아야 한다(226).

시련 중에는 하느님의 사랑에 넘친 손길을 찾을 것이다. 고통보다 더 충실한 것은 없다. 고통은 항상 영혼을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오, 예수님! 주님을 사랑하는 데 있어 아무도 저를 능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 예수님! 저는 영혼들의 구원을 갈망합니다. 제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것도 희생이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것도 희생을 통해서 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랑의 불꽃에 저를 완전히 불태우렵니다. 하느님의 현존하심만이 제 희생을 보다 환전하고 순수하게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235).

파우스티나는 성시간 동안 자신의 비천함을 생각하고는 주님께 기도했다.

“오, 주님! 제게 좋은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주님 것입니다. 저는 너무나 작고 비천하기에 주님의 끝없는 자비를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237).

종신서원을 하기 전날 밤에 이를 허락하신 하느님의 무한하고 헤아릴 길 없는 자비에 대해서 하늘과 땅의 모든 피조물의 이름을 빌려 감사하고 있을 때 파우스티나는 “내 딸아, 네 마음은 바로 나의 천국이다” 라는 말씀을 들었다. 더 기도하고 있으려니 다음 날에 있을 ;중요한 예식을 준비하기 위해 성당과 식당 등 여러 곳을 정리하는 수녀들이 있어 침실로 갔다. 그러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기쁨이 잠을 앗아갔다. 파우스티나는 생각했다.

“유배 중인 이 세상에서도 하느님께서 이렇게 마음을 채워주시는데 천국은 어떠할까?” (238).

 

종신서원

19335년 5월 1일 새벽, 종신서원이 있는 날이다. 미사 동안에 파우스티나는 자기 마음을 예수님의 마음과 함께 성반 위에 얹고 예수님과 함께 자신을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희생으로 바치면서 자비의 성부께 그리스도 성심의 상처를 통해 자기 마음의 희생을 굽어 보시라고 간청했다. 이날 예수님께서는 파우스티나의 유일한 보물이 되셨다. 이제 그 어떤 것도 사랑하는 그분께 대한 파우스티나의 사랑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정배여, 이제 우리 마음은 영원히 하나가 되었다. 네가 서원할 분을 기억하여라.”

파우스티나가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239)고 말한 바와 같은 우리는 그날의 파우스티나의 영적체험을 알 수는 없다.

수녀원의 관습에 의하면, 종신서원 때 서원자들은 서원선서를 하기 전에 제대 앞에 엎드려 관을 덮는 보(검은 천에 흰 십자가 무늬를 놓는 보)를 덮어썼다. 이는 “이 세상과 또 이 세상의 유혹에는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는 뜻으로 행해졌는데 이때 장례식 때와 같이 종이 울리고 사람들은 장례식 때 하는 시편 129장을 낭송했다. 서원자들은 이 보를 쓰고서 자기 자신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기도를 바쳤다. 파우스티나는 이때, 아무리 가벼운 죄나 불완전함이라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범함으로써 하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교회와 수녀회와 수녀원에서 맡고 있는 모든 보호 여성들과 자기 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했으며, 임종을 앞둔 이들과 또한 연옥에 있는 영혼들이 새날을 맞도록 기도했다. 파우스티나는 미래의 영적 지도자가 될 안드레아 신부를 위한 기도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끝으로 파우스티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저를 주님과 같게 변화시켜 주시고, 주님의 영광을 위한 갈망이 끊이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떤 일에서나 주님의 거룩한 뜻을 실천할 은총과 힘을 주십시오. …. 투쟁과 고통, 암흑과 폭풍, 갈망과 슬픔을 느낄 때, 어려운 시련을 당할 때,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을 때,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멸시를 받을 때라도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의 날인 이 종신서원의 날을 기억하겠습니다(240참조).

종신서원을 집전한 스타니슬라우스 로스폰드 주교는 엎드려 있는 수녀들에게 성수를 뿌리면서 말했다. “이 세상의 죽을 맛 본 이들이여, 일어나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에게 빛을 주실 것입니다.”

성당은 수녀들과 학생들 그리고 종신서원을 하는 수녀들의 친척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파우스티나에게는 한 명의 친척도 없었다. 그의 가족들은 이곳까지 올 비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파우스티나는 이날 한 동료 수녀에게 예수님과 홀로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교가 반지를 끼워 주면서 한 말은 파우스티나에게 참으로 큰 감명을 주었다.

“나는 수녀님을 지존하신 성부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약혼시킵니다. 그분은 당신을 순결하게 지켜 주실 것입니다. 동정녀들의 배우자이신 그리스도와 영원한 계약을 맺는 증거로 이 반지를 끼워드립니다. 이 반지가 당신에게 신앙의 반지, 성령의 증거가 되어 당신은 그리스도의 신부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충성을 다하면 영원한 영광의 관을 받아 쓰게 될 것입니다”(248).

며칠 후에 파우스티나가 기록한 내용을 보면, 왜 그토록 감명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종신서원을 할 때 내가 받은 하느님의 은총은 차라리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는 주님 안에 있고, 주님께서는 내 안에 계신다. 주교님이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실 때 하느님께서 내 전 존재 속으로 스며들어 오셨다. 나는 그 순간을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침묵할 것이다. 종신서원 이후 하느님과 나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친밀해졌다. 나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내 영혼이 이처럼 하느님을 맛본 이후로는 하느님 없이 살 수가 없다. 건조한 마음으로 제대 앞에 있는 한 시간이 세상의 즐거움으로 가득 찬 백 년보다 낫다. 나는 이 세상의 여왕이 되기보다 수녀원 안에 살면서 가장 미천한 일꾼이 되겠다(254).

파우스티나가 자비의 성모회에서 종신 서원을 하게 된 이 마지막 단계가 그녀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다음의 기록에 잘 드러나 있다.

1933년은 나에게 중대한 해이다. 왜냐하면 내가 종신서원을 한 해이기 때문이다. 나는 하느님을 보다 더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나의 희생을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희생과 합쳤다. 나는 모든 일을 예수님과 함게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 안에서 할 것이다(250).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파우스티나는 수련장 수녀의 지도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수련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영원히 수련생활을 떠나지 않기 위해 다름과 같은 계획을 했다.

 

+ 성체성사 안에 계신 예수님

오늘 제가 종신서원을 하는 동시에 수련생활에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겠지요. 예수님, 저는 얼마나 약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입니까! 오늘부터 저는 예수님의 수련소에 들어가겠습니다. 매일 예수님의 발 아래서 강론을 듣겠습니다. 제 스승이신 예수님의 의견을 묻기 전에는 어떤 일도 혼자서 하지 않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이끌어 주시고 당신의 수련소인 감실 앞에 있게 해 주시니 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입니까! 종신서원을 해도 저는 완전한 수녀가 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저는 지극히 나약한 예수님의 수련자일 따름입니다. 처음 수련생활을 시작할 때의 자세로 보다 완전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수녀원 문을 들어설 때의 마음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오, 스승이신 주 예수님! 오늘 어린이와 같은 단순함과 믿음으로 제 자신을 바칩니다. 예수님 뜻하시는 대로 제 영혼을 이끌어 주소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저는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겠습니다. 오직 신뢰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의 자비로운 성심께 맡겨 드립니다!

예수님의 작은 수련자 파우스티나(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