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 1996년 12월 23일
얼마 후에 우리는 큰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두 둘러앉았다. 모닥불 옆에는 저녁 식사로 조리할 음식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제자들과 대상의 상인들로 꽤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마르코가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에는 새로 만난 친구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으니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마르코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는 음식들을 쳐다보고 말했다. “이 식품들을 요리해서 함께 잔치를 벌입시다.”
몇몇 남자들이 요리할 음식을 들고 가는데, 베드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선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비치십시다.”
“기도라고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기도 같은 것은 안 합니다. 우리는 바쁜 사람들이라서, 하루가 끝나면 너무 피곤하거든요.” 마르코가 멋쩍게 웃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르코에게 동의를 표하며 웅성거렸다.
베드로가 말했다. “기도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앞에 있는 이 좋은 음식을 우리에게 주시고,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주셨고, 앞으로도 그 모든 것을 주실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매일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그건 당치 않는 말입니다. 이 음식은 우리 손으로 장만한 것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해서 얻은 것입니다. 그러니 기도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르코는 베드로에게 와서 한 팔로 베드로의 어깨를 감싸고 살짝 흔들며 말했다. “기도란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요.”
베드로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미소만 띄우고 가만히 있었다. 베드로가 마르코에게 다시 말했다. “기도는 우리 생활을 완성시켜 줍니다. 기도 속에서 우리는 야훼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야훼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귀담아 들으시며, 우리의 청을 들어 주십니다. 때때로 생활이 힘든 것은 사실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자기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 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그건 그렇다 해 두고, 다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기도를 하고 싶으면 하십시오. 그러나 우리가 기도를 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베드로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고, 다른 제자들은 나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내가 마르코에게 가서 말을 시작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오. 인정이 많고 마음이 너그럽소. 우리를 이렇게 반겨 주니 고맙소.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당신의 모습은,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바라시는 모습 그대로요.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은총을 주셨는데, 바로 그것이 당신의 받은 은총이오. 그리고 당신은 그 은총을 아주 많이 받았소.
당신이 기도의 가치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소. 착하게 살아가기만 하면 할 바를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소.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청하시는 것을 거절하는 것이고, 당신 자신을 하느님의 위치에 올려놓는 격이오. 비록 착하게 살아 간다고 해도 하느님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공하한 삶이오.
당신은 간혹 자신의 과거나, 장래나, 인생에 대해 의문이 일어날 때가 있소. 인생이 무엇이며, 무엇 때문에 여기 살고 있는 것인가 하고 말이오. 그런 의문이 마음 속에 일어나는 것은, 당신이 생활 속에서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오. 마음 속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으며, 인생의 의미를 저절로 알게 될 것이오.
언젠가 어떤 사람들에게 우정을 베풀었는데 그들이 당신을 냉대하던 일을 기억해 보시오.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시오. 화가 나고, 괴롭고, 어떤 때는 자신이 그들보다 못난 인간으로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오. 하느님을 내 생활에 받아들이면 그런 분노나 괴로움은 덜어질 것이고, 자신이 누구보다 못나지도 더 잘나지도 않았으며, 하느님의 눈에는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언젠가 당신이 재난을 당했을 때, ‘만약 하느님이 계시다면 나를 좀 도와 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던 일을 생각해 보시오. 그 후로 다시는 재난이 일어난 적이 없지 않소? 그것 보시오. 당신은 기도를 했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들어 주셨던 것이오. 그런 일을 돌이켜 볼 때, 하느님께 의탁하면서 사랑으로 기도하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기도를 들어 주신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오.
지금까지 살아 오는 동안,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기도를 수없이 많이 들어 주셨소. 당신이 보통 쓰는 쉬운 말로 날마다 조금씩 기도해 보도록 하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생활 속에 역사하시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침묵 소에서 마르코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자, 이리 와서 함께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 보도록 합시다.”
마르코는 잠시 멍한 채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당신을 봐서 기도를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내가 기도를 선창하자, 모두 손을 합장하고 따라 했다. 이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는 목소리는 나의 가슴을 기쁨으로 부풀게 했다.
기도가 끝났을 때 마르코가 웃음을 머금고 크게 말했다.
“기도를 했더니 기분이 상쾌합니다. 아주 즐겁습니다. 이제부터 자주 기도를 해야 할까 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오. 하고자 하는 그 마음!”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기도하겠습니다. 기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도를 하고 나니까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말씀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여러 번 하느님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니, 정말 제 기도를 들어 주셨던 것 같습니다.” 마르코는 돌아서서 나를 힘차게 껴안은 뒤에 요리하는 사람들을 감독하러 갔다.
베드로가 풀이 죽어서 말했다. “주님, 실망을 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기도에 대해서 잘 설명하지 못해서 말입니다.”
“베드로, 너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너는 하고자 노력했고, 나한테 의탁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한 손을 베드로의 어깨 위에 놓고 덧붙여 말했다. “하느님께서 네게 일을 맡기실 때, 너는 거절하지 않았다. 너는 네가 아는 만큼의 진리를 저 사람에게 말해 주었고, 저 사람이 나에게 오도록 성심껏 도와 주었다. 내 친구야, 내가 더 이상 무엇을 네게 바라겠느냐? 네가 한 것은 아주 큰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주님. 제가 무식해서 주님께서 창피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베드로가 말했다.
“언젠가는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선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식이 너에게 가득 넘치게 될 것이다.” 나는, 베드로가 하느님께 대한 순수한 사랑을 가슴에 안고, 수 많은 학자들 앞에 서서, 성령의 힘으로, 그들이 묻는 말에 막힘 없이 대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침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진리를 선언할 것을 보았다. 얼마나 좋은 친구이며, 얼마나 큰 나의 기쁨인가.
예수님 +++ 1996년 12월 24일
음식을 다 준비한 다음 우리는 모두 식사를 같이 나누면서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밤이 되어 모닥불의 불빛만이 어두움을 밝혀 주며 타오르고 있었다.
토비아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나에게 왔다. “선생님, 아까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재미있어졌습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이제 네게 사람들 안에 있는 그 사랑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기쁘구나.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는 장님이라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잠시 동안 나와 이야기를 나눈 토비아는 다른 사람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러 갔다.
마태오와 시몬은 내 양쪽에 앉아 있었고, 바르톨로메오는 마태오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시문이 바르톨로메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또 자는군! 어쩜 저렇게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좌우지간 어디서든지 자거든!”
“주위가 아무리 산만할 때라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태오가 내 말을 받았다. “주님, 바르톨로메오가 다른 데로 가서 평화를 유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무거워서 말입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마태오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는 바르톨로메오를 땅에 눕히고는, 접어 두었던 담요로 그의 머리를 받쳐 주었다.
마태오가 팔을 쭉 뻗치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주님.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거든요.”
천둥이 떨어져도 상관하지 않을 듯, 어린 아기처럼 깊이 잠든 바르톨로메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과, 한 번 푹 쉬어 볼 수 없는 사람들과, 생활 속에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나는 그 모든 사람들이 바르톨로메오처럼 평화롭기를 바랬다.
“주님, 어쩌면 이렇게 잘 수 있습니까? 어쩌면 그렇게 많이 자면서도 이렇게 곤히 잘 수 있습니까?” 시몬이 궁금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바르톨로메오가 이렇게 잘 수 있는 것은 마음에 평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을 걱정하지 않고, 분노하거나 원한을 품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면 마음에 평화가 오는데, 그 평화가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그의 영혼을 편안하게 해 준다. 그러니 바르톨로메오가 잠을 잘 자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사람들이 바르톨로메오와 같았으면 좋으련만.”
이번에는 마르코가 와서 내 팔을 잡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가며 조용히 말했다. “예수님, 오늘 밤에 토비아를 보셨습니까? 토비아는 원래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언제나 혼자 조용히 앉아 있곤 했는데, 오늘 밤에는 아무하고나 이야기를 하면서 아주 즐거워 보입니다. 정말 기쁩니다. 토비아는 제 조카인데, 걱정을 많이 해 왔습니다.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토비아가 너무 수줍어 하고, 사람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당신이 오랜 세월 동안 혼자 남몰래 하느님께 기도해 오지 않았소. 기도는 했지만, 누구에게도 토비아에 대해 말을 한 적은 없었소. 당신은 사랑하는 조카가 외롭지 않도록 기도해 왔던 것이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기도를 들어 주셨소. 기도를 한 것이 아니라고 당신은 생각했지만, 바로 그것이 기도였소.
나는 당신이 하느님을 믿고 있는 것을 알고 있소. 당신은 다만 그것을 마음 속에 단단히 숨겨 왔을 뿐이오. 지금부터 매일 감사 기도를 드리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즐겨 받으시는 선물이 될 것이고, 그 기도는 당신을 하느님께 더 가까워지게 해 줄 것이오.”
“어떻게 제 자신과 제가 살아 온 과정에 대해 그렇게 잘 아십니까? 제 생각까지 다 아시는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마르코는 불안한 듯이 물었다.
“나는 (I Am) 갇힌 자들을 풀어 주려고 세상에 내려온 천주 성부의 사랑이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마르코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그의 가슴 속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너는 하느님께 기도했고, 하느님께서는 너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 어느 날 하느님께서 너를 부르실 것이고, 너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것이다.”
“당신이 누구신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메시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될 줄이야…” 마르코는 무릎을 꿇고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것은 우리 둘만 아는 일로 하자. 다름 사람들이 알 때가 아직 아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주님. 약속하겠습니다.” 그는 연거푸 말했다. 그가 약속을 지킬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주님,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드리겠습니다.” 마르코가 제의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너의 사랑과 너의 기도뿐이다. 장차 어느 날 내가 너를 부를 것인데, 그때 네가 나의 부름에 응답할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새로 세운 나의 교회를 위해 일하고 있을 마르코를 보았다.
박해를 받다가 사울 이라고 불리는 사람에 의해 치명을 당하고,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에 그를 부르며 주저하지 않고 내게 올 그를 보았다.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가서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놀아라. 나는 잠깐 동안 산책을 하고 오겠다.” 나는 마르코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마르코는 어느 때보다 즐거운 모습으로 걸어갔다.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생각하며 나는 혼자서 걸었다.
예수님 +++ 1996년 12월 25일
사람들이 모닥불 주위에 누워서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불 가까이로 가서 조용히 누었다. 따스한 불꽃이 몸을 녹여 주어 금방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주위를 돌아보니, 몇몇 사람이 그 날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다시 혼자 있기 위해 길을 따라 걸어갔는데, 한동안 걷다 보니 무화과나무들이 서 있는 들판의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기도하려고 무화과나무 밑에 앉자, 무화과 냄새가 뭉클 풍겨왔다. 나뭇가지 위에는 작은 새들이 날아왔다 날아갔다 하며 생명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씩 기도를 바치자, 아버지를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나의 가슴은 아버지의 사랑에 싸여 일렁거렸다. 내가 성령에게 손을 내밀자, 나의 몸은 마치 하느님의 사랑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듯 했고, 나의 기도는 내 안팎에 넘치고 있는 사랑과 하나로 일치했다. 영원하신 천주 성삼으로 일치하여 나는 한동안 그 곳에 누워 있었다.
아버지와 성령께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위하여 내게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 나는 기도를 마치고 대상(隊商)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동물의 등에 짐을 싣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더러는 앉아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안드레아가 나에게로 오면서 말했다. “주님, 식사를 제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시장하시겠습니다.”
“고맙다, 시장하구나.” 안드레아에게 대답하면서 곁눈으로 보니, 야고보와 요한이 야영지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호하느라고 따라오면서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좋은 친구들!
안드레아가 물었다. “주님, 다음 마을에 들리실 것입니까, 아니면 이 대상과 합류하여 예루살렘으로 바로 가실 것입니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으니, 가는 길에 될 수 있으면 여러 마을에 들려야 할 것 같다.”
“네, 주님, 그렇군요. 그것 때문에 여행을 다니는 것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안드레아가 내가 여기 와 있는 이유를 잊어 버렸다가 그 순간에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마티아가 와서 말했다. “주님, 재커리의 행실이 아주 좋아져서, 같이 지내기가 참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같이 데리고 가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젯밤에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그리워서 울고 있더군요. 어머니에 대한 재커리의 사랑이 극진하기 때문에, 자기 없이 지내실 어머니를 무척 걱정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서 얘기하마.” 마티아를 안심시키고 나서 나는 재커리를 찾아갔다.
“재커리야, 가족을 떠나 지내기가 힘드느냐?”
재커리는 약간 당황해 하며 말했다. “주님, 어머니가 걱정됩니다. 연세가 많으신데… 전에는 제가 다 보살펴 드렸거든요. 이젠 누가 보살펴 드릴지 걱정입니다.”
“재커리, 걱정하지 말아라. 네 형들과 누나들이 어머니를 잘 돌봐 드리고 있다. 네가 집에 꼭 있어야 했다면, 따라오도록 내가 허락했겠느냐? 나는 항상 가족을 결합시켜 준다. 결코 가정을 파괴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를 따라올 수 있는 조건이 있는 사람만을 부른다. 네가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나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바쳐야 할 희생이다. 그것은 사랑의 희생이며, 그 희생은 가정을 깨뜨리지 않고, 오히려 가정을 지켜 줄 것이다.
그러니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짐이 될 수도 있는 희생이지만, 그 희생은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느님께서 잘 보살펴 주고 계신다는 것을 알아라.”
“알겠습니다. 주님,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마음이 괴롭습니다.” 재커리가 울상이 되어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것을 희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주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 아픔을 매일 하느님께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제 어머니를 보살펴 주실 것을 믿겠습니다.”
나는 한 팔로 재커리를 감싸며 말했다. “네가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나에게 의탁하여라.”
그때 나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바칠 사람들을 보았다. 가족, 친구, 부귀와 명예를 희생으로 바칠 사람들을 보았다. 나를 위해 희생을 바친다는 것이 때로는 어렵고 힘들겠지만, 성령의 은총으로 희생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나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싶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남아 있는 그 희생도 위대한 것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러한 희생으로도 나에 대한 사랑과 내 뜻에 대한 순명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 내가 그들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 +++ 1996년 12월 26일
나는 아침 식사를 끝낸 후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다시 여행길에 나서는 우리를 인도하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아버지께 기도하자. 그리고 아버지께서 저 착한 상인들을 보살펴 주시기를 기도하자.”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대상들이 우리와 함께 기도를 하려고 모두 모였다. 그들을 둘러보니 모두의 얼굴에는 기도를 하려는 열성이 넘치고 있었다.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열성이었다. 하느님께 사랑의 기도를 함께 바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는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과거에 기도를 우습게 여겼거나, 기도를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게 된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에게 기도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어, 기도가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도가 끝나자, 대상의 지도지인 마르코가 토비아를 데리고 나에게 와서 “주님!”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감히 나를 쳐다볼 수 없다고 느낀 것이다. 얼마나 겸손한 사람인가.
“나의 친구.” 그의 얼굴을 가만히 들어올리며 불렀다.
“주님, 저희들과 얼마나 더 오래 동행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르코가 물었다.
“다음 마을까지 동행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도와 주어야 할 사람들이 다음 마을에 있으니까 말이다.”
마르코와 토비아는 슬픈 표정이 되었다.
토비아가 간청했다. “다음 마을이면 금방인데요! 조금만 가면 길이 갈라지는데 거기서 우리와 헤어지시겠네요. 저희들하고 조금만 더 함께 계시면 안 됩니까?”
“너희들은 이제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많은 감명을 받고 변화되었다. 너희들이 얼마나 착해졌는지 보아라. 다름 사람들한테도 그런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럼요, 물론이지요. 다만 주님께서 저희들을 떠나시기 않았으면 싶을 뿐입니다!” 마르코는 동의를 하면서도 슬픈 얼굴이 되었다.
“나는 항상 너희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 너희들을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희들 가슴 속에 있고, 너희들 또한 내 가슴 속에 항상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위로하며 미소를 지었다.
베드로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와서 물었다. “선생님, 오늘 저희가 이 친구들을 떠나게 될 텐데, 떠나기 전에 우리를 만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함께 시편을 노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찬성했다. 우리는 모두 손을 합장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슬픈 곡조가 점점 기쁜 노래로 변하더니, 나중에는 모두들 춤을 추거나 노래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있었다. 노래와 춤이 끝났을 때는 행복이 사방 가득히 번지고 있었다.
그때 시몬이 제안했다. “헤어질 때까지 노래를 하면서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모두들 찬성하며 좋아했다. 그리하여 다음 마을로 가는 길에는 우리가 시편을 노래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침내 헤어져야 할 지점에 도달했을 때는, 하느님께 사랑의 노래를 부르느라고 부풀은 흥분이 모두의 가슴 속에 넘쳐 흘렀다. 제자들과 나는 대상들과 일일이 껴안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서로 헤어진 후에도 양쪽으로 갈라진 사람들이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때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던 로마 군인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군인들은 지쳐서 모두 시무룩한 표정들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도록 우리는 기꺼이 길을 비켜 주었다. 말 탄 장교가 화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는데, 그는 어느 마을에서 한 젊은이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바로 그 사람이었다.
“유다인들, 정말 증오스러워” 그는 나에게 침을 뱉고, 악담을 하며 지나갔다.
군인들 뒤에는 서너 명의 부상자가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도와 주고 싶었지만, 그들이 나의 도움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그들이 그토록 원한을 품어야만 하다니 정말 슬픈 일이었다.
베드로가 나한테 와서 말했다. “전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근처에 과격파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요한의 형인 큰 야고보가 말했다. “용감한 과격파 사람들! 로마에 대항하여 싸우는 사람들!”
나이가 어린 작은 야고보가 그 말을 받아서 말했다. 그 과격파들은 뭔가 잘못 알고 있어. 그 사람들은 속임수를 당한 사람들이지 용감한 사람들은 아냐!” 작은 야고보의 그 빛나는 지혜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었다.
작은 야고보를 항상 업신여기기를 좋아하는 유다가 말했다. “자네같이 어린 사람이 뭘 안다고 그래? 풋내기가 건방지긴… “
그때 큰 야고보가 말했다. “아냐, 야고보 말이 옳아. 유다! 자넨 야고보를 나무라지 말게. 야고보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자네 말이 틀렸어 야고보가 한 말이 옳아!”
유다는 기분이 상해 소리질렀다. “하지만 난 자네 편을 들어준 거야!”
“그렇다면 자넨 옳지 않는 쪽 편을 든 걸세.” 하고 제베대오의 아들 큰 야고보 (요한의 형)가 또 말했다.
우리가 걸어가는 동안 유다는 계속 뾰루퉁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유다에게 가서 말했다. “네가 자칫 실수한 것을 깨닫지 못한 것은 괜찮지만, 누가 지혜로운 말을 할 때는 귀담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너도 언젠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이다. 어린아이의 입에서도 지혜로운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니 비록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라도 귀담아 듣도록 하여라. 나이에 상관 없이 높은 지혜를 지닌 사람들이 많단다.”
“네, 주님.” 유다가 여전히 불만스럽게 대답하고는 덧붙여 말했다. “그런데 저는 과격파들이 이스라엘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좋은 뜻으로 할 때도 있지만, 그들의 활동 자체는 옳지 못한 것이고, 죄악이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유다한테 조용하게 타일렀다.
“네, 주님.” 동의하는 대답을 했지만 유다는 내가 하는 말에는 흥미가 없었다.
“유다야, 네 곁에서 걸어가니 기분이 좋구나.” 나는 아주 다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 주님.” 유다는 이제 내 말을 듣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유다처럼, 내가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차가 뒤집어져 있고 옷, 항아리, 냄비들이 여기저기 땅바닥에 잔뜩 흩어져 있었다. 아버지, 남편, 오빠, 아들의 시체를 끌어안고 여자들이 통곡하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그 고통을 다시 보고 나는 가슴 깊이 차 오르는 슬픔을 느꼈다. 광장으로 들어가 보니 그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한 남자가 탁자 위에 올라서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바라빠였다.
바라빠가 소리쳤다. “우리는 오늘 로마인들에게 대항했습니다. 그리고 로마인들은 우리한테서 도망을 갔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들에게 유다인의 강한 힘을 보여 주었습니다. 우리 조국을 위해 굳게 뭉쳐서 대항합시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해 선택된 백성의 군대가 됩시다. 야훼의 자식들을 종으로 만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 줍시다!” 젊은이들 중에는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과 좀더 사려 분별이 있는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바라빠는 그들을 바라보며 비난했다. “도대체 여러분은 어찌된 사람들입니까? 로마 군인들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축하하지도 않고, 로마인에게 대항할 결의를 굳히는 것도 볼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양떼들입니까?”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바라빠는 계속해서 말했다. “여러분은 메시아를 기다립니까?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수 있는 하느님의 힘을 가진 그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하느님께서는 그런 힘을, 원수 로마에게 대항하는 이스라엘의 모든 아들과 딸들에게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십시오. 하느님의 힘은 여러분 마음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가 이스라엘의 구세주입니다!” 바라빠는 한 마디씩 이어 갈 때마다 점점 더 흥분했다.
베드로가 말했다. “선생님, 바라빠는 사람들을 기만하여 증오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베드로를 보았다. 그리고, 하루하루 깊어지는 베드로의 지혜를 보았다. 군중들은 바라빠의 말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 갔다. 사람들은 속임수에 얼마나 쉽게 넘어가는가! 나는 앞으로 나아가 바라빠 앞에 섰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 여긴 왜 나왔소? 우리와 합세하려는 거요?”
나는 그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소.” 바라빠가 처음에는 거절할 듯 하더니, 내가 그의 마음을 움직이자, 나에게 자리를 비켜 주며 조용히 탁자에서 내려갔다. 잠잠해진 군중들 중에서 한 사람이 소리쳤다.
“당신은 누구요?”
“나는 나자렛의 예수입니다.”
군중 사이에 귓속말이 오갔다.
“예수님이시다. 선지자이시고 치유자이신 예수님이시다.”
나는 양팔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킨 후에 말하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형제들, 내가 오늘 여러분의 집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거기는 죽음과 파괴만 있었습니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잃고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죽어서 쓰러져 있는 로마 군인도 보았고, 그 군인들의 어머니들, 아내들, 가족들도 울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우리 삶의 모습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사랑하며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시지, 전쟁과 증오 속에 살기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오늘 몇몇 사람들은 승리를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고, 가슴들이 부서지는 아픔을 당하고, 죄를 보고 기쁨을 느끼는, 그런 것이 무슨 승리가 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오직 악마의 승리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다시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힘으로 싸우자고 결의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자고 결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힘은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정의는 용서입니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분이 하느님의 뜻에 순명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은 자비입니다.
여러분 각자 안에 이스라엘의 구세주가 있다고 하는 말을 방금 들었을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살아 가고 있다면,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을 사랑하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 간다면 이스라엘이 구원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고, 하느님의 사랑에 역행하면서 살아 간다면 여러분은 이스라엘을 잃어 버릴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사랑입니다. 하느님에 대하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원수에 대한 사랑입니다. 여러분이 원수를 사랑하고, 원수가 여러분에게 가한 고통을 용서할 때, 여러분은 하느님께 대한 깊은 사랑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그때 어느 젊은이가 소리쳤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야훼께서 우리에게 주신 거룩한 땅입니다. 어떤 외국인도 이스라엘 땅을 지배하거나 소유해서는 안 될 일이고, 오직 유다인들이 가져야 할 땅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누가 소유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하느님께서만 소유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세대가 다 죽고 난 뒤에도 땅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고, 다름 세대 역시 자기들의 땅이 아닌 하느님의 땅을 가지고 서로 차지하려고 싸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땅을 유다 민족에게 주시며, 하느님의 사랑 속에서 평화로운 가정을 꾸며 가는 이스라엘 나라를 만들라고 하셨지, 군인의 나라를 만들라고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사랑의 나라로 만들고자 하셨는데, 이 땅이 이토록 혼란에 빠진 것은 하느님이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께로 돌아가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게 되면, 그때는 평화가 올 것이고, 모든 사람이 형제처럼 살게 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같은 형제로 창조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여러분이 난폭하게 무기를 휘두르는 것은 하느님을 거역하는 행위입니다.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사랑으로 사는 사람은 죽어서 영원한 사랑 속으로 갈 것입니다.”
그때 바라빠가 소리쳤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오늘 우리는 로마인을 쳐부수었소.” 군중 속에서 몇몇이 그 말에 동의하고 함께 고함을 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여러분이 오늘 로마 군인 몇몇을 죽였을지 몰라도, 내일이면 로마 군대가 여러분을 덮쳐 모두 죽일 것입니다!”
바라빠가 말했다. “그러면 여러분은 우리를 따라오시오. 이 마을을 떠나 우리와 합류합시다.”
바라빠를 응원하는 것은 과격파들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과격파들이 로마 군인을 죽인 것에 대한 대가를 자신들이 치러야 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바라빠가 열광적으로 외쳤다. “누가 우리를 따를 것이오?” 그러나 그이 동료들 외에는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 여러분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 것이오.” 바라빠는 역겹다는 듯이 내뱉고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떠나자.”
동료들과 함께 광장을 빠져 나가던 바라빠가 잠시 멈춰 서서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당신이 저 사람들을 어떻게 구하나 어디 두고 봅시다!”
유다가 그 과격파들과 합류하여 갈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그냥 우리와 있기로 마음 먹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애원했다. “선생님, 도와 주십시오. 저희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어려움을 당하게 되었으니,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고 기도합시다.” 내 말을 따라서 사람들은 거의 한 시간 동안 계속해서 기도하며 하느님께 도움을 청했다. 기도가 끝난 후, 나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부상자들을 치유해 주고, 괴로움에 시달린 마음들을 고쳐 주었다. 내가 치유를 다 끝냈을 때는 슬픔과, 분노, 증오와 고통이 모두 사라지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평화가 가득 넘치고 있었다.
마을 원로들이 와서 내게 인사를 했다.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의탁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살펴 주실 것을 압니다. 하느님께 그저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빌고 있을 때, 문득 우리 자신의 교만을 깨닫게 되었고, 그 교만 때문에 하느님을 거역한 우리의 모든 죄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마음이 은총 속에 젖어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바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그 힘으로 인해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될 뿐 아니라, 진심으로 용서를 빌면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신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원로 중에서 한 사람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로마 군인들이 곧 들어와서 보복을 할 텐데요.”
“하느님께 맡겨 드리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진실된 마음을 아시기 때문에 여러분을 저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을 아십시오. 그리고 그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놓으십시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 다 맡기겠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어떠하시든지 간에 받아들이겠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하느님의 손에 달렸으니까요. 우리가 밤새도록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원로가 말했다.
하느님의 이름을 들먹이거나, 나라에 대한 충성을 들먹이고, 종교를 들먹임으로써 착한 사람들이 죄악으로 유인되는 것일 나는 보았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진리를 알게 되면, 착한 마음이 다시 일어나서 하느님께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도 보았다.
우리는 모두 회당으로 가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며 기도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약해질 수 있으며, 또한 하느님의 사랑이 그들에게 가득할 때는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로마군 사유지에 있는 군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우리가 길에서 만났던 바로 그 군인들이었다.
백부장이 그 군인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공격을 당한 거냐?”
졸병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고, 그 장교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어.. 어디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한 장소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니, 그래 너희들이 소위 로마 군인들이란 말이냐?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단 말이냐?” 백부장이 신경질을 냈다.
“모… 모르겠습니다. 정말 기억이 안 납니다.” 그 장교와 졸병들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럼 너희들의 기억이 되살아날 때까지 도로를 순찰하도록 해라!” 백부장은 명령을 내리고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화를 냈다. “이 놈의 나라에 오래 있다 보면, 사람이 모두 미쳐 버린단 말이야.” 그리고는 옆에 있던 동료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나가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이제 안전해진 것을 알았다. 이 마을의 교만과 분노가 치유되었고, 혼란한 이 나라에서 이 마을이 장차 평화의 피난처가 될 것을 알았다.
예수님 +++ 1996년 12월 27일
아침이 밝아 오는데 회당 안에는 여전히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밤 사이의 열성이 조금도 식지 않은 듯 했다. 나는 거기 앉아서 그들의 기도 소리에 묻혀 있었고, 기도로써 하느님께 드리는 사람에 완전히 젖어 있었다. 한 라삐가 기도를 선창하다가 갑자기 멈추고는, 흥분하여 두 손을 공중으로 올리며 말했다. “환시가 보인다. 환시가 보인다!”
기도가 끝났을 때 라삐는 상기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양 한 마리가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양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죽였는데, 그 피가 옷에 묻어 있었습니다. 그때, ‘양이 너희들의 죄값을 치를 것이다.’ 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수천 수맥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가 살아난 그 양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엎드려 그 양을 찬미했는데, 그때 다시 ‘너희들은 이 양의 사랑 안에서 안전하도다.’ 라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양 앞에서 사람들이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곳의 가장자리 바깥에는 수많은 악마들이 있었습니다. 그 악마들은 향을 흠숭하고 있는 사람들을 해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도 해치지 못했습니다.
양의 피가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악마들은 그 피를 아주 무서워했습니다. 그때 목소리가 또 들리더니, ‘이 양은 나의 아들이다. 나에게 바칠 제물로 너희에게 내 아들을 보내노라. 그리하여 너희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보게 되리라.’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에 환시가 끝났는데, 나는 이제 우리 마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야훼께서 우리를 보호하신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한 사람이 소리쳤다. “하느님께 찬미!” 또 다른 사람이 이어서 소리쳤다. “하느님께 찬미!” 이어서 회당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소리 높여 하느님을 찬미했다.
나는 베드로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떠나자. 여기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회당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알기 전에 조용히 그 마을을 빠져나갔다.
얼마 후에 유다가 다가와서 물었다. “주님, 오늘은 어디쯤에서 쉬면서 식사를 하게 되나요?”
“오늘 나는 아버지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에 감사하면서 금식을 하겠다.”
나의 말을 듣고 유다는 금방 슬픈 얼굴이 되었는데, 나는 그가 속으로 ‘어휴, 제기럴. 그렇다면 오늘은 먹지도 못한다는 것 아냐.’ 하고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유다에게 말했다. “유다야, 먹고 싶으면 너는 먹어도 된다. 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사랑과 감사를 드리기 위해 오늘은 금식을 해야 하겠다.”
“네, 주님.” 하고 유다는 희망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 금식을 하겠습니다.” 유다의 말이 끝나자 곁에서 걷고 있던 안드레아가 말했다. 그리고 나서 안드레아는 더 큰 소리로 제자들에게 외쳤다. “주님께서 오늘 금식을 하시겠다는데 나도 주님과 같이 금식하겠어. 오늘 금식할 사람 또 없어?”
“그래, 그렇게 하자.” 모두들 한결같이 대답했다. 유다는 아무 말 없이 서글픈 표정만 짓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무도 안 먹으니 혼자서는 먹기가 곤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안드레아가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주님, 로마 군인들이 저 마을로 돌아와서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안드레아, 저 마을 사람들은 안전하게 하느님의 품 안에 안겼다. 나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너도 그래야 한다.” 안드레아가 믿을 수 있도록 자상하게 말해 주었다.
“주님, 그 사람들은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정말 굳센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신앙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하면서 안드레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너도 가지고 있다. 안드레아, 너도 가지고 있고 말고.”
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넘치는 안드레아의 굳센 마음을 보며 대답했다.
안드레아가 물었다. “아까 회당에서 라삐가 본 것은 이상한 환시였습니다. 어떻게 양이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양은 하느님의 아들인데, 사람들의 죄를 보속하기 위해 제물로 바쳐질 것이다. 그 사랑의 제물로 인해 악마는 패배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악마들이 양을 흠숭하는 사람들을 해치지 못했던 것입니까?”
“그렇다. 사랑을 위하여 사랑으로 바친, 사랑의 제물 때문에 악마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말씀하시는 것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악마가 하느님이 사랑을 쳐부수지 못한다는 것과, 그 양이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것과, 스스로 원해서 사랑의 제물로 바쳤기 때문에 양이 죽음을 당한 것은 사랑의 승리라는 말씀이지요?” 안드레아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렇다. 악마는 하느님의 사랑을 절대로 쳐부수지 못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당신의 사랑을 제물로 보내 주심으로써,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여 주시고,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어떠한 일도 다 하신다는 것을 보여 주신다.”안드레아에게 대답을 하면서, 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나의 사랑을 생각했다.
“양이 어떻게 악마를 쳐부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자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뒤늦게 온 토마스가 말했다.
“가슴 속에 있는 사랑의 힘으로 양이 사자가 되는 것이다.” 내가 토마스에게 말해 주었다.
“그렇지만 원수 로마에게 대항할 힘이 사자에게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의 힘이다. 사랑의 힘이 전부이다.”
토마스가 의혹스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사랑이 로마군대를 어떻게 쳐부숩니까?”
“사랑은 하느님의 힘이며, 너희가 그것을 믿는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전쟁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아라. 어느 쪽이 이기든지 상관없이, 언제나 전쟁은 또다시 일어난다. 전쟁에는 미움과 분노와 폭력과 죄악만 있을 뿐이고, 전쟁을 통해 그런 것이 점점 더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더라도 그런 악은 여전히 남아 있다가, 언젠가 다시 그 악이 드러나게 되어 나라들을 파괴할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랑이 있다면 전쟁은 끝날 것이고,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사랑해 주고 존경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있다면 오직 사랑만 커 가게 되고, 악은 끝장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양이 사랑으로 와서, 사랑으로 잡혀, 사랑에 자신을 바칠 것인데, 그렇게 함으로써 이 세상에 사랑이 커져 가고 악은 패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토마스와 안드레아는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유다가 한 마디 했다. “난 지금이라도 당장 양 한 마리를 몽땅 먹어 치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유다를 나는 슬프게 쳐다보았다. 그 양을 도살할 때 유다가 한 몫을 하게 될 것을 나는 생각했다.
예수님 +++ 1996년 12월 28일
우리는 거의 한나절을 걸은 후에야, 길가에 흐르는 작은 냇가에 도착했다. 냇가의 둑에 깔려 있는 잔디는, 그 위에 앉고 잎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흐르는 물소리는 주위의 평화로운 정경을 한껏 느끼게 해 주었다. 같이 걷고 있던 베드로와 필립보에게 말했다. “여기는 참 평화롭구나.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오늘 밤을 지내도록 하자.”
베드로가 대답했다. “네, 여긴 참 아름답습니다. 머무르기에 아주 좋은 장소 같습니다.”
“주님, 이제 멈춰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필립보도 며칠 동안 걸어오느라고 피곤해 보이는 제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필립보, 다들 모이라고 하여라. 기도를 한 다음에 내가 너희들 모두에게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 내가 필립보에게 말했다.
몇 분 후에 우리는 모두 시냇가에서 아버지께 기도를 마쳤다.
기도가 끝나고, 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먹지 않고 하루 종일 걸어왔기 때문에, 너희들 중에는 피곤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에 감사하면서 나와 함께 금식한 것을 알고 있다. 너희들 대부분은 금식을 할 수가 있지만, 조금은 먹어야 되는 사람도 있다. 몸이 아직 금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빵을 조금 먹고 물을 마시되, 꼭 필요한 만큼만 먹어라.
시간이 지나면 너희들 대부분은 물만 마시면서 오랫동안 금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몸에 균형을 잃기 때문에 금식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빵을 조금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금식을 하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리고 금식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을 낮춰보지 말아라.
만약 금식을 할 수 없으면,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께 희생을 바쳐라. 그리고 금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하다가 마음이 약해져서 그만 두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중간에 포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약속을 하지 않고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것만 바라신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 아시고, 너희가 무엇을 드리든지 사랑으로 받으시는데, 그것이 너희가 생각할 때문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하느님의 눈에는 아주 큰 것일 수가 있다.”
내가 말을 마치자 재커리가 물었다. “주님, 저는 금식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배가 고픈지 금식을 계속하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조금 먹어도 되는 겁니까? 아니면 그래도 금식을 계속해야 하는 겁니까?”
“이번이 처음이고, 음식을 먹지 않는 금식이 네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빵을 조금 먹어라. 그리고 네 몸이 금식에 익숙해질 때까지 매번 조금씩 줄여가며 먹도록 하여라.”
저스터스가 물었다. “주님, 금식을 해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금식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 그렇게 하면 좋겠구나.” 저스터스가 대답하고 나서, 베드로에게 물었다.
“나와 잠깐 걷지 않겠느냐?”
“네, 주님.” 베드로가 대답했다.
그날 밤을 지낼 장소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두고 우리는 시냇물을 따라서 걸었다. 물 속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다.
베드로에게 말했다. “베드로야, 장차 내가 엄청난 짐을 짊어져야 할 시간에 대해 너한테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나 자신을 사랑의 제물로 아버지께 바치게 될 그때가 오면, 너에게도 많은 어려움이 닥치게 될 것이다. 의혹에 쌓이게 될 것이고, 공포에 떨며 걱정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네 앞에 놓인 일을 네가 하지 못하도록 마귀가 발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베드로가 말을 가로챘다. “마귀가 절대로 저를 막지 못할 것입니다. 절대로!”
“베드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 동안만은 네가 네 할 일을 못하게 될 것이다!” 나의 부드러운 깨우침에 놀란 베드로는 눈을 크게 떴다.
“주님! 주님께서 제물이 되신다면, 저는 반드시 주님 곁에 있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진심으로 말했다.
“베드로, 네가 나와 같이 있지 못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되도록 이미 짜여 있다는 것을 알아라. 그 후, 네가 네 신앙을 온 세상에 보여 주며 나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횃불이 되어 줄 때, 나는 네 곁에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충직한 친구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그 날, 나처럼 죽기에는 자신이 합당하지 못한 자라고 생각하며, 내가 죽은 모습으로 죽지 못하겠다(거꾸로 십자가에 달려 죽음)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 날을 보았다.
내가 울음을 터뜨리자, 베드로가 한 팔로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주… 주님, 왜 그러십니까? 제가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베드로, 너는 장차 나의 사랑 안에서 굳건하게 진리를 선언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을 도와 주게 될 것이다.” 나의 말을 듣고 베드로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네, 주님.”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다는 것과, 내가 너를 나의 반석으로 선택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여라.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네가 아무리 합당하지 못한 자로 생각되고 수치스럽게 느껴지더라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네 모습 그대로의 너를 선택했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그리고 내가 모든 사람을 선택했고, 모든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나의 교회를 세워라.” 베드로의 희생이 아직도 내 눈 앞에 보이고 있었기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리가 그렇게 냇가에 앉아 있는데 근처 숲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베드로가 귓속말을 했다. “제가 가서 뭔지 보고 오겠습니다, 주님.”
“걱정하지 말아라, 베드로. 별것 아니다. 그냥 여기 앉아서 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우리가 함께 나누고 있는 이 시간을 즐기자.” 하고 베드로를 말렸다. 유다가 숲 속에 숨어서 몰래 감춰 가지고 온 빵과 고기를 먹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주님, 우리가 함께 갖는 이 시간이 저한테는 아주 귀한 시간입니다. 제가 주님과 함께 있는 이 기쁨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베드로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들이 너처럼 마음을 내게 열어만 준다면, 그들도 이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베드로는 작은 조약돌을 물에 던지며 “네, 주님.” 하고 대답했지만 내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내가 모든 사람들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들과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가 다른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보니, 작은 모닥불 몇 개가 피워져 있었고, 제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자들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시몬은 하던 말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시몬,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려무나.” 나는 사랑으로 다정하게 권했다.
“주님, 제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주님께서 하시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할 텐데요.” 시몬이 겸손하게 말했다.
“시몬, 네 이야기를 끝내 주면 좋겠다.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앉아서 듣고 싶구나.” 나는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올려 놓고 곁에 앉았다. 다른 제자들도 시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여들자, 시몬은 불안해 졌다.
내가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시몬. 그냥 너와 나만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 보아라.”
나의 격려에 고무된 시몬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들이 주님 어머니 집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선 잡수실 생각도 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음식을 요리해 주시던 일과,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어머니의 눈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이 가득 들어 있는 큰 주머니를 어머니께 선물로 드려 깜짝 놀라게 해 드렸던 일과, 그때 얼마나 신나게 잔치를 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주님 어머니께서 제게 하신 말씀을 방금 이야기할 참이었습니다. ‘나는 자네들을 모두 내 자식같이 생각하네. 자네들 어머니처럼 난 자네들을 사랑하네. 외로울 때는 내가 자네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과, 언제나 자네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나는 자네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 하셨습니다. 저는 슬퍼지거나 외로워지거나, 괴롭거나 마음이 어수선할 때면,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는 주님의 어머니를 생각하는데, 어머니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지곤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제가 주님을 너무나도 가깝게 느꼈던 일입니다. 어머니께서 제 마음을 주님의 마음에 집어넣으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의 어머니를 자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제 어머니처럼 느껴집니다.”
모두가 시몬이 방금 한 말을 되새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제자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저는 주님의 어머니를 한번도 못 뵈었지만 주님 어머니께선 너무 좋으신 분 같습니다.”
“참 좋으신 분이야.” 몰래 식사를 하고 돌아온 유다가 말하자, 어머니를 만나 뵌 제자들은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시몬을 살짝 껴안아 주고 나서 말했다. “나는 너희들을 내 형제라고 부른다. 그러니 내 어머니는 너희들의 어머니가 되신다. 내 안에서 형제 자매가 된 모든 사람들에게도 어머니가 되시는 것이다.”
“주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님을 위하여 시편을 하나 노래합시다.” 작은 야고보의 열렬한 제안에 따라, 우리는 시편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노래가 끝났고, 모두의 가슴에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감사했다.
다음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 나는 작은 야고보가 기도에 깊이 빠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작은 야고보 곁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그가 바치고 있는 찬미의 기도에 합심했다. 작은 야고보는 마음 속으로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과거에 일어난 좋고 나쁜 모든 일들을 감사 드리고 있었다. 모든 일은 하느님의 뜻이고,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났고 그래서 그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감사 드리는 것이었다.
작은 야고보는 너무 기도에 몰두하고 있어서 내가 곁에 있는 줄도 몰랐다. 그의 가슴은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의 기도가 넘쳐,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다. 갑자기 작은 야고보의 기도가 열렬해지더니 얼굴에 기쁨이 넘쳐 났다. 나는 그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기쁨을 함께 즐기며 마음 깊숙이 나의 기쁨을 갖다 넣었다. 기도와 사랑으로 일치하여 거기 잠깐 앉아 있었던 것 같았는데 세 시간이나 흘러 갔다.
내가 눈을 뜨고 바라보니 제자들이 모두 와서 함께 기도하고 있었다. 작은 야고보가 눈을 뜨고 감탄했다. “와, 정말 굉장했습니다. 너무나 행복했고, 너무나 신났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평화로웠습니다.”
베드로는 동생 같은 야고보를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가 말했다. “야고보, 네가 기도하는 동안 아주 행복해 보이더라. 정말 감동적이었어.”
“내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주님께서 아주 평화롭게 주무시고 계셨어.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으로 주무시는 것을 보니까 기도를 바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구. 그래서 기도를 시작했는데, 아주 충만한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어. 그런데 내 앞에 금색 빛이 눈부시게 나타나더니, 그 속에서 하얀 비둘기가 날아 나왔어. 그 비둘기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는 동안, 나는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열절히 바쳤어. ‘제 생명을 감사드립니다. 제 생애에 담긴 모든 것을 감사합니다.’ 하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을 찾지 못했어.
그 비둘기가 내 가슴 속으로 곧장 날아 들어왔는데, 나는 불꽃처럼 타는 것만 같았어. 내가 비둘기를 쳐다보니, 예수님으로 변했다가 어느 나이 많은 남자로 변했어. 그 후에 그 나이 많은 남자가 사라지자 비둘기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주님만 남아 계셨어. 마치 주님께서 내 가슴 속에서 나와 함께 기도하고 계신 것만 같았어. 그것이 끝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몰라. 기도할 때마다 그랬으면 좋겠어.”
“야고보야, 너는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소원하고 있는 그런 기도를 경험한 거야.” 베드로는 작은 야고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는 그런 경험을 못했기 때문에 약간의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제자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야고보가 기도 중에 경험한 행복은, 기도할 때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가슴을 열어드린다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이다. 그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다가올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다.
너희들이 모두 그것을 경험해 본 것도 아니고, 경험한 사람도 기도할 때마다 그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경험할 수 없으면 실망하기도 할 것이고, 자기한테는 일어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질투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 모두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그 모든 것이 항상 너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과, 너희가 그것을 얻고 못 얻고는 바로 너희 자신한테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도를 하는 것이고, 그 마음은 너희 생애에서 겪는 모든 일을, 자기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마음이다.
너희들이 하느님께 고압적으로 강요하거나,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불평을 하고, 하느님을 탓하며 하느님께 화를 내는 교만과 이기심은, 하느님의 사랑이 너희들에게 가득 채워지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작은 야고보가 방금 경험한 그런 은총을 받은 사람들은 기도할 때마다 그것을 기대하게 되고, 그 은총을 받지 못하면 실망에 빠지곤 한다. 그러다 보면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기도하기 보다는, 그런 경험을 다시 맛보기 위해서 기도하고, 자기 자신의 만족을 구하려고 기도를 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기쁨에 넘쳐서 기도하는 것을 보고 질투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하느님보다 자기 자신을 더 우선으로 두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이 하느님께 그렇게 기도드릴 수 있는 것을 기뻐하게 될 것이고, 그 사람이 받는 은총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너희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게 되고, 하느님의 사랑에 너희 마음이 열리게 될 것이며, 너희에게도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 넘치게 될 것이다.
기도할 때 너희가 하느님께 고압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시기나 질투나 분노를 품지 않고, 오직 사랑으로 기도하면서 하느님께 마음을 열어 드린다면, 너희는 기도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오늘 작은 야고보는 마음 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다. 작은 야고보가 교만이나 이기심으로 직 마음을 닫아서, 그 은총을 잃어 버리지 않도록 함께 기도 드리자!”
작은 야고보뿐 아니라 모두가 하느님께 마음을 활짝 열 수 있게 되었고, 마음이 항상 열려 있게 해 주시기를 기도했다. 사람들은 일단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전부인 줄로 생각하고, 이전보다 더 깊이 하느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 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일단 마음의 문이 열리게 되면 그 은총을 언제까지나 자기 소유로 생각하는데, 마음은 열릴 때보다 더 쉽게 닫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겸손과 사랑으로 열렸던 마음이, 교만과 이기심으로 닫혀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예수님 +++ 1996년 12월 29일
“주님, 오늘은 이 곳에서 머물 예정이십니까?” 요한이 물었다. 요한은 이렇듯 고요한 정경 속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다, 요한. 할 일이 많아서 떠나야 한다.”
“알겠습니다, 주님.” 하고 대답하는 요한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내가 잘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요한의 그런 순명을 지니고 있었으면 싶었다. 그것은 나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순명이 아니고, 나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순명이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에 우선 식사부터 하자. 나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금식하느라고 배가 고플 테니 말이다.” 잠시 후에 우리는 모두 앉아서 맛있게 아침 식사를 했다.
유다가 자기 주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태연하게 말했다. “금식 후에 먹으니 좋군. 입맛이 더 난단 말이야.” 주위 사람들을 속일 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유다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식사를 마치고 떠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작은 야고보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주님, 저는 이 장소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 곳에서 했던 제 기도가 제 마음에 사랑을 가득 채워 준 것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야고보, 네가 기도하는 동안 네 마음에 사랑을 가득 채워 주신 분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네가 어떤 장소에서 기도하든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도 잊지 말아라. 네가 진심으로 기도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언제든지 너의 기도를 들어 주시고 네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것이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어느 작은 마을로 들어갔다. 그 마을에는 40여 가구가 살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 곳에 도착 했을 때 많은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원로 중 한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이 곳에 와서 여러분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내가 응답했다.
서로 소개가 끝난 후에 베드로가 그 원로에게 물었다.
“이 곳에 회당이 있습니까?”
“아니오. 회당에 가려면 이웃 동네로 가야 합니다. 여기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 원로가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뒤늦게 와서 대화에 끼어든 안드레아가 물었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디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도합니까?”
“각자 자기 집에서 하거나, 동네 한가운데에서 합니다.”
그런 다음 원로가 크게 말했다. “여러분이 기도하고 싶으시면 동네 한가운데로 가십시다. 우리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외부인들과 같이 기도하기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동네 가운데로 안내했다. 가는 동안에 어린아이들이 내 손에 매달려 그네를 탔다. 우리가 기도를 시작했을 때는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나는 낮은 벽 위에 올라서서 말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기도합시다. 하느님께 마음을 열어 드리고,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씀 드리십시오. 그러면 하느님의 온화하신 사랑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사랑으로 한 마음이 되어 하느님 앞에 모였으니, 우리의 기도로써 기쁜 축하연을 벌립시다!”
그리고 내려와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이 기쁜 목소리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게 되자, 온 사방에 사랑이 넘쳐 흘러서 손에 잡힐 듯 했다.
기도가 끝났을 때 원로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우리에게 이토록 거룩한 분을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희들이 음식과 음료수를 가지고 올 터이니 함께 식사를 나누기로 합시다. 외부인들과 같이 기도드릴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거든요.”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고 친구들입니다.” 내가 다정하게 말했다.
“주님, 저희들에게 말씀을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자들 중에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청했다.
“오, 당신은 라삐이십니까?” 마을 원로가 놀라서 물었다.
“그렇습니다(나로다, I Am).”
“그런 줄 알았으면 환영식을 좀더 크게 해 드렸어야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당황해 하며 그 원로가 말했다.
“이보다 더 극진한 환영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나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그것뿐입니다.”
나는 낮은 벽 위로 다시 올라가서 설교를 시작했다. “이 동네에 사는 여러분은 낯선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여러분처럼 남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가족이 되어 주며, 사랑으로 대해 주기를 바라십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여러분의 마음을 이렇게 열고 사랑으로 반겨주면, 여러분은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보여 주는 사랑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웃과 친구와 가족을 반겨 줄 뿐 아니라, 여러분의 원수도 반겨 주어야 합니다. 친한 사람에게 베푸는 그런 사랑으로 원수도 반겨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원수를 반겨주고 그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여주면, 원수가 친구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만,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여러분을 창조하신 것처럼, 여러분의 원수들도 똑같은 사랑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합니다. 원수를 사랑하기가 어려울 때 이것을 생각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원수에게 사랑을 베풀어 줄 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여러분에게 더욱 많이 부어 주시며 보상해 주신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때 재커리의 외침이 들렸다.
“그 말씀은 사실입니다. 저는 로마인들을 증오했었는데, 주님의 도움으로 로마인 한 사람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어떤 로마인도 더 이상 미워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마음에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에 행복을 느껴본 적이 이진에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가슴에 증오를 품고 있으면, 사는 것이 비참해집니다. 가슴에 사랑을 품고 있으면, 자연히 기쁨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재커리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원로가 말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사실입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오는 사람이 누구든지,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환영하기로 오래 전에 결정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 마을은 언제나 평화로웠습니다. 로마인들까지도 저희들을 귀찮게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음식이 왔습니다.” 유다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그는 우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당장 필요한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자, 식사를 합시다. 그 다음에 여러분이 여기서 지내시겠다면, 잠잘 곳을 마련하겠습니다.” 원로는 진심으로 우리에게 음식을 권했다.
“기쁘게 묵었다가 가겠습니다.” 나는 원로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누구든지 나를 초대해 준다면 어디든지 가서 기쁘게 머무를 것을 생각했다. 나를 초대만 해 준다면…!”
예수님 +++ 1996년 12월 30일
식사가 끝난 뒤, 마을 원로가 베드로와 시몬과 함께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집 안에는 우리가 겨우 잠잘 수 있을만한 방이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세 손녀와 함께 살고 있었다. 부인은 이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아들의 가족이 들어와서 같이 살고 있었다.
세 손녀들은 나이가 세 상에서 열한 살 사이였다. 세 아이가 자매 간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는데, 세 명이 모두 엄마의 미모를 타고났기 때문이었다. 원로의 이름은 일라이어스였는데, 아들의 이름도 일라이어스였다. 며느리의 이름은 루스였고, 손녀의 이름은 레베카와 쉐럴 그리고 막내는 엄마의 이름을 따서 루스였다.
자러 가기 전에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마을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로의 아들은 마을이 참으로 평화롭고 좋아서, 그곳을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 두 아우들이 마을을 떠나 버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원로가 아들에게 말했다. “네 아우들은 어머니를 잃고 마음에 상처를 크게 받았고, 마을 어디를 가나 어머니가 생각나서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네 아우들이 어머니에게 얼마나 잘 하였고, 어머니 말을 얼마나 잘 들었는지 생각해 보아라. 네 아우들이 너무 어머니를 중심으로 살았기 때문에 내가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 말이 옳았던 거지, 안 그러냐? 그러니까 네 아우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너처럼 잘 감당할 수 없었던 거다.”
큰 아들이 물었다. “제가 어머니를 아우들만큼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너도 어머니를 아우들 못지 않게 사랑했다. 네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다는 것을 네 어머니도 알고 있었고, 어머니도 너를 쌍둥이 아우들만큼 사랑했다. 그렇지만 네 아우들은 마치 어른이 될 생각도 없는 야, 어머니가 항상 보살펴 주는 어린아이로만 지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네 아우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짐을 떠나 버린 거다.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와야 할 텐데 말이다. 그래도 너는 집에 남아서 이 늙은 아버지를 보살펴 주고 있으니 대견한 아들이다.” 원로는 사랑스런 눈길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어린 두 손녀는 원로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두 손녀들을 함께 껴안아 주며 말했다. “그리고 너는 좋은 가족을 거느리고 있어서, 나를 정말 기쁘게 해 준다. 이리 오너라, 레베카 야.” 원로는 자기 무릎 위에 레베카가 앉을 자리를 만들고 나서 레베카에게도 사랑의 입맞춤을 해 주었다. 세 아이에게 차례로 입맞춤을 하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희 할머니가 여기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들 일라이어스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집집마다 아픔이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선생님.”
“그렇소, 어느 가정을 막론하고 다 아픔이 있소. 아픔이 있는 것은 괜찮지만, 그 아픔이 증오나 원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이오. 비록 가족들이 당신 뜻에 어긋나는 일을 하더라도 항상 사랑해 주어야 하오. 그들이 옳지 않으면 타일러 주되, 사랑으로 타이르도록 하시오. 만약 당신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것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도록 하시오. 가정 안에 항상 사랑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랑이 친구에게 기쁨이 되고, 하느님께도 기쁨이 되도록 해야 하오.”
부인 루스가 물었다. “그런데, 제 남편의 아우들이 그렇게 행동한 것은 잘못한 것이 아닙니까?”
“그들이 어머니를 사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것은 잘못이 아니오. 잘못이 있다면, 어머니를 자기 인생의 목적으로 삼은 데에 있소. 아버지는 그들이 사랑을 덜 받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플 때도 있었고, 형 역시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아우들이 항상 어머니한테 매달리고 감싸여 있으니, 어머니와 같이 있지 못해서 마음 아팠던 것도 알 수 있고. 사람들이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자기만 가지고 싶어할 때 일어나는 일이고, 그 이기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아픔을 당하게 되는 것이오.”
“그 아이들은 마음이 약간 혼돈되어 있을 뿐이지 좋은 아이들입니다. 그게 다 제 잘못인 것 같습니다. 제가 좀더 엄격했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원로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좋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올 것입니다. 돌아왔을 때, 인생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인생은 짧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을 것입니다. 그들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지혜를 얻게 되 것을 보고 놀라시게 될 것입니다.
인생은 다른 어느 누구를 중심으로 살아서는 안 되고, 오직 하느님을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지혜 말입니다. 온실 속에 격리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깨워 주기 위해서는 충격이 필요 할 때가 있는데, 그 쌍둥이 두 아들한테는 그것이 어머니의 죽음이었습니다.
아들 일라이어스가 물었다. “어떤 식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
“여러분을 아주 기쁘게 해 줄 그런 방법이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도와 주는 그런 방법으로요.” 나는 사제가 되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에서 공부하고 있는 쌍둥이 아우를 보면서 대답했다.
세 아이들이 졸고 있는 것을 보고, 엄마 루스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제 침대로 가서 자야지. 손님들께 밤 인사를 드리고 가거라.”
아이들은 나를 쳐다보며 졸려운 눈을 하고 함께 말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 자거라.” 내가 웃음을 지어보이자 막내가 필을 벌리고 와서 입을 맞췄다. 그것을 보고 나머지 두 아이도 똑같이 했다.
“잠자기 전에 꼭 기도하거라. 그리고 너희 천사들에게 보호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렇게 하겠어요.” 아이들은 내게 약속을 하고는 자기들 방으로 자러 갔다.
“한 번도 저런 적이 없어요.” 엄마 루스가 말했다.
“무엇을 말이오?” 베드로가 물었다.
“낯선 사람에게 입맞춤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루스가 대답했다.
“우리는 낯선 사람들이 아니고, 친구니까요.” 나는 앞에 있는 그 가족을 둘러보았다.
원로가 말했다. “네, 우리는 친구들입니다. 그럼요, 친구이고 말고요.”
우리는 한 동안 앉아서 그 가족의 이야기와, 가정의 주춧돌을 처음에 어떻게 세웠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으로 세운 주춧돌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을 것이고, 사랑이 없이 세운 주춧돌은 쉽게 무너질 것이다.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모든 가정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서로에 대한 사랑 속에서 자라나기를 기도하자고 했다.
자리에 누웠을 때 나는 슬픔이 밀려왔다. 가정에 사랑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헤어져 지내는 가족들, 괴로움을 겪는 마음들, 자식이 없는 가족들, 자기 하나만 생각하는 가족들, 거만스런 가족들, 자신의 살과 피인 자식들을 죽이는 가족들, 노인들을 무시하고 저 버리는 가족들, 병들었거나 비정상이라고 해서 자식들이 태어나지 말기를 바라는 가족들, 다른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유흥만 찾으면서 자기들만 잘 살려고 하는 가족들, 그들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잊어버린 가족들, 몇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모여 살긴 하지만 가족이 아닌 가족들, 가족이라고 전혀 부를 수 없는 가족들…
이렇게 상처받은 가족들만 생각하다가, 하느님께 진실되고 서로에게 진실한 가족들을 생각했다. 그런 가족은 결코 죽지 않을 가족이다. 잠결 속에서 나는, 어머니 마리아와 나의 보호자 양부 요셉을 생각했다. 그들은 가족이란 어떤 것이어야 함을 이 세상에 보여 주신 성가정의 본보기였다. 사랑으로, 오직 사랑으로…
다음날 눈을 뜨니 막내 루스가 내 곁에 와서 자고 있었다. 루스의 머리가 내 어깨 위에 놓여 있었는데, 루스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대로 그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나에게 참으로 기쁨을 주는 순간이었다.
얼마 후에 집 안이 소란해지더니, 루스의 두 언니가 와서, 한 명은 내 위에 앉고 또 한 명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이야기 좀 해 주세요, 네? 이야기 하나 해 주세요.”
루스는 깨어났으나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누워서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내 배 위에 앉아 있던 쉐럴이 말했다. “그래요. 얘기 하나 해 주세요.” 그리고는 엎드려서 두 팔로 내 목을 안고 말했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루스가 샘이 난 듯이 말했다.
“우린 모두 사랑해요!” 레베카가 동의하며 말했다. 순결하고 천진난만한 사랑 속에 묻혀 나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흐뭇한 순간이었다.
베드로가 깨어나서 아버지 같은 어투로 말했다. “너희들, 주님을 못 일어나게 하면 아무 이야기도 안 해 주실 거야!” 시몬이 나를 끌어안고 있는 아이를 안아 올려서 내 무릎 옆에 앉히고,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루스도 일으켜 앉혔다.
“여기, 너는 나와 함께 앉자.” 나는 레베카를 내 무릎 위에 앉게 해 주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천국에 세 천사가 있었는데, 그들은 하느님께서 자기들에게 영혼을 맡기시면서 잘 지켜봐 주라!”고 하실 때를 기다리고 있었지. 자기들이 맡을 영혼을 하느님께서 결정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모든 것을 실행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천사들은 성급해 하지 않고 기다렸단다.
어느 날 하느님께서 첫 번째 천사를 부르시더니 아름다운 여자 아기를 맡기시면서, 잘 보살펴 주라고 하셨어. 천사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즐거워하며, 그 사랑스러운 아기 곁에서 너무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몰랐단다. 그 천사는 여자 아기를 다른 두 천사들에게 데리고 가서 보여 주며, 행복에 겨워했지. 세 천사들은 모두 아기가 참 예쁘다고 했어. 그리고 두 천사들도 하느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기다렸단다.
어느 날 하느님께서 두 번째 천사를 부르시고, 예쁜 여자 아기를 주시며, 돌보아 주라고 하셨어. 그 아기는 첫 아기의 여동생이었지. 그래서 두 번째 천사가 아기에게 갔더니, 첫 번째 천사가 그 아기의 언니와 함께 와 있었어. 두 천사는 자기가 맡은 아기 둘을 데리고 세 번째 천사에게 갔어. 세 천사들은 두 아기가 참 아름답다고 했어. 그리고 세 번째 천사는 하느님께서 부르실 때를 기다렸단다.
어느 날 하느님께서 세 번째 천사를 부르시더니, 아름다운 여자 아기를 주시며 지켜 주고 보살펴 주라고 하셨어. 천사가 그 여자 아기에게 가 보니 처음 두 아기의 동생이었고, 처음 두 천사도 가족과 함께 거기 있었단다. 세 천사들은 아름다운 세 자매들을 보살피며 지켰어. 하느님께서 만드신 사랑스러운 세 창조물을 지켜보는 순간이 세 천사들에게는 큰 기쁨이었지.
천사들은 낮에는 아이들 곁에 있고, 밤이 되어 아이들이 잘 때는 아이들 위에서 그들을 보호하며 지켜 주었어. 천사들은 아이들이 살아 가는 한 순간 한 순간을 기뻐하고, 아이들 곁에서 하느님께서 시키신 일을 하는 것이 즐겁기만 했지. 아이들이 기도를 할 때는 천사들도 같이 하느님을 찬미했고, 아이들이 기도로 청하는 것을 하느님께 전해 드렸어. 아이들이 기도를 해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힘을 얻게 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았지.
아이들이 기도할 때마다 천사들은 아주 기뻐했고, 아이들이 자기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기를 바라거나 청하지도 않았어. 그저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했어. 천사들은 아무것도 더 바라는 것이 없었단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 한 낯선 사람이 아이들에게 천사를 위해서 기도하라고 했고, 아이들은 그 말을 따라서 열심히 기도를 했단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천사들에게 사랑과 기쁨을 듬뿍 주셨고, 천사들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천사들은 아이들을 돌봐 준 보상을 받은 것이고, 하느님께서는 아이들이 기도한 것을 아이들이 알지 못하는 그런 방법으로 들어 주셨던 거야. 아이들은 매일 천사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고, 천사들도 매일 매일 기쁨의 보상을 받게 되었단다.”
“우리도 어젯밤에, 천사들을 위해 기도했어요.” 큰 언니 레베카의 말에 동생들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들이 너희들을 사랑하고 보살펴 주니까, 날마다 천사를 위해서 기도 드려라.”
막내 루스가 손가락을 물고 말했다. “나는 내 천사를 봤어요. 내 천사는 아주 크고 참 좋은 천사예요.”
“그래, 네 천사가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너희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 천사들을 너희에게 보내셨다는 것도 잊지 말도록 해라.”
심각한 얼굴로 세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잊지 않겠어요. 이젠 잊지 않겠어요!”
그때 아이들의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얘들아, 어서 가서 세수해야지. 선생님께 애들이 귀찮게 대드리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귀찮게 하다니요. 아이들과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대답을 하면서, 세 찬사들이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세수하러 나가는 아이들을 따라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베드로가 말했다. “주님, 천사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이 없었는데, 오늘 천사 말씀을 참 잘 해 주셨습니다.”
“베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천사를 잊어 버리고 있다. 하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다른 많은 선물들도 잊어 버리고 있지만 말이다. 천사들의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도 않고 사람들을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해 주고, 오직 사랑으로 보살펴 주고 있다.” 나는 잊기 쉬운 교훈을 베드로에게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아침식사 전에 세수를 하기 위해 일어났다. 엄마 루스가 말했다. “그래요. 저도 제 천사를 잊어 버리고 있었어요. 이제 매일 천사를 위해 기도하겠어요!”
“그러면 천사가 기뻐할 거요.” 나는 그녀의 천사가 내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무릎 꿇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예수님 +++ 1996년 12월 31일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즐거운 기분에 들떠 있었다. 일라이어스 원로가 물었다. “오늘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좀더 계실 수 없는지요? 꼭 떠나셔야 합니까?”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평화로운 이곳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할 일이 많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가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있기만 하면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우리도 선생님이 보고 싶어질 거예요.” 나에게 매달리면서 아이들이 말했다.
“그래요. 우리는 모두 선생님이 보고 싶어질 거예요.” 아이들 엄마의 말에, 남편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떠나려고 하니 나도 슬퍼집니다만, 그러나 가야 합니다.”
“주님, 시몬하고 제가 먼저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떠날 준비를 시키겠습니다. 그 동안 잠시 여기 남아서 말씀을 더 나누십시오.” 베드로가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는 나에게 아쉬운 시간을 보태 주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좋겠구나.” 내가 좀더 오래 있게 되었다고 세 아이들은 좋아했다. 그때 레베카가 베드로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저 선생님을 왜 주님이라고 부르시나요?”
“그야,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이시고, 우리의 선생님이시기 때문이거든.” 베드로는 아이들에게 아주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또 예수님께서는 우리 마음의 주님이시고, 우리 영혼의 주님이시기 때문이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한테 영광이란다.” 시몬이 베드로의 말을 보충하였다.
원로가 나를 쳐다보며 밝게 웃었다. 나는 그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았고, 그도 나를 알아 보았다. 갑자기 그가 무릎을 털썩 꿇고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나를 향해 “주님!” 하고 외쳤다. 아들은 아버지를 쳐다보며 무슨 영문인지 몰라 했다.
루스가 남편에게 말했다. “저 애들 좀 보세요!”
세 아이들도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하듯이 두 손을 합장하고 말했다. “주님!”
아들 일라이어스와 부인 루스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서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이들이 진리를 본 것이다.”
두 사람은 내 눈을 보고 있었다.
“너희 부부는 좋은 마음씨를 지녔고 좋은 가정을 가지고 있으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내가 그들에게 축복의 말을 하자 두 사람 역시 기쁨에 넘쳐 “주님!” 하고 외쳤다.
베드로와 시몬은 다른 사람들을 데리러 갔고, 나는 하느님 말씀의 진리를 깨닫게 된 가족 가운데에 남아 있었다. 내가 그들의 마음을 사랑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이제 이 가족은 하느님의 사랑을 알기 때문에 결코 외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나의 선언이 있자 그들의 기쁨은 더욱 커졌고, 천사들은 이 가족을 둘러싸고 무릎을 꿇은 채 내 이름을 찬양했다.
내가 원로에게 다가가자, 원로가 말했다. “주님, 저는 너무나 행복해서 죽을 것만 같습니다. 마치 제가 천국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죽을 때가 아니오. 당신 아들이 돌아온 후에 때가 올 것이고, 하느님께 돌아가는 귀향을 그들과 함께 축하할 수 있을 것이오.” 나는 온 가족이 모여 있는 가운데서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그의 가족이 슬픔 아닌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떠나려고 하자, 세 아이들이 달려와서 나를 껴안았다. 막내는 두 팔로 내 다리를 감고, 아이답게 말했다. “우린 주님을 사랑해요.”
“나도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이제 너희 천사들을 잊지 말아라. 알았지?”
“잊지 않겠어요. 약속해요.” 기뻐하며 아이들이 대답했다.
“이 집과 이 가족에게 평화를 주노라!”
나는 그 가족을 축복해 주고 돌아서서 제자들을 따라갔다. 그 마을을 떠나면서 시작한 기도가, 길을 가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방금 떠난 그 가족을 생각하며 나의 가슴은 기쁨에 넘쳤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도 나를 사랑한다. 사람들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은 참으로 많은 것이다.
유다 타대오와 마태오가 곁에서 걷고 있었는데, 마태오가 먼저 말했다. “주님, 참 즐거워 보이십니다.”
“그렇다.” 웃으면서 내가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 마을 사람들처럼,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만 산다면 여기가 낙원이 도리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주님, 거기서는 아무도 치유를 받지 않았지요?” 유다 타대오가 물었다.
“정신적 치유와 영신적 치유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치유를 받았다. 그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좋은 믿음을 가졌고, 순수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힘을 좀더 불어넣어 주기만 하면 되었다.
유다 타대오가 다실 말했다. “주님, 그 마을은 참 평화로웠고, 사람들도 친절했습니다. 그렇게 빨리 떠나게 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다른 곳에도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할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말을 마치고 나는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다음 마을을 보았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황혼이 질 무렵이었다. 유다와 안드레아에게 우리가 머무를 곳을 찾아보라고 일렀다.
“하지만 주님, 이제 우리는 거의 오십 명의 대가족이 됩니다.” 유다는 투덜거리면서 돈이 얼마나 들 것인지 계산하고 있었다.
곁에 있던 베드로가 말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이 있는지 어디 알아 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몇 명은 그 사람의 집에 머무를 수 있을 거야.”
기분이 시무룩해진 유다는 안드레아에게 불평을 털어놓으면서 떠났고, 안드레아는 유다가 항상 하는 그런 불평을 또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은 채 따라갔다.
우리는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들판에 앉아서, 유다와 안드레아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기를 기도했다. 나는 성공적으로 다녀올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기도가 어떻게 응답 받게 되는지를 제자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얼마 있다가 두 제자가 한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는데, 그 사람은 나의 설교를 들으러 여러 번 왔던 사람이었다.
“주님, 여기 우리를 도와 줄 사람이 왔습니다.” 안드레아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은 앞으로 나서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친구, 이럴 필요는 없소.”
“주님, 저는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많이 들었는데, 그때마다 주님의 말씀은 제 가슴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었습니다. 주님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해 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라파엘 입니다.”
“라파엘, 친절을 베풀어 주어 고맙소.”
“이 사람은 큰 집을 가지고 있는데, 열 명 내지 열두 명은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유다가 자랑을 하며 끼어들었다.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요?” 베드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마구간에서 지낼 수가 있습니다. 말들을 목장에 내다 놓으면 여러분 모두 묵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좋겠군.” 라파엘의 제의에 동의를 하며, 나는 내가 잠자던 그 마구간을 생각했다.
우리는 라파엘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라파엘은 누구를 집에서 자도록 하고 누구를 마구간으로 보낼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유다가 나섰다. “주님과, 주님을 가장 오래 따라다닌 우리 고참 제자들은 집에서 지내야 합니다.”
“나는 마구간에서 지내겠다. 유다야, 너도 나와 함께 지냈으면 좋겠구나.”
유다는 풀이 죽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일제히 “주님, 제가 주님과 함께 지내겠습니다.” 하고 자청했다.
“마구간에 여러분이 모두 다 들어갈 자리는 없습니다.”
라파엘의 말에, 베드로가 나서며 말했다. “새로운 제자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마구간에서 자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테니, 열두 명의 새 제자들은 집으로 가서 쉬도록 하지. 그러면 피로가 어느 정도는 회복될 테니까. 우리는 이제 습관이 되어서 편안한 마구간에서 자는 것이 더 좋거든.”
유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베드로를 쳐다보았다. 자기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나를 따라오는 다른 동료들을 걱정하며 그들의 짐을 덜어 주려는 베드로의 마음 속에 자라고 있는 사랑을 나는 보았다.
“저는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라파엘이 나를 쳐다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해 주기 바라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당신에게 갖다 주겠소.”
라파엘이 준비한 음식과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음식을 합하여, 모두를 충분히 배부르게 먹고 즐겼다. 유다까지도 배불리 맛있게 먹은 듯 배를 쓰다듬었다. 식사 후에 라파엘이 마구간까지 나를 따라왔다.
“주님!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동안 주님께서 저를 치유해 주셨습니다.”
“알고 있소.”
“치유를 받았습니다. 주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다만 저는 과거의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고, 하느님을 거역한 제 행동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제 당신은 착하게 살고 있고, 하느님께 날마다 감사하면서 용서를 빌고 있소. 다른 사람들을 도와 주면서,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있소. 당신은 진심으로 통회하고 있는 것이오. 그래서 하느님께서 당신을 용서해 주셨으니, 너무 자신을 학대하지 마시오.”
“주님, 하느님께서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을 용서하실 수 있을까요? 육신을 그토록 더럽게 가지고 놀았고, 하느님께서 사람의 몸에 주신 선물에 대해 존경심이 없었던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다른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함으로써 하느님을 거역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만, 제가 한 짓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마침내 울기 시작했다.
“않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하느님을 거역하는 행동을 하며, 자기 자신만 알고 다른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없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런 사람들도 사랑하시고, 그들이 하느님께 돌아와서 용서받기를 원하시고 있소.” 나는 그를 위로했다.
“저같이 행동한 사람도요?” 그는 계속 흐느꼈다.
“그렇소. 하느님은 그런 사람들도 용서하신다오. 그러나 악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없도록 그들의 눈을 가리는 것이오. 또 악마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이든지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유인하고, 그것이 그들의 자유라는 생각을 마음 속에 집어넣어 주고 있소.
악마는 방탕과 죄악이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조작하고 있소. 악마는 또한 어리석은 사람들로 하여금 거짓 사랑과 거짓 생활 송으로 얽혀 들어 가도록 유혹하고 있고. 이것을 보면 남자든지 여자든지 간에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얼마나 쉽게 속임수에 넘어가는지를 알 수 있소.
사람들은 성(性)을 통해 속임을 당하기도 하고, 교만을 통해 속임을 당하는가 하면 탐욕을 통해 속임을 당하는 등, 수많은 방법으로 속임을 당하고 있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알고 계시면서도,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들에게 구원의 기회를 주시고 있소. 그리고 사람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든 간에 당신의 사랑을 계속 베풀어 주시는 것이오.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용서를 청하기만 하면, 그들도 당신처럼 악을 극복할 힘을 얻게 될 것이오.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것과, 당신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용서를 얻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착하게 살면서 더 이상 죄를 범하지 않는다면, 죄책감을 버리고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시고 용서하셨다는 것을 믿어야 하오.”
울먹거리며 내 말을 듣고 있던 그가, 울음을 그치고는 기운이 난 듯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주님. 말씀 참으로 감사합니다. 주님의 말씀은 항상 제게 용기를 줍니다.”
그가 떠났을 때 나는 외벽에 기대고 서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지난날의 라파엘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때, 얼마든지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고 비웃고 있는 마귀를 보았다.
예수님 +++ 1997년 1월 1일
마구간으로 돌아왔을 때는, 대부분의 제자들이 잠들어 있었다. 내 자리 옆에는 작은 야고보가 자고 있었고, 다른 쪽에는 요한이 잠들어 있었다. 둘 다 아주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마구간 안을 둘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잎이 잠든 바르톨로메오가 여전히 요란하게 코를 골고 있었고, 유다는 가장 편안한 자리를 차지하였지만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한 채 자고 있었다.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나란히 자고 있었는데, 안드레아 옆에는 마티아가 잠들어 있었고, 베드로 옆에는 큰 야고보가 자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달라붙은 채 자고 있어서 하나처럼 보였다.
필립보, 저스터스, 시몬, 유다 태대오 그리고 토마스는 벽을 따라 한 줄로 누워 있었고, 나머지 제자들은 마구간 안쪽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자고 있었다. 그 모든 제자들 사이에서 나는 평화스러웠고, 그들을 보면서 나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느끼며 기뻐했다. 그렇다, 유다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 다만 그는 나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사랑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자리에 누워 아버지께 진심으로 말씀 드렸다. “아버지, 나는 이 친구들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세상을 향해 양팔을 활짝 펼치시고, “온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의 친구가 되어야만 한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잠으로 빠져 들었다.
수탉이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그 수탉소리는 이 날 일어날 일을 연상시켜 주었다. 먼저 일어난 베드로가 와서 말했다. “수탉 소리 한 번 굉장히 크군요. 죽었던 사람도 깨우겠습니다.”
작은 야고보가 눈을 부시시 뜨고는, “정말 그래. 하지만 바르톨로메오는 못 깨울 걸.” 하면서 아직도 자고 있는 바르톨로메오를 쳐다 보았다.
막 깨어난 요한도 거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잘 수 있을까? 천둥이 쳐도 바르톨로메오를 깨우지는 못할 거야.”
“바르톨로메오는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이다.” 나의 대답을 들으면서 먼저 일어난 제자들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일어섰다. 조금 지나자 나머지 제자들도 깨어났고, 마지막으로 일어난 바르톨로메오와 함께 우리는 기도를 시작했다. 라파엘과 하인들도 우리와 함께 기도하기 위해 합석했다.
두 시간 후 우리가 기도를 끝냈을 때 라파엘이 감격해 하며 말했다. “정말, 기쁘게 기도를 바쳤습니다. 주님, 제 가슴에 사랑이 넘쳐 터질 것만 같습니다.”
“진심으로 기도를 바치면, 하느님께로 가까이 가게 되는 것이오. 그러기 때문에 당신이 그런 기쁨을 맛보는 것이오.” 라파엘의 얼굴에 퍼져 있는 기쁨의 흔적을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라파엘의 하인들이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는데, 전날 밤에 남은 음식들이었다. 그나마도 양이 적어서 각자에게 조금씩 밖에 안 돌아갔다.
“이것밖에 대접해 드릴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기도하느라고 아무도 시장에 못 갔습니다.”
라파엘의 정중한 사과에 베드로가 얼른 말을 받았다. “이만하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소. 어젯밤에 먹었던 것과 같은 음식이라면, 아주 맛이 있을 것이고…” 나는 다시 한 번 남을 염려하는 베드로의 마음씨와, 베드로의 마음 속에 자라고 있는 겸손을 보았다. 장차 베드로가 자신의 교만과 수없이 투쟁해야 하겠지만, 겸손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 장차 로마에서 있을 마지막 투쟁에서 승리하게 될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식사 후에 제자들에게 말했다. “모두 회당으로 가서 아버지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에 대해 감사 기도를 드리기로 하자.”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라파엘이 다급하게 물었다.
“물론 원한다면 같이 갑시다. 나와 함께 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환영하오. 나는 누구도 거절하지 않소.”
회당으로 가는 길에 라파엘은 나와 베드로 옆으로 와서 같이 걸었다. 회당에 도착했을 때, 몇몇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밖에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회당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라파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야단을 쳤다. “저 사람은 회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 사람은 죄인입니다. 하느님을 거역했던 사람입니다.” 라파엘은 당황한 표정이 되어 얼른 그 자리를 피해서 떠나려고 했다.
“가지 말고 그냥 있으시오, 라파엘.” 내가 그의 팔을 잡으며 만류했다.
라파엘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은 사실입니다, 주님!”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잊어 버렸소?”
라파엘은 땅을 내려다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주님.” 그러나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라파엘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바리사이파 사람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이 사람은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 사람은 자신의 죄를 깨닫고, 더 이상 죄를 짓지 않으려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저 사람이 지은 죄는 너무나 역겹습니다.”
“죄는 모두 역겨운 것입니다. 그러나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용서를 비는 자에게, 용서를 베풀어 주십니다. 어떤 죄든지 불문하고 언제나 용서해 주십니다.”
“하지만, 저 사람은 남자를 좋아한단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소돔과 고모라에게 내리신 벌과 똑같은 벌을 저 사람에게 내리실 것입니다.”
라파엘은 극도로 불안한 얼굴을 하고, 내 제자들 중에 누군가가 나서서 자기를 비난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내가 다시 답변했다. “소돔과 고모라 때도,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용서를 베풀어 주시고자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죄악의 생활을 버리라고 말씀하셨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몇 명만이라도 착한 사람이 있거나, 죄악의 생활에서 돌아설 의향이 있는 사람이 있기만 하면, 그 도시들을 멸망 시키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느님의 요청을 듣지 않았고, 그들의 운명을 자신들이 결정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용서를 간구하는 모든 사람들을 용서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당신이 누구길래 하느님께서 저 사람을 용서하셨다고 장담하는 겁니까?” 다른 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벌컥 화를 냈다.
“통회하는 사람을 용서해 주신다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성서에 있습니다.” 베드로가 끼어들어 반박을 하자 그 바리사이파 사람이 잠잠해졌다.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자기 죄를 통회하고 용서를 비는 자는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 통회할 죄가 없다고 말하는 자는, 심판 날에 그의 교만이 쇠사슬처럼 그의 목을 졸라맬 것입니다. 당신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남이 안 보는 곳에 숨어서 무슨 나쁜 짓을 했는지 잘 성찰해 보고, 이 사람처럼 하느님의 용서를 비십시오.”
바리사이파 사람은 자신이 남몰래 첨을 거느리고 있는 사실을 내가 알아챘다고 생각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저 사람이 회당 안에 들어가든 말든 내가 알게 뭐야.” 하고 혼잣말처럼 쏘아붙이고는 가버렸다. 이제는 우리가 회당 안으로 들어가서 기도하는 것을 더 이상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도를 마치고 회당을 나오면서 라파엘이 말했다. “회당에서 기도해 본 지가 참 오래 됐습니다. 오늘, 주님 덕분에 다시 올 용기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우리는 침묵 가운데 라파엘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모두 둘러앉아 식사를 하면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유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즐거워했다. 유다는 신경질적으로 라파엘을 계속 힐끗 힐끗 쳐다보다가, 곁에 앉아 잇는 사람들에게 심술궂게 말했다. “어젯밤에 이 집에서 잠자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남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라파엘의 집 바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서로 묻고 답하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야? 나자렛의 예수님께서 여기 오셨다고?”
“그래, 라파엘과 식사하고 계셔.”
그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 베드로를 불러서 말했다. “베드로, 밖에 와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내가 곧 나가서 설교를 하겠다고 말해 주어라.”
심부름을 나갔던 베드로가 돌아오더니, 놀란 눈을 하고 보고했다. “주님,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 있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바깥으로 나가니,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소리쳤다. “예수님이시다. 말씀해 주십시오.” “치유해 주십시오.” “낫게 해 주십시오!”
제자들이 사람들을 뒤로 밀어내면서 한바탕 소동을 치른 뒤에야 질서가 잡혀 조용해졌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용서는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내려 주시는 은총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죄를 지었든지 간에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라고, 또 용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하느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고, 천국에서 그분과 함께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 쉽게 죄를 짓는 것도 너그럽게 봐 주실 것이다.’
그리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는 천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자비하신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용서를 구하는 자들에게 용서를 베풀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죄를 범했더라도 용서를 빌면 하느님께서는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죄를 범하다가, 마지막 죽은 순간에 용서를 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것을 그만 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죄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죄를 범한다면 용서를 바랄 수 없습니다. 자기 죄를 알고 난 이후에는, 죄를 더 이상 짓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거듭 실패를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하느님께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노력했다는 것을 다 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착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아시고, 여러분을 이해하시며 자비를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자신의 죄를 알고 나서도, ‘이까짓 사소한 죄를 가지고 뭘 그렇게 걱정할 것까지야 없지.’ 하고 생각하거나, ‘훗날 죄를 더 이상 짓지 않으면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심지어는, ‘내가 죄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을 하느님께서 아시니까 용서해 주실 것이다.’ 하고 생각하는 것은 교만이 여러분의 마음을 지배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하느님께서 무엇을 하실 것인지 다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를 하느님의 위치에 올려놓는 교만이고,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거절하는 행위입니다. 그러 경우, 여러분이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용서를 얻기가 어렵게 됩니다. 언젠가는 용서를 빌지 않았던 자신에 대해 변명을 해야만 할 것이고, 교만이 마음 속에서 커지도록 놔 두었던 것에 대해 값을 치러야만 할 것이고, 교만이 마음 속에서 커지도록 놔 두었던 것에 대해 값을 치러야만 할 것입니다.
교만은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그들의 죄를 용서해 주실 것을 기대하지만, 그들 자신은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해 주지 못합니다. 남에 대해서는 비난을 곧잘 하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잊어 버립니다.
그런 사람들은 교만이 가득하여, ‘하느님께서는 나만 용서해 주시고, 다른 사람들은 용서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라고 생각하거나, ‘나는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성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너무 나쁜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지 않으실 것이다.’ 하고 멋대로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과거에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과, 지금 저지르고 있는 잘못은 쉽게 잊어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은 곧잘 비난합니다. 그것은 교만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들이 사람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만이고, 그들이 하느님의 마음을 다 잘 알고 있어서, 하느님께서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심판하실 지를 알고 있다고 감히 주장하는 교만입니다.
교만은 죄악이며, 그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하느님께 등을 돌리면 그 죄악은 더욱 커질 것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로 돌아가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면 그 죄악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만을 극복하려면,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을 대할 수 있는 은총을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내가 말을 마쳤을 때, 군중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에, 침묵을 깨고 옷을 잘 차려 입은 한 남자가 질문을 했다.
“교만이 죄악이긴 하지만, 우리 가운데는 남보다 좀더 나은 사람이 있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우리의 지성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고, 돈을 버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을 보고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로서, 우리를 다른 사람보다 높은 자리에 두기 위해 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보십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지성을 갖추었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오히려 그 지성 때문에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까?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똑똑한 두뇌를 가진 것보다 훨씬 나은 것입니다.” 내가 답변했다.
그 남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에게 지성을 갖게 하셨습니까?”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은 모든 사람들의 유익을 위한 것이지, 선물 받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지성을 지녔다면, 그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그 지성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부유하다면, 그는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그 재산을 써야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넓은 마음을 가졌다면, 그 사람은 자기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손재주가 있는 기능공이라면,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그의 손재주를 써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선물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기 위하여 주신 것이지, 선물을 받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은, 하느님께서 언제든지 거두어 가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나는 진실을 이야기했지만, 옷을 잘 차려 입은 그 남자는 불만을 가득 품은 채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가 불쌍했다. 그는 교만의 손을 들어 주었고,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은 패배하였던 것이다.
“저를 고쳐 주십시오.”
군중들의 외침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군중 사이를 걸어 다니며 병자들을 치유했다. 어느 남자 앞에 갔는데,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안 보이는데다가 귀가 안 들렸고 말도 못했다. 그의 어머니가 곁에 서 있다가 나에게 애원했다. “애는 아직 세상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아기 같습니다. 낫게 해 주십시오, 주님. 제발 고쳐 주십시오. 제 아들한테서 이 천벌을 거두어 주시기를 날마다 하느님께 기도 드렸습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 주시겠지요?”
나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고는 그 어머니에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듣고 계셨습니다. 이제 그 기도를 들어 주십니다.”
갑자기 그 남자가 소리쳤다. “보여요. 볼 수 있어요. 내가 말도 해요. 말을 할 수 있어요. 내 목소리가 들려요!” 아들과 어머니는 기쁨과 놀라움 속에서 나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였다.
나는 그 어머니의 등을 다독여 주면서 위로했다. “아들이 치유되었습니다. 이젠 날마다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아픈 뼈를 낫게 해 주신 것도 하느님께 감사 드리십시오.”
“어머, 그렇군요. 아픈 게 없어졌어요.” 그녀는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하느님께 찬미! 찬미 받으소서, 하느님!” 곧이어 갖가지 치유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 드리는 기도소리가 웃고 우는 소리에 섞여 울려 퍼졌다.
그때 상복을 입은 어느 젊은 여자가 땅에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그녀는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심도 없이 그저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서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 남편 요한은 지금 행복합니다. 요한은 이제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고, 당신과 아이를 사랑으로 지켜보고 있소.”
“무, 무엇이라고요? 제 남편을 어떻게 아십니까? 그는 삼 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요.” 그녀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알고 있소.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남편을 사랑했는지도 알고 있소. 그러나 더 이상 애통해 하지 마시오. 요한이 지금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과, 언젠가 하느님 품 안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그녀는 아직도 어리둥절하여 확신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당신의 딸은 어느 때보다 엄마를 더 필요로 하고 있소. 당신 딸은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이제는 자기한테 무관심해진 엄마의 사랑도 그리워하고 있소.”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갈등과 슬픔이 섞여 있었다. 내가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토닥이며, “당신의 고통을 치유 받으시오.” 하자 그녀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음을 터뜨렸다.
베드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냥 두어라. 곧 나아질 것이다. 때로는 고통을 내버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음 날 다시 설교를 해 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서서히 떠나가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여전히 길가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그녀에게 가서, “이제 딸한테 가 보도록 하시오.” 라고 말하자 그녀는 즉시 울음을 멈추고, 눈물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딸한테는 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 남편이 고통으로부터 이제 해방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녀는 옷을 터고 일어섰다.
“그런데 그 사실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녀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나는 당신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 오는 동안 당신을 알고 있었고, 항상 당신과 함께 있었소. 당신이 어렸을 때, 다리가 부러져서 침대에서 울고 있었을 때에도 당신과 함께 있었소. 고통을 덜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을 들었는데, 하느님께서는 그 고통을 덜어 주셨소. 오늘처럼 말이오.”
“당신이 그걸 다 아시다니!” 그녀는 몹시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그렇소, 당신 남편이 고통 속에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며 겪어야 했던 괴로움과, 당신 딸이 방화하고 있는 것을 보며 겪어야 했던 괴로움도 알고 있소. 남편이 죽었을 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서 따라 죽고 싶었던 당신의 마음도 알고 있소. 세상에 등을 돌리고 마음을 닫아 버렸던 것과, 이제 다시 그 마음이 열린 것도 다 알고 있소. 사랑으로 열린 것을 말이오.”
“오, 주님!” 하면서 그녀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유다를 불러서 말했다. “이 사람한테 도움이 되도록 뭘 좀 주어라.” 유다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에 돈을 조금 쥐어 주었다.
내가 돈을 더 주라고 정색하며 명령을 하자, 유다는 마지못해 하면서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주님, 이것은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사양을 했다.
“당신 남편이 아무리 어려울 때라도 항상 십일조를 바쳤던 그 돈을 조금 되돌려 받는다고 생각하시오.”
“주님, 주님께서는 정말 모든 것을 다 아시는군요.”
“당신 딸이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알고 있소. 딸한테 어서 가시오. 당신이 곁에 있어 주어야겠소.” 하면서 나는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네, 가겠습니다. 주님, 그런데 혹시 제가 주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기도하면서, 당신 딸이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키우시오.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네, 주님. 그렇게 키우겠습니다. 약속하겠어요.”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마음 깊이 기쁨과 평화를 느끼면서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때 나는 그녀를 다신 만나는 날을 보았다.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내가 목숨을 바치는 십자가 아래에서 그녀가 울고 있었다.
예수님 +++ 1997년 1월 2일
그날 저녁 식사 후에 유다는 혼자서 산책을 나갔다. 옷에 감춰 둔 돈을 세기 위해 혼자서 자주 산책을 나가곤 했다. 얼마 후 내가 제자들과 이야기를 하며 앉아 있자니, 유다가 타박상을 입은 채 돌아왔다. 베드로와 야고보가 부축하기 위해 달려가자, 유다는 비틀거리며 탁자로 걸어가서 울부짖었다. “도둑을 맞았어. 도둑을 맞았단 말이야.”
가벼운 상처였지만, 유다는 아주 대단한 것처럼 소란을 피웠다. 베드로가 상처를 닦아 주는데도, 유다는 계속 울부짖었다. “그 놈들이 돈을 몽땅 뺏어 갔어.”
“유다야, 괜찮다. 네가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내가 유다를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주님, 우리는 이제 어떻게 먹고 지냅니까? 돈이 있어야 살지요.” 울먹거리면서 유다가 물었다.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다 얻게 된다는 것을 아직도 배우지 못했느냐?”
“하지만 그 놈들이 돈을 다 가져다 버렸습니다.” 절망적인 얼굴로 유다가 한탄했다.
“별로 많지도 않았는데 뭘 그래.” 베드로가 유다를 진정 시켰다.
“별로 많지 않았다니 무슨 말이야! 은전이 서른 개가 되고, 금화도 몇 개나 있었고, 잔돈도 몇 개 있었는데!” 하고 유다가 반박했다.
“도대체 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서 얻었나? 가진 돈이 몇 푼밖에 없다고 자네가 그랬잖아.” 베드로가 참지 못하고 쏘아 부쳤다.
내가 나서야 진정이 될 상황이었다.
“그것은 단지 돈일 뿐이다. 돈 때문에 기분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베드로는 내 말을 듣고 화가 가라앉았다. “죄송합니다. 주님.” 하고 내게 사과하고 나서, 유다에게 말했다. “미안하네, 용서하게.”
“괜찮아.” 유다는 비밀을 들켜 민망한 표정으로 베드로에게 대답하고는 잠자리로 가서 밤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은전 서른 개가 장차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며, 나는 다시 깊은 슬픔에 잠겨 한동안 유다를 지켜보았다. 유다가 이 일을 통해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돈이란 모으는 데에 드는 시간보다 훨씬 빨리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가슴 아팠다. 돈을 잃어 버렸다고 애통해 하는 유다는, 자기 행실로 인해 잃어 버리게 될 영혼에 대해서는 조금도 애통한 마음이 없었다. 고귀한 자기 영혼보다 돈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나는 생각했다.
베드로를 보면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우정과 사랑의 중요성을 즉시 받아들이는 그의 착한 마음을 보았다. 나의 벗인 베드로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얼마나 훌륭한 모범이 될 것이며,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을 사람으로서, 그의 발자국을 따라갈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모범이 될 것인가!
곁에 누워 있던 야고보가 물었다. “선생님,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제 담요를 드릴까요?”
“고맙지만, 나는 괜찮다.” 하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남을 위해서라면 자기가 가진 것을 다 줄 줄 아는 야고보를 생각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식사 후에 우리는 다시 회당으로 기도하러 갔다. 그날은 라파엘을 못 들어가게 막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라삐가 하는 성서 낭독을 듣고 있었는데, 그 성서 구절은 선지자 이사야가 나의 왕림을 예언하면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키고 갇힌 자들을 풀어 줄 메시아에 대해 설명한 구절이었다. 바로 그때 아버지의 사랑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기운을 차렸다.
우리가 회당을 떠나려 하자, 성서 구절을 낭독했던 그 라삐가 다가와서 말했다. “어제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는 해도, 말씀대로 살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슬픔입니다.”
나는 그 라삐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착한 사람임을 알았고, 사십 세라는 나이에 비해 깊은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용서를 청하면 나는 항상 용서해 줍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군요. 당신은 하느님께 대한 큰 사랑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중하게 그 라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하느님께 대한 저의 사랑은 참으로 미미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이스라엘이 사랑이 더 컸으면 하고 바라듯이, 제 사랑도 좀더 컸으면 싶습니다.” 라삐는 열정적으로 대답한 다음, 라파엘을 보며 말했다. “참회하는 죄인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큰 선물이오. 친구, 이제부터 언제든지 여기 오시오. 그리고 이것은 당신에게 주는 내 우정의 표시이니 받으시오. 율법 서기관이 오래 전에 나한테 주려고 쓴 것인데, 하느님 자비의 위대하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몇 개 적은 것이오.” 라삐는 라파엘에게 두루마리 하나를 주었다.
라파엘은 라삐가 자기를 친구라고 불러서 아주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보물처럼 간직하겠습니다.” 그는 마치 생일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그 두루마리를 이리저리 쳐다보았다.
라삐가 나를 보고 말했다. ‘어제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그 말씀은 진리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진리를 들려주면 화를 내지요. 어제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은 교만에서 오는 것입니다. 저는 교만을 인간의 타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을 그 라삐는 모두 가지고 있었다. 겸손, 이해심, 사랑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염려를…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만은 진실에 등을 돌리게 하고, 마음을 닫아 버리게 합니다. 그래서 교만한 마음이 진실을 대면하게 되면 아픔을 느끼게 되는데, 마음으로 들어오는 진실을 교만이 쫓아내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입니다.”
“저의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라파엘이 라삐를 정중하게 초대했다.
“그랬으면 아주 좋겠소.” 라삐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 우리 모두를 둘러보았다. “내 이름은 세파스 라고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식사는 아주 즐거웠다. 나는 하느님의 참된 친구인 세파스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파스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금방 친구가 되었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새 친구로 사귀었다. 하인들한테도 똑같은 태도로 말했는데, 그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마치 자신의 영광이라는 듯한 자세로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며 대화를 했다. 내가 모든 사제들에게 바라는 마음자세를 세파스한테서 보았다.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사랑으로, 하느님을 경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자세를, 세파스는 가지고 있었다.
식사가 끝났을 때 집 밖에 군중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군중에게 가서 말했다. “여러분은 내 말을 들으러 여기에 왔고, 치유를 받으러 여기에 왔으며, 희망에 부풀어 여기에 와 있습니다. 내 말을 듣고, 하느님의 힘으로 주는 사랑의 치유를 받고, 내 안에서 모든 희망을 찾기 바랍니다. 하느님께 활짝 마음을 열어드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리고 그 말씀을 잊지 말고, 이기심으로 그 말씀을 묻어 버리지 마십시오.
말씀을 항상 간직하고, 깊이 묵상하면서 생활화하여, 여러분의 몸과 마음 전체가 치유를 받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몸은 질병을 치유 받고, 여러분의 마음은 교만을 치유 받고, 여러분의 영혼은 죄를 치유 받으십시오. 내가 떠난 후에도 내 말을 잊지 말고, 하느님을 잊지 마십시오. 기도하고, 성서를 읽고, 가슴 속에 속삭이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삶이 완성될 것이고 죄의 사슬과, 고통의 사슬과, 슬픔의 사슬이 끊어지게 될 것이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오직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항상 사랑으로 살아 가십시오. 그것이 천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말을 가슴 깊이 새겨들었고, 내가 말한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며 다시 병자들을 치유해 주었다.
밤이 늦어서야 치유를 끝냈는데 무척 고단함을 느꼈다. 식사는 그만두고 혼자 쉬고 싶다고 베드로에게 전했다. 베드로가 라파엘과 의논한 후, 다시 내게 와서 말했다. “주님, 라파엘이 자기 방을 주님께 드리고, 자기는 마구간 주님 자리에서 자겠다고 합니다.”
“고맙구나, 베드로.”
“주님, 오늘 기부금이 아주 많이 들어왔습니다.” 유다가 내게 오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돈이 가득한 주머니를 보여 주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유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나서 나는 잠을 자러 갔다.
다음날 아침, 마을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베드로가 있는 마구간으로 갔다. 제자들에게 떠날 준비를 하라고 알린 후 말들이 놀고 있는 들판으로 나갔다. 그 전날보다 말이 몇 마리 적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께 조용히 기도를 했다. 베드로가 제자들을 모두 모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제자들에게 돌아왔을 때, 라파엘이 하인들과 세파스 라삐와 함께 나와 있었다. 라파엘이 우리한테 선물을 준다고 사 가지고 온 음식 가방을 하인들이 들고 있었다. 나에게 와서 라파엘이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주님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나도 당신을 잊지 못할 것이오.”
“주님, 약소한 것이지만 받아 주십시오.” 하며 라파엘이 음식 가방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이것도 받으십시오.” 라파엘이 내 손에 돈주머니를 쥐어 주었는데, 그 돈은 말을 팔아서 장만한 돈이었다.
“당신의 사랑을 잊지 않겠소, 라파엘.” 나는 그 돈을 유다에게 넘겨 주었다. 유다는 도둑맞은 일은 이제 까맣게 잊어 버리고, 손에 들려 있는 돈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라삐 세파스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예수님, 저한테 생각할 것을 많이 남겨 주셨습니다. 제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와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세파스 선생은 이미 두 가지 다 가지고 있소.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라삐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 주실 것이오.”
라삐 세파스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나는 알고 있소.” 나의 대답을 듣고 세파스는 약간 미심쩍어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내가 말했다. “그 대답은 이사야 에 적혀 있소. 다시 읽어 보시오. 그러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가운데 작별인사를 하면서 그 마을을 떠났다. 멀리서 라삐 세파스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사야 라고?… 모를 일이야, 모을 일.”
예수님 +++ 1997년 1월 3일
길을 가는 동안 넘치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나는 아주 즐거워졌고, 시편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따라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시편을 노래했다. 길을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난 뒤에, 나는 베드로를 불렀다. “내가 택한 열두 명의 사도들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그렇게 하시지요, 주님. 그런데 오래 걸릴 것 같습니까?”
“하루나 이틀 밤쯤…” 하면서 나는 근처에 있는 언덕을 가리켰다. “저기, 저곳이면 꼭 알맞겠구나.”
베드로가 제자들에게 설명을 했다. “열두 사도는 주님과 함께 저기 있는 저 언덕으로 가고, 다른 제자들은 다음 마을에 있는 작은 호숫가에서 쉬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게나.”
몇몇 제자들은 나와 함께 있고 싶어서 약간 실망한 표정을 하였기 때문에, 그들을 위로해 주었다.
“다음 마을에 먼저 가서, 내가 도착할 때까지 준비하면서 기다리고 있어라. 사람들에게 내가 올 것이라고 말해 주고, 내가 하느님의 치유와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하여라.
나에 관해서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가슴에서 우러나는 대로 진실하게 말해 주어라. 내가 항상 너희들과 함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병자를 만나면 내 이름으로 치유해 주어라. 외로운 사람을 만나거든 내 이름으로 친구가 되어 주고, 가난한 사람을 만나거든 내 이름으로 먹여 주어라. 나를 믿고, 나에게 의탁하면서, 나의 사랑이 너희들을 통하여 활동하는 것을 보도록 하여라.”
제자들이 흥분해서 웅성거렸다. 그때 말라카이가 물었다.
“저희들이 병자를 치유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믿기만 한다면, 내 이름으로 못 할 것이 없다.” 나의 말을 듣고서 그들은 이제 다음 마을로 가고 싶은 열의에 들떠, 실망하던 눈빛은 사라졌으며 오직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베드로가 유다에게 말했다. “제자들한테 돈을 좀 주게나. 그들도 돈이 필요할 테니 말일세.”
“난 별로 가진 게 없으니, 조금밖에 줄 수가 없어.” 유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베드로가 사도들에게 물었다. “자네들 중에는 돈을 좀 가진 사람이 없나?”
사도들에게서 돈을 다 거두어 모아 봤으나 얼마 되지 않았다.
베드로가 유다에게 물었다. “자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
유다가 풀이 죽어서 돈주머니를 꺼내 보였다. “이게 전부일세.”
“자네가 가지고 있던 주머니 두 개는 어디 갔나? 라파엘이 준 돈주머니하고, 자네가 이 돈에서 갈라놓았던 그 돈주머니 말일세.”
“그… 그건 내가 비상용으로 챙겨 두었네.”
나는, 유다가 더듬거리며 베드로에게 대답하는 것을 듣고, 마티아를 불러낸 다음 유다에게 명령을 했다.
“유다! 라파엘에게서 받은 돈주머니를 마티아에게 주고, 그 돈을 잘 간수하라고 하여라. 마티아는 그 돈에서 필요한 만큼 쓰도록 하고.”
유다는 돈주머니와 헤어질 때마다 짓는 괴로운 표정을 하고 돈주머니를 꺼내 마티아에게 주며 말했다. “나중에 돈이 모자라게 되면, 그때는 내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단 말을 하지 말라고.”
나는 유다를 가볍게 다독여 주며 말했다. “자, 가자.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유다야.”
우리가 언덕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고 있었다. 쉴 자리를 정하고 불을 피운 다음, 제자들에게 말했다. “오늘 밤에는 빵과 포도주와 물만 먹도록 하겠다.” 유다는 신음소리를 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제자들에게 짧은 교훈을 들려 주었다. “하느님께서는 광야생활을 하던 배고픈 당신의 자식들을 위해 천국의 만나를 보내 주셨다. 내가 말하거니와, 사람들은 장차 새 만나를 얻게 될 것이고, 그 만나는 배고픈 영혼들을 먹일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광야생활을 하던 목마른 당신 백성들을 위해 물을 주셨다. 내가 다시 말하거니와, 장차 하느님께서는 죽어가는 영혼들을 위해 생명의 물을 주실 것이다. 내가 바로 그 새 만나이고, 생명의 물이다. 내 안에서 다시는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유다는 자기 빵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그리고 나서 쳐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들고 있던 물에다 포도주를 조금 따르고 나서 말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주실 새 포도주가 있는데, 그것은 용서의 포도주이다. 내가 바로 그 포도주인 것이다(I Am that wine).” 그리고 나서 나는 아버지께 감사 기도를 비치기 시작했고, 제자들도 따라서 기도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필립보가 말했다. “주님, 아까 하신 말씀을 저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말씀을 믿습니다!”
“언젠가는 너희들이 지금 내가 말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진리를 알게 하여 그들 역시 천국의 빵을 나누어 가질 수 있게 하여라.”
옆에서 심각하게 듣고 있던 요한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님, 어떤 때는 주님의 말씀을 잘 이해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토마도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게 될 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언젠가 빛이 너희들의 마음 속을 비출 것이고, 그러면 내 말의 뜻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너희들이 나서야 할 때에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 줄 수 있을 것이고, 너희들 대부분은 내가 한 바로 이 말을 위해 너희의 전부를 바치게 될 것이다.”
작은 야고보가 젊은 열정을 토해내며 말했다. “그럼 식사 후에, 기도하고 시편을 노래하면서, 우리에게 이해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하느님께 청합시다.” 작은 야고보는 나이가 어렸지만 깊은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작은 야고보의 말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제자들을 떠나서, 혼자 언덕을 산책하고 있었다. 산책을 하면서, 내 앞에 놓인 일에 대해 아버지와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데에 필요한 힘과, 그때에 이르러 어머니께서 필요로 하실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머니께서 군중 속에 끼여, 십자가를 지고 가는 나를 따라 걸어가시는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토록 참혹한 일을 당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가 겪어야 할 극심한 아픔을 보았다. 그들이 나를 십자가에 못 박을 때 어머니의 넘치는 슬픔을 보았고, 죽어 가는 나를 지켜보시는 사랑의 힘을 보았다.
바고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와 주세요… 도와 주세요!” 그 목소리는 숲 뒤에서 들려왔다.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이미 알고서 나는 그곳으로 갔다. 숲 안 쪽으로 들어서니 거기에는 어린 소녀가 갓난아기를 안고 선 채 공포에 질려 있었다.
“저를 좀 도와 주세요. 피가 멎지 않아요. 제발 도와 주세요.” 나는 소녀 곁에 무릎을 꿇고 피를 많이 쏟아서 너무나 가냘프고 창백해진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선생님, 만약 제가 죽으면 제 아기를 돌봐 주세요.” 소녀가 흐느끼며 말했다.
“얘야, 내가 너희 둘 다 잘 보살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약속하마.” 그리고는 소녀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 소녀가 얼마 못 살 것을 알고 내가 물었다.
“너의 식구들은 어디에 사니?”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에 살아요.” 하면서, 그 전날 제자들이 간 방향을 힘없이 가리켰다.
“너는 왜 여기에 이렇게 혼자 있느냐?” 애처로운 소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며 물었다.
“식구들이 절더러 아기를 죽이라고 했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어요.” 소녀가 흐느껴 울다가 물었다. “제 아기가 예쁘지요? 이 예쁜 제 아기를 죽이라고 했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식구들이 왜 널더러 아기를 죽이라고 했느냐?”
“그… 그것은 제 아버지가 이 아기의 아버지이기 때문이에요.” 소녀는 심하게 흐느꼈다. “식구들은 태어나기 전에 아기를 죽이는 게 낫다고 했어요. 그래서 집을 도망쳐 나온 거예요. 얘는 제 아기예요. 아무도 아기를 죽일 수 없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거부하는 생명에 대한 사랑을 나는 그 소녀한테서 보았다.
“제 대신 제 아기를 돌보아 주세요, 네?” 소녀가 힘없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래, 약속하마.” 나는 소녀와 이기를 품에 안고 말했다.
“너희 둘 다 이젠 안전하다.” 그때 소녀가 마지막 숨을 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소녀와 아기를 안고 오랫동안 거기에 앉아 있었다. 소녀가 아기가 죽어서 나온 줄도 몰랐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울음이 치밀어 올랐다. 생명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 소녀처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린 엄마와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들을 축복해 주었다.
“너희는 생명으로 일치하였고, 이제는 사랑 안에서 영원히 살기 위해 죽음으로써 일치했다.”
나는 그들의 사랑을 보물처럼 귀하게 여기며 오랫동안 그들을 안고 있었다.
“야고보, 요한 이리 와 주지 않겠느냐?” 나를 따라왔다가 근처에 숨어 있던 큰 야고보와 요한을 불렀다. 그들은 나무 두에서 나왔는데, 눈 앞에 놓인 정경을 보고는 울기 시작했다.
내가 “이들 모자를 묻는 것을 도와야겠다”라고 하자 큰 야고보는 무릎까지 꿇고 통곡을 했다.
“저렇게 예쁜 아이들인데…” 하며 큰 야고보가 알을 잇지 못했다. 요한이 큰 아고보의 어깨를 잡고 진정시키다가 같이 울었다.
얼마 후, 소녀와 아이의 시신을 함께 짐을 모아서, 우리가 파놓은 무덤 안에 넣었다. 그리고 아버지께 그들을 보살펴 달라고 기도하면서 흙을 덮었다. 침묵을 지키며 사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한이 입을 열었다.
“같은 식구끼리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요?”
“그 가족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잊어 버렸기 때문이다.” 내 대답을 끝으로 우리는 야영지로 돌아갈 때까지 다시 침묵을 지키며 이 일에 대해 묵상하였다.
예수님 +++ 1997년 1월 4일
나는 말없이 앉아서 음식을 입에 대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요한과 큰 야고보는 음식을 아예 입에 대지도 않고 그냥 앉아 있었다. 다른 제자들은 우리가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눈치 채고는, 흘끔흘끔 쳐다보기만 할 뿐 가만히 있었다. 얼마가 지나서야 유다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왜들 이렇게 조용한 거야? 누가 죽기라도 했어요?”
유다의 말에 큰 야고보가 울음을 터뜨렸다. 유다가 황당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내가 뭐 말을 잘못하기라도 했나?”
“모두 조용히 앉아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하고 내가 말했다.
장차 죽임을 당할 태아들의 고통을 느끼고, 그 태아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거기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허용한 죄에 눈이 어두워져, 죄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장래를 파괴하는 것을 보고 악마가 웃어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큰 야고보가 슬픈 곡조의 노래를 부르며, 죽은 소녀와 아기를 보살펴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소녀와 아기뿐 아니라, 그 가정의 사랑을 죽여버린 소녀의 부모와 형제 자매들도 생각했다.
큰 야고보가 노래를 끝냈을 때, 내가 무거운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혈육인 자식들을 잔인하게 다루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식을 없애버려도 되는 귀찮은 짐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너무도 뻔뻔스럽게 죄를 짓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들은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어야 한다고 제멋대로 결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자기를 방어할 수 없는 태아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들은 얼마나 쉽게 죄를 받아 들이는지… 너무나 뻔뻔스럽고, 명백하게 죄를 짓고서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길 것이다.”
나는 거기 앉아서, 내가 태어났을 때 헤로데 왕이 죽인 아이들을 생각했다. 아이들을 전부 죽였다는 보고를 헤로데 왕이 들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헤로데 왕을 악한 자로 생각하면서도, 자기 태아를 죽인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짐을 덜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죄의 악습이 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하느님을 신뢰하면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선물을 귀중히 여기는 착한 사람들이 지닌 사랑을 보았는데, 그 사랑도 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을 보았다. 언젠가, 나의 사랑을 받아들여 모든 사람이 생명의 선물을 귀중하게 여기는 그 날이 올 것을 나는 보고 있었다.
깊은 상념에서 깨어나 보니 벌써 저녁이었다. 베드로는 요한한테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해 듣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주님, 세상의 모든 가정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힘을 얻도록 오늘 밤에 금식하며 기도를 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 베드로 좋은 생각이다.” 베드로에게 대답을 하면서, 아버지께 기도드릴 생각으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뭐라고? 또 안 먹는다고?” 유다는화가 난 듯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보게, 이번에 하는 금식 기도 역시 좋은 희생이 될 걸세.” 하고 베드로가 유다를 위로했다.
안드레아도 거들었다. “유다, 하느님께 희생을 많이 바칠수록, 더 큰 소상을 받게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나!” 유다는 안드레아가 한 말에는 관심도 없었고, 오직 끼니를 굶어야 한다는 것과, 어쩔 수 없이 금식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만 주의를 빼앗기고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슬픈 목소리로 유다가 대답했다.
우리는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가끔씩 시편도 노래하면서 밤을 새워 기도 드렸다. 기도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에 기쁨을 차오르게 했다. 마침내 해가 떠오르자 햇살이 어두움을 부수고 내리 비쳤다. 그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내 아들아, 너는 새벽의 태양처럼 떠올라서 사람들을 에워싸고 있는 어두움을 부술 것이다.”
기도가 끝났을 때 마태오가 말했다. “주님, 보셨는지요! 너무나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해돋이였습니다.”
“그렇구나, 마태오. 저 해돋이는 가장 영광스럽게 떠오를 아들을 생각나게 한다.”
“네, 주님.”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마태오가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갑자기 요란하게 코고는 소리가 들려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는데, 바르톨로메오가 다시 잠이 든 것이었다.
“얼마간 쉬어야 할 것 같다.” 나는 바르톨로메오를 쳐다보고 미소를 지었다. 모두들 고단해 하고 있었다.
“제가 식사를 준비할까요?” 유다가 물었다. 보통 때는 그렇게 솔선하는 일이 없었던 유다였기에, 어지간히 배가 고팠던 것 같았다.
“고마운 일이구나. 그러면 우리는 좀 쉬고 있으마.” 나는 유다에게 우정 어린 미소를 지어 주면서 말했다. 유다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스쳐갔다. 유다는 오늘도 못 먹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육신부터 먼저 챙기는 이러한 생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타락하게 되는 것을 생각하며, 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유다를 쳐다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와 바르톨로메오만 모닥불 가에 남아 있었다. 바르톨로메오가 뒤따라 일어나면서 기지개를 켰다.
“아, 잠 한 번 잘 잤네. 그런데 주님,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딜 갔습니까?”
“우리가 찾아 봐야겠다.”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 내가 말했다.
언덕 위로 올라가면서 바르톨로메오가 말했다.
“주님, 제가 꿈을 꿨는데 천사들이 주님을 둘러싸고 있었고, 천사들의 팔에는 아기들이 안겨져 있었습니다. 천사들과 아기들은 천국에서 지상의 여러 가정을 내려다보며 울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각 가정 위에 떨어지자 그 가족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그들 인생에서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던 것을 깨닫고 우는 것 같았습니다. 그 가정들 중 일부를 악마들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천사들과 아기들이 흘리는 눈물이 그 가정에 떨어지지 못하도록 덮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눈물에 젖지 않으려고 악마의 품 안으로 피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어머니께서 아기이신 주님을 품에 안고 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님께서는 금색 빛으로 둘러싸였는데, 그 빛이 세상을 내리 비치고 있었습니다. 그 빛이 악마들에게 비춰지자 악마들은 놀라서 황급히 도망을 갔습니다. 악마들이 도망을 가면서 사람들을 잠아 갔는데, 잡혀가는 사람들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어두움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주님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는데, 주님께서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를 베풀어 주노라.’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주님 어머니께서 각 가정의 품에 안겨 주시며 ‘너희 아이들한테서 내 아들 예수를 보아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꿈이 끝났는데, 이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네가 꾼 꿈은, 생명 자체에 대한 꿈이었다. 그 꿈은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고귀함을 깨닫지 못하고, 생명을 하잘것없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유인하는 악마에 의해 눈이 멀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알 날이 올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생명에 대해 범한 죄를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생명에 관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할 것이며, 진리를 피하기 위해 죄악 속으로 더 깊이 빠져 들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너의 꿈은 죄가 죄인들을 어디로 끌고 가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네 꿈이 알려주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모든 사람이 창조되는 그 순간부터 내가 그 사람의 가슴 속에 있다는 것과, 너희는 사람을 대할 때마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여 항상 그와 같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희가 각 사람을 대하는 것이 바로 나를 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잘못을 알고 용서를 비는 사람들을 내가 용서해 준다는 것도 알려주고 있다. 어머니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받아들이고, 나의 가정 안에서 하나가 되라고 말씀하고 계신다는 것도 알려주고 있다.” 나는 바르톨로메오에게 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꿈 안에 참으로 많은 뜻이 들어 있군요.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바르톨로메오가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 꿈을 이해하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이다.”
“기도하겠습니다, 주님. 기도하겠습니다” 내가 설명한 꿈의 뜻을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대답했다.
우리는 그 어린 엄마와 아기가 묻혀있는 곳에 도착했다. 베드로가 무덤에서 기도를 선창하며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었다. 유다를 포함해 모두가 슬픈 표정이었다. 나를 보자 제자들이 기도를 멈추었는데, 유다가 나서며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겁니까?”
“사람들이 이렇게 무서운 일이 일어나게 하는 죄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주님, 그 소녀는 아직 어린데, 가족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자기 딸이고, 자기 동생인데 말입니다.” 큰 야고보는 전날 보고 들은 것을 생각하며 슬프게 울었다.
“눈이 멀어서 보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답했다.
유다는 무덤 주위에 작은 돌들을 갖다 놓고, 야생 꽃들을 꺾어와서 돌 위에 놓으며 말했다.
“저 애가 이곳에서 너무 외로울 것 같습니다.”
“그 소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아기랑 함께 있고, 언젠가는 나와 함께 있게 될 것이다. 이 두 아이들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간 것을 축하하자.” 하면서 나는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의 영광에 대한 시편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우리는 야영지로 돌아가기 위해 그곳을 떠났는데, 유다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유다야, 너는 안 돌아갈 테냐?” 유다가 어떤 대답을 할지 알면서도 내가 물었다.
“예, 주님. 저는 여기 조금 더 있으면서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유다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정말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알고 있다. 유다. 너는 여기서 더 있고 싶은 만큼 오래 있다고 오거라.” 나는 평서에는 숨겨져 있어서 볼 수 없었던 사랑을 유다의 가슴에서 보았다. 우리는 침묵 가운데 언덕을 내려오면서 심하게 흐느끼는 유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유다가 왜 저렇게 괴로워합니까? 그 사람답지 않은데요.” 시몬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다도 사랑을 혹 싶어한다. 오늘 유다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유다가 내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으며, 자기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생각했다. 유다의 가슴 속에는 모든 어머니들을 위한 자리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가슴 속에 교만도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저녁 늦게 유다가 돌아왔을 때는 대부분의 제자들이 잠들어 있었다.
“괜찮니, 유다야?” 다정하게 내가 물었다.
“네, 주님. 이젠 다 나았습니다. 제가 주님을 곤란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나를 곤란하게 하다니, 네가 보여준 사랑은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아, 그랬나요?” 하면서 유다는 먹을 것을 가지러 갔다. 유다가 쪼그리고 앉아서 혼자 먹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하고 의기소침해 보여서 내 마음이 아팠다. 그때까지 자지 않고 있던 베드로가 유다 곁으로 가서 말을 붙였다.
“나하고 이야기나 좀 하세.”
유다는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베드로를 쳐다보며 지친 듯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할 이야기가 없네.”
베드로는 침묵을 지키며 유다 곁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그런 베드로의 모습은 ‘내가 여기 있으니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싶으면 하게나.’ 하고 무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 가득 사랑을 느끼며 나는 평화롭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 보니, 베드로와 유다는 전날 밤에 둘이 앉아 있던 그 자리에서 자고 있었다. 유다는 아기처럼 자기 담요와 베드로의 담요를 혼자서 돌돌 말아 감은 채 자고 있었고, 베드로는 아무것도 덮지 않은 채 자고 있었다.
베드로에게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고, 외롭게 고독한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싶어 하는 사랑의 반석, 신앙의 반석 그리고 나의 신임을 받을 그 반석을 보았다. 성질이 급한 어부가 온 세상에 신앙을 보여주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을 보여 주는 사랑의 반석인 베드로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열두 사도를 제외한 제자들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동네로 갔다. 그들은 호수 가까운 곳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몇몇은 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제자들은 우리에게 달려와서, 이틀 동안 우리가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왔으며, 그들 가운데 어떤 병자들은 치유했고, 어떤 병자들은 치유를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자들은 왜 모든 병자들을 치유할 수 없었는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조금이라도 의심을 한 적이 있느냐?” 하고 내가 물었다.
많은 제자들이 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네, 어떤 때는…”
“그것이 바로 치유를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너희가 품은 의심은 너희와 나 사이에 장막이 된다. 그러나 어떤 때는, 하느님께서 치유를 원치 않으실 때도 있다. 하느님께서 보실 때, 마음이 순결하고 병 때문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사람을 치유함으로써, 그 순결한 마음이 변하게 될 것을 아시는 경우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병으로 인해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하느님께서 환자의 병을 그대로 남겨 둠으로써, 그 병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 수 있는 기회가 되게 하시고, 그것을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올 수 있게 하신다. 병은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주시는 은혜가 될 수 있으며, 사랑으로 나아갈 수도 있게 해 준다.”
많은 제자들이 알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몇몇은 여전히 이해를 못하는 표정이라서, 설명을 더 해 주었다.
“너희들은 내 이름으로 치유를 할 때, 성공을 할 것인지 혹은 실패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염려를 하지 말아라.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기만 하며, 너희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가 그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라. 그것이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옆에서 진지하게 듣고 있던 토마스가 말했다. “우리 마음에서 의심을 들어내 주시도록 기도하자.”
토마스의 말은 나를 기쁘게 했다. 기도를 하면서 우리는 일치를 이루었고, 제자들의 사랑 속에서 나는 기쁨을 느꼈다. 우리가 기도를 끝냈을 즈음에 군중이 몰려와서 웅성거렸다. “여기 계신다. 예수님이시다!” 군중은 점점 더 불어나, 호숫가 기슭은 발을 디딜 자리가 없게 되었다.
내가 작은 배를 가리키며 베드로에게 말했다. “내가 저 배에 올라갈 수 있는지 물어 보아라.”
줄에 매어진 작은 배가 호수에 떠 있었는데, 어부 한 사람이 배 안에 앉아서 생선을 씻고 있었다.
잠시 후에 베드로가 돌아와서 말했다. “생선 냄새를 마다하지 않으신다면 괜찮다고 했습니다. 저는 생선 냄새가 오히려 좋거든요.” 베드로는 고기잡이하던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배로 가서 어부에게 인사를 했다. “고맙소. 오래 있진 않겠소.”
“얼마든지 계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일을 다 끝냈으니, 맘대로 배를 쓰십시오.” 그는 대부분의 어부들이 그런 것처럼 친근하고 진실하게 말했다.
배에서 내리려고 하는 어부를 만류하며 내가 말했다. “원한다면 여기 같이 있어도 됩니다.”
“저도 여기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호숫가로 가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을 사양하였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다음, 배에 올라서서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 모인 분들 중에 내 말을 듣기 위해 오신 분들은 몇 분이나 되십니까? 그리고 치유를 받기 위해 오신 분들은 몇 분이나 되십니까?”
사람들은 일제히 합창하듯 “저요.” “저요!” 하고 대답했다.
“과연 여러분 중에 몇 분이나, 하느님을 더 가깝게 알기 위해 이곳에 오셨습니까? 그러나 무엇을 위해 여기 왔든지 상관 없습니다. 여러분은 내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찾을 것이고, 그 말씀이 여러분을 치유해 주고, 하느님의 사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평화와, 기쁨과, 사랑을 되찾게 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열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 열망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 여기 왔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용서를 가져다 주기 위해 온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이유로 여기에 왔든지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무엇이든지 사랑으로 구하기만 한다면, 나에게서 그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침묵 속에서도, 군중의 기대와 흥분이 고조되었고, 나의 말도 계속되었다. “치유 받고 싶으면 하느님께 치유를 청하십시오. 용서받고 싶으면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십시오. 사랑 받고 싶으면 하느님께 사랑을 청하십시오. 모든 좋은 것과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을 찾으십시오.”
내가 배에서 내려 호숫가로 걸어가자 군중들은 여느 때와 같이 외쳤다. “선생님, 치유해 주십시오. 선생님, 제게 손을 대 주십시오!”
베드로와 제자들이 사람들을 잘 다스려서 소동을 일으키지 않고 질서 정연하게 내 앞으로 오게 했다. 나는 베드로에게 지시를 했다. “사람들이 많으니, 열두 사도들이 나를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
잠시 후 사도들이 내 곁에 모였다. 나는 양손을 들어 내 치유의 힘, 하느님께서 주시는 치유의 힘이 그들에게 내리도록 강복했다. 치유를 시작한 지 거의 네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는데, 많은 사람들의 병이 나았다. 나는 심한 피로를 느꼈다. 베드로를 불러서 쉬어야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유다가 불쑥 끼어들었다. “주님, 오늘 모인 사람들이 너그럽게 헌금을 했기 때문에, 방을 빌려도 되겠습니다.”
나는 유다가 아무한테도 기도를 해 주지 않고, 돈을 모으는 데만 바빴던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 주는 것보다 돈이 더 우선이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는 배에 가서 좀 자야겠다.” 내 말을 듣고 유다가 몹시 실망했지만, 옆에 있던 베드로는 나에게 동조를 했다.
“괜찮으시다면 주님, 저도 가겠습니다.”
“괜찮고 말고, 베드로. 같이 가자.”
우리가 배에 도착했을 때 그 어부는 배 안에 앉아 있었다.
“우리가 배에서 잠을 자도 되겠습니까?” 베드로가 물었다.
“그럼요. 얼마든지 주무십시오. 그런데 저는 아침 일찍 고기잡이하러 떠나야 합니다.” 그 어부는 흔쾌히 허락했다.
고기잡이를 하고 싶어 하는 간절한 열망을 베드로의 눈에서 보았기 때문에 어부에게 청을 했다. “내일 나의 제자와 같이 고기잡이를 가면 어떻겠소?”
“저 분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같이 가겠습니다. 나를 도와주면 더욱 좋고요.”
어부가 승낙하자 베드로가 흥분해서 말했다. “그럼요. 기꺼이 도와드리고 말구요.”
어부가 배를 떠나기 전에 말했다. “오늘은 내가 고기를 많이 낚았고, 내일은 당신이 많이 낚을 것이오.” 그 어부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아침에 베드로와 어부가 고기잡이하러 배를 타고 떠난 뒤, 나는 기도를 하면서 호숫가를 거닐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데, 내 앞에 나타나신 아버지의 모습이 물 위에 반사되어 비쳤다. 물결이 호숫가로 밀려올 때마다 아버지께서 주시는 사랑의 물결이 나에게 밀려오는 듯 했다.
멀리서 베드로와 어부가 그물을 당겨 올리는 것이 보였고, 가득 잡힌 고기로 그물이 터질 듯 했다. 장차 베드로가 내 사랑의 그물로 얼마나 많은 영혼들을 낚을 것인지를 생각하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 마태오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와서 물었다.
“주님, 잠깐 동안 주님과 걸어도 되겠습니까?”
“그럼, 좋고 말고,” 반갑게 내가 대답했다.
“주님, 어젯밤을 아주 뒤숭숭하게 지냈습니다. 거의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마태오가 무거운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
“무엇 때문에 잠을 못 잤느냐?” 마태오가 무슨 말을 할지 알면서도 나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주님, 유다가 돈을 따로 갈라놓더니 여기서 멀지 않는 곳에 묻는 것을 보았습니다. 유다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일로 걱정하지 말아라. 그렇게 걱정을 하다 보면, 그것이 네 기도를 산만하게 하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약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없어지게 한다. 바로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죄가 다른 사람을 파괴하면서 퍼져나가는 것이다. 죄를 짓는 사람이 악의 사슬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사랑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
죄인을 위해 기도해 주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라. 그리고 그들을 결코 비난하지 말아라. 그렇게 하면 죄가 너를 얽매지 못할 것이고, 하느님 안에서의 네 생활을 방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맞습니다, 주님. 그 일이 제 마음을 얼마나 산만하게 하고, 분노와 비난하는 마음을 일으켰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남의 나쁜 행동을 보면서도 분노와 비난하는 마음을 안 가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남이 나쁘게 행동한다고 해서, 너도 똑같이 행동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악마의 함정이다. 사랑하고, 용서해 주고, 이해해 주어라. 그리고 그 사람이 자기 죄를 알고, 그 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온갖 방법을 다해서라도 도와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계속해서 조를 짓고, 통회할 기미도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온갖 방법을 다 해서 유다를 도와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며 마태오가 물었다.
“그래도 그에게 등을 돌리지 말고, 그가 짓는 죄에만 등을 돌려라. 그들도 너와 똑같이 하느님이 자녀임을 기억하고, 계속해서 도와 주도록 하여라.”
“하지만 어떤 사람은 끝내 듣지를 않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자유로 선택하는 것이다. 네가 그들을 도와 주거나 도와 주지 않거나 하는 것이 너의 자유인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옳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고 해서, 너도 옳지 않은 것을 선택해야 하겠느냐? 네가 계속해서 옳게 행동한다면, 언젠가 그 사람이 네 행동을 의식하고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 사람을 변화시켜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그에게 계속해서 사랑과 용서를 베푸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너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주님, 그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마태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니다. 그러나 오직 그 길만이 천국으로 가는 길임을 명심하여라.”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걸었는데 마태오가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그는 스스로 죄의 대가인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죄의 대가는 영원한 고통이고, 사랑의 대가는 영원한 생명이다.” 그때 나는 죄 속에 살면서 통회하지 않고, 사랑과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받아야 할 고통을 보았다. 그리고 죄를 지었으나, 통회하고 용서를 구하여, 천국에서 영원한 생명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았다.
내가 마태오에게 말했다. “항상 사랑하고 용서하여라.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들을 도와 주어라. 그렇게 하면 영혼들을 영원한 고통에서 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후에, 베드로가 어부와 함께 돌아왔다. 배가 호숫가에 닿기도 전에 배에서 뛰어내린 어부가 나에게 달려왔다. 어부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이렇게 고기를 많이 잡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늘 제가 고기를 많이 낚을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맞았습니다. 어떻게 그걸 아셨습니까?”
“그냥 알았소.” 그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주님, 고기잡이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뒤따라온 베드로도 무척 즐거워 보였다.
어부는 자기 배로 가서 고기를 한 들통 가득히 들고 와서 나에게 권했다. “여기 이것을 받으십시오. 맛있는 식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베드로와 함께 배로 가서 고기를 들통에 담기 시작했다. 베드로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기뻤다. 그리고 어부가 베드로와 함께 즐겁게 일하는 것을 보니 더욱 기뻤다.
큰 야고보와 요한이 와서 들통을 받으며 말했다. “무겁습니다. 저희가 들겠습니다, 주님.”
나는 요리를 하는 곳까지 야고보와 요한을 따라가서 말했다. “뜨끈한 생선요리를 먹으면 좋겠구나.”
옆에 있던 안드레아가 말했다. “제가 요리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여기 앉으셔서 좀 쉬십시오.”
잠시 후 나는, 입 안에서 슬슬 녹듯이 맛있는 싱싱한 생선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배불리 먹은 후에 잠시 누웠다가 잠이 들었는데, 나를 보러 몰려온 군중들이 설교를 해 달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잠이 깼다. 나는 들통을 엎고 그 위에 올라선 다음, 두 손을 올려 웅성거리는 군중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했다. 웅성거림이 차츰 가라앉고 종용해진 다음,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제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받았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치유의 힘에는 한도가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청하더라도, 치유의 힘은 부족함 없이 언제나 넘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힘은 영원하고, 하느님의 힘은 끝이 없으며, 하느님의 힘은 사랑입니다. 가슴을 열고 진실되고 겸손한 사랑으로 청하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청을 들어 주실 것입니다.”
“나았습니다. 눈이 보입니다.!” 갑자기 한 눈 먼 사람이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면서 그 사람은 계속해서 외쳤다. “선생님께서 하라시는 대로 하느님께 청했더니 이제 볼 수 있습니다. 찬미 받으소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때 다리를 절던 한 여인도 소리를 질렀다. “내 다리, 내 다리를 보십시오. 똑바로 펴졌습니다. 똑바로 걸울 수 있어요. 날 좀 보십시오! 찬미 하느님, 찬미 하느님!” 그녀는 기쁨에 겨워 빙글빙글 돌면서 하느님을 찬미했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치유를 받은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며, 나에게 감사했다. 날이 어두워져서 사람들이 서서히 떠나기 시작했을 때 필립보가 와서 말했다. “주님, 주님께서 손도 안 대셨는데, 사람들이 다 나았습니다!”
“그들이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치유해 주실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믿음이 강했던가 봅니다, 주님!”
“그들의 믿음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어떤 때는 약하다가, 어떤 때는 강하다가 하는 믿음이다. 다른 때와 오늘이 달랐던 것은 그들이 마음을 열고, 하느님께서 그들을 당신 사랑으로 채우시도록 진심으로 기도했다는 데에 있다.
오늘 치유된 사람들 중에 하느님께 어떤 것을 요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마음을 열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한 것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만 한다면 이 세상은 고통과 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듣고 필립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생각에 빠져들었다.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주님?” 베드로와 큰 야고보가 곁으로 와서 물었다.
“피곤하지 않다. 회당에 잠깐 들렸으면 좋겠구나.” 나는 제자 셋과 함께 기도하러 회당으로 갔고, 나머지 제자들은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예수님 +++ 1997년 1월 7일
조용한 회당 안에는, 혼자서 기도하거나 성서를 읽고 있는 사람이 몇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나의 마음을 열었다. 내가 마음을 열자, 회당 안에서 바치고 있는 모든 기도를 느끼고 들을 수 있었다. 사랑과 희망과 절망을 보았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몇 개의 등잔과 촛불만 켜져 있는 회당 안은 어두웠는데, 회당 한 켠에 한 남자가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앉아 있었다. 그는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기도에 푹 빠진 채, 용서와 도움을 청하면서 하느님께 빌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 곁으로 가서 자리에 앉으며 조용하게 속삭였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용서해 주시고, 도와 주시겠다고 하시오.”
그는 깜짝 놀라서 흔드는 것을 멈추고는 나를 쳐다 보았다.
“무슨 말씀이시오? 내가 하느님께 청하는 것을 당신이 어떻게 아시오?”
“때로는 삶이 막바지에 몰린 것 같은 상태에서,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지 회의가 들 때가 있소. 그런 경우, 사람들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과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런 죄를 범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사진을 무가치하고 저속하다고 여기실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자격도 없는 존재로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이오.” 나는 그에게 가능한 한 친절하게 말해주려고 애썼다.
“나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오?” 그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내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자 그 사람이 따라 나왔다.
베드로 앞을 지나치는데, 베드로가 ‘별일 없는 거지요?’ 하고 확인이라도 하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하며 미소를 지어 주자, 베드로는 자리에 도로 앉았다.
바깥에 나오자 그 사람이 공손하게 다시 물었다. “제 생각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나는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소. 당신이 어떻게 죄를 지었으며, 죄지은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도 알고 있소. 나는 술에 잔뜩 취해 있는 한 사람을 알고 있소. 술을 너무도 좋아하는 그는, 술에 취해서 저지르는 죄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에, 술을 끊고 싶지만, 술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는, 자신이 술에 취하며 화를 내면서 난폭해지고 심한 욕설을 하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소. 그는 여자들을 물건처럼 다루면서 심지어는 자기 딸까지도 그렇게 다루었다는 것과, 자기 맘대로 하기 위해 부인한테 폭력까지 휘둘렀다는 것도 알고 있소.
그는 자기 딸을 임신시키게 되자, 그 죄를 감추기 위해 딸의 뱃속에 있는 태아를 죽이고 싶어 했소. 딸이 말을 듣지 않자, 뱃속의 아이를 죽이려고 자기 딸을 모질게 구타했고, 그 딸은 태아를 살리기 위해 집에서 도망쳤소. 그리고 이제서야 그는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닫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면서 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는 수치심으로 울그락 불그락해진 얼굴을 들지 못한 채, “저.. 저는…” 하고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소. 그렇소, 당신은 지금까지 큰 죄인이었소. 죄의 사슬에 얽매여 있었고, 술에 유혹되어 자신을 가장 비참한 상태로까지 몰고 갔소. 하느님과 사람을 모독하였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학대하였소.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소.” 내 말을 들으면서, 그는 통곡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무릎을 꿇고 내게 호소하였다. “하느님께서 저 같은 인간을 어떻게 용서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 짓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오, 맙소사. 내 딸아! 불쌍한 내 딸아. 하느님,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용서하실 수 있소. 하느님의 자비하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오. 진심을 갖고, 사랑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어떤 죄라도 용서해 주실 것이오. 이제 당신은 통회하고, 용서받고,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오. 이제부터 삶이 어떻게 되느냐는 당신한테 달려 있소. 당신은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고 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소. 당신이 지은 죄를 진심으로 통회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었는지도 알고 있으며, 그것을 후회하고 있소.
이것이 바로 시작인 것이오. 이제 당신의 삶을 바꾸시오. 하루하루를 보속으로서 하느님께 바치시오.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말고,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하느님의 계명을 따라 살아가시오. 상처를 입힌 사람들을 찾아가서 용서를 비시오. 정말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다시는 고통을 주지 않겠다고 하시오. 날마다 자신을 성찰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자신의 약점과 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시오.”
그 사람은 한층 더 슬피 울었는데, 일그러진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제 땅에게는 잘못했다는 말을 어떻게 합니까? 집을 나가서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당신의 딸과, 당신의 아기이기도 한 딸의 태아는 이제 평화롭게 쉬고 있소.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기쁨으로 가는 마지막 발걸음을 걸었소.”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내가 말했다.
“죽었습니까? 그 아이들이 죽었단 말입니까?”
그가 소리를 질렀다.
“죽었소.”
“안돼, 제발 안돼. 오, 하느님!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땅바닥을 구르며 통곡을 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용서해 주었소. 이제 착하게 살면서 나머지 가족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오.”
“우리 딸이…” 그는 절망적으로 계속 울었다.
“딸은 이제 평화 가운데 있고, 아버지를 용서해 주었소. 하느님의 용서를 받아들이고, 딸의 용서를 받아들이시오. 그리고 남은 여생 동안, 지은 죄에 대해 보속을 하며 살아 가시오.”
“어떻게… 제가 어떻게… 그런 죄를 지은 제가 어떻게? 나의 착한 딸아.. 하느님,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빌었다.
“하느님께서 용서를 베풀어 주셨으니, 이제부터 하느님을 사랑하며 착하게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시오.”
그가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있는데 그의 아내가 다른 딸과 함께 남편을 찾아 다니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달려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남편을 붙들어 일으키며 물었다.
“우리 딸이 죽었소. 뱃속의 아기도 함께 말이오.” 그가 울부짖었다. 그의 아내는 기절을 한 듯 땅에 쓰러지더니, 잠시 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는 딸과 함께 통곡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살아 있을 때는 딸을 그토록 잔인하게 학대하다가, 죽은 뒤에야 딸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군요. 본인들뿐 아니라, 죽은 딸을 위해서도 이제부터 착하게 살아야 할 것이오. 그리고 잘못을 깨달아 통회하고,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용서를 받아들이시오.”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딸을 죽였습니다.” 라고 소리치면서,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자기 가슴을 찌르려 하였다. “제가 지은 죄를 제가 갚아야만 합니다.”
“안 돼요, 여보, 제발. 오 불쌍한 사람!”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아버지!”
그는 결심이 선 표정을 하고는 비장하게 말했다.
“내 죄를 꼭 갚아야만 한다!”
칼로 가슴을 막 찌르려 할 찰나에, 내가 거의 눈 속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하는 짓은 지은 죄를 갚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당신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고통만 더 안겨 줄 뿐이오.”
그는 칼을 힘없이 내렸다. 울며 애원하는 아내와 딸을 쳐다보던 그는 고개를 떨구고 칼을 땅에 떨어뜨렸다.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고통만 더 줄 뿐입니다. 제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겠습니다. 남은 여생을 길 잃고 헤매는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겠습니다. 길 잃은 아이를 볼 때마다 제 딸과 그 아기를 생각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며 따르겠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을 보속으로 하느님께 바치겠습니다.”
그리고는 아내와 딸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동안 내가 너무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소.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소?” 두 모녀는 달려가서 그를 끌어안고 땅바닥에 앉아 함께 울었다.
“약속을 지키고, 영혼도 잘 지키시오.” 내가 말하자, 그는 나를 올려다보며 맹세했다.
“지키고 말구요. 약속합니다, 꼭 지키겠습니다!” 나는 그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을 알았다.
그때 회당에서 나온 제자들은 눈 앞에 보이는 정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이곳의 치유가 끝났으니, 내일은 이 마을을 떠나야겠다.” 우리는 슬픔에 젖은 그 남자와, 그의 가족이 새 생활을 시작하기를 기원하면서, 호숫가로 돌아갔다.
예수님 +++ 1997년 1월 8일
아침이 되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날 베드로와 함께 고기를 잡던 어부가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께서 호수 건너편 쪽으로 가실 계획이라면 제가 모셔다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소.”
“어제 선생님의 제자가 고기잡이하는 일을 그렇게 많이 도와 주었는데 이 정도 쯤이야 해 드려야지요.”
“우리 일행이 수가 많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제 배는 한번에 15명 정도를 태울 수 있으니까, 두 번 왕복한 다음,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배를 한 척 얻어서 태우고 가면 될 것입니다.” 그 어부는 우리를 돕는 일에 열성을 보이며 대답했다.
나는 호수 건너편을 잠깐 바라보고 나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소.”
잠시 후 나는 열두 사도와 함께 마티아와, 저스터스를 데리고 배를 탔다.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어부를 도와서 배를 몰고 가며 아주 즐거워했다.
호수 건너편 마을까지 가는 데에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나는 나머지 제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떠나려는 어부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의 밝고 성실한 마음씨를 보면서 나는 많은 기쁨을 얻었소.”
“아닙니다. 기쁨은 제가 얻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정말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맏 제자와 고기잡이를 하면서 서로 친구가 되었고, 생전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고기를 잡아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저희 동네에 오신 것이 저한테는 축복이었습니다.”
어부의 말이 진심인 것을 나는 알았다. 하느님의 사랑이 그의 가슴을 밝게 비추고 있기에,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서 상쾌한 바람 같은 천진함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유다를 불렀다.
“유다야, 우리가 호수를 건너올 수 있게 해 준 이 고마운 분에게 돈을 좀 드려야겠다. 그리고, 도와 준 그의 친구들에게도 드렸으면 좋겠다.”
“얼마면 되겠소?” 유다가 어부에게 물었다.
“돈은 안 주셔도 됩니다. 제가 좋아서 한걸요.” 어부의 말에 유다는 금방 인상이 풀어졌는데, 내가 어부에게 다시 권했다.
“우리한테 베풀어 준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서 주는 나의 선물이니 받아 주시오.”
“저는 벌써 많이 받았습니다. 더 이상 받을 수 없습니다.” 어부가 사양하였다.
“아무리 많은 것을 주었다 해도, 나에게는 나누어 줄 것이 항상 더 많이 있소.” 내 말을 듣고 어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유다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돈을 받아서 부인하고 딸들한테 내가 주는 작은 선물을 사 주시오.” 나의 권유가 거듭되자, 유다가 마지못해 그 어부의 손에 돈을 쥐어 주었다.
“그런데 제게 아내와 딸들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돈을 받고 몸 둘 바를 몰라 하던 어부가 물었다.
“알고 있소. 당신이 오늘 집에 돌아가면, 막내딸의 병이 나아 있을 것도 알고 있소.”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어젯밤에 막내가 아팠습니다. 벌레한테 물렸는데, 오늘 아침에는 열이 심했습니다.” 놀란 얼굴을 하고 어부가 말했다.
“알고 있소. 식구들 모두 사람이 넘치는 사람들이라서 하느님의 기쁨이 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소.”
“감사합니다, 주님!” 어부는 행복이 가득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배를 저어 떠나갔다. 베드로가 호숫가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배를 바라보며 베드로가 말했다.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 성실한 사람이다. 평범한 생활 속에서 진실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하느님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습니다. 하느님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좋은 사람일 수 있습니까?” 항의하듯 유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끼어들었다.
나는 유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사람은 집에 있을 때 가족과 함께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한다. 그는 안식일을 지키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너는 그 사람이 기도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기도를 안 하거나,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남들이 보는 데서 자기 신상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착하고 거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떻게 살아 가고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하느님과 가까운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자기가 거룩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사람 중에는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교만이 가득하여 남을 잘 비난하고, 용서할 줄 모른다. 거룩하다는 것은 사람이 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느님께서만 판단하실 수 있는 것이다.”
베드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같이 하는 시간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졌거든요.”
유다가 베드로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돈주머니를 코트 속에 집어넣고 가버렸다.
“베드로야,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게 되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게 되면, 그것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기억하여, 앞으로는 너의 그 느낌을 따르도록 하여라.” 장차 베드로가 할 일을 생각하며, 하나의 지침으로 삼으라고 말해 주었다.
베드로와 나는 기도할 회당을 찾으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 시장이 있기 때문에 이웃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마을에는 로마군 수비대도 주둔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에서 로마군이 무리를 지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거리 한 편에서 유다인 여자들이 로마군들과 어울리고 있었는데, 군인들에게 온갖 추파를 던지며 유혹하고 있었다.
“저 여자들이 어쩌면 저럴 수가 있습니까?” 베드로는 유다인 여자들의 저속한 행동이 역겹다는 듯이 말했다.
“저 여자들의 행동이, 로마의 권력에 굽실거리며 아부하는 대사제들의 처신과 다른 점이 무엇이겠느냐?”
“하긴 다를 게 없지요.” 하고 베드로는 말했지만, 유다인 여자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을 여전히 못마땅해 했다.
“때로는 권력이 사람들을 유인한다. 저 여자들도 그렇게 유인을 당한 것이다. 저 여자들이 로마 군인들한테 끌리는 이유는, 로마인들이 마을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 여자들은 저렇게 함으로써 특별대우를 받고 보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하는 행동도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종교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달라 보이는 것이다. 저 여자들처럼, 대사제들은 로마의 권력 앞에 창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가 저 여자들을 거부한다면, 사제들 역시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베드로는 내가 한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주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모든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하라고 내가 말하더냐? 그와 같이 해야 한다. 그들이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범한 죄를 통회하고, 용서를 빌 수 있도록 기도해 주어라. 그리고 네가 그들을 용서해 줄 수 있도록 기도하여라. 남을 용서하지 못하면, 네 마음 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막는 장벽을 세우게 된다.”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님.” 베드로가 진심으로 말했다.
“바로 그것이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다. 노력하는 것, 그것뿐이다.”
나는 베드로와 용서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회당을 찾아 다녔다.
회당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 라삐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모세가 사람들을 이끌고 사막을 건너갈 때,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내 주셨습니다. 배가 고플 때는 음식을, 목이 마를 때는 물을, 고단할 때는 쉴 곳을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랑하신다는 것과, 그들과 함께 계신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들이 하느님께 등을 돌리고 거짓 신들과 우상을 숭배했을 때도, 그들을 용서해 주시며 사랑해 주셨습니다.
오늘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당신께 등을 돌린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사람의 뜻을 받아들이고 있고, 하느님을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고, 하느님 안에 기쁨을 찾기보다는 세상의 쾌락만 찾고 있는 것을 아십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막에서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사랑과 용서를 지금도 베풀어 주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영적인 사막에서 살고 있는데, 이 사막에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오아시스는 오직 권력과, 자만과, 자아뿐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하느님께서는 광야에서처럼 영혼을 적셔 줄 물을 주시고, 우리 영혼에게 힘을 줄 음식을 주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오직 우리의 사랑뿐입니다.” 라삐는 설교를 끝낸 후 질문을 기다렸다.
“우리가 영적 사막에 있다고 했지만, 자 보십시오. 여기 회당에 지금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와 있는지 보십시오.” 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말했다.
“회당에 있다고 해서 여러분이 영적 사막에 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남의 눈에 띄기 위해서나, 아주 멋진 몇 마디를 던져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 위해서, 아니면 신분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 여기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분 중에 몇 명이나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여 여기 왔을까 생각해 봅니다.” 라삐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당신이 뭔데 우리를 비난하고 있는 겁니까?” 어떤 사람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나는 여러분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비난할 수가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께서만 비난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부탁하는 것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잘 관찰해 보고, 만약 하느님과 가깝게 살고 있지 않다면, 가까이 살도록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런 것을 어디서 배웠소?” 율법학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강론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내 마음에 불을 붙여 놓았는데,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는 것을 귀담아 듣고 있자니, 내 마음이 열리고 성성의 말씀을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라삐가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 사람이 누구요?” 율법학자가 다시 물었다.
“그분의 이름은 나자렛의 예수라고 했습니다.”
라삐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은 산불처럼 삽시간에 회당 안에 있는 사람들 사이로 퍼져갔다. “예수,” “예수.” “예수!”
라삐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분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분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주님, 저 라삐는 앞을 못 보는 것 같습니다.” 베드로가 내게 귓속말을 했다.
그때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라삐, 하느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들어 주실 것입니다.”
“누구십니까? 어쩌면 그렇게 예수 선생님의 목소리와 똑 같습니까?” 라삐가 묻는 것과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돌아 보았다. 그때, 라삐가 소리쳤다.
“보인다, 보여. 오, 이럴 수가!”
나는 라삐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당신은 내적으로 장님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젠 외적으로도 장님이 아닙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볼 수 있다니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나에게로 달려 와서 내 손을 잡았다. 곧이어 안에 있던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내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물었다. “당신은 하느님의 힘으로 치유를 하십니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힘으로 치유를 합니다. “내가 분명하게 대답했다.
“당신의 아버지가 누구십니까?” 하고 다른 바리사이파 사람이 물었다.
“나의 아버지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십니다!”
“이건 하느님에 대한 모독이오.” 하고 다른 바리사이파 사람이 외쳤다. “저 사람은 자기 아버지가 하느님이라고 하지 않소!”
라삐가 끼어들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든 사람의 아버지가 아니십니까?”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 다른 한 사람이 물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선지자입니까? 메시아입니까? 당신은 도대체 누굽니까?”
“나와 아버지는 하나입니다.” 내가 분명히 대답했다.
“모독이오! 신성 모독이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는데,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은 입고 있던 옷을 찢었다.
그때 베드로가 다급하게 말했다. “떠나야 하겠습니다, 주님.” 회당 안의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고함을 지르며 밀어댔다.
라삐가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회당 안에서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 분이 나를 치유해 주셨다는 것을 잊었습니까?”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라삐가 나에게 말했다. “빨리 떠나십시오.”
베드로와 내가 밖으로 나와 호숫가로 돌아가고 있을 때, 회당 안에서 논쟁이 다시 시작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베드로가 말했다. “주님께서 보연 준 기적을 저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렸군요.”
“그렇다. 슬프게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저러할 것이다.” 나는 십자가의 기적을 알아보지 못할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예수님 +++ 1997년 1월 9일
호수로 돌아가는 도중에 우리는 로마군 주둔지를 지나갔다. 그때 주둔지 안에서 살을 파고드는 채찍질 소리와 함께 잇달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둘러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보니, 한 젊은 남자를 기둥에 묶어 놓고 로마 군인들이 채찍질을 하고 있었다. 그 젊은이는 거의 혼수상태였지만 채찍을 맞을 때마다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소리를 점점 약해져 갔다. 로마 군인들은 젊은이가 괴로워하는 것을 조롱하면서, 그의 고통을 즐기고 있었다. 군인 한 사람이 채찍질을 하며 욕설을 했다. “유다인 돼지새끼야!”
“주님, 저 군인들이 지금 그만 두지 않으면 저 사람은 죽을 것입니다.” 베드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제 그만 둘 것이다.” 나는 그 젊은이가 당사는 고통을 보면서, 장차 내가 당할 고통을 생각하며 슬프게 말했다. 바로 그때 채찍질이 계속되고 있는 그 광장으로 한 백부장이 왔다. 그 백부장은 언젠가 어느 마을에서 죽은 아이를 놓고 울었던 바로 그 백부장이었다.
“멈춰라!” 백부장이 호령했다. “그만하면 됐으니, 그 사람을 풀어 주어라. 누가 이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느냐?”
험상궂게 생긴 군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 놈이 로마를 욕했습니다. 우리는 저놈에게 교훈을 가르쳐 줄 의무가 있습니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명령했느냐고 물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고 물은 것이 아니고!” 백부장이 험상궂게 생긴 군인에게 날카롭게 쏘아 붙였다.
“로마군 선임자로서 제가 명령했습니다.” 그 군인이 차렷 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너는 이렇게 할 권리가 없어. 왜 지휘관한테 물어보지 않았느냐?” 백부장은 엄하게 따졌다.
“로마의 명예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군인은 이제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백부장은 땅에 쓰러져 있는 젊은이한테 가서, 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더니 군인들에게 고함을 쳤다. “너희들이 이 사람을 죽일 뻔하지 않았느냐?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느냐?”
“로마군들이 로마로 돌아가면 자기 나라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 군인이 ‘평화’라는 말을 강조하며 말했다.
“몇 명이나 그 말을 들었느냐?”
백부장의 물음에 군인들은 모두 그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때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저 군인들이 젊은이의 물건을 돈도 내지 않고 빼앗고는, 탁자를 뒤엎어 버려서 물건들이 모두 땅에 쏟아졌습니다.
“그게 사실이냐?” 백부장은 그 군인 앞에 서서, 자기 얼굴을 그의 얼굴에다 바싹 들이밀고 고함을 버럭 질렀다. 아무 대답이 없자 백부장이 또 고함을 질렀다.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어서 대답하지 못하겠나?”
“네, 백부장님!” 그 군인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저 사람의 물건을 도둑질하고 나머지 물건들을 땅에다 내동댕이 쳐놓고, 저 사람이 화를 낸다고 죽도록 때리는 것이 로마 군인이 해야 할 행동이란 말이냐?”
“그렇지만 저 사람들은 유다인입니다. 위대하신 우리 총독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는 마땅히 엄하게 행동해서 유다인들을 잘 다루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유다인을 잘 다루는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냐? 이렇게 하며 유다인들의 원한과 미움만 사게 되는 거야, 이 바보 같은 놈들아. 여기서는 내가 대장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어서 이 사람의 상처를 치료해 주어라. 그리고 너희들의 일주일 치 봉급을 떼어 보상금으로 저 사람에게 줄 테니 그리 알아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라. 모들 알겠나?” 백부장이 거기 있던 군인들에게 고함을 치자, 군인들은 일제히, “알겠습니다, 장교님!” 하고 차렷 자세로 대답했다.
“그리고, 너.” 백부장이 군인들 중에서 선임자를 가리켰다. “이런 문제를 다시 일으키면, 그때는 네가 채찍질을 당할 줄 알아라. 내 말을 알아듣겠나?”
“네, 백부장님.” 그는 재빨리 차렷 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백부장이 떠나자, 군인들은 성난 표정으로 젊은이를 잡아 일으켜 세우고, 소금물 한 들통을 등에 부었다. 그런 다음, 그를 부축해서 걷게 하여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데려다 주었다.
베드로가 말했다. “주님, 저 백부장을 어디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 기억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사람은 남을 사랑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딱딱한 겉모습의 뒷면에는 진리와, 정의와, 영예를 찾는 따뜻한 가슴이 숨겨져 있다. 언젠가는 그 가슴을 활짝 열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장차 그 사람이 로마로 다시 돌아가서, 그리스도교라 불리게 될 새로운 종교에 입교하게 될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 사람은 언제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다인들을 미워하지도 않는군요.” 베드로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 사람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을 닮기를 기원했다. 사람들이 매맞은 그 사람을 떠메고 가는데, 내가 그에게 가서 등을 만지며 말했다. “고통은 곧 없어질 것이지만 상처의 흔적은 남아 있을 것이오.”
마를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내 말을 듣고 분개한 듯이 말했다. “고통이 곧 없어질 거라니요. 그게 무슨 소리요? 채찍을 스물 다섯 대나 맞았어요. 군인들이 거의 죽일 뻔했다고요.”
바로 그때 채찍질을 당한 사람이 눈을 뜨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통은 없어지고 있는데, 너무 피곤해요.”
“어서 젊은이를 데리고 가서 쉬게 하시오. 자고 나면 더 이상 고통이 없을 것이오.” 나는 젊은이를 떠메고 가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인 걸. 이 사람의 고통이 벌써 없어지고 있잖아.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소.” 내 말을 의심했던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서 마을 사람에게 말했다. “자, 어서 집으로 데리고 갑시다.”
그들이 떠나고 나서 베드로와 나도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호숫가를 행해 발걸음을 옮겼다.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 나는 제자들을 모두 불러 놓고 말했다. “이제 너희들은 방방곡곡 모두 마을에 흩어져서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전해야 한다. 내 치유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을 사랑해 주도록 하여라. 열두 사도는 남아 있고, 나머지 너희들은 모두 가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이 땅에 퍼지고, 영혼들이 구원받는 것을 보도록 하여라.”
“주님도 없이 저희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한 제자가 확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 너희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나의 사랑이 너희를 통하여 흘러나올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를 믿고, 내 안에서 안심하고 행하여라.”
“주님, 주님을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됩니까?” 마티아가 물었다.
“예루살렘 성 밖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자. 그때 축일을 함께 즐기면서, 너희들이 내 이름으로 행한 온갖 좋은 일들을 들려 주기 바란다.”
얼마 후 준비를 끝낸 제자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헤어졌다. 베드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주님, 제자들 혼자서 괜찮을까요?”
“물론이다. 베드로. 내가 항상 그들과 함께 있을 테니 염려 마라.” 베드로를 안심시킨 다름 남아 있던 열두 제자와 함께 잠잘 곳을 찾으러 마을로 들어갔다.
예수님 +++ 1997년 1월 10일
여관에 도착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술판을 벌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다가 여관주인에게 사정을 해서, 우리가 겨우 들어가 잘 수 있는 방을 얻게 되었다. 꼭 끼어서 자야 할 형편이었지만, 주인의 말에 의하면, 시작이 열리는 날이라 마을이 붐비기 때문에 다른 데서는 그만한 방도 못 얻을 것이라고 했다.
방에다 짐을 풀고 나서, 식사를 하는 방으로 갔다. 여덟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큰 탁자와 다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탁자에 각각 나눠 앉았다. 주인이 빵과 포도주와 함께 그 지역에서 잡은 생선요리를 차려 주어 아주 맛있게들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동안 앉아 있었다.
유다 타대오가 나에게 물었다. “주님, 어떤 때는 이렇게 평범한 음식이 최고급 음식보다 더 맛이 있는 것은 왜 일까요?”
“베가 고프면 다 맛있는 법이야.” 유다가 가로채듯 말했다. 유다는 배가 잔뜩 불러서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앉아 있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느냐 아니냐의 차이점은 그 음식을 고맙게 생각하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다. 최고급 음식을 두고도 맛있게 먹을 수 없는 것은, 그 음식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식사가 비록 잔칫상처럼 호화찬란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이 음식을 반갑고 고맙게 생각했기 때문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데,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것이 습관화 되어서 특별히 감사할 필요성을 안 느끼기 때문이고, 어차피 항상 주시는 것이니까 특별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키는 종교 의식은 하나의 습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한다. 그런 사람들은 종교 의식에 자주 참여하지 못하고, 남들이 볼 때는 그렇게 기도를 많이 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기도를 할 때는 진심으로 하느님을 찾으면서, 기도하는 자체를 즐거워한다. 그들은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 진심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하느님과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한다.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기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큰 잔치처럼 즐기는 것이다.”
안드레아가 물었다. “주님, 그 말씀은 회당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회당에 있는 이유를 잊어 버렸거나, 잘못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다, 안드레아. 그렇게 될 수 있다. 때로 사람들은 하나의 의무로 회당에 가게 되고, 하나의 일과로 회당에 가게 된다. 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사랑도 없이 하루의 과제로 여기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회당에 너무 자주 가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의혹에 가득한 목소리로 토마스가 물었다.
“아니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회당에 가서 기도하되,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메말라 버린 일상의 습관이 되지 않게 하라는 말이다. 회당에 자주 가되, 의무로 가지 말고, 사랑으로 가라는 말이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베드로가 물었다. “하느님께 바치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랑을 드리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바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베드로, 네 말이 한편으로는 맞다. 하느님께 바쳐야 하는 시간은 하루 종일이라야 하고, 그 하루 종일을 통틀어 사랑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내 말은 하느님께 시간을 바치되, 의무감에서 바치지 말고, 사랑으로 바쳐야 한다는 말이다. 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사랑으로 한 시간을 바치는 것이, 사랑 없이 하루 종일 바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다. 밤이 늦은 것 같구나. 내가 좀 피곤하니 먼저, 방으로 가서 기도를 드리고 자야겠다. 너희들은 같이 모여 있는 것이 즐거워 보이니 여기 남아서 좀더 있다고 오도록 하여라.”
예수님 +++ 1997년 1월 12일
부드러운 평화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자고 있는 제자들을 둘러보니 일어날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서 여관을 나와, 기도하기 위해 호숫가를 향해 걸었다. 호숫가 기슭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어부들 외에는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한적한 장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아버지께 기도하면서, 아버지의 사랑과 성령에 나의 마음을 열어 드렸다.
내 앞에 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길이 보이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이 길을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씩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자 그 길이 천국으로 연결되면서, 장차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 길에서 미끄러져 내 등에 떨어졌는데, 그들은 내 등에 십자가가 되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등 위로 떨어지면서 십자가가 무거워졌는데, 아무리 무거워도 내가 그 십자가를 짊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 등에서 뛰어 내리더니 어두움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뛰어내릴 때 내가 손을 내밀어, “여기 내 손을 잡아라. 너를 구해 주겠다.” 하고 외쳤지만, 내 손을 거절하고 어두움 속으로 가버렸다.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아무리 십자가가 무거워도 너는 그것을 짊어질 힘이 있을 것이다. 그 십자가의 무게는 사랑의 무게이기 때문이다.” 그때 성령께서 내 안에 오시고, 아버지와 일치하여 사랑의 천주 성삼은 하나가 되었다.
잠시 동안이었던 것 같은데, 기도를 마쳤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가 되어 있었다. 근처에 있는 수풀 뒤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큰 야고보와 요한이 나를 발견하고 몇 시간 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귀에 익은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바르톨로메오도 함께 왔다가 깨어 있지 못하고 잠이 든 것이다.
바르톨로메오의 코고는 소리는, 내가 올리브 산에서 아버지께 기도드릴 때를 생각나게 했다. 십자가의 희생을 앞둔 마지막 시간에 제자들은 밀려오는 잠 때문에 깨어 있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호수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호숫가로 밀려오는 것을 보며, 시시때때로 밀려왔다가 밀려나가는 인간의 믿음을 생각했다. 심지어 나의 가장 충실한 제자들의 믿음도 마찬가지이니…
여관으로 돌아오면서 큰 야고보와 요한과 바르톨로메오를 지나쳤지만 일부러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조용히 하게, 주님께서 들으실 라.” 나는 야고보가 바르톨로메오에게 큰 소리로 야단치는 것을 못 들은 척하며, 그 젊은이다운 순진함에 속으로 웃고 있었다. 여관에 거의 다 왔을 때 베드로와 안드레아, 그리고 작은 야고보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주님, 어디 가셨는지 찾고 있었습니다.” 충직한 베드로의 말을 받아서 안드레아가 그 동안의 일을 설명했다.
“이 동네를 둘러보았는데, 아주 붐비는 곳입니다. 이렇게 붐비는 동네는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큰 야고보가 말을 이었다. “저희들이 회당에 갔는데 주님께서 치유해 주신 그 라삐가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라삐는 우리보고 각별히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주님을 해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자, 여관으로 돌아가서 식사를 하자. 그리고 내일은 이곳을 떠나야겠다.” 나는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제자들과 함께 여관으로 향했다.
우리가 여관에 들어간 후 얼마 안 있어 큰 야고보와 요한이 바르톨로메오와 함께 돌아왔는데, 베드로에게 몰래 눈짓을 하면서 괜찮았다고 전하는 것을 보았다. 바르톨로메오는 호숫가에 누워서 잘 때 묻은 모래를 아직도 등에 묻히고 있었다. 내가 모래를 털어 주며 넌지시 말했다. “호숫가가 참 평화롭지 않았니? 잠자리에도 아주 좋은 곳이었고 말이야.”
“어– 네, 주님.” 바르톨로메오는 말을 더듬거리다가 얼른 자리를 피했고, 큰 야고보와 요한은 나하고 눈을 마주칠까 봐 안절부절 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친구끼리 서로를 보살펴 주고, 서로 보호해 주는 것은 참된 사랑의 표시인 것이다.”
그들은 아무 대답도 못 한 채, 베드로가 말하는 것만 쳐다보고 있었다. “주님, 저희들은 주님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주님께서 저희들을 항상 보살펴 주시고, 보호해 주실 테니까요.” 나는 베드로의 말을 들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도 언젠가 이 말을 이해할 날이 오기를 바랬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화를 내게 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하였다. 특히 회당에 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진리를 보면서도 화를 내는 것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립보가 말했다. “주님, 그 사람들은 주님을 보면서 죽일 듯이 화를 냈습니다. 주님께서는 진리를 말씀하시고, 성서를 설명해 주시며,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친절을 베푸셨는데,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님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들 자신이 지금까지 회당에서 가르쳐 온 것을 거부한다는 것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아담이 죄를 범한 이후로 그것은 인간의 한 명이 되었다. 인간 안에는 교만이 뿌리깊게 박혀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이나 알고 있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교만이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교만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교만이다. 하느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사실대로 말해 주고, 그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사람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교만이다.
이 교만은 인간 성품 안에 아주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깨우치지 못할 때가 많다. 악마는 이 교만을 부추겨서, 속임수와 사기로 사람들의 이기심을 키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교만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교만을 쳐 부술 수 있을 때, 그들의 참된 사랑의 모습이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교만은 사람들의 목에 매여 있는 쇠사슬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수많은 영혼들을 잃게 할 것이다.”
모두들 내가 한 말을 묵상하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작은 야고보가 말했다. “주님, 저는 교만이 가득합니다. 제가 어떤 좋은 일을 했다 싶으면, 그런 일을 한 제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실, 선행을 하게 한 것은 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으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문득 기억하게 되면, 자신을 훌륭하게 생각한 제 자신이 아주 싫어집니다. 어떤 때는 갈등까지 생깁니다.”
“야고보, 네가 너의 교만을 깨달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이 교만을 쳐부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교만을 깨닫지 못하면, 그 교만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베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과연 제가 교만을 쳐부술 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쳐부술 수 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만 산다면 말이다.”
“주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살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어떤 때는 안간힘을 써야만 하거든요.” 유다 타대오가 하소연하듯 말했다.
토마스도 빠지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저 같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실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할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며 투쟁해야만 하거든요.”
“저도 역시 힘겹게 투쟁을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항상 제가 승리를 하게 되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살게 됩니다. 사람은 내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고요.” 유다는 마치, ‘나는 그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라고 말하는 듯이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자신의 교만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겸손함도 보지 못하는 유다의 눈멀음이 나를 슬프게 했다.
제자들이 피곤해 보였기 때문에 내가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날 것이다. 그러니 기도를 잠깐 바치고 모두들 일찍 자야겠다. 여행길을 위해서 푹 쉬어야 한다.”
예수님 +++ 1997년 1월 15일
마을을 떠나면서 그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회당에서 나를 해치고 싶어 하던 사람들, 채찍질을 당하던 젊은이, 내가 기도하는 동안 잠을 자던 제자들, 맛있게 먹었던 식사, 교만이 가득한 유다, 잠들었다가 아버지의 사랑 속에 깨어난 일 등, 그 모든 것은 내가 앞으로 겪을 일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내가 기도하고 있는 동안에 자고 있을 제자들, 내가 재판관 앞으로 끌려갔을 때 나를 미워하고 죽이려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를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박을 로마 군인들과 아버지의 사랑 속에서 부활하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내가 십자가 위에서 베푸는 사랑의 양식을, 사람들이 세세 대대로 나눠 먹는 것을 보았다.
슬픔을 안고 침묵을 지키며 걷고 있는데, 베드로가 다가와서 물었다. “주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말씀이 없으시군요.”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주님, 다음 마을까지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리고 길도 그렇게 험하지 않구요.”
“베드로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길은 이런 길이 아니다. 그 길은 많은 수난과 고통으로 가는 길이지만 그것이 지나고 나면, 모든 사람을 해방시켜 주는 승리의 길에 이르게 된다.”
베드로는 얼마간 말없이 걷다가 자기의 결심을 밝혔다.
“주님, 주님께서 그 길을 가셔야 한다면, 저도 주님을 따라가겠습니다.”
“네가 나를 따라올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베드로에게 미소를 지어 주며, 그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얼마나 용감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주님, 로마인들이 우리나라를 떠나게 될까요?” 베드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들은 잠깐 동안만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잠깐 동안 새 로마제국의 씨앗이 뿌려질 것이다. 사랑의 제국이 말이다. 그리고 네가 그 제국의 첫 아버지가 될 것이다.” 베드로에게 설명하면서 어떻게 로마가 내가 세운 새 교회의 중심이 도리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제가 로마인이 된다고요?” 베드로가 소리쳤다. “말도 안됩니다. 저는 이 나라를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가 제 집입니다.”
“네 집은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이다. 그리고 너는 하느님을 위해 영광스럽게 목숨을 내놓을 것이다.”
베드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충직하게 말했다. “주님, 그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저는 어디든지 시키시는 대로 갈 것이고, 무엇이든지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참된 사랑의 표시이다.” 나는 베드로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알고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을 걸어서야 우리는 호수로 흘러 드는 강 줄기에 도착했다. 필립보가 물었다. “여기서 쉬는 게 어떨까요? 참 평화로운 곳입니다.”
“네 말이 맞다, 필립보. 여기서 잠깐 쉬면 좋겠구나.” 그리고는 강둑 위에 올라서서 제자들에게 말했다. “오늘 하루에 대해 감사하면서 하느님께 기도 드리자.”
모두 마음을 합하여 기도를 드리고 시편을 노래하자, 우리의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기도를 마쳤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 있었다.
“주님, 우리가 함께 기도를 바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려서 한 시간이 일 분 같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걸까요?” 큰 야고보과 물었다.
“너희들이 기도하며 하느님께 마음을 열면, 하느님의 사랑이 너희 안에 가득 차게 되고, 너희는 이 세상을 잊어 버리게 된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시간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대답했다.
베드로도 한마디 했다. “저는 가끔씩 그저 조용히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앉아 있으면, 잠결 같은 몽롱함에 빠지게 됩니다. 그럴 때는 참 평화롭고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그것이 끝나면, 마치 오랫동안 자고 일어난 것처럼 몸이 개운하고 힘이 솟아납니다. 몇 시간이 지나간 것 같은데, 시간을 보면 겨운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것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요한이 말했다. “어떤 때는 몇 분이 몇 시간 같고, 또 어떤 때는 몇 시간이 몇 분 같으니 말입니다.”
“기도할 때 시간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많은 사랑으로 기도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사랑 안에서는 순간이 영원이 될 수 있고, 영원이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시간은 하느님의 은총이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시간은 영원한 것이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내가 다시 말했다. “시간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신간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너희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은 영원한 기쁨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 시간은 영원한 괴로움이 될 것이다.”
강둑 위를 걸으면서,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그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강을 따라서 걷는 중에, 흐르는 물소리가 내 마음을 부드럽게 채워주었다. 흐르는 강물은, 모든 사람들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같았다. 물고기가 물살을 따라 헤엄을 치면 편하고 즐겁게 살 수 있지만, 그 물살을 거슬러 가면 살기가 힘겹게 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거부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즐거움이 되지만, 하느님의 사랑에 저항하고 맞서 싸우면, 인생은 괴로운 투쟁이 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의 강물은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평화로 채우며 부드럽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쉴 만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뒤를 돌아보니 제자들이 지펴놓은 모닥불이 멀리 어둠 속에서 횃불처럼 타고 있었다. 자리에 누워 신선한 잔디 냄새를 맡으며, 눈을 감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를 잤는지 눈을 떠보니 요한이 옆에 와 있었는데 담요를 가져와서 나를 덮어 주고 있었다.
“주님, 감기에 걸리시겠습니다.” 요한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 요한. 그렇잖아도 모닥불가로 돌아갈 참이었다. 가기 전에 잠깐 너와 이야기할 것이 있다.” 요한은 곁에 앉아서 내 말을 기다렸다.
“요한,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지금까지 너는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너는 나를 보살펴 주고,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보호하고 싶어하고, 나를 돕고 싶어하고, 나를 닮고 싶어한다. 너는 어떻게 하면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참으로 좋은 본보기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너의 이러한 모습과 또 네가 쓴 글을 읽고, 하느님의 살아있는 사랑을 알게 될 것이다. 네가 글을 쓸 때, 하느님의 도우심을 구하면 그분께서 인도해 주실 것이다. 나와 함께 있으면서 듣고 보았던 말과 추억으로 너를 채워달라고 성령께 기도하면, 모든 것이 분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네가 쓰는 글 속에 사랑의 진리를 담아 주시기를 기도하여라. 그러면 그 진리가 네 글 속에 담길 것이다.
네가 쓰는 한 구절 한 구절이, 천국으로 가는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등댓불이 되어 줄 것이다. 네가 쓰는 한 구절 한 구절은 사랑의 글이 되어, 하느님께 대한 너의 겸손한 사랑을 보여 줄 것이다. 글을 쓸 때마다 기도를 하면, 너의 기도는 항상 응답 받게 된다는 것일 잊지 말아라.”
요한이 맑은 눈을 빛내면서 나에게 말했다. “방금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제가 글을 쓰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주님께서 그럴 것이라고 말씀하시니, 그런 줄로 알겠습니다.”
나는 나의 이 젊은 친구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너의 겸손은 나를 사랑하는 너의 모습 속에서 빛나고 있다. 그 사랑을 통하여 너의 겸손이 곧 너의 힘이 될 것이다.”
요한은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띄운 채 어두운 강물에 눈길을 두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했다. “주님, 시장하시면 모닥불 옆에 따뜻한 음식이 있는데요.”
“그래, 제자들한테 돌아가도록 하자.” 요한은 담요를 챙겨 들고 나의 뒤를 따라 모닥불을 향해 걸었다.
“주님, 제가 글을 많이 쓰게 될 건가요?” 요한이 물었다.
“네가 쓴 글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을 것이다.” 요한이 쓴 글 속에 말씀이 있고, 사람들이 사랑으로 그것을 읽는다면, 천국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 요한이 쓴 그 글 속에서…
우리가 모닥불가로 돌아와 보니 제자들 대부분이 잠들어 있었다. 내 몫으로 남겨 둔 음식을 요한과 조용히 먹고는 자리에 누었다. 누워 있지만 나무 타는 냄새가 집에서 지낸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양부(養父) 요셉이 갖다 준 나무로 어머니께서 불을 피우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집에서 지내던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들, 사랑의 추억들, 모든 사람들이 가지기를 바라는 성가정의 추억들, 그러나 사랑이 없는 가정으로 인해 갖지 못하는 그 추억들…
예수님 +++ 1997년 1월 16일
상큼한 아침공기 속에 울려 퍼지는 새들의 즐거운 노랫소리에 잠을 깬 나는 다시 강둑 위로 아침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하면서 아버지께 기도하였다. 내 앞에 놓인 길을 잘 걸을 수 있게 인도해 달라고 간청했다. 나의 인성(人性) 안에는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신성(神性) 안에는 그 고통을 참아낼 힘이 있었다.
기도와 깊은 묵상에 잠겨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저것 좀 봐, 선생님께서 강물 위를 걷고 계셔!”
작은 야고보가 흥분하여 다른 제자들에게 외치는 소리였다. 나는 계속해서 강 건너편을 향해 걸어갔다. 요한이 또 외쳤다.
“정말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걷고 계시네!” 강 건너편에 올라서서 나는 제자들을 돌아보았다. 뒤늦게 온 토마스가 나 있는 쪽을 보며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 아무 일도 없잖아.”
“사실이라니까!”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작은 야고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내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네.” 토마스는 흥미를 잃은 듯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젊은 사람들은 상상을 잘 한다니까.” 유다 역시 토마스를 뒤따라서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며 한마디 했다.
베드로와 시몬과 안드레아는 작은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남아 있었다. “난, 자네들의 말을 믿어.” 베드로가 작은 야고보와 요한에게 말하자, 시몬과 안드레아도 베드로의 말에 동의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바르톨로메오가 눈을 비비며 왔다. “웬 소란이야? 잠을 다 깼잖아.”
베드로가 설명했다. “주님께서 강물 위를 걸어가시는 것을 작은 야고보와 요한이 봤다네.”
“아,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듯이 바르톨로메오가 말했다.
나는 강 건너편에서 그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아침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을 향해 물 위를 걸어왔다. 내가 강둑 위로 걸어 나오자 베드로가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주님께서 지난 번에 호수 위를 걸어오셨을 때 저는 두려웠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께서 강물 위를 걸어오시는 것을 보니 기쁩니다. 주님, 저는 주님께서 이스라엘이 기다리는 ‘사람의 아들’ 이시며, 이스라엘의 주님’ 이심을 압니다. 이제 다시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베드로, 네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안다. 그러나 장차 너의 마음 속에 공포가 가득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오늘을 기억하고, 네가 지금 한 말을 생각하여라. 그러면 그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기적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러면 모두 주님을 믿게 될 텐데 말입니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작은 야고보가 말했다.
“야고보, 수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고도 믿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믿음과 사랑만으로 믿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보상을 받을 것이다.” 말을 마치고 나서, 우리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모닥불가로 갔다.
예수님 +++ 1997년 1월 18일
식사를 하다가 토마스가 물었다. “야고보와 요한이 주님께서 강물 위를 걸으셨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야고보와 요한이 네게 거짓말을 할 것 같으냐, 토마스야?”
“아닙니다, 주님. 그렇지만 저 사람들이 상상을 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눈은 잘못 볼 수도 있지만, 마음으로 아는 것은 진실이다. 네 친구들이 네게 진심으로 말했지만, 너는 그들을 의심했다. 너는 그들의 마음이 진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네게 거짓말을 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의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눈으로 본 것만 믿을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만 믿을 것이며, 증명할 수 있는 것만 믿을 것이다. 그것이 무슨 믿음이겠느냐?
믿음이란, 비록 눈으로 보지 못하거나 귀로 듣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사람들이 하느님은 없다고 하거나 하느님의 말씀을 부정하더라도,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것을 말한다. 네 마음 안에 있는 믿음을 찾도록 하여라. 그렇게 되면, 네가 진리를 알게 될 것이고, 기적이나 표시가 필요 없다는 것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토마스가 당혹해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주님. 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지난 번에 제가 직접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주님께서 물 위를 걸으실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제가 깜박 잊어 버렸던 것 같습니다.”
“토마스야, 너는 의심이 많은 성품을 지녔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너는 이제 그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그 약점을 극복하는 첫 걸음이다.
너무 슬프게 생각하지 말아라. 네가 나쁜 뜻으로 그런 것이 아님을 알고 있고, 네가 야고보와 요한을 믿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기분을 풀어라, 토마스야. 다들 너를 사랑하고 있고, 너도 우리의 형제가 아니냐?” 나는 토마스를 감싸 안으며 위로해 주었다.
“주님, 의심은 없애 버리기가 참 어려운 것입니다.” 토마스가 아직 풀이 죽은 채 하소연을 했다.
“누구나 다 의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의심을 극복하는 길을 가지고 있다. 내가 곧 그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을 찾는 자에게는 항상 그 길이 열려 있을 것이다.” 라고 토마스에게 말해 주고는 남은 빵과 포도주를 마저 먹었다.
얼마 후 우리는 짐을 챙겨 들고 다음 마을로 떠났다. 도중에 보슬비가 내렸는데,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비였다.
모두가 침묵하며 걷던 중에 안드레아의 제안에 따라 기도를 하고 시편을 노래하였다. 기도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졌고, 우리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넘쳐 올랐다. 한참 지나서 기도가 끝났을 때 유다가 물었다. “이쯤에서 쉬면서 식사를 했으면 싶은데요.”
“나는 오늘 다시 먹지 않겠다.” 나의 말에 유다는 또 다시 금식할 생각에 풀이 죽은 듯 하였다.
“각자 속으로 기도하면서 계속 길을 가도록 하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가련한 유다 외에는 모두 금식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며 걸었다. 기도를 하면서 가슴 속에 아버지의 힘을 느끼면서 마치 내 가슴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그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가슴은 영원한 사랑을 모두 담을 수 있을 만큼 크다.”
내 앞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나의 가슴을 보았다. 그리고 가슴 옆으로 흘러나오는 피가 온 땅을 덮었다. 땅에서 수없이 많은 향기로운 장미꽃들이 솟아 나오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너의 사랑을 받아들인 영혼들이다.” 그 순간 온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장미동산이 되어 사랑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이것을 위하여 나의 사랑을 닮은 사람이 창조되었던 것이다. 내 아들아 네가 바로 나의 사랑이다.”
기도를 바치고 보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먼 곳에 있는 마을에서 아스름한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주님, 여기서 야영을 할까요 아니면 저 마을까지 계속 걸어갈까요? 마을까지 가려면 두 시간 정도는 더 걸어야 할 것 같은데요.” 베드로가 물었다.
“내일 저 마을로 가기로 하고, 오늘밤은 여기서 지내도록 하자. 저기 잔디가 푹신해 보이니 저기서 쉬면 좋겠구나.” 나는 길 옆에 있는 들판으로 걸어가서 작은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곧이어 제자들이 따라왔고, 금방 모닥불이 타올랐다. 하루 종일 걷느라고 고단하였던지 바로 잠이 들었는데, 향기로운 장미꽃 냄새가 나를 감싸며 풍기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기쁨으로 가득 차서 잠을 깼다. 나의 가슴에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는 듯 했다. 영원 속에 있는 사랑의 모든 순간들, 사랑의 모든 언어들, 사랑의 모든 행동들, 사랑의 모든 생각들을, 내 안에서 낱낱이 느낄 수 있었다. 내 주위 어디를 보나 사랑이 가득했다. 내 아버지의 사랑이, 창조주의 사랑이…
나는 매 순간, 주위를 덮고 있는 아버지의 사랑을 들이키면서 앉아 있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관심도 갖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생활 안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 사랑에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서 살아 감으로써 얻는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기쁨과 행복과 그리고 영원한 평화를 얻을 수 있음에도, 사람들이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먹을 것을 찾으며 모닥불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새에게 빵을 쪼개어 던져 주었다. 빵을 다 쪼아 먹은 새는, 사랑이 가득한 정겨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기쁨을 주었는데, 내가 기뻐하는 것을 알았던지 새는 한층 더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했다. 새가 보여 준 그 순수한 사랑은,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피조물 본래의 사랑이었다. 잠에서 깬 몇몇 제자들이 놀란 눈으로 새의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새가 노래를 멈추고 날아가 버렸다.
“새 소리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잠이 많은 바르톨로메오도 새의 노랫소리에 잠을 깼던 것이다.
“새가 겁도 없이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노래를 부르다니 정말 믿기 어렵습니다.” 요한의 형 큰 야고보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런 것은 생전 처음 봤어!” 동생 요한도 형의 말에 동조하여 감탄을 했다.
“너희가 사랑으로 산다면 이러 일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너희와 일치를 이루게 된다.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하느님의 사랑 안에 살게 되면, 짐승들과 새들과 사람들이 서로에게 느끼고 있는 공포가 사라질 것이다. 공포가 없어지면 모든 피조물들은 서로 친구가 될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서로 나누며 함께 살아 가는 친구가 될 것이다.”
나는 장차 동물들과 이야기하면서,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동물들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아주 특별한 사람을 생각했다.
그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사람들이 노력만 한다면 모든 조물과 하나로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돌아오도록 인도할 것이다.
“오늘은 식사를 하게 되는 겁니다?” 유다가 뿌루퉁한 표정에 짜증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새의 노래를 듣게 해 주신 은혜에 감사할 줄 모르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유다가 안타까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유다처럼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잠시 기도를 바치고 나서, 다음 마을을 향해 떠났다.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그 마을이 슬픔으로 가득 찬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제자들과 함께 회당을 찾아서 마을 가운데로 들어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기쁨이 없는 슬픈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주님, 여기는 아주 비참한 곳이군요.” 베드로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나는 눈 앞에 보이는 회당으로 걸어갔다.
회당 안으로 들어가니 오십 명 가량의 남자들이 모여서 성서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그 중 몇 사람이 우리를 돌아보고는 다시 토론을 계속했다. 회당 안에서조차 절망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나가서 성서 두루마리 하나를 집어 들고 거기 적힌 글을 읽었다. “그를 찾으시오. 그러면 만나 주실 것이오. 그러나 그를 저버리면, 그도 여러분을 저버리실 것이오.” (역대기 하 15:2-3).
나는 두루마리를 제자리에 내려놓고 말했다. “여러분이 야훼를 찾기만 하면, 야훼께서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시다가 당신 품 안으로 반겨 맞으실 것입니다. 야훼께서 바라시는 것은 오직, 여러분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지켜서 당신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사랑을 무시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을 때, 여러분은 그분을 잃게 되고 슬픔과 고통이 여러분의 생활을 지배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셨고, 그 계약을 지키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맹세한 약속을 깨뜨렸고, 그래서 그 값을 치르고 있습니다.”
회당 안에 있는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내가 하게 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 마을은 슬픔이 가득하고, 비탄에 젖어 있으며 절망 속에 묻혀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을 외면하고 로마인들에게 아첨함으로써 여러분 스스로가 불러들인 것입니다. 로마인들의 요구가 점점 많아져서 이제 여러분은 그것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로마인들에게 아첨하느라고, 여러분은 하느님께 등을 돌렸고, 여러분의 안녕과 복지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손에 자신을 내맡겼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제 하느님께로 돌아가서 용서를 빌고, 마음을 열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습니다. 하느님을 찾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까지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여러분을 용서해 주시고, 도와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자 기다리고 계십니다.” 말을 마치고 나는 제자들이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한 남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채 일어나서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당신이 어떻게 아십니까?”
“나는 알고 있소. 그리고 오직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해결책을 말씀 드렸소. 여러분이 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지금은 잊어 버린 그 해결책을 말이오.”
“옳은 말씀입니다. 우리는 로마의 환심을 사고자 했습니다. 로마인들이 원하는 대로 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로마인들을 도와 주었고, 그들은 우리의 상품을 사 주면서 우리에게 많은 보답을 해 주었습니다. 로마인들의 보호와 후원 하에서 우리는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보호와 후원이 없어진 다음, 우리는 잘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제 로마 군인들은, 미혼이든 기혼이든 가리지 않고 마을의 젊은 여자들을 창녀로 만들기 위해 잡아갔습니다. 때로는 로마의 신들을 모시기까지 하면서 그들에게 바친 충성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로마 군인들은, 우리가 로마의 친구니까 그들이 마을 여자들을 데리고 가는 것을 고마워해야 한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그들은 열살 짜리 어린 소녀까지도 잡아갔습니다. 우리는 이제 너무 죄스러워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기조차 부끄럽습니다. 우리가 잘 살 때는 하느님께 등을 돌렸다가, 어려움에 부딪쳐서야 하느님께 도움을 청한다는 것이 너무 염치없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야훼를 찾으시오. 그러면 그 분은 당신을 만나게 해 주실 것이오. 기도와 사랑으로 그분을 찾으시오. 그러면 만나 주실 것이오.” 나는 그들을 격려해 주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남자가 대답을 하고는, 사람들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오늘 회당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곽 채우게 합시다. 사람들을 모아서 하느님께 용서를 빌고, 도움을 청하도록 합시다.” 회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흥분하여 마을 사람을 부르러 밖으로 달려나갔고, 얼마 안 있어 회당 안은 마을 사람들로 꽉 찼다.
내가 일어서서 말했다. “이제 하느님께 기도하십시오. 진심으로 기도하십시오. 죄를 통회하고 이스라엘의 하느님께로 돌아와서 그분의 도우심을 청하십시오. 여러분의 조상들이 사막에 있었을 때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록 기도는 계속되었다. 낮이 지나고 밤이 되었는데도 기도의 열성은 식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부인들과, 딸들과 여동생들, 누나들이 돌아오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빌고 있었다. 아침 해가 떠올랐는데도 기도는 계속 되었다.
그들은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하느님께 매달려 그분의 도우심을 빌고 있었다. 오후가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잠이 들었지만, 그때까지도 기도를 계속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젊은이에게 다가갔다. 그는 온 정성을 다 바쳐 울면서 기도하고 있었다. “울지 말고, 하느님께 의탁하시오.” 내가 다정하게 말했다.
“그 군인들이 제 아내를 잡아갔습니다. 우리는 신혼이었습니다.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 하느님, 도와주십시오!” 하면서 그 남자가 흐느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기도를 들어 주시게 되면, 지금 이 시간을 잊지 말고, 다시는 하느님께 등을 돌리지 마시오.”
“하느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 주시면,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날마다 하느님께 감사 드리겠습니다.”
“그 약속을 잊지 마시오. 절대로 그 약속을 잊어서는 안 되오.”
바로 그때 환호성이 들렸다. “여자들이다! 여자들이 돌아왔다! 돌아왔어!” 기도하고 있던 사람들과 잠들었던 사람들도 모두 일어나서 돌아온 여자들을 보러 회당 밖으로 달려 나갔다. 여자들은 함께 뭉쳐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이 마주쳤을 때는 서로 얼싸안느라고 수라장이 되었다.
“여보, 보고 싶었소.” 울면서 기도하던 그 젊은이가 돌아온 아내를 팔에 안고 큰 소리로 외치며 아내의 얼굴에 거듭 입맞춤을 했다.
“그런데 당신들은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소?” 마을의 한 남자가 물었다.
“그냥 가라고 했어요. 이유도 없이 말예요. 우리한테 손도 안 댔어요. 오늘 아침에 백부장이 우리더러 집에 가라고 하면서, 로마의 자비에 감사하라고 했어요.” 한 여자가 대답했다.
“로마에게 감사하라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걸. 나는 앞으로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야훼께만 감사드릴 거야!” 울면서 기도하던 젊은이가 자기의 결심을 외쳤다.
“나도 마찬가지일세!” 다른 사람이 소리치자, 또 다른 사람이 소리쳤고, 연달아 마을 사람 모두가 소리쳤다. 순식간에 슬픔은 잊혀졌고, 잔치가 준비되고 있었다.
잔치가 시작되기 전에 회당 안에서 말했던 사람이 나서서 제안을 했다. “우선 야훼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다시는 야훼를 잊지 않도록 합시다.” 마을의 모든 남자들이 회당을 향해 가고 있을 대, 내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제 떠나자.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
“잔치는 어떻게 하구요?” 유다가 의아한 듯 물었다.
“자기네들끼리 잔치를 하도록 놔 두어라. 그러면 그들의 사랑이 커지고, 하느님 안에서 서로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유다에게 대답한 다음 제자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나싿.
마을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서, 회당에서 울며 기도하던 젊은이가 우리를 쫓아왔다. “떠나지 마십시오.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절더러 선생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떠날 시간이 되었소. 당신들은 이제 우리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오. 다만 당신이 했던 약속을 잊지 말고 지키도록 하시오.”
“잊지 않겠습니다. 곡 지키겠습니다.” 젊은이는 거듭 다짐을 했다. 나는 그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선생님은 누구십니까?” 젊은이가 물었다.
“그분을 찾으시오. 그러면 만나 주실 것이오.”
“무슨 말씀이신지 말 모르겠지만, 여기 이 돈이라도 받으십시오. 선생님의 도우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거둔 것입니다.” 젊은이가 무거운 돈주머니를 내게 건네 주었다.
“고맙소. 잘 쓰도록 하겠소.” 나는 그 돈주머니를 바로 유다에게 건네 주었고, 유다는 기분이 좋아졌다.
“선생님이 누구시라고 사람들에게 전할까요?” 젊은이가 다시 물었다.
“나는 그들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고, 그들의 가슴이 찾는 바로 그 사랑이오.”
나를 쳐다보다가 그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서 아내가 있는 마을로 달려갔다.
“다시 만날 것이다.”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예루살렘에서 내가 십자가를 지고 가던 그 날을 보았다. 그때 그는 비록 너무 두려워서 나를 돕지 못하고 말없이 지켜보아야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간절히 나를 돕고 싶어 했다. 그가 참으로 나를 사랑하는 줄을 알기 때문에 나 역시 그를 사랑했던 것이다.
예수님 +++ 1997년 1월 19일
밤을 지내기 위해 다시 길가에 짐을 풀었다. 제자들이 불을 피우고 있을 때, 유다는 어두운 곳에서 우리가 받은 돈을 세고 있었다. 많은 돈 때문에 유다의 가슴에 기쁨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유다는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는 벌써 까마득히 잊어 버리고 있었다. 따뜻한 빵과 생선 요리가 준비되고, 아버지께 감사기도를 드린 후 우리는 모두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안드레아가 내게 물었다. “주님, 전에는 기도를 아예 하지 않았던 그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기도를 할 수 있을까요?”
“절박한 상태에 처하게 되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단 그것을 깨닫게 되자, 하느님께서 그들이 기도를 들어 주실 것을 굳게 믿고, 온 정성을 다하여 열렬히 기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 기도를 들어 주신 것이다.”
“왜 그들은 로마인들이 여자들을 잡아간 그때부터 기도를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묻는 토마스는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갑자기 변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들은 노력하고 있었다. 우선 회당으로 갔고,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했다. 하느님께 등을 돌렸는데 이제 와서 다시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과연 기도를 들어 주실까 하고 걱정했다. 그러나 내가 읽어 준 성서 말씀을 듣고 나서야, 하느님을 찾기만 하면 화 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하느님께 등을 돌림으로써 그들이 스스로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떠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읽은 성서 말씀은 하느님께로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도움을 청하기를 기다리고 계셨고, 그 청을 들어 주신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그들은 기도를 중단할 수가 없게 되었고, 지쳐서 잠들 때까지 기도를 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진리에 눈을 뜨게 된 것을 보시고, 그들의 기도를 들어 주신 것이다.”
“주님, 기도는 참으로 강력한 것이라서, 기도로써 하지 못할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큰 야고보가 말했다.
“그렇다. 하지 못할 것이 없다. 진심으로 기도하면서, 하느님께서 무엇이든지 들어 주신다는 것을 믿으면, 기도로써 못 할 것이 없다.”
“뭐라고요! 지금 무엇이든지 라고 하셨습니까?” 유다가 물었다. 유다는 자신이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네 자신에게 유익하거나, 다른 사람한테 유익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너희가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죄가 아닌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유다에게 대답을 하면서 나는 변하지 않는 유다의 마음 때문에 슬펐다.
베드로가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기도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주 강력한 선물이고, 좋은 데에 쓰라고 하시는 선물이지요.”
“네 말이 맞다. 베드로. 기도는 너희가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기도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재물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값진 것이다.”
필립보가 물었다. “주님, 그 여자들이 어떻게 풀려날 수 있었을까요?”
나는 필립보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기도의 힘 때문에 로마 군인들은 그 여자들을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여자들을 잡아가는 군인들의 영상을 눈 앞에서 보았다. 그들은 쓸모 있는 노예를 얻게 되었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그들은 길에서 다른 부대 소속 군인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같이 야영을 하면서 자신들이 잡아가는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른 부대 소속의 백부장은 자기 부하들이 그 여자들한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지역에서 데리고 갔던 여자들 중에 나병을 앓는 여자들이 있어서, 자기 부하들한테도 나병이 퍼져 많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병이라는 말을 듣게 되자 아무도 여자를 취하려 하지 않았고, 나병을 옮게 될까 봐 다들 두려워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여자들을 기꺼이 돌려보내게 되었고, 여자들이 가는 것을 보고 오히려 기뻐했다.. 그들은 다른 데서 노예를 구할 생각이었다.
그것도 기도의 힘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않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기도는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요한이 말했다. “어떤 때는 기도하기가 어렵고, 어떤 대는 기도하기가 쉽습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기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고, 힘들게 기도를 하고 나면 반드시 기쁨이 넘치는 날이 온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바르톨로메오가 말했다. “어떤 때는 기도를 하고 나면 지쳐서 잠을 자야 합니다.” 바르톨로메오의 말에 몇몇이 웃을 터뜨렸다.
그러자 마태오가 말했다. “그럼, 너는 기도를 굉장히 많이 하나 보구나.”
내가 계속해서 설명을 했다. “기도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을 것이다. 바르톨로메오처럼 기도하다가 잠이 들어버릴 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기도를 중지해서는 안 된다. 너희가 기도를 하지 않으면 천국으로 가는 발걸음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기도는 여러 면에서 힘을 발휘하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가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을 점점 더 분명하게 밝혀 준다는 것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을 분명히 보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필립보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주님, 주님께서 저희들에게 어떻게 기도를 하며, 왜 기도를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기도를 하다 보면, 어떤 때는 그저 습관적으로 반복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기도를 바꾸어야 할지, 말을 바꾸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같은 기도를 계속해서 되풀이하지 않게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네 마음이다. 네가 기도할 때 하는 말은, 네 마음을 하느님께 열어드리기 위한 것이다. 네 마음이 기도하는 데에 있다면, 같은 기도를 날마다 되풀이해도 상관 없는 것이다.
가끔씩 기도할 마음이 없을 때에는 네가 말하고 싶은 대로 하느님께 사랑의 말씀을 드리고, 마음 속으로 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씀 드리도록 하여라. 그리고 나서 가능하면 다시 일상 기도를 바치도록 하여라.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은 기도를 바침으로써,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방식으로 하느님을 생각하도록 자기 마음을 훈련시킨다.
그것은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과 같다. 아기는 자기 몸이 넘어지지 않고 움직일 수 있도록 균형 잡는 훈련을 함으로써 걸음마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매일 하는 기도는 그런 것이다.
매일 하는 기도는 마음과 몸과 영혼을 훈련시켜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를 하게 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한다. 매일 하는 기도는 그것이 반복되는 내용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없애준다. 매일 하는 기도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이 기고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
“어떤 기도가 완전한 기도로서, 하느님의 사랑과 뜻을 완전하게 받아들이는 기도가 되겠습니까?” 베드로가 물었다.
“장차 그 기도를 알게 될 것인데, 너희들이 그 완전한 기도를 온 세상에 알리게 될 것이다.”
“주님, 그것이 어떤 기도입니까?” 큰 야고보가 흥분하여 물었다.
“때가 되면 배욱 될 것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때가 올 것이다.” 큰 야고보에게 다정하게 말해주고 나서, 나는 나의 희생을 생각했다. 가장 완전한 기도로써 끊임없이 되풀이 될 나의 희생인 성체를 생각했다.
에임스씨의 메모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의 눈으로>라는 제목의 이 연속되는 간행물로 우리를 데리고 가시오, 이 세상에 계실 때의 당신 생활을 보여 주시니, 사도들의 서로 다른 개성을 알 수가 있습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우리는 사도들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여러 사도들이 나에게 준 메시지 몇 가지를 여러분들에게 보여 주라는 영감을 받았습니다. 9이 메시지의 좀더 자세한 내용과 다른 어려 메시지는 다음 책에 싣겠습니다). 이 메시지들을 통하여 사도들과, 그들의 고투(苦鬪)와, 하느님께 대한 그들의 사랑이 여러분에게 좀더 선명하게 알려지게 되고, 여러분이 주님께 좀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천주 성부 1995년 8월 5일
내 아들 예수가 이 땅에 있는 동안, 그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을 보니, 그들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그 장점과 단점 때문에 선택되었는데, 그 이유는 내 아들 예수의 도움을 받아, 그 장점과 단점들이 미덕(美德)으로 변하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장점은, 겸손과 사랑의 미덕이 되었다. 약점은, 오직 예수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미덕이 되었다.
제자들은 인간의 모든 성격을 다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겸손과 사랑으로 예수를 받아들이고, 예수의 사랑으로 그들의 단점을 극복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다 성인 성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성 베드로 1995년 10월 8일
예수님께서 고난을 당하고 계실 때, 나는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나를 용서해 주셨다. 그러나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할 때까지는 완전하게 용서를 누리지 못했다. 한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예수님께 등을 돌린 것을 생각할 때마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주님께서 다시 부활하시어, 나에게 당신의 사랑과 용서를 베풀어 주시며, 당신을 부인했던 나에게 당신의 교회를 이끌어 갈 영광을 주셨다.
나를 용서해 주셨을 뿐 아니라, 이 부족한 나에게 그렇게 엄청난 선물까지 주시는 그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을 이와 똑같이 사랑하시는데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죄를 지었는지…, 그래도 하느님은 얼마나 부정했는지를 상관 않고 용서해 주고 싶어 하신다. 그리고 용서해 주시면서, 당신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신다. 이 용서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성 베드로 1995년 7월 8일 (에임스씨는 이미 베드로 성인을 보았지만, 성인을 알아보지 못한 적이 있었다.)
오래 전에 내가 거기 있었는데,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너는 나를 쳐다보았지만 알지 못했다. 이제 나를 알고, 나와 함께 참 메시아이시며, 참 주님이시며, 참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자.
성부와 성령과 함께 예수님께서는 참 하느님이시다. 예수님은 우리의 주님이시며, 우리의 구세주이시고, 우리의 벗이시며, 우리의 참 하느님이시다. 인간을 위해 통곡하신 예수님께서는 피눈물을 흘리셨고, 사랑의 눈물을 흘리셨다. 이 세상에서 당신의 가족을 완전하게 사랑하신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몇 사람만 구원하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구원하셨다. 예수님은 우리 주님, 우리 하느님, 우리 선생님, 우리의 가장 절친한 친구로써 예수님의 용서하심은 끝이 없으시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사도가 되어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말씀하신다.
성 베드로 1997년 6월 21일
로마에서 내 생애는 끝났다. 그러나 하느님과 함께 사는 영원한 생명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예수 그리스도께로 가는 나의 발걸음은 로마에서 끝났지만, 천국의 영원한 안식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참 하느님이시요 참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리며, 목숨을 바친 곳도 로마였다.
성 베드로 1995년 11월 1일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은, 천국에 있는 모든 성인 성녀들에게 주는 특별한 사랑의 선물이 된다. 너희가 그것을 바칠 때, 가슴을 열고 너의 사랑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포장하여, 너희를 사랑하는 모든 성인 성녀들에게 보내도록 하여라.
성 요한 1996년 11월 1일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보아라.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선물을 보아라.
교회 안에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보아라.
성 요한 1996년 11월 1일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할 때, 나는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다. 너희도 그렇게 하여라.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움을 청할 때 곡 기도를 바쳤고 하느님께서는 내 기도를 들어 주셨다.
성 바르톨로메오 1997년 11월 1일
하느님의 사랑이 주는 고통을 나누어 가져라. 그 희생으로써 너희가 영혼들을 구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이 주는 영광을 나누어 가져라. 그럼으로써 너희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을 나누어 가져라. 그럼으로써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게 되는 것이다.
성 토마스 1997년 4월 22일
의혹을 없애기 위해, 기도하여라.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기도하여라.
평화 속에 머무르기를 원한다면, 기도하여라.
의혹과 오류를 없애고, 평화를 얻게 하는 하느님의
은총이 바로 기도인 것이다.
성 유다 타대오 1996년 11월 1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치유의 힘을 받는 것은, 네 믿음에 달려있고 하느님께 대한 네 사랑에 달려있다.
너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믿기만 한다면, 무엇이든지 못할 것이 없도다!
성 유다 1997년 11월 1일
하느님의 가족, 모든 사람들.
하느님의 사랑, 모든 사람들.
하느님의 희망, 모든 사람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의 가족 안에 있는 자기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한 사람도 잃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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