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 Eleven, 9주년이 되었다. 그날은 싸늘할 정도의 아주 파아란 하늘의 밝고 밝던 가을 아침이었다. 보통 때와 같이 출근했지만, Rockwell Automation office에 들어 서자마자 모든 것이 이상했다. 이곳 저곳의 cubicle이 거의 비어있었고 몇 군데의 TV앞에 동료engineer들이 모두 모여서 그 화면에 완전히 얼굴들이 고정되어 있었다. 공기가 이상했다. 화면을 보니 무언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모습만 보인다. WTC (World Trade Center)의 모습이고, 그 위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오르고 있는 화면이었다.
아하.. 경비행기가 잘못해서 부딪친 모양이구나..하고 물어보니 그것이 아닌 듯 하다는 대답들이었다. 조금 후에 다른 tower에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모두들 얼굴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게 만화영화가 아닌가? 침묵만 흐르고, 말들을 할 용기가 나질 않는 모양이었다. 나도 마찬가지.. 모두 일을 할 마음이 전혀 나질 않았다. Internet으로 화면이 옮겨지고.. 결국은 two towers모두 무너지는 climax가 보였다. 완전한 침묵..
National Emergency, All Airports Closed 라는 sign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모두들 침통한 모습으로 어슬렁 어슬렁 직장을 빠져 나왔다. 왜 그렇게 하늘은 파랗던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모두들 생각에, 세상이 한 순간에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Highway는 거의 텅텅 비어가고 National Emergency sign은 계속 되었다. 거의 비틀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이 terrorist들이 앞으로 과연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작정인가.. 짐작하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Pearl Harbor와 일본인들, 그 후의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일본인들도 떠올랐다.
이슬람교도의 경전 코란을 불 태우자던 “미친” 목사 (이런 친구가 어떻게 ‘개신교’ 목사가 되었나?) 가 서서히 물러나고 있는 비겁한 얼굴을 보니 정말 밥맛이 없어질 지경이다. 거의 정신병자에 가까운 이런 놈을 따르는 ‘개신교’ 교인들의 정신상태도 사실 의심스럽다. 독일에 사는 이 목사라는 사람의 딸도 ‘아버지는 정신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 이라는 힌트까지 했다는데. 이것을 보니까 이곳에서 가장 빨리 유명해지는 방법중의 하나는 ‘코란을 불태우자는 계획’ 을 언론에 공표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방장관까지 이 미친놈에 놀아난 것을 보니 참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정말, 정말, 이놈이야 말로 9/11 terrorists와 같은 급의 ‘사탄’이 아니던가?
3일전에는 결국 우리 fish ‘lucky‘가 세상을 떠났다. 몇 달 전에 이미 그의 partner가 먼저 갔고 그 이후부터 lucky도 움직임이 아주 느려지기 시작해서 이미 나는 가족들에게 경고를 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거의 잠을 자듯이 살아온 셈이다. 아주 가던 날은 머리를 계속 모래에 묻으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더니, 그 다음날 아침에 보니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작은 생물에 이렇게 감정적으로 진하게 연결이 된 것은 나로서는 처음 경험한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약’해 졌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은 상관이 없다. 생명의 유한성을 다시 한번 그 작은 생물체를 보며 느낀 것이다.
박민우 저, “가까운 행복” 이란 책을 조금 훑어 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가회동” 이란 세 글자.. 소제목 “가회동 거닐며 도넛 먹기“에 있는 단어였다. 이게 무언가, 가회동에서 도넛을 먹다니.. 하루가 너무나 힘 들었던 샐러리맨의 휴식처로 찾은 곳이 그곳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의 꿈이 아롱거리는 나의 고향, 가회동이 건재하다 못해서 이제는 휴식처가 되었구나. 그 부분을 인용을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안국역 2번 출구,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 보았다. 주택가인데도 도로는 넓고 인적은 드물었다. 평화로웠다. 대로변을 따라가다가 가회동 한옥 마을이라는 표지가 보이자 지체 없이 골목으로 들어섰다. 찬란하게 이어지는 한옥들. 드문드문 공사를 하고 있었고, 가끔씩 관광객들과 마추쳤지만 그들 역시 나처럼 나직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반가운 동지들.
흥미로운 말이 ‘안국역 2번 출구’.. 아니 그곳에 안국역이 있었구나. 그러니까 안국동에 연결이 되어서 그랬을까. 아하.. 이곳에도 지하철이 생겼구나.. 아니 가회동 한옥마을은 또 무엇이냐? 동네 이름을 그렇게 바꾸었나? 의문은 그 다음의 ‘관광객’ 에서 풀렸다. 아하.. 민속촌처럼 이곳도 문화재로 지정이 되었구나.. 그러니까 관광객이 오겠지. 나의 생각은 온통 50년 전으로 날라간다. 최소한 나의 자라던 곳이 상전벽해가 되지는 않았다는 안도감도 생겼다. 하지만 그곳이 거의 ‘화석’같은 역사물이 되어간다는 사실에 이 오랜 세월의 장난과 횡포에 소름이 돋는다.
너무 재미 있어요.. 감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