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일요일은 이곳의 전통적인 ‘웃기고, 무서운’ Halloween이다. 이 날은 오래 전 내가 처음 보았던 그런 것들 보다 너무나 많이 ‘상업화’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간소하고 소박한 것이 이제는 아주 복잡해졌다. 주로 아이들이 즐기던 날이 어찌된 것인지 어른들이 더 난리를 친다. 조금은 천박하고 시끄럽고, 심지어는 지나치게 장난을 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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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부터 귀신이야기 같은 것을 좋아해서 이 즈음이면 그런 영화도 나오고 TV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분위기를 띄우고 해서 보곤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우리 집의 아이들이 한창 이런 날을 즐기던 그런 시절에나 재미있는 법이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이제는 분위기가 아주 썰렁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pumpkin carving도 하고 candy같은 것도 사고 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모든 것을 중단하기로 했다.
조금은 기분이 썰렁함을 느끼긴 하지만, 이것도 세월 흐름의 한 표시가 아닐까. 이날의 저녁때 trick or treating하는 아이들이 오면 우리 집의 ‘불’을 모두 끄고 지내기로 했다. 그러면 우리 집은 아이들이 그냥 지나 갈 것이다. 옆집에 사는 오래된 이웃 David이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리라.. 이제까지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아~~ 이제 우리 집도 ‘늙어’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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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도 3일밖에 남지 않았다. 10월을 되돌아 보니, 갑자기 다가온 진짜 가을날씨로 시작된 10월초에 다시 시작된 laminate flooring job은 며칠도 못 가서 보기 좋게 중단이 되고 말았던 것이 제일 쓰라린 기억이 되고 말았다. 새 마루의 모양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럴 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나는 것일까? 프로였으면 밤을 새고라도 무슨 해결책을 찾았을 것이지만 나는 그럴 의지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중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달에는 Thanksgiving Holiday가 있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그때까지는 끝을 내야 한다.지금 마루를 깔고 있는 방에는 덩치가 커다란 가구, 심지어는 피아노까지 있어서 사실 근육이 많이 쓰이는 곳이라 더 힘든 곳이다. 이럴 때마다 간절히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아.. 등치가 좋은 아들녀석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옆집에 마음에 맞고 힘을 쓰는 “남자 친구”녀석이라도 살고 있다면..하는 정말 꿈같은 상상이다. 대가족이 다 모여 살았던 그 옛날이었으면 그런 것이 가능했으리라. 고국도 이제는 핵가족, 소가족, 떨어져 살기..등등으로 많이 변해서 이곳이나 진배없으리라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이곳보다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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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고국의 평창이씨 종친회에서 우편물이 도착했다. 종친회 website에 나의 종파에 관해서 문의를 했더니 친절하게도 종친회 간행물과 편지를 종친회장이신 “이건모” 회장께서 보내주신 것이다. 간행물은 두 권의 소 책자인데 하나는 “백오세록(白烏世錄)” 이란 것이고 다른 것은 비해당소상팔경시첩(匪懈堂瀟湘八景詩帖) 이란 긴 이름의 소책자이다. 백오세록의 백오는 하얀 까마귀란 뜻인데 여기서는 고유명사로써 통일신라시대의 지금의 강원도 평창의 지명이름이다. 이 책은 평창이씨 족보를 전반에 걸쳐서 요약을 한 것이다. 완전히 고어로 되어있는 정식 족보를 이렇게 한글화하고 뜻을 풀어서 쓰려는 노력은 정말 칭찬할만한 노력이 아닐까.
우리세대만 해도 학교에서 기초한자를 배웠다지만 요새 세대는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지만, 우리의 전통이 이렇게 한자로 남아 있는 한 아예 이 한자를 배우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나와 같이 족보를 “전혀” 모르고 살고 그것도 영어권 문화에서 오래 산 사람에게 이 족보문화는 정말 culture shock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비교적 빠르게 족보의 기초를 받아드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제서야 역사 속에 있는 나와 우리가족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족보가 의미하는 진정한 뜻이 아닐까? 아주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부지런히 그런 역사의식을 느끼며 가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