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신비

레지오 단원 제일의 무기, 묵주
나를 ‘살려 준’ 이 묵주는 연숙이 San Antonio (Texas)에 갔을 때 사 준 선물이었다

빛의 신비, Luminous Mysteries, Mysteries of Light..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적인 빛의 성분이나 빛의 속도에 따른 상대성 이론, 빛의 구성에 대한 양자역학.. 등등에 대한 것이 아니고, 신학적인 빛의 신비인 것이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천주교의 ‘복되신 성모 마리아'(Blessed Virgin Mary: BVM) 묵주기도(Rosary)의 2번째 신비를 말한다.

묵주기도에는 4가지 신비가 있고 이것을 반복하며 읽고, 묵상을 하는데, 첫 번째 신비: 환희의 신비(Joyful Mysteries), 두 번째 신비: 빛의 신비(Luminous Mysteries), 세 번째 신비: 고통의 신비 (Sorrowful Mysteries), 네 번째 신비: 영광의 신비 (Glorious Mysteries) 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이상하게도 내가 유별나게 더 많이, 깊이 생각하고 묵상하고, 심지어는 좋아하게 된 신비가 바로 ‘빛의 신비’ 인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확실하게 글로 표현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조금 간단하게 말 하자면 나머지 3가지 신비는 사실 너무나 ‘유명’하다고나 할까.. 환희의 신비는 예수님 탄생, 고통의 신비는 예수님의 수난, 영광의 신비는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잘 알려진 기독교의 핵심부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빛의 신비는 조금은 ‘평범할 수도 있는 예수님의 공(公)생활’에 해당하는 것이다.

Fatima(파티마) 목동들에게 나타나신 성모님
Fatima(Portugal) 목동들에게 나타나신 성모님은 이미 묵주를 가지고 계셨다

어느덧 내가 묵주기도를 시작한지 4년이 훨씬 지나고, 내년 3월이면 만 5년 ‘기념일’이 다가온다. 세월이 빠른 것은 물론 잘 알지만, 내가 사고 없이 이것을 5년 계속해 왔다는 사실로는 5년이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닌 듯 싶다. 그만큼 나의 묵주기도 5년은 나에게 풍부한 개인적 경험을 체험케 했고, 나아가서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나를 계속 끌고 갔기에 이제는 전부터 들어왔던 묵주기도의 신비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묵주기도를 ‘시작해 본’ 자체도 나에게는 신비에 가까웠지만, 그것을 지금까지 4년이 훨씬 넘도록 계속해온 자체는 그 이전의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실이었다. 처음 이것을 시작할 당시는 기도문을 외우지 못해서 불편했지만, 그것은 시간이 자연히 해결해 주었다. 완전히 외우고 나면서, 조금씩 생각, 묵상 등을 할 여유가 생기고,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자유기도에 대한 지독한 거부감 (대부분 개신교 신자들의 통성기도 스타일 때문에)으로 나는 기도란 것을 못 했는데 이 묵주기도가 아주 자연스레 나를 구해 주었다.

빛의 신비에 대해서 조금 조사를 해 보니, 의외로 이 신비는 아주 역사가 짧았던 것이었는데, 2002년에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Pope John Paul II) 께서 기존의 3단에 덧붙인 것이었다. 묵주기도의 오랜 역사를 감안한다면 2002년에 더해진 빛의 신비는 사실 바로 불과 몇 분 전에 더해진 것 처럼 느껴지는 ‘새 것’ 인 것이다. 흔히 ‘레지오 박사’로 알려진 최경용 베드로 신부님의 저서 <레지오 마리애 영성> 을 보면 묵주기도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데: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묵주기도는 ‘로사리오의 첫 교황’ 이라고 불렸던 비오 5세가 1569년에 만들었는데, 그 2년 후인 1571년 10월 7일의 레판토(Lepanto) 해전에서 유럽이 회교국의 손아귀에 들어갈 위기에 봉착하자 신자들이 전승을 위한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친 결과 마침내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비오 5세의 후임자인 그레고리오 13세는 1573년에 매년 10월 첫 주일을 ‘로사리오의 성모 축일’로 정하였다. 그 후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이 10월을 ‘로사리오 성월’로 정하고 성모 호칭 기도에 ‘지극히 거룩한 로사리오의 모후’라는 칭호를 추가함으로써 묵주기도를 통한 성모신심을 장려하였다.

Five Luminous Mysteries, 빛의 신비 5단
빛의 신비 5단, St. Joseph Sunday Missal 에서

전 교황 복자이신 요한 바오로 2세의 성모신심은 너무나 잘 알려진 최근 역사의 일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나 교회 역사적이거나 나는 이 복자를 존경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이것도 나의 ‘자유의지’와는 크게 상관이 없이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2005년 선종을 하실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근대사 인물 중에 내가 확실하게 존경하고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 복자, 요한 바오로 2세가 아닐까.. 왜 이 신비가 ‘빛’의 신비로 이름이 되었을까? 그것은 요한복음 9장 5절의: “While I am in the world, I am the light of the world”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 내가 세상의 빛이다: 공동번역에서) 에서 나온 것이다. 그 분이 첨가한 묵주기도 두 번째 신비 ‘빛의 신비’는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고, 나를 움직였을 것이다. 결국, 요새는 참 신앙이라는 것이 오묘하다는 생각 뿐이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의 빛의 신비:

  1.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The Baptism of Jesus in the Jordan)
  2. 예수님께서 가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시다. (Christ’s Self-Manifestation at the Wedding in Cana)
  3. 예수님께서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심을 묵상합시다. (Christ’s Proclamation of the Kingdom of God)
  4.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심을 묵상합시다. (The Transfiguration of Our Lord)
  5.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심을 묵상합시다. (Christ’s Institution of the Eucha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