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오늘은 St. Patrick’s Day, 하루 종일 이곳 저곳에서 초록색을 많이도 보는 날이다. 초록색은 역시 느낌이 좋다고 할까, 봄의 연상시키고, 생명이 움트는 그런 느낌, 시원한 느낌, 삶의 느낌, 하나도 부정적인 것이 없는 완벽한 색깔, 그것이 St. Patrick’s Day의 색이다.
물론 St. Patrick이 Ireland의 수호성인(patron saint)임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정확히 어떤 사람이란 것은 잘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은 조금 부끄러운 고백일 수도 있는 것은 내가 명색이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간단히 Wikipedia로 찾을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것은 결국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에 불과하다. 다른 말로, 종교적인 배경 없이, 그것(역사적 사실)만으로는 충분히 그 사회적, 문화적인 영향과 의미를 간파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우선 이 수호성인은 아주 오래 전인 AD 387-461년에 사셨던 ‘역사적’ 인물이다. 그러니까 한반도에서의 삼국시대와 비슷한 오래 전시대인 것이고, 그 당시 Ireland는 Irish 원주민, 영국 땅은 로마제국의 일부였다. 영국 땅 Wales 에서 태어난 Patrick은 16세 때 Ireland에서 쳐들어온 원주민에 의해 납치가 되어 Ireland로 끌려 갔지만 6년 뒤에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 이후 그는 기독교 (로마 정교회)의 주교가 되어 Ireland도 가서 그곳의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기독교화 시킨다. 그 이후 Ireland는 천주교의 세계적인 중심국가로 성장을 해서 오늘날에 이른다. 3월 17일은 그가 죽은 날이자, 후에 로마, 동방 정교회 천주교, 영국 성공회, 또한 루터교회의 공식 축일(feast day)이 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St. Patrick은 Ireland의 상징적인 식물 shamrock의 세갈래 꽃잎을 천주교리의 으뜸인 삼위일체 교리를 가르칠 때 사용했다고 하고 이 외에도 전해지는 전설은 많이 있다. 최근에 Ireland 는 염려할 정도로 급속히 세속화(secularization) 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엄연히 세계 ‘최강’의 천주교 국가이다. 수많은 천주교 선교사, 신부, 성직자, 성인이 배출되었고, 현재 나의 정신적 고향이 된 레지오 마리애1도 Ireland출신의 신앙인 Frank Duff에 의해 생긴 것이다. 그뿐이랴.. 우리의 ‘미국 본당(Holy Family Catholic Church, Marietta, Ga)’ 의 주임신부님(pastor Fr. Darragh Griffith)와 보좌신부님(parochial vicar, Fr. Stewart Wilbur) 또한 ‘모두’ Ireland출신의 역전의 경험을 가진 신부님 들이다.
또한 미국에서 Irish immigrants(아일랜드 출신 이민자들)들의 역할이 보통이 아니다. 비록 Jewish 같은 두뇌나 재력에는 못 미치지만 다른 분야, 특히 음악, 영화와 문학, 그리고 신앙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했으며, 천성적으로 인생을 즐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대표적인 사람이 20세기 초, 중반에 활약한 Bing Crosby (우리에게 White Christmas로 잘 알려진)로서 그가 출연한 대표적인 영화 ‘Going My Way‘란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 그는 우선 가톨릭 신부로 등장하고, 감미로운 노래를 부른다. 그러니까, 신앙, 음악2, 영화 모두 이 Irish가 하는 역할인 것이다. 이들의 음악, 특히 노래를 들으면 우선 Danny Boy같은 목가적인 것들, 우리의 정서와 참 잘 맞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개인적으로 Irish에 관한 것들은 참으로 호감이 많이 간다. 신앙적, 예술적으로 무언가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낀다. 최근에는 이들도 많이 ‘상업화’3가 되어가는 듯 하지만 그 오랜 전통이 어디에 가랴? 이런 저런 생각으로 오늘 하루는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The Unicorn Song – The Irish Rovers
우리 애들이 어렸을 때, 자장가 처럼 들려주던 감미로운 곡
- Legion of Mary, Legio Mariae: 성모님의 군단. 성모님을 정신적 지주로 군대식으로 모인 가톨릭 평신도 단체, 세계적 조직이며 Ireland의 수도인 Dublin에 세계 총본부가 있다 ↩
- 오래된 이민 역사로 이미 19세기부터 미국의 bluegrass, country music의 주류를 이루었고, 20세기에는 musicals, 예를 들면 Yankee Doodle Dandy같은 것들로 전통이 이어졌다. ↩
- PBS-TV로 미국에 많이 알려진 Celtic productions, 예를 들면 Enya, Celtric Women같은 것과 River dance group같은 것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