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형의 컬럼, <김인호의 경영 경제 산책 13>이 새로 발표 되었다. 나의 경영, 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덤으로 거저 받게 된 ‘나이의 선물’ 덕택으로 ‘저절로 알게 된’ 나 나름대로의 얄팍한 의견은 많이 있다. 오늘의 주제는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와 그렇게 된 원인에 대한 것으로, 기업 윤리를 염두에 두고 근대에 개발된 주요한 기업경영모델을 고찰한 것으로 저자의 독특한 ‘원리적’인 각도로 본 듯하지만 다른 글과 다르게 종교, 신앙적인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 내가 알게 된 것 중에는 여기에도 잘 알려진 80/20 Pareto rule이 적용이 되어서, ROI(return on investment)는 대강 환경, 전략, 조직 변수의 80%와 나머지 20%의 관리, 운에 따른 변수에 따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80%에 속하는 것을 ‘사업다운 사업’으로 정의하고 이런 룰은 단기적인 아닌 중, 장기적으로 적용이 됨을 밝힌다.
그래서 과연 어떤 것이 ‘사업다운 사업’인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데, 비록 전문적인 용어로 풀이는 되었으나 역시 이것도 ‘직감’적으로 공감들이 가는 것들이다. 사업, 그러니까 business의 모델을 세가지로 구분을 하였는데, 사회에 유익을 주는 positive-sum, 유익도 무익도 주지 않는 zero-sum, 그리고 사회에 해를 주는 negative-sum이 그것 들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업들이 사회에 유익을 주는 것들이지만 도박, 마약 퇴페산업 등은 노골적으로 사회에 해를 주는 것들이다. 문제는 가운데 있는 zero-sum 사업들이고 저자는 이것에 초점을 맞추고 근래의 세계경제문제를 설명한다.
역시 덩치가 큰 미국경제에서 ‘고안’이 된 이 ‘신경제 상품’들, 그 중에서 ‘파생금융 상품’이 끼친 ‘악영향’은 뉴스를 본 사람들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파생금융 상품의 규모가 커지면 커 질수록 진짜 경제인 ‘실물 경제’는 그만큼 위축하게 된다고 한다. 기억에도 생생한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는 아마도 이 zero-sum 사업들의 과도한 팽창에 의해서 유발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업들은 철저한 정부규제 하에 있는 것이지만 만약에 그 규제에 ‘구멍’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가 간다. 나도 이것은 공감을 한다. 쉽게 말해서 ‘각종 수법, 기교로 돈 자체로 돈을 버는’ 그들이 이 위기의 주범이 아닐까.
기업번영, 사업다운 사업과 니즈맞춤혁신에서만…
2013.04.19
1980년대 후반 당시 한창 잘 나가던 어느 재벌사가 보내준 신년호 사보 첫 장을 여는 순간 거창한 고사(告祀)장면을 담은 몇 컷의 칼라사진이 실려 있었다. 약 40여개 고사용 돼지대가리를 쫙 차려 놓은 거대한 상 맨 앞줄엔 회장이라는 분이 혼자 자리하고 그 바로 뒤에 약 40여분을 헤아리는 그룹사 사장단이 정렬하여 넙죽 절하는 장면이 크게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영화‘대부(代父)’와 마피아를 다룬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동시에 떠올랐는데 왜 그랬는지 그 연유는 잘 모르겠지만 뒤이어 ‘아, 저분들이 불확실한 기업경영환경에서도 운(運)이 따라주어 별 탈 없이 우수한 기업성과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저러는구나.’하는 생각이 일견 들었지만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도저히 수긍되어 오질 않았다.
다음 해 1학기 필자의 전공영역의 하나인 기업윤리 시간에 학생들에게 고사얘기를 들려주며 이에 대해 약간의 토론을 유도하였다. 그런 후 글로벌 레벨에서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21세기의 격변 환경에서 우수한 사업성 과를 내려면 머리를 짜고 짜내어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어려운데 운(運)이나 요행(僥倖)을 바라는 맘으로 과연 우수한 성과가 얻어질까 하는 의구심을 강조하며, 그 재벌은 분명‘올바르게 일하려 하기보다는 운이 따라 주워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기업임에 틀림없다.’며, 그 재벌사가 고사 같은 미신행위를 계속한다면 결국 망하고야 말 것이다, 라고 학생들에게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상당수의 학생들이 그게 우리나라에선 관행과 관습 아니냐며 크게 필자에게 반발하던 게 생각난다.
그로부터 10여 년 지나 1997년에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이때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30대기업(재벌)의 거의 반(半)에 해당하는 13개가 결국 파산하게 되었는데 이때 그 고사를 지냈던 그룹도 물론 파산했다.
주변에서 인간사 매사에 운이 따라 주어야 일이 제대로 된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런데 그게 과연 그럴까? 같은 맥락에서 사업경영에서도 과연 운이 중(重)하게 작용하는 걸까?
1981년부터 교직에 동참한 필자는 사업경영에 있어서도 준거해야 할 법칙성이 존재하며 따라서 그 법칙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결국 경영학자들의 몫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 일환으로 경영전략분야에서 1970년대 초반부터 개발 사용되고 있는 PIMS(profit impact of management strategies)모델을 주시하고 있었다.
예 나 지금이나 경영학과 관련한 대부분의 모델/이론/유형/기법들이 여전히 직관(直觀)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PIMS모델도 마찬가지지만 정성(定性)모델(qualitative model)이 아닌 정량(定量)모델(empirical quantitative model)이란 점에서 필자는 특별히 PIMS모델에 남다른 관심을 두어왔다.
PIMS모델은 미국 전략계획연구소(Strategic Planning Institute: SPI)가 1970년대 초반부터 사업투자수익률(ROI)이 무엇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가를 밝히고자 포춘 글로벌 500대기업의 사업경험을 통해 계량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계량모델이다. 지금도 경영전략분야에서 계량모델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1970년대 당시엔 PIMS모델은 거의 유일한 계량모델이었다.
PIMS모델은 원래 GE가 자사의 다각화(diversification)된 사업들을 종합 관리할 목적으로 내부 프로젝트로서 개발한 모델이었다. 그 개발배경을 잠시 보기로 하자.
1760년대부터 1820-1840년대에 걸쳐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 영국에 서 일어났고 미국에서는 남북전쟁(1861-1865)을 치른 후 30여 년이 지난 1900년을 전후하여 그간의 대량잠재니즈(latent needs)가 구매력을 지니게 되면서 대량수요(mass demand)가 형성되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방식으로 당시의 단체(單體)기술들을 엮어서 대량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대량생산혁명(mass production revolution)이 일어나게 되었다.
대량생산에 의한 대량수요의 충족이라는 수급체제가 30여 년 동안 지속되자 그간의 미(未)충족(unmet) 수요가 대부분 해소되면서 대량공급과 수요 사이에 불균형(imbalance)으로 1929년에 드디어 세계대공황(Great Depression)이 터지게 되었다.
대공황 이후 대량생산체제는 그 한계를 맞는 듯 하였으나 1934년 케인즈(Keynes)가 제시한 유효수요론(effective demand)의 경제정책과 뒤이은 2차 세계대전(1939-1945)의 전쟁특수로 대량생산체제는 지속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전후 승전국 미국의 기업들은 엄청난 전쟁피해복구 수요를 석탄대신에 저렴한 오일 위주의 에너지로 대체하고 전쟁수행기술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뒤이은 50년대의 한국전(1950-1953)과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약 20여 년에 걸친 베트남전(1955-1975)의 특수가 겹쳐 이 기간 동안 미국 기업들은 기업에 따라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다각화 전략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루며 역사상 유례없는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로 이어지는 대량경제시대를 열어왔다.
그런데 다각화 전략에 의한 성장추구로 1960년대 후반에 이르자 다각화된 사업들로 인해‘이익 없는 성장(profitless growth)’현상을 맞게 되었고 여기에 더해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성장추세까지도 크게 꺾이는 상황을 맞으면서 기업성장과 사업성과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유수기업과 외부경영컨설팅회사들에 의해 PPM (product portfolio management)과 PIMS(profit impact market strategies)등 기업 및 사업전략과 관련한 기법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PPM은 다각화된 사업들을 관리하기 위한 분석도구를 말하는데 이에는 BCG matrix, GE matrix, ADL matrix 등이 있음)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1960년대 후반에 170여 개의 전략사업단위(strategic business unit: 이를 그냥 하나의 사업으로 이해해도 무방함)를 다루고 있던 GE사에서 다각화된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에 따라 GE 마케팅부서에서 개발한 것이 PIMS 모델이었는데 이후 하버드 대학에서 인수하여 더욱 개발시켰고 더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자 비영리기관인 SPI가 발족하여 오늘날까지 전담해 오고 있다.
SPI 에서는 지난 40여(1970-2012) 년간 사업성과=f(환경요인, 전략변수, 조직변수, 관리변수, 운)이라는 개념적 틀을 주관적으로 상정하고, 포춘 글로벌 500대기업의 3,000개 이상의 전략사업단위의 방대한 경영경험 자료를 분석하여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사업전략과 관련한 법칙성의 구축을 지속하여 왔다.
SPI의 PIMS 연구결과에 의하면 ROI(투자수익률)의 80%는 환경요인, 전략변수, 조직변수에 의해 좌우되고, 관리변수와 운(運)은 20%정도 작용하는 법칙성이 존재한단다. 이는 사업경영에 있어서도 80/20 파레토 룰(Pareto rule)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다.
이를 풀어 보면 투자수익(投資收益)은‘사업다운 사업(doing the Right business)’에 의해 80% 좌우되고 ‘사업을 잘 관리(doing the business Rightly)하고 운이 따르는 것’으로는 20% 정도가 좌우된다는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이는 사업을 잘 관리하고 운이 따르는 것만 가지고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사업다운 사업이라야 사업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사업관리를 소홀히 해도 좋다는 의미가 물론 아니고 사업관리를 잘 하더라도 사업다운 사업이 아니면 사업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사업다운 사업이란 과연 어떤 사업일까? 사업다운 사업 이려면 우선 사회에 유익을 주는(positive-sum) 산업에 속한 사업이어야 하며 다음은 이익을 많이 내는 사업이어야 한다. 사회에 유익을 주는가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산업들 중에는 사회에 유익만을 주는 산업 외에도 유익도 피해도 주지 않는(zero-sum) 산업들도 있고 심지어는 피해만을 주는(negative-sum) 산업들도 있다. 즉,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 제조업(조립산업, 부품산업, 소재산업을 포함)과 건설산업, 서비스, 유통, 은행, 보험, 의료산업 등은 그야말로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positive-sum 산업들이다. 반면에 복권 경마 선물 옵션 파생금융상품 등은 철저한 zero-sum 산업들이며 도박 마약 퇴폐산업 등은 negative-sum 산업들이다.
기본적으로 negative-sum에 속한 산업은 절대적으로 금지(禁止)의 대상이고 zero-sum의 산업은 철저한 규제(規制)의 대상이며 positive-sum 산업만이 사회에 유익을 가져오는 바람직한 조장(助長)의 대상이다. 따라서 사업다운 사업이란 바로 ‘positive-sum의 산업에 속한 사업을 통해서 이익을 많이 내는 사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논리의 비약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2008 월가 붕괴로 인한 미국 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원적 원인을 ‘사업다운 사업’이 속해야 할 산업의 관점에서 이해해 보자.
종전 후 미국은 전쟁수행기술과 값싼 오일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축으로 다각화를 전개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통해 대량경제시대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1971년 브리튼 우즈(Britton Woods)체제가 붕괴되면서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뀌고 또한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이 점증하는 가운데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패전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의 추격으로 1973년부터 무역에서 미소한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차 오일쇼크(1979)가 터지자 글로벌 규모로 초(超)경쟁상황이 격화되고 여기에 디지털 혁명이 촉발되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패러다임이동이 전개되자 1980년대 초반 레이건(Reagan)정부는 이런 환경변화에 적극 적응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정책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1980-1990년대에 걸쳐 미국의 제조업 메이커들의 상당수가 규제완화와 주주가치극대화(maximization of stockholders’value)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분위기에서 혁신의 효과가 크긴 하지만 또한 동시에 기술혁신과 노사관리와 공급사슬관리 면에서 리스크(위험)가 큰 제조업을 쉽게 외면하고 대신에 비교적 용이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 유통업이나 금융업으로 전업하였다.
이런 경제추세에서 미국은 1985년을 기점으로 세계최대채권국에서 최대채무국으로 바뀌게 되었고 2008 Wall Street meltdown 전까지 약 20여 년간 특히 1997년부터 약 10여 년간 실물경제가 급속히 왜소화되게 되었는데 같은 기간에 파생금융 상품시장이 또한 급속히 초거대화 되는 바람에 실물경제의 왜소화와 금융경제(특히 파생금융)의 초거대화라는 불균형(imbalance) 구조가 물밑에 가려지고 오히려 미국경제가 활황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었다.
본질적으로 파생금융상품은 그 자체가 제로섬이므로 파생금융상품시장을 유지하는 모든 비용만큼 결국은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파생금융상품시장이 거대화되면 될수록 실물경제는 점점 더 왜소화되게 되었던 것이다. 실물경제로부터 파생금융상품시장은 일단 돈이 들어오면 빠져나가질 않고 계속하여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실물경제를 피폐화 시키다가 급기야는 2008년에 미국 발 경제위기를 촉발시켰고 글로벌 경제위기와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로까지 위기를 증폭시켜왔는데 그 위기는 아직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 위기극복을 위해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덕에 무이자로 무한정 달러를 찍어내며 아슬아슬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 세일(shale)가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에너지의 해외에너지 의존이 낮아지고 있고 더욱이 해외로 이전했던 미국 제조메이커들의 유턴(U turn)으로 제조업의 부활을 예고하면서 미국경제의 부활계기가 마련되는 듯한 형상으로 보이고 있는데 반하여 이렇다 할 활로가 궁한 유로 존 국가들의 어려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무튼 2008 월가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은 바로 제로섬인 파생금융상품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 파생금융문제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글로벌 시한폭탄인데도 어떤 연유에서인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형상이다.
일찍이 슘페터(Schumpeter, 1934)는 경제성장발전의 원동력을 혁신에서 찾았고, 1980년 초반 넬슨과 윈터(Nelson &Winter, 1982)는 외부의 기술변화에 적응하는 기업의 루틴(routines: 무형의 기업자산으로 기업역량을 의미함)에서 가치가 창조된다며 역시 혁신의 중요성을 갈파하였지만 이들은 혁신이 일어나는 산업현장의 특성에 대해서 까지는 고민이 덜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아마도 이런 배경에서 1980년대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도 혁신효과가 큰 실물경제부문과 혁신효과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금융경제부문 특히 혁신효과가 전혀 없는 금융파생상품부문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산업영역에 일률적으로 규제완화를 단행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가치창조의 동력인 혁신의 견지에서 보면, 혁신효과가 큰 positive-sum사업의 경우에는 시장에 전적으로 일임하고 혁신효과가 없는 zero-sum사업은 철저히 규제하고, negative-sum사업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하는 논리가 성립되게 된다.
즉,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시장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냐 아니면 정부의 개입/규제를 조화시킬 것이냐의 판단은 전적으로 혁신효과의 유무와 산업/기업의 혁신역량 여하에 따라야 한다.
만 약 혁신효과가 크며 기업들이 혁신역량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전적으로 시장에 일임하고 혁신효과가 크지만 기업들의 혁신역량이 미흡한 경우엔 정부의 혁신조장 지원이 소망스럽고 혁신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나 혁신효과가 없는 경우엔 정부의 철저한 규제 하에 두어야 한다.
다시 사업다운 사업으로 돌아오자. 사업다운 사업이란 positive-sum의 산업에 속한 사업을 통해서 이익을 많이 내는 사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앞에서 정의한 바 있는데, 사업다운 사업 이려면 우선 ‘positive-sum의 산업에 속한 사업이어야 함을 산업적 관점에서 2008 월가 붕괴의 원인을 통해서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positive-sum의 산업에 속한 사업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을까? 이익은 기초(期初)의 기업핵심역량을 가지고 기중(期中)의 산업진화/(고객)니즈진화에 대하여 기업이 어떤 혁신을 통해서 그에 적응하느냐에 좌우되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초의 핵심역량이 아무리 크더라도 기중의 산업진화/(고객)니즈진화에 적응하는 혁신이 얼마나 효과적인가에 좌우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워크맨의 강자 소니는 엄청난 돈과 노력을 기울려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혁신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iRiver에게 나가 떨어졌고 또 iRiver는 Apple iPod에 처참하게 밀려났는데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동통신의 선발주자 Motorola는 왜 후발 Nokia에 밀렸고 feature phone의 강자 Nokia는 그 엄청난 연구투자비를 쓰면서도 스마트 폰 시장에는 진입조차도 못하고 있다가 기업의 쇠락을 맛보게 되었는가?
이런 기업 간의 부침에 대해 기존의 경영이론은 경쟁우위나 경쟁열위라는 개념을 통해 그 설명을 시도하지만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요소환원주의가 아닌 전일주의(holism)관점에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성과는 기초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기중의 시장(산업레벨)에서의 고객니즈특성에 기업이 얼마나 잘 맞추어 혁신을 전개하느냐의 관계를 다루지 않으면 제대로 설명되어지질 않게 된다. 곧 기업성과는 니즈맞춤혁신(needs-focused innovation)이 얼마나 유효했는가에 따라서 전적으로 좌우된다는 이야기이다.
바로 이 명제는 1997년 IMF 위기 이후 국내 30대 기업가운데 13개사가 파산한 한국재벌구조의 진화경험을 통해서도 잘 입증되어진다. 즉, 파산 재벌들은 우선 사업다운 사업이 아닌 사업을 다루었거나 설령 사업다운 사업을 다루고 있었다 해도 혁신역량이 미흡했거나 또 혁신역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니즈맞춤혁신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 한데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1997년 IMF 위기 이후 ‘사업다운 사업’을 가지고 ‘니즈맞춤혁신’에 충실했던 재벌들만이 살아남아 번성하면서 심지어는 2008 미국 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선방하며 한국경제를 G20의 일원으로 이끄는 위업을 이룰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기회에 보다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글/김인호 한양대 명예교수·다이나믹 매니지먼트 학회장(ihkim5611@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