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Blog: 김인호의 경영·경제 산책 23
오스트리아 복지 스타일이 전하는 감동
2013.07.02
경영학을 좀 아는 사람에게 경영학의 특징을 한마디로 얘기해 보라면 의례 능률의 학문(discipline of efficiency)이라고 한다. 이는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일어난 대량생산혁명으로 확립된 대량생산체제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2차 오일쇼크(1979)전까지 약 80여 년간 지속해 오는 동안 얻어진 경영관리의 산물이리라. 요컨대 대량생산체제에서는 동일제품(identical products)이거나 표준제품(standardized products)을 다루므로 제품에 대해서는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보니 자연히 최대관심사는 일정의 제품산출량(output)을 생산・제공하기 위해 투입되는 투입량(input)을 최소화하거나 또는 일정의 투입량을 가지고 제품산출량을 최대화시키는데 집중하기만 하면 되게 된다. 다시 말해 투입-산출 비(input-output ratio)를 높이는, 곧 능률(산출/투입으로 표시되는 양적 개념)을 향상시키는 데만 신경을 쓰면 족하단 말이다. 그래서 대량생산시대에는 더 능률적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차이가 생기게 되고 더 나아가 성공기업과 실패기업이 생기므로, 이 모든 것이 능률의 차이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는 건 당연하다.
이런 배경에서인지는 몰라도 오랫동안 경영학을 가르쳐 온 필자도 알게 모르게 능률이라는 개념에 익숙해 있었던 듯 쉽다. 필자가 해외여행 중 능률의 관점에서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 몇 번의 사례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을 잠시 되짚어 본다.
- 1997년 IMF 직전에 필리핀 마닐라와 보라카이 휴양지엘 갈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필리핀에서는 아주 조그마한 상점일지라도 사설경비원과 어카운턴트(accountant)를 꼭 고용하고 있었다. 사설경비원을 두는 연유는, 사설경비원에게 밤에는 일정한 수칙에 따라 발포권(發砲權)도 주어져 있다는 걸 봐서 그곳의 불안한 치안분위기 탓으로 이해되었지만, 조그마한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도 어카운턴트가 전표(voucher)를 써주지 않으면 절대로 물건을 건네주질 않는 시스템은 아마도 미국 식민지시절부터 정착된 선진방식이려니 이해되었다. 특히 휴양지에서는 전표를 써주는 어카운턴트와 물건을 내주는 사람의 역할이 더 철저하게 분담되어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법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관행이었는지는 당시 필자가 확인한 바는 물론 없었다.
- 2000년 집사람과 같이 중국연변의 한 대학교 AMP과정에 특강 차 갔을 때의 일이다. 집사람과 필자의 강의가 다 끝나자 학교 측에서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엘 가게 되었는데 예약식당 문을 들어설 때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뱅뱅 돈다. 아주 고급식당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급이었다고 느끼며 식당 문을 들어서는데 문 양쪽에 각 5명씩, 10명이 허리 굽혀, ‘어서 오십시오’ 하며 손님을 맞는 것이었다. 능률이라는 것에 늘 익숙해 있던 필자에게 이렇게까지 손님 맞는 품이 쉽게 이해되질 않았다. 물론 손님을 대하는 영업전략 차원일 것이라고 이해는 했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하는 생각이 뒤를 이었던 탓이다.
- 2001년 태국 방콕과 해양휴양지 부켓(Puchet)엘 다녀 온 적이 있었다. 방콕의 호텔에 도착하니 태국 아가씨들이 정문 양 옆에 각 15명씩, 30명이 도열하여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이었는데 필자가 머문 이틀 동안 지켜보니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손님에게 그들은 하루 종일 그렇게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 역시도 능률의 견지에서는 쉽사리 이해가 안 갔는데, 그들이 단순히 손님맞이 영업전략 차원에서 하는 것일 뿐일까 하는 생각을 그때에도 해보았었다.
- 2007년 북경에서 그리고 2011년에는 북경과 천진과 하얼빈에서 지인의 초청으로 고급식당의 별도 룸에서 식사할 경우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마다 유사한 경험을 했다. 매번 룸 안에 의례 젊은 청년 3명이 서있었는데 그들의 역할이 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주문 받는 사람과 주문한 음식을 가져 오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는데도 그들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방을 비우질 않고 우리 곁을 줄곧 지키고 서있었던 때문이었다. 후에 그곳 사람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냥 영업전략 차원과 일자리 제공차원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다. 고급식당 별실에서 식사할 정도의 손님이라면 그 정도의 추가비용을 부담시켜도 크게 문제될 게 없고 또 그렇게 함으로서 일거리 없는 청년들에게 다소의 수입이 가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이 강제로 하는 건지, 협약에 의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하는 건지는 당시 필자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능률만이 아닌 또 다른 뜻이 있음을 생각하게 한 조그마한 또 하나의 계기였다.
- 2005년 중유럽을 여행하던 일정 중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중심가에서 점심을 하려고 오후 3시 조금 전에 어떤 식당엘 들어갔는데 홀 안에 들어서자 뭔가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일행이 들어가자마자 부랴부랴 식당주인이 식당 문을 닫는데 뭔가에 쫓기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래서 조금 지나 그 연유를 물었더니 제시간에 문을 닫지 않으면 벌칙(罰則)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문을 닫아야 하며 또 문을 제때 닫지 않으면 범칙금을 내야 하는 이유가 여행객인 필자에게는 선뜻 이해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