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던가.. 우리의 미국본당의 달력을 보니 10월 22일에 Bl. John Paul II라고 적혀 있었다. 이 달력은 교회달력이라서 일년 열두 달 거의 매일 성인의 feast day가 적혀있다. 매일 미사를 다닌 이후 나는 이렇게 매일 성인의 축일이 있던 사실에 새삼 놀랐고 얼마나 내가 ‘무식한 천주교 신자’였던가 부끄럽기도 하였다. 매일 미사를 다니다 보면 ‘부수입’으로 이렇게 성인열전을 가볍게라도 공부하게 되어서 아주 유익하다.
그런데 오늘 10월 22일 수요일 미사엘 가니 바로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축일’ 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며칠 전에 잠깐 본 Bl. John Paul II가 생각났다. Blessed John Paul Second 그러니까 ‘복되신 요한 바오로 2세’의 축일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inaugural feast day, 시성 후 첫 축일이라서 나는 무슨 ‘역사적인 사건’을 겪는 듯 가벼운 흥분이 스며들었다. 올해 부활절 때 시성이 되신 후 첫 축일.. 역시 역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살아 생전에 ‘살아 계셨던’ 교황님이었고 나의 살아 생전에 돌아 가셨으며, 또한 살아 생전에 성인이 되신 것은 나로써는 조금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무척 많은 ‘일반 인’들이 이 성인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나도 그들에 못지 않게 이분을 좋아한다. 아니 존경, 아니 공경을 한다. 내가 꿈에도 꿀 수 없는 role model로 삼고 살아간다고 하면 조금 over일까? 2005년 선종을 하실 때, 나는 처음으로 이분에 대해 깊이 공부를 하고 묵상을 하게 되었고 그 당시 나는 이분이야 말로 나의 남은 평생 role model로 삼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100% 확신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얼음처럼 차갑게 얼었었던 나의 신앙심을 조금씩 녹여 나가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계속 그 여파로 녹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어떠한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그리고 세속적인 변화에도 이분만은 변함없이 ‘진실’을 밝히고 선포하실 것이라 나는 믿게 된 것이다. Do not be afraid라는 간단한 명언을 나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처음에는 약간 감상적인 기분으로 이분을 존경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더 이 성인을 알아가며 인간 요한 바오로 을 ‘절대적’으로 믿고 존경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나를 매료시켰던 면은 이분의 ‘찬란한 지적 은총’이었다. 철저한 신앙적 믿음에 못지 않는 지성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듯 하다. 한 마디로 ‘공부 잘하는’ 교황인 것이다. 후계 교황인 베네딕트 16세가 아마도 지적으로 이분을 능가할 지도 모르지만 베네딕트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에 비해서 다른 면이 떨어지는 듯 느껴진다. 절대로 굽힐 수 없는 지켜야 할 ‘진리, 교리’를 지켰고, 세계 정치를 신앙적인 눈으로 설득시켜는 힘은 아마도 이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을 따를 수가 없을 것이다.
오늘 이날을 맞아 ncregister.com에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 Catholics Remember St. John Paul II’s Personal Impact on Inaugural Feast란 제목으로 몇 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이날을 맞아 이 성인에 대해 회고를 하는 기사였다. 평범한 젊은 신자에서 신부님까지 포함 된 이런 개인적 경험 일화를 보면서 1978년부터 2005년까지 이 성인이 세계적으로 미친 영향, 거의 한 세대에 걸친 범세계적인 불굴의 선교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험난하고 어지러운 세상의 등대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