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Reflection 2015

¶ 다사다난 多事多難 했던 2015년 을미년 乙未年 이 서서히 저문다. 일년 내내, 생각하면서 살아간다고 자부하곤 하지만 제일 생각을 많이, 깊이, 천천히 해야 할 듯한 년 말이 되면 무언가에 떠밀리고, 쫓기는 듯, 번번이 후회를 남기며 ‘하나도’ 생각을 못한 듯한 회한 悔恨을 남기고 새해를 맞곤 했다만, 올해는 그 달갑지 않은 전통을 깨어볼까.

2015년은 내가 살아온 나이가 ‘만 滿’ 으로 67세인 해로써 70대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나이였다. 그러니까, 70 이란 숫자가 60보다 훨씬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던 그런 해였다. 60이란 숫자를 꼭 잡고 싶은 허황된 욕심이 없었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지만, 솔직히 그런 ‘아이 같은, 순진한’ 꿈을 꾸기에는 너무도 성숙한 나이가 되었다.  한마디로 나의 심정은  ‘초연.. 超然’ 한 것이다.

나는 과연 몇 살까지 살까? ‘늘어나는 평균수명’을 가지고 참 많이들 말장난을 하는 것 같지만 솔직히 나는 그것에 큰 관심이 없다. 분명 나 자신도 그런 ‘통계’의 일부일 것은 사실이지만, 나 자신이 그런 ‘통계’ 자체는 아닌 것이고 또한 언제 죽느냐 보다는 어떻게 죽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보험 ‘장사’를 하는 곳에서는 이런 통계가 절대적인 것이겠지만 나는 그런 통계를 의식하며 살기는 싫다.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겸손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며 내가 역사적인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긴 이 세상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것, 나는 그런 것을 원한다.

 

¶ 2015년의 ‘나의 사람’은 누구였던가? 비교적 자주 journaling을 하는 나는, 한 달처럼 느껴지는 1년 정도의 길지 않은 세월에서 내가 살아온 흔적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잡다한 흔적’들 속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사람들을 찾는가 하는 것이다.

지난 해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초자연’적으로 나와 가족을 정북방향 true north을 잊지 않게 하시고 이끌어 주신 ‘성모님’, 비록 인간이셨지만 나에게는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도와주셔서 지나가는 한 해를 나의 오랜 인생에서 ‘최고의 해’로 만들어 주셔서 ‘2015년 나의 사람’이 되셨다. 믿음의 결실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어려울 수도 있었던 지난 10년 간을 통해서 서서히, 확실하게, 조금씩 보여주셨다. 이제는 나의 어머니와 더불어 한시도 빠질 수 없는 나의 제2의 어머니가 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