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들, 잊고 싶은..
돌이킬 수 없이 그런대로 깊어가는 가을, 비록 쓸쓸하게 주룩주룩 내리는 낭만성 비는 없어도 마르고 마른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는 멋진 모습이 하루하루 다르게 자주 눈에 뜨인다. 요새 들어 멋진 꿈을 꾸는 횟수가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되고, 아련하고 결사적으로 잊고 싶지 않은 보물 같은 추억들도 머리에서 맴돌지 않는, 조금은 올해 이곳 날씨처럼 마른 생각 속에 사는 나, 그런 것이 조금 불만으로 쌓여간다.
추억들, 물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분명히 잊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잊고 싶다고 깨끗이 잊어질까? 6년 전쯤 이 blog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 추억들을 이곳에 남기려는 소박한 동기로 시작을 하였다. 누가 보건 안 보건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내 자신이 글로 옮겨서 어딘가 남기려는.. 그것이 전부였다. 제일 기억하고 싶은 것부터 하나 둘씩 글로 옮기는 것, 처음에는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고 그것이 나에게 주는 만족감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시간적으로 노력이 꽤 들어가는 나의 blog의 존재는 충분한 노력의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잊고 싶지 않은 추억들은.. 하나 둘씩 이곳에, 1973년에 정지된 ‘고교생 수준의 한글 솜씨’로 남게 되었다. 물론 아주 일 부분에 불과하지만.. 하지만 잊고 싶은 추억들은 어찌할 것인가? 그것도 남겨야 하는 것일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잊고 싶은 추억들이 사실 조심스럽게 기억해보니 적지 않았다. 나이별로 연대별로 따져보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일기 형식으로 아직도 남아 있는 것도 있었다. 비밀에 가까운 것도 꽤 있는데.. 이제는 사실 그런 것들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 그렇게 부끄럽거나 우려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 인데 어쩌란 말인가? 나의 하느님은 나의 개인적인 비밀을 100% 알고 있다고 이제는 믿기에 잊고 싶은 추억들도 조금씩 남겨 보려는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