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es, ashes…

 

2020년의 사순절 Lent가 시작되었다.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  아침 9시 미사엘 가서 이마에 재 灰로 긋는 십자가를 엄숙하고 고맙게 받았다. 문득 ‘아, 또 새로운 사순절이…’ 하는 자괴감 비슷함을 잠깐 느꼈지만, 올해의 사순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생각을 할 여유는 별로 없었다. 갑자기 다가온 ‘손자’의 출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걱정보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온통 머리 속을 맴돈다.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고?  증손주를 볼 가능성은 제로이므로 이것이 우리가 거쳐야 할 중대사의 거의 마지막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쁨, 후회, 걱정, 안도감들이 완전히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각종 개인적인 관문들, 국민학교입학,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 졸업, 대학교 입학 졸업, 유학출가, 결혼, 출산, 취직, 은퇴, 고아가 되는 슬픔, 자녀 출가, 출산… 70여 년에 걸쳐서 계속되는 이런 일들은 모두가 겪겠지만, 그래도 ‘해 냈다’ 라는 안도감이 앞선다. 전에는 이런 ‘과업’들이 우리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때 늦게나마 이런 모든 것이 ‘안 보이는 은총’의 덕이었음을 알고 가는 것이 제일 다행스럽다.

나를 근원적으로 일깨우고 변화시켰던 2014년 사순절을 사진처럼 기억한다. 워낙 거대했던 깨우침이라서 죽기 전까지는 다시 그런 경험을 못하리라고 거의 확신하지만, 그래도 사순절은 나에게는 신비로운 의미를 주는 40일이다. 또한 올해의 사순절은 이런 큰 가족적 진화과정을 겪으며 ‘사람을 사랑으로 구하시려는 사명’의 예수님의 의미를 다시금 차분히, 조용히 묵상하는 시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이 사순절의 결론은 역시 부활이라는 엄청난 사건임을 잊지 않고, 사순 40일을 보낼 수 있도록 기도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