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할 경영이론 과연 나올까?
2013.10.16
누군가가 앞으로 경영학분야에서 노벨경제학상 을 탈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 타야 할 것인가를 필자에게 묻는다면 아무래도 2008 미국 발(發)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하여 그 해법을 제공하는 사람이거나 부(富)창조 동인인 혁신과 관련하여 설득력 있는 독자이론 주창자라야 할 것이라 답할 것 같다. 물론 이들을 동시에 설명해 주는 기업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the firm)이라도 나온다면 그게 당연히 노벨경제학상 감이라고 답하리라고 본다.
다이나마이트(dynamite) 개발로 세계 부(富)를 긁어 모은 스웨덴의 노벨(Alfred Nobel), 그의 유훈에 따라 제정된 노벨상은 1901년부터 2012년까지 물리, 화학, 의학, 문학, 평화 5개 분야에 대해 주어져왔는데 1969년부터는 경제학상이 추가되어 그간 555회에 걸쳐 863의 개인과 기관이 수상하였고, 이중에서 경제학수상은 43회에 걸쳐 50여명 웃도는 사람들이 수상하였는데, 이번 2013 노벨경제학상을 끝으로 2013 모든 노벨상 수상자는 정해졌다. 경제학과 경영학 경계를 규정짓는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제껏 경영학분야에서는 단 3명만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첫 번째 분은 경제학에서 빌려 온 최적화 (optimization) 방식을 경영학 배태기 때부터 오랫동안 기업의사결정에 준용해 오던 때인 1950-60년대에 이와 다른 새로운 관점의 만족화(satisficing) 방식을 개척한 공로로 1978년에 수상한 사이몬(Herbert A. Simon)이다.
두 번째 수상자는 1991년 로날드 코스(Ronald H. Coase)인데 그는 경제제도의 구조와 기능에 있어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과 재산권(property righ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명확히 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였다.
세 번째 수상자는 2009년 기업의 경계(boundaries of the firm)를 분석하여 경제 지배구조(economic governance)를 다룬 공로로 수상한 올리버 윌리암슨(Oliver E. Williamson)이다.
그런데 경제학과 경영학은 경제, 산업, 기업 간의 관계를 어떻게 연관 지어 보느냐에 따라서 그 구분이 물론 달라질 수 있는데 이익(이윤) 추구의 생산경제주체인 기업 본연의 성격을 강조한다면 두 번째 및 세 번째 수상자는 경영학자라기 보다는 미시경제학자라고 볼 수 도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렇게 본다면 사이먼 만이 경영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실 사이먼도 경영학자라기보다는 경영학분야에서 심리학을 가르친 심리학 분야의 석학이다.
경제학에서의 의사결정은 언제나 최적화를 지향하는데 최적화란 주어진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목적하는 바를 극대화 또는 극소화시키는 의사결정구조를 다루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최적화(optimization)는 인간을 합리적・경제인(rational economic man)으로 전제하고 또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는 전지의(omniscient) 상황에서 특정 문제에 대한 모든 해결대안을 탐색하고 평가하여 최선을 선택하는 의사결정방식으로 완전한 합리성(perfect rationality)을 전제한다. 수리적으로는 목적함수(objective function)와 목적함수에 포함된 결정변수(decision variables)의 값을 제약하는 제약조건(constraints)들을 충족시키면서 목적함수의 값을 극대화 또는 극소화시켜 주는 결정변수의 집합(이를 최적해: optimal solution 라고 함)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최적화에서는 우선 문제(problem)에 대한 모든 해결대안(all alternatives)을 열거하고 각 대안에 대한 예상결과를 평가한 후 최선의 것을 규범으로 선택하게 하는 가장 이상적인 의사결정방법임에 틀림없지만 문제와 문제해결대안 및 각 대안의 예상결과에 대하여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는 전지(全知)한 경우에만 실행 가능한 방식으로, 실제로 많은 경우,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방법이다.
이런 배경에서 사이먼은 최적화(最適化)와 다른 각도에서 만족화(滿足化)를 주창했다. 사이먼은 1950년대에 의사결정구조(decision-making structure)면에서 합리적 경제인・완전한 합리성을 전제로 최적화를 추구하는 경우와 달리, 사회인(social man) ․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전제로 만족화(satisficing)라는 의사결정과정(decision-making process)을 다루면서 행동과학(behavioral sciences)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확립하였다.
만족화는 미래의 가능성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할 때 모든 대안을 탐색하는 대신에 가능한 대안들만을 탐색하고 이들을 욕망수준(level of aspiration)에 기초하여 평가를 행하다가 욕망수준을 충족시키는 첫 번째 대안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즉, 만족화에서는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느끼는 욕망수준을 설정하고 대안을 탐색하고 평가해 나가다가 욕망수준을 능가하는 대안이 발견되면 그것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만족화에서는 제한된 합리성만이 추구될 뿐이다.
만족화의 철학은 실제세계에서 최적해를 얻기에는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과 상충요인들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것보다 좋으면서 그 정도면 족(足)하다는 욕망수준을 주관적으로 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해결대안을 채택하게 되는데 이때 그 채택대안은 최적해(最適解)는 아니지만 현실적인 만족해(滿足解)라고 인식한다.
만족화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방법이라는 면에서는 최적화보다 실제적이라고 평가를 받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 욕망수준이라는 주관적, 심리적 요소가 도입됨으로써 단순히 의사결정과정을 기술(記述)할 뿐, 의사결정에 있어서 규범성을 제시 못하는 한계를 물론 지니게 된다.
아무튼 사이먼은 오랫동안 경제학 영역의 최적화방식을 원용해 오던 기업세계에 독자적인 의사결정방식으로 만족화(satisficing)모델을 제시하고 행동과학이라는 학문세계를 열어 온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 혁신주체인 기업을 축으로 한 경영학 이론과 관련하여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다음주자는 과연 누구일까? 아마도 기업과 산업과 경제에 있어서 경제성장발 전의 동인/동력에 관해 명쾌한 틀과 논거에 기초하여 연구한 학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필자에게 그 선발권을 준다면 필자는 혁신이나 기술변화가 경제성장・발전의 원동력임을 설파한 슘페터(Schumpeter, 1934)와 넬슨 ・윈터(Nelson and Winter, 1982)을 우선 추천하고프다. 그런데 슘페터는 이미 타계했음으로 고려 밖이고, 넬슨・윈터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다만 한 가지 미심 쩍인 것은 그들이 주류경제학자가 아니다 보니 실제로 수상여부를 갈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함에도 1980년대에 행한 그들의 연구가 기술경쟁이 심화되는 21세기에 더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잠시 이들의 연구업적을 살펴보자. (이 대목에서는 아무래도 개념적 이야기가 많이 등장함으로 다소 난해할 수도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진화경제이론(evolutionary economic theory)은 변화과정의 관점에서 생태생물학에서의 변이・유전・도태의 개념을 빌어 사회․경제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으로 구조(structure)보다는 과정(process)을 중시한다. 이 이론의 기초는 슘페터의 혁신이론(1934)과 기업의 성장과정을 이론화한 펜로즈(Penrose, 1959)의 이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이론의 효시는 아무래도 1980년대 들어 생태생물학에서의 경쟁이론을 경제・경영에서의 경쟁현상에 적용을 시도한 넬슨과 윈터의 An Evolutionary Theory of Economic Change(1982)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은 기술변화(혁신)를 돌연변이로, 지식보유체로서의 기업을 변이유전으로 보고 시장을 도태의 장으로 구체화한 진화의 틀을 개념화하였다.
넬슨과 윈터는 기업을 이익추구자이며 기업역량과 의사결정룰(decision rules)을 가지고 행동하는 주체로 인식한다. 즉, 기업은 단순히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대안만을 통해 이익극대화(profit maximization)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기업은 실제로 서로 다른 경로(path)를 지니며, 다른 기업역량과 의사결정 룰(decision rules)을 가진 이질적(heterogeneous) 존재로서 기업의 탐색활동(search)을 통해 기술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술환경과 시장환경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를 전제한다. 이런 배경에서 진화경제학의 철학적 배경은 요소환원주의(reductionism)가 아닌 전일주의(holism)에 기초한다.
그리고 기업역량과 의사결정 룰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문제해결노력과 예기치 않았던 사건에 의해 수정・보완되는 경로의존적(path-dependent) 지식기반이 루틴들(routines)을 형성하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루틴들이란 예측 가능한 기업의 행동패턴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주어진 시점에서 기업의 외부요소(시장 상태)와 내부요소에 대한 의사결정기능의 집합을 말한다.)
한편 기업성과는 기업외부의 기술변화(technological change)에 대해서 기업이 루틴으로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선택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본다. 즉, 루틴을 통해 기술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있는 기업은 선택되고 수익성이 없는 기업은 도태되는 자연선택원리가 작동하는 장소를 시장으로 인식하며 시장에서 보다 수익성이 좋은 기업들이 선택되게 됨에 따라 경제전반의 성장이 도모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routines 변화요소가 성장 동인으로 중시되다 보니 기술변화, 투자, 진입강도, 노동시장, 시간에 따른 산업의 투입-산출, 기업의 경로 등 기업레벨이 자연히 중시되게 된다.
그런데도 진화경제학은 실제로 신(新)다윈주의(Neo-Darwinism)에 기초하여 적자생존(survival of he fittest)이 아닌 적합관계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ing)의 관점에서 기업레벨보다는 산업레벨에서의 산업진화에 더 관심을 둔다. 따라서 넬슨과 윈터 이후 그간 변이의 유전(보전)과 관련한 적응・학습・탐색・경로의존성 등 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개념들을 포함하는 진화적 사고를 적용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어왔음에도 여전히 기업레벨에 대한 구도가 미흡한 것이 진화경제학의 현 수준이며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함에도 진화경제이론은 주로 내용(content)지향의 정태적 측면을 주로 다루는 기존의 이론들과는 달리 과정(process)지향적이라는 동태적 측면을 다루며, 또 기술변화와 시장진화를 경제발전의 원동력과 산업간 차이의 동인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장을 선택(選擇)과 도태(淘汰)의 장으로 인식하는 점에서는 대단히 호소력 있는 이론임에 틀림없다.
한편 시대상황의 관점에서 보면, 슘페터 혁신이론이 등장한 193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 후반 진화경제학이 등장하기 바로 직전까지 약 50여 년간은 대량생산체제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속되어 왔는데 1970년대 후반에 2차 오일쇼크(1979)로 초(超)경쟁상황이 전개되고 거의 같은 시기에 디지털화 혁명(digitalization revolution)을 비롯한 기술변화가 분출되는 상황에서 진화경제학이 배태되다 보니 진화경제학에서는 자연히 공급자간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따라서 시장/고객니즈 측면을 소홀히 다루는 한계를 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진화경제학에서는 기업이 시장고객을 주도하고 고객은 동일한 니즈를 갖고 있거나 동일제품/서비스를 원한다는 묵시적 전제를 깔고, 산업레벨의 기술변화에 기업레벨에서 어떤 루틴으로 적응할 것이냐에 주로 관심을 두어왔고, 혁신과 관련해서는 기업이 시장고객을 주도한다는 전제에서 시장환경과 기술환경의 공진화(coevolution)를 다루고 있어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유효하다는 한계를 보인다.
자, 그렇다면 고객이 기업보다 더 힘을 쥐고 있으며 고객의 니즈진화가 빈발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이론이 유효할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구축된 것이 바로 다이나믹 매니지먼트이다. 다이나믹 매니지먼트는 한마디로 니즈진화에 적응하는 혁신경영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니즈맞춤혁신・니즈진화・적응우수성을 key words로 한다. 여기서 적응이란 니즈진화를 선도하거나 니즈진화에 편승하는 행위 모두를 포괄한다.
요컨대 니즈맞춤혁신을 통해 니즈진화에 적응하며 지속번영을 도모하는 경영이 다이나믹 매니지먼트인데, 이는 특히 2000년대 인터넷/스마트혁명 이후 고객의 니즈가 까다로워지고 니즈진화가 빈발하는 비선형(非線型)세계에 부합하는 경영패러다임이라 할 것이다.
다이나믹 매니지먼트는 크게 세 가지 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레벨에서 시장의 고객니즈와 니즈진화를 설명해주는 현시니즈이론(explicit needs theory)과 기업레벨에서 이익추구 동력을 나타내는 기업파워이론(firm power theory) 그리고 산업레벨에서의 니즈진화와 기업레벨에서의 전략행동을 연결시켜주는 니즈맞춤혁신전략(needs-focused innovation strategy)이 그것이다.
현시니즈이론에서는 구매력을 지닌 고객집단인 수요가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수요 중에서도 지불의향(willingness to pay: WTP)을 지닌 현시니즈/현시수요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기업파워이론에서는 시장의 현시니즈/현시수요로부터 이익을 캐내는 기업의 힘 곧 기업파워(firm power)는 성장벡터(growth vector)에 부합하는 혁신(innovation)에 좌우되고 성장벡터는 또한 고객의 니즈진화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니즈맞춤혁신이야말로 기업성과의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기업파워이론은 기술변화(혁신) 요소를 강조하는 진화경제학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첫째 정태적으로는 니즈맞춤혁신으로 기술(공급)요소와 시장(수요)니즈가 연결된다는 점, 둘째 동태적으로는 니즈맞춤혁신전략으로 니즈진화와 기업의 혁신활동이 연결되며 니즈맞춤혁신전략의 유효성 정도에 따라 제품적합성(예상수익지표)과 공정적합성(예상비용지표)이 좌우되면서 예상이익이 얻어지는 혁신과 이익실현과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다.
2013년 10월 14일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2013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주식 채권 및 주택 시장 등의 추세 연구 방법을 개발한 공이 있는 미국의 유진 파마(Eugene F. Fama), 라스 피터 한센(Lars Peter Hansen) 및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 교수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효율적 시장가설과 비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서로 상반된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세 수상자들이 자산 가격에 관한 현재의 최고 이론에 기초를 놓았으며 이에 따라 사람들의 투자 방식을 변하게 한 점을 높이 사서 수상하게 되었다고 전하는데 수상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주식이나 채권 가격의 단기적 등락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3년 이상의 장기 변동 추세를 예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
이들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근거에 대해 전문영역이 다른 필자가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도 아니고 또 그럴 만한 전문성을 필자가 물론 갖고 있지도 못하다. 다만 이들의 수상과 관련한 주제가 자산 가격의 예측 특히 주식과 채권가격의 등락을 다룬 것이란 점에서 그리고 그들의 연구가 1960년대부터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란 점에서 아무래도 금융파생상품과도 밀접할 것이며 그래서 2008 Wall Street Meltdown과도 직결될 것이란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두 가지의 사념(思念)이 필자 머릿속에서 강하게 떠올랐다.
첫 번째 사념은 2011년 San Diego에서 열린 세계전략학회(Strategic Management Society) 특별회의에서의 일이다. 필자가 논문 발표 후 개별적으로 필자와 더 토론을 원하는 어느 핀란드 교수와의 대담을 끝내고 나서 시간이 어중중하지만 흥미로워 보이는 한 발표세션에 들어갔는데 발표논문이 4개였는데도 발표자들을 제외한 청중은 오직 필자뿐이었다.
그 세션의 발표논문은 금융재무와 관련한 실증연구들이었는데 연구기간(research span)이 모두 2008 월가 발 금융위기를 포함하고 있었다. 한참 자기네들끼리 묻고 대답하더니만 필자에게도 질문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 논문마다의 이론모델과 가설 및 그 검증방법에 대해서는 필자의 관심을 벗어난 것임을 밝히고 다만 연구기간과 그에 따른 데이터의 성격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생각해 보았느냐는 질문을 특별히 와튼 스쿨(Wharton School)에서 온 교수라는 분에게 던졌다.
그 분의 발표논문요지는 금융파생상품을 다루는 월가 금융사들을 다양한 금융상품을 다루는 다각화 추구의 금융사와 덜 다각화를 추구한 금융사로 대별하여 경영성과를 비교했더니만 더 다각화를 추구한 금융사의 경영실적이 더 우수했다는 내용을 다룬 것이었다. 그래서 교수님이 연구에 사용한 1980-2009년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실물경제에 있어서는 세계최대 채권국이었던 미국이 1985년을 기점으로 세계최대채무국으로 전환된 시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또 이어지는 실물경제의 쇠락과는 반대로 금융파생상품이 증가해 오다가 미국의 무역적자가 마치 산사태를 맞은 듯 급증하기 시작한 1997년부터는 금융파생상품이 초거대화 되며 미국경제의 활황을 주도하다가 결국 2008 금융위기를 초래한 패닉(panic)도 연구기간에 포함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이런 비정상적 특성을 지닌 데이터를 가지고 행한 금융사의 전략행보 차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과연 유의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가 라며 다소 예의에 벗어난 듯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 그 당시 그 특별회의에는 전략경영 여러 분야에서 소위 세계석학이란 70여명이 초청되었는데 그때 그 세션 발표자들의 연구문제 의식과 연구 감각이 너무나도 미시적이고 시대흐름을 읽는 안목이 결여된 탓에 다소 거칠게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그러면서 왜 2008 월가붕괴가 터졌는가를 구명(究明)하는 게 오히려 더 시급한 연구주제가 아닐까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가 있었는데 웬일인지 그 때의 그 일이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를 접하는 순간 문득 필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사념은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핵심내용인 주식・채권 가격등락에 대한 예측과 관련한 것이었다.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주식이나 채권 가격의 단기등락에 대한 예측은 곤란하지만 3년 이상의 장기 변동 추세를 예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카오스 이론과 복잡성과학에서의 메시지와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자를 감쌌다.
국내시장이건 글로벌 시장이건 주식・채권을 다루는 금융자본시장은 대단히 가변적이고 취약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는 하나의 복잡시스템(complex system)으로 이해되는데 카오스 이론과 복잡성과학은 복잡시스템의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그 예측이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는 그 예측이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단지 하나의 패턴으로만 이해 될 수 있을 뿐이라고 전한다.
그렇다면 카오스 이론과 복잡성과학이 전하는 메시지와 이렇듯 상반된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결과는 과연 금융자본시장에는 자연 질서와 반대로 움직이는 어떤 고유한 특성이 존재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노벨 수상자들이 이 점을 몰라서 자연 질서와 반하는 연구결과를 주장하는 것인지 또 아니면 복잡시스템을 연구하는 방법론이 아직 덜 확립된 탓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는 필자로서는 전혀 모를 일이며 다만 만년에 필자에게 연구주제 하나가 더 추가되고 있다는 느낌일 뿐이다.
글 / 김인호 한양대 명예교수. 다이나믹 매니지먼트 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