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가 되던 봄, 그는 자신이 이미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버린 것을 확인했다. 아니,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35세의 봄을 계기로 그는 인생의 반환점을 돌기로 결심했다고 하는 것이 적합하리라.
물론 자신의 인생이 몇 년간이나 계속 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만약 78세까지 산다고 한다면 그의 인생의 반환점은 39세가 되는 셈이고 39세가 되려면 아직 4년의 여유가 있다. 게다가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과 그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함께 생각한다면 78년의 수명은 그다지 낙천적인 가설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35세의 생일을 자기 인생의 반환점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 조금의 망설임도 가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면 죽음을 조금씩 멀리 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을 계속하다 보면 나는 아마 명확한 인생의 반환점을 놓쳐 버릴 것임에 틀림없다.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수명이 78에서 80으로 되고, 80에서 82로 되고, 82에서 84로 된다. 그런 식으로 인생은 조금씩 조금씩 연기되어 간다. 그리고 어느 날 사람은 자신이 벌써 50세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50이라는 나이는 반환점으로는 너무 늦다. 100세까지 산 인간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된단 말인가?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의 반환점을 잃어가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스무 살을 넘었을 때부터, 그는 계속 그 ‘반환’이라는 사고 방식이 자신의 인생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인 것처럼 느껴왔다.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장소의 위치를 우선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사고 방식의 기본이었다.
혹은 그런 사고 방식에는 그가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십 년 가까이를 톱 클래스의 수영 선수로서 보냈다는 사실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수영이라는 스포츠에는 확실히 단락이 필요했다. 손가락이 풀의 벽에 닿는다. 그것과 동시에 그는 돌고래같이 수중에서 몸을 놀려 순간적으로 몸의 방향을 바꾸고 발바닥으로 힘껏 벽을 친다. 그리고 후반 200미터로 돌입한다. 그것이 턴이다.
만약 수영 경기에 턴이 없고 거리 표시도 없다면, 400미터를 끝까지 전력으로 헤엄치는 작업은 어떻게 할 길이 없는 암흑의 지옥임에 틀림없다. 턴이 있어야만 그는 400미터를 두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적어도 반이 끝났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또 반–이라는 식으로 긴 거리는 점점 세분화되어 간다. 거리의 세분화에 맞추어 의지도 또 세분화된다. 즉 ‘아무튼 이 다음 5미터를 헤엄쳐 버리자’라는 식이다. 5미터를 헤엄치면 400미터의 거리는 80분의 1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그는 물 속에서 때로는 구토하고 살을 경련시키면서도 마지막 50미터를 전력으로 헤엄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품고 풀을 왕복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그 분할 방식이 가장 성미에 맞았고, 또 가장 진지한 사고 방식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사물이 아무리 거대하게 보이고 그것에 마주서는 자신의 의지가 아무리 미소하게 보여도, 그것을 ‘5미터만큼’씩 정리해 나가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는 50미터 풀 속에서 배웠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형식을 가진 인식이다.
그래서 35회째의 생일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는 그것을 자신의 인생의 반환점으로 삼는 것에 전혀 망설임을 느끼지 않았다. 겁낼 것은 무엇 하나 없다. 70년의 반인 35년,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만약에 70년을 넘게 살 수 있다면 그건 그대로 고맙게 살면 된다. 그러나 공식으로는 그의 인생은 70년인 것이다. 70년을 풀 스피드로 헤엄친다-그렇게 정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는 인생을 그럭저럭 잘 헤쳐 나갈 수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것으로 반이 끝난 것이다 라고 그는 생각한다.
1983년 3월 26일은 그의 35번째 생일이었다. 아내는 그에게 초록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선물했다. 날이 저물자 두 사람은 아오야마에 있는 자주 가는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따고 생선 요리를 먹었다. 그리고 그 후 조용한 바에서 진토닉을 세 잔인가 네 잔씩 마셨다. 그는 ‘반환점’의 결심에 대해 아내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한 종류의 사고 방식은 타인의 눈에는 종종 바보처럼 비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섹스를 했다. 그가 샤워를 끝내고 부엌으로 가서 캔맥주를 갖고 침실로 돌아오자 아내는 벌써 잠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넥타이와 양복을 옷장에 걸고 아내의 실크 원피스는 살짝 접어서 책상 위에 놓았다. 셔츠와 스타킹은 둥글게 말아서 욕실의 세탁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혼자 맥주를 마시고 한동안 아내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1월에 갓 서른이 되었다. 그녀는 아직 분수령의 저쪽 편에 있다. 그는 이미 분수령의 이쪽 편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나머지 맥주를 다 마신 후, 머리 뒤로 팔짱을 끼고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물론 정정은 가능했다. 인생은 80년이라고 새삼스레 결정해 버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터닝 포인트는 40세가 되고 나머지 5년 간 그는 저쪽 편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노였다. 그는 35세를 계기로 이미 터닝 포인트를 돌아 버린 것이다. 그것으로 됐잖은가? 그는 부엌에 가서 맥주를 또 한 병을 마셨다. 그리고 거실의 스테레오 장치 앞에 엎드려 헤드폰을 끼고 심야 2시까지 브루크너의 심포니를 들었다. 밤중에 혼자서 브루크너의 장대한 심포니를 들을 때마다 그는 언제나 어떤 종류의 얄궂은 기쁨을 느꼈다. 그것은 음악 속에서밖에 느낄 수 없는 기묘한 기쁨이었다. 시간과 에너지와 재능의 장대한 소모–.
미리 말해 두고 싶은 건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나에게 이야기한 대로 여기에 적고 있다. 물론 어떤 종류의 문장적 각색은 있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독단적으로 생략했다. 내 쪽에서 질문을 해서 자세한 부분을 보충한 곳도 있다. 아주 조금이지만 내 상상력을 구사한 곳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문장은 그가 이야기한 대로라고 생각해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 태도는 정확하고 요령이 있었고, 그렇게 해야 할 부분에서는 상황을 극명하게 묘사할 줄도 알았다. 그는 그런 타입의 인간이었다.
그는 어느 회원제 스포츠 클럽의 풀 사이드에 있는 카페 테라스에서 나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생일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그는 7시에 깨어나서는 물을 끓이고 뜨거운 커피를 타고 서양 상추와 오이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드물게도 아내는 아직 푹 자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음악을 들으며 수영부 시절에 단련된 꽤 힘든 체조를 15분 동안 열심히 했다.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수염을 깎는다. 그리고 긴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이를 닦는다. 치약은 조금 짜서 이빨 하나 하나의 앞과 뒤에 천천히 칫솔질을 한다. 이빨 사이의 더러운 것은 덴탈 플러스를 사용한다. 세면장에는 그의 것만 세 종류의 칫솔이 놓여 있다. 특정한 자국이 안 생기도록 로테이션을 하면서 한 번씩 나누어 쓰는 것이다.
그런 아침 의식을 대강 마치고 나서 그는 언제나처럼 근처에 산책은 가지 않고 탈의실 벽에 붙은 키만한 거울 앞에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서 자신의 몸을 가만히 점검해 보았다. 어쨌든 그것은 후반의 인생에 있어 첫 번째 아침인 것이다. 그는 마치 의사가 신생아의 몸을 조사하듯 이상한 감동을 가지고 자신의 몸 구석구석까지 바라보았다.
우선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 피부, 이빨, 턱, 손, 배, 옆구리, 페니스, 고환, 허벅지, 발. 그는 긴 시간을 들여 그 하나 하나를 체크하고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머리 속 리스트에 메모했다. 머리카락은 이십 대에 비해서 어느 정도 엷어졌지만 아직 특별히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50까지는 아마 이대로 계속되겠지. 그 뒤는 그 후에 다시 생각하면 된다. 가발도 좋은 것이 많이 있고, 나 같은 경우는 머리 형태가 나쁘지 않으니까 벗겨진다 해도 그 정도로 보기 싫은 모습은 안 될 것이다. 이빨은 젊었을 때부터의 숙명적인 충치 때문에 상당수의 의치가 들어 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정성스레 칫솔질을 계속하고 있는 덕택으로 진행은 딱 멈추었다. “20년 전부터 이렇게 했으면 충치 따위는 하나도 없는 건데 말입니다”라고 치과 의사는 말한다. 과연 옳은 말이지만, 끝난 일은 한탄해 봐도 소용없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전부다. 그는 치과 의사에게 도대체 몇 살까지 이빨로 음식을 씹을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60까지는 괜찮겠죠”라고 의사는 말했다. “이렇듯 제대로 손질을 하신다면야.” 그것으로 충분하다.
얼굴 피부의 거친 상태는 역시 나이에 걸 맞는 것이다. 혈색은 좋아서 언뜻 보기에는 젊게 보이지만 거울에 가만히 다가가 보면 피부에는 미세하게 오돌오돌한 것이 나 있었다. 매년 여름이 되면 꽤 무리하게 살을 태웠고 담배도 오랫동안 너무 많이 피워 왔다. 앞으로는 질 좋은 로션이나 스킨이 필요했다. 턱살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붙어 있었다. 이것은 유전적인 것이다. 아무리 운동을 해서 턱살을 깎아도 얇게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 이 연한 살 껍질만은 절대로 떼어낼 수가 없다. 나이가 듦에 따라 이것은 결정적이 된다. 그리고 나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이중턱이 되겠지.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에 대해서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6대 4 정도였다. 운동과 계획적인 식사 덕택에 3년 전에 비해 배는 유난히 단단히 죄어져 있었다. 35세치고는 상당한 것이다. 그러나 옆구리에서 등에 걸친 군살은 어중간한 운동으로는 떼어 낼 수 없다. 옆을 보면 학생 시절 마치 칼로 깎은 듯한 허리 뒤의 날카로운 선은 사라져 있었다. 성기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 옛날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생생함이 약간 감소한 것 같지만, 그것도 그렇게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섹스 횟수는 물론 옛날만큼 많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임포텐츠의 경험은 없다. 아내와의 사이에서도 성적인 불만은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장 173센티미터, 체중 64킬로의 그의 몸은 주위에 있는 같은 나이 또래의 남자들의 몸과 비교해 보면,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28세라고 해도 충분히 믿을 정도이다. 육체적인 순발력은 쇠퇴하긴 했지만, 지구력에 한해서 말하면, 그의 육체는 훈련 덕택에 20대 당시보다 진보되어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주의 깊은 눈은 자신의 몸을 천천히 감싸 가는 숙명적인 늙음의 그림자를 놓치지는 않았다. 머리 속의 체크리스트에 확실히 새겨진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밸런스 시트가 무엇보다도 그 사실을 잘 말해 주고 있었다. 아무리 타인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나는 늙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노력해 봤자. 사람은 늙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충치와 마찬가지이다. 노력을 하면 그 진행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아무리 진행을 늦추어 봤자 늙음이라는 것은 반드시 들만큼은 들어간다.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쓰여진 노력의 양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의 양은 적어지고 그리고 이윽고 제로가 된다.
그는 욕실을 나와서 타월로 몸을 닦고 소파에 누워서 오랫동안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방에서는 아내가 다림질을 하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빌리 조엘의 노래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폐쇄된 철공소에 대한 노래다. 전형적인 일요일 아침이었다. 다리미 냄새와 빌리 조엘과 아침 샤워.
“나이가 드는 것 자체는,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는 그다지 공포라고 할 것도 아니오. 아까 말한 바와 같이 말이오. 그에 맞서기 어려운 것에 대해서 계속 맞선다고 하는 것은 내 성질에 맞소. 따라서 그런 것은 괴롭지도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소”라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더 막연한 거요.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제대로 직면해서 싸울 수 없는 것, 그런 것 말이오.”
“왠지 그런 것을 느낀다는 건가요?”라고 나는 물어 보았다.
그는 끄덕였다. “아마 그런 거라고 생각하오”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나서 테이블 위에서 거북한 듯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물론 나도 35살이나 된 남자가 다른 사람 앞에서 새삼스레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리석다는 정도는 알고 있소. 그런 종류의 파악 불능한 요소는 누구의 인생에나 있소. 그렇지 않소?”
“그렇겠죠”라고 나는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말이오, 솔직히 말해, 실제로 이런 식으로 확실히 느낀 건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이오. 즉 자기 자신 속에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파악 불능의 뭔가가 잠재하고 있다는 걸 느낀 건 말이오. 그래서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소.”
할 말이 없어서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는 확실히 혼란에 빠진 듯이 보였지만 그래도 그 혼란된 모습은 혼란된 나름대로 시원스레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기로 했다.
그가 태어난 곳은 도쿄 교외였다. 쇼와 23년 봄, 아직 종전 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형이 한 명에다, 나중에 5살 아래 여동생이 태어났다. 아버지는 원래 중견 클래스의 부동산업자였지만 후에 중앙선연선을 중심으로 한 빌딩 임대업에 진출해서 60년대의 고도 성장기에 꽤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14살 때 양친이 이혼했는데 복잡한 사정이 있어 아이들은 세 명 다 아버지 집에 머물렀다.
그는 일류 사립 중학교에서 같은 계열의 고등학교에 그리고 대학에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올라갔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자 그는 미타에 있는 부친의 맨션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일주일에 5일은 수영장에서 헤엄치고 나머지 2일을 여자와 데이트하는 걸로 삼았다. 그다지 화려하게 놀아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노는 상대에게 얽매이지도 않았다. 결혼 약속을 당하게 될 정도로 한 여자와 깊이 사귀는 일도 없었다. 대마초도 피웠고 친구가 권해서 데모에 참가한 적도 있었다. 공부라고 할 만한 공부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강의에만은 출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통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는 있었다. 노트 필기할 시간이 있으면, 그만큼 수업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면 되는 것이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그런 그의 성격을 잘 파악할 수 없었다. 그의 가족도 그의 친구들도 사귀던 여자들도 그랬다. 그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아무도 잘 알 수 없었다.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다지 머리가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 항상 톱 클래스에 가까운 성적을 받고 있는 것도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그렇게 파악할 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성적인 순수한 친절함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극히 자연스럽게 그의 주위로 끌어들였고, 그 결과로서 그 자신도 실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연장자에게도 잘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대학을 나오자 그는 주위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던 일류 기업에는 들어가지 않고 아무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작은 교재 판매 회사를 취직처로 골랐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 일로 놀랐지만, 그에게는 물론 그 나름대로의 심산이 있었다. 그는 3년 동안 세일즈맨으로서 일본 전체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현장의 교사나 학생들이 하드, 소프트 양면에서 어떤 교재를 구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관찰했다. 각 학교가 얼마만큼의 예산을 교재에 맞추고 있는지도 조사했다. 리베이트(수수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잚은 교사들과 술을 마시며 불평도 들었다. 수업도 열심히 관찰했다. 그 동안 영업 성적도 물론 톱을 지켰다.
입사한 지 3년째의 가을, 그는 새로운 교재에 대해 두꺼운 기획서를 써서 사장실에 제출했다. 비디오 테이프와 컴퓨터를 직결하고 교사와 학생이 공동으로 소프트 제작에 참가하고 하는 획기적인 방식의 교육 시스템이었다. 기술적인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원리적으로 가능할 터였다.
사장이 독단적으로 승낙을 해서 그가 중심이 된 프로젝트팀이 결성되었다. 그리고 그 3년 뒤에 그는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가 만들어 낸 교재 시스템은 값이 비싸기는 했지만 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한번 팔아 버리면 소프트웨어 관련의 애프터캐어로 내버려두어도 그의 회사가 혜택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은 그의 계산대로였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이상적인 규모의 회사였던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하찮은 관료적인 회의의 연속에서 짓뭉개져 버릴 만큼 큰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자본에 얽매일 정도로 작은 회사도 아니었다. 경영진도 젊고 충분히 의욕적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서른이 되기 전에 실질적으로 중역의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연 수입은 같은 나이 또래의 누구보다도 많았다.
스물 아홉의 가을에 그는 2년 전부터 사귀어 온 다섯 살 아래의 여성과 결혼했다. 그녀는 깜짝 놀랄 정도의 미인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눈을 끌 정도로는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집안 환경도 좋고 성실하고 무뚝뚝한 데가 없었다. 성격은 솔직하고 매우 근사한 치아를 가지고 있었다. 첫 인상보다도 횟수를 거듭해서 만날 때마다 느낌이 좋아지는 그런 타입의 여성이었다. 그는 결혼을 계기로 아버지 회사에서 요노키자카에 있는 맨션을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샀다.
결혼 생활에도 무엇 하나 문제는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공동 생활은 극히 부드럽게 흘러갔다. 그는 일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녀는 가사를 돌보는 것을 좋아했고, 둘 다 노는 것은 더 좋아했다. 몇 쌍의 친구 부부를 골라 함께 테니스를 치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 친구 부부가 손떼고 싶어하던 중고 MG를 아주 싼 가격으로 손에 넣기도 했다. 신형의 일본차에 비해 차를 검사할 때마다 쓸데없는 돈은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싸게 산 것이었다. 친구 부부 쪽은 아이가 태어나서 두 사람 좌석밖에 없는 MG가 필요 없게 된 것이지만, 그들 두 사람 쪽은 당분간 아이는 낳지 않기로 정하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있어 인생은 이제 막 시작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제 그다지 젊지는 않다, 라고 그가 처음으로 인식한 것은 결혼하고 두 번째 봄이었다. 그는 역시 알몸으로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의 선이 옛날과는 아주 달라졌음을 눈치챘다. 그것은 마치 다른 사람의 모습이었다. 요컨대, 22세까지 수영으로 단련시킨 육체의 유산을 그는 10년 동안에 전부 갉아먹은 것이다. 술, 미식, 도회 생활, 스포츠카, 평온한 섹스, 그리고 운동 부족이 군살이라는 추악한 형태로 그의 육체에 달라붙어 있었다. 앞으로 3년만 있으면, 나는 분명히 추한 중년 남자가 되어 버릴 것이 틀림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우선 치과 의사에게 가서 철저한 이빨 치료를 받았고, 그리고 나서 다이어트 컨설턴트와 계약해서 종합적인 다이어트 메뉴를 작성했다. 우선 당분이 삭감되고 백미가 제한되고 지방이 선별되었다. 술은 지나치게만 마시지 않으면 제한은 없었지만, 담배는 열 개비까지로 제한되었다. 육식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고 정해졌다.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광신적이 될 필요는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식사할 때는 좋아하는 것을 조금 양에 덜 차게 먹기로 했다. 운동에 관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테니스라든가 골프라든가 볼품 있는 스포츠카는 무의미했다. 하루 20분에서 30분 제대로 된 체조, 그리고 적당한 런닝과 수영, 그것으로 충분했다.
70킬로였던 그의 체중은 8개월 후에는 64킬로까지 줄었다. 듬뿍 쳐져 있던 뱃살이 빠져서 배꼽 모양이 뚜렷이 보이게 되었다. 볼이 홀쭉해지고 어깨 폭이 넓어지고 고환의 위치가 이전보다 조금 낮아졌다. 다리가 굵어지고 입 냄새가 줄었다.
그리고 그는 애인을 만들었다.
상대는 어느 클래식 콘서트에서 옆 좌석에 앉아 알게 된 9살 연하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점이 있었다. 두 사람은 콘서트 후에 술을 마시고 그리고 잤다. 그녀는 독신으로 여행 대리점에 근무하고 있고 그 외에도 남자 친구가 몇 명 있었다. 그 쪽도 그녀 쪽도 서로 이 이상 깊게 사귈 생각은 없었다. 두 사람은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콘서트에서 만났고, 그리고 잤다. 아내 쪽은 클래식 음악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온화한 바람 피우기는 발각되지 않고 2년 간 계속되었다.
그는 그 정사를 통해 어떤 한 가지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는 이미 성적으로 무르익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35살치고는 24살의 여자가 원하고 있는 것을 전혀 부족하지 않게 제대로 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는 그것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군살을 빼더라도, 그는 두 번 다시 젊어질 수는 없다.
그는 소파 위에 엎드린 채 그날의 첫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전반의 인생, 즉 35년 분의 저쪽 인생이었다. 그는 원하고 원했던 것의 많은 부분을 손에 넣었다. 노력도 했지만 운도 좋았다. 그는 보람 있는 일과 높은 연수입과 행복한 가정과 젊은 연인과 건장한 몸과 초록색 MG와 클래식 레코드의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야 할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그대로 소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생각을 잘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빌리 조엘은 이번에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다. 아내는 아직 다림질을 계속하고 있다. 무엇 하나 모자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울고 있었다. 양쪽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차례차례 흘러내렸다. 눈물은 그의 볼을 타고 밑으로 떨어져서 소파의 쿠션에 얼룩을 만들었다. 어째서 자신이 울고 있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울 이유 따위는 하나도 없을 터였다. 혹은 그것은 빌리 조엘의 노래 때문인지도 몰랐고, 다리미 냄새 때문일지도 몰랐다.
10분 후 아내가 다림질을 끝내고 그의 옆에 다가왔을 때, 그는 울음을 그치고 있었다. 그리고 쿠션은 뒤로 돌려져 있었다.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아서 손님용 이불을 새로 사고 싶은데, 라고 말했다. 그로서는 손님용 이불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기 때문에 당신 좋을 대로하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런 뒤에 두 사람은 긴자로 나가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새 영화를 보았다. 두 사람은 결혼 전에 “야성의 소년”을 같이 본 적이 있었다. 신작은 “야성의 소년”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영화관을 나온 두 사람은 찻집에 들어가 그는 맥주를 마시고 그녀는 멜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레코드 점에 가서 빌리 조엘의 LP를 샀다. 폐쇄된 철공소와 베트남의 노래가 들어 있는 LP이다. 그다지 감탄할 정도의 음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한 번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 그는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째서 빌리 조엘의 LP를 살 기분이 되었어요?” 라고 아내가 놀라서 물었다.
그는 웃고 대답하지 않았다.
카페 테라스의 한쪽 벽은 유리로 되어 있고, 눈 아래로는 풀의 전경이 내려다 보였다. 풀 천장에는 가늘고 긴 천창이 붙어 있고 그곳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수면에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빛들 중 어떤 것은 수저까지 닿고, 어떤 것은 반사해서 무지적인 흰색 벽에 의미 없는 기묘한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위에서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자니, 나에게는 그 풀이 조금씩 풀로서의 현실감을 잃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풀의 물이 너무 맑은 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풀의 물이 필요 이상으로 맑은 탓에, 수면과 수정 사이에 공백 부분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풀에서는 두 명의 젊은 여자와 한 명의 중년 남자가 헤엄치고 있었는데, 그들은 헤엄을 치고 있다기보다는 마치 그 공백 위를 조용히 미끄러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풀 사이드에는 하얗게 칠해진 감시대가 있고, 체격 좋은 젊은 감시원이 심심한 듯 풀의 수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대강 이야기를 끝내고 손을 들어 웨이트리스를 불러서 맥주를 더 주문했다. 나도 내 몫을 주문했다. 그런 뒤에 맥주가 올 때까지 둘이서 다시 하릴없이 풀의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저에는 코스 로프와 헤엄치는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그와 나는 만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는 둘 다 이 스포츠 클럽 회원으로 말하자면, 수영 동지인 셈이다. 내가 크롤할 때의 오른팔 움직임을 교정해 준 것도 그였다. 우리는 수영 후, 역시 이 카페 테라스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서 몇 번인가 세상사를 이야기했다. 어느 땐가 서로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어, 내가 소설가라고 말하자 그는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잠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 자신의 이야기요”라고 그는 말했다. “어느 쪽인가 하면,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고, 당신은 재미없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겠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소. 나 혼자 품고 있자니, 언제까지나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오.” 상관없다고, 나는 말했다. 그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해서 상대에게 폐를 끼치는 타입의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일부러 나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이 이야기를 했다.
“이봐요, 당신은 소설가로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오? 재미있다고 생각하오? 아니면 지루하다고 생각하오? 솔직하게 말해 주시오.”
“재미있는 요소를 포함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라고 나는 주의 깊고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는 미소를 짓고 머리를 몇 번인가 가로저었다. “그럴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나로서는 도대체 이 이야기의 어디가 재미있는지 전혀 모르겠소. 나는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어떤 종류의 우스꽝스러움이라고 할 만한 것을 파악할 수가 없소. 그리고 그것이 만약 잘 파악된다면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보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당신의 말대로겠죠, 아마도.” 라고 나는 말했다.
“당신은 이 이야기의 우스꽝스러움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소?” 라고 그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라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난 당신 이야기에는 매우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의 눈을 통해서라고 말해도 좋다면 말이죠. 하지만 도대체 이 이야기의 어디가 재미있느냐 하는 것은 실제로 손을 움직여 원고지에 써 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죠. 내 경우는 문장으로 보지 않으면 여러 가지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거죠.”
“당신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알겠소.” 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그리고 나서 한동안 잠자코 각자의 맥주를 마셨다. 그는 베이지색의 버튼 다운 셔츠 위에 엷은 초록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고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었다. 길쭉하게 잘 빠진 약지에는 은색의 결혼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손가락이 매력적인 아내와 젊은 연인을 애무하고 있는 모습을 잠깐 상상해 보았다.
“그 이야기를 써 봐도 좋을 것 같군요.” 라고 나는 말했다. “어쩌면 어딘가에 그것을 발표해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상관없소, 그래도.”라고 그는 말했다. “게다가 발표해 주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여자 일이 들켜 버리는데도 말입니까? 그래도 괜찮겠어요?” 라고 나는 말했다. 내 경험에서 말하자면 실재의 인물을 모델로 한 문장은 우선 100퍼센트의 확률로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마련이다.
“괜찮소.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소.” 라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들켜도 괜찮다구요?” 라고 나는 다짐하듯 말했다.
그는 끄덕였다.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소.”라고 그는 헤어질 때 말했다. “그 거짓말이 가령 누구 한 사람 상처 입히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더라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소.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속이거나, 이용하거나 하면서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고 싶지는 않소.”
나는 거기에 대해서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게 옳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풀에서 그와 얼굴을 마주한다. 이제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풀 사이드에서 날짜 이야기를 하거나 최근의 콘서트 이야기를 하거나 할 뿐이다. 그가 나의 이 문장을 읽고 어떤 식으로 느낄지, 나로서는 짐작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