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os, joy and surprise: 박근혜

 

 

나의 매년 1월은 크리스마스 ‘후유증’, 새해를 맞이하는 ‘고민’, 식구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가까운 친지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mid-Winter classic 등으로 다른 달에 비해서 조금 머리가 산란해 지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항상’ 나를 즐겁게 하는 시간이 있으니 바로 연례 다보스 경제 포럼, Davos World Economic Forum(WEF)이다. 이 행사를 stream media로 보고 있으면 조금 과장된 표현으로 내가 흡사 ‘세계적인 인물’이 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 유명인사들을 바로 옆에서 보며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행사가 그래서 그렇게 매력적인가.. 아닐 것이다. 이곳을 통해서 일년에 한번 씩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특히 경제적으로 변하는 세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덮인 아름다운 배경으로 ‘멋지고, 힘있는’ 인물들의 열띤 토론과 행적을 보는 것.. 기분이 좋은 것이다.

올해의 forum은 나의 방심으로 며칠을 늦게 따라가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바로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 박근혜.. 감개가 무량할 수 밖에 없을까.. 나는 모국의 정치 풍토나 뉴스에 거의 무관심하게 살고 있지만 어찌 박근혜의 얼굴을 보고 감정이 일지 않겠는가? 우리 시절과 그렇게 가까웠던 (좋던, 싫던) 박정희의 장녀, 부모를 모두 정치적 비극으로 잃은 비극의 가족을 초인적으로 극복하고 아버지의 염원을 계승한 여성.. 참 자랑스럽다. 그 박근혜가 드디어 Davos에 한 나라의 원수 자격으로 등장하고 forum chairman과 일대일로 대담, 영어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니 코가 찡~해지기도 한다.

그녀의 영어 연설도 아주 ‘정석형’으로 잘 전달하였다. 약간의 Korean accent는 애교로 참 잘 어울렸다. 연설의 내용도 아주 직설적이고 호소력이 있었다. 그녀가 신봉하는 듯한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 거의 digital entrepreneurism에 관한 것인데.. 아마도 현 정권의 경제 청사진인 듯 들렸다. 100% 경제적인 주제의 연설이었지만 연설 후 사회자, forum 의장 (Dr. Klaus Schwab) 과의 대담에서 그는 빼놓지 않고 ‘북한 문제’를 꺼내었고, 박 대통령은 조금은 ‘판에 박힌 듯’한 (너무나 정치적이라서?), 예상적인 대답을 하였다.

1968년 1월 21일, 김일성의 김신조 무장공비 31명이 ‘박정희의 목을 따러’ 청와대로 침입한 것을 박근혜 씨는 기억을 하고 있을까? 1974년에는 김일성이 사주한 재일교포 빨갱이가 자기 어머니를 죽인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까? 빨갱이들이 (심지어 천주교 계까지) 득실거리는, 완전히 갈라진 현 대한민국..그녀는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헤치고 나아가 그녀의 아버지의 이름을 제자리에 갖다 놓을 것인가.. 참 나의 머리도 복잡해진다.

아.. Davos..

Davos World Economic Forum, 2000…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Davos Forum이 바로 2000년이었다. Forum의역사가 그보다 훨씬 오래 되었지만 아마도 Internet과 digital technology의 도움으로 더 활발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01년부터는 매년 흥미롭게 주시하는 1월 달의 큰 행사였다. 2000년에는 사실 우연히, San Diego, CA 에서 있었던 Microsoft Windows CE seminar/workshop에서 한 가지 course를 맡았던 한 instructor/author가 Davos에 wife와 같이 다녀왔다는 자랑에 섞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instructor 이름이 아마도 Douglas Boling이었지. 나의 기억력도 이정도면..

그가 왜 그곳에 갔느냐 하는 것이 조금 문제인데.. 왜냐하면 그곳에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참가해서 얼굴을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실속보다는 무슨 큰 영화제 같은 인기성을 강조하는 듯 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사실 정치권의 거장들, 심지어는 현직 수상 급들까지 얼굴을 비치곤 해서 무슨 UN총회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일월 달은 나에게는 정신적으로 조금 바쁜 달이다. 가족생일이 두 번 이나 있고, 결혼기념일까지 있어서 더 그렇다. 어떨 때는 조금 부담을 받기도 하는 그런 달인데 이 Davos Forum은 적당히 그런 것들이 거의 잠잠해질 무렵에 열려서 아주 편하게 Internet으로 보곤 했다. 아침에 찐한 Coffee를 마시며 Internet으로 이것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의욕의 피가 끓어오름을 느낀다. 내가 그곳에 가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활동적’인 ‘성취한 인간’들을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주제가 그 당시에 가장 급박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더 흥미롭고, 가끔 적대적인 관계의 정치 인사들이 예행연습 없이 벌이는 ‘희극’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참담한 심정으로 본 것은 아마도 2002년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2001년의 9/11 Terror사건 때문이다. 그때 흔히들 Clash of Culture같은 ‘책임 없는’ 주장들을 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준 9/11의 심리적  충격은 심각했다. 나도 그중의 하나였지만 이 Forum을 통해 그것을 재삼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최근의 world financial meltdown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 다른 종류의  clash of culture인 모양인데, 이번에는 Islam vs West가 아니고 China vs West인 모양이다. 글쎄 잘 모르겠지만 이게 너무나 성급한 진단이 아닌가 모르겠다. 시간적으로 China factor가 너무나 짧아서.. 이것을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적으로 짧은 것은 사실 culture라는 말을 주기가 적합하지 않다. 그저 ‘현상’ 정도라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