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의 마지막 날, Halloween. 아침에 daily journal에 ‘도장’만 찍고 성당으로 떠난다. 역쉬~ 일요일 아침의 ‘작은 악마’의 존재를 느끼며… 성당 안에서 성체의 신비 속에 몇 시간 지내다 보니 ‘작은 악마’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이것은 물론 예상한 대로라지만 이해할 수 없는 영적, 초월적인 존재성은 역시 미지의 세계에 속한다. 내가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요일의 신비’인 것이다.
아가다, 안나 ‘모녀’ 자매님들 덕분에 오랜 동안 얘기만 들어왔던 둘루스 한인타운의 구이구이 샤브샤브 집에서 이른 점심을 4명 그룹으로 푸짐히 먹고 왔다. Buffet style 집을 아마도 우리 둘은 Pandemic이후 처음 간 것이 아닐까? 오늘 가본 인상은, 내부 시설이 거의 중상급 미국식당 수준의 청결, 고급 upscale 다운 것이었다. 오래 살다 보니 이제 한국인들의 식당 경영 수준도 참 많은 발전을 한 듯 싶다. Mom & pop의 영세성을 벗어나는 모습이 역력한 것이다. 역시 $$$ 자본들이 제대로 전문적으로 활용되는 것, 역시 우리세대와는 다른 느낌이 든다.
구이구이 식당에 가기 전에 잠깐 나라니 집에 들렀다. 오늘은 ‘조금 더’ 손자 로난과 pet dog 세넷 의 얼굴이 머리에 그려지고, 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조금씩 정에 약해지는 과정을 겪는 것인가? 특히 놀란 것은 세넷이 우리를 그렇게 반갑게 맞는 모습, 눈물이 날 정도였다. 나도 이제는 동물들과 감정을 쌓아가는 법을 알게 된 것일까? 이제는 자신이 생긴 것 같다. 어떤 ‘의식동물’들과 친해지고 싶은 것이다. 이것도 내가 지나친 것일까? 불쌍한 사람들도 주위에는 그렇게 많은데…동물에게… 그렇다, 그들도 정을 느끼는 살아있는 하느님의 피조물인 사실은 어쩔 것인가?
어제 20년 동안 곁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비록 고물로 변했지만, 정든 Voyager를 보내며 세월의 흐름을 또 한번 뼈저리게 느끼는 기회가 되었고 그것은 절대로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사람, 동물 등과 이별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것이 아님을 깨닫기도 했는데.. 이것 혹시 내가 너무 지나치게 감상적인 기분으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그것이 나란 인간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어찌..
오늘 오후, 연숙이 혼자서 저녁 늦게 걸었다.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습관을 드려주고 싶은 의도도 없진 않았다. 나도 혼자 걷는데, 왜 자기는 못하는가. 더 걷게 만들려는 의도를 이해해 주면 얼마나 나도 편할까? 나는 내일 Ozzie가 오면 혼자서 2시간까지 걷게 될 터라서 오늘 내가 쉬는 이유가 없지 않은 것이다.
걷고 들어와서 Tennis Court 옆에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고… 아하~ 오늘이 Halloween, 아마도 동네 꼬마들을 안전하게 집집마다 보내며 어른 들도 함께 모인 것이다. 우리 ‘cul-de-sac 골목’도 매년 Dave가 입구에 아예 candy table을 차려 놓고 아이들에게 candy를 나누어 주곤 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 이 20년 지기의 이웃친구는 아직도 젊은 것인가? 하지만, 올해도 우리 골목의 모든 집들은 모두 깜깜, 우리 집을 포함해서… 이것은 이미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는 나이를 다 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이런 때면 ‘격세지감’을 느끼고 심지어 섭섭하고 슬프기까지…
내일은 11월의 시작이며 ‘모든 성인의 날’이기도 하다. 모레 화요일은 위령의 날, All Soul’s Day라서 순교자 성당에선 위령미사가 있다고… 작년엔 못 갔는데 올해는 가야 하지 않을까? 올해가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놀라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떻게 이렇게도 세월이… 11월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Thanksgiving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집에서 모두 모이자는 연숙의 제안, 나는 일단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역시 시큰둥한 나의 표정에 실망을 했을 것이다. 물론 일단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었지만 귀찮다는 직감을 떨칠 수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