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t Another Ohio State, Wall Clock

콜럼버스 중앙고 후배들과의 ‘가상적 재회’는 생각보다  더 깊이 추억의 늪 속을 헤매는 경험을 준 듯하다. 나도 그렇지만 연숙이도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는 느낌도 마찬가지다. 이런 뜻밖의 기회는, 정말로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것 아닌가? 한때, 그것도 긴 세월도 아닌, 계동 1번지 동창의 인연으로 또 다른 타국에서의 인연을 맺은 것, 모두들 꿈에 가까운 경험으로 느낄 것 같다. 과거뿐만 아니라 이것은 현재와 미래에도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것 아닐까?

후배 동창들의 얼굴, 이름 등을 더듬다가 생각난 것이 있다. 바로 아직도 living room 벽에 걸려있는 조그만 벽시계다. 그것도 Ohio State University 이름이 선명한… 이것은 나에게 그때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긴 했지만 사실 오랜 세월 동안 거의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그것을 오늘 꺼내어 뒷면을 보니, 1988년 7월 31일 날짜와 동창들의 졸업기수, 이름이 선명하게 ‘각인’이 되어 있다. 그날이 우리가 그곳을 떠나 Madison, WI으로 간 것이고 송별모임이 있었던 날이었을 것이다.  이것으로 당시 어울렸던 모든 동창들의 신원을 100% 확인할 수가 있었다.

 

58회: 손영찬
62회: 여운광
63회: 김문경
64회: 이명성, 이성철, 이춘환, 조광동
65회: 이승명
66회: 김종수, 하재주
67회: 강행봉, 안동규, 채인돈
68회: 장경호
후배: 남윤동, 박현석 (68회 이후)

 

모두 16명이나? 그렇게 많았던가? 이 중에서 제일 어린 후배들 2명과의 얽힌 추억은 거의 없는 듯하다. 동창회에 합류했던 시간이 비교적 짧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예 명단에서 빠진, 유일한 선배 56회 야구부 출신 정근화 형, 개인 사정상 우리들과 가까울 수가 없었음을 기억한다. 학교 campus 옆에서 grocery를 하던 58회 손영찬 후배는 우리들 같은 유학생이 아니었기에 만날 기회는 많이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동창들과의 ‘재회’로 알게 된 것들은 거의 모두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실이다. 당시의 거의 모든 동창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에 와 있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어떻게 그렇게 그 동안 연락을 하며 관계를 유지했을까? 그들의 관계가 유학생시절부터 형성되었고 그 관계는 건강한 것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제일 궁금했던 것 몇 가지 중에는:  성창모 후배는 이 그룹에서 빠진 듯하고, 당시 총각, 강행봉, 현재 어느 대학의 교수라는 것, 그러니까 한때 ‘사라진 듯’한 그 친구가 다른 곳으로 학교를 옮겨서 그곳에서 공부를 마친 듯 보인다.  조금 관계가 일정치 않았던 ‘조광동’도 이들과는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의 소식이었다. 또한 궁금했던 ‘이승명’, 그는 놀랍게도 아직도 콜럼버스에 있어서 일식집을 경영하고 있었다는 반갑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제일 궁금했던 ‘김문경’의 소식은 아무도 모르는 듯 보인다.

이제 일단 안정된 단톡방이 건재 하는 한 앞으로 이들과의 관계는 이런 상태로나마 지속은 되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나의 희망이지만… 그렇다면 이들과의 놀라운 관계 형성은 우리의 앞날에 어떤 영향, 의미를 줄지 그것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서로에게는 유익하고 바람직한 일이 되지 않을지…

 

일기예보대로 지난 밤부터 폭우가 쏟아졌지만 나는 그 듣고 싶은 소리를 earplug 탓으로 거의 듣지를 못했구나~~  조금 기온이 올라서 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역시 을씨년스러운 것은 마찬가지고, 오늘 미사를 쉬려는 생각도 마찬가지… 그저 무언가 쉬고 싶고, 나가기 싫고.. 내가 왜 이럴까, 그제의 ‘어두운 밤’이 아직도 거치지 않았는가… 제발, 제발…

오늘은 우리 결혼 기념일이기도 하구나, 몇 년 만인가? 1980~2023=43년! 43년, 43년… 아~ 이제는 햇수의 감각도 점점 무디어지고~~ 하지만 그렇게 기억까지 무디어진 것은 아니리라 희망, 희망… 아~ 나 좀 ‘신나게’ 해 주라, 하늘아!

오늘 아침은 미사도 쉬고, 아침 식사는 어제 사온 apple turnover, coffee ‘비상식’으로 때우고 일찍 결혼기념일 점심식사 (예전에는 집 근처의 Thai Lemon Grass였는데 최근에는 도라빌의 ‘강남일식’) 를 했다.  비가 오는 날 drive를 한다. 우선 밖에 나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대부분 Duluth를 포함한 Northeast Metro 쪽으로 빠져나간 아틀란타 한인 community 추세로 한때 이 역사를 자랑하는 Buford Highway 선상의 old town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의외로 다른 문화권들이 이입되면서 건재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자본으로 커지는 new town과 비교하면 이곳은 역시 아직도 small, mom & pop business 가 주류인 듯 보인다. 그 한 가운데 있는 우리의 ‘본향’이 우리의 본당 도라빌 순교자 성당이라서, 이곳은 아직도 친근하고 편한 곳이다. 그 중에도 ‘하얀풍차’, ‘ 강남일식’ 같은 upscale shop들이 이 위치하고 있어서 더욱 위안을 받는다.

우리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교통로가 I-285 northern perimeter인데 이곳의 traffic이 그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이곳을 관통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은근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대대적 upgrade가 이루어져서, 눈에 뜨이게 편한 drive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bottleneck 역할을 하는 곳의 마지막 공사가 무슨 큰 난관에 봉착했는지 거의 무한정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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