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ie

Jack, Jackie.. 잘 생긴 어떤 개의 이름이다. 암컷, 수컷을 잘 모르기에 이름도 내가 “gender-neutral”, Jackie로 부르고 있다. 짐작에는 아마도 암컷일 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치 않다. 거의 한달 간 나는 이 의문의 개를 우리가 사는 Hanover Woods Subdivision 에서 목격을 하고 있다. 처음 본 것이 거의 한달 전, 비 오는 날 낮 우리 집 앞으로 비를 맞으며 ‘방황’하는 모습을 목격한 때였다.

우리 집 목소리 큰 개 Tobey가 미친 듯이 짖어대서 보게 된 것인데, 그때의 모습은 ‘아마도’ 어느 집에서 실수로 ‘풀어놓은’ 듯한 인상이었었다. 그래도 비를 맞는 모습과 조금은 당황하던 자태가 나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비록 사람이 아닌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비 맞는 것이 그렇게 괴로운 것이 아닐 거라고 머리로는 생각이 되지만 나의 가슴속 그렇게 위로가 되지를 않았다. 그저 불쌍하고 안쓰러운 그것이었다. 그리고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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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매일 하던 산책 중에 우리는 다시 Jackie를 보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왜 아직도 또 ‘풀려’ 돌아다닐까? 내가 우려하던 것, 혹시 누구에게 버림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나의 걱정이 현실화 됨을 느끼고 다시 나는 괴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비교적 순하게 생긴 잘 생긴 개, 나는 그 종자를 잘 모르지만 친근감까지 가는 그런 Jackie.. 비교적 먼 거리에서 보았지만 느낌은 ‘또 방황’하는 듯한 그런 것이었다.

그야말로 stray dog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의 머리 속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걱정을 하는 내 자신이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이 될 정도로 나 자신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나는 다시는 그렇게 밖을 돌아다니는 Jackie를 못 보게 되기만 빌고 있었다. 만약에 정말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다면 다른 주인을 빨리 만나기만 나는 속으로 빌었다.

며칠 후에 나의 희망은 사라지고 다시 Jackie를 보았다. 이번에는 바로 나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만약을 사태를 대비해서 같이 걷던 Tobey를 품에 안고 Jackie에게 가까이 가 보았다. 전에 비해서 조금은 ‘덜 깨끗한’ 모습.. 턱 밑에 부스스하게 털이 뭉쳐있어서 ‘분명히’ 누구의 보호를 받지 않는 돌아다니는 개 임을 깨닫게 되고, 나는 더욱 우울해 졌다.

제발 어떤 마음씨 좋은 집에서 거두어 주기만 바랬는데.. 이렇게 긴 나날을 밖에서, 그것도 자주 쏟아지는 비를 맞았을 것을 생각하니 슬프기만 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집으로 데려올 ‘용기’가 없음을 깨닫게 되니 더욱 괴로웠다. 그저 그저 내 눈앞에서 ‘사라져’ 주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혹시 Lost and Found같은 곳에 그 Jackie의 사진이 보이지 않을까 Internet을 뒤져 보아도 Jackie는 없었다. 그리고 dog tag이 없음을 보니 전 주인이 ‘완전히’ 포기한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런 버림 받았다는 사실이 나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괴로움을 주었다. 정말 오래 전, 우리는 아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떤 강아지를 포기했던 일이 있었고, 그 사실이 나의 가슴에는 지독한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그런 사실 때문에 나는 더 괴로움을 받고 있다고 나는 확신했다.

일 주일 전에 산책 중에 또 Jackie와 상면을 했다. 항상 튀어나오는 집 근처에서 보는데 이번에는 조금 침착하게 가지고 다니던 mobile phone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것으로 최소한 breed (종자)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print를 해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살이 빠지거나, 배 고파하는 모습이 아니고 비교적 침착한 모습이었다. 이것이 어찌된 셈일까?

Jackie는 과연 stray dog일까.. 매일 어디서 밥을 먹는 것일까? 계속 우리 동네에서 보이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 근처를 배회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하도 괴로워서 연숙과 잠깐 집에 들린 ‘개를 좋아하는’ 나라니에게 실토를 하며 도움을 청했다. 모두의 의견이 나와 비슷했다. 분명히 집 주위를 배회하며 밥을 얻어 먹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아주 조금은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나라니의 말이, 그렇게 사는 개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고, 나는 정말 오랜 만에 수 많은 개들의 ‘불안전’한 생애를 실감하게 되었다. 아하.. 그래서 그렇게 많은 humane society, shelter들이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

제일 ‘무서운’ 것은 시 당국의 animal control에서 나와 잡아가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들은 거의 모두를 put to sleep(a.k.a. kill)한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아마도 이렇게 비를 맞고 배가 고프더라도 안정된 집들 사이를 배회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깨끗한 가정에서 집 주인 행세를 하며 호강하는 pet들과 비교를 하면 그것도 큰 위로가 되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바로 며칠 전에 차를 타고 집에 들어오다가 불현듯 동네를 한 바퀴 돌면 Jackie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타고 있던 연숙에게 동의를 구하고 돌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 보던 그 곳에서 다시 Jackie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우리 차가 가는 차도의 반대편 차도에 Jackie가 쓰러져있는 것이 아닌가? 차도 한 복판에! 우리는 너무나 놀라서 차를 차도에 그냥 세우고 뛰어 나갔다. 불현듯.. Jackie가 차에 치었거나 피로에 지쳐서 쓰러져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끔찍한 생각이 스쳤다. 연숙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거의 순간적으로 Jackie는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나더니 그 도로 옆 집의 앞 잔디로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짐작에 그 차도에 그냥 누워있었던 것인데.. 왜 그랬을까? 그곳은 curve인 도로여서 차가 갑자기 오면 차도에 누워있는 개를 보기가 힘든 곳이라.. 분명히 치었을 것인데.. 본능적으로 Jackie는 그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 우리에게 보이려고 일부러 누웠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연숙의 추측은 아마도 몸이 젖어서 비교적 물기가 마른 차도에 누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 일이 있은 후에 나는 아직도 산책을 꺼리고 있는 상태이다. 솔직히 또 보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비’, ‘소낙비’ 같은 것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비록 Jackie는 비를 피해 어떤 집의 deck같은 shelter에 들어가겠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비교적 pet들을 많이 기르고 있고 Jackie가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거나 알았으면 분명히 무슨 action을 취했을 것인데 아직도 이렇게 밖에서 배회함을 보면 .. 어떨까..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기 집에 ‘입양’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이고 그저 feeding이나 shelter만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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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Jackie가 내 눈앞에 나타난 후에 내가 겪고 있는 이 ‘괴로움’은 무엇일까? 연숙이나 나라니의 표정을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인상인데 왜 나만 이렇게 괴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오래 전 내가 ‘범한 죄’ 탓일까? 이제 나는 인과응보를 믿고, 세상 이치가 그것이 맞을 것이라고 확신을 한다. Jackie는 나에게 그런 ‘진리’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