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Leaves, leaf & O Henry

 

어제 우리 집 Saybrook court driveway로 들어오는 cul-de-sac  에서 집 쪽을 바라보니 눈에 익은 듯한 광경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아~ 올해 우리 집, ‘마지막 잎새 들’이 로구나..  하며 ‘마지막 잎새’란 생각이 들고, 재빨리 스쳐 지나가는 슬픔을 느꼈다. 결국은 다~ 떠나는구나.. 보통 12월 초 이맘때가 되면 이렇게 ‘마지막 추수’ 가 수북이 쌓임을 이제 경험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보다 훨씬 젊은 앞집의 Josh는 아마도 올 가을에 걸쳐서 수십 번은 power blower로 낙엽들을 치우고 있는데.. 도대체 그 wasted time & energy aching muscle등등은 둘째치고 그는 ‘낙엽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그렇게 없다는 사실에 솔직히 ‘비웃음’이 나온다.

세월은 흐르고 올해도 한 달도 채 남지 않고, 깊은 겨울로 들어가며 새해 2018년을 맞는다. 칠십 70이란 숫자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나의 처지는 감정을 달랜다… 그래도, 그래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 70년의 세월은 나에게 과분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여한이 없다’ 라고 위로를 받는다.

 

pen name O Henry

마지막 잎새,  명작 단편의 제목이었다. 필명 O Henry라는 미국 단편 작가가 20세기 초에 발표한 그야말로 ‘짧은’ 단편 그것이 바로 The Last leaf 였다. 낙엽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에 떨어지는 ‘놈’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마지막 잎.. 그러면 세상은 갈색에서 하얀 색으로 변하고 겨울잠을 자야 하는 때, 이 소설의 주인공 여성, 폐렴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하나 하나 떨어지는 낙엽을 자기의 운명과 연관이 있음을 느낀다. 결국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자기도 ‘따라 떨어진다’ 믿는다. 하지만 그 마지막 잎새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도 안 떨어졌다. 대신 그 마지막 잎새를 ‘살려준’ 아름다운 마음씨의 친구 화가 할아버지가 대신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얼마나 아름답고 운명적인 단편이었던가..

 

 

왜 이 단편이 나의 기억에 그렇게도 남았는가. 1960년 57년 전 서울 중앙중학교 1학년 때 국어 담당 ‘소재영‘ 선생님 때문이었다. 소재영 소재영 선생님… 그 어린 나이의 눈에도 이 선생님의 ‘학자적 겸손, 능력, 품위’가 그렇게 인상적이었다. 한마디로… 나에게는 멋진 선생님이셨다. 교실에 들어오실 때는 책을 한 꾸러미를 들고 오셨는데, 그 두꺼운 국어사전으로부터 시작해서 각종 참고자료들을 가지고 국어시간에 가르치신 것이다. 그 때가 고작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입시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때) 그 선생님은 완전히 우리에게 국어라는 학문을 가르쳐주신 것이다. 그 중에 바로 이 ‘마지막 잎새‘에 관한 공부도 들어있었고 그것이 반세기 뒤에도 뚜렷이 남아 있게 되었다.

 

The Gift of the Magi

크리스마스 ‘사랑의 마음’을 적절히 묘사한 O Henry의 다른 단편 The Gift of the Magi, (한글제목은 생각이 안 난다) 도 기억에 남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젊은 ‘신혼’부부 Jim과 Della의 크리스마스 선물교환 이야기.. 서로를 위해서 Della는 머리를 팔아서 Jim의 watch chain을 샀고, Jim은 watch를 팔아서 머리 빗을 샀다는 슬프지만 너무나 사랑스런 이야기였다. 이것이 바로 the Magi(동방박사)의 아기예수에게 드리는 선물과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해서 O Henry라는 이름을 어린 나이에 알게 되었지만 인생의 항해를 하며 모든 것을 잊고 살다가 우리 집 앞에 쌓인 마지막 잎새들을 보며 회상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이 작가에 대해서 자세히 알 길이 없었지만 알고 보니 사실은 그렇게 ‘존경할 만한’ 인물이 아님을 알고는 조금 실망을 했다. 많은 유명한 단편은 남겼지만, 그의 비교적 짧았던 생(47세)은 각종 색깔의 행적을 남겼다. 그 중에는 우리가 살았던 Columbus, Ohio의 감옥에 죄수로 수감되었던 것도 있다. 물론 폭력적인 범죄는 아니었고 비교적 가벼운 ‘사기 횡령죄’로 복역을 한 것이다.  말년에 마음과 행동을 가다듬고 쓰기 시작한 단편들, 바로 그것이 그에게 커다란 이름을 남겨주게 되었다. 한마디로 ‘역량, 잠재성’이 있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알콜 중독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타계한 것을 보면 말년이 고통스러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O Henry라는 이름을 사랑한다. 나도 그 중에 하나고, 그것은 중학교 1학년 국어, 소재영 선생님의 고귀한 가르침에서 비롯되었다.

 

 

The Last LeafThe Cascades – 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