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atra moment..

어둡고 싸늘한 가을비가 살짝 물러가며, 며칠 만에 따가운 햇살이 울려 퍼지는 하루를 맞았다. 비록 햇살은 밝고 따뜻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산들바람은 차갑게 느껴지는, 한 마디로 near perfect Fall day에 감사하는 ‘레지오 화요일’이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cul-de-sac 입구에서 한창 가을채비를 하던 ‘낙엽송’의 모습이 며칠 만에 완연히 조금은 더 진한 황금색을 띠기 시작했다. 이제 이런 변화는 앞으로 거의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예의 레지오 주회합, 아가다 부단장님의 따님이 오늘도 방문자로 합석을 하였다. 성모님의 뜻으로 그 따님에게 레지오 입단의 의향이 생기기를 기도하지만, 어찌 우리 같은 mere mortal 이 성모님의 깊은 뜻을 알겠는가? 단장으로서 조금이라도 레지오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는 노력은 하지만 글쎄.. 근래에 들어서 ‘눈이 반짝거리는 레지오 단원을 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새로 부임하신 이(영석) 요한 신부님, 느낌이 아주 좋고 희망적이다. 게다가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이 신부님, 청년시절 레지오를 하셨다고 해서, 우리는 모처럼 앞으로 4년간 재임기간에 ‘레지오 재건’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현재까지 이 신부님의 ‘인상’, 아주 편하고 ‘대화가 편한’ 목자로 보인다는 주위의 의견에 나도 공감을 한다.  이임하신 이(재욱) 신부님, 신임 신부님이 정착을 하시는 대로 (봉성체)신자가정방문을 주선하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와 어느 정도 ‘mutual chemistry’ 에 문제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도 두 곳에 성체를 모시고 갔다.  그 중에 오늘 오전, doctor visit를 하고 돌아온 C (어거스틴, 아오스딩) 형제, 예상외로 빨리 일정이 끝나서 이발까지 하고 왔는데 아무리 보아도 ‘말기암’ 환자로 보이질 않는, 흡사 바로 퇴근한 회사원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의 ‘시술’ 후에 체중이 더 불었다고.. 어찌된 일인가? 이 형제의 몸은 한마디로 단단한 steel 같은 그런 느낌, 거기에 거의 완전히 ‘절대자’에게 모든 것을 맡긴 상태… 고통 중에서도 깊은 평화 속을 산다고.. 나는 솔직히 이 형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다른 곳, 거의 한달 만에 방문한 ‘금술 좋은 80대 손(요한) 부부’, 오늘도 도우미가 마련한 점심식사를 기다리며 성체를 모신다. 이렇게 ‘성체신심’을 가지신 분들을 방문하는 것은 사실 우리에게는 특별한 은총이다.

조금은 늦은 점심, 비록 ‘한 접시 요리’지만 [설거지가 간단해서] 솔직히 맛은 진수성찬에 못지 않을 때가 많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던가… 문제는 피곤한 상태에서 늦은 점심은 거의 확실하게 ‘낮잠’으로 이어지는 것..  물론 ‘늦은 낮잠’은 내가 즐기는 것 중에 하나지만 대부분 30분을 넘지 못하는데 오늘 것은 완전한 예외였다. 2시간이 지난 것이다. 짧아진 해, 벌써 저녁의 어두움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30분의 낮잠과 오늘의 2시간 낮잠의 ‘후유증’의 차이는 완연하게 달랐다. 한마디로 꿈 속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저녁을 맞이한 것이다.

잠시 후에 나는 (Frank) Sinatra moment를 지나게 되었다. 너무 조용한 순간들이 싫어서 우연히 고른 background song album이 바로 Sinatra Hit Collection, 물론 오래 전에 어디에선가 download한 것들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먼지가 쌓였던 Sinatra의 classic hit였는데 이것을 오늘 낮잠 후 멍~한 기분에 ‘계속’ 듣고 있었다.  오래 오래 전, ‘우리들’은 이런 것, ‘꼰대’들이나 술을 마시며 즐기던 것으로 ‘일축’해 버렸던 것인데 오늘 나는 이것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다. 어쩌면 그렇게 가슴 깊은 곳의 무언가를 어루만져주는 것일까. 아~ 나도 이제는 완전히 ‘늙었다’ 라는 조금은 슬프지만, 편하기도 한 느낌 속의 저녁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다… 인생의 황혼기를 간다는 사실은 ‘슬프기도 하면서도, 편하고 포근한 것’이라는 것. 그것이 나의 오늘 Sinatra Moment였다.  무엇이 편하고, 포근한 것인지는 솔직히 나의 짧은 ‘문학적 표현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고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