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눈으로  1, 2권

앨런 에임스의 영적 기록

앨런 에임스 지음 원아영 옮김

 

가톨릭 크리스챤

 

 

1966년 10월 14일에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승인하신

전교회칙 A. A. S. 58, 1186에 의하면,

교회의 가르침에 상반되지 않고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개인적 발현에 의한 메시지를

책으로 출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앨런 에임스와 출판사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교황청의 최종 판결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에 순명 할 것이다.

 

 

Through the Eyes of Jesus 1, 2

by C. Alan Ames

(c) C. Alan Ames 1996

(c) Catholic Christian Publishing Co. 1200 Seoul Korea

 

 

 

추천의 말

 

오스트레일리아 퍼르스 교구 히키 대주교 (1995. 7. 13)

 

나는 앨런 에임스를 잘 알고 있으며, 그 동안 우리 교구의 여러 곳에서 자기 회개의 경험에 대해 강연해 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언합니다.  앨런 에임스가 하는 말이나 그가 쓴 글은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으며 단순하고 건전합니다.

나는 우리 교구의 디킨슨 신부를 그의 영적 지도자로 지명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미데일 교구 케네디 대주교 (1997. 5. 1)

 

나는 <앨런 에임스가 받은 메시지>와 <예수님의 눈으로> 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히 감명 깊게 읽었다…. . 그의 책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와 정경들을 읽어 가노라면 많은 것을 묵상하게 되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생활하실 때의 정경을 앨런 에임스에게 보여 주시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 가야 하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신다… . 그의 글에서는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신앙과 도덕에 어긋나는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

그의 철저한 신앙생활을 보았거나, 그의 글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참된 신앙생활을 시작하였고, 심지어는 타종교인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기도 하였다 … .

그의 영적 지도자이신 퍼르스 교구의 히키 대주교님께서 강력히 추천하시듯이, 나도 이 책을 신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또한 그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들어 보기를 바라며, 그가 쓴 이 책도 깊이 묵상하며 읽기를 바란다.

 

 

 

오스트레일리아 퍼르스 교구 성모 마리아 성당 디킨슨 신부 (1996년 성모 몽소승천 축일에)

 

1994년도에, 오스트레일리아 퍼르스 교구 히키 대주교님께서 나를 에임스씨의 영적 지도신부로 임명하셨다.

그 후 지금까지 에임스씨의 영적 지도자이며 그의 고해신부로서 그를 가까이 접촉하고 관찰해 왔다. 그는 언제나 주님과 항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때로는 악마의 맹렬한 공격을 받기도 한다. … .

거룩하신 천주 성삼과 성모 마리아와 천사들과 성인성녀들이 그를 도구로 쓰신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의 겸손함과, 특히 교회의 지도자들에 대한 사랑과 순명의 덕을 지닌 그를 보면, 그가 하느님의 참된 종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신학이나 성서학을 배운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쓴 글 속에는 순수한 가톨릭의 정통 가르침이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성체와 성모님과 교황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은, 그가 참된 신앙인임을 증명해 준다.

하느님께서 왜 나를 그의 지도자로 선택하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와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은총을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린다.

주님을 받아들이며 주님께 가까이 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성 로사리오 성당 드그랜디스 신부

 

나는 이 책을 일고 나서 너무나 감동하여 브라질 출판사에 의뢰하여 이 책을 포르투갈어로 출판하기로 했다.

브라질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을 그들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조지타운 대학교, 예수회 먹솔리 신부

 

이 책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면서 일어난 이야기들이 연속으로 실려 있다. 그분들이 매일 무엇을 드셨고, 어디서 주무셨으며,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를 자세히 알려 준다. 예수님께서는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읽으셨고 그들의 영혼을 들여다 보셨다. 사람들의 장래를 내다 보시며 말씀하실 때나 제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실 때 당신의 신성(神性)을 보여 주셨다.

길을 가면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지내는 것이 행복하다고 자주 말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사랑하시고 있으며,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행복하다고 항상 말하셨다. 그리고 함께 있다는 기쁨을 노래하며, 예수님과 제자들은 자주 시편을 읊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 왜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미래를 내다보시고, 그들의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의 표양을 봄으로써, 사랑의 계명을 어떻게 지키며 살아 가야 하는지를 배웠다. 서로 사랑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하며, 그들을 못살게 구는 로마 군인들조차도 사랑하라고 예수님께서 명하고 계신다는 것을 제자들은 배웠다… .

로마 군인들이 감춰두고 겉으로 나타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가슴 깊은 곳에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제자들은 들었다. 한 로마 군인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살인하기를 거부했던 사실을 예수님께서 들추어 내 보이셨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예수님께서 어떻게 느끼시고 무엇을 생각하셨는지를 알게 된다. 예수님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천주 성부와의 일치가 하느님 당신의 지혜와 인간의 지식에 비추어 나타났던 것이다.

이 책에 적힌 예수님의 자세한 생활과 사건들이 사실일까? 예수님의 생활에 대해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과 교회전통을 통해 내가 배워 온 것을 비추어 볼 때, 나는 이 책에 있는 그 모든 이야기가 “사실” 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

예수님을 좀더 진지하게 잘 알고 싶고, 예수님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싶고, 예수님을 좀더 가까이 따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미국 101 재단 로잘리 터톤 박사

 

“만약 예수님께서 하신 일들을 낱낱이 다 기록하자면, 기록된 책들은 이 세상을 가득히 채우고도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한 21, 25)라고 성서에 적혀 있다.

현세대에 들어와서 성녀 에머리츠, 스웨덴의 성녀 브리짓다, 바이즈 원정수녀, 루이스 피카레타, 성녀 애그레다 등등이 우리에게 예수님의 생애와 성인들의 생애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예수님께서는 앨런 에임스를 통하여 당신의 생애를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니 우리는 참으로 축복 받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하겠다.

때가 되면 교회가 이 발현의 신빙성에 대해 판결을 내릴 것이다. 이 일에 대한 교회의 인가여부를 우리가 미리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다만 지금 이 책이 좋은 영적 서적으로서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하느님께로 끌어올려 주고, 거룩하게 사는 길을 밝혀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지 간에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의 진정한 의무는, 나날이 점점 더 거룩한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우리 자신을 구원하고, 다른 사람의 구원을 도와 주는 것이다.

그것을 목적으로 이 책을 발간하며, 독자들의 영신생활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자자의 말

 

1994년 2월부터 우리 주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환시로 나타나시어 나에게 말씀하십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았는데, 그 후 하느님께서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라고 하셨습니다. 1996년 2월 6일부터는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살아 계시던 당신의 일들을 나에게 보여 주기 시작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이스라엘의 곳곳을 다니실 때 일어난 일들을 나는 예수님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보는 동안 예수님께서 그 당시 무엇을 느끼고 계셨는지를 감지할 수 있는 은총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전개되는 정경들을 눈 앞에 보고 들을 때, 나는 슬픔이나 기쁨에 압도되어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그때 그때의 사건마다 교훈이 들어 있고, 깊이 묵상할 진리가 있는데, 주님께서는 그것을 보여 주심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십니다.

유다를 보고 있으려면, 우리 자신의 온갖 미약함을 비춰 볼 수 있습니다.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를 도와 주고자 하시는 하느님을 무시하고 잊어버릴 때, 우리가 얼마나 쉽게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유다를 보면 우리 주 예수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주님께서는 모두 용서해 주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때마다 예수님께 용서를 비는 것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당하던 가지가지의 유혹, 악한 감정, 문젯거리, 욕망들은 요즈음 사람들이 당면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주님께서 내게 이 점을 관찰하게 하신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가 자신을 극복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시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우리가 간청하면 절대로 거절하지 않으시는 하느님께 우리는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구하라, 얻을 것이요” 라는 말씀과 함께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 주십니다.

 

–환시와 말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996년 7월 27일

앨런 에임스

 

 

 

 

예수님 +++ 1996년 2월 6일

 

다음 마을로 걸어가면서, 방금 지나온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제자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베드로가 감탄을 거듭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구세주이심에 틀림없어. 그 동안의 기적들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신 것을 생각해 봐! 그리고, 선생님께서 나누어 주신 사랑을 생각하며, 그분은 참으로 우리의 주님이심에 틀림없어.”

야고보와 요한도 그 말에 동의하며, 기쁨과 흥에 겨워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님께서 오셨도다. 주님께서 오셨도다.” 다른 제자들도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도록 주고 받았다.

 

다음 마을에 도착했을 때, 야고보가 내게 와서 물었다.

“선생님, 오늘 이 마을에서도 기적을 행하실 것입니까?” 젊고 순수하여 사랑과 신뢰심이 많은 야고보를 보면서, 모든 사람들이 야고보와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믿음이 강한 곳에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기적은 믿음을 키워 주기 위한 것이고,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불러 주기 위한 것이며,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 마을에 기적이 필요하다면 기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내 말을 듣고 야고보는 기대에 차서, 벙긋 웃으면 나를 쳐다보았다.

“주님, 오늘은 어디서 숙박할 것입니까? 동전이 몇 푼밖에 없는데, 먹을 음식은 또 어떻게 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주님께서 치유를 해 주실 때마다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유다 의 질문에 분명히 답을 해 줄 필요가 있었다. “내가 주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한 것이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주는 것이며, 무료로 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삽니까? 그걸 좀 말씀해 보십시오.” 유다가 반박했다.

불쌍한 유다 는 정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유다 는 가슴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머리로만 생각하면서, 항상 주머니 사정만 걱정했다.

“유다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모두 마련해 줄 터이니, 나한테 맡겨 두어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우리가 당신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것이다. 내가 오천 명을 먹이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 내가 너희들을 모두 먹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느냐?”

유다 는 여전히 실망과 의혹을 안은 채 중얼거리며 다른 제자들한테 가서는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바로 그때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오신다. 그분께서 여기 오셨다. 바로 그 선지자시다. 나자렛의 예수님이시다. 병자들을 데리고 오면 예수님께서 치유해 주실 것이오!” 그 마을은 갑자기 활기를 띄었고, 내가 왔다는 것을 이웃에 알리느라고 사람들이 이 집 저 집으로 분주히 드나들었다. 나한테 가까이 오려고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사방에서 밀어닥치고 있었다.

나는 바위에 올라서서 사람들에게 앉으라고 손짓을 하였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어 여러분의 아픈 가슴을 낫게 해 주시고, 여러분의 영혼을 바로 잡아 주시며, 야훼의 진리를 여러분에게 가르치게 하십니다. 한없이 자비하신 아버지께서는 사랑과 용서를 베풀어 주시고, 영원한 평화와 기쁨과 사랑을 여러분에게 주시고자 하십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을 보십시오. 여러분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며, 그들이 잘 되기를 얼마나 소망하고 있습니까? 그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여러분은 그들을 이끌어 주고 충고해 주며, 하느님의 참된 자식으로 성장하도록 도와 줍니다. 마찬가지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여러분의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여러분을 지켜보시며 천국을 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을 이끌어 주시고 도와 주시며 충고해 주시고 싶어 합니다.

어떤 사람이 빵을 만들고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알맞은 재료를 넣고, 불에 굽기에 적당할 때까지 잘 반죽합니다. 그런 다음 불의 열기 속에서 빵은 그 사람이 원하든 대로 부풀어 오릅니다. 하느님의 자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여러분 각자가 지닌 성화(聖化)의 씨앗이 피어나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시고, 성령을 통하여 당신 사람의 불꽃을 피워 주시어, 그 열기 속에서 여러분의 영혼(靈魂)이 뜨거워지고, 성화될 수 있게 하십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것은, 가슴을 열어 하느님의 사랑이 여러분의 가슴 속을 뜨겁게 채우게 하고, 영원한 평화를 심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 +++ 1996년 2월 7일

 

나는 팔을 활짝 펴고 말을 계속하였다. “필요한 것이 있는 사람들은 나한테서 그것을 얻어 가십시오.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통해 고통에서 해방되십시오. 방황하는 사람들은 나를 찾아 안착하십시오. 나는 사람들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이 세상에 내려온 빛입니다. 나는 어두움을 비추는 불빛입니다. 나는 여러분이 가야 할 길을 보여 주기 위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보내 주신 빛입니다.”

가까이서 나를 만지기 위해 군중이 밀려왔다. 차례를 지키라고 베드로가 큰 소리로 외쳐댔다. 나는 그들을 한 사람씩 만져 주고, 그들의 고통을 거두어 주시라고 아버지께 기도했다. 장님이 보게 되고, 귀머거리가 듣게 되고, 앉은뱅이가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한 어린아이가 다가왔는데, 한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보다 훨씬 짧았다. 그 아이는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쩔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선생님, 제 아들에게 안수하셔서 고쳐 주세요.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 모양인데, 저의 죄 때문에 이렇게 태어난 것이 분명합니다. 선생님,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죄 없는 아이만은 제발 좀 고쳐 주세요.”

엄마가 울음을 터뜨리자 아들이 엄마를 껴안으며 훌쩍거렸다. “엄마, 울지마. 난 엄마 사랑해. 울지 마.”

그 많은 슬픔과 그토록 많은 사랑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아팠다. 이런 애원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얘야, 이리 오너라.” 나는 그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주저하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이리 오너라.” 내가 다시 불렀다.

불안하고 겁먹은 얼굴로 아이는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손을 내밀어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를 껴안고 아이의 눈물에 입맞추며 아버지께 간구했다. “아버지,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나를 보내셨으니, 지금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아이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킵니다.”

아이를 땅에 다시 내려놓았을 때, 아이의 두 다리가 똑같아졌다.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 높여 하느님을 찬양하기 시작했고, 그 엄마는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아이 엄마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하느님의 사랑을 알았으니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이 아들을 하느님께 바치는 선물로 생각하고 잘 키우도록 하시오.”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제자들도 나처럼 지쳐 있었다. 베드로를 불러서 “이제 그만 떠나야겠다.” 고 말했다. 베드로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선생님, 저희 집에 오셔서 쉬십시오.” 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한 노인이 서 있었는데,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넘치는 영혼이었다. 우리는 그 노인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 집에 도착했을 때 제자들은 모두 지쳐서 졸음에 겨워했는데, 노인이 어찌나 맛있는 식사를 내놓았는지 사양할 수가 없었다. 식사기 시작되자 노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 저는 일하시는 하느님의 손을 보았습니다. 오늘 구세주께서 우리 마을에 은총을 쏟아 주셨습니다. 저는 이 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유다가 노인을 보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 선생님께 흡족히 보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나 않았으면 좋겠군요.”

“유다야!”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해 주시고, 이토록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된다. 마을 사람들도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으니 충분히 보상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선생님, 우리는 돈이 조금밖에 없어요!”

그때 나의 믿음직한 베드로가 끼어들었다. “선생님께서 충분하다고 하시면 충분한 거야. 더 이상 선생님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게.”

난처하게 된 유다 는 눈에 화를 잔뜩 품고 돌아 앉았다. 그의 머리는 혼란, 분노, 보복하고 싶은 생각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내 친구 유다야. 그렇게 받아들이지 말아라. 내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 지 잘 알지 않느냐. 네가 마음이 상해서 그러는 것을 보면 내 마음이 아프다.”

유다 는 잠깐 동안 사랑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혼란스러운 눈길이 되어 “그래요, 선생님. 저도 압니다.” 하고는 좌절감에 빠져 다시 돌아 앉았다.

집 주인 노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주님, 오늘 제 영혼은 하느님의 사랑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누릴 그 기쁨을 미리 맛보았기 때문에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고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겠습니다.

“노인장이 누리실 기쁨은 천국에 벌써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오늘 맛보신 것도 사실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노인장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 동안 지켜보셨습니다.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변함없이 간직해 온,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온 천국이 반기는 선물입니다. 아버지께서 만찬에 자리를 마련해 놓으셨으니, 우리가 함께 앉아서 영원한 기쁨을 같이 누리게 될 것입니다. 노인장은 마음을 하느님께 바쳤으니, 노인장이 받게 될 보상은 하느님과 함께 있습니다.”

 

다음날 우리가 그 곳을 떠날 때, 사람들이 달려와서 제자들 손에 돈과 음식을 쥐어 주며 진심을 다해 청하였다. “부디 다시 돌아와 주세요. 바른 시일 내에 돌아와 주세요.” 유다 는 즐거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다.

 

날이 무덥고 먼지가 심하게 날렸기 때문에, 우리는 얼마를 가지 못하고 앉아서 쉬어야 했다. 마태오가 요한과 함께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내게 왔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좀 쉬셔야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수고만 하시고, 거의 쉬지 못하셨습니다. 누가 부르기만 하면 자신의 몸은 생각지도 않고 가봐 주시지 않습니까? 제발 쉬셔야 합니다. 그렇잖으면 틀림없이 병이 나실 것입니다.”
 

말을 하면서 더욱 걱정스러운 얼굴이 된 마태오에게 대답해 주었다. “나의 시간은 돌에 새겨져 있고, 내가 아버지께로 돌아갈 날은 벌써 정해져 있다. 아버지께서 부르시는 그 날에,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방식대로 가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하느님의 백성을 새로 일으켜 세우면서 쉬지 않고 아버지의 일을 해야 한다. 다음 마을에 가면 주막이 있을 것이니, 먼저 가서 내가 사흘 동안 머물 수 있는 방을 마련해 놓아라. 장차 있을 그 사흘처럼 휴식을 취하고 싶다. 사흘이 지나면 나는 원기를 회복하고 일어나서 아버지의 뜻을 더욱 힘차게 이루어 나갈 것이다.”

 

주막에 얻어놓은 방은 작았지만 조용하고 편안했다. 사흘 동안 나는 평화롭게 잠을 잤다. 사흘째 되는 날 나는 아버지를 가깝게 느끼며 깨어났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깨어나셨습니까? 빨리 좀 와 보십시오.” 항상 그렇듯이 흥분한 야고보였다. 밖으로 나가보니 유다인 과격파에게 공격을 당한 어느 로마 군인이 주막 한편에 누워 있었다. 군인은 가슴 쪽에 심하게 상처를 입었고, 사람들은 모두 그 군인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생님, 이 사람을 좀 낫게 해 주십시오. 그렇찮으면 로마 주둔군이 우리한테 보복하러 몰려올 것입니다.” 주막집 주인이 겁에 질려 애걸을 했다.

그 군인은 로마군 지휘관인 백부장이었다. 백부장의 눈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고, 다만 자기 가족들에 대한 걱정만이 역력했다.

“이 사람을 낫게 해 주겠소. 그러나 주둔군의 보복을 면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자기 가족에 대한 이 사람의 사랑이 지극한 것을 보아, 그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기 위해 치유하겠소.” 상처 위에 내 손을 얹자 상처가 곧 아물었다. 백부장이 감격스러워 하며 일어섰다. “거룩하신 분,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로마의 신들에게 당신의 성공을 빌겠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대답해 주었다. “신들이란 없는 것이오. 오직 하느님 한 분만 계시오. 나는 이 거짓 신들과, 거짓 우상들과, 거짓된 가치관으로부터 이 세상을 해방시켜 주기 위해 보내진 하느님의 아들이오.”

“거룩하신 분, 지금 하신 말씀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진리를 말씀하시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누구십니까?”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는 나의 아버지이신데, 아버지께서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시고, 당신의 가족이라고 부르시며, 모든 가족들에게 온갖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나는 아버지의 위대하심과 사랑 그리고 그 권위와 자비하심을 보여 주기 위해 온 것이오.”

그 사람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면 외쳤다. “주님,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저는 믿습니다.. 이제부터는 오직 주님의 아버지만을 나의 하느님으로 알고, 당신을 나의 주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저도 여기 남아서 주님을 따라가게 해 주십시오. 저도 주님을 돕고 싶습니다.”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하오.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사랑으로 하도록 하시오. 누구한테도 상처를 주기 말고 남을 도와 주시오. 하루하루를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로 생각하고 지낸다면, 바로 그것이 나를 따르는 길이고 영원한 기쁨을 얻는 길이 될 것이오.”

그 사람은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처서 그 곳을 떠났다. 그 날부터 천국에 갈 때까지, 그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며 하느님만을 위해 한평생을 살았다.

“주님, 그 사람은 이방인이고 로마인이 아닙니까? 어떻게 그 사람에게 천국을 약속하십니까?”

놀라서 묻는 제자들을 사랑으로 달래 주며 설명을 하였다. “나는 이 세상의 빛이다. 유다인이든지 이방인이든지 구원 받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든지 구원해 준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사람을 창조하셨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 그리고 아버지의 아들인 나는 아버지의 그 사랑을 함께 나눈다.”

 

 

 

예수님 +++  1996년 2월 8일

 

우리가 주막집을 떠나려는데 군중들이 모여 있다가 외쳤다. “예수님, 제게 손을 대어 주십시오.” “예수님, 저를 낫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저를 좀 도와 주십시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청을 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항상 간절하였다. 제자들에게 사람들을 시장 터로 모으라고 일렀다.

사람들이 자리에 앉고 조용해지자, 그들 앞에 서서 나는 말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회당에 가서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그는 아버지께 곤경에 빠진 자신을 도와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농사가 흉작이 되어 가족을 먹여 살릴 길이 까마득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런 지경에 빠진 자신을 도와 주시기만 하면, 평생 동안 다른 사람들을 도와 주며 살겠노라고 하느님께 약속을 했습니다.

자비로우신 아버지께서는 그의 기도를 들어 주셨습니다. 그 사람이 집에 돌아가 보니 갑자기 상속을 받게 되어 많은 재산이 자기 몫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의 삼촌이 세상을 떠나면서 막대한 재산을 유산으로 남겼던 것입니다. 그는 삼촌이 돌아 가셨다는 슬픈 사실이나, 하느님께 드린 약속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즐거운 나날을 지냈습니다. 우선 자기 집을 팔아 치우고 삼촌의 큰 저택으로 이사를 가서 사치한 생활을 했고, 자기 식구들한테는 절제 없이 뭐든지 마구 사 주면서, 새로 사귄 부유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행복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는 날 그가 옛날에 살았던 동네의 한 이웃 사람이, 흉년이 들어 도움을 청하러 찾아왔습니다. 그 부자는 오랫동안 다정하게 지냈던 그 이웃에게 문도 안 열어 주고, 하인을 시켜 멀리 쫓아 버렸습니다. 자기가 시킨 대로 하인이 그 이웃을 쫓아 보내는 소리를 듣는 순간, 문득 그 부자는 지난 날에 자기가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애원했던 일과, 하느님께서 자기의 기도를 들어 주신 일을 기억했습니다. 그는 하인에게 소리치며 ‘그 사람한테 회당으로 가서 내가 했듯이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해라! 하느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 풍부히 주실만큼 무궁무진하게 가지고 계신 분이다.’ 고 말했습니다. 그 부자는 자신이 훌륭한 일이라도 한 듯 기분이 좋아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불쌍한 그 이웃은 말을 듣고 회당에 가서 하느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이웃이었던 그 부자를 용서해 주십사 고도 기도했습니다.

얼마의 세월이 흐른 뒤에 전쟁이 일어나 부자와 이웃이 살던 나라는 적군의 침략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쟁 중에 그 부자는 재산을 모두 잃고 침략군의 추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한밤중에 그 부자는 홀로 방황하다가 가난한 이웃의 농장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서는 ‘여보게 친구, 침략군이 나를 죽이려고 쫓아오네. 좀 도와 주게나.’ 하고 애걸했습니다.

그러자 그 가난한 이웃이 부자를 보고 말했습니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었을 때 나를 도와 준 것은 자네였네. 하느님께 의탁할 것을 일러 준 것이 자네였으니까 말일세. 난 자네를 용서해 주었고, 하느님께 자네의 이기심을 용서해 주십사 고 기도했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신 자비하심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성심껏 자네를 도와 주겠네.’

그 순간 그는 그 가난한 이웃이야말로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신뢰심이 참으로 충만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땅바닥에 엎드려 하느님께 자기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의 죄를 보속하기 위하여, 남은 여생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보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의 교훈을 이해하겠습니까? 그것은 하느님께 도움을 청할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기도를 들어 주신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그 대신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할 때에는 여러분도 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남을 도와 줌으로써 여러분에게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보답하십시오.”

 

“선생님, 저희는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습니까? 로마인과 세리가 저희가 가진 것을 거의 다 빼앗아갑니다.”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일어나서 호소했다.

“여러분이 서로 나누어야 할 것은 재물만이 아니고, 사랑과 기도를 서로 나누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형제 자매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여러분의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나의 대답을 듣고 바리사이파 사람 하나가 일어나서 말했다. “우리의 사랑을 남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말씀은 잘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전에 바쳐야 하는 십일조는 어떻게 합니까? 어려울 때는 십일조를 내지 말고 그 돈은 써도 된다는 것입니까?” 나는 그의 심중에 있는 교활한 책략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나에게 ‘하느님께 헌금을 바치지 마라.’ 는 말을 하게 하여 나를 비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어려울 때 바칠 수 있는 그 만큼만 바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오직 여러분의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하느님을 신뢰하고 의탁하는 그 마음뿐입니다. 다윗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성전의 음식을 먹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께서, 우리가 필요한 것을 거절하실 것 같습니까?

바리사이파인 당신은 존경 받는 직위를 누리는 부유층으로서 자기만을 위해 살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율법을 어떻게 지켜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지 않소? 먼저 자신을 반성해 보시오. 자신이 하느님의 율법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를 우선 생각하십시오.” 그 바리사이파 사람은 자기 동료들에게 내 말을 전하기 위해 급히 자리를 떠났다.

 

병자들이 찾아왔는데, 숫자가 너무 많아서 그들에게 일일이 손을 대 수가 없었다. 나는 제자들에게 강복을 주오 치유할 수 있는 하느님의 힘을 부어 주었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그 말을 떠났고 한적한 곳을 찾아가서 쉬었다.

 

 

 

예수님 +++  1996년 2월 10일

 

초원에 있는 울타리 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서 밤을 지냈다. 제자들은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그들의 잠자는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사람들이 아버지께로 가는 길에서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시련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유다 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슬픔이 밀려왔다. 유다를 보고 있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부정하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부정할 사람들과, 아버지를 배반하기까지 할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가슴이 답답하던 차에, 마침 반갑게 찾아온 수면 속으로 몸을 맡겼다.

 

새들의 즐거운 노랫소리와 함께 날이 밝았다. 하느님을 찬양하는 새들의 고운 목소리가 새벽의 초원을 채우고 있었다.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가, 창조물로 서 지닌 순결함을 맛 보이며 허파 안을 가득 채워 왔다. 제자들이 한 사람씩 깨어나서 세수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야고보는 어린 소년같이 뛰어다니며 제자들과 놀고 있었다. 야고보가 유다 한테 가서 장난스럽게 유다를 껴안았다. 유다 는 홱 돌아서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가서 할 일이나 해. 어린애 같이 굴지 말고, 선생님한테 뭐 필요한 게 없는지 나 알아 봐.”

베드로가 유다 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며 소군 댔다. “주님, 주님께서는 왜 저런 사람을 따라오게 하십니까? 저 사람은 사랑이 너무 없어요.”

“베드로, 너는 내가 너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사랑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느냐? 너희를 사랑하여 너희 모두를 진리의 길로 인도해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유다 는 너보다, 다른 어느 누구보다 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유다를 무시하거나 도움을 거절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유다 의 영혼도 다른 영혼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소중하기 때문에 나는 유다 에게 베푸는 나의 사랑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은, 유다 의 그 성질을 어떻게 계속 받아 주시려 하십니까? 그 욕심하며 어휴, 그 질투는 또 어떻게 하시려고요? 유다 는 끊임없이 선생님의 뜻을 거역합니다. 유다가 선생님을 자기 맘대로 하려는데 도 선생님은 그를 쫓아 버리려 하시지 않습니다.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베드로가 불만을 토로했다.

“베드로…, 어떻게 설명해야 네가 알아듣겠느냐? 앞으로 너는 용서와 사랑의 중요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그들을 나에게 이끌어 와야 할 테데 말이다.

만약 네가 당나귀 두 마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마차를 끌고 먼 길을 가려면, 두 당나귀를 잘 다루어서 목적지까지 마차를 끌고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중 한 마리가 말썽을 부린다면, 그 당나귀의 품행을 고쳐 여정을 계속하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아무리 힘이 들어도 그 당나귀가 네 말을 듣도록 계속 타이르고 가르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 당나귀는 네게 귀중하기 때문에, 아무리 그 당나귀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해도 마차에 연결 된 가죽 끈을 풀어 버리고 내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도해 주거나 도와 주기가 힘든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람을 버려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모른다. 그러니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데리고 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 너의 의무이다. 그것이 어려울 때마다, 너 자신을 동료를 사랑하는 착한 당나귀로 생각하고, 그 동료의 몫까지 대신해서 마차를 끌어 주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 동료가 언젠가는 자신도 하느님께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듣고 있던 베드로가 뭔가 결심을 한 듯 주먹을 불끈 쥐더니 유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유다, 자네 가방이 무겁지? 오늘은 자네 대신 내가 가방을 들어 줄게” 베드로의 친절한 제안에 유다 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아하게 베드로를 쳐다보았다.

“글쎄, 원한다면 들게 해 주지. 그러나 가방 안에 든 것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네.” 베드로는 나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베드로의 가슴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았다.

 

 

 

예수님 +++  1996년 2월 11일

 

곁에 걷고 있던 바르톨로메오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선생님, 만약 하느님의 왕국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어찌하여 유다 민족만이 하느님의 뜻을 이루도록 선택되었습니까?”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식들을 바라보셨을 때, 당신의 뜻과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아들과 딸들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진실했고, 하느님께 봉사하고자 하는 의욕은 간절한 것이었다. 이 세상의 약한 자들을 구하기 위하여 아버지께서는 강한 자들을 선택하신 것이다. 왜냐하면 강한 자들이 하느님의 진리를 세상에 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르톨로메오는 여전히 미심쩍어 했다. “그러면 왜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 그리고 유다 사제와 대부분의 이스라엘 민족은 자기들만이 선택된 하느님의 참된 아들이라고 믿고 있는 겁니까? 그 사람들은 천국이 그들만을 위한 것이고, 이방인들은 하느님의 자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천국에도 들어갈 수 없다고 믿고 있지 않습니까?”

“네가 말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천국이란 오직 유다인 만을 위한 것이고, 다른 사람은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아버지께서 당신 사랑으로 모든 사람들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원하신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마치 온갖 선물과 보물을 쌓아놓은 부잣집 아이들처럼, 그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즐거운 생활을 하면서 불쌍한 사람이나 배고픈 사람, 병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려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귀찮은 존재로 여길 뿐만 아니라, 무시해 버리거나 모욕적으로 대해 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아예 안 보려고 눈을 감아 버린다. 자신은 부유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면 그토록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많은 부귀를 갖게 된 것은, 다름 사람들을 도와 주고 구해 주라는 아버지의 뜻이란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고, 아버지께서는 그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보내 주신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남에게 줌으로써 되받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부잣집 아들은 다른 사람들의 빈곤을 눈앞에 보면서도 자신의 양심을 닫아 버린 채, 자기가 필요한 것만 생각하고 자기 편의만 추구하며, 자기 욕구만 채우려는 이기적인 영혼이 된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그 아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보시고 낙망하시어 그에게 주셨던 모든 선물을 거두신 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길 잃은 거지가 된 그 아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고 의아해 한다.

세월이 지나자 그 아들은 자기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았었는지를 알게 되고, 가난한 자들에게 자기 자신이 얼마나 냉정했는지도 알게 된다. 많이 받은 것은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 했던 것이지 자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도 알게 된다. 아버지의 선물과 보물을 받은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와서 도와 주겠노라고 한다. 그는 약한 자들이 아버지의 사랑 속에서 얼마나 강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고, 그들이 가진 것을 굳센 사랑의 힘으로 가난한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르톨로메오는 이해가 된 듯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다.

“선생님, 선생님의 지혜는 참으로 깊으셔서 제 영혼 속으로 스며 들어옵니다. 이스라엘은 그 버릇없는 아들이고, 모든 사람들이 다 하느님의 자식이며, 천국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이스라엘이 잠에서 깨어나 깨우칠 날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잠자코 걷기만 했다. 잠시 후 바르톨로메오는 내가 말한 내용에 대해 동료들과 토론을 하기 위해 앞서 뛰어갔다.

먼 곳에 호수가 보였다. 호수 위에는 어부들이 그물을 치고 있었다. 호수에 가까이 갈수록 제자들의 눈 빛에서 그들이 무척이나 고기를 낚고 싶어 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고기잡이로 살던 사람들이라서 고기를 다시 한번 잡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이다.

우리는 시원한 호숫물에 발을 담그고 걸었다. 베드로가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나에게 와서 청했다. “선생님, 여기는 참 아름답습니다. 이곳에 잠깐 머무르면서 고기잡이를 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도록 하자. 여기는 참 아름답구나. 잠깐 여기서 쉬는 것이 좋겠다.”

세 사람이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고, 헤엄을 치며 자맥질을 하자 순식간에 다른 제자들도 모두 물 속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고 놀았다. 얼마 후에 다들 조용해지더니 몇몇은 낚시하러 가고, 남은 제자들은 불을 피워서 좀더 편안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들이 편안히 즐기는 것을 보니 참 좋았다.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는 먼 길을 걸었고, 많은 일을 했으니 이제는 쉴 시간이었다. 곁에 있던 토마스가 싱싱한 생선을 먹게 되어서 너무 신난다고 떠들어댔다.  “주님, 싱싱한 생선을 먹게 되어 좋습니다. 이곳 생선은 맛이 좋거든요. 낚시하러 간 사람들이 많이 잡아왔으면 좋겠습니다.”

 

“토마스야, 충분히 잡아올 것이다. 네가 배불리 먹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먹일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마침 야고보가 생선을 한아름 안고 호숫가로 달려오며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주님, 우리가 잡은 것을 보십시오!”

토마스가 나를 돌아보며 흡족한 듯이 말했다. “오늘은 정말 잘 먹게 되었습니다.”

토마스의 눈을 들여다 보았는데, 그 눈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고, 먹을 음식에 대한 기쁨이 담겨 있었다.

“토마스야, 너에게 음식을 보내 주시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시는 아버지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라.”

제자들이 모여 앉았고, 나는 아버지의 너그러우심에 감사하며 생선에 강복하였다.

생선을 요리하는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퍼졌다. 잡힌 생선이 어찌나 큰지 유다 타대오 는 넋이 빠져 생선만 쳐다보고 있었다.

“주님, 저 생선 좀 보십시오. 저렇게 큰 생선은 처음 보았습니다. 냄새도 좋고요.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면서 유다 타대오 는 신이 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희 앞에 놓인 음식을 보아라. 아버지께서는 너희들이 아버지의 일을 하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다. 아버지께서는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 이상으로 채워 주신다.”

“하느님을 찬미하자!” 토마스가 소리쳤고, 우리는 아버지를 찬미하고 아버지께 감사하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고, 사랑과 행복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뱃속에 가득 찬 음식이 어느 정도 내려가자, 나는 제자들에게 한 가지 교훈을 가르쳤다. “오늘 너희들은 아버지께서 보내 주신 좋은 식사를 나와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내가 말하건대 장차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주실 양식은 참된 생명의 양식이다. 당신의 아들을 통하여 아버지께서는 너희들에게 영원한 양식 …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너희들에게 참된 생명의 빵을 주실 것이고, 용서의 포도주를 주실 것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그분의 아들이며, 너희 영혼을 배부르게 할 바로 그 빵이고, 용서를 가져다 줄 그 포도주이다. 당신의 아들인 나를 통해서만 아버지께서는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주실 것이다. 나는 천주 성자이며, 아버지께서 너희들에게 주시는 양식이고, 너희 영혼을 먹여 주고 너희를 평화로 가득 채워 주는 양식이다. 나를 먹는 자는 영원히 굶주리지 않을 것이다.”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어리둥절해 하는 제자들에게 다시 설명을 했다. “할 수 있을 때, 먹고 즐기도록 하여라. 그래서 어려운 때가 되었을 때 결코 굶주리지 않도록 하여라.” 제자들은 아직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언젠가 너희들은 내가 지금 한 말을 떠올리면서 내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말을 전하게 될 것이다.”

“주님, 그 말씀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때는 도저히 주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마태오가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을 새겨 들어라. 내가 분명히 말하거니와, 내가 아버지께 돌아간 뒤 너희들은 하느님의 지혜를 넘치게 받아서, 내가 한 모든 말들이 너희 가슴 속에서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필립보가 말했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그렇게 될 것으로 압니다.” 가르침이 끝나자 제자들은 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후 늦게 우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웃 마을의 시장에 가기로 했다. 우리가 시장에 도착했을 때 소란스런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남자가 한 늙은 여자를 중간에 놓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여자는 도둑이오. 돈도 지불하지 않고 내 물건을 훔쳤단 말이오.”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자 다른 남자도 같이 소리를 치면서 거들었다. “이 여자가 훔치는 걸 내가 보았소. 내가 똑똑히 보았다니까요.”

“이 늙은이를 재판 받게 해야 돼. 이 여자는 벌을 받아야 마땅해.” 하고 첫 번째 남자가 외치자 모여 있던 군중들도 “도둑년, 도둑년!” 이라고 소리 질렀다.

그 불쌍한 늙은 여자는 몹시 야위고 약해 보였는데, 공포에 질려 주위를 둘러보며 애원했다. “너그럽게 봐 주십시오. 이 늙은이를 불쌍하게 봐 주십시오.”

나는 다가서서 두 남자가 붙잡고 있던 그 여자의 팔을 풀어 주었다.

“뭣 하는 짓이오? 이 여자는 도둑이란 말입니다. 내 물건을 훔쳤다고요!” 한 남자가 내게 대들었다.

“이 여자가 훔친 것이 그렇게 귀한 물건이오?”

“내 곡식을 훔쳤어요. 반 쉐클(유다 은화 단위)은 족히 될 겁니다.”

“유다야, 이 사람에게 곡식 값으로 한 쉐클을 지불해 주어라.” 유다 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지만, 주머니에 손을 넣어 쉐클 하나를 꺼내서 그 남자에게 주었다 돈을 받고서도 그 남자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여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만 저 여자는 도둑질을 했단 말이에요. 죄를 범했다고요!”

“아주머니, 왜 곡식을 훔쳤어요?” 내가 조용하게 물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훔쳤습니다, 선생님. 작년에 제 아들이 죽어서, 저를 부양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선생님 앞에 있는 여기 이 형제들한테 도와 달라고 애걸했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세리가 제 집을 차압 해 가버렸고, 이웃 사람들은 제 가축을 빼앗아 가버렸어요. 아무것도 제게는 남은 게 없습니다. 더구나 저는 기도하고 사랑밖에는 하느님께 바칠 게 없기 때문에 사제들은 제가 성전에 발도 못 들여놓게 해요.”

그 여인은 내 발치에 엎드려 울면서 말했다. “선생님, 제 아들이 죽고 난 후로 저를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분은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여인의 말을 듣고 창피했던지 눈을 내리뜬 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여기서 분명한 사실을 말합니다. 여러분 중에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명하신 대로 살지 않았습니다. 여기 어느 누구도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계명을 지키며 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남한테서 받고 싶은 자비와 친절과 용서를 남에게 베풀어 줄 줄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이곳에 없었습니다. 사제와 원로들이, 그들의 자매이며 하느님의 딸인 이 여인을 그렇게 취급한 것은 수치스런 일입니다. 사제와 원로들은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자기 재산과 명예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그들을 도와 주어야 할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하느님께서 머무르실 참된 새 교회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부끄러운 줄을 아십시오.”

그렇게 말한 후 침묵을 지키며 서있는 사람들을 남겨 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제자들에게는 그 노인을 유다 에 있는 엘리사벳에게 데리고 가도록 했다. 엘리사벳은 친어머니처럼 그 여인을 보살펴 줄 사람이었다.

 

 

 

예수님 +++  1996년 2월 12일

 

그 동네를 떠나서 우리는 회당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회당 바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 무리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잠깐만, 거기 있는 당신! 당신은 누구요?” 한 사람이 물었다.

“나는 나자렛의 예수라고 하오.”

그들은 나를 쳐다보며 잠깐 동안 잠자코 서 있더니, 한 사람이 조롱하는 투로 이죽거렸다. “그래, 당신이 그 위대한 선지자로군. 어디 얘기 좀 해 봅시다. 우리도 좀 배워 보게 말이오.”

“어떤 사람은 결코 배우지를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하느님의 뜻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오. 모든 사람들을 친절과 존경으로 대하라고 많은 선지자들이 말했지만, 당신들 중에 몇 명이나 그 말을 귀담아 듣습니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사랑의 계명을 주셨지만, 몇 명이나 귀담아 듣습니까? 여러분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면, 돈을 세고 재산을 쌓기에 바빠서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여유가 조금도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이 그렇게 살기를 원하신다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은 욕심과 질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모습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모습이겠습니까? 여러분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고, 범한 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 죄가 어떤 죄인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존심 때문에 그 죄를 숨기려 하지 마십시오.”

뜻밖에 공격을 당한 듯, 이죽거렸던 남자가 당황하여 더듬거렸다. “내 … 내 마음 속을 당신이 어떻게 볼 수 있다는 말이오? 당신이 어떻게 나를 알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이 태어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소. 당신이 형의 외투를 훔쳐 팔고서 그 돈으로 재미를 볼 때도 나는 당신 곁에 있었소.”

내 말을 듣고 그 남자는 몸을 덜덜 떨면서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아무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직 선생님만이 알고 계십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 새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내려다보며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수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그 사람 역시 길을 잃고 방황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부터 새로운 삶을 사시오. 하느님을 찬미하고 남을 도와 주면서 여생을 보내도록 하시오. 그렇게 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오. 내가 말하는 대로 욕심부리지 말고 착하게 사시오.” 둘러서 있던 사람들은 내가 그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본심을 알게 될 것이 두려워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다른 데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우리는 호숫가로 되돌아갔다.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아버지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그들의 죄를 용서해 주신 것을 감사 드렸다.

밤이 되었다. 주변이 캄캄한데 모닥불 불빛만이 어두움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열기를 타고 둥둥 떠오르는 타다 남은 깜부기 불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주 밝던 불꽃이 점점 가불가물 약해져서 죽어 가고 있었다. 그 깜부기 불꽃을 보고 나는 인간들을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께 사랑을 고백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 사랑은 식어 버리고 교만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첫째로 여기게 된다. 그런 뒤 그들은 어두움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안드레아가 느린 곡조의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노랫소리였다. 다른 사람들은 노랫소리에 맞춰 함께 손뼉을 쳐 주었다 안드레아가 부르는 노래의 내용은, 돈 때문에 배신당한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 젊은이가 사귀던 처녀와 결혼하고 싶었는데, 부유한 그 처녀의 아버지가 젊은이에게 돈을 지불하며 자기 딸에게서 떠나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버리고 돈을 받아간 것을 알게 된 그 딸은 비탄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다가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 노래는 나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과 명예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리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슬픈 노래이고, 슬픈 세상이다.

 

아버지의 음성이 내 마음 속을 가득 채우며 나를 깨웠다. 일어나서 아버지와 단둘이 조용히 있을 만한 곳으로 갔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청하시는 것과, 내가 그것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 의논하며 몇 시간 동안 거기 앉아 있었다. 장차 일어날 일을 생각할 때마다,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쉽사리 잘못된 길로 빠지는지 안타까웠고, 그들을 구해 주기 위하여 내가 대신 바쳐야 할 그 엄청난 대가를 생각하며 놀라워 했다.

일어날 일들을 두려워하는 나의 인성(人性)과, 인간을 용서해 주기를 갈망하는 나의 신성(神性) 사이에 갈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귀는 항상 어두움 속에서 나를 공포와 불안으로 덮어 씌우려 했지만, 나는 마귀의 그 무모한 시도를 무시해 버렸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시고 당신의 말씀으로 나를 격려하시며, 당신 안으로 나를 들어올려 주시어 당신과 결합시켜 주시니 불가능한 것이 없고, 거절할 것이 없으며 아무것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사랑은 참으로 크고 온화하며, 힘을 불어넣어 주고, 참으로 반겨 주는 사랑이다. 나의 생명을 바쳐야만 이 세상의 내 모든 자녀와 가족들이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일치하고, 성령께서는 나와 하나가 되어 우리는 함께 사랑을 나누었다.

 

 

 

 

예수님 +++  1996년 2월 14일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간단한 생선요리를 하고 있었다. 벌써 정오가 지났기 때문에, 토마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오랫동안 어디를 다녀오셨습니까? 모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 토마스야, 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시몬 (혁명 당원)이 귀엣말로 소곤거렸다. “선생님, 저 사람들이 또 다투었습니다.” 유다 는 혼자 돌아앉아 있었고 베드로, 요한, 야고보는 풀이 죽어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에 무슨 일로 다투었느냐?” 하고 내가 물었다.

베드로가 고개를 들더니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 “유다 는 우리가 더 큰 마을로 가서 우리가 하는 일의 대가로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어디든지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했구요.”

“그게 다가 아닙니다.” 유다가 울부짖었다. “저 친구들은 제가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이유는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제가 돈만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선생님, 우리가 어떻게 먹고 입으며 어디서 잠자리를 구할 것인지를 제가 걱정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 가겠습니까? 우리는 한 번도 풍족하게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날그날 사람들이 선심으로 주는 것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사람들에게서 받아낼 수 있을 만큼의 기부금을 받아서 우리가 좀 더 편안하게 지내자는 것뿐입니다.”

“유다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버지께 의탁해라. 아버지께서 지금까지 우리를 보살펴 주신 것을 모르겠느냐? 적지만 사랑으로 바치는 것이, 의무감으로 많이 바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우리는 우리가 받는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기부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에게 의탁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을 채워 주실 것이다. 이익을 남기려고 한다면 우리가 바리사이파보다 더 나을 게 무엇이겠느냐? 우리는 마땅히 영혼을 구하는 일에만 열중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보상이다. 네가 걱정하는 것을 이해 할 수는 있다. 너는 우리의 의식주를 걱정하는 데 마음을 빼앗기고 있지만, 나에게 의탁하는 것을 좀 더 배워서 마음에 평화를 얻도록 하여라.

나의 형제인 너희들은 그렇게 극단적인 감정으로 다투지 말도록 하여라. 점잖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기 의견을 토론하는 것이 더 나은 법이다. 그러면 아무도 마음을 상하지 않고 대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친구를 잃는다면 논쟁에서 승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제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서로 쳐다보다가, 각자 짐을 챙겨서 다름 마을로 떠날 준비를 했다.

 

 

 

예수님 +++  1996년 2월 19일

 

마을로 향해 가는데, 바람이 먼지를 날려 얼굴을 때렸다. 폭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대기 속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날씨가 험상궂어지고 하늘이 컴컴해졌다. 처음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다 찌그러진 작은 오두막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은 포도원을 가꾸는 데 필요한 도구를 넣어 두는 곳이었다.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필립보가 물었다. “비가 얼마나 오래 내릴까?”

“우리 운세로 봐서는 며칠 동안 꼼짝 못하고 여기 갇혀 있어야 할 걸.” 유다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베드로가 나를 쳐다보고 싱긋 웃고는 유다를 다독거렸다.

“유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서 이 처지를 잘 이용해 보자구.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를 바치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을 함께 기뻐하면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양하면, 오히려 보람 있고 즐거운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거야.”

“베드로, 네 말이 맞다.” 나는 베드로에게 맞장구 쳐 준 다른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아버지를 온전히 사랑하는 이 자녀들이 기도로써 당신께 나아갑니다. 저희에게 아름다운 사랑의 선물을 주시는 아버지를 찬미합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아버지 앞에 나와 간구하오니,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그들의 삶을 바쳐 일을 할 이 제자들에게 은총을 내려 주십시오. 때가 되면 아버지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자비를 베푸시는 아버지를 찬미하며 우리는 함께 기도를 드렸다.

 

조금 후에 비는 그쳤고, 우리는 마을을 향해 다시 떠났다. 달콤하고 신선한 공기를 맛볼 수 있었다. 상쾌한 기분이었다. 모두가 기쁨에 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그 기쁨은 기도에서 얻은 것이었고, 시원한 공기로 인해 기쁨은 더욱 고조되었다.

“선생님, 비가 땅을 씻어서 새로워진 것 같은데 참 좋지 않습니까?” 야고보가 말했다.

“그렇구나. 비가 용서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자비라고 생각해 보아라. 그리고 그 용서의 비가 영혼 위에 떨어지면 죄의 얼룩을 지우고 그 사람의 가슴을 새롭게 한다고 생각해 보아라. 어린 양의 제물로 하느님께서 모든 자녀들에게 베푸시는 사죄의 선물. 모든 사람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자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고, 받아 챙기기만 하면 되는 하느님의 선물들을 말이다.”

 

 

 

예수님 +++  1996년 2월 20일

 

말 발굽소리와 급하게 행진하는 군인들의 발소리가 들려 오더니, 마을로 가는 로마군 수비대가 우리를 지나쳐 갔다. 무기끼리 부딪치며 내는 철커덩거리는 소리와, 쾅쾅거리는 발자국 소리에 귀가 멍할 지경이었다.

우리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 곳에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군인들은 반란을 저지를 자들을 찾느라고 집집마다 뒤지고 있었고, 이미 다섯 명의 남자들을 체포하여 난폭하게 다루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로마군 에게 그 남자들을 풀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말을 타고 있던 백부장은 들은 척도 않고, 군중을 밀어내어 멀찍이 서있게 하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사람들을 밀어내자 어린아이가 울면서 뛰쳐나와, “아버지, 아버지!” 하면서 달려갔다. 몸집이 우람하게 큰 군인 하나가 불끈 쥔 주먹으로 그 아이를 힘껏 내려쳤는데, 네 살 정도 된 그 아이는 땅에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켰다. 쥐 죽은 듯 조용해진 군중들 속으로 그 군인을 호통치는 백부장의 목소리가 파고 들었다.

“이런 바보 같은 자식, 그 아이는 아직 어린애가 아니냐!”

백부장은 말에서 뛰어내려, 경련이 멎고 숨을 거둔 그 아이 위에 엎드렸다. 철모를 벗어 든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아이는 아직 어린애 아니냐, 아기라고. 내 아들도 이 아이나이 또래란 말이다.” 하고 소리쳤다. 그는 가슴에서 북받쳐 올라오는 울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이 내가 걸어나갈 수 있도록 갈라서서 길을 내주었다. 군인들은 내가 가는 것을 막으려는 듯 쳐다보았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나자렛의 예수님이시다. 위대한 선지자이시고, 능력 있는 치유자 이시다.” 그 소리를 들은 군인들이 뒤로 물러났고, 나는 아이한테로 갈 수 있었다.

백부장이 나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좀 해 볼 수 있겠소?” 백부장의 마음 속에서 방황하는 영혼을 보았다. 그 영혼은 자기 직업이 가져다 주는 고통으로 꽉 차 있었으며, 죽음과 파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그러나 그의 그런 혼란함의 뒷면에는 동정과 사랑과 희망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엎드려서 그 아이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내가 도와 주겠소.”

그 아이를 때린 군인이, 손을 저으며 절망스럽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 아이는 이미 죽었고.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소.”

나는 그 군인에게 부드럽게 웃어 주며 말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생명을 주시고 또 생명을 거두어 가시오. 명령하는 분은 아버지이시오…. 만일 이 아이가 사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라면, 이 아이는 살 것이오.”

“그러면 당신의 아버지는 마술사인가 보군요.”

“아니오. 내 아버지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이시오. 그리고 이 아이가 사는 것은 아버지의 뜻이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이가 깨어나 울면서 “엄마!” 하고 소리쳤다.

기쁨과 놀라움에 쌓인 아이 엄마가 달려와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찬미하며 아이를 받아 앉자, 그 군인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군중들이 일제히 하느님을 찬미하기 시작했는데 그 군인은 여전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겁에 질린 군인이 소리쳤다.

“나로다 (I Am).” 나의 대답에, 군중은 조용해졌다.

“그게 무슨 대답입니까?” 당신이 누구냐고 물었는데, 어떻게 ‘나로다.’ 하십니까?” (I Am은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알려 주신 하느님의 이름이다.)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고, 하느님의 어린 양이고, 하느님의 용서하심이오.”

다시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 백부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에 올라타고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체포된 저 사람들을 놓아 주어라. 우린 저 사람들이 필요 없다.” 그는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을 떠나면서,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여 나에게 목례를 하였다.

 

 

 

예수님 +++  1996년 2월 25일

 

마을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그들에게 안수해 주고, 치유 해 주고, 설교를 해달라고 간청했다. 나는 마을 사람들 가운데 서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오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당신의 아들을 통하여 이 아이를 어루만지시고 육신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모든 자녀들을 어루만지시어 그들에게 생명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한 생명을!”

 

그때 한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정중하게 우리를 초대를 하였다. “저의 집을 선생님의 집이라 생각하시고, 부디 오셔서 저와 함께 식사하시기 바랍니다.” 그의 초대에 응하여 그의 집으로 가고 있는데 군중들도 따라왔다.

“여러분 모두가 다 올 수는 없어요. 방이 크지 않아요.” 그 남자가 소리쳤다.

나는 사람들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좀 쉬어야 하겠습니다. 내일 시작으로 나갈 테니 거기로 오십시오.”

“선생님, 선생님께서 한마디만 해 주신다면 저는 나을 텐데요.” 한 장님이 소리쳤다.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낫게 했습니다.”

“보인다. 보인다!” 하고 외치며 그는 환호성을 올렸다.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 찬미 받으소서. 볼 수 있습니다. 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내게 와서 손에 입을 맞추며 외쳤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의 자비에 감사 드립니다.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하느님께서 당신을 고쳐 주셨습니다. 항상 그것을 기억하십시오. 아버지께서 아들을 통하여 당신에게 하신 일을 매일 기억하시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십시오.”

우리는 그 집의 안뜰로 들어갔다. 몸집이 큰 하인 하나가 집주인 앞으로 달려왔다.

“주인어른, 온 동네 사람들을 다 먹일 수는 없습니다.”

“네 손님들에게 쉬실 자리를 마련해 드려라. 그리고, 네가 줄 수 있는 만큼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풍족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주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과 거지들에게만 주어라. 오늘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셨으니,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음식을 나누어 주겠다.”

나는 그 집주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았다. 그의 마음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었고, 함께 나누는 것을 터득한 마음이었다. 이것이 오늘 본 가장 참된 기적이었다.

 

 

예수님 +++  1996년 2월 26일

 

다음날 제자들과 함께 시작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어린 아이들이 나를 따라오며 내 손을 잡으려고 했다.

“선생님을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지 못하겠니?” 한 제자가 소리를 질렀다.

“그 아이들을 쫓아 버리지 말고 나한테 오도록 하여라. 아이들의 사랑은 순수하기 때문에 나에게 큰 기쁨을 준다.” 나의 말을 듣고, 모든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나를 에워쌌다. 나 역시 아이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며 행복에 잠겼다. 모든 사람들이 이 아이들과 같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한 아이가 내 손을 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냥 붙잡고 늘어지며, 커다란 갈색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얘야, 네가 너무 꼭 잡고 있어서 내 손이 아플 지경이다.” 나의 농담을 듣고도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내 손을 잡은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를 안아 올리면서 이름을 묻자 아이는 수줍어하며 요한이라고 대답했다.

“요한은 좋은 이름이지. 하느님의 진실한 친구라는 뜻이란다.”

“저는 하느님을 사랑해요.”

“하느님께서도 너를 사랑하신다. 그리고 너를 염려하시기 때문에 너를 항상 지켜보고 계신단다.”

“하느님은 제 기도를 들으시나요? 엄마랑 아빠가 그러셨는데 하느님께서 들으신다고 했어요.”

“얘야, 네가 바치는 기도는 하나도 빠짐없이 하느님께 전해진단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네가 기도하면서 드리는 사랑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하시며 기다리신단다.” 나는 웃으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선생님은 좋은 분이에요.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 제발 우리 동네에 계시고, 우리를 떠나지 마세요.” 아이는 어리광을 부리며 졸라댔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곧 떠나야 한단다. 그러나 내가 항상 너랑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아라. 내가 약속하마. 네가 살아 가는 동안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사랑으로 너와 함께 있을 것이고, 네가 천국에서 내 아버지와 함께 나를 만날 때까지, 천사들이 너를 지켜 줄 것도 약속하마.”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울먹거렸다. 나는 아이의 뺨에 입을 맞추고 달래 주었다. “너는 앞으로 다른 사람들을 나에게 데리고 올 사람이니까 씩씩해야 한다. 영원히 너는 내 친구가 될 테니까, 씩씩한 마음과 굳센 믿음으로 네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겠어요.” 아이는 흐느꼈다. “선생님은 내 친구니까 그렇게 하겠어요.”

그때 아이의 엄마가 “마르코 요한아, 어디 있니?”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아이는 눈에서 눈물을 훔쳐냈다.

 

 

예수님 +++  1996년 3월 2일

 

시장 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내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몰려왔다. “선지자 예수님이시다!”

제자들이 사람들을 진정시켜서 모두 자리에 앉게 한 다음에야 나는 그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기적을 보아야만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기적은 매일 여러분 눈 앞에 놓여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기적을 알아보지 못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숨쉬는 공기는 하느님의 기적입니다. 그러나 누가 그것을 생각이나 합니까? 여러 분이 마시는 물도, 여러분이 먹는 음식도 … 하느님의 기적들입니다. 그러나 과연 몇 명이나 그렇게 생각합니까?

여러분이 서로를 쳐다볼 때,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기적을 쳐다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몇 명이나 그 기적을 알아봅니까? 순간 순간마다 수많은 기적들이 여러분 앞에 나타나고 있는데, 여러분은 다른 것을 기다립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무엇을 주셨는지를 항상 생각하고, 그 모든 것에 담긴 하느님의 기적을 보도록 하십시오.”

“선생님!” 한 젊은이가 불렀다. “공기는 항상 여기 있고, 곡식은 사람의 노력으로 키운 것이며, 물은 산에서 내려옵니다. 우리 각자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압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시오, 필요할 때 쓰라고 사람에게 주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뱃속의 생명이 하느님으로부터 왔지만, 여자와 남자를 통하여 생긴다는 것도 압니다. 우리가 먹는 채소는 하느님의 뜻에 의해 생겨났고,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참여하여 곡식을 재배함으로써 음식을 얻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물을 주셨고, 우리가 물을 현명하게 사용할 때,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하게 할 수도 있고, 농작물을 위해 쓸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선생님께서 죽은 사람을 어떻게 다시 살리시며, 병자를 어떻게 치유하시느냐 하는 것입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유익하도록 발전시킬 수 있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다른 선물들처럼 말입니다.!”

나는 그 젊은이를 쳐다보며 슬픔에 잠겼다. 그 젊은이 마음 속에 쌓인 이기심과 자부심을 보고 슬픔을 느꼈다. “만약 당신이 이런 것을 다 잘 알고, 하느님의 기적들을 알고 이해한다면, 어찌하여 당신은 하느님께서 명하신 대로 살지 않고 있소? 만약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무엇을 주셨는지를 정말로 알고 있다면, 당신은 영원토록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를 멈추지 않을 것이오. 하느님께서 이 모든 창조물을 당신에게 주신 의미를 진실로 이해했다면, 당신은 그것을 탕진하거나 헛되이 써버리지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당신의 이웃들과 그것을 기꺼이 나누었을 것이오.

하느님의 창조물에 대해 잘 안다고 하면서 자기가 그 창조물의 임자라고 말하는 자들은 교만이 넘치는 사람들이오. 하느님의 선물을 자기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이기적인 사람들이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무시해 버리거나,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자들은 벌을 받게 될 것이오.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자들은 탐욕스런 사람들이오.

하느님의 자녀들이 이와 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슬퍼하실 수밖에 없는 것이오. 당신 자신을 잘 살펴보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달으시오. 그리고 당신이 하느님께 얼마나 무례했던가를 생각해 보시오. 그런 다음에 용서를 빌고 아버지의 참된 자녀가 되기 위해 당신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은총을 간청하시오. 그러고 나면 하느님의 위대하신 자비와 기적을 얻게 될 것이오.”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진 젊은이를 쳐다보며 군중은 침묵했다.

“선생님, 제가 무례하게 군 것을 용서하십시오. 저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젊은이가 용기를 내어 고백했다.

“당신은 오늘 겸손에 대하여 아주 중요한 가르침을 받은 것이오. 내 말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것을 보니 당신의 마음이 진실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소. 모든 사람이 그렇게 겸손할 수만 있다면, 하느님의 사랑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가득할 수 있을 텐데 말이오.”

사람들이 병자들을 데리고 와서 낫게 해 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 젊은이는 한쪽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군중들이 다 돌아가고 난 뒤, 그 젊은이가 다시 와서 청했다. “저도 선생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내가 가는 길은 힘든 길이오. 여러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하게 되오. 계속해서 이 길을 따라올 만큼 그들은 강하지 못한 것이오.”

“선생님,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 가족들에게 돌아가시오. 그들에게는 당신이 있어야 하오. 당신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당신한테 의지하셔야만 하오.”

“선생님, 그러면 저는 어떻게 배울 수 있겠습니까?” 슬픈 얼굴이 되어 그는 물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 위에 얹었다. “성서에서 배우도록 하시오 하느님의 말씀을 읽으면,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오. 어떻게 하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식대로 살 수 있는지를 성서가 가르쳐 줄 것이오. 그런 다음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당신 생애를,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로 여기고 살도록 하시오. 그렇게 하면 당신이 구하는 지식을 얻게 될 것이고, 언젠가 나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오.”

이야기를 좀더 주고 받은 뒤에, 그는 자기 가족한테로 돌아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과 같이,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뜻을 잘 안다고 말하지만,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나는 다시 슬퍼졌다.

 

 

 

예수님 +++  1996년 3월 4일

 

우리는 그 마을을 떠나 가파르나움을 향해 갈 예정이었다. 한낮이 지나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자 유다가 말했다. “선생님, 편안한 침대에서 잘 수 있게 하룻밤만 더 이 마을에서 지내고 가면 안 되겠습니까?” 다른 제자들도 유다 에게 동의하는 눈치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오늘 밤을 어디서 보내게 되든지 편안하게 자게 될 것이다. 내 아버지 손 안에서 잘 테니까 말이다.” 아버지를 흠숭 하도록 제자들을 이끌어 주고 싶어서 나는 즐겁게 말했다. “아버지를 찬미하는 노래를 하나 부르자.” 제자들이 기쁨에 차서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할 때 그들의 입에서 노래가 춤을 추듯 흘러 나왔고, 그들의 가슴은 하느님의 사랑을 향해 활짝 열렸다.

노래가 끝났을 때는 벌써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 멀리서 불빛 하나가 보였다.

“선생님, 저기로 가서 우리가 묵고 갈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베드로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불빛을 향해 가까이 가보니 작은 집이었는데 한 사람의 모습이 안에서 어른거렸다. 그 사람은 손에 성서 두루마리를 들고 있었고 하느님께 시편을 노래하고 있었다.

베드로가 말했다. “경건한 사람인 것 같은데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 볼까요?”

“베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저 사람이다.” 어리둥절해 하며 쳐다보는 베드로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조금 두고 보아라.”

가까이 가서야 제자들은 그 사람이 나병환자인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사람은 마을에서 떨어져 혼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저 사람한테 가까이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병에 걸려요.” 유다 타대오 가 겁을 먹고 말했다.

“타대오 야, 병자를 보면 도와 주어야지 도망을 가서야 되겠느냐. 아직도 그것을 배우지 못했느냐?”

나의 말에 옆에 있던 토마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 그렇지만 선생님, 저… 저희도 저 사람처럼 될지 모르잖습니까?”

“토마스야, 그리고 너희 모두는, 내가 병자를 고쳐 주고, 죄인을 해방시켜 주고, 하느님의 사랑을 모든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여기 와 있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느냐? 너희들은 그렇게 많이 보았으면서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단 말이냐? 내가 저 사람을 고쳐 줄 것이다. 그러면, 저 사람은 자신의 멍에를 내려놓게 될 텐데, 너희는 자아라는 멍에를 너희 영혼 위에 짊어지고 있을 셈이냐? 하느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고 자신을 완전히 하느님께 맡기는 것이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네 자신을 하느님께 맡기면, 하느님께서 너를 보호해 주실 것이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느냐?”

제자들이 서로 쳐다보며 자신이 없어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베드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가서 형제를 돕도록 하자!”

다른 제자들이 잠시 주저하는 사이에 요한이 나섰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사랑을 보여 주시고, 항상 남을 도와 주셨어. 이제 와서 그게 뭐가 이상하다고 선생님을 막으려고 하는 거지? 나는 베드로와 함께 돕겠어.”

“나도 하겠어.” 야고보도 동의했다. 곧이어 우리는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소리가 들려 나오는 그 집으로 걸어갔다.

베드로가 문을 두드리자, 그 집에서 흘러 나오던 기도소리가 멈췄다. 발을 질질 끌고 현관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 문이 열리고 그 남자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의 얼굴은 나병으로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친구들, 이 집은 나병환자의 집이야. 멀리 물러서 있는 것이 좋겠어.” 흉측한 얼굴에 놀란 베드로가 뒷걸음질치며 말했다. 그러나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고 그가 지니고 있는 참된 사랑의 힘으로 마음을 돌려 다시 말했다. “우리는 당신이 나병환자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도와 주러 왔습니다. 우리 선생님께서 당신과 말씀을 나누고자 하십니다.”

“반갑습니다. 그러나 집 안에 들어오지는 마십시오. 들어오게 되면 제 고난을 나눠 가지게 될 것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돌아가십시오. 어서 가십시오.” 하고 그 사람은 간청했다.

내가 불빛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당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지 상관 없습니다. 당신은 사랑이 넘치는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당신은 날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을 위해 아버지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참된 사람이며 모든 사람들이 지녀야 할 사랑입니다.”

그 사람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그걸 아십니까?”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입니다.. 아버지가 아는 것은 아들도 압니다.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는 곧 아들에게 바치는 기도입니다.” 나의 대답을 듣고 혼란스러워 하는 그에게 다가가 어깨 위에 손을 얹자, 그는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제 병을 옮게 됩니다. 제게 손대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에게 이 괴로움을 겪게 한다는 것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내 아버지께서 당신의 기도를 들으시고, 당신을 고쳐 주시고자 아들을 보내셨습니다.” 나는 몸을 숙여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당신이 지닌 하느님께 대한 참된 사랑의 힘으로 치유되십시오.”

야고보가 소리쳤다. “선생님, 저 얼굴, 저 얼굴!”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얼굴에 있던 험한 상처들이 사라졌습니다.”

“저 사람은 치유를 받았다.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그 사람은 얼굴을 만져 보고 자기 손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없어졌네, 없어졌어!” 하고 외쳤다. 그리고는 자기 몸을 살펴보려고 옷을 찢었다. 몸은 깨끗해졌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는 흐느끼면서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하느님은 자녀들을 보살피십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심으로 인해 당신은 하느님의 참된 아들이 되었습니다. 우리 함께 무릎을 꿇고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시다.”

기도가 끝나자, 그 사람은 식사를 같이 하자고 우리를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했는데, 제자들은 배가 부르도록 먹고 즐거워했다.

“이 요리 안에 무엇이 들었기에 이렇게 맛이 있습니까?” 바르톨로메오가 물었다.

“종달새하고, 호수에서 잡은 생선이 전부입니다만…” 그 사람이 대답했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맛이 있습니까? 무언가 다른 게 들어갔겠지요?” 하며 바르톨로메오가 다시 물었다.

바르톨로메오가 못 풀고 있는 의문을 내가 끼어들어 풀어 주었다. “그것은 네가 오늘 밤에 본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대한 기쁨이다. 그 기쁨이 식사를 더 맛있게 만든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이 하시는 일을 눈으로 보고, 그 사랑을 체험할 때, 모든 것이 달콤해지는 것이다.”

하느님의 성령과 기쁨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병환자와 함께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손을 얹고 말했다. “이제 푹 쉬십시오. 내일부터 당신의 생애가 다시 시작됩니다. 당신의 온 생애가 하느님 안에서 말입니다.” 그 사람은 행복에 잠겨 참으로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야고보가 가만히 내게 기어와서 말했다. “선생님,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이 너무 기뻐요.” 그리고는 머리를 내 어깨에 대고 곤히 잠이 들었다.

 

 

 

예수님 +++  1996년 3월 6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야고보의 머리를 내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야고보는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자고 있었다. 조용히 문 밖으로 나왔다. 공기는 맑고 시원했는데 아직 미명의 새벽이었다. 나는 길을 따라 걸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하는 가운데 내 몸은 상쾌해졌고, 아버지께서 주시는 사랑과 활력을 가슴 가득히 느꼈다. 아버지께 나를 인도해 주시기를 간청했는데, 내 앞에 영상이 나타났다.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의 문들이 보였다. 그때 아버지의 음성이 들렸다. “성전은 닫혔다. 나의 자녀들뿐 아니라, 나까지도 못 들어가게 닫혀 있다. 저 문들을 열고, 너의 사랑을 기초 삼아 성전을 새로 지어라.”

“아버지, 저 문들은 열릴 것이고, 사람들의 마음도 아버지의 사랑을 반기며 열릴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가족이 되어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즐기게 될 것입니다.”

“아들아, 악을 쳐부수기 위하여 네가 바쳐야 할 희생이 있다. 너는 세상의 죄를 대신 짊어져야 하고 세상을 너의 사랑으로 감싸 주어야 한다. 바로 너의 사랑이 우리 자녀들을 구원할 것이다.”

“아버지, 때때로 저는 아버지께서 명하시는 것을 이행할 힘이 과연 저에게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래야만 우리의 자녀들이 해방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 곳에서 얼마간 더 묵상을 하다가 치유된 문둥병 환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제자들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내 마음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선생님, 슬퍼 보이십니다.” 요한이 말했다. 내가 돌아오는 것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것은 언제나 요한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 하루가 걷기가 너무 멀다고 생각되시면, 이곳에서 좀더 쉬도록 하시지요.” 요한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나 혼자 걸어야 할 길이다.”

요한은 내 말 뜻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이 세상 끝까지라도 같이 가겠습니다.”

“요한, 나의 요한아. 너는 나를 위해 먼 길을 걸어갈 것이고, 비록 네가 일지 못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길은 진리에 이르는 길을 뜻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참된 고향을 찾기 위해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가끔 저를 혼란스럽게 하십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자 식사나 하고,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때가 되면 너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 +++  1996년 3월 9일

 

우리는 가파르나움에 도착했다. 가파르나움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 파느라 너무 분주했고, 삶을 즐기느라 너무 바빴기 때문에 하느님을 잊고 지냈다. 제자들과 나는 아버지께 기도하기 위해 회당으로 향했다. 우리 주위에서 사람들은 값을 깎느라고 옥신각신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가파르나움 시는 활동의 중심지로서 수많은 길들이 만나는 곳이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회당은 거의 비어 있었는데, 몇몇 노인들만이 기도를 하거나 성서를 읽고 있었다. 그 중 몇 사람이 회당 안으로 들어오는 우리를 돌아보고는 다시 기도를 계속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아버지를 생각했다. 회당의 바깥은 소란스러웠지만 안은 조용했다. 제자들도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는 한마디 한마디 기도소리에서 사랑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몇 시간을 더 기도하다가, 잠잘 곳을 찾기 위해 회당을 나왔다.

유다 가 안드레아와 같이 방을 찾으러 갔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제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안식일을 빼고는 매일 바쁘게 지내는 한 사림이 있었다. 그 사람은 안식일에도 일을 하고 싶었으나 이 날이 거룩한 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억누르며 참았다. 하느님께 바치는 희생으로 참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웃 사람들은 그 사람이 그렇게 사는 것을 조롱했다. 이웃 사람들은 전혀 바쁘게 살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일을 천천히 했고, 안식일이 오면 하느님을 경배하는 척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남에게 들키지 않는다면 안식일에도 일을 했다.

항상 바쁘게 열심히 일하는 그 사람은 가족을 봉양했고 십일조도 바쳤다. 그러나 이웃 사람들은 자기 가족을 봉양하긴 했어도, 십일조는 내지 않았다. 바쁘게 사는 그 사람은 바쁜 중에도 하느님을 위한 시간을 냈지만, 시간이 많은 이웃 사람들은 꼭 지켜야 할 시간만 의무적으로 하느님께 바쳤다.

바쁘게 살던 그 사람이 죽었을 때, 아브라함이 그 사람 앞에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인생을 바쁘게 지내면서도 하느님께 사랑과 존경을 바쳤다. 어서 천국으로 오너라.’

또 그 이웃 사람들이 죽었을 때, 아브라함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인생은 죄 투성이였구나.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시간을 낭비했고, 하느님과 이웃을 존경하지 않았으며, 탐욕과 이기심을 가득 찬 삶을 살았다. 어떻게 너희가 천국에 들어가기를 기대하겠느냐?’

그 이웃 사람들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희는 숨가쁘게 이리 저리 쫓아다니느라고 생명을 단축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꼭 급한 일이 있을 때를 빼고는 안식일을 지켰습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그들을 야단쳤다. ‘이런 사기꾼 같은 사람들아, 너희는 너희 자신조차 속이려 드는구나. 하느님을 찬미하라고 한 그 안식일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이유가 어디 있었더냐? 항상 바쁜 생활을 하였다면, 안식일에 하느님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것은 너희 자신에게도 유익한 일이었다. 너희가 참고 견디며 살 수 있는 힘을 하느님께서 주시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비웃었던 그 사람을 보아라. 그는 언제나 바빴지만 하느님을 위해 안식일은 꼭 지켰다. 그는 바쁜 생활 중에도 하느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한가했던 너희들은 하느님을 위해서는 시간이 없었구나.’ 아브라함은 천국의 문을 닫아 버리고 그들은 영원한 지옥으로 보냈다. 너희는 이 이야기에 실린 교훈을 알겠느냐?”

야고보가 대답했다. “네, 주님.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바쁘더라도, 항상 하느님을 위한 시간을 내야 한다는 거지요.”

“그렇다. 야고보의 말도 맞는 말이다.”

“주님, 게으름 피우며 인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바르톨로메오가 대답했다.

“바르톨로메오의 말도 맞다. 그러나 그것 말고 또 다른 것이 있다.” 제자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그들이 말한 것 외의 다른 교훈은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이런 교훈이다. 삶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데, 게으름 피우거나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하느님의 선물을 팽개쳐 버리는 거소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한, 그렇게 행동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께서 다 알고 계신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너희가 창조주 하느님을 뵙게 되는 날, 그분은 당신께서 주신 선물을 너희가 어떻게 했는지를 다 아시기 때문에, 당신의 선물을 헛되게 낭비한 자에게는 보상을 주지 않으실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선물로써 열매를 맺는 삶, 곧 하느님을 위한 열매를 맺는 삶을 산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보상으로 주실 것이다.”

 

얼마 후, 유다 와 안드레아가 돌아왔다. 그들은 나를 따르던 제자를 만나서 우리가 묵을 장소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유다 가 흥분해서 말했다. “주님, 글쎄 시몬이 이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시몬 기억하세요? 주님께서 시몬의 어머니를 치유해 주셨잖아요. 그 시몬이 우리를 자기 집에 초대한대요. 돈도 한푼 받지 않고요.” 그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안드레아가 유다를 안타까운 얼굴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주님, 그건 사실입니다. 주님께서 자기 집에 와 주시면 좋겠다고 시몬이 말했습니다. 지금 자기 집에서 주님께서 드실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나는 안드레아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선생님.” 안드레아는 땅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비록 누군가를 감싸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그건 죄가 된다. 안드레아, 어디 내게 말해 보아라.”

안드레아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주님, 유다가 말입니다. 시몬에게 가서 주님께서 그 집에 머무르셔야 한다고 강요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마구 강요를 해댔습니다. 유다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시몬은 주님께서 자기 집에 머물러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유다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때로는 어려움을 겪는다. 너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나한테서 다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유다가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다.”

“주님, 시몬을 만나시면 저는 시몬에게 돈을 달라고 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안드레아가 조심스럽게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유다가 돈을 얼마나 받았느냐?”

“은전 스무 개를 받았습니다.”

“그건 아주 많은 돈이구나. 무엇에 쓸 돈이라고 유다가 말하더냐?”

“주님을 도와 드리기 위한 돈이라고 말하더군요.” 안드레아가 대답했다.

“안드레아, 나한테 맡기고 더 이상 걱정하지 말아라. 네 마음이 진실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가 시몬의 집에 도착했을 때, 시몬이 달려 나와서 나를 반기며 손에 입을 맞추었다. “선생님,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시몬, 우리를 초대해 주어 정말 고맙다. 우리를 위해서 잔치를 벌렸구나.”

“주님을 위해 대접한다고 하면서도 이것밖에 못 차렸습니다.” 시몬이 겸손하게 말했다.

나는 유다를 돌아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유다야, 우리를 초대해 주고 이렇게 수고해 준 시몬에게 보답하는 뜻으로 은전 스물다섯 개를 주어라.”

“그… 그… 그렇지만,” 유다는 더듬거렸다. “여관에 묵어도 그 돈의 반에 반도 안 들 텐데요.”

“친구 사이에 돈이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 그리고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사람들을 보내셔서 도와 주시니 돈이 필요 없다.”

“저… 저는,”

“내가 좀 도와 줄게.” 유다가 계속 더듬거리자 안드레아가 돈 주머니를 집어서 시몬에게 은전을 꺼내 주었다. 유다는 넋이 빠진 표정으로 두 팔을 내려뜨린 채 서 있었다.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아버지께 드릴 것은 사람들의 영혼이다. 영혼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보물이다. 형제 자매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의 문이 닫힐 것이다.” 나는 유다를 타이른 다음 돌아서서 만찬이 준비된 상으로 갔다. 상 위에는 맛있는 음식이 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예수님 +++  1996년 3월 10일

 

식사가 끝난 뒤, 우리는 둘러 앉아서 지난 며칠 동안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토의했다. 야고보가 먼저 말했다. “주님, 저는 그날 호숫가에서 지낼 때가 참 즐거웠습니다…. 그 생선 정말 맛있었습니다. 어쩌면 생선을 그렇게 많이 잡았는지… “

“아냐, 제일 좋았던 때는 우리가 나병환자 집에 갔을 때였던 것 같아.” 필립보가 말했다. 그 착한 나병환자가 치유되었을 때 느꼈던 기쁨이 필립보의 가슴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베드로가 말했다. “매 순간마다 나름대로 다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 나병환자가 치유된 일이나 생선을 구어 먹은 일, 회당에서 기도한 일, 죽은 아이가 되 살아난 일, 사람들의 마음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채워지던 일.., 그 모든 순간 순간이 기쁨이었고, 뭔가 배울 교훈이 있었어.”

나는 그 말이 베드로의 진심에서 나오는 말임을 알았다. 내가 신임하는 베드로는, 내가 아버지께로 돌아간 후에 내 자녀들을 인도할 특별한 은총을 받았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베드로가 말한 것처럼, 매 순간이 나름대로 특별했던 것 같아. 나로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할 뿐이고, 우리에게 준 그 모든 선물들이 고마워.” 유다의 말에, 어떤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어떤 사람은 동정 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유다, 자네는 돈주머니보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네.”

토마스의 쏘아 부치는 말에 유다가 반박했다. “나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쓰고 있어. 그렇잖으면 내가 왜 이 어려운 길을 자네들과 함께 가고 있겠나?”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들을 하며, 정말 왜 유다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내가 유다에게 말했다. “유다야, 나의 사랑하는 친구야, 물질에 대한 생각보다는, 네 영혼에 대해 더 생각하도록 하여라. 때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특히 춥고 배고플 때는 말이다. 그럴 때는 물질적으로 부유한 것이 중요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재산이 많은 부자들을 보아라. 그들은 자기 재산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그 재산을 잃어 버리지 않을 것인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재산을 모을 것인지.. 그리고 혹시 친구들이 돈 때문에 자기 곁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항상 의심하면서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한 평생을 걱정만 하다가, 다른 사람들처럼 죽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그들은, 이 세상의 재산은 가지고 가지 못하고, 오직 영혼의 보물만 가지고 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죽을 때 재산의 이용가치란 좋은 관을 사고, 좀더 큰 무덤을 사는 것밖에는 아무 쓸모가 없다. 천국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인도해 주는 영혼의 재산이 없다면, 좋은 관이나 큰 무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유다는 자기 주위를 돌아보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유다는 또다시 기분이 상했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자기 비하로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베드로가 유다의 등을 토닥거리고 껴안나 주었다. “유다, 기분 상할 것 없네.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 배워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너무 좌절하지 말게.”

유다는 베드로에게 힘없이 웃으면 말했다. “고맙네. 나를 이해해 주니 정말 고마워.”

 

 

 

예수님 +++  1996년 3월 13일

 

모두 잠자리에 들었는데, 마태오가 내 곁에 누워 있다가 물었다. “선생님, 잠잘 때 저는 가끔 좋지 않은 꿈을 꾸거나, 옳지 못한 짓을 하는 꿈을 꾸는데, 그게 죄가 됩니까?”

“마태오야, 네가 가장 공격 받기 쉬울 때 마귀가 너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느님을 가깝게 모시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귀가 속임수를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그 사람이 잠들었을 때일 수도 있다. 깨어 있다면 네가 분명히 거부할 그런 것을 꿈 속에서도 거부한다면 그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악에 대한 꿈이나, 욕망과 탐욕에 대한 꿈을 꾸게 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죄가 된다.”

“그런데 주님, 저는 나쁜 꿈을 자주 꾸는데, 잠이 깨면 꿈 속에서 그런 일을 한 제 자신이 혐오스러워집니다.” 마태오는 다른 사람이 못 듣게 하려는 듯 귓속말을 했다.

“마태오야,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은 네가 그런 꿈을 반기지 않고, 그런 꿈을 거부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마귀가 그런 꿈을 네 마음에 넣은 것은 네 잘못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네가 그런 꿈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걱정하지 말아라. 네가 거부하는 한 그런 꿈은 죄가 되지 않는다.”

자기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심각하게 근심하고 있던 마태오는 이제 마음이 밝아졌다. 마태오는 자기 앞에 악이 놓여 있다고 해서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악을 받아들일 때만 죄인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눈을 감고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예수님 +++  1996년 3월 16일

 

다음날 아침에 비가 제법 쏟아졌다. 창 밖을 내다보고 서 있는데 토마스가 말했다. “오늘은 갈 곳이 많은데 아무데도 못 갈 것 같군.”

나는 아버지께서 내 마음 속에 가득하셨기에, 회당으로 가서 기도하며 성서를 읽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회당이 멀지 않으니, 잠깐 동안 회당에 가 있기로 하자.”

“그렇지만 선생님, 옷이 다 젖게 되실 텐데요.” 하고 집 주인 시몬이 말했다.

“비가 조금 온다고 큰일 날 것 없다.” 내가 문을 나서자, 제자들도 따라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멎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방금 전까지도 마구 쏟아졌는데 말이야”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대고 있는 베드로를 돌아보면 나는 미소를 지었는데, 베드로는 곧 이해를 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회당으로 들어가서 성서를 일기 시작했다. 내가 요나와 니느웨 사람들에 관한 구절을 읽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일어서더니 “예수님이시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시다!” 하고 소리쳤다. 회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돌아보고는, 기대에 차서 내가 설교해 주기를 기다렸다.

“형제 여러분, 오늘 나는 요나가 니느웨에 가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간청한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니느웨 사람들은 마음 속에 하느님을 받아들여 회개했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고 하느님의 사랑을 간구했습니다. 이 구절의 성서 말씀을 보면, 이 세대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을 알 수 있습니다. 회개를 원하시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보내 주시어, 용서를 베푸시고자 하십니다. 그러나 요나의 말을 듣고 진리를 깨달았던 니느웨 사람들과는 달리, 이 세대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들려 주시는 말씀에 귀를 막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거부하며 마음을 당아 버리고, 오직 이 세상의 복지와 직위와, 부귀만을 생각합니다. 죄 많았던 니느웨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들이 오히려 이 세대 사람들을 비웃을 것입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바리사이파 한 사람이 잠시 동안 내가 한 말을 생각해 본 후에 소리쳤다. “감히 우리를 비난하는 거요? 우리는 회당에서 기도를 바치면서, 하느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소. 그런데 어떻게 우리를 감히 비난하는 거요!” 그 사람은 자리에 앉아서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침묵을 지키고 앉아 있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뭔데 우리를 비난하는 거요? 도대체 성서를 얼마나 안다고 오랫동안 성서를 공부한 우리도 못 들어 본 것을 당신이 안다고 그러는 거요? 도대체 누구한테 배웠소? 당신을 가르친 선생이 누구길래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제자들은 안절부절이었다. 또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나가시오. 당장 회당을 나가란 말이오. 천벌을 받을 자 같으니. 당신을 반겨 줄 사람은 여기 한 사람도 없으니 당장 나가시오!”

회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점점 더 소리를 높이며 외쳐댔기에 나는 일어나서 말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다면, 여러분은 오직 사랑만을 보여 주고, 미움을 나타내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다면, 여러분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담아 듣고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라면, 사실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것을 부인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세대는 자기 스스로를 저주하고 있으면서 그것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점점 더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나를 둘러쌌다. 베드로가 일어서며 말했다. “선생님, 저 사람들이 더 난폭해 지기 전에 떠납시다.”

제자들과 함께 시몬의 집으로 돌아온 다음 시몬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막 떠나려고 하는데, 집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회당에 있던 사람들과 사제들, 그리고 회당을 지키는 사람들이 몰려온 것이었다. 그들은 나를 만나자고 부로고 있었다.

시몬이 말했다. “옆 문을 통해 빨리 피신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 사람들이 선생님께 돌팔매질을 할 것입니다.”

“시몬, 우리를 환대해 주고 이렇게 도와 주어서 고맙구나.” 시몬과 다급히 작별을 하고, 우리는 옆 문으로 빠져 나갔다. 가파르나움을 떠나면서 뒤를 돌아보니, 시몬의 집 앞에 아직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예수님 +++  1996년 3월 17일

 

우리는 몇 시간을 걸으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미하였다. 제자들이 목소리에 기쁨이 넘쳤고, 그들의 마음은 아버지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곁에 걷고 있던 베드로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주님, 회당 안에서 있었던 그 일은 참 다루기가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베드로.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흔히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진리를 듣게 되면 거부하고, 분노로써 진리에 답변하곤 한다.”

“주님, 어디에서 무엇을 말씀하실 것인지에 대해 좀더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베드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베드로야, 나는 진리를 말해 주고 악에 대항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진리의 길을 보여 주기 위해 온 것이다. 진리의 길을 보여 주면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구원될 수 있을 것이다!”

베드로는 침묵을 지키며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만약 그것이 선생님께서 하셔야 할 일이라면, 저는 선생님을 따라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베드로야, 나는 너의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인간이기 때문에 약해질 때도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런 다음에 너는 나한테서 힘을 얻어, 참된 신앙의 반석이 될 것이다.”

베드로가 다시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말했다. “주님, 자는 주님을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베드로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네가 약해졌을 때도 말이다.” 나는 베드로를 보고 웃어 준 다음, 베드로의 어깨에 팔을 얹고 함께 길을 계속 걸어갔다.

 

 

 

예수님 +++  1996년 3월 21일

 

오후가 지나고 초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유다 타대오가 나에게 와서 물었다. “선생님, 지난 달에 우리는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좀 쉬지 않으십니까? 설교와 치유를 안 하실 때도, 저희와 함께 이 마을 저 마을로 다니시니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어떻게 계속해서 그렇게 하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타대오야, 나는 잠깐 동안만 너희들과 있을 것이고, 세상에 있는 동안 아버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 일을 위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으니, 내가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그분께서 주실 것이다. 장차 나의 일을 하는 사람들 역시, 그들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아버지께로부터 받게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시기 위해 당신 아들을 통하여, 성령을 보내 주실 것이다. 그 선택된 사람들의 마음은 성령으로 넘칠 것이고, 그들에게 맡겨진 일을 완수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은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께 가득 찬 것은 성령이십니까?”

“성령은 나와 하나이다. 또 나는 아버지와 하나이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아버지를 위하여 성령과 함께, 아들이 하는 것이다.” 유다 타대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타대오야, 이것이 네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와 아버지는 성령과 함께 하나이고, 성령이 지금 하시고 있는 일과, 앞으로 하실 일은 모두 아버지한테서 나오는 것이며, 아버지의 외아들인 나한테서 나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유다 타대오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주님, 저는 주님께서 구세주 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주님을 보내시어 우리를 아버지께로 인도하신다는 것도 알고, 주님은 하느님의 살아계신 사랑 이시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금 말씀하신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타대오야, 알려고 하지 말아라. 너의 그 믿음만 마음 깊이 간직하고, 나를 믿기만 하여라.” 나는 유다 타대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힘껏 안아 주었다. 그의 믿음은 내 마음을 기쁨으로 넘치게 했다. 단순하고, 순수하고, 순결한 그 믿음은 모든 사람들이 지녀야 할 믿음인데, 사람들은 그런 믿음을 거부하며, 천국에 갈 때까지 결코 얻지 못할 대답을 끝없이 파 헤치고 있는 것이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다리 밑에 앉아서 불을 피웠다. 저녁의 쌀쌀한 기운이 덮쳐와서, 우리는 불 가까이에 붙어 앉았다. 마태오가 저녁 식사로 빵과 물을 섞은 포도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태오는 식사를 준비하면서 아버지께 기도를 했다.

“야훼 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 당신께서 선물로 주신 이 음식을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 주시기를 비나이다.”

바로 그때, 나는 제자들과 먹을 마지막 만찬을 보았고, 장차 전 세계의 수많은 성당에서 수업이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바칠 미사 제물을 보았다.

“마태오야, 같이 빵을 나누어 먹자. 이리 와서 내 곁에 앉아라.” 마태오는 내 곁에 와서 앉았고, 우리는 모두 그 식사를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마태오에게 말했다. “오늘 밤에 네가 준비한 빵과 포도주와 물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징한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태오를 달래 주어야 했다. “걱정하지 말고, 우리 함께 아버지께 기도하자.”

 

식사 후에 우리는 목청을 높여 아버지를 찬미했다. 한 사람만 제외하고 모든 제자의 마음에 사랑이 넘치고 있었는데, 그 한 사람의 마음은 혼란으로 들끓고 있었다. 기도가 끝난 뒤, 우리는 추위를 피하려고 서로 몸을 붙이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마태오는 아기처럼 내 품에 안겨 평화스런 모습으로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잠이 들었다.

 

 

 

예수님 +++  1996년 3월 24일

 

고함소리와 비명소리에 잠을 깼다. 사방은 아직 어두웠다. 길 위로 올라가 보니 두 남자가 한 사람을 때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몽둥이로 사람을 두들겨 패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한 남자가 땅에 쓰러져 신음소리만 겨우 내고 있었다. 우리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두 남자는 우리를 쳐다보고 처음에는 놀라는 듯 했으나 다음 순간 싸우려고 덤볐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요? 저 사람을 죽일 작정이오?” 베드로가 크게 외치며 그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저 놈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오. 돈도 지불하지 않고 우리 집을 떠났단 말이오.” 둘 가운데 키가 큰 사람이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저 삼을 죽일 셈이요?” 내가 물었다.

“그렇소. 저 놈은 거짓말쟁이고 도둑놈이오. 우리 밥을 먹고, 우리 옷을 입고, 우리 포도주를 머셨으니 약속한 대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돈도 안 내고 밤에 살짝 빠져나가 도망쳤지 뭐요.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거지들도 많은데 아무한테나 음식을 무료로 줄 형편이 못 된단 말이오.”

“만약 저 사람이 당신한테 좀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소?”

“그러면 우리는 파산하게 될 거요.” 그 사람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당신들은 저리 가시오. 끝장을 봐야 하겠소.”

“저 사람을 죽인다고 해결될 일이 뭐요. 죽인다고 돈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소.” 제자들은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호하느라고 그 사람을 둘러쌌다.

“그래 당신들은 저 도둑놈을 두둔하겠다는 거요? 그렇다면 당신들도 저 놈하고 다를 게 없소.” 그 사람은 들고 있던 몽둥이를 들어올리며 위협조로 말했다.

“성서는 용서하라고 말하고 있소.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웃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라고 하셨소.”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성서에는 흥미 없소. 어쨌든 저 놈은 도둑질을 했고, 거짓말도 했고. 그리고 따 무슨 다른 나쁜 짓을 저질렀을지도 모르잖소?”

나는 마음이 슬퍼졌다. “만약 당신이 저 사람을 주이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고.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명 하셨소.”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도 하셨소.” 그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건 사실이오. 그리고 누구든지 그런 짓을 하면 통회를 하지 않는 한, 그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하오. 사람을 죽인 자도 역시 대가를 치러야 하오. 아무리 많은 합당한 이유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 해도 그건 여전히 죄가 되는 것이오. 하느님만이 심판관 이시라는 것을 알아야 하오. 아무리 사람들이 그 죄를 허용한다 해도, 당신을 심판하실 분은 하느님이시오.”

내 말이 끝나자 그 사람은 기가 죽은 듯 몽둥이를 내려 놓고 자기 친구에게 말했다. “됐어, 가자구. 저 놈에게 본때를 보여 주었으니까 이 거지들한테 저 놈을 맡겨 두고 가자구.” 그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자리를 떴다.

베드로가 무릎을 꿇고서 쓰러진 사람의 머리를 두 팔로 안았고, 마태오는 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닦아 주고 있었다. 베드로가 요한에게 상처를 씻을 물을 떠오라고 시켰다.

“선생님, 이 사람 오래 살 것 같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너무 때려서 살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마태오의 말을 듣고 나는 그 사람 옆에 앉아서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는 눈을 뜨더니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들은 가고 없소.” 냐는 조용하게 대답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 모두 들었습니다. 죽기 전에 제가 지은 죄를 용서해 달라고 하느님께 빌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시오. 그리고 당신에게 오직 사랑과 평화를 주고 싶어 하시오.”

스 사람이 조금 움직이려다가 아파서 신음을 했다. 그렇게 아파서 괴로워하는 것과, 사람이 사람에게 가한 가혹한 고통을 보면서,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 고백을 들어 줄 사람이 없으니 선생님께 저의 죄를 고백해야겠습니다. 하느님 앞에 제 잘못을 다 드러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지금까지 도둑놈이었고, 거짓말쟁이었고, 사기꾼이었습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이용해 먹었는데, 이제 그것이 옳지 못한 짓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도 압니다. 하느님의 용서와 그 모든 사람들의 용서를 빕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것은, 제 죄값을 치르는 보속으로 받아들입니다.” 힘들게 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당신이 한 그 말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소. 오늘, 당신은 하느님의 용서를 받았소.” 내가 허리를 구부려 그의 이마에 입 맞춤을 주자, 그는 “어머니!” 하고 부르며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제자들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선생님, 이 사람을 치유하실 수 없었나요?”

“그의 때가 왔고, 아버지께서 곧 그를 천국으로 반겨 맞이하실 것이다.” 내가 말을 끝내자 눈물이 두 뺨을 흘러내렸다.

“이 사람이 천국에 어떻게 갈 수 있습니까? 이 사람은 죄인인데요.” 유다가 물었다.

“누구나 다 죄를 범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 조를 알고 진심으로 통회했다. 아버지께서 어떻게 그를 거절하시겠느냐? 그는 내가 아버지께 바치는 사랑의 선물로서 천국에 가 있을 것이다.”

해가 떠오르자 그 사람이 얼마나 심하게 매를 맞았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베드로는 흐느껴 울었고, 요한은 가슴이 메어지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 자식을 용서해 주시고, 아버지의 품 속으로 받아들여 주소서.” 우리는 모두 그 사람을 위해 기도했고, 길가에 그를 묻어 주었다.

한참 걸어가다가, 유다가 베드로에게 말했다. “죄인이 어떻게 천국으로  갈 수 있는지 난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

그때까지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던 베드로는 유다를 돌아보며 따지듯 말했다. “그렇다면, 자넨 어떻게 천국을 가겠나?”

유다는 황급히 베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 나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걸어갔다.

 

 

 

예수님 +++  1996년 4월 7일

 

시원하고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해가 떠올라 초원을 밝게 비치니 땅에 내린 이슬들이 반짝였다.

시몬(혁명당원)이 말했다. “주님, 해가 떠오를 때 반짝거리는 나뭇잎의 이슬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나는 시몬이 말하는 이슬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시몬아, 저 이슬이 사람의 영혼이라면, 이슬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듯이 어두움에 가려져 있던 영혼들도 성자(聖子)의 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는 작은 보석같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몬은 이슬들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슬이 정말 보석 같습니다. 차마 아름답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약 사람들이 하느님께 완전히 순명 하기만 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람이 가득 차서 찬란하게 빛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곁에 있던 마태오가 끼어들었다.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려고만 한다면, 햇빛이 이슬을 빛나게 하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다. 성자의 사랑이 그들 안으로 비쳐질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힘을 얻어 그들의 짐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 사랑을 무조건 받아 들이기만 한다면, 하느님의 사랑이 영혼을 빛나게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걸었다.

 

가파르나움에 있는 시장 터에서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 떼의 상인들이 우리를 앞서 가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자기들을 약탈하려는 도둑이 아닌가 의심하며 자주 뒤를 돌아보았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내가 손을 들어 인사를 먼저 했다. 내 말 속에 담긴 사랑에 감동을 받아, 그들은 마음을 놓고 신뢰심을 가졌다.

“안녕하십니까?” 그들의 대표로 보이는 남자가 인사를 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다음 마을로요.” 베드로가 대답했다.

“회당에 가서 기도 드리고, 병자를 치유해 주기 위해서지요.” 자랑스럽게 말하는 유다의 키가 보통 때보다 한자나 더 커 보였다.

“병자를 치유하신다고 하셨습니까?” 하고 그 사람이 물었다. 같이 가던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요.” 자기가 중요한 인물이나 되는 것 같은 태도로 유다가 대답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귀가 안 들리는 사람, 앞을 못 보는 사람, 다리를 저는 사람도 다 고치십니다. 선생님은 누구든지 고치신다구요!” 유다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유다야.” 내가 차분하게 타일렀다.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겸손하게 살도록 하자. 자만은 죄를 짓게 하고, 겸손은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주님, 저는 저 사람들이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해 주려고 말한 것뿐입니다. 저 사람들도 주님의 사랑을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말입니다.” 유다가 약간 흥이 식은 듯 말했다.

“만약 네가 다른 사람들을 나에게 데리고 오고 싶으면, 겸손함으로 해야 한다. 나를 따르는 자들은 모두가 겸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나의 진정한 친구도 아니고, 나를 진정으로 따르는 자도 아니다. 겸손은 참된 진리의 길이다. 왜냐 하면 하느님의 뜻은 겸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상인 대표자가 큰 소리로 말하면서 내 앞에 와서 무릎을 꿇었다. “제 이름은 요셉입니다. 그리고 제게 병에 걸린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들이 지금 우리와 함께 있는데 주님, 제발 도와 주십시오.”

“아들이 어디가 아픕니까?” 베드로가 물었다.

“상한 포도주를 마셨는데, 상태가 안 좋아서 죽을 것만 같습니다. 의사들도 치료할 수 없다고 하니까, 이제 체념하고 집에 있는 엄마한테 데리고 가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내 앞에서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들을 데리고 오시오.” 나는 엎드려서 그 사람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두 남자가 열여덟 살도 채 안 된 젊은이를 부축하여 데리고 왔다. 젊은이는 혼자서는 서지도 못한 채 피를 토하고 있었다. 유다는 불쾌한 듯 뒤로 물러섰다.

나는 젊은이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득 넘쳐라. 그리고 하느님을 위해 살아 가거라.”

나의 말과 함께 그는 구토를 중단하고,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벌떡 일어섰다. 젊은이의 아버지가 울면서 달려와 아들을 껴안았다. “내 아들아, 내 아들아!”

그 아들은 내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선생님, 제게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감사 드리기 위해 저도 선생님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너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네 가족과 함께 지내거라.” 처음에는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젊은이는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제가 나중에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주님?”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십자가에 매달릴 것이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놓은 것이다. 그 십자가 아래에는 가슴이 산산이 부서진 그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받아 안으려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 네가 그의 몸을 십자가에서 내려 그 어머니 품에 안겨 드리게 될 것이다.”

젊은이의 아버지가 말했다. “주님, 만약 필요하시다면 저도 거기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신도 거기서 돕게 될 것이오. 요셉, 그리고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을 온 세대를 거쳐 기억하게 될 것이오.”

“선생님, 식사를 하셨습니까?” 젊은이가 물었다.

“아니오.” 젊은이의 물음에 유다가 즉시 대답했다. “나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오.”

“그러면 저희들과 함께 식사를 나눕시다.” 요셉의 초대로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에, 다른 길로 가기 위해 그들과 헤어졌다.

 

 

 

 

예수님 +++  1996년 4월 8일

 

“그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야고보와 같이 내 곁에 걷고 있던 안드레아가 만족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그래, 그 사람들과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다.”

“선생님, 유다가 얼마나 마구 먹어대는지 보셨습니까? 한 동안 음식 없이 지낼 준비라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기가 막히다 는 듯이 야고보가 말했다. 유다를 쳐다보니, 잔뜩 부른 배 위에 손을 얹은 채 앞서 가고 있었다.

“물건에 대한 욕심이든지, 돈에 대한 욕심이든지 간에, 욕심은 사람을 망치는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남을 잊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유다가 좀 안 됐다고 생각하며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유다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선생님,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주 많이 먹었어요. 잔치를 벌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좀더 먹어 둘 수 있었을 텐데요. 그렇게 빨리 떠나야 했던 게 유감입니다.”

유다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고,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았다. 유다를 가끔 야단친 것을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유다를 야단친 것은 그를 그만큼 사랑했디 때문이었다.

야고보가 물었다. “선생님,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눈이 멀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야고보야, 네가 말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눈먼 사람들이다. 나는 육신이 눈이 먼 사람뿐 아니라, 영혼의 눈이 먼 사람에게도 빛을 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치유를 거부하기 때문에 고쳐 줄 수가 없다. 네가 굶주리고 있을 때 많은 음식을 가진 사람이 음식을 가져다 준다고 하자. 그러나 네가 받기를 거절한다면, 너는 계속 굶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요한 것이 바로 네 앞에 있어도 네가 그것을 거절한다면 너의 굶주림은 여전히 계속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권하시는 치유의 사랑이 바로 눈 앞에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진리를 보지 못하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야고보와 안드레아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안드레아가 말했다. “주님, 주님의 지혜는 정말 한량없으신데, 제가 그것을 충분히 배워서 얻게 될 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차 지혜와 진리의 성령께서 너희에게 임하시어, 너희를 가르치고 깨우쳐 주실 것이다.” 나는 야고보와 안드레아를 감싸 안고서, 함께 하느님을 찬양했다.

 

 

 

예수님 +++  1996년 4월 14일

 

우리가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 다른 제자들도 합류하여 모두 함께 아버지를 찬미하면서 걸어갔다. 모퉁이 길을 돌자 마을이 눈 앞에 나타났다. 마을 안으로 들어갔으나 아무도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였다. 좀더 들어가 보니 그렇게 조용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장례식 행렬이 있었는데, 온 마을 사람들이 거기에 모여 있었다. 장정 네 명이 죽은 아이의 시체를 떠메고 묻으러 가고 있었다.

한 여인의 울음소리가 내 마음을 비통하게 했다. 너무나 애절하고 절망에 찬 울음이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왜 떠나야만 하니?”

우리는 통곡하고 있는 여인 옆에 누워 있는 시신 가까이로 갔다. 아이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이 아이가 지금 잠을 자고 있는데 왜 우십니까?” 내가 그들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죽었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화를 벌컥 내면 소리를 질렀다. “당신 미친 것 아니오? 죽었는지 아닌지 보면 모르겠소?” 한 사람이 야유하듯 꾸짖었다.

“여러분은 하느님을 믿습니까?” 내가 차분하게 물었다.

“물론 믿습니다.” 그들이 대답했다.

“여러분은 우리 조상 아브라함을 믿습니까?” 다시 내가 물었다.

“그럼요, 믿고 말고요.” 그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면, 우리가 죽으면 아브라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여러분이 착하게 살았다면 야훼께서 온갖 좋은 것과 기쁨만을 주신다는 것을 믿습니까?”

“물론 그것도 믿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당신은 무슨 말을 하려는 겁니까?” 한 사람이 따졌다.

“만약 여러분이 그것을 믿는다면, 이 아이가 착하게 살아 왔는데, 왜 슬퍼하고 있는 겁니까?” 잠깐 동안 침묵이 흐르고 흐느낌도 멈추었다.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죽음은 하느님과의 새로운 삶으로 옮겨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상을 당하게 되면 흔히 죽은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슬픔만 남게 됩니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고, 그 사람과 다시 함께 있었으면 싶고, 그 사람 없이는 자기 인생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자기 삶에 텅 빈 공허가 생기고, 때로는 외로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것은 모두 여러분의 필요에 의해서 느끼는 감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떠난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렇게 느낀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언제까지나 떠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 죽어서 하느님과 함께 사는 그 새로운 삶은 가장 큰 보상이며 기쁨이라는 것을 이해하십시오. 여러분이 이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죽음이라는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고, 참으로 좋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죽음이 착한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좋은 선물이 되고, 악산 사람에게는 영원한 고문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얼이 빠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신 말을 이었다. “생명을 주시고 또 생명을 거두어 가시는 분은 사랑이신 하느님이십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에 의해 존재하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 존재합니다. 하느님은 생명 자체이십니다. 나는 죽음에 대한 진리를 보여 주기 위해 내 생명을 바칠 것입니다.

이제 내가 이 아이에게 말하노니 일어나 죽음에서 해방될지어다.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날까지 일어나서, 숨쉬는 순간마다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지어다.”

내가 허리를 굽혀 아이의 뺨에 입을 맞추자, 아이는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앉았다.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요?” 아이는 말문이 막혀 서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배가 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 그제야 사람들은 기쁨의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를 껴안았다.

그들이 소리 높여 하느님을 찬미하는 가운데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마을을 살짝 빠져 나왔다. 우리가 떠날 때 “그분은 어디 계시지? 어디로 가셨나?” 하고 나를 찾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 왜 거기 더 있지 않으셨습니까?” 곁에 걷던 야고보가 물었다.

“자기들끼리 그 선물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 낫다. 때가 되면, 그들은 그 기적과 내가 한 말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무엇을 주셨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침묵을 지키며 묵묵히 걷는 제자들은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예수님 +++  1996년 4월 19일

 

땅거미가 어둑어둑 찾아왔을 때, 우리는 길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았다. 안드레아가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선생님, 저는 좀 피곤합니다.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서, 며칠 동안 쌓인 피로를 풀면서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드레아, 쓸데없는 일로 선생님을 귀찮게 해드리지 말고 자리에 앉아.” 베드로가 말했다. 베드로는 사소한 문제로 내가 신경을 쓰게 될까 봐 항상 조심했다.

“베드로, 안드레아 말이 맞네. 우리는 여관을 떠난 후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모두 피곤해 하고 있네.” 항상 쉬고 싶어하는 유다가 말했다.

“우리가 언제 쉬느냐 하는 것은 선생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야.” 나의 사랑하는 요한이 소리쳤다.

“나는 예수님께서 원하신다면 영원히 계속해서 걸어 갈 수 있어.” 요한의 형 야고보가 젊은 열의로 큰 소리를 쳤다. 내가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시끄러운 중에도 바르톨로메오가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바르톨로메오가 내 대신 결정을 해 주었구나. 오늘은 여기서 자도록 하자. 그리고 아침에 유다로 가서 쉬도록 하자.”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떠들고 소란을 피우는데도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는 바르톨로메오를 보고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유다가 주머니를 열더니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선생님, 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어떻게 유다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베드로가 화를 벌컥 내며 일어섰다. “어제는 그렇게 많이 있었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다는 건가?”

“나도 모르겠네.” 유다가 울부짖었다. “이게 전부야, 여기 와서 보라구!”

“볼 필요도 없네. 어떻게 된 건지 다 알 수 있으니까. 언제나처럼 똑같은 식으로 없어진 걸세. 공중으로 사라지는 거지.” 베드로가 쏘아 주었다.

유다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모르긴 왜 몰라.” 요한이 낙심한 듯이 유다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다는 탄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괜찮다. 돈을 가지고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께서 모두 주실 것이다.”

“그렇지만 선생님, 돈이 자꾸 없어집니다.” 여전히 화가 난 베드로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베드로, 네가 돈을 가지고 그렇게 화를 낸다면, 오늘 회당에 있던 그 사람들과 다를 게 무엇이겠느냐? 돈은 너무나 자주 사람들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베드로야, 너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이냐?”

이제는 땅을 내려다보면서 베드로가 말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걱정을 잘 합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을 곧잘 잊어 버리고요. 저는 언제쯤에나 제대로 배우게 될려는지요. 저는 참 멍청합니다.”

나는 팔로 베드로를 감싸 주며 말했다. “너는 멍청하지 않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끔 잘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 네 믿음은 강하지만, 너는 격한 감정 때문에 가끔 이성을 잃게 된다. 그것을 잘 조절만 한다면, 이 세상의 악에 대항하여 굳건한 반석으로 서 있는 네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베드로는 나를 쳐다보고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주님께서는 용서를 잘 해주십니다.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너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고 말고!” 나는 베드로를 안심시키며 확신을 갖게 하였다.

 

밤중에 깨어나 유다가 가만히 자리를 뜨는 것을 보았다. 유다가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항상 가는 곳이 있었다. 낮에 자기 안주머니에 봉헌금의 일부를 몰래 감춰 두었다가 그것을 숨겨 두는 곳이었다. 돈이 영혼을 망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슬펐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시작하여, 점점 심해지다가 마침내는 돈이 모든 것을 의미하게 된다. 돈만 알게 되고, 돈 이외에 다른 것은 모두 이차적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이 바로 마귀가 하는 짓이다. 돈과 재산은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가짐으로써 옳게 사용되는 것이고, 자기만을 위하고 권력을 부리기 위해 쓸 때, 악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악마는 교활하여, 좋게 쓸 수 있는 것을 악의 도구로 바꾸어, 나의 자녀들을 자신의 손아귀로 점점 더 깊이 몰아 놓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자기만을 위한 것이라고 믿도록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 마귀의 수단이 아닌가! 그러기에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자신들이 더 많이 가짐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적게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남에게,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죄짓게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약자로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가진 자들처럼 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지, 자기 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들인가. 악마의 길을 따라가고 있는 유다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나는 눈을 감고, 너무나 사랑하는 내 친구 유다를 생각하며 참을 설쳤다.

 

 

 

 

예수님 +++  1996년 4월 29일

 

오랫동안 뵙지 못한 어머니 생각을 하며 잠에서 깼다.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제자들이 모두 일어났을 때 그들에게 말했다. “어머니를 뵈고 싶기도 하고, 나자렛으로 돌아갈 때도 됐다.”

“좋습니다. 좋아요.” 베드로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주님의 어머니께서는 항상 우리를 친자식처럼 맞이해 주시지요.”

“그렇습니다. 주님. 어머니께서는 요리 솜씨가 그만이시지요.” 유다가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유다를 사랑해 주셨고, 지극한 정성으로 대해 주셨기 때문에, 유다는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다. 유다는 덧붙여 말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 집에 가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거기 갔을 때마다, 얼마나 떠나기가 싫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를 뵈러 집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 그렇게 느끼게 된다. 어머니께서는 누구든지 반갑게 맞아 주시고, 사람들이 정말 자기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신다. 어머니께서는 나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 주시고, 친자식이 되게 해 주신다. 영혼의 구원 사업에 어머니께서 얼마나 중요한 분이신지를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여행길에 앞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선생님, 나자렛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야고보가 물었다. “그렇게 멀지 않다. 야고보야, 이틀 정도만 걸어가면 된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의 짐을 들고 가면 안 될까요? 그래야만 선생님께서 어머니를 만나 뵈실 때 너무 피로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야고보가 간청했다.

나는 야고보의 마음 속에 있는 깊은 사랑을 보았고, 내가 집에 갔을 때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기를 염원하는 야고보의 마음을 보았다. “사랑하는 야고보야, 기꺼이 내 집을 지게 해주마. 내가 져야 하는 짐의 한 부분을 네가 짐으로써, 네가 나의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고보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하다가, 신이 나서 내 짐을 집어 들고는 춤을 추듯 걸어갔다. 야고보는 어릴 때 배운 노래를 즐겁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노래는 자식들을 향한 내 아버지의 사랑에 관한 노래였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부르자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대한 그들의 사랑을 진심으로 표현하면서 마음이 열리게 되자 노랫소리는 점점 더 커져 갔다.

 

 

 

예수님 +++  1996년 5월 31일

 

노래하고 기도하면서 걷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밤을 지낼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참으로 좋은 하루를 보냈다. 기도와 하느님 흠숭에 푹 빠져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있는 제자들이 모두 피곤해 보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걸었기 때문에 피곤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하루 종일 기도를 바치느라고 피곤해졌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기도하는 동안에는 선과 악의 끊임없는 투쟁이 일어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 영신적 투쟁으로 인해 영적인 피로를 느끼게 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날 다른 일로 수고를 해서 피곤한 것으로만 생각한다. 영혼은 피곤해지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때로는 그 피로의 원인을 의식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피곤한 몸에 휴식이 필요하듯이, 영혼도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굶주린 몸에 음식이 필요하듯이, 영혼도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열심한 신자들조차도 그것을 모른다.

제자들을 돌아보며 내가 말했다. “모두 모여서 손을 잡아라. 내 제자가 되기에 필요한 힘을 성령께서 너희에게 불어넣어 주시도록, 아버지께 기도해 주겠다.” 그들은 내가 하라는 대로 손을 잡고, 침묵 가운데 소망하며 기다렸다.

“아버지, 아버지께 기도하오니, 나에게 주신 이 사람들에게 성령을 통하여 힘을 불어넣어 주시니, 그들이 가야 할 길을 지침 없이 나아가게 하소서.” 내가 이렇게 기도하자 성령의 사랑이 제자들의 영혼에 임하시어 그들의 영혼을 새롭게 하였다. 이렇게 회복된 후에 제자들은 모두 아침까지 곤히 잤다. 잠자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나를 따라올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신체적으로뿐 아니라 영신적으로도 지치겠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필요한 음식과 힘이 그들에게 주어질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영원한 제물(성체)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줄 것이며, 영원한 제물은 영혼의 양식이 되고, 영혼을 구원해 줄 것이다. 오직 믿음을 가지고 그 제물을 받아 모시기만 하면 될 것이다…. 믿음으로 그 제물을 바라보고, 믿음으로 하느님께 마음을 열어드리고…

 

 

 

예수님 +++  1996년 6월 1일

 

밝은 햇살이 비쳐 내리며 아침이 왔다. 제자들은 여정을 준비하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요한이 형 야고보와 함께 와서 말했다. “선생님, 이제 머지않아 선생님께서는 어머니를 뵙게 되실 텐데요. 야고보와 제 생각에는, 저희 제자들이 첫날밤에는 선생님 집에서 조금 떨어진 데서 야영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실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에 대한 그들의 진실한 사랑을 보았다. 장차 수없이 시험을 당할 그들의 사랑을… “너희들은 참으로 사려가 깊구나.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니 고맙다. 그러나 불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머니와 단 둘이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내가 따로 만들 테니까.”

요한과 야고보는 나를 보고 씩 웃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짐 꾸리는 일을 마무리했다. 야고보가 요한에게 귓속말하는 것이 들렸다. “선생님은 참 좋으신 분이야. 선생님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불편을 겪는 것을 절대로 못 보신다니까. 선생님께서 우리와 함께 고생하실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야.” 야고보는 자신이 한 말 속에 담겨진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후 베드로와 마태오가 내 곁에서 걷게 되었다. 베드로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속임수에 넘어가고, 얼마나 쉽사리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언제나 명상하기를 좋아하는 마태오가 신중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그래, 그건 맞는 얘기일세. 하지만 베드로, 우리에게는 주님이 계시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진리의 길을 보여 주고 계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지 않은가? 선생님께서 자네한테 오시기 전에 자네가 어떠했는지 기억해 보게. 그 모습이 바로 선생님 말씀을 들어 보지 못하고 선생님을 뵙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모든 사람들도 언젠가는 다 알게 되어서, 하느님의 사랑이 정말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네.”

베드로는 지난날의 자기 자신을 생각하며 괴로운 표정이 되었다. 마태오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진리를 보여 주시기 전까지, 저희들은 하느님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지난날의 제 자신을 되돌아보면 괴롭습니다만, 지금도 저는 별로 더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베드로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베드로는 마태오가 자기를 위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희들이 지나간 과거의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기 자신이고, 자기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현재 죄악에 빠져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용서를 받을 것이고, 하느님께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영생을 얻게 하는 진리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의 세대를 생각하며 말했다.

“주님, 많은 사람들이 구원되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베드로의 말을 받아서 마태오가 말했다.

우리는 다시 침묵을 지키며 걷고 있었는데, 유다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좀 쉴 수 없을까요? 아직 멀었습니까? 저는 아주 피곤한데요.”

“유다! 이제 겨우 몇 시간밖에 걷지 않았네. 선생님한테 귀찮게 굴지 말게.” 베드로가 쏘아 부쳤다.

“유다야.” 내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 짐이 무거운 것 같구나 때로는 짐 때문에 지치게 된다. 자, 내가 네 짐을 좀 들어 주마.”

유다가 놀라서 말했다. “아닙니다. 선생님, 괜찮습니다. 제가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어느 날 너의 짐이 너무 무거워서 혼자 질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그 날이 오면 나는 너를 도와 주려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네가 나에게 청하기만 하면 말이다. 오늘처럼 당황하지 말아라. 나는 너의 친구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네가 청하기만 하면 언제나 너를 도와 줄 것이다.”

유다는 완전히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자기가 언제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게 될 것인지, 왜 그런 짐을 질 것인지 의아해 하고 있었다. 가련한 유다! 그가 그것을 알기만 한다면…

 

 

 

예수님 +++  1996년 6월 2일

 

오후에 접어들자 멀리 있는 언덕 위에 나자렛의 우리 집이 보였다. 어머니를 다시 만나 뵙는다는 생각과, 어머니의 깊으신 사랑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이 설렜다.

“이제 곧 어머니 집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집으로 가는 마지막 발걸음에 맞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찬미를 하자.” 나의 제안에 따라 우리들은 아버지를 찬미하기 시작했다.

나자렛의 어귀에 도착했을 때 마을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개들도 함께 뛰어 놀며 짖어대고 있었다. 아이들 쪽으로 걸어가자 몇 명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한 아이가, “예수님이시다!” 하고 소리치자 아이들이 우루루 달려왔다.

아이들은 기쁨과 흥분에 겨워 깡총대면서 어머니 집에까지 따라왔다. 한 아이가 물었다. “예수님, 우리한테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나는 그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져 주며 말했다. “물론 해 주고 말고. 그런데 지금 나는 어머니를 먼저 만나뵈야 하기 때문에, 여행한 이야기는 내일 들여 주마.”

아이들은 모두 소리를 질렀다. “얘기해 주세요. 이야기 하나 해 주세요.” 나는 걸음을 멈추고 가까이에 있는 바위에 앉은 후, 아이들에게 모두 앉으라고 했다. “지금은 짧은 이야기 하나만 해 주고, 내일은 너희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마.”

시몬이 와서 귓속말을 했다. “선생님, 애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습니다. 왜 아이들한테 시간을 낭비하십니까?”

나는 시몬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몬, 이 아이들이 지니고 있는 순수한 사랑과 천진함을 보지 못하느냐? 모든 사람이 이 아이들과 같아야 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아이들이 나에게 안겨 주는 기쁨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순수하게 열려 있는 마음 속에 심어 줄 나의 사랑은, 훗날에 그들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그들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창조되었다. 오늘의 아이들은 미래의 어른이며, 어른들은 아이들과 같은 순결함과 순수함을 잃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

“주님,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하고 시몬은 아이들 사이에 앉아서 두 아이를 껴안았다.

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랑하는 한 소년이 살고 있었단다. 그 소년은 착한 아이였는데 기도도 자주 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을 항상 존경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지. 어느 날 아침에 친구들과 놀다가 돈 주머니를 하나 줍게 되었단다. 아이들은 모두 흥분해서 그 돈을 불쌍한 자기 가족들을 도와 줄 수 있겠고, 장난감과 옷을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 아이들은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그 착한 소년이 말하기를 ‘이 돈은 우리 돈이 아니야. 이 돈이 누구 돈인지 알아봐야 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이 돈을 훔친 게 되는 거야.’ 라고 했지.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그 소년에게 고함을 쳤지. ‘너 미쳤구나! 이건 주인 없는 돈이잖아. 우리가 주었기 때문에 이건 우리 돈이란 말이야.’

그러자 그 소년을 이렇게 말했단다. ‘아니야, 이건 우리 돈이 아니야. 누군가가 잃어 버렸어. 우리는 이 돈을 돌려 줘야 해.’ 다른 아이들이 그 소년을 때리면서 구박했지만 소년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고 ‘그건 훔치는 짓이야. 그건 나쁜 일이야.’ 하고 말했단다.

다른 아이들은 계속해서 그 소년을 마구 때렸는데, 마침내 그 소년이 정신을 잃어 버리고 나서야 때리는 것을 중단하고 서로 쳐다보며 ‘하느님, 맙소사.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저 아이를 죽일 뻔 했잖아. 빨리 도움을 청하자!’ 하고 외쳤어.

몇 아이들이 그 소년의 집으로 부모를 부르러 간 동안 다른 아이들은 그 소년을 안고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 중에서 제일 나이 많은 아이가 울기 시작하더니, 하늘을 보며 말했지. ‘오 하느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이 아이가 죽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저희는 이 돈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를 살려만 주신다면 저의 모든 장난감과 옷을 드리겠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합심하여 하느님께 도와 달라고 빌었고, 돈주머니를 들고 있던 아이는 주머니를 멀리 집어 던지며, ‘주님, 저희는 이 돈이 필요 없습니다. 저희들은 친구를 다시 돌려 받고 싶습니다.’ 하고 빌었단다. 그러는 중에 의식을 잃었던 아이가 눈을 번쩍 뜨고는 얼떨떨해 하며 일어서자, 아이들이 달려 와서 껴안아 주고 입맞춤해 주었지. 아이들은 잘못했다고 하면서 용서를 빌었어. 착한 소년이 말했어. ‘내 친구들아, 용서해 주고 말고.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한다고. 너희는 내 친구들이잖아.’

바로 그때 그 소년의 부모님이 오게 되었지. 아들이 혹독하게 매를 맞은 모습을 보고 달려가서는 아들을 껴안았어. 그 부모님은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다음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을 쳐다보았고, 아이들은 겁이 나서 울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그 부모님도 화가 났지만, 다은 순간 매맞은 자기 아들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불쌍하게 보여 마음이 아팠단다.

맞은 아이의 아버지가 돈을 보여달라고 하자 돈주머니를 집어 던졌던 아이가 주머니를 가지러 갔는데 아무데서도 찾을 수가 없었단다. 주머니가 없어져 버린 거야.

그 아버지는 아이들을 타일렀단다. ‘나는 오늘 너희들이 좋은 교훈 한 가지를 배웠기 바란다.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너희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이 얼마나 쉽게 부서져 버렸고, 돈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악한 것인지, 그리고 돈이 너희들로 하여금 얼마나 죄를 범하게 하고, 남을 해지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살아 가면서 진정 필요한 재산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고, 서로에 대한 사랑이란다. 그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허무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란다.’

아이들은 흐느껴 울면서 말했어. ‘알겠어요. 돈은 던져 버렸어요. 돈은 이제 싫어요. 우리가 잘못했어요.’

그러자 그 아이의 어머니가 말씀하셨어. ‘얘들아, 자칫 잘못 생각으로, 착한 생활에서 멀어지기가 쉽단다.너희들은 오늘 그것을 배운 거야.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우리 아들이 너희에게 매를 맞았지만 우리 아들의 고통은 이제 멎었어. 그러나 너희들의 고통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있게 된단다.’

그 어머니는 자기에게 미소 짓고 있는 아들을 쳐다보았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어머니, 저 아이들은 제 친구들이니까 우리 집에 데리고 놀러 가도 되겠지요?’ 라고 묻자, 그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눈물을 닦아라. 우리 집에 가서 우리 아들과 함께 너희들의 우정을 축하하자.’ 하면서 아이들을 끌어안았지.

아버지는 아들을 들어 어깨 위에 올려놓으며 ‘얘야, 괜찮니?’ 하고 다정하게 물었어.

‘네, 아버지!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을 바랄게 있나요?’ 하고 대답했단다.”

 

내 앞에서 아이들이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벌떡 일어나서 물었다. “돈은요? 그 돈은 어떻게 됐어요?”

“그 돈이 어떻게 되었건 무슨 상관이겠니? 중요한 것은 그 친구들 간의 사랑이지. 그리고 그 돈은 친구들 간의 사랑을 깨뜨리려고 했을 뿐이잖니?”

그 아이가 나의 대답을 듣고 자리에 앉자 유다가 말했다.

“그 주머니를 찾았으면 좋았을 걸.” 모두 시선이 일제히 유다에게 쏠리자, 유다는 얼굴이 빨개져서 돌아섰다.

“그 돈은 고통만 가져다 주었어. 돈이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가난하고 행복한 것이 더 나을 것 같애.” 토마스가 말했다.

“그래. 하지만 돈이 네 배를 채워 주고, 드러누울 좋은 침대를 마련해 준다면, 돈이 너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거지.” 우리의 여행길을 생각하며 유다가 반박했다.

“돈은 파괴적일 수도 있고, 건설적일 수도 있다. 만약 돈을 좋게 쓸 수 있다면 기꺼이 받고, 자기만을 위해 쓸 것이라면 거절해야 한다. 돈이 인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게 아니고, 행복은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때로는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렵지만, 돈이 있음으로 해서 살기가 더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다. 돈 때문에 너희 마음이 굳어진다면, 돈을 가진다는 것이 네 자신뿐 아니라 남도 해지게 된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어머니께서는 바쁘게 요리를 하고 계셨다. 인기척 소리에 뒤를 돌아보신 어머니께서는 나를 보시고는 놀란 얼굴로 “예수야!” 하고 부르셨다. 나는 어머니께 달려가서 두 팔로 어머니를 껴안았다. “어머니, 어머니를 다시 뵈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머리를 내 가슴에 기댄 채 말씀하셨다. “얘야, 나도 네가 보고 싶었다. 나를 보러 집에 돌아와 주어 정말 기쁘다. 배가 고프겠구나. 앉아라. 내가 먹을 걸 가져올 테니.” 부엌으로 가시면서 어머니께서는 내 뺨에 입맞춤하셨다. “네 제자들이 먹을 식사도 준비하마.”

“어머니! 집에 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오면 어머니의 사랑이 제 가슴을 가득 채워 주시는 것을 느낍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밤이 되면,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저를 안아 주시던 일과, 저를 사랑해 주셨던 것을 생각하곤 했어요.” 나는 옛날을 생각하며 말했다.

“얘야,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한 가족으로 우리가 요셉과 함께 살던 그때를 가슴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나는 옛 생각에 젖었다. ‘아, 요셉! 나의 사랑하는 수호자, 나의 보호자, 내 어린 시절의 안내자, 요셉은 정말 겸손하고 사랑이 넘쳤으며 진정한 남자였지. 요셉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내려 주신 값진 선물이었다..

“예수야, 네 제자들을 불러와라.” 요셉을 생각하던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다. 손을 들어 눈물을 닦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요셉이 그립구나. 그러나 지금 요셉은 행복할 것이고, 우리는 천국에서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다시 만나게 되겠지.”

나는 밖으로 나가서 제자들을 불렀다. “어머니께서 우리가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계신다., 그 동안 잠시 회당에 가서 어머니의 사랑에 감사하는 기도를 바치도록 하자.”

“그렇지만 예수야, 지금 시장들 할 테니 조금이라도 먹고 가거라. 그래야 돌아올 때까지 견디지.” 어머니께서 안타까운 듯 말씀하셨다.

나는 돌아서서 어머니를 껴안고는 즐겁게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항상 저를 위해 염려하시는군요. 금방 돌아올 께요. 그 다음에 많이 먹고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릴께요.” 어머니 뺨에 입맞춤을 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회당으로 향했다.

뒤에서 어머니의 외치시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얘야, 너무 늦지 말아라. 할 얘기들이 많으니까.”

나는 뒤를 돌아보고 활짝 웃었다. 제자들은 나를 따라오기 전에 어머니께 각자 입맞춤해 드리고 있었다. 나의 어머니, 노든 사람들의 진정한 어머니에게.

 

기도를 마치고, 어머니께서 우리를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놓고 계시는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 들어오게. 어서!”
 어머니는 문간에 서 있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무 데나 좋을 대로 마음 편하게 앉게. 자네들이 여기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네. 나에게는 자네들이 모두 내 아들만 같다네.”

베드로가 말했다. “저희들도 친어머니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이구동성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어머니께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큰 가족을 거느리셨네요. 그렇지만 어머니의 가슴은 이보다 훨씬 더 큰 가족을 거느리실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맛있는 식사였다. 내가 집에서 항상 먹었던 음식 맛 그대로였다. 식사를 하면서 제자들은 그 동안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에 대해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어머니께서는 마치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사랑으로 어루만지듯이 열심히 듣고 계셨다. 그들도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며 마음 편히 이야기했다. 나는 어머니께서 장차 모든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실 것이며, 자기 아들의 말을 들으시듯 각 사람의 말을 열심히 들으시면서 얼마나 지극한 사랑으로 그들을 보살펴 주실 것인가를 생각하며 웃음지었다.

어머니의 순수한 사랑이 사람들을 깊이 감동시키면서, 기쁨이 넘치게 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이 세상에 보내 주신 것은 얼마나 특별한 선물이며 큰 은혜인가! 그 선물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고,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할 선물이기에, 어머니를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즐거운 저녁 시간은 빨리 지나갔고, 다들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제자들이 밤에 춥지 않도록 한 사람 한 사람씩 꼭꼭 덮어 주셨다. 그리고 나서 내 곁에 앉아 그들의 잠자는 모습을 내려다보셨다.

“예수야, 이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사랑해 주어야 할 어린아이들로 보이는구나. 시장에서 사람들을 볼 때도 그렇고 길 거리에서 보는 사람들도 어린아이들 같기만 하구나. 어떤 사람은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떤 사람은 방황하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사랑을 찾아 헤매는 영혼들이잖니? 그래서 난 그들을 흠뻑 사랑해 주고 싶어지는구나. 그들이 하느님께로 가는 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하느님께서 이렇게 아름다운 은혜를 내게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을 내 몸같이 사랑할 수 있는 그 은총에 대해서 말이다.”

어머니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눕자, 어머니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셨다. “어머니,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사람은 그 사람들입니다. 어머니를 보내 주심으로써 그들이 누릴 수 있게 된 축복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잠시 후 나는 어머니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예수님 +++  1996년 6월 3일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께 기도 드리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의 기도소리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기쁨에 넘치게 했고 특별한 감명을 주었다. 나는 아버지와 성령과 함께 조용히 앉아서 어머니의 기도가 내 안에 가득 차게 했다.

얼마 후, 어머니께서 기도를 멈추시고 시편을 읽기 시작 하셨다. 같이 기도하려고 나는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나를 돌아보며 웃음지으시는 어머니한테서 사랑이 눈부시게 펴져 나왔다. “하느님께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와 어머니의 기도소리는 달콤한 사랑, 바로 그것입니다.”

어머니는 잠깐 당황하시는 듯 하더니, 두 팔로 나를 안아 주셨고, 우리는 계속해서 시편을 읽었다. 기도소리에 깨어난 제자들이 한 사람씩 우리와 합류하여 기도했다. 금방 온 집안에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소리가 가득 찼다. 나는 어머니께서 당신의 기도로써 사람들을 기도와 찬미로 인도하시는 것을 보았고, 앞으로도 사람들을 더욱 열심한 기도생활로 인도하실 것을 알고 있었다.

 

기도를 마친 후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다들 시장할 테니 내가 식사를 준비하겠다.”

야고보가 벌떡 일어나서 기운차게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너무 수고를 하셨습니다. 이제는 저희들이 어머니를 위해 뭘 좀 준비하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두 팔로 야고보의 어깨를 안으시며 말했다.

“내 아들아, 너는 언제나 나를 도와 주고 싶어 하는구나. 그 마음이 너무 착하다.”

야고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말했다.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어머니.”

“우물에 가서 물을 좀 떠오면 큰 도움이 되겠구나.”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야고보는 얼른 물통을 집어 들더니, 서둘러 문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를 도와드리며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안드레아는 우리 모두가 먹기에는 음식이 너무 적은 것을 알고 어머니께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어머니는 안드레아를 쳐다보시며 일렀다. “너무 오래 있지 마라. 오래 있으면 자네는 아무것도 못 먹을 테니까 말야.”

안드레아가 유다에게 가서 귓속말을 했다. 유다는 웃으면서 안드레아 손에 뭔가 쥐어 주었다. 유다는 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에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거절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거절할 것이라도…

안드레아가 집을 나서는데 야고보가 물을 들고 돌아왔다.

“안드레아, 어딜 가는 거지?” 야고보가 물었다.

“걱정할 것 없어. 곧 돌아올 거야.” 바르톨로메오가 끼어 들어서 대신 대답했다.

어머니께서 식사를 다 준비하셨는데도 안드레아는 그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음식을 나누어 우리에게 조금씩 분배하신 다음 어머니는 안드레아 몫을 따로 남겨 놓으셨다. 유다가 놀라서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 몫은 없잖아요?”

“괜찮네. 난 나중에 먹도록 하겠네. 자네들은 일을 해야 하니까 먹고 힘을 내야지.” 제자들은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적은 양의 음식을 보면서, 그게 준비하신 음식의 전부였다는 것과, 그들을 위해 어머니께서 굶으시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베드로가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머님께서 저희들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셨는데.. 자, 저희들과 나눠 드십시오.” 베드로는 자기 그릇에 있는 음식을 어머니 그릇에 나눠 드렸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자기 그릇에서 음식을 덜어 놓았다.

유다는 연신 문 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안드레아가 손에 큰 주머니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 얼굴에 온통 웃음이 번졌다.

우리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서서, 안드레아가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저희들을 이토록 반겨 주시고, 배불리 먹게 해 주셨으니, 저희들로서는 적어도 먹은 만큼의 음식을 어머니께 드려야 하겠습니다.” 안드레아는 주머니를 열고 한달 동안은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음식을 꺼내 놓았다.

“오, 내 아들들아. 너희가 내게 나쁜 버릇을 키워 주겠구나.” 하시는 어머니의 뺨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야고보가 벌떡 일어나더니 즐거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 어머니께 드리는 사랑의 선물, 우리 어머니께 드리는 사랑의 선물.” 너무 좋아서 온 방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던 야고보가 어머니한테 가서 말했다. “어머니, 이제 앉으십시오. 제가 어머니 식사를 준비할게요.” 제자들이 드리는 사랑에 취하여 어머니는 즐거운 표정을 하고 앉아 계셨다. 마치 엄마에게 선물을 들고 오는 어린아이 같은 제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은 모습이었으면 싶었고, 어머니께서 그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 주신다는 것을 그들이 알았으면 싶었다. 어머니께서는 참된 어머니의 사랑으로 당신의 몫도 불평 없이 내 놓으신다. 나는 어머니께서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분이신지 그들이 알기를 바랐고, 모든 사람이 내 제자들처럼 사랑과 존경으로 어머니를 대하기 바랐다. 유다조차도 사랑과 존경으로 어머니를 대했던 것이다.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예수가 집에 돌아왔다는 게 사실이야?” 쾅쾅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나는 그가 에미얼 인줄 금방 알아챘다. 에미얼은 어릴 때 같이 자란 친구였다. 밖으로 나가자, 에미얼이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짓고 서 있었다.

“예수야, 네가 여기 왔다는 걸 왜 진작 알려 주지 않았니?” 하며 에미얼은 긴 두 팔로 나를 껴안았다.

“어제 저녁에 도착했어.”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미얼은 자기 말을 계속했다. “내 친구야, 여기 얼마나 있을 거야? 지난 몇 해 동안 너를 만나지 못 했잖아.”

“여기 며칠밖에 못 있을 것 같아. 곧 떠나야 하거든.”

“너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사랑을 전하면서, 거룩한 말을 전해 주고 있겠지?” 반은 질문이고, 반은 설명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스스럼 없고, 친근감을 주고, 사랑이 많은 에미얼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쾅쾅거리는 목소리와 널찍한 가슴을 지닌 온순한 거인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에미얼과 함께 이웃 동네에 갔었는데, 그 동네 아이들이 내가 회당에 기도하러 간다고 놀린 적이 있었다. 그때 에미얼은 아이들과 나 사이에 버티고 서 있다가 아이들이 던진 돌에 맞아 얼굴이 찢어졌고, 아이들은 도망가 버렸다. 에미얼은 고맙다는 내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친구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거야’ 라고 했다. 에미얼 나의 좋은 친구.

“우리 집에 가자. 난 결혼했어. 얼마 있으면 아이가 곧 태어날 것 같아. 우리 집사람이 얼마나 너를 보고 싶어 하는지 몰라. 내가 네 얘기를 많이 했거든. 좋은 여자야.” 에미얼이 간절한 눈빛으로 초대를 했다.

“물론이지, 에미얼. 가고 말고.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너의 집엘 안 가겠니?”

에미얼은 한껏 신이 나서 더욱 쾅쾅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구 신난다! 네 친구들도 데리고 와. 네 어릴 때 얘기를 들려 줄 테니까.”

“먼저 회당에 갔다가 너의 집에 들를게.”

  “집사람한테 가서 알려야겠다. 너를 보면 얼마나 좋아하겠니.” 하며 에미얼이 서둘러 떠났다.

“예수야, 저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다. 매일 나를 보러 집에 와서는, 그냥 인사 드리러 왔다고 하지만… 나를 보살펴 주려 한다는 것을 나는 알지. 아주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했는데, 걷지를 못하는 장애인이란다. 그래서 에미얼이 집안 일을 다 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농사 일도 혼자서 해야만 하는 처지인 것 같구나.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도 막막한 상태인 것 같다. 그런 처지에 있으면서도 에미얼은 여전히 행복해 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있으니, 참으로 좋은 사람이다.” 어머니께서는 나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셨고, 나는 어머니께서 무엇을 청하고 계신지 알 수 있었다.

“네, 에미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언제나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남을 도와 주고 싶어 했구요…. 친절한 사람이고 온화한 영혼입니다.”

 

회당 안에서 나는 성령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며, 침묵 가운데 아버지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낸 후에, 제자들과 함께 에미얼의 집에 가기로 했다.

우리는 회당을 떠나 시장에 들려서 친구 가족에게 가지고 갈 음식과 선물을 샀다. 에미얼은 집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수야, 오는 데 참 오래 걸렸구나. 난 네가 안 오는가 싶어 걱정했다.” 에미얼이 솔직하게 말했다.

“에미얼, 내가 어떻게 너를 잊어 버릴 수 있겠니?” 내 말을 듣고 에미얼은 빙긋 웃고는 땅을 내려다 보았다.

“내가 결혼한 뒤로 우리를 찾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어. 아마 우리가 창피한가 봐.”

“그렇다면 그들은 진정한 친구가 아닌 거야. 친구 간에는 장애물이 없어야 하는 거니까 말이다.” 나는 에미얼의 넓은 어깨를 팔로 감싸 주면서 위로했다.

에미얼은 제자들에게 즐겁게 말했다. “어서 들어들 오세요. 누추한 집에 여러분 모두가 다 들어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우리는 모두 널찍하게 앉을 수 있었다. 에미얼의 아내는 탁자 옆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정말 아름다웠고, 특별히 눈이 아름답게 반짝였으나, 몸은 흉측하게 뒤틀려 있었다. 두 팔은 이상한 각도로 뻗어져 나와 있고, 두 발은 몸 뒤에 엉켜 있었는데,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 사람이 내 집사람인 미리엄 이야. 아름다운 여자지?” 에미얼은 아내를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

“여보, 이 사람이 내가 그렇게 많이 얘기했던 내 친구, 예수야.”

“예수님!” 나즈막하게 부르면서 그녀는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얼마나 굴욕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남편의 친구들인 우리마저 등을 돌리고 멀어지게 된다면, 자기 남편이 얼마나 가슴 아파할까 하고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리엄, 참 아름다운 이름이오. 그리고 참 아름답게 웃는군요.” 그녀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며 내가 말했다. 제자들이 그녀한테 상냥하게 인사했고, 몇 몇은 그녀를 안아 주었다. 유다는 뒤로 물러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다는 자기 앞에 있는 장애 여인에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에미얼이 왔다갔다 하며 연신 “앉아요. 안자요.” 했다. 상위에는 맛있는 과일들이 놓여 있었다. 에미얼이 돈을 많이 쓴 것이다. 그는 포도주와 물병을 가져왔고, 모두들 맛있게 마셨다. 싸구려 포도주라고 생각한 유다만은 마시지 않았다.

에미얼은 어린 시절의 모험담을 이야기하며 기쁨에 넘쳐 있었다. 에미얼이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것을 보고 제자들이 감탄했다. 에미얼은 미리엄을 안아서 자기 무릎에 올려놓고 말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내가 미리엄과 결혼한 날이었어. 미리엄은 정말 아름다운 여자야. 그리고 이제는 내 아기를 배고 있어.” 유다는 진저리를 쳤으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내가 미리엄을 보았을 때, 그녀의 뱃속에서 죽어 있는 남자 아기가 보였다. 그리고 내 친구를 바라보며, 그의 부푼 가슴에 넘치는 희망을 보았다. 미리엄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그들이 정말 자기를 좋아하는지 미심쩍고 불안해 하고 있었다. 유다의 기묘한 행동을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미리엄만은 느낄 수 있어서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있었다.

“에미얼, 내가 잠깐 미리엄을 안아도 되겠니?” 라고 말하면서 이 불쌍한 부부 때문에 내 마음은 울고 있었다. 에미얼은 나를 쳐다보면서 혹시나 내가 미리엄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다음 순간, 나를 잘 아는 그는 조심스럽게 미리엄을 나에게 안겨 주었다. 나는 미리엄을 팔에 안고 그녀의 양쪽 뺨에 입맞춤을 했다.

“아버지, 제 친구가 부인과 함께 아버지 앞에 있습니다. 아버지, 이 아들이 간청하오니 이 가정을 아버지의 자비로 채워 주시고, 그들의 가슴 속에 담긴 사랑이 치유의 사랑이 되게 해 주십시오.” 내가 기도하자 미리엄은 울기 시작했다. 나는 잠깐 눈을 감고, 가슴 속 깊이 아버지를 불렀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미리엄, 네 안에 있는 모든 것과 네가 처해 있는 모든 상태는 하느님의 자비로 치유를 받아라!”

나는 미리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기쁨의 눈물과 함께 그녀는 두 발로 일어 섰고, 그녀의 두 팔은 똑바로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다시 살아났다.

에미얼은 “미리엄, 미리엄!” 하고 소리치며 달려가서 그녀를 두 팔로 안아 올리고는 계속 소리쳤다. “하느님, 찬미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고맙다, 예수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제자들도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였고, 에미얼과 미리엄은 내 앞에 엎드려 발에 입맞춤했다. 나는 두 손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이럴 필요는 없어, 내 친구들아 너희 여생과 너희 자식들이 평생 동안 하느님을 찬미하며 잘 살기만 하면 돼.”

“예수야, 어떻게 이 은혜를 갚을 수 있겠니?” 에미얼이 진심 어린 눈빛을 하고 물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대로 순수하고 행복하게 살면서, 하루하루를 하느님께 바치는 것으로 은총에 보답하면 돼.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 일에 대해 말하지 말아. 아직 사람들이 알 때가 안 됐어.”

미리엄이 내 손에 입맞춤하며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님. 저희들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약속하고 말고요.” 구석에 있는 유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날 저녁 늦게 우리는 회당에 가서 아버지께 감사 드린 후 집에 계시는 어머니께 돌아왔다. 내가 대문으로 들어서자 어머니께서 “예수야, 고맙구나.” 하시면 내게 입맞춤하셨다. 제자들이 낮에 있었던 일들을 어머니께 말씀 드렸으나, 어머니께서는 놀라는 기색 없이 다만 감사와 사랑의 눈빛을 보여 주셨다.

 

 

 

예수님 +++  1996년 6월 8일

 

우리는 새벽녘까지 어머니와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시려고 당신 몸을 아끼지 않으셨고, 웃음과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에게 어머나 많은 기쁨을 안겨 주셨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제자들에게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는데,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을 때라도 양부 요셉이 오직 하느님께 의탁하셨다는 이야기와, 아무리 많은 역경을 겪더라도 어머니는 항상 완전한 기쁨 속에 사셨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며, 어떻게 베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좋은 모범이었다.

 

아침이 밝았을 때, 나는 다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경배하며 기도하였다. 기도가 끝나고, 우리는 집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착잡했다. 앞으로 할 일이 많고, 많은 사람들을 구원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을 치유해 주어야만 한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어머니께서, 슬픔을 감추시고 말씀하셨다. “자네들은 곧 떠나야 하니, 여행길을 위해 식사를 많이 해 두게.”

제자들은 평소와 달리 조용했는데 야고보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 떠나는 것이 슬퍼집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떠나는 것이 기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니까요. 좋으면서도 슬프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젊은 나이에 그런 지혜를 지닌 야고보를 대견해 하면서 나는 말했다. “하느님께 헌신할 때는 그런 법이다. 때로는 슬픔과 기쁨이 거의 동일한 것일 수 있다. 수많은 죄인들이 짓는 죄악에 대한 슬픔과, 그들을 죄악에서 구원하는 기쁨을 동시에 느끼듯이 말이다. 그리고 악을 쳐부술 때 당하는 고통과, 악을 쳐부수는 승리의 기쁨을 같이 느끼는 것도 그렇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을 허락하실 때에는, 그것을 통해 틀림없이 우리에게 가장 좋고 큰 보상을 받게 하신다.”

우리가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한 어린아이가 집에 찾아왔다. “예수님이 떠나시기 전에 우리한테 이야기해 주신다고 약속했어요. 예수님한테 말해 주세요. 지금 오셔서 우리한테 얘기를 좀 들려달라고요.”

어머니께서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지금 곧 가실 테니, 걱정하지 마라. 예수님은 약속을 질대로 안 잊어 버리신단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며 웃으셨다.

“떠나기 전에 너희들한테 갈 참이었다. 잊지 않고 있으니 어서 가 있거라. 금방 갈 테니까.”

어머니께서 나에게 오셔서 입맞춤하며 말씀하셨다. “할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겠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몸을 돌보고 쉬어 가면서 하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어머니!” 하면서 어머니를 껴안을 때 어머니의 눈물이 내 목에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자들도 모두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드렸고, 어머니께서는 우리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셨다.

우리가 나타나자,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은 “예수님, 예수님!” 하고 환호성을 올렸다. 나는 아이들 가운데 앉았다.

“어떤 남자가 있었는데….” 하며 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사람은 나병환자였단다. 사람들은 나병을 옮게 될까 봐 그 사람을 멀찍이 피해 다녔지. 어느 날 그 나병환자가 길을 가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 남자 두 사람과 여자 한 사람이 타고 가던 마차가 뒤집힌 거야. 한 남자는 마차 아래 깔렸고, 너머지 둘은 뼈가 부러졌어.

나병환자는 그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서 큰소리로 말했어.

“난 나병환자이긴 하지만, 혹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와 드리겠어요.”

“저리가 문둥아, 저리가!” 다친 상처 때문에 신음하면서도 여자가 소리를 질렀어. 뼈가 부러진 한 남자는 돌을 집어 들고, 자기를 도와 주겠다는 나병환자에게 던지기 시작했어.

그때 마차 밑에 깔려 있던 남자가 소리쳤어. ‘그 사람을 괴롭히지 마. 우리를 도와 주려고 하잖아. 자기도 고통 중에 있으면서도 우리를 생각해 주고 있잖아.’

‘저 사람의 병에 걸리기 싫단 말예요.’ 나병환자를 저주하듯 여자가 말했어.

‘나도 그래.’ 하고 다른 남자도 말했어.

‘내 생각에는 우리 가운데 누구보다도 저 사람이 더 건강한 것 같네. 저 사람은 인정이 넘치는 착한 마음을 지니고 있잖아. 우리는 아무도 그러지 못해.’ 마차 아래 깔린 남자는 일행을 나무란 다음 계속해서 나병환자에게 말했어. ‘나 좀 도와 주시오. 움직일 수가 없어요. 이 마차가 나를 눌러 꼼짝 을 못하겠어요.’

나병환자는 마차가 있는 데로 갔고, 다른 두 사람은, ‘내 몸에 손대지 마.’ 하면서 기어서 멀찌감치 피했어.

‘선생님, 마차에 곽 눌려 버렸군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제가 도와 드릴께요.’ 하고 나병환자가 말했어.

그는 풀려나간 두 말을 끌고 와서 밧줄을 마차에 연결시키고, 마차를 들어 올려 밑에 깔려 있던 사람을 구해냈지. 그 남자는 다행히 아무데도 다친 데가 없이 자기 발로 걸어 나와서 나병환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

그는 나병환자 손에 큰 돈주머니를 쥐어 주며 말했어. ‘당신의 병을 내가 고쳐 줄 수는 없지만, 이 돈으로 약간의 불편을 덜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멀리 피했던 여자가 말했어. ‘저 사람에게 돈을 주다니. 그에게 아무것도 줄 필요가 없어요.’

그러자 나병환자가 말했어. ‘선생님, 그 말이 맞아요. 안주셔도 돼요. 이 돈은 정말 필요한 불쌍한 사람에게 주세요.’

마차 아래에 깔렸던 사람은 울음을 터뜨리며 나병환자의 손을 잡고 입맞춤했어. ‘당신은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착한 사람이오. 마음이 차가운 사람들은 오리려 고난을 겪지 않고 있는데, 왜 당신 같은 착한 사람이 이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소.’ 그리고는 자기 일행을 돌아다 보았어.

그때 나병환자가 대답했어. ‘때대로 괴로움을 겪게 되면 남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고통이 하나의 은총이 될 수 있는 것은, 고통이 우리의 가슴을 사랑과 자비로 채워주기 때문이지요. 때로는 고통이 하느님께로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 주고,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고통 당한 사람들에게 천국에서 당신의 영원한 사랑으로 보상해 주십니다.’ 하고 말했단다. 얘들아, 이 이야기가 무엇을 가르쳐 주는지 이해하겠니?”

“네, 그럼요. 이해해요!” 모두가 힘껏 소리쳐 대답했다.

한 아이가 나서서 말했다. “마음이 착한 것이 중요하지,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너희들이 살아 가다 보면 고통을 받을 때도 있지만, 고통을 받으면서도 잘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면 그 고통은 큰 은총이라는 뜻이다.” 말을 다 마치고, 우리는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나자렛을 떠났다.

 

 

예수님 +++  1996년 6월 12일

 

나자렛을 떠나면서 나는 어머니와 함께 지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 어린 시절과, 우리 가족과, 즐거웠던 시절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다 타대오가 와서 물었다. “선생님,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가는 길이다.”

“아무 계획도 없이 어디로, 왜 가는지 염려되지 않으십니까?”

“나는 아버지께 다 맡겨 둔다….. 나를 보내고 싶으신 곳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인도하실 것이다. 내게 시키실 일이 있으면 그 일이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하시고, 할 일을 내게 보여 주실 것이다.”

“주님은 어떻게 그토록 아버지께 의탁하실 수 있는 지 놀랍습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다 타대오가 석연치 않은 듯 말했다.

“그렇지만 너는 지금 아무런 염려 없이 나를 따라오고 있지 않느냐? 너는 내가 어디로 가든지 따를 것이고, 내가 너를 옳은 길로 인도할 것임을 믿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너도 벌써 나처럼 의탁할 줄을 아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너는 내게 의탁하고, 나를 믿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너의 믿음이 참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인데, 나를 의심하거나 네 믿음이 크다고 뽐내는 일도 없이, 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믿음이기 때문이다. 너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네 믿음은 강하다. 너 아닌 다른 사람들은 누구나 너의 그 믿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신앙이란 그런 것이다.”

“주님, 저는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께서 아버지를 대신하여 말씀하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님을 따릅니다. 어떻게 주님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유다 타대오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버지와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을 너처럼 알게 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할 것이며,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너와는 달리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의탁할 만큼의 믿음을 갖지 못할 것이고, 내가 이끌어 주는 곳으로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과 나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부인할 것이다.

나의 친구 타대오야, 너의 마음은 굳건하고, 너의 사랑은 순수하다. 부디 변하지 말아라.”

 

 

 

예수님 +++  1996년 6월 15일

 

내가 어릴 적에 들른 적이 있는 마을에 다다랐을 무렵에 날이 저물었다. 집에서 나오는 불빛들은 마치 밤하늘의 별빛 같았다. 그 불빛들은 우리가 그 마을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안내해 주는 횃불 역할을 했다. 어두움 속에서 길을 밝혀 주고 우리를 집으로 안내해 주는 빛… 안전함을 느끼게 해 주고, 온화함을 가져다 주며, 어두움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빛, 누가 그 빛을 마다하랴!

마을 안으로 들어가, 숙식할 여관을 찾았다. 바르톨로메오와 야고보가 와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선생님, 여기는 술 주정꾼들과 난폭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른 데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야고보가 덧붙였다. “주님, 여기는 좀 무섭습니다. 다른 데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혼란과 죄가 넘치는 곳이다.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살피지 않고, 믿음이 있는 자들만 보살핀다면 무슨 좋은 일이겠느냐? 나는 몇 사람들만 구하고 온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을 구하러 온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용서와 사랑을 주러 왔다. 사람들은 그것을 받기만 하면 되는데, 받기 위해서 그들은 우선 무엇을 받는지를 알아야 한다. 앞으로 너희들이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며, 나를 따라올 모든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이 그것이다”

우리는 식사를 하려고 탁자에 둘러앉았다. 주위에는 곤두레가 되도록 술을 마시고 추잡한 이야기를 지껄이며, 인생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잡음으로 소란스러웠다.

“선생님, 하느님 안에서 진정한 위로를 찾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술로 위안을 찾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닙니까?” 베드로가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말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베드로의 말을 듣고 우리 뒤에 앉아 있던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이 뭔데 우리를 욕하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은 화난 얼굴로 싸울 자세를 취하며 일어섰다.

베드로도 일어섰다.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해 드릴 생각은 없었소. 용서하시오.”

“용서하라고?” 옆에 앉았던 사람이 큰 소리를 치며 덤벼 들었다. “남의 욕이나 하고 앉아 있는 꼴에다가, 비겁하긴 원!”

“나쁜 뜻으로 말한 게 아니오. 우리는 여기서 쉬면서 식사나 하러 온 것이니, 화내지 마시오.” 베드로가 자제하면서 말했다.

“줏대 없이 비겁한 녀석 같으니라고.” 한 사나이가 베드로를 밀었다. 나는 베드로가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을 보았다. 그의 급한 성질이 터질 찰나였다.

“베드로, 앉아라.” 내가 베드로를 막아서며 조용히 말했다.”

“왜? 당신도 싸우고 싶은 거야?” 그 남자가 다시 소리쳤다.”

“아니오, 싸우고 싶지 않소. 당신을 도와 주고 싶을 뿐이오. 당신은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분노하면서도 내적으로 갈등하고 있소. 어릴 적에 아버지가 항상 형만 사랑해 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오.”

나는 어리둥절하여 서 있는 그 사람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그리고 하늘에 계신 당신의 진정한 아버지께서도 당신을 사랑하시오. 친구, 하느님 안에서 평화를 찾으시오.” 그 사람은 잠깐 비틀거리더니 멍하니 자리에 앉았다.

조용한 침묵을 깨뜨리고 베드로가 물었다. “저 사람 괜찮겠습니까?”
“괜찮다. 지금 고통을 털어 버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 사람이 제 정신이 들 때까지 우리는 침묵을 지키며 식사를 계속했다.

마침내 술이 깨고 눈에 초점이 생긴 그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주님, 여기 잠깐 좀 앉아도 될까요?”

“물론이오, 친구.”

정신을 차린 그는 금방 베드로와 절친한 사이가 되엇 베드로에게 연신 용서를 청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용서하고 말고요. 아무 일도 아니었어요.”

베드로는 환하게 웃으며 한 팔로 그를 감싸 주었다. 그 사람이 내게 물었다. “주님, 떠나실 때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아내와 자식들과 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그들은 어떻게 하겠소?”

“그들은 주님께 맡깁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를 사랑한다면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 그들을 사랑해 주시오. 그것으로 당신은 나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는 것이오. 가족들의 사랑은 하느님께서 주신 특별한 사랑이오. 그러니 그 사랑을 귀중히 여기고, 세상에 그 사랑을 보여 주시오.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널리 퍼뜨리시오.”

“그렇지만 저는 주님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주님과 항상 같이 있고 싶습니다!” 그는 간절하게 말했다.

“나는 항상 당신과 함께 있소. 당신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나는 당신의 가슴 안에 있을 것이며, 당신 곁에 있을 것이오. 외로워하지 마시오…. 다시는 방황하지 마시오. 내가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다른 삶들에게 나에 대해 말해 주시오. 그것이 나를 따르는 길이오!”

남은 저녁 시간은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뜻에 대해 즐겁게 토론하며 보냈다. 떠나기 전에 그 사람이 말했다. “주님, 저는 이제 새 삶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저는 새로운 기운과 힘을 얻었습니다. 정말 가쁩니다. 만약 주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당장 달려오겠습니다.”

“당신은 장차 굳건히 서서 하느님의 자비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또 잘 해 나갈 거시오. 하느님을 위해 살아 가시오. 그리고 평화 속에 잘 가시오.” 우리는 모두 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베드로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름을 묻지 않았군요.”

“요셉입니다.”

“하느님의 일꾼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나를 쳐다보며 베드로가 말했다.

 

 

 

예수님 +++  1996년 6월 16일

 

우리는 쉬기 위해 방으로 갔는데, 큰 방 하나에서 모두 함께 자야 했다. 유다가 말했다. “선생님, 오늘밤 여기서는 비좁고 불편할 테니 주님과 우리 고참 몇몇은 다른 방을 하나 더 얻어야 하겠습니다.”

나는 유다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다야, 나는 너를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사랑하고, 너와 함께 여기에 있고 싶구나. 조금 불편하더라도 말이다.”

유다는 실망한 표정이었으나, 제자들을 보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제일 편한 자리를 차지하셔야 해.” 그리고 그는 방을 둘러보고는 다른 제자들을 밀어며 수선을 떨었다.

“주님, 여기가 제일 좋은 자리입니다. 그리고 차가운 밤에 주님을 따뜻하게 해 드리기 위하여 저는 주님 옆에서 자겠습니다.”

“아니다, 유다야. 나는 여기서 자겠다. 여기가 알맞다. 여기 와서 내 곁에 자거라.”

“그렇지만 선생님, 거기는 가장 추운 자리입니다. 찬바람이 들어온다구요.”

“난 괜찮다, 유다야. 네가 곁에서 따뜻하게 해 줄 테니 말이다.”‘

투덜투덜 불평을 하며 유다는 내 곁에 와서 누었다. “저쪽이 훨씬 나은데…. 야고보 녀석만 좋은 자리를 차지했잖아요. 보세요, 녀석이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야고보는 아주 만족스럽고 편안하게 누운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래, 야고보가 그렇게 편안한 것을 보니 참 좋구나.” 나는 유다를 진정시키고는 돌아누워 잠을 청했다.

한밤 중에 일어나 보니 유다가 야고보에게 자리를 바꾸자며 조르고 있었다. 잠이 덜 깬 야고보는 졸린 눈을 비벼 대며 항의하고 있었다.

“유다야, 넌 내 곁에 있고 싶다고 한 줄로 아는데.” 내 목소리를 듣고, 유다는 못할 짓을 하다가 들킨 듯 당황해 했다.

“그럼요, 선생님. 저는 단지 선생님께서 추워 보이셔서 선생님을 덮어드릴 담요를 가지러 왔을 뿐입니다. 야고보한테는 저의 담요를 주고, 야고보의 담요로 선생님을 따뜻하게 덮어 드리려구요.” 유다가 궁색하게 둘러댔다.

“자신의 결점을 덮는다고 해서 그 결점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거짓으로 그 결점을 감추려 하면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날 뿐이다. 야고보를 괴롭히지 말고 네 자리로 돌아와서, 하느님 아버지께 너의 결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너의 그 결점이 네 영혼을 멸망시키고 말 것이다.” 나는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며 마음이 슬퍼졌다.

유다는 제자리로 돌아와서, 그날 밤에 다시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내 옆에 있는 유다를 바라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결점을…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만에 빠져 그들의 죄를 다른 죄로 감추려 하고, 이렇게 지은 죄를 더 큰 죄로 감추려 하는 것을 생각하며 오래도록 깨어 있었다.

그것이 죄와 악의 수법이다. 그것은 유다와 같은 사람들을 어두움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끌고 들어가 악순환의 함정에 빠지게 한다. 가엾은 유다, 수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혼의 눈이 멀어 그 결점을 보지 못한다…..

 

 

 

예수님 +++  1996년 6월 23일

 

우리는 일어나서 함께 기도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아버지께 오늘 하루를 바치고, 우리 삶에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했다.

“주님, 우리는 왜 하느님께 우리의 삶을 계속 반복해서 바쳐야 합니까? 한 번만 하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야고보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야고보야, 그것은 말이다.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아버지께 매일 우리의 삶을 바치는 것이다, 네가 어렸을 적에는…” 하는데 유다가 끼어들었다. “야고보는 아직 어린 아이예요. 주님! 다른 제자들은 모두 조용히 있는데, 유다 혼자서 자기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야고보가 재빨리 대꾸했다. “비록 아직 어릴지는 몰라도, 나는 적어도 누구처럼 항상 불평만 하고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란 말야. 그리고 나눠 가져야 할 것을 혼자 차지하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

“야고보야, 화내지 말아라. 네가 하느님의 일꾼이 되려면 분노를 억제할 줄 알아야 하고, 혀를 억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유다, 너는 남을 조롱하는 것이 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농담으로라도 남을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농담은 재미있어야 하되,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유다는 금방 기가 죽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그러나 유다가 또 다신 그럴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야고보뿐 아니라,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너희들이 어린 아이였을 때, 부모님께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말했느냐? 너흭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부모님이 기뻐하시지 않았느냐? 또 너희 부모님은 너희들에게 몇 번이나 너희를 사랑한다고 하셨느냐? 아무리 여러 번 사랑한다고 하셔도 너희는 그 말을 듣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 말은 너희에게 기쁨과 평화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도 마찬가지이시다. 너희가 들려 주는 사랑의 말을 듣고 싶어 하시면,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다 들으신다. 너희가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기꺼이 들으시고 즐거워하신다. 그리고 너희에게 당신의 사랑을 부어 주시어, 위안과 안정을 얻는 기쁨을 누리게 해 주신다. 아버지의 사랑 안에 있으면 어떤 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날마다 그 날을 아버지께 바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버지께 크나큰 기쁨을 드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생활의 순간 순간이 하느님의 것이며, 온종일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 계시는 것을 알게 되면 너희는 위안과 안정을 얻게 될 것이다.”

“하느님을 더욱 찬미합시다.” 흥분한 마태오가 열정적으로 말했다.

“우리 마음을 야훼께 열어 드리자.” 요한이 동의하고 나섰다.

시몬은 큰 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표정을 하고 있는 유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기쁨에 넘쳐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우리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어린 하녀가 나에게 와서 물었다. “누님, 주님께서 나자렛의 예수님 이시라는 게 사실입니까?”

“그렇다.” 나는 친절하게 대답하며 그 아이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오, 주님. 저는 주님에 대해서 많은 말들을 들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갇힌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러 오셨다고 사람들이 말 했습니다. 주님, 저를 해방시켜 주십시오. 저는 사마리아에 있는 식구들에게 돌아가고 싶은데, 제 가족이 이 여관 주인에게 빚을 져서 그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여기서 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가 싫습니다. 남자들이 제게 손을 대고 조롱합니다.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주님. 제가 여기서 해야 하는 일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제발 도와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전 죽을 것입니다.” 어린 하녀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울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얘야, 네가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네가 하기 싫은 짓을 강제로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람들이 너를 비천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이 너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오직 그들의 편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얘야, 외모뿐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운 너를 나는 참으로 사랑한다. 네가 하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너는 사람들이 강요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당하고 있을 뿐이다. 네가 그러한 강요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니 죄를 범하는 사람은 네가 아니다.

절망하지 말아라. 네가 죽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네가 죽으면 가족들에게 고통과 죄책감만 남겨 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들이 진 빚 때문에 네가 겪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며 가슴을 찢고 있는 가족에게 말이다.

너의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네가 아버지의 눈에게 읽었던 그 굴욕감은 너를 수치스럽게 생각해서가 아니고, 자신의 빚 때문에 딸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자신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큰 눈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가슴을 움켜쥐고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 아버지가 아직도 저를 사랑하신다고요? 정말입니까, 주님?”

“그럼, 사랑하고 말고. 너도 아버지를 사랑해 드리고 용서해 드려야 한다.” 그 아이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있는데, 여관 주인이 와서 고함을 질렀다. “야, 그만 울지 못해? 손님들한테 귀찮게 굴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해!”

“괜찮소. 이 아이와 이야기하는 것이 나는 즐겁소.”
“선생님, 저 계집아이는 쓸모가 없습니다. 게을러서 어떻게 하면 일을 안 할까 하고 궁리만 한다니까요.” 여관 주인은 아이를 비난하는 투로 말했다.

“당신 딸이라면, 이 아이에게 강제로 시키는 그런 일을 하기 좋아하겠소?” 나는 그 주인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아, 아니오. 안 좋아하겠지요. 하지만 제 딸은 귀한 아이입니다. 저 아이와는 다르다고요.” 여관 주인은 어린 하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 딸과 저 아이의 다른 점이 무엇인 것 같소?” 내가 되물었다.

“이 아이는 사마리아 족이고, 자기 아버지가 나한테 빚을 졌지요.” 여관 주인이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그것 때문에 이 아이가 쓸모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이 아이는 그 빚 값으로 여기 온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 딸을 빚 값으로 내놓지는 않습니다. 그것만 보더라도 이 아이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겁니다. 이 아이가 얼마나 쓸모가 없었으면 아이 아버지가 내버렸겠습니까?” 그는 눈을 부릅뜨고 격렬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아저씨가 우리 아버지를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협박하면서 저를 내놓으라고 강요했잖아요.” 어린 하녀가 부르짖었다.

“가만있지 못해!” 여관 주인은 아이를 때리려고 손을 들어 올렸다.

“그만 됐어요! 애를 때리지 마시오. 빚이 얼마나 됩니까?” 내 말을 듣고 유다가 안색이 달라지며 안절부절 하기 시작했다.

“은전 10전 입니다.”

“그렇게 많지 않아요. 겨우 2전밖에 안 돼요.”

“입 닥치지 못해, 너 맞아볼래!” 여관 주인은 아이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나서 나에게 다시 흥정을 걸었다.

“어쨌든 이자도 내야 합니다.” 나는 그 사람의 가슴 속에 가득 찬 탐욕, 분노, 암흑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당신은 왜 우는 겁니까? 이 아이가 그렇게 마음에 걸립니까?” 여관 주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여보시오. 나는 당신이 불쌍해서 우는 겁니다. 슬픔과 암흑으로 가득 찬 당신의 영혼을 보고 있기 때문이오. 질투와 분노로 당신이 죽인 사람을 보고 있고, 하느님 앞에 갔을 때 그 죗값으로 당신이 치러야 할 형벌을 보고 있는 것이오.” 나는 그의 영혼을 슬퍼하며 말했다.

“맙소사!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 내가 알 바 없지. 이 아이의 빚을 대신 내줄 거요? 말 거요?”

“유다야, 돈을 지불해라.” 여관주인은 만면에 희색이 가득했지만, 돈을 건제 주는 유다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말했다. “가족들한테 돌아가서 그들을 사랑해 주어라.” 어린 하녀는 달려와서 내 목을 껴안고 이마에 입맞춤 하면서 연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되풀이했다.

여관 주인은 돈을 세면서 혼잣말을 했다. “이렇게 돈을 내버리다니…”

“아니오.”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영혼을 내버리다니요!”

그 아이는 짐을 챙겨 들고 떠나기 전에 나에게 와서 말했다. “주님, 주님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나도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네가 결코 수치스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하느님께서 너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여라.” 그 아이는 나에게 큰 절을 하고 기쁨의 눈물과 함께 시편을 노래하면서 떠나갔다.

“나가자. 나는 더 이상 여기 머무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식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요.” 아직도 만면에 희색이 가득한 여관 주인이 말했다.

“나는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졌소.”

 

우리는 회당으로 향했다. 바르톨로메오와 베드로가 내 곁에 가고 있었는데, 바르톨로메오가 주막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님,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분별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그 사람은 자기의 행실이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 줄을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요, 주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베드로가 동의를 했다. “그 사람도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그 아이와 가족에게 한 짓이 나쁘다는 것과, 하느님의 법을 어기며 살고 있다는 것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그 아이를 때리려고 했을 때, 저는 마음에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주님께서 때리지 말라고 하셨을 때 그 사람이 손을 멈추지 않았다면 제가 그 사람을 때려 주었을 것입니다.”

“너희들은 이제 죄가 어떤 것인지 알겠느냐? 죄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다른 사람들의 죄가 너희들로 하여금 어떻게 죄를 짓게 하는지 알겠느냐? 그 가련한 사람은 영혼이 메말랐기 때문에, 그 메마를 영혼을 감추기 위해 죄를 범한다. 이전에는 자신의 악한 버릇에 죄책감을 느끼곤 했지만, 그 사람은 양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자신의 그런 죄책감을 억누르려고 하다 보니, 더 많은 죄를 자기 안에 받아 들이게 되었고, 마침내 양심이 마비되어 그 양심의 소리가 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사람을 인도해 줄 양심이 마비되고 없어지면, 죄가 더 이상 악하게 보이지 않게 되는데, 그러면 점점 더 죄를 용납하게 된다. 그리고 나면 죄가 일상의 일처럼 보이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나서도, 아무런 느낌이 없기 때문에 별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약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그들을 이용하고 자기 종처럼 부려먹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죄악이다. 탐욕이 그의 가슴을 덮고, 자만이 그의 영혼에 가득 차 있어서, 악마가 곁에 서 있는데도 그 악마를 보지 못한다.

그것이 영적인 눈멀음 이며, 육신적인 눈멀음보다 더 불쌍한 것이다. 육신적 눈멀음은 적어도 자신이 소경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영적으로 병든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병들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악마는 이러한 사람들의 안팎과 주위에 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고, 사람들을 악의 소굴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좀 전의 그 여관 주인 같은 사람을 보게 되면 분노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 사람에 대해 분개하거나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죄를 짓고서라도 그 사람의 죄악을 멈추게 하고 싶어 한다…. 폭행을 하거나, 증오심으로 학대하거나, 적개심을 다름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등의 죄를 짓고서라도 그 사람의 죄악을 막으려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 속에 스며든 악으로 눈멀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행동방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모르고 행동할 때, 착한 사람들도 악마에 이끌려 지신도 모르게 악한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악마가 얼마나 속임수에 능한지를 분명히 알아 두어라. 그러기 너희가 무엇을 하든지, 무엇을 말하든지, 무엇을 생각하든지 간에 언제나 사랑과 평화를 첫째로 앞세워야 하는 것이다.”

내가 말을 끝내자 바르톨로메오가 감격해 하며 말했다.

“주님, 지금 하신 말씀은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제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저도 그 여관 주인한테 화가 났고,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기를 바랐습니다. 이제는, 영적으로 병든 그 사람이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저 역시 그렇게 화를 낸 거이 죄송스럽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었어야 할 때, 저는 그 사람을 때리려고 했으니 말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주님!” 베드로가 뒤통수를 만지며 말했다.

“부끄러워할 것 없다. 오히려 악마가 너희를 어떻게 꾀어 내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희가 불쌍한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고 싶어진 것도 기뻐해야 할 일이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 우리는 회당에 도착했다.

 

 

 

예수님 +++  1996년 6월 24일

 

우리는 회당에 들어가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얼마가 지난 후에 내가 일어서서 말했다. “다윗은 야훼께 대한 믿음이 충만했고 야훼께 대한 사랑이 넘쳤던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온 백성들에게 보여 준 좋은 본보기였습니다. 다윗의 후손들은 지금도 이스라엘에 살고 있지만, 다윗이 물려 준 그 믿음은 어디에 남아 있습니까? 오늘 다윗이 자기 후손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하느님을 어떻게 사랑하고, 얼마나 하느님께 의탁하며 사는지를 알게 된다면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과연 다윗은 자기 후손들이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오늘날 이 넘치는 죄악을 보며 슬퍼하지 않겠습니까?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란 말인가? 이 사람들이 내 후손이란 말인가?’ 하고 통탄하지 않겠습니까? ‘하느님을 위하여,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을 통하여 얻어 준 것을 어쩌면 이렇게 쉽사리 내동댕이쳐 버릴 수 있을까’ 하고 기막혀 하지 않겠습니까? 과연 다윗은 오늘날 이 세대를 저주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말을 마치자,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토마스라는 노인이 일어나서 말했다. “정말 훌륭한 말이었네, 예수! 자네는 우리가 생각해야 할 많은 것을 이야기하였네.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우리한테 놀라운 지혜를 보여 주었네. 오늘날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좀 더 많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자네 말을 듣고 있자니 자기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고, 회당에서 기도하는 일이 거의 없는 요즈음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생각하게 되네. 나는 그들을 ‘일어 버린 세대’라고 말하고 있다네.

그러나 이 나라 원로들을 보면, 요즈음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네. 이 나라 지도자들을 보면, 그들은 자기 권력과 자기 부귀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네. 그들은 거짓 신들의 앞에서 절을 하고, 외국인들과 비 신자들의 뜻을 자기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네. 그들은 자기 직위와 세력을 지키기 위해 아첨하며 타협하고 있다네. 예수, 자네 말이 옳은 것이네. 다윗은 야훼의 나라인 이 나라가, 왜 지금 이렇게 되었는가 하고 기막혀 할 것이네.”

그 노인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회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내 말고 노인의 대답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회당을 떠날 때, 토마(필사자 주: 토마스)노인이 바깥까지 따라 나왔다. “예수, 자네를 다시 보게 되어 정말 반가웠네.”

“저도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회당에 있는 사람 중에는 자네의 말을 듣고 화를 낼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네!”

“네, 압니다. 그러나 잠들어 있는 그들을 흔들어 깨우기 위해서는 진리를 말해야만 합니다.”

“나는 언제나 자네 말 속에 깊은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네. 조심해야 하네. 그들이 자네를 해치려고 할 지도 모르니까.” 노인은 근심스런 얼굴로 말했다.

“진리를 말해야 하고, 하느님의 사람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만이 전부이십니다.”

“알고 있네. 알고 있어. 그래도 자네의 그 열성 때문에 곤궁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게나.” 하고 당부를 한 다음 “우리 집으로 가서 잠깐 이야기하지 않겠나?” 하고 노인이 청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언제나 즐겁습니다.” 나는 노인과 지난 날에 나누었던 대화들을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집은 깨끗하고 단정했지만, 외로움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내가 나이가 많아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한다네. 하느님을 가까이 하며 살라고 말해 주면, 대부분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다네. 집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로 내가 까다로워졌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네.” 노인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정신이 나간 것이라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할아버지처럼 정신이 나가 준다면, 그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겠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정신이 나가 준다면 그들은 자기 영혼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하루 종일 노인과 지냈는데, 제자들은 하느님께 대한 토마스 노인의 깊은 사랑에 놀랐고, 노인이 들려 주는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지혜에 감탄했다. 우리가 떠날 때 노인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예수의 말을 잘 따르게나. 나는 예수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하느님께서 예수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잘 안다네.”

나는 노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할아버지, 하느님께서 할아버지의 손 안에 당신의 손을 두고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금방 알아듣고는 얼굴이 빛났다. 다시는 할아버지가 외롭지 않을 것 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예수님 +++  1996년 6월 26일

 

나는 더 이상 그 마을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서, 제자들에게 말했다. “예루살렘으로 가야 할 때가 되었다. 오늘 밤에 예루살렘으로 떠나자.”

“그렇지만 주님, 금방 어두워질 테고, 우리는 더 쉬어야 합니다.” 유다가 불안해 하며 말했다.

“오늘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쉬었으니, 밤에 좀 걷는다고 별 일이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크게 말하면서 돌아보니 유다 뿐 아니라, 다른 몇몇 제자들도 밤에 여행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주님, 위험할 텐데요.” 언제나 밤이 오면 일찍 자고 싶어하고, 밤이 아니라도 잠자기를 좋아하는 바르톨로메오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아버지께서 우리를 지켜 주시니까.”

보통 때 같으면 나를 두둔했을 베드로도 나섰다. “선생님,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떠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밤에 여행하면 위험이 따르게 되거든요.”

“베드로, 너는 나를 신뢰하느냐?” 내가 물었다.

“물론 신뢰합니다만, 저희는 분별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베드로가 대답했다.

“베드로, 너는 나를 신뢰하느냐?” 나는 다시 물었다.

“제가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좀 위험합니다.”

“베드로, 너는 나를 신뢰하느냐?” 나는 베드로를 똑바로 쳐다보며 또 다시 물었다.

“네, 주님을 신뢰합니다. 뭐라고 하시든지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고개를 떨구면서 베드로가 말했다.

“신뢰한다는 것은, 내 보호 속에 있으면 안전하고,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고, 성령으로 인해 안전하다는 사실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신뢰한다는 것은, 어떤 위험한 일이 생기더라도 하느님의 뜻에 자기 자신을 완전히 맡기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너희를 보호해 주신다는 것을 가슴 깊이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야고보가 끼어들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신뢰합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좀 두려워집니다.”

“때때로 두려워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너희들을 보살펴 주신다는 것을 믿고 그 두려움을 극복할 때, 너희들의 참 신앙을 보여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관에 남겨 두었던 짐을 챙겼다. 우리가 떠나는 것을 보고 여관 주인이 소리를 질렀다. “하인들을 좀 더 해방시킬 셈이오?” 그리고는 껄껄대고 웃기 시작했다. 그 주인이 어린 하녀에게 하던 짓을 보면서 참을 만큼 참았던 베드로는, 주인의 조롱 섞인 웃음에 이성을 잃었다. 베드로가 여관 주인한테 달려가서, 목덜미에 손을 대려는 순간이었다.

“베드로!” 날카로운 나의 외침소리가 베드로의 동작보다 조금 빨랐다. “그만 두어라! 그러는 게 아니다.” 베드로는 불현듯 자기 성질에 못 이긴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얼른 손을 멈추었다.

베드로가 되돌아서서 우리한테로 걸어오고 있는데, 여관 주인이 베드로의 뒤에다 대고 떠들었다. ‘덜 떨어진 겁쟁이라니까. 자기 친구들이 말릴 줄 알고 허풍을 떤 거구만.” 여관 주인은 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고, 여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같이 웃어댔다.

나에게 걸어오고 있던 베드로는 여관 주인의 조롱 때문에 모멸감을 느끼고 있었다.

“베드로, 이런 조롱을 무시하기가 힘들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이런 조롱을 무시할 때 너는 나에게 깊은 사랑을 보여 주는 것이다.”

“주님, 정말 참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여관을 나와서 걸어가고 있을 때까지도 여전히 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베드로의 상한 마음을 위로해야만 했다. “너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방금 네가 한 행동은 넓은 마음과 굳센 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베드로야, 너는 나를 정말 기쁘게 해 주었다!”

기분이 아직 덜 풀린 베드로가 대답했다. “주님, 주님과 함께 하느님의 길을 걷는 것이 때로는 정말 좌절감을 느끼게 합니다.”

“알고 있다. 베드로. 그러나 언제나 내가 너를 도와 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내게 도움을 청하기만 하여라. 그러면 나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갑자기 야고보, 요한 그리고 안드레아가 베드로 옆에 다가섰다. 야고보가 베드로의 가방을 뺏어 들며 말했다. “내가 대신 들어 줄께.”

안드레아가 베드로에게 팔짱을 끼며 애교를 떨었다. “형, 난 형이 자랑스러워. 형은 싸우지 않고, 우리들에게 순명과 겸손의 본보기를 보여 준 거야”

“정말 그런 거야?” 베드로는 흐뭇해져서 움츠렸던 어깨를 약간 펴 올렸다. 요한이 마무리를 지었다.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그렇게 바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을 수 있었는지 정말 탄복했어!”

베드로는 이제 창피한 검정을 다 잊어 버리고 앞장을 섰다. “자, 그럼 예루살렘으로 가자.”

유다가 내게 와서 귓속말을 했다. “선생님, 저희는 돈을 좀 더 얻어야 하겠습니다. 선물을 사고, 그 여자 아이를 풀어 주느라고 돈을 지불하는 바람에 몰래 남겨 둔 예비금조차 거의 다 나갔습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주실 것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예비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었느냐?” 유다는 황급히 내 곁을 떠나더니 그날 밤 다시는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예수님 +++  1996년 6월 27일

 

길을 따라가다 보니 새벽이 밝아왔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아름다운 색채가 하늘에 물들었다.

“아, 주님. 이 새벽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아름다운지 보십시오.”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새벽 정경에 푹 빠져있던 요한이 감탄했다. “인간이 즐기라고 주신 하느님의 창조물!”

“그렇다, 요한아. 그렇지만 다른 창조물이 지닌 아름다움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땅에 기어 다니는 개미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그것도 하느님의 창조물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개미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보아라. 들어올리지 못할 것만 같은 것도 힘을 내어 들어올리고, 제 앞에 놓인 일을 성취하기 위해 동료들과 힘을 합해 일하는 것을 보아라. 얼마나 놀라운 하느님의 창조물이냐! 하느님께서는 창조사업에서 맡은 제 역할을 완수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개미들에게도 주신다.”

“주님, 그 말씀에는 또한, 사람은 서로를 위해 함께 합심하여 일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창조사업에서 사람이 맡은 역할을 완수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주시기 때문에, 결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도 있는 것 같구요.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한량없이 베풀어 주시는데,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베풀어 주신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요한 너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주님께서 먼저 저에게 가르쳐 주시면, 저는 온 힘을 다해서 사람들을 가르치겠습니다.” 요한이 나를 위로하려는 듯 애써 말했다.

“너는 사람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틀림없이 그렇게 되고 말고.” 요한과 나는 각자 생각에 잠긴 채 뒤에 쳐져서 한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여기서 잠깐 쉬면서 기도하기로 하자.” 나의 말을 듣고 제자들은 반가운 표정을 하였다. 다들 밤새워 걸었기 때문에 몹시 지쳐 있었다. 우리는 큰 나무 아래 둘러앉아서 시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각자 잠시 동안 묵상 기도를 했다.

“아버지께 노래 하나를 불러드리자. 그리고 나서 나는 잠깐 동안 혼자 있어야겠다.” 가슴에서 우러난 우리들의 노래는 하느님 찬미의 열정과 함께 아침 공기 속으로 퍼져나가며 아름다운 음악을 이루고 있었다. 노래를 마치고 나서, 나는 제자들을 떠나 멀리 보이는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 요한과 야고보가 멀찌감치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내게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망을 보려는 것이었다. 자기들 딴에는 몰래 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잔디로 덮인 파란 언덕이었다. 파란색 담요로 덮여져 있는 듯한 들판에는 여기저기 피어난 들꽃들이 가지각색의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창조물인가! 나는 조용히 앉아서, 아버지께서 창조해 놓으신 조물들의 경이로움을 음미했다. 그리고 기도 속으로 부드럽게 빠져들어 갔다. 기도 중에 두 천사가 나타나서, 겸손과 사랑으로 눈을 아래로 뜬 채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천사 사이에 아버지께서 나타나셨다.

“내 아들아, 이제 머지않아 네가 사람들 가운데 높이 올려질 시간이 올 것이다. 네가 충분히 강해졌을 때 그 시간이 올 것이고, 마지막 승리는 너의 것이 될 것이다. 네 앞에 큰 시련이 다가올 것이나, 너는 내 아들로서 그 시련을 극복할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게 명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너무나 큰일이기에 제가 과연 견디어 낼 수 있을지 염려될 때가 있습니다.”

“내 아들아, 너는 견디어 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네 마음 속에 일어나는 것은 너의 인성(人性) 때문이다. 촌 천국이 네 지휘를 기다리며 네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아라. 그리고 너한테는 그 시련을 극복할 성령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라. 너의 성령은 나의 성령이고, 너는 나와 하나이므로 아무것도 너를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워 주었고, 아버지의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 지금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죄가 있고, 앞으로도 많은 죄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을 보거나, 자신이 어떤 곤경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그들이 불쌍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아들아, 너는 그들의 눈과 마음을 열어 주기 위해 여기 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인간을 구해 주기 위해 네가 여기 와 있는 것이다. 내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너의 언행을 본받게 하여, 그들이 천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그분이 사랑에 압도되었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내 사랑의 힘이다. 너는 나의 사랑이다.”

나는 눈을 감고 잠시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가, 빵 굽는 냄새를 맡고 깨어났다. 시장기를 느꼈기에, 분주하게 음식을 요리하고 있는 제자들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걸으면서 힐끗 보니, 요한과 야고보가 수풀 뒤에 숨어서 아직도 나를 지켜보며 망을 보고 있었다.

 

제자들은 불가에 몰려 앉아서 빵이 데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다가 말했다. “주님, 먹을 것이라고는 데운 빵밖에 없고, 그것도 곧 다 떨어지게 생겼습니다. 돈을 좀더 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굶게 될 것입니다.”

“유다야,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느냐? 아버지께서 모두 주실 것이다.” 이미 여러 번 말해 주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는 유다 때문에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다른 제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운데 놓인 적은 양의 음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들도 다음 식사를 언제나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제자들아!” 나는 기분을 북돋아서 말했다. “이제 식사를 하고 다시 떠나야겠다.” 제자들은 별 반응이 없었는데, 그때 요한과 야고보가 딸기를 한아름씩 안고 왔다.

“이것 좀 봐.” 야고보가 소리치며 두 팔을 벌리자, 딸기가 사방으로 떨어졌다.

“바로 저기 숲 속에 아주 맛있는 딸기들이 수북히 있다구. 정말 맛있어. 좀 먹어봐.” 요한이 신이 나서 외쳤다.

데운 빵과 딸기를 먹으며 제자들은 즐거워했다. 참으로 멋진 식사였다. 나는 조용히 아버지께 감사 드리고 나서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창조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다. 아버지께 감사기도를 드리자!”

식사를 마치고, 만족스런 표정을 한 제자들은 모두 기쁘게 하느님을 찬미했다. 기도가 끝나고 제자들에게 알려 줄 말이 있었다. “너희들이 하느님께 완전히 의탁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것이고, 너희들의 모든 근심 걱정을 해결해 주실 것이다. 오직 필요한 것은 하느님께 의탁하는 마음뿐이다.”

제자들은 내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중 몇 사람이 표시하는 동의는 기쁠 때만 하는 동의였고, 슬플 때는 거부하는 그런 동의였다.

 

다음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맞이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예수님이시다. 그분이 여기 오셨다!”

“예수님, 제게 손을 좀 대어 주십시오.” “예수님, 저를 좀 낫게 해 주십시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외쳐 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빙 둘러쌌는데, 한쪽 벽에 기대 서있는 거지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앞을 못보고, 말을 못하고, 걷지 못하는 장애인들이었다. 나는 돌아서서 그 거지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거지들은, “고쳐 주십시오. 예수님, 저를 고쳐 주십시오.” 하고 외치며 나를 만지려고 몸부림을 쳤다. 제자들은 질서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거지들에게 가까이 갔는데도, 그 중 몇 명은 내가 거기 있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형편없이 찢어진 옷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는데, 굶주려서 바싹 말라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불쌍한 이 사람들을 돌보아 주지 않은 것이 명백했다.

나는 땅바닥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한 젊은이에게 몸을 구부렸다. 그 젊은이는 앞을 못 보는 데다가 귀가 안 들렸고 말도 못했다. 지난날에 받아온 학대와 냉대로 인해 그의 얼굴은 공포에 젖어 있었다. 내가 그의 영혼을 들여다 보니, 고통과 외로움과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인간의 상태를 그 젊은이 안에서 다 볼 수 있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 위에 얹고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의 사랑으로 앞에 있는 아버지의 이 아들을 고쳐 주시고, 아버지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소서.”

그 젊은이는 눈을 번쩍 뜨고 나서 말했다. “보인다. 볼 수 있어. 말도 할 수 있다. 그래, 말도 할 수 있어. 그리고 내 목소리도 들리는구나.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찬미 받으소서!” 놀라움으로 바라보고 있는 군중들 앞에서 그 젊은이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때 다른 세 명의 거지들도 소리쳤다.

“걸을 수 있다!”

“나도 볼 수 있어!”

그리고는 네 사람이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하느님을 찬미했다. 군중들 사이에 한 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가 그들은 일제히 소리쳤다. “저도 고쳐 주십시오. 제게 손을 대어 주십시오.” 나는 그들 사이를 오가며 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대어 치유해 주었다. 사람들을 거의 다 치유했을 즈음, 유다가 사람들이 주는 돈을 거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유다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

 

 

 

예수님 +++  1996년 6월 29일

 

“쉴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선생님. 사람들의 요청이 그렇게 많았으니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베드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대답을 막 하려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한 동안 우리를 따라오던 여자가 다가왔다. “주님, 주님과 주님 제자들이 오늘밤 저희 집에 가서 머무르시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우리를 초대한 여자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의 집은 방이 여럿 있습니다.”

“저 여자 집에 머무르시지 마십시오.” 아직도 남아 있던 사람들 중 몇 사람이 소리쳤다.

“저 여자는 로마인에게 몸을 팔아서 돈을 버는 여자입니다. 우리는 저 여자와 상대하지 않습니다. 아주 더러운 여자입니다.” 그들은 경멸에 찬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나는 그 여자의 괴로움에 시달린 가슴 속에서 극심한 고통과 지극한 슬픔과 그리고 참으로 많은 사랑을 보았다. 그녀는 동네 사람들한테 받아온 냉대를 또 받게 될까 봐 미리 겁을 먹고 돌아서서 가버리려고 했다.

“물론 당신 집에 머무르도록 하겠소.”

그녀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획 돌아서서 내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십니까?”

“그렇소. 기쁘게 머무르겠소.” 내가 기꺼이 승낙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따라오십시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집으로 가는 중에 마태오와 유다 타대오가 무엇인가 말할 요량으로 나에게 왔다. 마태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이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분개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유다 타대오가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주님. 우리는 문제를 일으키거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요.”

“지금까지 나를 따라다니면서 너희는 아직도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느냐? 그렇다면 너희는 내가 가르친 것을 아직도 다 배우지 못한 것이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하느님 말고는 아무도 할 수 없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고 할 때는, 주로 악의와 증오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절대로 남을 판단하지 말아라. 그러한 일은 하느님께 맡겨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오직, 그들을 도와 줄 수 있는 기회만을 생각하고, 그들을 하느님께 가까이 데리고 올 수 있는 기회만을 찾도록 하여라. 너희가 그 이외의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하느님만이 심판관 이시라는 것과, 다른 사람이 너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여라. 너희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일을 우선으로 삼아야지, 사람의 일을 우선으로 삼으면 안 된다. 하느님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서는, 그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하느님을 첫째로 생각하여라.”

마태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주님, 저희의 의지는 너무 약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압력을 가하기만 하면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맙니다. 가슴으로 생각하기보다 머리로 생각하기가 십상이고요. 주님, 저희를 용서하시고 더 잘 깨달아 알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그래서 저희가 더욱더 주님을 닮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마태오야, 언젠가는 그러한 깨달음을 너희들 마음 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너희들을 사랑과 자비로 가득 채워 주실 하느님의 성령으로 인해 너희 영혼들이 불붙을 것이다. 지금 너희가 추구하고는 있으나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그 모든 것을 어느 날인가는 다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은 온 세상이 기억하는 날이 될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어머니와 제자들이 함께 모여 있을, 사랑이 가득 넘치는 그 방을 잠시 생각했다.

마태오와 유다 타대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장차 성령께서 그들을 축성하실 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줄을 그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예수님 +++  1996년 6월 30일

 

우리는 그 여자의 집에 도착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자기 이름이 유디트라고 말한 후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집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큰 집이었다.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대문으로 나온 두 하녀가 우리를 안내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십시오. 이 집은 바로 여러분의 집입니다.” 유디트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는 큰 방으로 들어갔다. 제자들은 짐 꾸러미를 하인들에게 주었는데, 유다만은 자기 가방을 절대로 건네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 가방 속에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준 기부금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부엌으로 간 유디트가 하인들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제일 좋은 음식을 장만하고 가장 좋은 포도주를 꺼내라. 특별한 손님이 오셨으니 최선을 다해 대접해 드려야 한다. 저 손님들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구나.”

하녀들 가운데 하나가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음식이 조금밖에 안 남았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머잖아 마님은 뭔가를 또 팔아야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있을 텐데요. 무엇으로 저분들을 대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빵도 조금밖에 없고, 우유도 조금밖에 없는 걸요. 포도주는 아예 없구요.”

상냥하면서도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유디트가 말했다. “애야, 여기 이 반지를 팔아서, 제일 값진 포도주와 가장 맛있는 음식을 사 오너라.”

“마님, 그것은 결혼 반지 아닙니까? 절대로 그건 파실 수 없습니다.” 다른 하녀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게 내가 가진 유일한 반지구나.” 하는 유디트의 목소리에 슬픔이 섞여 있었다. “남편에 대한 나의 사랑과,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함없이 남아 있을 거야. 어서 가서 반지를 팔아 음식을 사오너라. 손님들이 시장하실 테니…”

“유디트.” 큰 방에서 부르는 내 소리를 듣고, 유디트는 두 하녀를 앞세우고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왔다.

“네, 주님.” 유디트는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디트.” 나는 다시 부르며 그녀의 사랑스럽고 온순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 제자들과 나는 오늘 아침에 아주 좋은 식사를 했기 때문에 오늘 밤에는 빵하고 우유만 조금 먹으면 될 것 같소. 만약 우유와 빵이 있다면 말이오.”

“하지만, 주님.” 유다가 막 입을 열려는데, 곁에 있던 베드로가 옆구리를 찌르자 입을 다물었다.

“정말 그러셔도 되겠습니까, 예수님?” 하며 유디트는 약간 의아해 했다. “오늘 그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시달리셨으니 무척 시장하실 것 같은데요.”

“빵하고 우유면 충분하오. 너무 많이 가지고 올 필요고 없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음식보다도 유식이오. 그리고 들어오면서 본 아름다운 정원을 당신과 함께 산책이나 했으면 좋겠고.”

유디트는 하녀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애들아,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빵과 우유를 가져오너라. 우선 먼저 데우기부터 해야겠구나.” 두 하녀는 돌아서서 다시 부엌으로 갔다.

“정원으로 갑시다.” 하며 나는 대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 갔다. 향기로운 꽃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했다. 그것은 내 아버지의 창조물이 지닌 향기였다.

“유디트, 당신에게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내가 뭘 도와 주면 좋겠소?” 하고 물었다.

“아닙니다, 주님. 저는 괜찮습니다. 제 걱정은 마십시오. 저보다도 주님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끄러워하며 유디트가 대답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 주려고 온 것이오. 나에게 귀중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어떤 문제도 내가 도와 주기에 너무 크거나, 너무 작다고 할 수 없는 것이오. 당신이 내 도움을 받아야 할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하겠소.” 나는 그녀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를 바라보며, 자기 스스로를 심하게 혹평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고, 가장 가치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가장 가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아, 주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제 남편은 로마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내주고 싶지 않은 것을 거두어야 했던 세리였지요. 주님, 그렇지만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자기 돈을 꺼내 주곤 했어요. 불쌍한 사람을 결코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로마 정부가 규정한 대로만 세금을 거두었고, 다른 세리들처럼 그 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는 일 없이, 모두 다 갖다 바쳤습니다. 세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대신 내 주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 줄 것인지, 무엇을 해 줄 것인지를 항상 잘 알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산적을 만나 그만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 일 때문에 로마 군인들이 마을에 와서 그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했구요. 그러자 그때까지 제 남편 안토니오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제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저를 외면하고, 저를 학대하고, 때로는 제게 돌을 던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도 저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제가 부자인 줄 압니다만, 이 집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요. 제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 우리가 가진 것을 없는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제 아들조차도 여동생 집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주위 아이들에게 매를 맞기 일수라서 말입니다.”

남편과 아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 유디트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제게 남은 유일한 친구는 두 하녀들인데, 그들조차도 사람들에게 학대를 받고 있어요. 그러니 그들이 얼마나 더 오래 제 곁에 남아 있어 줄지 모르겠습니다.” 설움이 복받치는지 그녀는 몸을 심하게 떨면서 흐느꼈다.

“유디트!” 나는 그녀를 팔로 감싸 주면서 말했다. “당신은 착하게만 살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나쁜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을 것이오. 그것은 당신이 착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악마가 당신을 파멸시키려고 하는 것이오. 악마는 당신의 가정과 친구들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도 공격하는 것이오. 악마는 온갖 수단을 다하여 착하고 아름다운 것을 파괴시키려 하고 있소. 때로는 악마가 다름 사람들을 충동하여 그들이 질투하고 분노하고 원한을 품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오.

당신이 베풀어 준 그 모든 고마움을 사람들이 잊어 버린 것은 악마가 그들을 소경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오. 나는 당신 남편이 착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그리고 당신의 영혼이 친절하고, 온화하고, 사랑스럽다는 것도 알고 있소. 모든 사람들이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말이오.

남편 안토니오를 잃고 아들까지 떠나 보내면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천대를 받고 있는 당신의 고통을 내가 함께 나누고 싶소. 그러니 고통을 당하더라도 당신의 본래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하시오. 당신의 아름다운 내면을 지금 그대로 간직하란 말이오. 그 아름다움을 지키고만 있으면 장차 천국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릴 것이오.”

“제 남편은 어떻게 됩니까? 유다인이 아닌데요. 천구게 못 들어갈까요?” 그녀는 울먹이면서 물었다.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간에 상관 없이 착한 사람이면 모두 천국에서 환영을 받소. 당신 남편은 사람이 충만하나 사람이었고, 그 사랑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소. 유다인들도 가지지 못한 그런 사랑을 말이오. 그의 아름다운 마음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었고, 그는 그 선물을 다른 사람들처럼 낭비하지 않았소. 비록 로마인이었고 야훼를 알지 못했지만,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바라시는 그런 방식으로 살았소. 그는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살았으며, 만물(萬物)을 사랑하며 살았소.

그가 가꾼 이 정원을 보시오. 얼마나 아름답소! 그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소?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를 사랑하시는 창조주 하느님이 계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기쁨을 우리에게 주시겠소?’ 그가 한 말을 보더라도 그는 하느님을 알았던 것이오.”

유디트는 놀라서 자세를 똑바로 세우며 물었다. “제 남편이 그렇게 말한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저 혼자였는데요.”

“나는 알고 있소. 이제 당신의 삶이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이오.” 유디트는 나를 쳐다보며 그 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빵과 우유가 놓여 있는 탁자에 둘러앉아서 기도를 하고 식사를 하였다.

식사가 끝났을 때 유다가 말했다. “주님, 너무 피곤해서 지금 잤으면 싶은데요.”

내가 대답하기 전에 유디트가 먼저 말했다. “침대가 준비 되었으니 주무시고 싶으면 잠자리에 드셔도 됩니다.” 방에 있는 다른 제자들을 보니, 밤새도록 걸었고 또 군중들을 통제하느라고 모두들 지쳐 있었다. 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편안한 잠자리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했다.

정원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집 안 가득 풍기는 달콤한 꽃향기에 잠을 깼다. 안토니오는 정원을 잘 가꾸었고, 좋은 위치에 정원을 잡아서 아침 미풍에 실린 꽃 향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해 놓았다. 나는 밖으로 나가 정원을 거닐면서 눈을 감은 채 아버지께 기도했다.

얼마 후에 제자들의 속삭이는 말소리가 들여왔다. “묵상하시는데 방해해도 될까?”

“아니야. 그냥 묵상하시도록 놔 두는 게 나아.”

나는 아침 내내 정원에 있었고, 오후가 되어서도 계속 머물러 있었다. 혼자 되어,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이 평화스럽고 행복했다.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 야고보가 먼저 말했다. “주님께서는 오랫동안 정원에 계셨습니다.”

“그렇다, 야고보. 아버지와 함께 쉬고 있었다.”

“아, 네?” 야고보의 어리둥절한 대답이었다.

“주님, 이제 회당에 가시겠습니까?” 베드로가 무료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지금 가려고 한다. 그러나 먼저 주인 여자에게 할 말이 있다.” 그러자 요한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주인은 하녀들과 함께 자기 소지품을 팔러 시장으로 갔습니다.”

“어서 시장으로 가야겠다.” 하면서 서둘러 문을 나서자, 제자들도 황급히 뒤를 따랐다. 시장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왔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따라오고, 어떤 사람은 소리를 쳤다. “예수님, 제게 손을 대 주십시오.”

우리가 시장에 도착하자 많은 군중이 우리를 둘러쌌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내가 지나갈 길을 만드느라고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유디트와 하녀들이 물건을 파고 있는 곳으로 갔다. 유디트는 나를 보자 당황하여, “주님!” 하고 외마디 소리를 내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래, 많이 팔았소?”

“음식을 살 만큼요.” 하녀가 대답했다.

“유디트, 얼마 되지도 않는 소지품을 더 이상 팔지 말고 그냥 가지고 있으시오!”

“그렇지만 저 여자는 큰 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저 여자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인에게 시집갔거든요.”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나는 군중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좋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중에 몇 명이나 저 여인의 남편한테 도움을 받았습니까? 거기 있는 당신, 당신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을 때 그가 먹을 것을 주었지요? 그리고 당신, 당신의 아이들을 위하여 그가 당신 부인에게 옷을 갖다 주었지요? 그리고 당신, 당신이 세금을 낼 돈이 없었을 때에 그가 대신 세금을 내어 주지 않았습니까?

그는 여러분 모두에게 정말 많은 일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과부가 된 그의 아내를 지금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생전에 그는 불쌍한 유다인들을 수없이 도와 주었습니다. 그가 로마인이었는데 말입니다. 어제 나는 이곳에서 불쌍한 거지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유다인인 여러분이 같은 민족인 그 불쌍한 거지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았습니다.”

군중들은 조용해졌다. 어떤 사람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다.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이라고 자부하는 여러분은 돌덩이같이 굳어 버린 가슴만 남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하라고 가슴을 주셨지만, 나는 이곳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가슴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 가슴은 바로 죽은 로마인만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로마인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군중들의 불평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가운데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를 도와 주었습니다.”
“저에게도 잘해 주었습니다. 제 집사람이 병들었을 때 약을 가져다 주었거든요.”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 사람은 제 아이를 도와 주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많은 사람들이 안토니오가 베풀어 준 고마운 일들을 말했다. 한 남자는 유디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당신 남편이 나를 감옥에서 풀어 주고 채찍질에서 구해 주었어요.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될까요?”

내가 군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을 때 유디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여러분은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모두 기억합니다. 그의 부인을 사랑과 존경심으로 대하십시오. 그녀는 그런 대우를 충분히 받을 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디트에게 다가와서 그녀를 감싸 주며 용서를 청하고 있었다. 유디트는 “그럼요, 그럼요, 물론이지요.” 하면서 웃고 우느라 바빴다.

나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자, 제자들을 모두 불러서 짐을 챙기자, 떠날 때가 되었다. 이곳에서 베풀어야 할 치유는 끝났다.”

우리는 군중 가운데서 한 사람씩 살짝 빠져 나와 유디트 집에서 만났다. 베드로가 집에 있던 다른 제자들에게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고는 떠날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그 마을을 떠나 길을 가면서, 바르톨로메오가 말했다. “떠나기 아쉽군. 참 편안한 침대였는데.” 바르톨로메오가 얼마나 잠자기를 좋아하는지 생각하며 나는 미소 지었다.

“선생님.” 시몬이 말했다. “유디트는 이제 괜찮을까요?”
“그럼, 괜찮을 것이다. 이웃 사람들의 가슴을 덮고 있던 어두움이 거두어졌으니 말이다. 그녀는 사랑 받을 자격이 있으니 흠뻑 사랑을 받을 것이다.”

시몬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 남편이 베풀어 준 은혜를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잊어 버릴 수가 있었는지 이상합니다.”

“내적으로 약한 사람들이 마귀로 하여금 그들을 눈멀게 만들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보지 못하는 눈멀음 이었고, 증오와 분노로 행동하는 눈멀음 이었다. 악마가 만든 눈멀음 이었지만,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었다.”

 

 

 

예수님 +++  1996년 7월 1일

 

기도를 하며 길을 가다 보니 밤이 되었다. 그 마을에서 있었던 일로 제자들은 모두 기쁨에 넘쳐 있었다. 우리가 받은 헌금과 선물들을 생각하며 유다도 즐거워했다.

“이쯤에서 쉬어 가야겠다.”

내 말을 듣고 충실한 베드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자 모두 잠잘 장소를 찾아보자. 저기 다리가 있는 것을 보니, 그곳에 적당한 장소기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먼저 가서 보고 올께.” 야고보가 신이 나서 앞서 달려갔다.

“야고보는 항상 젊음이 솟구치는구만.” 껑충껑충 뛰어가는 야고보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면서 바르톨로메오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누구와는 달리 말이야.” 항상 쉽게 잠드는 바르톨로메오를 생각하며 요한이 이죽거렸다.

“잠잘 때 요란스러운 사람은 또 어떻구.” 하면서 마태오는 밤마다 코를 골아대는 요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후 야고보가 기쁜 표정으로 돌아왔다. “선생님, 선생님! 아주 좋은 장소가 있는데 물도 없고 강이 말라 있습니다. 다리 밑에 자리를 잡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야고보가 발견한 장소로 가서 불을 피우고 둘러앉았다. 유다가 안드레아에게 요리할 재료를 건네 주었다. 그러나 안드레아는 요리하기가 싫었던지, “지난번에도 내가 요리했잖아. 이번에는 유다, 자네가 요리하게나!” 하고 쏘아 부치며, 재료를 유다에게 도로 밀어냈다.

“이러지 마. 나도 자주 했단 말이야. 이번만큼은 다른 사람한테 하라고 하게나.” 유다가 반박했다.

순식간에 제자 대 여섯명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나와 눈이 마주친 베드로가 고개를 끄덕 하고는 다투고 있는 제자들 가운데로 가서 말했다. “싸우고만 있으면 우리는 모두 배를 곯게 될 걸세. 오늘 밤에는 내가 요리하겠네.”

제자들이 잠자코 앉아 있는 가운데, 베드로가 불에 달궈진 돌 위에 생선을 올려놓자, 식욕을 돋구는 생선 굽는 냄새가 지글지글 피어 올랐다.

“어린아이들도 자네들처럼 그렇게 싸우지는 않을 걸세.” 하며 베드로는 생선을 뒤집어 놓았다.

“하느님께 봉사하는 것을 배우려면 겸손을 먼저 배워야 할 걸세. 다른 사람이 너무 적게 일을 해서, 자기가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말일세. 그럴 때는 오히려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기도로써 하느님께 바쳐야 하지 않겠나?” 베드로는 맏형이 동생들에게 하는 것처럼 제자들을 타일렀다.

가슴에서 우러나온 베드로의 말이었기에 나는 미소를 지었고, 장차 베드로가 사람들한테 겸손의 본보기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겸손할 수 있는 힘을 주십사 고 다같이 기도하세 나.” 베드로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합심하여 아버지께 기도했다. 베드로의 겸손하고 당당한 마음을 보면서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제자들은 모두 잠이 들었지만, 나는 불을 지켜보며 아버지께 기도하고 있었다. 밤이 늦었는데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죄에 빠지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몇 마디로 시작한 사소한 다툼이 죄를 짓게까지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런 다툼 때문에 사람들은 증오와 분노에 차게 되고, 폭력까지 쓰게 되는 것이다. 겸손과 사랑으로 의견 충돌을 막을 수만 있다면, 수많은 고통과 지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을 텐데… 눈이 스르르 감기며, 잠이 나를 감싸 안는 것을 느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제자들은 벌써 일어나 식사를 끝내고 짐을 챙기고 있었다. 야고보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왔다. “주님, 참 오래 주무셨습니다. 저희들은 벌서 일어나서 식사도 하고 아침 기도도 했습니다.”

“그래, 내가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는 한껏 기지개를 켜며 일어섰다.

“주님, 걱정 마십시오. 주님께 드리려고 음식을 남겨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아직 따뜻합니다.” 야고보가 즐거워하며 아침 식사를 건네 주었다.

“야고보, 고맙다. 너는 정말 친절도 하구나.” 야고보의 순수한 사랑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야고보의 이 사랑은 나에게 얼마나 좋은 선물인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베드로가 왔다. “주님, 주님께서 휴식이 필요하신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습니다.”

“그랬구나, 베드로. 생각보다 더 피곤했던 모양이다.”

“주님, 여기서 하루 더 지내며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걱정스럽게 베드로가 말했다.

“네 말이 옳은 것 같다. 여기는 아주 평화롭구나.” 내가 허락하는 것을 듣고 모두가 다시 짐을 풀고 편안한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혼자 산책을 좀 다녀와야겠다” 나는 제자들이 모두 듣도록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피곤하실 텐데 여기서 쉬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마태오가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잠깐 아버지와 쉬고 오겠다.” 마태오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나서 나는 제자들을 떠나 혼자 걸어갔다.

또다시 야고보와 요한이 나를 몰래 따라오고 있었다. 약 30분쯤 걸어가니 양들이 조용히 풀을 뜯고 있는 아름다운 초원이 눈 앞에 나타났다. 물씬 풍겨오는 풀 냄새를 맡으며 가슴 가득 찬 기쁨에 겨워, 풀밭에 누워 눈을 감았다. 조금 있자니 양들이 점점 가까이 오기 시작했고, “매애 – 매애 – “하고 울어대는 양들의 소리를 점점 더 크게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내 머리 속에 가득 찼다. “나의 아들아, 이 양들은 인간들과 같다. 양들은 너에게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싶어하고, 점점 더 크게 너를 부르고 있다. 네가 양들과 함께 있어 주고 사랑해 주면 양들은 너를 따라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양들이 네게 가까이 오면 다시는 너를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나의 사랑을 갈구하고, 너에게 가까이 오고 싶어 한다. 그들과 함께 있어 줌으로써 너는 그들의 가슴을 밝혀 주고, 그들에게 평화를 가져다 준다. 그리고 네 사랑을 맛본 사람은 다시는 너를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양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많은 양들이 나를 둘러쌌다. 머리를 만져 주니 양들도 내게 몸을 비벼댔다. 점점 더 크게 울어대는 양들에게 조용 하라고 명령하자, 울음을 멈추고 모두들 조용히 내 곁에 드러누웠다. 부드러운 양털의 감촉을 느끼며 나는 야들 사이에 누워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양들을 데리고 뭣하고 계시는 겁니까?” 양들과 누워 있는 나를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진 목동이었다.

“쉬고 있는 중이다.”

“이런 데서 쉬신다는 게 우습군요. 집이 없으십니까?”

목동의 물음에 나는 일어서서 온 세상을 향해 양팔을 펼쳤다. “이게 다 내 집이다.”

“저… 그런데 저는 우리 양들이 낯선 사람한테 가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보면 도망을 가거든요.”

“양들한테는 내가 남이 아니란다.” 하면서 나는 양 두 마리를 양쪽에 안고 머리를 가볍게 쓸어 주었다.

“양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군요. 양들은 사람들에게 예민합니다. 양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분명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면서 목동이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식사 하셨습니까? 저기 있는 제 막사 안에 국이 좀 있습니다. 오셔서 저와 함께 드십시오.”

“고맙다. 이렇게 인정이 많은 사람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구나.”

자기 막사로 나를 데리고 가면서 목동이 물었다. “어떻게 하셨기에 우리 양들과 친해지셨습니까?”

“네가 나와 친해진 바로 그런 식으로 했다.”

목동이 어리둥절해 하기에 이렇게 말했다. “너는 사랑으로 네 마음을 내게 열어 주었고, 음식도 권해 주었다. 나 역시 내 마음을 양들에게 열어 주고 나의 사랑을 권했단다.”

목동은 웃으면서 눈이 점점 더 둥그래졌다. “그건 참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름을 알려 주십시오.”

“예수라고 한다.”

“예수님, 저는 베싸이다에 있는 다윗입니다. 제 아버지가 이 양들의 주인인데, 막내아들인 제가 양들을 지켜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어리지는 않습니다. 스물두 살이거든요. 우리 아버지는 제가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양들에게 지키게 하십니다. 아버지는 제게 벌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제게는 전혀 벌이 아닙니다. 저는 혼자 있는 게 좋거든요. 성서 읽을 시간도 있고, 하느님을 생각할 시간도 있으니까요. 여기 나와 있으면 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만나게 해 줍니다. 동물, 식물, 하늘, 비, 태양… 모든 것이 말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 안에 계시는 하느님은 참 좋은 분이십니다.” 목동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다윗아, 너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너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단다.” 나는 목동의 마음 속에 있는 기쁨, 하느님을 사랑하는 그 기쁨에 감동하였다.

“저는 사제가 되오 싶은데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제 마음이 허공에 떠 있다고 하시면서, 빨리 가정을 이루어 아버지 사업에 더 전심하라고만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오직 하느님을 더 알고 싶을 뿐입니다. 선생님도 하느님에 대해 관심이 있으십니까?” 목동은 천진하게 물었다.

“나는 나다 (I Am).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항상 있을 것이다.” 하고 말했다. 목동은 어리둥절하여 나를 쳐다보면서 더 이상 묻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다 왔습니다. 여깁니다. 여기 앉아서 이야기하시지요.” 막사에 도착하자 목동은 나에게 국 한 그릇을 권했다. 채소로 만든 맛있는 국이었다.

“하느님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다른 사람들이 하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항상 알고 싶었습니다.”

“너처럼 나도 모든 조물 속에서 하느님을 만난다. 모든 동물과 모든 식물, 자연의 모든 것 안에서, 그리고 모든 남자와 여자한테서 하느님의 사랑을 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그 사랑을 파괴하려는 것을 슬픈 마음으로 지켜 본다.”

“제 아버지가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좋은 분이시긴 하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고, 돈과 직위만 생각하십니다. 그건 슬픈 일입니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이다. 그러니까,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 네가 너의 모든 양들을 사랑하고, 가끔 엉뚱한 길로 떨어져 나가 헤매는 양들까지도 사랑하듯이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모든 자녀들을 사랑하신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자녀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찾도록 도와 주기를 바라고 계신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성서 말씀에 의하면 저는 아버지께 순명 해야만 합니다.” 목동의 목소리는 실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여기 나와 있으면 저는 기도도 하고 독서도 할 수 있습니다.”

“너는 아버지께 마음을 털어놓고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 드려 본 적이 있느냐?”

“한 번도 없습니다. 겁이 나서요.”

“그럼, 이제 내가 가르쳐 주마. 아버지한테 가거든 마음을 터놓고 말씀 드려라. 네 말을 들으시면, 네가 원하는 것을 허락하실 것이다. 너는 잘 모르고 있지만, 아버지는 너를 사랑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네가 아주 어렸을 때에 우물에 빠진 적이 있었지. 그때 아버지가 우물 안으로 내려가서, 도와 줄 사람이 올 때까지 세 시간이나 너를 물 위로 들어 올려놓고 있던 일을 생각해 보아라. 팔이 아파서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지만 너를 놓치지 않으셨고, 마을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자신은 염두에도 없고 우선 너부터 건네 주지 않으셨니? 그것이 너에 대한 네 아버지의 사랑이다. 아버지한테 말씀 드려라. 그러면 네 소망을 들어 주실 것이다.”

놀라서 얼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목동이 충격을 받았는지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그때 거기 계셨습니까?”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그걸 아셨습니까?”

“나는 네 평생을 잘 알고 있다. 너는 이제부터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께 봉사하며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목동은 내 눈을 뚫어지게 보더니, “지님@” 하며 무릎을 꿇었다.

“다윗아, 너는 하느님의 참된 아들이다. 언젠가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내가 사람의 죄를 등에 지고 가는 것을 보면서, 너는 내가 왜 그런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고난은 이 세상의 모든 양들을 이끌어갈 목자가 되기 위해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의 그 고난의 길을 막을 방도가 너에게 도저히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 두도록 하여라.” 내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 날, 군중 속에서 너무도 간절하게 나를 돕고 싶어 하겠지만 도울 수 없는 다윗을 생각하며 말했다.

“주님!” 다윗이 나를 쳐다보며 결연하게 말했다. “주님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최선을 다하여 보살펴 주고, 내 제자들이 학대 받는 것을 보면 도와 주어라.”

“하겠습니다. 주님, 약속합니다.”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나를 진실로 따르는 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참된 길로 인도할 것도 알고 있었다. 국을 다 먹은 후 나는 그의 막사를 떠났다. 내가 초원을 건너가는데 목동이 소리쳤다. “오늘 제 아버지한테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제자들에게 돌아왔을 때는 한낮이 지나고 있었다. 시몬이 와서 말했다. “주님, 푹 쉬셨습니까?”

“그렇다. 아주 유익한 휴식이었다.”

바로 그때 야고보와 요한도 돌아왔는데, 운에 안 띄려고 애를 썼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야고보가 궁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주님께서 그렇게 오래 걸으셨으니 흥미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셨나 봅니다.” 요한이 야고보 옆구리를 쥐어박으며 노려봤다.

“그렇다, 야고보. 하느님을 사랑하고, 언젠가는 수많은 영혼들을 빛의 길로 이끌어 올 한 목동을 만났다.” 동생 요한의 말없는 위협에 눌려 야고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 어느 젊은이한테서 지혜로운 마음과, 하느님께 대한 깊은 사랑을 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말을 마치고 나서 나는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예수님 +++  1996년 7월 2일

 

제자들이 붙여놓은 활활 타는 불 때문에 잠이 깼다. 이미 저녁이 되고 어두움이 내려앉았다. “주님, 또 오래 주무셨습니다.” 야고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야고보, 주님께서 얼마나 오래 주무시든 상관하지 말게나. 주님께서는 휴식이 많이 필요하신 거야.” 바르톨로메오가 다리 밑 기둥에 기대고 앉아서 말했다. “나도 잠을 자주 자지만, 자고 날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지거든 참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인 것 같아.”

제자들은 바르톨로메오가 잠하고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에 주목하였다. “잠을 자면 선명한 꿈을 자주 꾸는데, 요즈음 내 생활에 관한 것이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관한 꿈이란 말이야.” 모두들 바르톨로메오의 꿈 이야기를 더 들으려고 기다렸다.

“그런데 계속 같은 내용의 꿈을 꾸는 게 하나 있는데, 그 뜻을 알 수가 없단 말일세. 꿈 속에서 십자가 위에 한 남자가 달려 있는 것을 보는데 그의 얼굴을 잘 볼 수가 없네. 천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노래를 하고 있었지. 그런데 창으로 그의 옆 가슴을 찌르자 피와 물이 상처에서 쏟아져 나와 온 세상에 넘치더라구.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난 자주 그 꿈을 꾼다네.” 바르톨로메오는 꿈 이야기를 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주님.” 시몬이 말했다. “주님께서 그 꿈의 의미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아직 그것을 이해할 때가 아님을 알았다. “그 꿈은 하느님의 자비로 세상을 씻어 줄 제물에 대한 것이다.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좀 있느냐?” 나는 따뜻한 빵과 물을 섞은 포도주를 받았다.

“그것은 영원한 제물이다.” 나는 빵을 떼어 먹으면서 말했다. “그 제물은 수많은 영혼들을 구원할 것이고, 천국의 문을 다시 열어 줄 것이다.” 나는 포도주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 제물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주어질 것이다.”

“주님,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는데, 바르톨로메오가 솔직히 대답했다.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빵과 포도주를 다 먹고 나서, 다시 혼자 산책을 나왔다.

 

산책을 하면서 나는 무엇을 바쳐야 하며, 왜 바쳐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제물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것인지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의 죽음으로써 날마다 얻게 될 선물을 알아보고 믿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때 야고보와 요한이 나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야고보가 넘어지는 바람에, 요한이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좋은 친구들인가. 나는 그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다시 나는 왜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을 다시 하느님의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그 몇 시간 동안을 걷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면서, 앞으로 걸어갈 고난의 길을 또 생각했다.

베드로가 제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었다. “그래서 배에 타고 있던 그 남자들은 굉장히 겁을 먹고 있었네. 베에는 구멍이 많이 나 있었고, 물이 가득 차 올랐지. 남자들은 구멍에다 옷을 집어넣고, 물이 새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네. 선장이 남자들에게 배에서 떠나라고 명령했지만, 구명보트가 하나밖에 없었고, 한 번에 겨우 대여섯 명밖에 못 타는 구명보트였네. 배 안에는 열한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 구명보트에 아무리 많이 탄다 해도 여덟 명 이상은 탈 수 없었네.”

“그래서 어떻게 됐나?” 토마스가 독촉하듯 물었다.

“그래서,” 베드로가 뜸을 들인 다음 계속 말했다. “여덟 명이 보트에 타게 되었고, 보트는 가라앉지 않고 해변에 무사히 도착했네.”

“나머지 세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 토마스가 거듭 물었다.

“여덟 명이 구명보트로 내려가기 전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누가 남을 것인지 제비 뽑기를 했네. 제비 뽑기에 진 세 사람이 남았던 거지.”

“그래서 남은 세 사람은 어떻게 됐나?” 토마스가 궁금해서 다급하게 또 물었다.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 베드로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남은 세 사람은 야훼께 도와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네. 그들이 기도를 드리는 중에, 배의 돛대가 부서져서 그들 앞에 떨어졌네. 그것을 보고 세 사람은 ‘이제 끝장이 났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우리 몸을 이 돛대에 묶고 물에 띄우자. 그러면 우리가 물 위에 떠 있게 될 거야.’ 하고 말했네.

그들이 그렇게 하고 물에 뛰어 들어가자 잠시 후에 폭풍이 가라앉았지. 다른 보트가 와서 그들을 구조할 때까지 세 시간 동안 그들은 돛대에 의지하여 물 위에 떠있을 수가 있었네.”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물에 떠있어야 했으니 정말 무서웠겠네. 나라면 정말 무서웠을 거야.” 어부 출신이 아닌 마태오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아무렴, 틀림없이 무서웠겠지.” 베드로가 말했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얼마나 멋지게 그들을 구해주셨는지 알겠지?”

“알긴 뭘 알아.” 유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돛대가 부서져서 살아남게 됐을 뿐인 걸.”

“여보게, 유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하신 걸세. 배에 남은 세 사람이 여덟 사람을 위해 죽을 준비를 하면서 하느님께 도와 달라고 기도는 했지만, 그 세 사람은 하느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안 들어 주신다고 생각했고, 돛대가 부서졌을 대 그들은 끝장이라고 생각했던 걸세. 그런데 그 절망적인 순간에 주님께서 안전한 길을 보여주신 거네.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하느님께서는 폭풍울 가라 앉혀 주셨고, 그들을 구조할 보트를 보내 주신 거야. 자네는 이 이야기를 듣고도, 하느님께서 자네를 절대로 버리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지 못하겠나? 때때로 자네는 깊은 절망에 빠졌을 때야 하느님을 찾게 되고,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들이게 되지 않나.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항상 곁에 계시며 언제든지 자네를 도와 주고 싶어 하신다네. 자네는 그 도움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네.”

유다가 또 베드로에게 물었다. “그 세 사람이 언제 받아 들였는데?”

“그들이 자기 몸을 돛대에 매었을 때와,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였지.”

“난 아직 모르겠어. 그건 그들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네.” 유다가 심통스럽게 말했다.

“어, 주님. 돌아오셨군요.” 자신의 등 뒤쪽으로 약간 떨어져 앉아 있던 나를 알아채고 베드로가 말했다.

“그래, 베드로. 네가 들려 준 이야기는 정말 좋은 이야기였다.”

“주님, 그 이야기는 제가 어렸을 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는 항상 그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들려 주셨지요.”

“베드로야, 그 이야기는 많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베드로가 하느님의 뜻에 대한 지식이 자라나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기뻤다. 나는 다시 자려고 누우면서, 베드로가 모든 사람들의 모범이 되고, 모든 사람들을 가르치는 스승이 될 것을 생각했다. 바로 그때 야고보와 요한이 돌아왔고, 베드로가 그들에게 고개를 끄떡하는 것을 보았다. 나의 친구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예수님의 눈으로 Part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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