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 할 것이 없는 평범한 ‘주일, 일요일’이 아닌, 의미가 엄청난, 커다란 날을 맞는다. 그리스도 교회가 탄생하는 날, 성령이 내려온 날… 오순절 Pentecost… 성령이 예수님 죽음 이후 공포에 떨며 다락방에 모여있는 성모님을 비롯한 모든 사도, 제자들에게 내려온 날… 모두 신학적, 아니 사실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 우선 ‘진실 중의 진실’인 성경에 분명히 기록이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나 자신은 어떤가? 아~ 그래, 모두 다 알고 알고 듣고 배우고 해서 문제없이 이해한다. 하지만 나에게 성령이 오셨을까 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그저 어린아이 처럼 이유 없이 믿는 것, 그것이 나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결과’로 2,000여 년 역사의 그리스도 교회가 세워졌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엄청난 사건이고 축일 중의 축일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오늘 ‘대축일’ 미사, 오랜만에 아직도 신학생처럼 보이는, 보좌신부님 김성현 라파엘 (맞나?) 신부님 집전으로, 반갑기는 했지만 솔직히 성령강림의 중후한 신학적 의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일면 우리의 ‘긴 인생 여정 후’의 나이도 있었겠지만 다른 면으로 신부님의 사제연륜도 큰 관계가 있었을 듯하다. 흡사 신학교 세미나의 주제를 다루듯 관심이 온통 big screen의 동영상과 text로 오가고, 성령의 의미가 너무나 세속적 기복신앙 차원으로 강등되는 듯한 느낌에 나는 솔직히 강론내용을 피하기에 바빴으니… 내 탓이요 인가, 누구 탓인가?
미사 직후 친교실에서 ‘제대회’에서 마련, 판매한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자리를 함께 했던 H가브리엘 형제님과 인사와 담소를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최고 연령층 그룹 요셉회의 소식도 궁금했는데 대답은 ‘역쉬~’ 내가 우려한, 예상한 대로였다. 회장형제님이 몸도 아프고 해서 요셉회 기능이 거의 정지된 상태라고 한숨을 쉬시며 하시는 말씀 ‘신부님이 별로 신경을 안 쓰시는 것’ 같다는 말씀. 조금 놀랍기도 했지만 역시 그 동안 예상했던 대로였다. 특히 전임 요한 신부님과 ‘사목방침이 다르다’라는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것은 내가 생각해도 사실이었다. 나도 그 동안 우려한 것을 재확인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신임 사제들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사목방침 중에는 아마도 ‘새 세대, 다음 세대를 위한 총력전’ 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런 사실을 나는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고 주위에도 의견을 말하기도 했지만 모두들 반신반의하는 표정들이었다. 거의 모든 공지사항, 사목행정 노력에서 ‘중노년층’은 거의 제외된 듯한 느낌이 이제는 사실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베트남 성당의 case처럼 이런 차세대를 향한 교회의 변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우리보다 조금 늦은 이민 교회였지만 지금은 우리가 ‘절대로 따를 수 없는’ 무서운 속도로 교회의 현지화 차세대 화에 질주를 하며 눈부신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새로운 사목 방침’에 silver bullet은 없을까?
내가 보기에 이런 ‘새로운’ 사목 방침은 zero sum mentality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데, 현재 사목회의 주류가 이런 mentality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사제들의 발상인지, 이제는 소외된 듯한 우리 70+ 세대로써는 알 길이 없으니, 조금은 더 외로워지는 성령강림주일이 되었다.
지나간 3일은 ‘날씨의 은총’의 연속이라고 할까… 요새 예보를 볼 틈이 없어서 더욱 놀랍기만 하다. 하루 종일 육체노동에 가까운 책, 잡동사니, 방 정리를 하기에 당연히 시원한 복장을 택했지만 그것은 오판 誤判, 긴 팔, 바지가 필요할 정도였으니… 완전한 ‘한 가을’ 정도의 날씨였으니… 이것도 이상기후에 속하는 것인지, 예보분석을 전혀 못보고 사는 것도 이런 놀람의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 나 혼자만 알고 지내는 ‘생의 기쁨’에 속한다는 사실 누가 짐작이나 하랴? 급기야, 오늘 아침은 아예 얇디 얇은 스웨터를 걸치고 주일미사엘 가게 되었으니,조금 신경이 쓰이는 날씨이긴 하지만 어찌 이런 날씨를 마다하랴?
오래 전 1990년대의 family room의 추억을 되살리려 노력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지, 까물까물 거리기만 한다. 온 가족이 편하게 저녁 시간을 보내던 ‘특별한 것 없는’ 그런 시절들… 각종 VHS video로 classic movie들 [Abbot & Costello, Student Prince,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 등등] 보며 연기 흉내를 내던 아이들의 모습들, 근처에 있던 중식 Formosa에서 take-out을 해다가 맛있게 먹던… 아~ 30여 년 전이구나… 30여 년 전… 30년의 감각을 실감 있게 느껴보려 애를 쓰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으니… 나의 50년, 30년… 20년 그리고 10년의 이정표들을 어떻게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가? 나의 50년, America Landing 50년이 코 앞에 다가오는데, 나는 전혀 심적인 준비가 안 되어있다, 그것이 나를 조금 초조하게 하고… 아~ 나는 너무 생각이 많은 속물인 것이다~
1990년대로 복원 되는 family room
집에 오자마자 거의 가까스로 정리가 끝나가는 family room 복원에 끝마무리를 하며 새로니 식구들을 맞아 맛있는 갈비 barbecue로 휴일 기분을 가질 수가 있었다. 며칠 만에 다시 보는 Ozzie녀석, 이제는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게 되었으니… 녀석이 찾아준 새 trail 로 산책을 할 수도 있었다. 나라니 식구가 빠진 것이 조금 섭섭했지만 이렇게 반쪽이라도 모일 수 있었던 것, 역시 연숙의 억척 덕분임은 말할 나위도 없고, 나도 따라서 방을 옮기는 힘든 작업도 했으니 보람도 있는 휴일주말을 맞는다.
특히 아직도 조금은 서먹서먹한 사위와도 모처럼 대화도 할 수 있었고, 반갑고 놀라운 사실도 있었는데~ 10월 달에 한달 간 집을 비울 때, 우리 집 ‘양양이 Izzie‘를 돌보아주려 우리 집에 와서 일을 하겠다고 제안을 했다는 사실, 우리 둘은 놀라기만 했으니~~ 이 친구, 참 사람이 진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 새로니가 남편을 잘 만났다는 사실, 너무나 반가운 것이다. 이렇게 우리 외로운 식구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서 가정을 꾸몄다는 사실, 우리는 정말 감사해야 할 것 아닌가? 감사합니다, 성모님, 어머님들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