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of dreams, trancending time & place, autobio in progress..

호룡이와 함께, 서울 명동성당 옆 뜰에서, 1973년 초 봄에..

 

호랭아, 호랭아!  간밤에 호룡이(친구들이 호랭이라고 불렀던, 김호룡 金鎬龍 )를 꿈에서 보았다. 정말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그 녀석의 자태, 얼굴은 자세히 못 보았지만 아마도 우리의 ‘젊었을 때’의 그 모습이 아니었을까? 일찍 세상을 떠난 그 녀석의 ‘늙은’ 얼굴을 내가 기억할 리가 없으니까.. 왜 나타났을까? 50대 초에 떠난 그 녀석, 어찌도 나를 두고 그렇게 빨리도 갔단 말인가? 불현듯, 갑자기, 너무나도 그 녀석을 만나고 싶고, 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초조함이 나를 엄습한다. 믿음이 있었던 녀석이니까.. 언젠가는 어느 곳에서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싶지만, 나의 믿음으로 그것이 가능할까?

꿈에서 깨어나며 아하.. 녀석은 이 세상에 없지.. 하는 자괴감보다는 안도감이 더 들었다. 꿈 속에서 이미 녀석이 인간적으로 나를 떠났기 때문에 엄청 슬퍼하고 있었다가 잠을 깨었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 그 녀석은 친구로써 나를 떠났던 것 같던데, 그 자세한 배경 상황이 깨끗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 꿈 속에서 나를 슬프게 했을까?

녀석을 마지막으로 바로 옆에서 보았던 때가 1992년 여름이었다. 미국에 교환교수로 왔고 Florida로 가족들과 함께 차로 여행을 하다가 이곳 Atlanta를 들렀던 그때였다. 40대 중반의 우리들, 식구를 거느린 한 가장으로 다시 만났던 그때, 인생의 성숙함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던 그때, 우리는 어렸을 때의 꿈과 이상, 환상을 어느 정도로 ‘가감 加減’을 하며 살아왔었을까? 너는 끈질기고 치열한 노력으로 원했던 모교에서  ‘연세대 교수직’을 성취했지 않니? 꿈의 사나이, 목표의 사나이, 그런 네가 나는 항상 부러웠고 질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친구였다.

우리들의 황금시절, 중앙고, 연세대 시절.. 전자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진짜 송신기’를 만들었다는 너를 나는 참 부러워했고, 또 너는 혼자서 ‘진짜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었지? 그래서 기계공학과에 간 것은 알지만 참 그 꿈은 진짜 꿈이었음을 알고 실망했던 것 나는 잘 안다. 중앙고 시절, 당시의 희망의 상징이고 목표였던 ‘미국과 세계’를 향하여 ‘멋진 영어 구사’를 목표로 영어회화 클럽을 만들고 주도했던 네가 아니었던가? 항상 숨어 지내던 나를 밖으로 끌어낸 것, 너의 영향이 아주 컸었음을 숨길 수가 없구나.

생각이 나이에 비해서 무언가 성숙, 조숙했던 너, 당시에 아마도 신앙적인 경험이 있었는지는 몰랐지만 세월이 지난 후에 그것이 사실이었음도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 주위의 친구들은 전혀 알 수가 없었지. 가족들의 영향, 아니면 우리가 모르게 영향을 주었던 사람, 아니면 네가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된 그 ‘자매님’ 때문이었나.. 당시에 나는 그런 기분과 배경을 알 수도 없었고 그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경험이었음 만 어렴풋이 짐작할 정도였지.

돌이켜 보던데, 너는 나에 비하면 ‘어른’들의 수준에 가까운 사고방식과 생활의 절제 훈련을 갖고 있었던 듯 하다. ‘좋은 목표’를 향한 치열한 접근, 노력, 투쟁… 아마도 ‘좋은 것’에 대한 너의 인생관은 이미 ‘초자연적’인 것이었음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구나. 나는 그것이 수 십 년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짐작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꿈의 영향인가..) 너의 생각이 나는 것, 전혀 우연이 아니라고 믿는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다시는 너를 볼 수가 없다는 사실 이제는 모든 것을 ‘초자연적, 신비적’을 기대하는 나, 다시 어디선가 너를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절대로 버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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