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of dreams, trancending time & place, autobio in progress..

 

이별하는 마음

 

새로니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신이 나서 달려 갑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셔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하고 경쾌하게 노래를 부르며 마구 달려 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 앞 길 위에 무엇인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어서 그냥 다시 갈까 하다가 그래도 궁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내려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가서 몸을 숙이고 들여다 보니, 아기 다람쥐가 차에 치어서 죽어 있었습니다.

새로니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얼른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달려 갑니다.

올 때와는 달리 무겁고 무서운 마음으로 노래는커녕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습니다. 빨리 엄마한테 가고 싶은 마음에 바퀴를 열심히 돌리지만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엄마를 보자마자 새로니는 참았던 울음을 큰 소리로 터뜨립니다.

엄마가 놀라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새로니가 계속 울면서 대답하였습니다.

“길에 아기 다람쥐가 차에 치어 죽어 있는데 너무 불쌍해요!”

엄마는 새로니에게 “엄마랑 같이 가 볼까?”하고 물었습니다.

 

새로니는 엄마 손을 잡고 다시 길에 누워 있는 아기 다람쥐에게 갔습니다.

다행히 아기 다람쥐는 더 다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습니다.

엄마는 준비해 간 종이 상자에 아기 다람쥐를 담아서 뚜껑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새로니랑 엄마는 다시 손을 잡고 아기 다람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새로니랑 함께 정성껏 아기 다람쥐가 들은 종이 상자를 뒤뜰에 묻어 주고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아기 다람쥐가 차에 치어서 죽어서 얼마나 아팠을까? 참 불쌍하고 슬프구나.

하지만, 새로니야! 아기 다람쥐는 이제 하느님 나라에 가서 하나도 아프지 않고 오히려 기쁘고 즐겁게 살게 될 거야. 그러니까 슬퍼하지 말고 아기 다람쥐에게 잘 가라고 해주자!”

 

새로니는 엄마의 말을 듣고 무섭고 슬픈 마음이 사라지고 하늘 나라에서 노래하는 아기 다람쥐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뻐하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 후부터 새로니는 불쌍하게 죽은 다람쥐나 새를 보면 엄마가 하셨던 것처럼 예쁜 종이 상자에 담아 뒤뜰에 정성껏 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하늘 나라에서 잘 살라고 말하며 이별 인사를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5월 28일(목) 밤에

 

 


 

소리들

 

방금 전까지 해가 쨍쨍했었는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컴컴해지더니 여기저기서 우르르쾅쾅하는 천둥소리가 야단이에요.

다섯 살 꼬마인 새나는 강아지 토비와 놀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엄마를 찾아 아래층으로 또르르 달려 내려갔어요. 그 사이 토비는 벌써 아빠에게 달려가 아빠 무릎 위로 껑충 뛰어 올라 안기었답니다. 토비는 새나보다 더 겁쟁이거든요.

 

아래층으로 내려온 새나가 큰 소리로 엄마를 불러보지만, 엄마의 대답이 들리지 않았어요.

여기저기 찾아보니, 엄마는 뒷마당 쪽의 베란다에서 두 손을 잡고 서 계셨어요.

“엄마, 엄마!” 새나가 계속 부르며 엄마에게 달려 갔지만, 엄마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계시는지 듣지 못하셨어요.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가 엄청나게 크기는 했어요.

엄마 곁으로 다가가서 엄마 손을 잡아당기자 엄마가 “오, 새나로구나! 어서 와!”하시며 반겨 주셨어요.

“엄마, 뭐해요?” “몇 번이나 불렀는데 왜 그렇게 못 들었어요?”

“그랬어? 엄마가 빗소리를 듣느라 못 들었네. 미안해, 새나야!”

“빗소리를 왜 그렇게 열심히 들었는데요?”

“새나야, 조용히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래? 무슨 소리가 들리나?”

엄마는 무슨 말을 하려는 새나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서 얘기하셨어요.

 

새나는 엄마가 하라고 하신 대로 눈을 감고 입을 꼭 다문 채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엄마가 물었어요. “새나야, 빗소리가 한 가지 소리로 들리니? 아니면 여러 소리로 들리니?”

새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해서 더 귀를 쫑긋하고 빗소리를 잘 들으려 애를 썼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새나가 소리쳤어요. “엄마! 여러 소리로 들려요!”

“으~음! 저 소리는 새나가 두드리는 소리고, 저 소리는 아빠가 두드리는 소리 같아요. 아~ 저 소리는 엄마가 두드리는 소리네.” 새나의 목소리가 신이 나서 들뜨기 시작했어요.

“그렇지, 새나야? 큰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있고,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고… 마당에 엎어놓은 양동이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다르지? 키가 큰 나무 위에 떨어지는 소리도 다르고, 화분 위에 떨어지는 소리도 다르고… 처마 끝에 떨어지는 소리도 다르고… 차 위에 떨어지는 소리도 다르고… 와~”

 

엄마랑 새나는 서로 신이 나서 이 소리는 어디에 떨어지는 소린데 마치 누가 두드리는 소리 같다는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많은 타악기들을 정렬해 놓고, 나이가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여자와 남자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주를 하는 소리처럼 들렸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타악기를 동시에 여기저기서 두드리지만, 하나도 시끄럽지 않고 정말 음악 소리 같이 아름답게 들렸어요.

 

“엄마는 어떻게 알았어요? 빗소리가 이렇게 많은 걸?”

“엄마도 오늘 처음 알았단다. 그 동안은 귀 기울여 듣지 않았거든.”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들었어요?” 새나가 엄마한테 물었어요.

“그냥 빗소리가 좋아서 조용히 오랫동안 듣고 있으니까 저절로 들리네.”

“엄마, 비가 끝나면 무슨 소리가 들릴까요?”

“아침엔 어떤 소리, 점심엔 어떤 소리, 그리고 저녁엔 무슨 소리가 들릴까요?

새나의 질문이 엄마가 대답할 새도 없이 끝없이 계속 쏟아져 나옵니다.

“새나야, 우리 내일부터 그 소리들을 들어볼까?”

“네, 엄마! 우리 이따가 이 비가 그치면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함께 들어봐요.”

 

새나랑 엄마는 비가 그치고 난 후 뒷마당에서 의자에 함께 앉아 있습니다.

눈을 감고 조용히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열심히 기울이고 있습니다.

누가 더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주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숨어있던 새들이 나와 마구 지저귀는 노래 소리, 조금 멀리서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 차가 달려 가는 소리, 옆집의 에어컨디션이 돌아가는 소리, 잔잔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 그리고 무슨 소리들을 들었을까요?

 

2013년 6월 14일 오후

 

 


 

아기 장갑

 

날씨가 싸늘해지니, 아기가 손이 시려 손을 호호 붑니다. 곁에 있던 엄마가 아기의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호호 미소를 띄웁니다.

아기가 손이 너무 추운지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호호 웃던 엄마가 깜짝 놀라서 얼른 장갑을 찾아 손에 끼어 주웠습니다.

아기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입고 있는 각기 다른 예쁜 색색의 장갑이 너무 좋아서 손이 따뜻해진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손가락을 움직여 봅니다.

그리고는 ‘하나~아, 두~울, 세~엣, 네~엣…… 아호~옵, 여~얼’하며 천천히 하나씩 세어봅니다. 그러다가 손가락들을 각각 움직여봅니다. 그리고는 거기에 맞추어 노래까지 흥얼거립니다.

마침내 각각의 색으로 옷을 입은 손가락들이 아기의 노래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아기도 덩달아 슬슬 몸을 흔들기 시작하더니만, 너무 신이 나서 아기는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합니다. 아기의 노래도, 손가락들의 춤도 함께 신이 더해집니다.

여전히 곁에 있던 엄마도 신이 나서 손뼉을 치며 같이 노래합니다.

 

2012년 10월 8일 정오

 

 


 

두 친구

 

담장을 사이에 두고 담장의 안쪽과 바깥 쪽에 어린 새싹이 하나씩 땅을 뚫고 올라왔어요. 누가 뿌린 씨앗이었는지 모르지만, 우연히 그렇게 되었나 봐요.

그런데, 담장 안 쪽에 나온 싹을 발견한 집 주인은 기뻐하며 매일 물을 주면서 귀여워해 주었지만, 담장 바깥 쪽에 나온 싹은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담장 안 쪽의 싹은 집 주인이 매일 주는 물을 마시면서 쨍쨍한 햇볕을 즐기며 신나고 건강하게 자라났어요. 하지만, 바깥 쪽의 싹은 외롭고 목이 마르기도 하여 뜨거운 햇볕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답니다.

담장 안 쪽의 싹은 어느새 훌쩍 자라서 꽃봉오리를 맺었지만, 바깥 쪽의 싹은 아직 꽃봉오리를 맺을 정도로 자라지를 못했어요.

꽃봉오리를 맺은 안 쪽의 나무는 바깥 쪽의 나무를 보며 비웃었어요.

“너는 나랑 똑같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자라기 시작했는데, 왜 아직도 그렇게 비실비실 대는 거니?”

바깥 쪽의 나무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속으로 참으며 혼자 말했어요.

“해는 뜨겁고 목도 마르지만, 뿌리를 더욱 힘껏 뻗어서 열심히 살아 보자! 아무도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울 때도 있지만, 건강하게 자라서 예쁜 꽃을 피우면 어여삐 여겨 주는 사람이 생길 거야!”

비도 오지 않고 해가 뜨거운 여름날이 며칠 지나자, 꽃봉오리를 맺었던 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목이 말라 헐떡거리며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바깥 쪽의 나무는 오히려 건강한 꽃봉오리를 자랑스럽게 맺고 힘차게 서 있었어요.

집주인이 여름 휴가를 떠나서 며칠 동안 물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집주인이 매일 주는 물을 마시며 쉽게 살아 오던 나무는 목이 너무 말라서 기운을 몽땅 잃어가고 있는 것이에요.

하지만, 땅 속의 물을 찾아 뿌리를 뻗어 나가며 스스로 살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바깥 쪽의 나무는 며칠 간 비가 오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튼튼하게 자라서 꽃을 피우려 하는 것이지요.

안 쪽의 나무가 풀이 죽어 혼자 중얼거렸어요.

“내가 그 동안 너무 게을렀구나! 너무 남에게만 의지하여 살았었구나! 감사할 줄 모르고 당연한 것을 여기고 잘난 척만 했었구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바깥 쪽의 나무가 속삭여 주었어요.

“너무 힘들어 하지 말고 힘을 내렴! 약해진 뿌리를 아래쪽으로 힘껏 뻗어봐! 그리고 열심히 물을 찾아봐! 목 마른 것이 조금씩 나아질 거야.”

안 쪽의 나무는 여전히 풀이 죽어 말했어요.

“너는 잘난 척했던 내가 밉지도 않니? 지난 번에는 내가 미안했어. “

“괜찮아. 말하지 말고 어서 기운을 내어 뿌리를 뻗어봐!” 하고 바깥 쪽의 나무가 대답했어요.

안 쪽의 나무는 있는 힘을 다하여 뿌리를 힘껏 땅 속으로 뻗었어요. 그리고는 달콤한 물이 뿌리 끝에 닿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시 또 힘껏 더 뻗었어요.

드디어 안 쪽의 나무가 기운을 조금씩 차리기 시작했어요.

“고마워! 너 때문에 살았어. 정말 고마워!”

“그래, 이제 기운을 내기 시작했으니 다행이야!”

안 쪽의 나무는 서서히 꽃봉오리를 쳐들면서 바깥 쪽의 나무를 보며 웃었어요.

“우리 친구할래?”

“그래, 우리 친구하자!”

둘이서 담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며 웃었어요.

 

 2011년 7월 10일 낮에

 

 


 

고마운 작은 돌 하나

 

아이는 냇가에 쪼그리고 앉아 물 속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물 속의 작은 돌 하나가 반짝 빛을 발하며 아이를 부르는 듯 했습니다.

아이는 한 발짝 한 발짝 물 속으로 발을 들여 놓으며 그 작은 돌에게 다가 갔습니다. 반짝이는 돌 곁에는 똑같이 생긴 작고 어여쁜 돌들이 많이 있었지만, 유난히 그 돌이 아이의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아, 정말 예쁘다! 어쩜 이렇게 반짝반짝 빛이 나지? 다른 돌들은 그렇지 않은데, 왜 너만 반짝이는 거야?” 하며 아이가 손을 뻗어 그 작은 돌을 집으려 했습니다.

아이가 몸을 구부리고 한 손을 뻗어 작은 돌에 닿는 순간, 갑자기 아이는 돌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 같이 느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이상한 곳에 와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는 놀라고 겁이 나서 울음이 터지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옷을 입고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 아줌마가 나타나서 아이에게 다가왔습니다.

“예쁜 아이야, 겁내지 말아라. 이곳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다. 아무도 너에게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없단다.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네가 아주 반가워할 사람이 올 거란다.” 그 아줌마는 아이의 어깨를 가볍게 만져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또다른 아름답게 미소를 띤 아줌마가 다가왔습니다.

“얘야, 그동안 엄마가 함께 있지 못해 많이 외로웠지? 엄마가 누군지 궁금하고 많이 보고 싶었지?” 하며 그 아줌마는 아이를 가슴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아줌마는 누구세요? 어떻게 우리 엄마가 없는 걸 아세요?” 아이가 물었습니다.

“얘야! 내가 바로 네 엄마란다. 우리 아기, 사랑하는 우리 아기, 엄마가 너무 미안해! 네가 엄마를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하고, 엄마도 우리 아기가 몹시 보고 싶어서 오늘 이렇게 만난 것이란다.”

아이는 엄마라고 하는 아줌마를 한 번 올려다 보고는 금방 울음을 토해 내었습니다. 그리고는 너무나 좋아서 엄마를 꼭 부등켜 안고 “엄마, 엄마, 우리 엄마”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엄마도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고 안아주며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엄마가 네 곁에 있지는 못하지만, 늘 너를 지켜 보면서 너와 함께 있단다. 엄마는 이렇게 착한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오늘처럼 또 만날 수 있으니 슬퍼하지도 말고, 엄마가 없다고 힘을 잃지도 말아라. 외롭거나 무서울 때면 엄마를 부르며 이곳을 생각하여라. 우리 아기, 잘 할 수 있지?” 엄마가 안쓰러운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엄마, 나도 이젠 엄마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어요. 그리고, 엄마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잘 살고 계신 것을 알았으니, 아이들이 놀려도 무섭지 않을 거에요. 우리 엄마, 참 예쁘다~ 신난다~” 하며 아이는 신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깔깔깔 웃어대며 이리저리 뛰어 다녔습니다.

위를 올려다 보니 새들이 날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새가 아니라 천사들 같았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두 날개를 달고 날아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목이 아픈 것도 모른 채 계속 위를 바라보며 뛰어 다니다가 그만 어디엔가 걸려 꽈당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얏!”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아이는 잠에서 깨었습니다.

아주 작은 아기일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라던 아이는 꿈 속에서라도 엄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엄마 없는 아이라고 다른 아이들이 수근거리고 놀려대면 마음이 많이 슬프고, ‘왜 나는 엄마가 없을까?’ 궁금하고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잘 다녀 왔니?’ 하고 엄마가 반겨 주면 좋겠고,

시험 점수가 좋지 않으면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지?’ 하고 응원해 주는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고,

숙제를 안 하고 놀기만 하면 ‘얘야, 숙제 안 할 거야? 어서 숙제 하렴.’ 하고 간섭하는 엄마도 그립고,

입기 싫은 옷과 신을 입고 신으라고 하는 엄마랑 실랑이를 하는 일도 그리웠습니다.

어제도 기분이 좋지 않아서 “왜 나는 엄마가 없어요? 엄마가 난 너무 필요해요!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요!”하고 아빠한테 큰 소리를 치며 울어댔습니다. 그리곤 지쳐서 잠이 들었던 것입니다.

잠에서 깨어 엄마를 꿈에서 만난 것이 천천히 생각나면서 아이는 갑자기 기분이 밝아지고 기운이 마구 솟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아주고 어루만져 주던 엄마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며 기억이 났습니다.

“아, 나도 엄마가 있구나! 그럼 그렇지, 엄마가 없을 리가 없지. 그렇게 아름다운 나라에서 살면서 엄마가 나를 바라보고 있고, 응원하고 있고, 기다리고 계시는구나! 나중에 엄마를 다시 만날 때 엄마가 기뻐하시도록, 슬퍼하지 않고 기운을 내어 씩씩하게 잘 지내야겠다!” 하는 생각이 가슴 속에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 아빠에게 뛰어가 가슴 속에 가득 찬 생각을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꿈이야기도 했습니다. 아빠는 눈이 커다래지더니 한 숨을 푹 쉬고는 아이를 가슴에 꽉 껴안아 주었습니다. 아빠랑 아이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안고 있었습니다.

 

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오전에 씀.

 

 


 

꼬마 일곱

 

어느 맑은 여름 낮이었습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그리고 보라색의 일곱 꼬마 크레용이 무엇인가 심각하게 토닥거리고 있었습니다.

 

빨강 크레용이 제일 먼저 우쭐해서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 뭔지 아니?”

“글쎄… 무슨 꽃일까?” 초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습니다.

“그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꽃이야.” 빨강 크레용이 대답했습니다.

“그래?” 하고 모두들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무슨 색의 장미꽃이 제일 예쁜지 아니?” 하고 빨강 크레용이 다시 물었습니다.

“음, 글쎄… 노랑!” 하고 노랑 크레용이 대답했습니다.

“아니야, 빨강이야. 특히 여자들은 빨간 장미꽃을 선물로 받으면 가장 좋아할 걸!” 하고 빨강 크레용이 말했습니다.

그리곤 하얀 도화지 위에서 마구 뛰어 다녀 순식간에 빨갛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노랑 크레용이 앞으로 불쑥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봄이 되면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이 무엇인지 알아?

노란 수선화와 개나리야. 그꽃들은 노란색이라고!”

“그래?” 하고 주황 크레용이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길고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 주는 색은 노랑이야. 노랑은 기쁜 소식을 알려 주는 색이야.” 하고 노랑이 말했습니다.

그리곤 다른 하얀 도화지 위에 팔을 마구 휘둘러 순식간에 노랗게 만들었습니다.

 

시큰둥하게 있던 주황이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빨강은 너무 진하고 덥게 느껴져. 노랑은 시시하고…

난 너희 둘을 합한 색이야.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고…” 하며 주황이 으시대며 말하고는 또다른 하얀 도화지 위를 주황으로 채웠습니다.

 

여지껏 조용히 있던 초록 크레용이 점잖게 나서며 말했습니다.

“꽃들은 예쁘긴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모두 땅에 떨어지고 말아. 하지만 꽃을 받쳐 주는 잎들은 추운 겨울이 되기까지 꿋꿋이 살아 있어. 나무잎이 없는 꽃을 본 적이 있니? 그리고 큰 나무들을 좀 봐! 모두가 초록색 나무잎으로 가득 차서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 주지 않아?”

점잖게 말하는 초록의 말에 빨강과 노랑, 그리고 주황은 조용해졌습니다.

초록은 곁에 있던 하얀 새 도화지를 초록으로 채우고는 “자, 봐! 시원하지?” 하고 물으며 모두를 돌아 보았습니다.

 

파랑 크레용이 우습다는 듯이 앞으로 나와 말했습니다.

“아무리 예쁘고 시원하게 해 준다고 해도 너희들 모두는 땅 위를 채우는 색갈일 뿐이야. 자, 모두들 저 위를 쳐다보렴! 하늘을 보란 말이야.”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들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하늘은 높고 파랬습니다.

그러자 파랑 크레용이 헛기침을 하며 거드름을 피웠습니다.

“모두들 보았지? 난 너희 모두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하늘을 나타내는 색이야.” 하고는 하얀 도화지 한 장을 거뜬히 파랑으로 채웠습니다.

모두들 파랑 크레용의 거드름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한 옆으로 옮겨 앉았습니다.

 

그때 남색이 선뜻 나서며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너희들이 보지 못한 것들도 많단다. 너희들, 바다는 본 적이 없지?”

“그게 뭐지?” 하고 모두들 쑤근거렸습니다.

“바다는 아주 깊고 넓은데, 물로 가득차 있는 곳이야. 그속에는 크고 작은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 그런데, 그 깊은 바다를 보면 남색이거든.” 하고 남색이 계속 말했습니다.

“으음, 그렇구나!” 하고 놀랍다는 듯이 노랑이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난 너희들이 아직 보지 못한 신비한 세상을 나타내는 색이란 말이야. 자, 보고 느껴 봐, 깊고 넓은 신비한 바다를…” 하고 남색은 하얀 도화지를 천천히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여지껏 조용히 앉아 있던 보라색 크레용이 말했습니다.

“얘들아! 모두들 이 도화지들을 좀 봐! 너희가 마구 칠해 놓은 도화지들을 보라구! 우리는 모두 하나씩 보면 참 예쁜데 너희들이 칠해 놓은 것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응!?” 하고 모두들 깜짝 놀라서 각자 칠해 놓은 도화지를 보았습니다.

그동안 가장 예쁜 색이라며 서로 잘난 척하던 크레용들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나도 참 예쁜 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만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렇지 않니?” 보라색 크레용이 말했습니다.

 

그때 창 밖으로 무지개가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일곱 꼬마 크레용들이 서로 뽐내며 토닥거리고 있는 동안에 소나기가 한 차례 쏟아진 모양이었습니다. 소나기가 그치고 해가 다시 구름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무지개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와! 모두들 이리 와서 저 무지개 좀 보렴. 너무 예쁘지 않니?” 보라색 크레용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저것 좀 봐. 색갈이 여러 가지이네! 제일 위에 내가 있어!” 하고 빨강이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나도 있네.” 하고 초록이 말했습니다.

“어! 나도…” 하고 남색이 아주 반갑게 소리질렀습니다.

“나도 있니?” 하고 노랑과 파랑, 그리고 주황이 고개를 쑥 내밀었습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그리고 끝으로 보라색이 있네.” 하고 보라색 크레용이 무지개의 색이름을 하나씩 불렀습니다.

 

“저렇게 함께 똑같이 어울려 있으니까 정말 깨끗하고 예쁘다! 와~ 신기하네!” 빨강 크레용이 감탄했습니다.

“그래도 무지개는 하늘에 떠 있는걸.” 하며 파랑 크레용이 아직도 우쭐함을 버리지 않고 말했습니다.

 

“우리 저렇게 한 번 그려 보자! 혼자만 크게 그리지 말고 똑같이, 도화지 한 장에 나란히 그려 보자구.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보라색 크레용이 물었습니다.

“그래. 우리 사이좋게 저 무지개처럼 똑같이 함께 그려 보자!” 하고 남색 크레용이 말했습니다.

 

새 도화지 한 장을 펼쳐 놓고 먼저 그리라고 서로 양보했습니다.

다시 무지개를 올려다 보고는 순서대로 그리기로 하고 빨강이 먼저 도화지 위로 올라왔습니다. 천천히 조심해서 칠하고는 주황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내려갔습니다.

이어서 노랑, 초록, 파랑, 남색, 그리고 보라색 크레용들도 차례대로 도화지 위로 올라가서 정성껏 그리고 내려왔습니다.

일곱 꼬마 크레용들이 무지개를 다 그리고 나서 나란히 한 줄로 섰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 하늘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이 아름다운 무지개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모두 입이 크게 벌어졌습니다.

“와~! 정말 근사하다~!” 하고 합창으로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서로 저만 잘났다고 뽐내지 말고 잘 지내자!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색으로 태어났을 뿐이지, 모두 예쁘고 잘났는걸! 그렇지 않니?” 하고 보라색 크레용이 말했습니다.

“그래, 그래.”

“맞아, 맞아.”

모두들 보라색 크레용의 말에 박수를 보내면서 신이 나서 무지개 아래 위를 뛰어 다녔습니다.

그랬더니, 하늘이 생겨나고, 빨간 장미꽃, 노란 수선화 등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울창한 나무들도 자라나고, 깊은 바다속 구경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곱 꼬마 크레용이 함께 어울려 그린 세상은 아주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2003년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으며

 

 


 

못생긴 나뭇잎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엄마의 다른 손에는 귀여운 강아지를 묶은 줄이 잡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엄마랑 아이랑 귀여운 강아지가 함께 산책길을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저기 앞에 보이는 나무가 아이의 눈에 다르게 보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분명히 녹색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지금은 노랑, 주황, 주홍, 빨강 잎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황금색이면서도 불이 붙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나무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아이는 빨리 뛰어가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졌습니다.

 

“엄마, 빨리 가자! 저 나무가 참 예쁘지? ”

아이랑 엄마는 가볍게 뛰기 시작하고, 덕분에 강아지도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합니다.

 

나무 밑에 와서 보니, 어여쁜 나뭇잎들이 어느새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몸을 구부리고 그 중에서 제일 예쁜 잎들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 열, 열하나, …

아이는 점점 땅바닥에 주저 앉아 그 많은 잎들 사이에서 예쁜 것을 찾느라 바쁩니다.

그러다 보니 똑같이 생긴 것 같이 보이던 잎들이 조금씩 다르게 생긴 것이 참 신기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이제 제일 예쁜 잎을 찾기 보다는 예쁘면서도 조금씩 다르게 생긴 잎사귀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두 손에 잡을 수 없을 만큼 가득 찾고 나서, 아이는 마음이 부자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엄마, 이제 집에 가자! 빨리 가서 얘들을 책 사이에 넣어 두어야지. 응?”

 

아이는 집에 가려고 엄마의 팔짱을 끼면서 일어섭니다.

앗! 그런데, 갑자기 한 나뭇잎이 아이의 눈에 띕니다.

다른 잎사귀보다는 조금 큰 것이었는데, 아주 못생긴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못생긴 것이 왜 내 눈에 띄었지?” 하고 아이는 다시 몸을 굽혀 들여다 봅니다.

그 잎사귀는 벌레가 먹었는지 구멍도 뻥 뚫리고, 떨어지면서 어디에 걸렸었는지 한 쪽이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모양도 반듯하게 생기지 않고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잎사귀를 집어 들었다가 도로 내버립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로 다가갑니다.

 

그런데, 아이의 머리에는 자꾸 그 잎사귀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금씩 아파 오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아이는 할 수 없이 다시 그 잎사귀에게 돌아가서 집어 올려 손 안에 가득 들어 있는 다른 예쁜 잎사귀들과 함께 잡고 엄마에게 갑니다.

 

“엄마, 얘는 다른 것들처럼 하나도 예쁘지 않은데, 나랑 친구가 하고 싶은가 봐. 자꾸 나를 불러서 할 수 없이 데리고 가기로 했어. 그런데, 자꾸 보니까 다른 애들은 예쁘지만 다 똑같아 보여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얘는 혼자 다른 것이 더 눈에 띄고 좋아지네. 이상하지, 엄마?”

“그리고, 엄마. 얘는 벌레가 먹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이렇게 찢어질 때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가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엄마랑 아이랑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는 모두 기분이 몹시 좋아져서 가벼운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주 작은 개미 둘

 

어제는 새나의 네 번째 생일이었어요.

꼬마 친구들 열한 명을 집으로 초대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요.

새나는 친구들이 가져온 선물들 덕분에 공주님이 된 것처럼 마음이 들뜨고 무척 신났어요.

엄마가 준비해 준 음식들을 친구들이 몹시 좋아하며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새나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서 또 신이 났어요.

하지만, 가장 신이 났던 것은 엄마랑 언니가 준비해 준 게임으로 친구들이랑 뛰어 놀았던 것이랍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게임은 종이쪽지 찾기였어요.

전날 저녁 아빠가 앞마당과 뒷마당의 곳곳에 숨겨 놓은 종이쪽지를 찾아서 찾은 수에 맞추어 상품을 받는 것이었어요. 큰 상품, 작은 상품, 한 개, 혹은 여러 개 …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신이 났고, 찾은 친구들이 기뻐하며 소리 지르는 것을 듣는 것도 신이 났어요. 새나는 그저 친구들이 신나게 노는 것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덩달아 신이 났어요.

 

오늘도 새나는 어제 종이쪽지 찾기를 하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며 앞마당과 뒷마당을 괜히 돌아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땅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들쳐 보기도 하고, 돌 밑을 들쳐 보기도 하면서 혹시 남아 있는 종이쪽지가 있을까 하고 찾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남아 있는 종이쪽지는 한 장도 찾지 못했지만, 신기한 것을 보게 되었어요.

 

꽃밭에서 한 마리의 아주 작은, 정말 작은 개미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 작은 개미는 무엇인가를 온 힘을 다해 끌어당기고 있었어요. 가까이 들여다보니 저보다도 훨씬 큰 무엇인가를 옮기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죽은 벌레였는데, 개미 혼자서는 도저히 옮길 수 없어 보였어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옮기고 싶어 애쓰는 개미의 마음이 안쓰러워서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작은 막대기를 하나 주워서 도와 주려고 하는 사이에 다른 작은 개미 한 마리가 아주 빠르게 오는 것이 보였어요.

무슨 일인가 하고 기다려 보니 두 마리의 개미가 양쪽에서 그 벌레를 잡아당기는 것이었어요.

그러더니 개미 혼자서는 꼼짝도 하지 않던 그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그 개미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어디선가 나타난 또 다른 작은 개미였어요.

“와~~ 정말 신기하다! 영차! 영차! 힘을 내라, 개미야!” 하며 새나는 두 마리의 작은 개미들을 응원했어요.

 

그런데 정말 아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어요.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작은 개미 두 마리는 그 큰 벌레를 끌고 사라졌어요.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주변을 찾아 보아도 보이지 않았어요. 새나는 너무 아까웠어요.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가는지 보고 싶었거든요. 새나가 잠깐 한 눈을 팔았던 모양이지만, 정말 아주 잠깐 사이었을 텐데…

 

그래도 새나는 오늘 한 가지를 새로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도 둘이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에요.

더군다나 그 작은 두 마리의 개미가 옮기던 벌레는 엄청나게 큰 것이었기에 새나는 계속 놀라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어요.

 

엄마가 집에서 새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새나야, 점심 먹자!”

“알았어, 엄마! 금방 들어갈게!” 새나가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새나는 뛰어 들어가면서 엄마에게 들뜬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엄마! 글쎄, 아주 작은 개미 두 마리가 …”

그때 엄마는 함께 먹을 음식이 담겨 있는 접시를 나르고 계셨어요.

새나는 방금 전에 보았던 개미 두 마리가 생각이 나서 엄마에게 “나도 함께 도와줄게.”하며 엄마가 들고 있는 접시를 잡았어요.

네 살인 새나의 키에 맞추려면 엄마는 허리를 구부려야 한답니다. 그러니까 엄마에겐 더 힘든 것이지요.

하지만 엄마는 새나가 계속 조잘거리며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새나와 함께 접시를 날랐어요.

두 마리의 작은 개미가 하는 일을 보고 아주 좋은 생각을 하며 배운 새나가 참으로 많이 기특했어요. 그리고 감사하고 기뻤어요.

그래서 엄마는 갑자기 새나가 접시를 잡는 바람에 떨어뜨릴 뻔하기도 하고 허리도 아팠지만 마음은 아주 흐뭇했답니다.

접시를 상에 놓은 후에 엄마는 새나를 힘껏 안아주며 말했어요.

“우리 새나, 이제 많이 컸네. 아주 좋은 생각을 한 거야. 이젠 엄마가 새나한테 배워야 하겠는걸!”

“엄마, 새나 예뻐? 잘 했어?”

“그럼, 아주 잘 했어요! 그리고 우리 새나, 많이 많이 예뻐요!”

엄마랑 새나는 그렇게 기뻐하며 한참 동안 서로 안고 있었답니다.

 

2013년 6월 3일 오후

 

 


 

저 위에 누가

 

연이가 낮잠을 자다가 깨어 보니 창 밖으로 하얀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어요.

신이 난 연이는 뒷마당으로 마구 뛰어 나갔어요. 그리곤 양팔을 벌리고 펄펄 내리는 눈 속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돌아 다녔어요. 함께 쫓아 나간 강아지 토비도 신이 나서 껑충껑충 뛰어 다녔어요.

한참을 뛰다가 자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눈 앞에서는 큼직했던 함박눈이 하늘 꼭대기에서는 점처럼 아주 작은 떡가루 같이 보였어요. 그 작은 떡가루 같은 것이 바람에 맞춰 춤을 추듯 뱅글뱅글 돌면서 내려오면 함박눈이 되는 것이었어요. 하도 신기해서 계속 하늘 꼭대기를 올려다 보고 있으려니까 뱅글뱅글 도는 그 작은 눈가루 속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어, 누구지?”

연이는 작년에 하늘 나라에 가신 할머니가 문득 생각이 났어요.

“할머니인가?”

그러다가 또다시 문득 엄마가 가끔 얘기해 주시던 하늘 나라의 성모님이랑 예수님 생각이 났어요.

“성모님인가? 예수님인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계속 올려다 보려니까 몹시 추웠어요. 그냥 뛰어나오느라 겉옷을 입지 않고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그때 마침 엄마가 집 안에서 부르시는 소리가 들렸어요.

“연이야! 연이야! 어디 있니?”

연이는 후다닥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 엄마에게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엄마, 엄마! 내가 하늘 꼭대기를 보고 있는데, 그 위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할머니일까요? 아니면 성모님일까요? 예수님일까요?”

엄마가 웃으시며 대답하셨어요.

“연이는 참 좋겠네. 그분들이 연이를 무척 사랑하시는가 봐. 하지만, 연이야! 그분들은 오늘 눈 속에서만 연이를 보고 계신 것이 아니고 늘 그렇게 보고 계실 거야. 연이가 뛰다가 넘어질까 봐 지켜보시고, 연이가 기쁘면 그분들도 기쁘게 바라보고 계실 거야. 연이는 정말 참 좋겠네.”

그 말씀을 듣고 연이는 갑자기 어깨가 으쓱해졌어요. 그리곤 신이 나서 바깥으로 다시 뛰어 나갔어요.

그리고는 하늘을 쳐다보고 큰 소리로 외쳤어요.

“할머니, 사랑해요! 성모님, 사랑해요! 예수님, 사랑해요!”

그러자 연이의 가슴 속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또다시 큰 소리로 외쳤어요.

“할머니, 사랑해요! 성모님, 사랑해요! 예수님, 사랑해요!”

 

2015년 12월 18일 아침

 

 


 

토비야, 안녕!

 

토비는 나이가 14살이 되어 걸음걸이도 느려지고 층계를 오르내리는 것도 점점 힘들어 하는 것 같았어요. 연이는 그런 토비가 몹시 불쌍해 보여서 가슴이 아팠어요.

한 달 전쯤부터 토비는 귀가 들리지 않는지 불러도 딴짓을 하기가 일쑤였어요. 아기 때부터 토비는 유난히 눈이 맑아서 바라보고 있자면 눈이 뱅글뱅글 도는 듯 장난기가 넘치고 똘똘하기가 대단했지요.

그런 토비가 갑자기 며칠 전에 고개를 휘저으며 허공을 바라보는 듯 하는 거에요. 그래서  연이는 엄마에게 급히 뛰어가 말했어요.  

“엄마, 토비가 눈이 잘 안 보이나 봐요. 엄마가 한번 봐 주세요. 좀 이상해요.”

엄마가 토비 눈을 들여다 보시더니 말씀하셨어요.

“어떻게 하니? 정말 토비가 앞을 볼 수 없게 된 것 같구나!”

토비는 불안한 듯 이리저리 비틀비틀 걸어 돌아다니며 여기에 쿵! 저기에 쿵! 하고 부딪치고 다녔어요. 연이는 토비가 부딪칠 때마다 쫓아가서 안아 주곤 했어요.

토비는 그렇게 좋아하던 밥도 과일도 점점 먹는 것이 힘들어져서 엄마는 미음을 쑤어주기도 하고 물을 숟가락으로 떠 먹이기도 하면서 애를 태우셨지요. 

이틀 뒤가 마침 정기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가는 날이라 그날을 기다리며 온 가족이 토비를 정성껏 돌보았지요. 아빠는 밤이면 토비랑 함께 주무시기도 했어요.

다음 날 아침 연이가 학교에 가면서 토비의 머리를 쓸어 주면서 인사를 나누었어요.

“토비야, 언니가 학교에 갔다 올 테니 편히 쉬고 있어! 갔다 와서 보자!”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연이는 토비가 누워있는 방으로 뛰어들어갔어요. 그러자 방 안에 계시던 아빠가 연이를 맞으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시는 거에요. 그래서 연이는 금방 눈치를 채었지요. 아! 토비가 죽었구나!

온 가족들이 슬퍼하면서도 토비가 좋아하던 뒷마당의 해가 드는 곳에 편안하게 묻어 주었어요. 그 뒤로 연이는 툭하면 뒷마당으로 나가서 토비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가 토비랑 이런 저런 말을 나누곤 했어요.

토비가 떠난 지 넉 달이 지나 가을이 깊어져서 땅에는 낙엽들이 쌓이고 나무들이 옷을 다 벗어 앙상하게 되어 가던 그날도 연이는 토비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높은 곳에서 나뭇잎 하나가 뱅글뱅글 돌면서 내려오고 있었어요. 연이는 불쑥 일어나서 떨어지고 있는 나뭇잎에게로 달려 갔어요.  하지만 그 나뭇잎은 이미 땅에 떨어져서 벌써 떨어져 있던 다른 잎들과 섞여 있어서 어느 것인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잎들 중에서 눈에 띄는 노란색 잎 한 장을 골라 들었지요.

그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또 다른 붉은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듯 내려오고 있었어요. 또 다시 연이는 그곳으로 뛰어갔어요. 하지만 또 늦었어요. 그래서 또 섭섭한 마음에 예쁜 붉은 잎 한 장을 골라 들었어요.

그렇게 연이는 키 큰 나무들이 떨구는 나뭇잎을 쫓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한참을 놀았어요. 마치 옆에 토비가 함께 뛰고 있는 것처럼 느끼면서…

그리고는 어느 새 손에 한 가득 모아진 나뭇잎들을 들고 다시 토비에게 와서 무덤 위에 덮어 주면서 연이가 토비에게 말했어요.

“토비야, 난 아직도 너랑 놀고 있는 것 같아. 토비야, 너도 내가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거지? 네가 우리랑 같이 사는 동안 참 즐거웠고 행복했어.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슬픈 생각은 하지 않고 너랑 즐거웠던 것만 생각하며 너를 기억할게. 가끔 이렇게 너랑 얘기도 하고… 토비야, 이제 추운 겨울인데 어쩌니? 넌 추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추운 겨울을 잘 견디어 내고 금방 또 올 봄을 기다리자. 토비야, 안녕!”

 

2018년 11월 23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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