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가을
인간은 역사가 없다면 인간일 수 없을 것이다 – 칼 야스퍼스
오랜 전, 50세가 넘어서 부터 사람의 일생을 일년의 사계절에 비교하는 것도 그럴 듯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추운 봄으로 시작을 해서 추운 겨울로 끝이 나는 그런 일년이다. 초봄에 태어나고, 따뜻한 여름에 무럭무럭 자라며 가을에 인생의 수확을 하고 겨울이면 눈 속에서 잠자듯 조용해지는 그런 사계절의 인생.. 멋진 비유가 아닐까?
가을이면 수확이 한창일 것이고 그것이 끝나면서 낙엽도 다 떨어지고, 모든 것이 조용해 진다. 60이 넘은 내 나이면 이 때쯤에 왔을까? 아마도 수확은 다 끝났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맘 때면 여름 동안의 일은 다 끝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자식들이 다 출가를 해야 수확이 끝나는 것이라면, 나는 아직도 수확을 기다리는 것이 된다. 아니, 이 수확은 겨울에나 올지도, 아니면 숫제 안 올지도 모른다. 을씨년스러운 계절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은 아직도 초조함으로 남아서 잔잔한 stress를 준다.
가을의 맛은 오래 전 팔방미인 이진섭씨의 말씀대로, 잔잔하게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듯이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지난 날을 생각하며 내가 세상에 왔다 가는 의미를 조금씩 생각해 볼 계절이 아닐까? 아무리 인생은 60부터 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전에 비해서 육체적인 건강이 많이 나아졌다는 얘기일 것이고, 그것이 정신적으로 젊게나 유치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나이에 따라 점점 빨리 지나가는 시간과의 싸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가을인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세상이 알건 모르건 간에, 어떻게 ‘자기의 역사’가 남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실수한, 잘못된’ 자기의 역사를 고치려고 할까? 후회가 되는 것들, 못 다한 꿈들.. 이런 것들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어떤 사람은 전혀 후회도 없고, 꿈도 다 이루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자만한 평가를 절대로 믿지 않는다. 그것은 한마디로 인간으로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사 자체를 고칠 수는 없지만 다른 역사를 만듦으로써 멋진 조화, 균형을 이루면 안 될까? 나는 그것은 ‘절대로’ 가능하다고 믿고, 그것을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행하는 것이 나의 현재, 인생의 가을을 살면서 해야 할 것들이다. 아~~ 가을이여 천천히 흐르거라~~
Autumn of My Life – Bobby Goldsboro 1968
Bobby Goldsboro의 classic oldie, 인생의 봄에 들었던 추억의 노래지만, 그 당시에도 인생의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사랑을 인생의 흐름에 맞추어 노래했지만 지금 들어도 역시 계절과 인생의 흐름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