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Friday, a Small Miracle
예정대로 성금요일 저녁8시 미사를 끝내고 들어왔다. 십자가 경배도 예전대로 있었지만 조금 의아했던 것은 이번에는 정면의 제단 뒤의 커다란 십자고상을 장막으로 덮어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가 있었으면 이해를 하겠지만 귀찮아서 그랬다면 정말 실망이 아닐 수가 없다. 관행을 왜 무시한 것일까?
오늘 미사 중에 나는 작은 기적을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100% 확실한 것이 아니지만 나는 거의 확신을 한다. 10여 년 전에 회심 이후 성당, 레지오로 들어오면서 경험했던 갖가지 작은 기적들과 맞먹는 것이라고 기억하고 싶다. 지나간 4년 전에 우리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었던 어떤 두 자매들[모두 레지오 단원]을 ‘일방적으로’ 용서할 자신이 생긴 것이다. 아니 용서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그들의 사과나, 반응 등에 상관이 없는 것으로, 자진해서 용서를 하고 잊기로 한 것이다. 이후에는 다시 ‘증오, 혐오’ 등 적극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잊는 것도 가능할 수 있고, 아니 잊었으면 더 좋겠다. 더 이상 사람을 미워하는 재미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기도할 것이다. 조금 더 가슴이 넓은 남자가 되고 싶다. 큰 그릇의 관대함을 가지고 살고 싶다. 미워하는 것은 재미가 아니고 괴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간직하며 살고 싶다.
이제까지 나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미워하며 살리라’는 무서운 생각으로 살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기 전에는 절대로 미워하며 용서를 안 하기로 칼을 갈며 사는 것.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지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이렇게 내가 무서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아찔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신부님의 강론,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이 겪는 고난을 생각하는 와중에 갑자기 ‘용서하기로 결정하자’ 라는 결심이 선 것이다. 이것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 나도 알기에 나는 이것을 작은 2021년 부활절의 기적이라고 개인 역사에 기록하기로 했다. 일단 결심이 섰기에 나는 이 예수님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절대로, 절대로… 요새 나를 괴롭히는 작은 악마도 부활예수 근처에는 얼씬도 못할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