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올해의 추분 ‘Autumn begins’, 결국은 그렇게 지난 주일들 동안 머리 속에 담겨있는 말, 가을이 되었구나. 가을 가을 가을… 인생의 가을과 비교해서 그런지 이 계절이 제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직 나는 겨울은 아닐 것이고 조금은 준비할 시간이 있지 않을까? 무엇을 준비? 허~ 나도 잘 모르지만… 이대로 오늘 떠난다는 것은 조금 현실감이 들지 않기에 이런 말도 할 수 있지 않을지.. 이것이야말로 횡설수설의 하나다.
가을의 첫날, 태양은 90도까지 치솟으며 작열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밖에서 여름 내내 초록색 생명의 향연을 보여주던 화분들과 초목들, 또 집안으로 들여 놓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싸늘하고 바람 부는 그런 날의 저녁을 은근히 기대하고 싶다.
오늘은 연숙이 이대동문 합창연습으로 아침에 나가야 하기에 자진해서 미사를 쉬자고 하였다. 무리하면 갈 수도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무리처럼 느껴지고, 솔직히 어제의 운동 때문인지 아침에 조금만 더 자고 싶기도 했다. 심리적으로 ‘정상적인 혈압수치’ 를 의식하고 있는지 머리는 가볍고 날라가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을 더 되풀이해서 음미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생각도 무시할 수 없으니, 왜 이렇게 날카롭게 나는 ‘시기심’의 함정에 빠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누가 잘 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나와 비교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면 나는 깊은 속으로부터 분노까지 느끼니 말이다. 이런 때도 있는 거지, 그리고 한때겠지…
낮 시간을 온통 혼자 보낼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것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듯하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아마도 나에게서 ‘유기적 에너지’를 앗아간 모양이다. 일단 손에 잡히고 일을 시작하면 거의 저절로 결과를 보는 것인데, 그것을 피하며 살고 있다. 특히 tool time의 시작을 못 하고 사는 것이다. 오늘까지는 날씨가 덥다는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막상 일하기 좋은 시원한 때가 오면 어쩔 것인가? 아~ 누가 나를 좀 밀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누가? 나 이외에~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