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snow day가 3일째 계속된 적은 이번 말고 기억에 없다. 1989년 이곳에 이사온 이후에는 없었다. 1993년 3월 달의 storm of the century때도 3일 이상 계속되지는 않았다. 이번은 내일까지 모든 학교들과 대부분 직장이 쉰다고 한다. 그러니 4일 연속의 snow day인 셈이다. 이번에는 눈이 온 이후로 강추위가 계속되어서 길들이 모두 스케이트장으로 변한 탓이다. 제설트럭이 10대밖에 없으니.. 얼음이 저절로 녹기를 기다리는 형편인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것을 가지고 정치화 하거나 불평을 하는 이곳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사실 더 재미있지 않은가? 나도 사실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뜻밖에 완전한 relax를 하게 되어서 고마울 지경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쌀만 있으면 몇 주라도 끄떡없이 나가지 않고 살 수 있으니 더 그렇다. 이곳 사람들은 조금 다를 것이다. 빵과 우유, 야채가 꼭 있어야 하니..
오늘의 blog이 100번째를 넘었다. 2009년부터 조금씩 쓰던 것이 지난해 7월부터는 거의 정기적으로 쓰게 되고 이제 100번째가 넘은 것이다. 남들에게는 큰 숫자가 아닐지 몰라도 나로서는 milestone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한글로 쓰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들었다. 영어로 쓰는 것보다 쉽겠지..한 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 영어로 쓰는 것 만큼 힘이 들었다. 나의 생각이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영어로 생각하는 습관이 많이 들어있었다. 그런데다 멋진 한글 수식어들을 참 많이도 잊어버렸다. 아마도 내가 한글로 된 책을 별로 안 보고, 2000년이 넘으면서 한글로 된 website도 거의 피한 결과일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아이들 수준의 단어 밖에 생각이 안 나는 것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고 한글표현도 잘 못하고.. 이제는 영어보다는 한글에 더 신경을 쓰며 살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한인성당의 레지오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한국 문화’를 더 접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Cobb Central Library엘 가게 되었다. 친지가 경영하는 Atlanta downtown에 있는 Kristie란 jewelry store에 computer문제가 생겨서 보아주고 오다가 잠깐 들린 것이다. 작년 여름부터, 집안의 마루를 새로 놓는 일을 시작하면서, 그 때까지 거의 정기적으로 가던 것이 중단되어서 이제까지 온 것이다. 그곳에는 한국에서 출판된 책들이 제법 있어서 새로 나온 책이 있나 보았는데.. 거의 없었다. 이곳도 $$$이 경제사정으로 모자란 모양인가? 그래도 몇 권을 빌려왔다.
한번 빌려 보았던 독일작가 제발트(W.G. Sebald) 저 “이민자 들(Die Ausgewanderten)”, 마쓰히사 아쓰시 저 “천국의 책방“, 그리고 이청준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다. 이 중에 “이민자 들”은 한번 본 것인데 다시 읽고 싶었다. 왜 그럴까? 독일인으로 영국으로 이민을 가서 다른 이민자들을 보면서 쓴 것인데.. 아주 비극적인 이야기들이다. 한마디로”실화보다 더 실화 같은 소설”인데 아주 그 format이 특이하다. 주제는 이민자들이 겪는 ‘고향상실의 고통’이다. 나는 그들이 겪는 고향상실이 어떤 것이지 잘 알고 있다. 어느 민족, 어느 문화권이던 이런 것은 사실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