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쓰고 싶고, 남기고 싶은 조금은 우울한 듯한 마음을 달래려 pen을 다시 잡는다. 잔잔한 강박감에 밀려 쓰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쓰고 나면 조금은 기분이 솟는 듯 하다. 오일육, 5월 16일, 2015년.. 박정희의 얼굴이 보이고 당시의 서울 장안 냄새와 모습이 느껴지고 보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의 정체성, identity는 과연 무엇인가? 이경우란 인간은 어디에 소속이 된 생명체일까? 왜 나는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일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닌 듯 한 심정은 왜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를 당혹하게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지독히도 우울하게 한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 중에는 ‘서울, 대한민국, 우리 누나네 식구들, 나의 죽마고우’들과 다시 맞대면 하는 것이다. 성모님이 나를 진흙탕 골에서 이끌어 주시는 모습을 나는 자주 그려왔다. 나의 손목을 잡으시고 구덩이 속에서 이끄시는 성모님의 옷이 진흙탕에 묻어서 더러워졌음도 나는 그린다. 조금은 서광이 비치는 듯한 나의 머리 위에는 다른 ‘고통’이 보인다.. 그것이 바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바위인 것이다. 진흙탕 구렁텅이가 아니고 거대한 높은 바위.. 언젠가는 그곳을 넘어야 한다는 압력.. 거의 일생의 전부를 피하며 살아왔던 그곳..이 바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인 것이다. 모순중의 모순.. 그렇게 몽매 그리워하는 곳을 나는 피하고 무서워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고향이 ‘아주’ 없어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나를 정말 우울하게 한다. 통근하듯 고국 행 비행기를 자주 타는 주위의 인간들.. 모두 부럽다 못해 밉기까지 한 사람들이다. 꿈속에서 가끔 보는 ‘상상의 나라’ 나의 없어진 고향을 나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일까? 나의 ‘위치’를 과연 어디에 맞추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나의 ‘정체성’을 정리해야 하는가? 나의 어머니를 어찌 다시 뵐 것인가? 멀어지기만 한 누나의 가족들은.. 나를 완전히 잊었을 듯한 친구들은.. 그들이 ‘잘 사는’ 모습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것이 나를 기다리는 다음의 monster일까? 성모님이 어떻게 나로 하여금 그 ‘거대한 바위’를 넘게 하실 것인가? 성모님이시여.. 저를 위해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