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5월의 마지막 날인 동시에 마지막 주일인 5월 31일은 가톨릭 교회에서 그리스도 교회가 탄생한 날로 기념하는 성령강림 대축일 Pentecost Sunday 이었다.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성령이 사도들에게 불꽃모양으로 내려오는 것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잇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사도 2:1-4]
이날을 왜 그리스도교회가 탄생한 날로 정했는가를 보면, 이 성령의 힘으로 사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선교활동을 시작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수님의 명령을 이들이 담대히 전세계에 퍼뜨리기 시작한 것, 그것이 그리스도교회의 근본적인 사명이었고 그것이 교회공동체, 가톨릭 교회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이날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사가 정지되었던 이후, 처음으로 아틀란타 한국순교자 성당이 공식적으로 공개 미사를 드리는 주일이기도 해서 관심을 가지고 online미사에 참례하였다.
미국 성당들도 하나 둘씩 미사를 재개했지만, 이곳 저곳 모두 미사참례 조건이 비교적 자세하고 까다로웠다. 100명으로 제한, 마스크 착용 등은 기본이지만 미사 이외의 모든 활동은 전면 금지였다. 게다가 권고사항으로 65세 이상은 당분간 자제하라는 것이다. 이것도 현명한 선택 분별을 해야 하는 것으로, 솔직히 귀찮고 골치까지 아픈 것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당분간 지켜보기로 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날 미사광경을 보니, 미사 참석인원이 30명 정도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비교적 나이가 있는 교우들로 보였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비교적 젊은 교우들로 100명 가까이 올 줄 알았는데 이것은 조금은 뜻밖이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평소에 열심히 참석하던 열성교우들이 역시 이날도 자리를 채운 것이다. 신부님도 이것이 조금은 뜻밖인 듯한 인상을 보였는데, 30여명 정도면 일단 ‘수칙준수’에 대한 안심은 되겠지만, 적은 숫자에 실망도 하셨을 듯… 하지만 이것은 첫날이니까 다음 주에는 분명히 훨씬 더 많은 교우들이 ‘몰려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틀란타 순교자 성당 공식미사 재개 첫날
이날의 강론의 주제 역시 성령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로서는 이 강론을 들으며 묵상할 자료들이 참으로 많았다. 개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신학적인 것까지…
평화란 무엇인가? 나에게 평화와 이기적인 평화. 모두가 갖는 평화를 위해서는 싸워라. 그렇게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는 탓. 이 용기는 성령의 선물이고 가장 중요한 성령의 은사다. 이 용기의 은사가 결여되면 다른 은사들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강론, 이영석 세례자 요한 주임신부님
나와 우리들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이 강론으로 얼마나 ‘용기의 은사’가 중요한 지를 느낀다. 개인적으로 나도 체험을 했지만, 사실 선택의 용기와 실천의 용기가 없었던 삶은 사실 죽은 삶에 가까운 것이다. 선택과 결단을 미루며 산 것도 용기의 결여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힘만으로는 이 용기란 놈이 그렇게 쉽게 얻어지질 않는다. 역시 높은 곳, 성령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