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세속뉴스’ 첫날

어제 오후부터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조금 슬프고 섭섭하다는 것이었는데 아직도 그런 후유증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 조금 때가 되었는가 하는 깨달음인가… 일단 아침의 세속 routine을 접기로 했다. 언제까지 갈지는 자신이 없지만 현재의 나의 삶의 지표, 방향이 조금은 ‘세상을 향한’ 것 같은 것이다. 세상이란 것, 세속적 인간세상이란 것, 어느 정도까지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 문제는 어제부터 각종 주일 강론에서 느끼고 있는 것, 과연 나의 모든 것의 중심에 누가 있는가… 자신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선 무게 중심, 관심의 중심의 방향부터 조절을 해 보고 싶다.

세상의 소음, 잡음으로부터 조금은 멀어지려는 조그만 첫 걸음은 그런대로 성공을 했기에 앞으로 머리 속이 깨끗해질 수 있는 희망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소극적인 접근방법이었다. 더욱 적극적으로 잔잔한 평정의 세계로 가는 방법은 ‘조용한 화제’를 찾아 책, 대중 매체를 보고 듣는 것이다. 현재 나의 옆에서 졸고 있는 산더미 같은 ‘좋은 책’들, 바로 그것에 나의 손이 아직도 쉽게 가지 않는 것, 그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커다란 도전인데, 아마도 이번에는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아침미사로 시작을 했기에 일단은 보람 있고 성공한 날로 쳐야 할 것이다. Miguel신부님 주례 미사이기에 강론도 격조가 높은 것이고 미사 자체는 말할 나위도 없이 ‘고전적’인 것이기에 우리는 사실 ‘가톨릭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신심 행위 중에서 미사 참례, 영성체 등의 비중을 잊고 살 때가 많을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아침 2~3시간의 외출은 정말로 값진 것 아닐까? 성모님이 기뻐하시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시도를 해 본 것, 나의 자존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던 shower head modification 의 마지막 희망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나의 실수로 부서진 connector를 복구하려는 노력, 될 듯 말 듯한 것,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진정해야 하는 나의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왜 이런 ‘작은 것’에 연연을 하는가 말이다. 식별의 중요성, 어제 구(동욱, 미카엘) 신부님의 ‘더 중요한 것, 더 먼저 해야 하는 것’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포기를 했다. 끝이다…

오늘도 올 여름 나를 살려주고 있는 ‘납량특급’  [한국]역사물 들을 보며 마음껏 더위를 잊는다. 오늘도 더운 날씨였지만 그래도 ‘고전적 여름’의 모습이어서 오후에는 거의 예외 없이 시커먼 구름과 함께 비록 짧긴 하지만 비까지 쏟아지는 것이 그렇게 평안함을 줄 수가 없구나. 이것이 역사물을 보는 것과 어울려 초복이 지나가는 한 여름을 서늘하게 해준다.  또한 다른 쪽에서는 1968/9년 무렵 서울의 여름에 한창 즐겨 듣던 Johnny Rivers의 pop oldie Summer Rain의 추억까지 어울리면 결국 이것이 극락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아~ 추억의 60년대 여름들이여~~ 절대로 그것만은 기억세포에 끝까지 남을 수 있게 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