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연례행사, 지난 밤에 이미 벽, 손목시계를 모조리 한 시간씩 늦추는 [새벽 2시가 1시로] 고역을 치렀지만 덕분에 아침잠 한 시간을 벌었다. 큰 생각 없이 맞이한 연중32주간 시작 본당 주일미사, 가보니 매년 이즈음 ‘평신도’ 주일이란 것이 바로 오늘이었다. 2010년대 초, 하태수 미카엘 신부님 재임시 연숙이 평신도 대표의 한 사람으로 강론대에 올랐던 추억까지는 좋았는데.. 글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뜻밖에 ‘W 마귀’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허~ 미리 알았더라면 거의 십중팔구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피했을 터였다. 이 Kafkaesque, hypocritical, lying, attacking 하는 인간과 우리는 왜, 무슨 악연으로 엮였는가? 듣기 싫은 narcissistic mumbo jumbo, 귀를 막는 용기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들어야 하는 괴로운 자리였지만, 궁여지책으로 완전히 눈을 감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나의 모습, 죽도록 싫었다.
오늘은 한마디로 ‘기가 막히게 멋진 가을날’, 시간이 한 시간 늦추어진 것과 더불어 더욱 계절의 신비를 느낄 수 있은 날이 되었다. 오늘은 이전과 다르게 모처럼 Buford Highway의 전통적 명소, Farmer’s Market에 들려서 떨어진 쌀도 사고 식사용 스시, 비빔밥을 그곳의 food court에서 사왔다. H-Mart에 비해서 조금 낡은 내부였지만 이곳의 물건들, 특히 produce 류들은 이곳이 훨씬 싱싱한 듯 보였다. 하도 인상적이어서 다음 주부터는 이곳도 정기적으로 오자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환하고 깨끗한 것은 H-Mart로 가고 싱싱한 것, 푸짐한 것을 찾으려면 이곳 Farmer’s Market… 허~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 1989년경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와 비교하면 이건 완전히 천지개벽, 아니 천지창조 된 느낌까지 든다.
아침의 얼어붙는 듯한 스산함에서 갑자기 찬란한 태양에 힘입어 부드러워진 대기 속을 걷고자 새로 개발된 neighborhood trail을 45분 동안 걸었다. 걷는 것과 혈압조절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 제일 큰 동기가 되었나, 연숙이 나보다 더 열심히 산책을 챙기고 있는 모습이 나도 싫지는 않다. 그렇게 오랜 세월 걷자고 했지만 이제야 정신이 나는 모양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 내년 봄까지는 모기 문제가 없으니 걷는 것 큰 문제가 없지 않은가. 이것으로 신체의 각종 의학적 수치들을 조정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요새 계속되는 kitchen area paint, range hood쪽의 faux door 로 그곳이 한결 보기가 좋은 것에 힘을 입어 sink area의 paint job에 도전했다. 크게 힘든 일은 아니지만 귀찮게 자주 움직이는 것, 이제는 예전 같지 않고 지나친 결과에 대한 집착, 실수할 까봐 걱정하는 나의 모습이 싫다. 이것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조금 실수해도 그것이 무슨 큰 문제란 말인가, 다시 하면 되는데… 시간은 넘치는데…
며칠 전에 거의 충동구매에 가까운 2권의 책이 빠르게 도착했다. 두 권 모두 나를 흥분시킬 만한 제목과 review를 자랑하는 책들이다. 과연 어떤 내용들일지… 기대가 크다. Ilia Delio, 그녀의 책은 이미 사서 본 적이 있는 수준 높은 scholarship을 지닌 저서들이어서 아마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책, 보기에도 웅장하게 보이는 hardback 멋진 장정으로 심각한 인상을 준다. 과연 Is God Dead? 에 걸맞은 Is Atheism Dead? 제목답게 21세기의 classic으로 남을 것인가?
하느님 맙소사! 오늘은 정말 극과 극의 극단적 날로 끝이 나는가? 왕마귀에서부터 ‘IS ATHEISM DEAD?’의 저자 Eric Metaxas란 새로운 이름의 저자까지.. 정말 이상하고 싫은 날이 되었다. 왕마귀는 그렇다 치고, Metaxas 라는 발음하기도 괴로운 이름의 인간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의 최근 간행된 책의 저자가 바로 ‘DONALD 개XX’ 신봉자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문제는 이것이다. 어떤 책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쓴 저자의 배경에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 예를 들어서 ‘하느님의 존재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사람의 배경에 그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정치인을 전폭적으로 지지 한다는 것이 포함이 된다면? 이것 정말 예상치 못한 대형사고다. 앞으로는 책을 살 때 그 자자의 배경을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인가? 책을 return하고 싶기도 하지만, 우선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고, 또한 책에다가 재빨리 나의 sign을 한 것, 등으로 return을 하는 것은 옳지 않는 듯 싶다. 아~ 괴롭다, 괴로워…
Amazon의 book review를 읽으면 이 책의 내용에는 저자의 ‘비이성적’인 정치관은 거의 없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니까 책의 저자를 의식하지 말고 책의 내용에 집착을 하면 이 책을 버리거나 돌려보낼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다.. 그래도, 찜찜한 것은 역시 나의 ‘과민한 상태’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 냉정하게 판단하고, 읽자, 이 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