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다시 겨울로
일주일 만에 다시 겨울로 돌아온 새벽, 제시간에 central heating이 아래 위층 모두 가동, 그러면 그렇지 벌써 수선화가 핀다고 하지만 그것은 며칠 동안의 포근함이었다. 진짜 추운 겨울은 사실 지금부터가 아닐지… 10년 전 바로 이즈음 와~ 그 폭설과 얼어붙는 추위로 완전히 빙판이 되었던 I-285N freeway 선상에서 완전히 발이 묶인 모든 차들과 함께 밤을 꼬박 지샜던 그 때… 2014년… 10년, 10년이 흘렀구나. 악몽이지만 지금은 모험소설처럼 아늑하게 느껴진다.
사순절, 재의 수요일이 사실상 거의 코앞으로 다가온다. 2주 이상이 지나가면 사순절.. 하지만 현재 우리, 아니 나는 거의 전혀 사순절에 대한 것이 머리 속에 없음을 안다. 아직도 쓰레기 찌꺼기들을 씻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간문제지만 100% 없어지는 것은 기대 안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기분으로 사순절을 맞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큰 변화가 있었던 지난 주일 미사후의 등대회 사임 ‘사건’ 이후, 첫 주일미사를 맞았다. 한마디로 어깨와 머리가 가벼워진 한 주일은 새롭고, 희망이 되살아나는 듯한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커다란 고민과 고통이 사라지고 서서히 다른 현실이 다가오는, 침착하지만 조금은 심심한 듯한 느낌도 감출 수가 없었던 시간들로 바뀌고 있긴 하다. 이제는 이것을 빨리 잊는 것이 나의 행복을 되찾는데 급선무가 아닐지…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그렇게 되기만 바라는데.. 과연..
아침미사가 끝나고 나서 솔직히 말해서 어디로 갈지 조금 당황스럽다. 한때는 적지 않은 교우친지들과 함께 Bakery ‘하얀풍차’의 커피 향을 찾아 갔었던 때가 있었지 않은가?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당연하다. 현재는 너무나 달라진 것이, 외롭고 쓸쓸함과 싸우는 듯한 착각까지.. 그것이 심지어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니… 웃기지 않은가? 우리가 무엇이 불쌍하단 말인가? 이 나이가 외로운 것, 당연한 것 아닌가?
성당을 빠져나오며 친교실를 거쳐나가면 분명히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날은 ‘괴물들’의 얼굴들이 보이는 듯했는지… 모처럼 구역점심 육개장을 신부님이 선전을 하는 것도 마다하고 빠져 나왔다. 이럴 필요가 없었는데… 아마도 잠깐의 ‘피해망상증’이었을 듯… 이것은 특히 우리를 기다린다는 유나가 그렇게 보고 싶어서 그랬을 것 같다. 똘망똘망한 유나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기도 하고 유나가 할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을 다시 확인, 보고 싶기도 했다. 이제야 비로소 지나치게 ‘손주들 자랑 타령’하던 할배, 할매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결국은 우리들도 별 수가 없구나..
시온 떡집에서 조금 떡을 사가지고 가서 유나와 ‘해후’를 즐겼고, 나의 ‘아들’ Ozzie와 잠깐이나마 걷기도 하고… 어찌나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지.. 오늘따라 장갑을 안 끼고 왔으니… 이렇게 우리를 반기는 새로니 모든 가족, 그래… 이것들이 현재 나,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보물인 것, 잊지 말자~~~
지난 주일 이후 커다란 쇳덩어리가 어깨에서 사라진 듯한 이 시간들, 특히 오늘 같은 일요일, 오늘은 ‘작정을 하고’ 늘어지게 쉬기로 한다. 이미 download된 300여 개가 넘는 YouTube video를 random으로 본다. 요사이 이런 ‘취미 활동’이 나에게는 최고의 피로회복제 역할을 한다. YouTube에 널려있는 수많은 ‘쓰레기’들이 아닌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진정한 보물이라도 찾듯이 찾고 보고… 과연 이런 휴식의 방법이 이상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이것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