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 List

 

평소에 독서의 [특히 양서良書 의] 기쁨과 효과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즐거움에 비례할 만큼 많은 책을 끝까지 다 읽는 것은 언제나 힘들었다. 그것도 대충 읽은 것과 꼼꼼히 읽은 것, 더 나아가서 ‘공부하는 자세’로 읽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책 읽기를 시작하면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고 끈질긴 노력을 해야 끝을 내는데, 하루 하루가 뭔가 그렇게 바쁜 것인지 생각보다 힘들었다.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터득한 것 중에 하나는: ‘쓰면서 읽는 것’, 필살비법 必殺秘法은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쓴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힘들고 typing을 하는 것이다.  편히 앉아서 편하게 눈으로 읽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겠지만, 조금 덜 편함을 택한 이 방법의 큰 장점은 ‘끝까지 다 읽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 그리고 끝이 나면 softcopy 하나가 거뜬히 남는다는 사실이다.

눈으로 읽는 것에 비해서 시간이 더 걸린다는 문제는, 시간을 좀 더 많이 쓰면 되는 것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가 바로 그것을 대폭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이 갑자기 ‘엄청’ 많아진 것이다. 이것으로 ‘실업자’인 내가 그 동안 그렇게 바쁘게 살았다는 즐거운 놀라움도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앞으로 얼마간 이런 ‘한없이 긴 여유시간’이 계속될 지는 모르지만, 그 동안 끝내지 못한 책들을 하나 하나 모두 읽을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이름도 웃기는, 코로나 독서목록,  Corona List를 만들었다.  현재 진행중인 shelter-in-place lifestyle 이 끝날 때까지 이것만으로도 나는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1. A BURST OF CONSCIOUS LIGHT (Dr. Andrew Silverman)
  2. THE TURNING POINT (Fritzof Capra)
  3. THE TAO OF PHYSICS (Fritzof Capra)
  4. The Systems View of Life (Fritzof Capra & Pier Luigi Luisi)
  5. GENIUS (James Gleick)
  6. MY GRANDFATHER’S BLESSINGS (Rachel Naomi Remen, M.D.)
  7. TO LIGHT A FIRE ON THE EARTH (Bishop Robert Barron)
  8. 꽃삽, 이해인 글 모음 (수녀 이해인)
  9.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 대표 에세이 (화가 천경자)
  10. 작은 마음의 눈으로 사랑하라, 수필집 (최인호)

 

This Post Has 2 Comments

  1. Han Sol Lee Eo

    평창이씨 익평공파를 찾다 ken님의 글이 멋져서 한참을 읽다 갑니다.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1. Ken

      아~~ 평창이씨 종친님이신가요? 그렇다면 더욱 반갑습니다… 가끔 찾아주시고.. 종친님도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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