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of May, 우리들의 약속

원서동 죽마고우들, 또 일 년이 흘렀구나..

우리들의 First of May 어떻게 이렇게 한 해가 빠르게 흘러갔단 말인가? 해마다 이날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구나.  50년대의 오월은 원서동 개천가에서, 70년대의 오월은 담배연기 자욱한 퇴계로의 어떤 지하다방과 높고 맑은 도봉산, 치악산, 지리산 능선과 골짜기에서..

이 원서동 삼총사들과 헤어진 것도 거의 60년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이제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기억들의 모습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구나… 1977년 미국에서 서로 만나자고 했던 전설적 약속, 1988년, 1999년, 2000, 2011, 2022, 2033… 등으로 햇수의 숫자를 굴리며 만나자고 하며 살았던 것이 60 여 년… 아마도 이 두 명 ‘총사’들, 현재 모두 미국 어디엔가 살고 있을 텐데… 무정하기 그지없는 ‘창희’,  연기처럼 사라진 ‘용현’이.. 어떻게 세월이 그렇게 친구들을 무심, 무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최소한 나는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다고 자부하고 싶은데.. 이제는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고, 이승에서의 의미 있는 재회의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으니, 제일 확실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다음 세상, 저승? 아~ 싫지만, 어쩔 수가 없는가?

싸늘한 아침으로 5월의 첫날을 맞이한다. 아래층은 아직도 central heating이 나올 정도니, 이런 이유로 겨울 옷을 아직도 정리를 못하는 핑계를 찾는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도 시간문제겠지.. 하루 아침에 ‘깊은 봄’ 날씨가 자리를 잡을 테니까..  아마도 1~2주 안에 겨울 내내 잠자고 있는 a/c 를 test-run을 할 때가 오지 않을까? 부디 a/c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습관적’으로 빌어본다.
Ozzie도 신나게 뛰어내려와서 볼일을 끝난 후 ‘자진해서’ 들어오고, Izzie는 아예 식탁 위에 올라가 맛있는 pate wet food를  기다리는 모습들, 아~ 정말 사랑스럽구나. 얘들과의 시간들, 나에게는 은총이고 기쁨이 아닐까? 같이 있는 동안 사랑으로 이들을 돌보아 주고 싶은데… 특히 Izzie가 현재까지 wet food에 잘 적응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고맙고, 반갑다. 아마도 그것의 높은 영양분들이 그 동안 잘 못 먹었던 고통을 덜어줄 것이라 희망을 한다.

5월 1일, First of May, Mother’s Month, 성모 성월… 싱그러운 5월의 꽃들의 향연… 이제야 그런 멋진 모습들이 마음과 눈에 들어온다. 너무나 지나간 수 개월을 생각해서 그런 모양인데… 어떻게 이 ‘지나간 수 개월’의 정리가 끝날 것인가? 또한 나의 office 를 옆 방으로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나의 녹슬어가는 듯한 몸에 활력을 주어야 하지 않을지…

어제 K 세례자 요한 형제님 병세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이번 화요일로 예정된 ‘정기 봉성체’ 가 취소가 된 것. 일단 이런 소식은 우리에게 불길한 예감을 주는 것으로 다가온다. 병세가 복잡, 악화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복잡한 가족간의 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caregiver들이 겪는 극심한 어려움으로 보아서 그 집 베로니카 자매님이 얼마나 물심양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조금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으면 좋을 테지만, 그것이 지금 문제가 아니고 그저 이 어려운 시간을 잘 견디기만 기도할 수밖에 없으니… 아무런 큰 문제 없이 지내는 우리의 현재 시간들이 미안해질 뿐이다.

겨울을 지내고 처음으로 driveway hedge trimming 을 했는데, 이제까지 했던 것 중에서 오늘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왜 그랬을까.. driveway 외에도 집 앞에 있는 bush도 손을 보았는데 그곳의 job은 driveway에 비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괜찮아~~

Ozzie가 온지도 일주일이 지나며 이제 Izzie와 Ozzie사이는 큰 문제가 없이 보인다. 서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우지도 않으니까… 전에는 먼 곳에서 노려보기만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가까이서 서로 응시하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 오후에는 새로니와 유나가 잠깐 놀러 왔다. Richard가 친구 결혼식 참석차 out of town (Las Vegas)를 해서 유나와 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게 하려고 온 것이다. 전처럼 유나를 우리 집에 놓고 가는 것에서 함께 왔다가 가는 것을 유나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녀석이 처음 오면 그렇게 서럽게 울 수가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까맣게 먼 옛날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녀석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엄마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이렇게 요즈음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다시 찾아보는 노력을 할 기회가 생긴다.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모르고 살았던 것이 적지 않을지도 모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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