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날씨에 관한 것이 잡스러운 뉴스를 비집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놀랄만한 것이 하나도 아니다. 오래 산 ‘기억과 경험의 축적’ 탓인가.. 아무리 진짜 겨울, 1월이 별볼일 없더라도, 2월과 3월이 겨울의 진면목을 보여 줄 확률이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이 더욱 그렇다.
그런 추세의 예외가 바로 작년 한 해였다. 좌우지간, 꽃들이 만발하려 ‘완전히’ 준비가 되어가던 차에 드디어 시베리아의 바람(이곳은 캐나다의 바람, Alberta Clipper?)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은 낮에도 빙점에서 맴돌며 내일은 드디어 (섭씨) 영하 10도? 이런 때에 나는 오랜만에 다른 종류의 cold, 감기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사실은 감기란 것이 고생까지는 아니지만, 거추장스럽다고나 할까.. 특히 편도선이 붓는 것이 제일 고역이고, 다음으로 진행되는 콧물,눈물..재채기.. 마지막으로 기침.. 우리 신부님 말씀대로 ‘코를 만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했던 모양이다. 더 심술스러운 다른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 비해 애교 정도로 보이는 것이 감기나 독감이지만, 섣불리 안심하는 것은 사실 그렇다. 1994년 큰 딸 새로니가 ‘조그만’ 감기로 시작한 것이, ‘거의 사경’을 헤매던 악몽으로 이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나와 같은 60+ 나이에는 더욱 그렇다.
¶ 우리들의 사회적, 과학적, 문명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점쟁이들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 아주 심각한 ‘학문’의 영역이다. 미래학회 같은 곳은 정기적으로 학회지도 간행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미래를 연구하는 단체이다. 이들의 주장을 자세히 보면, 최소한 내가 보기에, 대부분 ‘공상적’인 느낌을 많이 준다.
다른 말로 하면 그 정도로 미래를 미리 느끼기가 힘들다는 것일까. 그들은 분명히 과거와 현재의 상태에 근거해서 추측(extrapolation) 하는 것일 것이다. 한마디로 수학적(통계,확률)인 방법을 쓰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그런 류의 소식 중에: 인간의 수명이 150세 이상 200세까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major network news에서 본 것이라서 신빙성도 있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분명히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과학적 연구들 중에서 가장 좋은 예들을 골라서 나온 best case일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 우선은 반가운 것으로 들리겠지만, 이것도 과연 그렇게 간단히 ‘무조건’ 좋기만 할까? 50년 전의 미래학의 ‘함정’을 보면서 이것도 not so fast!의 한 예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아래에 있는 사진은 1950년대에 ’50년 후인 2004년의 home computer’를 상상, 예측하고 RAND corporation(당시의 IBM)에서 만든 것이다. 설명을 보면, 가정에서 쓰는 이 컴퓨터는 teletype terminal과 FORTRAN을 쓸 것이라고 되어있다. 웃지도 못할 미래학의 결정체가 아닐까? 미래학 함정의 극단적인 케이스라고 그냥 웃을까? 이것의 치명적인 과오는 불과 몇 년 후에 출현할 반도체(solid state, transistor, IC)를 전혀 예측 못했다는 사실이다.
¶ 얼마 전에 ‘얼마 남지 않은 미국의 양심, 희망’ PBS-TV 에서 작년 3월 12일 경의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의 지진,쓰나미(해일), 잇달아 생긴 후쿠시마 다이이치(福島 大一) 원자력 발전소(원전) 사고(nuclear meltdown)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원전의 안전과 미래에 대한 FRONTLINE (주로 문제점 분석 중심) 프로그램, Nuclear Aftershock 이 방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재난의 1주년에 맞추어 제작한 듯 한데, 당시에 발생한 비극적인 인명(18,000명 이상 사망),재산 피해보다 장기적인 원전사고의 후유증과 그로 인한 세계적 에너지 공급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한 것 중에는: 인간이 원자력을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control할 수 능력의 한계, 원자력의 매력과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 미국에 있는 원전들이 생각보다 덜 안전하다는 사실은 비록 쓰나미의 위협이 적음에도 그것과 맞먹는 최악의 사고 시나리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음산’한 현실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지난 해의 사고 이후 독일의 ‘성급해 보이기도 하는’ 100% 원전 포기선언과 원전대신으로 전통적인 화석연료 발전소를 이용한다는 조금은 의아한 결정같은 것이 있다. 이 결정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정면으로 대결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이 ‘에너지’ 문제는 참 간단한 것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