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놀랄 정도로 변했다. 조금 전까지 ‘시원하지만 끈끈함’을 불평했던 것을 무색하게 갑자기 ‘쓸쓸함’을 느낄 정도로 가을의 맛이 느껴지는 날이 된 것이다. 무성했던 잡초들도 힘을 갑자기 잃은 것처럼 눈에 느껴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지가 얌전해진 듯 보이고… 이것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어찌 잊으랴~
비교적 편하게 잠도 잤고 제시간 6시 30분 이전에 눈이 떠지고 했지만 역시 나는 ‘슬픔에 젖는 생각’에서 조금씩 헤매는 듯했고 반사적으로 ‘은총이 가득하신..’을 중얼거린다.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 자신은 없지만 아마도 다가오는 10월의 가운데 쯤이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짐작도 없지 않은데.. 과연 그럴까?
오늘은 ‘안 나가도 되는 날’로 정해졌다. 오늘 내일 모두 연속으로 장례미사가 있는데, 전 같았으면 ‘무조건 참석’이었겠지만 이번에는 쉽게 ‘예외’로 삼기로 한다. 하지만 무리, 무리… 몸과 마음이 또 다른 두 번의 외출은 무리라는 신호를 받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장례미사는 송 아오스딩 형제 아버님, 내일은 김 요아킴 육사출신, 월남참전 교우, 그런데 두 분 모두 98세라는 것이 눈에 뜨인다. 우연치고는 너무 우연이 아닐까? 98세라면 생년이 언제인가? 2023-98=1925 년 생! 우리 어머니보다 6년 뒤가 아닌가~~ 두분 모두 그야말로 ‘천수, 만수’ 하신 것, 솔직히 이 선종은 ‘축하’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갑자기, 잊고 사는 것들.. 매일 아침미사, YMCA, Sonata Cafe.. 까마득한 추억으로 느껴지며 불안, 초조, 불편해진다. 이것들이 어떻게 거의 잊혀지고 있단 말인가? 이유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오래 잊은 것은 아마도 COVI-19 Pandemic 때가 아니고는 거의 없었지 않았던가? 마지막의 기억은… 보자.. 아~ 연숙이 말이 맞구나! 8월 1일이 마지막 날이었다. 그 이후는… 아하~ Knox가 세상에 나오는 날, 8월 10일의 전후.. 이후 나는 shed cleanup 작업에 지치고.. 다음은 무엇인가? 아하~ 바로 그것! 연숙이 ‘백내장 수술’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이것의 ‘외출 스케줄’이 그렇게 방대한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을 핑계로 모든 정상 routine이 없어진 것이었구나… 그러니까 꼭 우리가 ‘게으름’을 피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나 긴 ‘exercise 운동의 공백’을 나라도 가서 끝내고 싶어서 YMCA에 혼자 가서 ‘제대로’ 운동을 하고 왔다. 물론 각종 ‘무거운 것’들이 제대로 올라갈 리는 없지만 그래도 대강 할 것은 하고 왔기에 조금 마음이 놓인다. 이곳도 오늘은 날씨 때문인지 쓸쓸해 보였다. 오랜만에 gym에서는 pickle ball로 활기에 찬 모습이 보였다. 이제부터는 더 ‘마음이 바빠질 것’은 분명하기에 아마도 11월이나 되어야 다시 이곳을 찾게 되지는 않을까…

날씨 덕분에 오늘이야말로 ‘하고 있던 일’들을 계속하기에 적격이었지만… 나는 해괴한 성격 탓인지 이런 때에는 반드시 편하게 집안에서 ‘시간을 죽이는’ 일들을 하게 되는데… 별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나, 인 것이다. 게다가 한 달 반 만에 했던 근육운동 덕분에 기분도 그런데 기운을 차리고 연숙이 열심히 요리한 결과로 ‘최고, 최다’ 모습의 home-made ‘짜장면’을 즐겼으니… 이후에 억지로 낮잠까지 자고.. 한마디로 가을맞이를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보낸 셈이다. 일 못한 것은 잊고 나도 이런 시간이 필요함을 명심하자…

지난 며칠 동안 Izzie의 식습관, 특히 ‘특제’ dry food에 대한 반응이 예상 밖으로 문제가 없어서 혹시 automatic food feeder의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의견을 모으고 Amazon에서 review가 좋고 가격도 평균인 것을 order를 해 버렸다. 과연 이것이 10월의 우리 빈집의 ‘깜깜한 실내’를 조금이라도 밝게 해 줄 것인가? ‘녀석’이 얼마나 처음에는 놀랄까 생각하니 가슴이 저미어오지만… 기도를 할 수밖에 없으니…
오늘 ‘불현듯’ 보낸 콜럼버스 중앙고 후배들에게 보낸 카톡, 과연 어떤 반응이 올지 궁금하기도 했다. 혹시 ‘차가운’ 느낌이 들면 어쩔 것인가 염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답이 하나 둘 씩 오기 시작하고… 서울에 오면 만날 수 있는 날짜를 잡아 보겠다는 글까지.. 갑자기 날짜가 한 달이나 앞서가는 착각에 빠진다. 과연 영겁永劫의 세월 뒤의 이 해후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전혀 전혀 상상을 할 수가 없구나. 나는 거의 ‘천국의 어느 곳’으로 간다는 느낌 뿐… 모르기에 두렵기도 하고, 감당 못할 감정처리를 미리 걱정하고… 하지만 결국은 너무나 반갑고 행복한 순간들도 올 것이 아닐까..
저녁 늦게 몸이 조금 이상함을 느끼고, 아하~ 어제 ‘독감주사’의 늦은 반응임을 알게 되어서 모처럼 파격적으로 ‘오늘을 일찍’ 접기로 하고 9시가 지나서 잠자리에 든다… 미안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