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 22, 2006
Obituary: Shigeta Saito: 斎藤 茂太(さいとう しげた、1916年3月21日 – 2006年11月20日)
Kyodo News
Psychiatrist and essayist Shigeta Saito died of heart failure Monday at a Tokyo hospital, his family said. He was 90.
The eldest son of renowned poet and psychiatrist Mokichi Saito (1882-1953), Saito wrote numerous essays analyzing relationships, mainly within families. One of his pieces is “Mokichi no Taishu” (“Mokichi’s Body Odor”), a study of his father’s character and qualities.
His 1980 book “Chonan no Hon” (“The Book of Eldest Sons”), which depicted the thinking of eldest sons, became a best-seller.
Saito graduated from Keio University after majoring in psychiatry and headed a mental hospital. He was chief of the Japanese Association of Psychiatric Hospitals.
He later became president of the Japanese Center of International PEN, an association of writers.
His younger brother is psychiatrist and novelist Sokichi Saito, who writes under the pseudonym Morio Kita.
1. 한 번 긴장하면 한 번 릴랙스하자
강연회 등에서 제가 곧잘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로 이런 것이 있습니다.
“마음의 안정은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따라서 저는 적당히 긴장하고 적당히 릴랙스 하는 생활을 하고 있죠.”
이것은 ‘적당주의’를 즐거운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저의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긴장과 이완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은 늘 같습니다.
고대 중국의 오경 중 하나로 예식에 관한 책인 ‘예기’에, ‘일장일이(一張一弛)’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번 긴장하면 한 번 릴랙스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즐거운 인생’ 이란, 인류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추구한 공통의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올해로 90세가 되었습니다만, 2년 전인 88세까지 현역 의사였습니다. 실은 예전부터 이 직업에서 은퇴하려는 생각이 있었기에 잠시 의사 생활을 그만뒀지만, 진찰을 하지 않는 생활을 막상 시작하니 무엇에도 만족할 수 없었고,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8개월 후 일에 복귀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남들과 똑같이 움직이는 저에게 은거생활은 역시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 경우는 병원 진찰을 관둔다고 해서 본격적인 은거생활에 들어갔던 것은 아닙니다. 공무로서 알코올 건강의학협회, 후생노동성관계의 외곽단체인 노년계획 개발기구, 일본여행작가협회와 같은 각종 모임의 회장, 일본펜클럽의 명예회원 등과 같은 몇 가지 직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장일이의 긴장감은 역시 본업에서만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85세를 넘긴 무렵부터는 원장 직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저는 주 2회 정도만 진찰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이에 맞는 밸런스를 생각한 것입니다. 환자들과 만나는 시간은 즐겁고 또 환자들에게서 배울 점도 있습니다. 저를 가장 즐겁게 긴장시키는 것은 저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좋은 대화는 서로 소중한 마음의 지지가 되는 것을 여러 번 실감했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의 신체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즐거운 인생이란 긴장만큼 이완이 되는 생활을 하도록 유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자기만의 편안한 장소를 만든다
편안한 장소라고 해서 특정한 장소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옛날 생각이 나는 물건이 있는 장소나 자연탐방, 혹은 사찰 순례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풍요로운 마음을 기른다면야 대상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자기만의 편안한 장소’를 생각해 볼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서재죠. 비록 좁은 공간이라도 서재를 갖는다는 것은 자기의 성을 갖는다는 의미이며, 거기에서는 가족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혼자만의 자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서재라고 해서 꼭 책을 읽는 공간만은 아닙니다. 장식품들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고, 모아 놓은 레코드나 CD로 클래식과 재즈를 듣거나 DVD로 명작을 즐기는 것도 좋겠죠. 어쨌거나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는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병원을 아들에게 맡기도 있습니다만, 2년 전까지는 병원 일, 간간이 있는 강연, 쉴 새 없는 잡지와 책의 집필, 거기에 시간을 내어 떠나는 여행 등 꽤 바쁜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무엇을 거절할 수 없는 성격이어서, 끊임없이 일이 생겼기 때문에 집에서 편안히 뒹굴 거리는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잠깐이나마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가 서재와 이어지는 거실입니다. 비행기와 관련된 물건들이 늘어서 있는 비좁은 방에서, 팔걸이의자에 앉아 물을 적당히 탄 술이나 탁주를 마시면 마치 비행기에 탄 기분입니다. 지나가는 아내가 스튜어디스로 보일 때도 있을 정도니까요. 어쨌거나 남자든 여자든 도망갈 곳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3. 고민거리도 마감날짜를 만들어 두자
마감날짜가 있으면 초조해져서 좋은 원고를 쓸 수 없다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 반대입니다. 마감날짜가 없으면 오히려 좋은 원고를 쓸 수 없습니다. 물론 원고의 내용에도 관련이 있으므로 어느 쪽이 맞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마감날짜에 대해 좀더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인생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본래 어떤 일이건 마감은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납기(納期)라는 말을 종종 사용합니다. 이 납기가 없으면 일이 잘 진척되지 않습니다. 납기라는 건 신용의 다른 말입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신용을 증명하는 말이죠.
나는 내가 관계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일에 마감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메모 습관도 1년 365일 매일 마감이 있습니다. 이것만은 반세기 이상에 걸쳐 하루도 빼놓은 적이 없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의 내용을 그 날 안에 메모하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잡지나 책의 집필 마감날짜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를 짐작하여 계산해 둡니다. 이 계산법이 있기 때문에 마감날짜를 어기는 경우는 좀처럼 드뭅니다.
이제부터 핵심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가 말하는 핵심은 ‘고민거리도 마감날짜를 설정하자’ 라는, 대담하다면 대담하다고 할 수 있는 제안입니다. 그래도 제가 분명히 효과를 본 방법입니다. 비록 작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효과는 크다고 확신합니다.
종종 생기는 작은 고민거리는 하루 10분만 생각하고 약간 큰 고민은 하루 30분, 가끔씩 찾아오는 정말 큰 고민거리는 하루 1시간이라고 고민하는 시간을 설정하여, 그 이상은 쓸데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의 설정은 사람에 따라 달라도 상관없지만, 어떤 경우라도 너무 길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정도 생각했으니까’ 하고 적당한 부분에서 타협을 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고민거리든 결론을 내리려는 결심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마감을 정해 두면 거기에 너무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4. 즐거운 인생과 친구의 수는 정비례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그 중의 일부이겠지만 말입니다. 지인이 많이 있어도 그 모두와 진심으로 친하게 지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는 꽤 이전부터 저우론(貯友論)이라는 것을 제창해 왔습니다. 왠지 그럴싸한 표현 같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글자 그대로 친구를 저금한다, 즉 많이 모은다는 것입니다.
즐거운 인생을 보내려면 속마음을 털어놓을 몇 명의 친구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즐겁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저우론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우론은 모든 세대에 공통되는 부분이지만, 여기에서는 특히 정년 후의 즐거운 인생을 계획하고 있는 60대 이후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정년퇴직을 한 후에 일에서 해방되어 회사생활을 할 때보다 활기차게 이곳 저곳 누비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다지 외출도 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여생’을 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차이는 친한 친구가 몇 명이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친구가 많으면 당연히 외출할 기회가 늘어나고, 친구가 적으면 아무래도 외출할 기회가 줄어들어 집에만 틀어박히게 됩니다.
전자의 예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교직에서 은퇴한 한 60대 남성이 몇 년 전부터 친구들과 ‘수제 쌀 만들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모심기에서 벼 베기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농가의 도움을 받아 수확한 무 농약 쌀은 인기가 좋아 초등학생들까지 참가하게 되어, 그 수가 200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뜻 없이 참가한 이벤트였는데, 지금은 수십 명의 친한 친구들이 생겨 매일 설레고 긴장감 있는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은, 외출조차도 내키지 않게 되고, 세상을 버린 사람처럼 되어 치매의 진행이 빨라집니다. ‘살기 위해 사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양자의 차이는 친구의 수 차이입니다. 친구의 역할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저우론의 결론 중 하나는 구체적인 친구 모으기입니다. 그리고 자원봉사활동과 동창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교제하는 것은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두 가지 축입니다.
5.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의외의 부분이 있어 재미있다
‘시야가 넓다’나 ‘시야가 좁다’라는 말은 대부분 인물을 평가 할 때 사용합니다. ‘당신은 시야가 참 넓으시네요’, ‘판단력이 매우 좋으신데요’와 같이 넓은 시야는 칭찬의 대상입니다.
반대로 시야가 좁다는 말은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쓰입니다.
높은 장소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은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높은 빌딩의 옥상이나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시야는 넓습니다. 전망이 좋아서 기분도 상쾌해집니다. 인간의 신체는 전망이 좋은 높은 장소에서 우뇌가 활성화되는 알파파가 나오기 쉽고, 편안한 상태에서는 알파파가 많이 나옵니다.
반대로 좁은 방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이나, 눈을 내리깔고 걷는 사람은 시야가 좁아져 인간으로서의 그릇이 작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긴장한 상태,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할 때는 베타파가 많이 나와 여유가 생기기 어려운 법입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이든 양극화하여 사람과 사물을 판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양쪽 시야에서 바라보는 것을 권합니다.
시야가 넓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가끔은 좁은 시야로 집중하여 무엇을 관찰하거나 하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시야가 좁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시야가 넓은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함으로써 새로운 인물평가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인간의 평가를 단순히 양극화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좋은 인생을 사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보통 때와는 다른 시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아래를 향해 걷는 사람’ 이라는 특이한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새나 비행기가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위를 향해 걸으면 보이는 건 대부분 구름뿐입니다. 아래를 바로 보고 걸으면 다양한 관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작은 돌, 낙엽, 풀과 나무, 열매, 혹은 곤충과 분실물 등 참 다양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하나의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6. 급하게 걸으면 중요한 것을 지나친다
발끝을 보고 걷는 이야기는 앞에서 언급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천천히 걷거나 때때로 옆길로 새서 한눈을 파는 것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인 ‘느긋한 삶’과도 관련이 있는, 즐거운 인생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우선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예부터 살펴보도록 합시다.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산책한 적이 있습니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사찰이나 공원 같은 장소, 강과 연못이 있습니까? 어떤 새와 곤충이 있습니까? 어떤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습니까? 그리고 이런 것들을 통해 마음이 침착해지고 기분이 좋아진 적이 있습니까? 어떤 장소든 꼭 볼만한 것은 있기 마련입니다. 살고 있는 곳이 도시라면 자연대신 건물을 관찰해 봅시다. 오랜 분위기가 느껴지는 집은 없나요? 새로 지은 빌딩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습니까?
조그마한 호기심이 인생의 즐거움을 더해 줄 때가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고, 흥미로운 것이 있으면 발길을 멈추고 잠깐이나마 유심히 관찰하면서 동네 주변을 천천히 걸어봅시다.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생각지도 않던 행운의 만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전국에 걸쳐 ‘오래된 상점들을 보존하자’라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집이 밀집한 지역을 문화재로 보존하자는 움직임입니다. 텔레비전이나 잡지에서도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그 의견에 찬성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옛날 풍경을 바라모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적어도 그 장소에 있는 동안은 옛날이야기 속에 빠진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유럽의 많은 거리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오래되고 아름다움 것들이 인간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다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인생을 생각하면 유럽인들에게 배울 점이 많습니다.
여기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떤 장소라도 급히 걸어 다녀서는 주변을 시야에 넣을 수 없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을 즐기는 습관을 가집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 다르겠지만,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즐거운 인생을 만들기 위한 귀중한 재산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권할만한 ‘느긋한 삶’입니다.
7. ‘요령껏,적당히,알맞게’ 를 통해 인생은 호전된다
제가 체득한 가장 좋은 경험 중 하나는 ‘적당히 잘하는 것이 좋다’ 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적당히’ 란 한마디로 말하면 밸런스입니다. 확실히 짚어두겠지만 제가 언제나 적당히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까지 몇 번이고 스스로의 어설픈 적당함을 반성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더 적당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이것저것 생각하고 궁리한 끝에 뭐든 ‘그럭저럭 괜찮았어’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챕터에서는 저를 어설픈 적당함에서 타출하게 해 준 힌트로 즐거운 인생의 계기를 붙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명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완벽을 바라면 마비가 온다.’
이 말은 영국의 총리 처칠의 말입니다. 완벽을 바란다는 것은 조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마음이 최대한으로 긴장한 상태가 되어, 어느 순간 망가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좌절과 실패는 늘 따라다닙니다. 마음에 마비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완벽을 바라지 않는 태도,즉 균형을 취해야 합니다.
나는 이 말을 이해했을 때 ‘적당히’ 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일상에서 쓰는 말로 바꾸어 ‘요령껏’, ‘짐작’, ‘알맞음’ 이라는 단어를 메모장에 적고, 인생의 핵심은 이런 데에도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요령’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상대의 정도, 경우에 따라 정도껏 조절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또 ‘짐작’은 손으로 만지거나 들어 보아 대강 헤아림, 또는 그런 분량을 의미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궁금한 것은 ‘알맞음’ 입니다. ‘마음대로’는 ‘아무래도 좋다’ 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에는 ‘좋은 정도’, ‘적절한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온천에 들어갔을 때 ‘딱 좋네’, ‘최고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이 ‘알맞음’이라는 말에 중요한 것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는 모든 것이 분주하고, 언제 어디서나 뭔가에 쫓기는 기분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속으로 ‘요령껏, 적당히, 알맞게’ 라는 말을 새겨 스스로 여유 있고 풍요로운 마음의 화원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8. ‘지나치지 않고, 소홀하지 않고, 간섭하지 말 것’은 교제의 핵심
즐거운 인생을 보내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제입니다. 매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당신 주변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교제도 설레는 마음으로 산뜻하게 하기 때문에, 주위에 상쾌하고 좋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남성이라면 배짱 있는 성품의 소유자이며, 여성이라면 늘 미소를 띠는 상냥한 사람일 것입니다. 어쨌거나 양쪽 모두 인간적인 매력으로 넘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잘 관찰해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와 마음 씀씀이가 높은 경지에 이르러 있습니다. 왜일까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와의 거리감’에 즐거운 교제의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에서든 휴식에서든, 모든 것에서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면 고장이 나는 것은 사람도 기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서 저는 즐거운 교제의 포인트인 ‘적당한 거리감’ 은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이런 말을 만들었습니다.
‘너무 지나치지도, 소홀하지도 않고, 간섭하지 않기.’
긴 인생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이 말에 저는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이든 사적인 것이든 이 원칙을 지키고 있는 한 인간관계에서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저의 예를 하나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리 집안에는 ‘헌법 제1조’가 있습니다. ‘너무 지나치지도, 소홀하지도 않고,간섭하지 말 것’ 입니다. 유머나 말장난을 중요하게 여기는 저만의 조문이라고 다른 저서에서도 곧잘 소개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전부 다섯 세대가 이웃하여 살고 있기 때문에, 너무 밀착된 관계가 되지 않도록 이런 룰을 설정한 것입니다. 아무리 가까워도 함부로 드나들지 않고, 외출하는 아이들에게 행선지나 만나는 사람을 물어보는 일도 없습니다. 비가 와도 옆집빨래를 걷어 주지 않는 것이 철칙입니다. 이 헌법 제1조는 현재 가족모두에게 인기를 얻어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적당한 거리감이란 쾌적한 거리감이라는 것입니다.
즉, 유쾌한 교제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간단한 것입니다.
9. 일을 할 때 껄끄러운 상대일수록 정면 승부로 간다
심리학에서는 ‘껄그러운 상대’ 와 교제할 때 그 사람의 좋은 점을 가능한 많이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건 확실히 맞는 말입니다.
사적인 인간관계라면 이것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다지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억지로 사귀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일을 할 때 맺는 인간관계는 교제를 능숙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껄끄러운 상대가 상사이거나, 단골 거래처라면 일이 잘 진척되지 않게 되고,자신의 평가도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껄끄러운 상대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합니다.
‘껄끄러운 사람일수록 때로는 직구승부로 가자’
회사는 언제나 유쾌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회사 안에서는 잘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여러 타입의 사람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회의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껄끄러운 상대일수록 애매한 자세로 그저 이야기를 듣고 있지 말고,직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도 나도 직접적인 승부가 가능하므로 회의가 활성화되고, 자신의 의견을 참석자 모두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껄끄러운 상대일수록 좋은 파트너가 된다’ 라고 말하면 놀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일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중요한 키워드가 됩니다.
직장에서 적대관계가 어느 정도 있으면, 일도 자신의 머리도 활성화되어 결국은 자신도 만족하게 될 것입니다.
10. 거짓말을 할 때는 당당하게 할 것
<> 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비슷한 책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 책이 화제가 된 것은 무엇보다 그 당시의 사회정세를 잘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세는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저의 추측이지만 아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은 없고,그리고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는 공통점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한 이유가 아닐까 하고 그 당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거짓말하는 방법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악의적인 것이며 주위에 피해를 끼치게 되고, 당연히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의 시점을 약간 벗어나 보겠습니다. 거짓의 반대는 진실입니다. 진실이란 올바른 것, 좋은 것,추구해야 하는 것으로, 그것이 윤리관에서 최고 자리에 위치해 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진실입니다.
그런데 진실이 때로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경험을 통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진실을 말하면 오히려 그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에 걸렸다는 선고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저의 ‘거짓말 경험’ 을 말해 보겠습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 성격이 달라 젊었을 무렵에는 곧잘 싸웠습니다. 한 번은 아내가 던진 달걀에 맞은 적도 있습니다. 제 불찰이 원인이었기 때문에 반기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도 방편’이라는 명언을 활용했습니다. 당시의 거짓말을 여기서는 밝힐 수 없지만, 능숙한 거짓말에는 연기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이것만은 평생 말하지 않을 거야’ 라는 비밀 한 두 개는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는 당당히 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은 그 상황을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 목적인 하얀 거짓말입니다. 즉,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능숙한 거짓말이 가능해지면 약간의 충돌은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단, 태연하게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11. 크게 아팠던 경험이 있는 사람과 교제해 보면 알 수 있는 것
큰 병을 겪은 사람은 당연히 건강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큰 병을 앓았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건강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는, 건강의 고마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즉 그 정도로 건강하다는 뜻이므로 건강의 고마움을 운운할 필요도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의 고마움을 느끼든 아니든,큰 병을 앓게 된 사람은 건강의 고마움을 느낌으로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것은 괴로운 경험에서 생겨난 인간적인 배려이며, 이것은 그 사람의 매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요한 것입니다.
인간적인 평가를 결정짓는 요인의 하나로 경험이 있습니다. 좋은 경험만큼 귀중한 재산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좋은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것은 ‘즐거운 인생’ 그 자체가 됩니다.
그러나 좋은 경험만으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인생이든 몇 가지 괴로운 경험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 부분에는 예외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괴로운 경험을 인간적인 매력으로 가져갈 수 있는가 없는가 입니다. 좀처럼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병에 관해서는 저도 약간의 경험이 있습니다. 42살 때 과로로 쓰러진 일, 전립선비대증으로 두 번 수술을 받은 일, 70대에 이사를 하면서 우울증에 빠진 일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저에게는 지금의 괴로움은 반드시 즐겁게 바뀐다는 낙관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인생의 귀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환자들을 상대할 때에도 경험에 기초한 어드바이스는 환자들에게 위안이 됩니다. 큰 병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생각지도 못한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12. 고민하는 방법에는 기술이 있다
세상에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고민에 의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중요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민은 사람에게 꼭 필요합니다.
문제는 고민하는 방법입니다. 고민하기만 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계속 빠져 나오지 못하면 곤란합니다. 고민한 결과 좋은 해결책이 생겨 나아진다면 그것은 고민의 방법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능숙한 고민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그러면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저는 고민을 처리하는 방식에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끙끙대는 타입’ 입니다. 또 하나는 ‘시원시원한 타입’ 입니다. 같은 문제를 안고 고민했을 때 전자와 후자는 큰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면 끙끙대는 타입인 사람은 동료가 자기보다 먼저 승진하면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해고당할지도 몰라’ 하고 생각합니다.
한편 시원시원한 타입은 ‘해야 할 일은 했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라고 생각합니다. 동료가 먼저 승진해도 ‘저 사람은 능력이 있으니까, 나도 저 사람의 좋은 점을 보고 배워 노력해야겠다’ 라고 생산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발상과 감성의 차이는 즐거운 인생을 보내는 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끙끙대는 타입은 무슨 일이든 소극적인 경향이 있으므로 일을 척척 해 내지 못하고 주저합니다. 그런 일들을 몇 번씩 반복해서 경험하는 동안 재미없는 인생이 되어 버립니다.
반면 시원시원한 타입은 기분 정리를 잘 해서 실패하지 않고, 고민을 큰 기회로 만듭니다. 즐거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시원시원한 타입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민의 해결은 결코 간단하지 않지만, 저의 고민의 기술을 공개하겠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책이 서지 않을 때는 우선 상황을 종이에 적은 후,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자기 나름대로 방법을 써 보는 것입니다. 뭐든 좋으니까 적어봅시다. 그러는 동안 마음이 침착해지면서 서서히 기분 정리가 되기 시작합니다. 나는 이 방법만으로도 여러 차례 어려움을 넘겼습니다. 적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능숙하게 고민하는 것은 머리 운동도 되고, 살아가는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13. 칭찬에는 혼이 필요하다
예전부터 여러 가지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는 말 중에 ‘불상 만들어 놓고 혼은 넣지 않으니’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대부분 인물을 평가할 때 사용됩니다. 아무리 멋지게 만들어진 불상이라도 거기에 혼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저 조각물에 지나지 않으며 부처님의 공덕은 기대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인간의 행위에는 혼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나는 칭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칭찬할 때도 상대에게 이쪽의 호의가 느껴지지 않으면 뻔한 겉치레로 들릴 것입니다. 단순히 말만 잘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되고 맙니다.
칭찬이라는 것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다라 인간관계를 크게 바꾸는 일종의 도구이므로 서투르게 사용하면 생각지도 않은 결과를 낳습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사용방법이란 칭찬의 타이밍, 상대의 입장, 상대에 대한 배려, 칭찬의 정도입니다. 뻔히 들여다보이는 입에 발린 소리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위해서는 말하는 측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에 맞는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두 개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샐러리맨과 상사의 상하관계가 긴밀해지면 해질수록 상사의 사모님을 칭찬할 기회는 많아집니다. 한 샐러리맨이 상사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반적인 예를 살펴봅시다.
“부장님 사모님은 정말 멋진 분이세요. 말투부터 행동까지 전부 멋지세요. 한마디로 부장님이 보는 안목이 있으시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사실 부장 부부는 가정 내 별거상태로,그 주된 원인이 아내의 불륜이었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칭찬받은 부장은 매운 기분이 상하고, 부하직원은 오히려 난처할 것입니다. 이 부하직원은 칭찬하기 전에 상사의 부부 관계 등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심적 포화’ 라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곧잘 사용되는 말입니다. 칭찬도 과할 경우 거북해진다, 또 같은 칭찬을 여러 번 반복하면 질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애인끼리 나누는 대화를 살펴봅시다.
“오늘 너무 예쁜걸, 나는 완전히 자기의 포로가 되어 버렸어.”
이렇게 과격한 칭찬은 처음 한 번이면 족합니다. 몇 번이고 반복하면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의심하는 문제로 발전합니다. 좋아하는 요리라도 매일 먹으면 싫증나는 원리와 같습니다.
칭찬은 인간관계를 좋게 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도구이지만, 상황을 잘 파악해서 진심이 담긴 칭찬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4. 상대에게 백 퍼센트를 요구하면 인간관계는 실패한다
‘인생 80%주의’는 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이제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말해 왔습니다. 독자 중에는 이미 지겨워진 사람도 있을지 모르므로,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보고자 합니다.
인간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성과주의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49번째 이야기에서 설명할 테지만, 여기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같은 발상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알기 쉬운 것부터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다음의 설정을 생각해 봤습니다.
- 결혼 상대(남성의 경우)는 일류대학 졸업, 일류기업 사원이나 관공서 국가 공무원, 연봉 8000만 원 이상,잘생기고 성격 좋은 사람.
- 부하로 삼고 싶은 사람은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 시간 외 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 상사의 지시에 거스르지 않는 사람.
- 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고집을 부리지 않는 사람, 어려울 때 바로 상담에 응해 주는 사람, 돈이 많은 사람.
이것들은 전부 100퍼센트 성과주의에 기초한 이상형입니다. 이상형이지만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100퍼센트 성과주의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일종의 ‘강요’가 됩니다. 강요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대에 어긋나면 그때까지 쌓아 온 인간관계에 반드시 금이 생깁니다. 그 금이 결국 파국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100퍼센트 이상형으로 계속 존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기대에 어긋나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인간 아닐까요?
완벽주의를 포기하라는 것은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도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말입니다.
현실적인 최고의 관계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교제일 것입니다.
15. 자신이 우위에 섰을 때는 겸허하게 상대방을 대한다
세상에는 사고방식도 행동도 자기와 많이 다른,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사는 건 참 힘들어’ 라고 한숨을 쉬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크든 작든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사회 구조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살기 힘든 요즘 세상’ 이라는 신문, 잡지 기사를 볼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복잡한 세상이 되고 있다는 말이겠죠. 또 복잡한 세상이기 때문에 인간도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것이 자유로워진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당신을 살기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터무니없는 명령을 내리는 사람’, ‘하청회사 영업사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 ‘부모의 권력을 수단으로 허세를 부리는 방탕한 아들’, ‘당선되자마자 권력을 남용하는 정치가’ 등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직함이나 지위도 실력의 하나’ 라고 거만하게 굴기 때문에 참으로 곤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세상에도 참으로 매력적인 사람은 있는 법입니다.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것이 큰 사람, 도량이 넓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확실히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말하는 보람이 있는 사람’, ‘남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 ‘사사로운 일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어떤 사람에게도 공평한 사람’, ‘실패를 해도 기죽지 않는 사람’ 등 여러 가지가 떠오릅니다.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면 성격도 변하게 된다고 생각하기는 싫지만, 현실에는 그런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우위에 섰을 때일수록 겸허한 자세로 남을 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항로를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겸허한 자세가 높이 평가 받을 것입니다.
정신과 병원은 다양한 마음의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거기서 우리 정신과 의사들은 한 명 한 명의 고민을 잘 듣고, 고민과 증상의 근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 해소에 도움이 되는 어드바이스(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약이 될 수도 있고, 소통이 될 수도 있으며, 양쪽 모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만, 그 대신 나와 환자 사이에서 했던 대화, 언어의 소통방법을 참고로, 상대방이 곤란한 상황에 대해 상담하러 왔을 때 어떤 것에 주의를 하면 좋을지를 짧게나마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사람은 자기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고민거리를 상담할 때 대개가 연장자나 상사와 같이 손윗사람에게 상담합니다. 상담을 원하는 쪽은 ‘이 사람은 나와 비슷한 고민거리를 아마 한두 번은 경험한 적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아마 뭔가 좋은 어드바이스를 해 주겠지’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가장 좋은 어드바이스라는 발상은 맞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기대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왜일까요? 여기서는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상담을 요청한 쪽과 상담에 응하는 쪽, 각각의 심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또 정신과의사들도 종종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가 왜 나오는지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얻은 가치관을 그대로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바라고 있는 지를 끌어내야 한다.’
즉, 방황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서는 해답을 통째로 내지 말고 본인이 잘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합니다. 멋지게 보이는 가치관이나 성공법칙이 꼭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람이 다르면 답의 해석도 다르다는 뜻으로, 이 점을 꼭 유의해야 합니다.
상담에 응하는 쪽의 의견도 조금씩 내면서, 상담해 오는 쪽의 마음이 차차 궤도수정을 하도록 나가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확인이라는 작업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제 확인 과정 없이 강요하는 해답이 왜 도움이 안 되는지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16. 훌륭한 인간이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자
‘자연체’나 ‘자연류’라는 말이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 등에서 최근 유행하고 싰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배경을 찾아보면, 다채로운 가치관이 그물망처럼 복잡한 인공적인 사회시스템 안에서는 어떤 지혜를 짜내도 쾌적하게 지내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것저것 머리를 쓰는 것은 관두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수하게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넓게는 삶의 방식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 책의 테마인 ‘나답게 살아간다’와 공통된 점도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즐거운 인생’을 생각하는 힌트 중 하나로 알기 쉽게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위해 우선 자연체, 자연류의 반대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무엇이든 성공을 지향하고, 무엇에서든 남을 앞서야 하며, 돈과 물질에 구애 받고, 또 언제든 사람들의 위에 서고 싶어하는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훌륭한 사람이라고 불리고, 그 결과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습니다.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에 눈에 띕니다. 눈에 띄기 때문에 멋지게 행동하려고 합니다. 멋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피곤합니다. 조용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몸도 피곤합니다. 이런 이유로 자기가 계속해서 훌륭한 사람인 것에 갑갑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제가 ‘훌륭한 인간을 지향하는 것은 포기하자’ 라는 말을 한 이유를 이해하시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훌륭하지 않은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 ‘자연체, 자연류’로 살아가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원래 인간은 결함투성이입니다. 훌륭한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고 구애될수록 ‘즐거운 인생’에서 멀어지는 법입니다. 나는 덜렁대는 나의 모습을, 오히려 인간관계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치를 잃어버리면 ‘다이어트 중이니까 오히려 잘됐어’ 라고 생각하고, 강연회 테마가 부부관계라면 ‘오늘 아침 외출 전에 집사람이랑 싸워서요’ 라고 말하는 식으로, 저는 저의 빈틈을 즐거운 인간관계의 도구로 삼고 있습니다.
17. 그저 묵묵히 참는 것은 마음에 상처를 입힐 뿐이다
인내는 인생에서 늘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참아야 하는 때가 있고, 그렇게 인내한 결과 곤란한 상황들을 해결 할 수 있었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참자, 참아’ 라고 소리를 내서 스스로를 달려면 어느 정도는 마음이 가라앉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내는 고통을 견디는 것입니다. 인내심이 여러 가지 상황에서 필요하다는 것은 어떤 문제건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한편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인내’를 생각해 보면, 참는 데에도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 병원에 오는 한 환자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30대 부부에서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는 극히 평범한 가정으로, 부부는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각자 일하러 나갑니다. 아내가 먼저 돌아와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내의 노고가 큽니다. 한편 남편은 매일 밤 야근으로 인해 늦게 귀가하여 부부간의 대화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내는 그러는 사이 점차 화가 폭발하게 되어 귀가한 남편에게 불만을 퍼붓습니다. 아내가 연일 퍼붓는 바가지 공세에 질려 남편은 결국 귀가거부증후군 직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부부는 우리 병원에 상담하러 온 것입니다.
여러 가지 정황을 듣고 나는 우선 남편이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은 아내의 무리한 노동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아내의 불만을 듣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부부에게는 대화가 약간은 있었지만 근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남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 것입니다.
부부에게는 함께 견뎌야 하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참고 있음을 전달하여 인식 시킨다고 해서 부부관계가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를 극복하며 좋은 부부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만큼 멋진 부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은 모든 것이 잘 풀려 다시 집안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라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18. 나이가 들면 ‘부럽다, 얄밉다, 후회스럽다’ 라는 말은 필요 없다
제가 올해 3월로 만 90세가 되었다고 앞에서도 말했습니다만, 초 고령화 사회가 현실이 된 일본에서 90세라는 나이는 그다지 드문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봐도 90세 이상인 분들이 꽤 있습니다.
50대인 지인의 양친은 부친이 95세, 모친이 95세로 두 분 모두 온화한 부부 싸움을 하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양친이 94세인 지인은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노인의료 자원봉사활동을 하신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인 사람들이 지금부터 점차 정년을 맞이하여 은퇴세대에 들어가면 노인이 넘쳐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65세에 벌써 노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른 감이 있지만, 한 데이터에 의하면 10년 후에는 4명당 1명이 65세 이상인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주위를 들러봐도 노인들로 가득하고, 그 중에 꽤 건강한 저도 있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이것만은 버려야 한다고 소리 높여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도 ‘노인이라는 의식’이 조금씩 생길 무렵, 절실하게 느낀 ‘마음가짐’ 입니다.
- 부럽다고 생각하는 마음
- 얄밉다고 생각하는 마음
- 후회스럽다고 생각하는 마음
이 세 가지입니다. 인생의 오르막길인 젊은 시절에는 이것들이 마음에 탄력을 주는 유익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서서히 버리는 것이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 중요합니다. 위의 감정들은 마음에 부담이 되고, 부담은 마이너스 에너지가 되어 몇 배나 빨리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이것만은 몇 번이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이 세가지 마이너스 에너지가 침투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음가짐의 방법으로서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남을 칭찬하는 마음과 남을 인정하는 마음입니다. 이전에 어떤 사진작가 분께서 사진을 찍어 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촬영 중에 ‘그거 참 좋은데요’라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칭찬을 통해 상대의 좋은 모습을 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19. 주위 사람을 신경 쓰지 말고 살아보자
일본인과 유럽인을 비교할 때 잘 나오는 말이, 일본인은 남의 보조를 맞추는 것을 중요시하지만 유럽인은 자기스타일대로, 마이페이스를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고 방식의 차이는 양자의 삶의 근간을 결정짓는 것으로, 인생의 대부분에서 그 차이를 두드러지게 합니다. 여기에서는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로 ‘휴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일본인은 일을 훌륭히 대나가기 위해 휴일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유럽인은 일은 휴일을 즐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양자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일본인은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결과 ‘일은 많이 휴일은 적게’ 라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좀처럼 휴일을 내기 어렵다는 게 당연시되고 있죠. 쉬고 싶어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유럽인은 쉴 때는 꼬박꼬박 쉰다는 것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반세기 이상 전에 여름휴가는 2주간 연속으로 한다고 법률로 정했을 정도입니다.
또 스페인에서는 점심시간이 3시간 가까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 낮잠을 자는 습관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에스타라 불리는 이 낮잠은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 스타일의 여유로움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죠.
최근 ‘이탈리아인에게 배우는 …’, ‘프랑스인이 즐기는…’, ‘독일인이 가르쳐 주는…’ 과 같은 이름이 붙은, 풍요롭고 여유 있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유럽인들에게 배워야 한다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일보다는 여가를 즐기는 유럽인의 생활 스타일이 본보기가 되는 것이죠. 저도 기본적으로는 대 찬성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일본인은 ‘남과 비슷하게 하자’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휴일도 적어지는 것입니다. 유럽인은 마이페이스를 소중히 하여 그다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듯합니다.
전부는 어렵겠지만 주변 사람과 비교하는 버릇을 조금씩 버린다면, 자기만의 삶을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20.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인생이 즐거운 법이다
일본인들은 ‘감정은 가능한 억제하는 게 좋다’ 라고들 흔히 말하지만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서양인들은 대개 감정의 기복이 큽니다. 영화에서도 ‘저렇게까지 울 울 만한 장면은 아닌데’, ‘금새 울컥하기는’ 과 같은 생각이 드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의 표현입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해도, 감정을 너무 억누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은 인간다움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에 때로는 과감하게 감정을 내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여 이해가 깊어지고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고, 그때까지 우울했던 마음도 깨끗하게 씻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울고 싶어질 정도로 괴로운 생각을 했을 때는 ‘반드시 울 수 있는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감동적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면, 낮 동안 회사에서 있었던 억울함은 꽤 해소될 것입니다.
몇 년 전인가 ‘타이타닉’ 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 중에서 ‘몇 번이고 눈물을 흘리고 난 뒤에는 왠지 마음이 깨끗하게 씻겨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 상쾌함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결국 생물의 일종입니다. 누구보다도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나, 어떤 사람에게도 지지 않는 이론으로 무장한 사람이라도 감정을 상대로 이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의 결론을 짧게 말하겠습니다. 과감하게 우는 것은 마음을 해방시키는 일입니다. 큰 웃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너무 웃다 보면 눈물이 날 것입니다. 웃음의 종착역에는 눈물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울음과 웃음, 이 두 가지 감정표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아마도 ‘즐거운 인생’ 이 자신을 반기고 있을 것입니다.
21. 언제나 사회를 보는 눈을 가지고 있자
‘마음에 뻥하고 구멍이 뚫린 것 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구멍이 뻥 뚫리면 아무 것도 없는 공동(空洞)이 되기 때문에 허무함만 가득하게 되고, 결국에는 희로애락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무상의 감각을 표현하는 말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무서운 무상의 감각이 어느 날 갑자기 내 마음을 점거했습니다. 20년 이상 근무했던 와세다 대학 문학부 강사를 퇴임하고 일본정신과병원협회 회장에서 물러난 직후에 생긴 일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 두 가지 일이 나에게 매우 소중한 사회적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고는 있었어도 그것이 실제로 현실로 되자 강한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마음에 뻥하니 구멍이 뚫린다’ 라는 감정을 몸소 경험한 것이지요. 정년 직후의 샐러리맨들과도 같은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을 경험으로 삼아 나에게 은거생활은 맞지 않으며, 사회에 대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사회 활동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벼운 우울증이나 치매 증상 중에 ‘사회적인 사건에 대한 관심도 저하’ 가 있군요.
아무튼, 이대로 내 자신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끝에 몇 가지 일에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몰두했습니다. 간단한 것으로, 텔레비전 뉴스와 잡지, 신문 사회면을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또, 1년에 두 차례 있는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한 소설은 처음과 끝의 1페이지만 읽고, 그 주에서 진짜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만 마지막까지 읽는 특이한 독서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깐 저만의 방법을 소개했습니다만, 유연성과 좋은 의미의 긴장감은 즐거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 모두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인 사건에 대한 관심을 없애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계속해서 가지면서 자유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내어 여행이나 그 밖의 취미를 적극적으로 즐기면서 활기 있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 저는 삶에 대해서는 욕심쟁이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틀어박혀 있는 생활은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즐겁게 살아왔으니까요.
22.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서는 진정한 위안을 받을 수 없다
‘인종의 도가니’ 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출판사 편집장인 지인에게 올해 들어온 신입사원이 “회사는 괴짜들의 도가니입니다” 라고 했다는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신입사원은 회사에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많은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괴짜들의 도가니’ 라는 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괴짜들의 도가니’ 라고 해석한 것은 신입사원 입장에서 보면 타당한 말이겠죠. 그가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는 학생시절 마음가짐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인으로서 가져야 할 인식이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회사에는 가치관이 다른 여러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몇 십 명, 몇 백 명이라는 사람이 같은 층에서 함께 일하고 있어도 ‘이 안에 과연 나와 사고방식이 같은 사람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입사원이라면 오히려 당연한 심정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미지와의 조우이기 때문이죠.
직장이 활기로 넘친다, 일이 잘 된다, 업적이 올라갔다는 것은 상사와 부하가 힘을 합친 결과물입니다. 상사 혼자, 부하 혼자 해 내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회사의 부서 각각에서 ‘하나가 되어 좀 더 분발하자’, ‘위기감을 가지고 노력하자’ 라고 상사가 부하에게 지시를 내리고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분발하지만, 여기서 의욕을 잃어버리는 부하가 생기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이 의욕을 잃는 원인은 많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너무 분발하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생기가 없다’ 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분발하는 것은 인간의 미덕이기 때문에 이것은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지나치게 분발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은 오히려 반발을 사기 쉽다’ 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스포츠 선수가 열심히 하는 모습은 확실히 남에게 감동을 주지만 직장에서는 생각해 볼만한 문제입니다.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상사의 모습은 부하게게 악영향마저 미칠지도 모릅니다. ‘과유불급’ 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입니다.
23. 열중할 것이 있으면 우울함은 도망간다
저는 이제까지 몇 번인가 우울증에 걸릴 뻔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일만 생각하고 있었을 때는 늘 우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환자, 병원경영, 대출금, 이사, 건강, 원고, 강연… 이렇게 많은 것들이 모두 잘 맞물려 순조롭게 흘러가기란 좀처럼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내가 한 번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정말로 열중할 수 있는, 좋아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의 ‘흔들리지 않는 확신’ 중 하나 입니다.
피곤에 지쳐 자기 전에 읽는 비행기 잡지는 제가 열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취미입니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여행도 하지만, 바쁜 일이 겹치면 외출도 불가능하므로 집 안에서 즐기면서 집중을 합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읽은 적도 종종 있습니다.
이것만으로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것은 약간 오버일지도 모르지만, 이와 같이 ‘푹 빠질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 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은 초조한 기분을 전환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나는 처음에는 이것을 아버지(주-동경 대 의대출신 정신과 의사이자 시인인 사이토 모키치를 말한다. 가집 17권을 비롯해 평론, 수필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 옮긴이)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우울증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 사람이었습니다. 지나친 성실함과 점착성 기질, 병원의 화재, 과로로 쓰러진 일…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당시 아버지의 일기에는 ‘아무 것도 쓸 수 없다’ 라고 적혀 있을 정도였는데도 아버지는 우울증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단가(短歌)’ 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심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단가를 내 비행기 취미와 함께 다루기는 무리겠지만 ‘푹 빠져 즐길 수 있는 것’ 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울증은 많은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현대의 대표적인 병입니다. 우울증이 생기는 배경을 생각하면, 몰두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은 우울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믿습니다.
24. 나이가 들어도 사랑은 잊지 말자
<> 라는 책이 있습니다. 서점에서 본 것이 몇 년 전의 일이었는데 그 때 불현듯 든 생각이 ‘숙년(인생경험을 쌓아 완숙해진 무렵, 노년 전에 해당, 중 장년 – 옮긴이) 은 연애의 적령기’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왜 그런 걸 생각했냐 면 그 당시 고령자의 동거와 결혼이 매스컴에서 곧잘 다뤄졌기 때문입니다.
숙년이 연애의 적령기라는 말에 약간은 무리가 있겠지만, 연애 그 자체는 대단히 좋은 것입니다.. 양로원에서 함께 지내는 남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연애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늙어서 ‘첫 경험의 권유’를 어필하고 있는 나로서는 오히려 즐기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영화를 보면, 종종 노인들의 연애를 테마로 다룬 멋진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풍부한 경험이 있는 노인에게는 진정한 멋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내가 매우 좋아하는 선박여행에서도 ‘숙년은 연애의 적령기’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승객 대부분은 일본인, 서양인 할 것 없이 노인입니다. 서양인의 경우, 선박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명실상부 애인 찾기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스스로 주인공을 자처하는 것입니다. 과감하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잔뜩 멋을 내고는 멋진 제스처로 상대를 매료시키는 것입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는 서양인의 화려한 매너에 감동하고 합니다. 아마도 본인들은 어떤 멜로 영화보다도 자신들이 멋진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선박여행을 마치고 나서도 교제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선상의 사랑’을 즐기는 것으로 마칩니다. 몇 살이 되었건 간에 연애에 관심을 보이는 유럽인의 ‘인생 즐기는 법’ 은 선명하게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에 비해 선박여행에서 봤던 한 일본인은 참 소극적이었습니다. 주위의 소문을 신경 쓰느라 결코 대담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이 즐거운 인생은 아닐 테니, 그것은 또 그것대로 좋을지도 모릅니다.
연애까지 발전하지 않더라도, 차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로 이성과 교제하는 것이 일본인에게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나도 이 나이에 아내도 알고 있는 이성친구가 여러 명 있습니다. 이성과 만나고 있을 때의 편안한 긴장감 역시 젊음의 에너지입니다.
25. 같은 취미를 가지지 않는 것이 좋은 부부관계를 위한 키 포인트
흔히들 ‘같은 취미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부부가 좋다’ 라고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간다, 짝지어 테니스를 한다, 혹은 콘서트에 간다…. 이런 광경을 보면 누구나 금실 좋은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부들의 신뢰관계는 매우 두텁다고 볼 수 있고, 저도 여기에 동감입니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행동을 하는 것이 꼭 좋은 부부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부관계도 표면만 보고 좋은 부부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좋은 부부관계란 어떤 관계일까요? 원래 부부는 서로간에 신뢰관계가 있어야 좋은 부부관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신뢰관계가 무너졌을 때 부부관계의 파탄이 시작된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제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좀 전에 소개한 부부와 같이 남편과 아내가 같은 취미를 가지는 것이 좋은 부부의 절대조건이라는 의견에 나는 약간 이의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부부의 취미는 서로 다른 게 낫다는 뜻입니다.
원래 부부란 협력관계가 되어야 하지 대립관계여서는 안 됩니다. 서로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직종에서 라이벌이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저명한 작가 부부의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결혼 전에 생각했던 것과 꽤 차이가 있어, 한 지붕 아래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는 일이 괴롭다고 했습니다. “혼자서 있었을 때가 훨씬 편하고 즐거웠다” 라고 작가는 말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같은 직업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라이벌 의식이, 편안해야 할 부부관계를 갈라놓았다는 것입니다.
지인 중의 한 부부는 남편의 취미가 버드워칭(들새 관찰을 취미로 하는 것-옮긴이)이고, 부인의 취미는 테니스로, 각자 20년 이상의 경력이 있지만 서로 단 한번도 함께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부부라고는 해도 상대의 취미까지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것이야말로 좋은 부부관계를 만드는 예가 아닐까요?
26.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
결혼이라는 형태를 신뢰와 호감이라는 인간관계로 생각해 보면, 상대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결혼한다기보다는 좋아해서 결혼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겠죠.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상대를 신뢰하지 못한 채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결혼하면 결국은 파탄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좋아한다는 감정은 무작정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결혼이라는 공동생활을 통해 신뢰관계가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음으로,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결혼한다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신뢰는 인간관계를 좋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이들은 늘 안정된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혼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러나 무엇이 그 사람을 신뢰하는 근거인가에 따라 행선지는 크게 달라집니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이 그 사람의 인간성인지, 아니면 돈과 물질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신뢰와 호감이라는 두 개의 조건 모두 결혼에 필요하며, 부부관계가 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역시 양쪽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번에는 좀 더 일반적인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최근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 중 하나로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 그 때문에 매일이 지루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는 문제입니다. 신문의 ‘인생 상담’ 란 에도 곧잘 나오는 문제입니다.
이런 고민거리를 호소하는 상담자의 배경에는 ‘남을 신뢰할 수 없다’ 라는 왜곡된 마음의 문제가 있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고 호소하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자기 안에 틀어박혀 있는 내성적인 사람으로,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려는 마음가짐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결혼상대를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본인에게 없기 때문입니다. ‘나한테 맞는 사람을 못 찾겠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정당화하는 억지밖에 안됩니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어떤 고민이든 답은 단순합니다. 해결 할 수 있는 사람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이 단순한 것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달렸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갖기 위해서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 적극적으로 나가 교제하는, 적극적인 자신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27. 방관자 입장에서 공격하는 사람은 마음이 좁은 사람이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방관자 입장’이란, 이 말의 본래 의미에서 약간은 벗어나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험한 상태를 안전한 곳에서 보면 즐긴다’ 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절대로 취하지 않아야 할 행위입니다. 우리가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없이 이런 방관자 입장을 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결과 남을 위험에 빠지게 하지는 않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남을 괴롭히거나 곤란하게 만들고, 수치를 느끼게 함으로써 어떤 기쁨을 느끼는 것은 ‘훼상의 기쁨’ 이라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성숙한 성인이면 좀처럼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어떤 실수로 인해 이와 같은 행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인 십대 젊은이가 노숙자에게 집단으로 폭력행위를 가하여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말았다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갖는 공격본능의 하나입니다.
집단 심리에 의한 공격이라는 견해도 가능한데, 집단 속에 있음으로써 자의식이 약해지고 개성이 없어져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결과, 이런 참혹한 사건에 이르고 만다는 것입니다. 또 유학을 갔다 와서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로 같은 반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의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됩니다. 이것은 질투심에서 나오는 훼상의 기쁨에 해당할 것입니다.
최근 특히 많은 것이 이메일을 통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사건입니다. 발신자는 익명이기 때문에, 방관자 입장에서 남을 공격하고 은밀한 쾌감을 맛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관자 입장을 습관화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인간관계가 불가능하게 되어 결국 스스로 자신을 어렵게 만드는 꼴이 되고 맙니다.
앞에서 공격본능을 기본으로 훼상의 기쁨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잘못이 원인이 되어 방관자 입장에서 남을 공격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곰곰이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에는 그런 위기가 많이 있습니다. 즐거운 인생을 생각한다면, ‘방관자 입장은 이제 그만!’ 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28. 한가지 성격만 보고 교제하는 것은 오해의 근원이다
타인을 아는 판단기준의 하나로 성격이 있습니다. 좋은 성격, 나쁜 성격, 밝은 성격, 어두운 성격, 매력 없는 성격 등 여러 가지로 ‘성격’ 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통상 그 사람의 언행을 보고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람의 성격을 판단할 때 반드시 판단이 맞는다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제각기 판단이 다를 것입니다. 때로는 정반대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것은 성격이 얼마나 특정 짓기 어려운지를 보여 주는 예입니다. 또, 동일인물이 여러 가지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어쨌든 한 사람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는 성격이라는 말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 탓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성격의 정의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채로 안이하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다시 사전적 의미를 언급해 보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이나 본성, 어느 정도 지속적인 행동의 양식, 특히 의지 면에서의 특질’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약간 복잡하지만, 즉 ‘반복해서 나타나는 마음의 움직임과 그 행동’ 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특정 짓기 어려운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면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수단이 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상대의 성격을 아는 수단으로 ‘버릇’, ‘화제 제시방법’, ‘주장하는 방법’, ‘말투’, ‘수면의 길이’, ‘존경하는 인물’ 등 몇 가지 힌트를 소개해 왔습니다.
다양한 성격판단법이 있다는 것은 단 하나의 판단으로는 성격을 알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조합하여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판단법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오해가 생기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오해가 있다고 해서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해가 생기면 그 오해의 근원이 무엇이었나를 따져 보면 됩니다. 그것이 만약 성격판단에서 온 것 같으면,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 사람은 이런 성격이다, 따라서 이렇게 해야 해’ 라고 단정 짓는 판단이 오해의 소지를 부를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29. 결점은 개성의 상징이라고 생각해 보자
결점이 적은 사람은 있어도 결점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결점투성이도 곤란하지만 의외로 결점이 많더라도 결점 투성이로 보이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또 스스로 결점이라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에게 결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스스로 손해를 입히는 셈입니다. 어쨌든 세상에는 결점과 관련된 오해가 많다는 것이지요.
고령자가 자신의 결점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것은 포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올바른 선택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몰래 좋아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해 버렸을 때, 회의석상에서 도저히 자신의 기획이 통하지 않았을 때, 예전부터 쭉 갖고 싶었던 것을 결국 사지 못했을 때…, 이런 때는 포기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부터 포기가 중요 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깨끗하게 포기하고 새로이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현명합니다.
자연스레 흐름이 ‘포기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원래의 주제인 결점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스스로는 결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즉, 신체적 결점과 정신적 결점입니다.
신체적 결점이란 너무 뚱뚱하거나 키가 작다, 코가 낮다,대머리다, 이가 고르지 않다, 나이 들어 보인다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정신적 결점인 경우 성격이 어둡다, 금새 위축된다, 걸핏하면 운다, 소극적인 성격 등이 있겠죠. 어떤 경우든 여기에 나열한 결점들은 ‘본인이 결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결점’ 입니다. 대단히 나쁜 결점은 아닙니다. 이 인식의 차이가 결점을 평가 하는 데 갈린 길이 됩니다.
결점을 마이너스로 취급하면 콤플렉스가 되고, 플러스로 생각하면 개성이 됩니다. 결점 따위는 신경 쓰지 말라고 무모하게 말할 생각은 없지만, 너무 신경 쓴 나머지 거기에 집착하게 될 정도라면 이것을 과감하게 개성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이것이 상대에게 매력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점이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요?
30. 나는 인체실험으로 건강관리를 한다
저는 콜레스테롤 지수와 중성지방 지수가 높은 편인데도, 술을 너무사랑해서 도저히 끊을 수가 없습니다. 또 알코올 건강의학협회 회장으로서 ‘적정음주’ 라는 술 마시는 법도 숙지하고 있으므로, 그만둘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0세기가 끝나가는 어느 가을, 이전부터 있었던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오랫동안 신세지고 있던 의사에게서 “이제 술은 그만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라는 생각지도 않은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흠칫했습니다. 드디어 걱정했던 것이 찾아오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침통했었습니다. ‘애주가’ 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가혹한 선고였습니다. 그러나 남이 말하는 것에는 비교적 고분고분해지는 게 내 성격입니다. “그것도 방법 중 하나네요, 그러는 편이 좋겠군요” 라고 참으로 남의 일처럼 듣고 있었습니다.
3개월간 했던 금주는 생각보다 편했습니다. 인체실험을 즐기는 것이 나의 취미라서 어떤 수치가 나올까 하고 결과가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개월 후에 나온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콜레스테롤 지수와 중성지방 지수가 전혀 내려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는 이 결과에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불쑥 고함을 쳤습니다. (남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좋아, 이걸로 됐어. 역시 내 판단에 잘못을 없었어. 21세기부터는 적당히 즐겁게 마셔야지”라고.
그러나 적정음주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컨디션이나 증상, 여러 가지를 잘 상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연령도 크게 작용합니다.
덧붙여,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적정음주 양에 대해서도 언급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사람이 기준입니다. 물론 1회에 마시는 양입니다. 일본 술은 2홉, 위스키는 물 탄 것으로 더블 두잔, 맥주는 중간 사이즈 두 병, 와인은 글라스 두 잔(3분의 1병),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은 쉬는 날.
저는 스스로를 인체실험의 모델로 삼아 그 결과를 즐기는 습관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남한테 권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킨다’ 라는 사고방식에 기초하면, 제 건강관리법도 조금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요.
31.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나태해지지 말며, 흐름에 휩쓸리지 말 것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지면 스스로 찾아 뭔가를 하려고 합니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의 증명과 같습니다. 호기심이 작용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을 생각하여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 그 결과에 즐거움, 불쾌함을 느끼며 스스로의 행동에 자기평가를 내립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 과정이 다른 사람의 견본이 되면 그것을 행동철학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행동철학이란 조금은 전문적인 말이지만, 이미지에서 뿜어 나오는 삶을 생각해 보고 싶다는 것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또 다른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흐름입니다. 이것을 여기서는 태만한 마음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나 때때로 찾아 오는 현상입니다.
이 태만한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자주 생겨서, 특히 정년을 맞이한 직후의 샐러리맨들에게 강한 강박관념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년기 우울증후군’ 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
남들이 보면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은 실로 허무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약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 버리면 다음으로 자기게 대한 나태함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나태함이 쌓이면서 치매를 재촉하기도 하여 ‘생기 있는 인생’ 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행동철학의 핵심을 살펴보면, 젊은 사람에게도 있는 공통점이기는 하지만,모든 것이 자신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되는 정년후의 인생에 특히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동철학의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각각이 따로따로 가 아니라 하나의 큰 줄기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줄기에 따라 자기 테스트를 꼼꼼히 하고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나태해지지 말며, 흐름에 휩쓸리지 말 것.
그저 멍하니 살아가는 것은 시간에 몸을 내맡긴 인생으로, 즐겁다고 느끼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자기가 즐겁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진행하는 행동철학이 필요합니다.
32. 고독은 이따금 느끼는 정도가 적당하다
‘혼자 있고 싶다’ 라든가 ‘지금은 혼자 있게 해 줘’ 라고 말하고 싶은 때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입니다. 또 ‘혼자서 여행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현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여유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것이겠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라는 것은 즐거운 인생을 보내는데 있어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호기심을 기본으로 인간관계를 즐기는 것이 내가 권하는 즐거운 인생의 기본이지만, 인간관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혼자 있을 때의 자신을 즐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양자를 떼어놓고 생각하지 말고 양자의 중요성을 함께 이해하면 이것이 결국 즐거운 인생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것 또한 동전의 양면 관계와 유사합니다.
그러면 ‘혼자 있을 때를 즐긴다’ 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세상에는 고독이라는 인생의 가치관이 있습니다. 이것은 ‘혼자서 조용히 자신을 보며 잡념을 떨치고 자유롭게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집단에서 개인의 확립에 이르는 수단으로 고독을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단, 고독을 좋은 것이라고 안이하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이므로, 진정한 고독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고독이 우울증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독을 바르게 즐기며 인생을 즐겁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내 답은 간단명료합니다. ‘고독’은 어려운 철학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상생활의 마음가짐입니다.
‘고독한 순간이 너무 많이 있으면 부담이 됩니다. 주체하기 어려우면 불안해져서 인생을 즐길 여유가 없어집니다. 즉, 고독은 가끔씩 느끼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그리고 고독할 때의 자신과 시끌벅적한 인간관계의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합니다.’
심오한 철학을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생활에 뿌리내린 고독을 즐거운 생활을 향해 돌리면이런 답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요?
33. 빚도 도전정신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1924년 12월의 일이었습니다. 당신 동경 관광 명물이었던 ‘제국뇌병원’ 건물이 이 화재로 몽땅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관동대지진에도 끄떡없던, 고대 로마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물이 생각지도 않은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국뇌병원은 1902년 나의 할아버지 사이토 기이치가 동경 아오야마에 설립한 병원이었습니다. 수완가이신 할아버지도 너무나 낙담하여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병원을 재건하는 역할을 이은 것은 당시에 어머니와 함께 유럽 유학에서 귀로에 올랐던 아버지였습니다. 화재보험이 끝난 뒤에 일어난 화재였기 때문에 재건 비용은 제국뇌병원 설립 때보다도 많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사이토 병원에는 또 다른 대재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려던 찰나에 있었던 동경대공습으로 전부 소실되고 만 것입니다. 아버지의 오래된 책들이 잿더미가 되어 산처럼 높게 쌓여있던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단 한 가지는 기적적으로 남았습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만일의 화재를 대비하여 물을 채운 금고 안에 넣어 두었던 서류였습니다. 빚 증서더미였던 것입니다.
‘빚’ 이라는 대역경은 사이토 병원의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이 역경을 헤쳐나간 것은 사이토 가(家) 전원의 도전정신이었습니다. 나도 도전정신이 있긴 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도전정신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뿐입니다. 특히 어머니의 도전정신은 마라톤 선수의 라너스 하이(runner’s high, 육상 등 중간강도 이상인 운동을 30분 이상 지속했을 때 엔돌핀이 분비되어 도취상태에 빠지는 것- 옮긴이) 같은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역경이 어머니에게 충실감을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이유에 의해 크든 작든 벼랑에 서게 됩니다. 그럴 때 되돌아갈 수 있는 힘이 도전정신입니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역경 따윈 신경도 안 쓴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도전정신은 분발과 동의어지만 정신과의사인 내가 환자들을 앞에 두고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분발하세요!’ 라는 말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빚은 훌륭한 역경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예는 아직도 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사내 우울증’ 과 ‘직장 우울증’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요즘은 전국이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사회의 중핵을 이루는 대부분의 비즈니스맨이 우울증에 걸리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이라는 확신이 서면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가벼운 우울증 정도라면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경험하는 마음의 병은, 일과 직장환경의 거리를 확실히 하면 대부분은 금새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일에 몰두하고, 일이 끝나면 일과 거리를 둔다’ 라는 것입니다. 사내 우울증과 직장 우울증을 피하려면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의 전환을 분명하게 하면서 자기와 일과의 거리를 알맞게 조정하여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회사나 직장이라는 환경이 이전에 비교해 크게 바뀐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지만, 아직도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역시 회사라는 대상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위해 회사를 이용한다’ 라는 사고로 일과 자신의 사이에 과감하게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일과 회사는 모든 사람에게 생활을 지탱해주는 기본이므로, 언제나 스스로 유쾌한 환경을 만들어 두어야 안정된 마음으로 일을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과 거리를 두는 방법을 생각할 때 나는 늘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아버지는 무척 성실한 정신과의사였습니다. 낮에는 임상의로, 또 병원의 경영자로 일에 몰두했습니다. 화재에 의한 병원소실, 또 재건으로 인한 엄청난 빚… 그에게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될 조건이 그에게는 충분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잘 붙잡아 준 것이 작가 활동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정확하게 일과 거리를 두셨습니다. 나는 모든 것에서 계산적으로 거리를 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여유를 가지고 일과 사적인 생활을 구분할 줄 알아야 결국 우울증과 거리가 먼 멋진 인생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34. ‘다른 게 당연하다’ 라고 생각하면 인간관계는 깔끔해진다
‘저 사람하고는 왜 번번이 의견이 맞지 않는 걸까? 속상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의 기본이 다르면,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좀처럼 의견을 일치하기 어려운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매일같이 세계 어딘가에서 국제회의는 열리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 문화나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나라에 따라 국익을 요구하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설령 회의 전문가가 노력한다 해도 간단히 합의점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국가끼리 문화 차이에 대해서 이런 흥미로운 기술이 있습니다. <> 이라는 책 에서, 사회인류학자인 우메사오 다다오 씨의 글 중 한 단락입니다.
일본에서 유학중인 젊은 한국인 여성이 하숙집에서 밥그릇을 테이불에 놓은 채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숙집 주인이 “밥공기는 손에 들고 먹어야 해요” 라고 말해 그녀는 식사 때마다 괴로웠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는 밥공기를 손에 들고 먹는 것은 예전부터 상스러운 식사방법이라고 여겨져 왔던 것입니다.
우메사오씨는 “단지 그런 작은 습관의 차이도 쉽게 인정하지 않아요. 모두 자기 쪽이 합리적이라고, 좋다고 외치니까요” 라고 결말을 지었습니다.
현재는 국내에서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의 차이로 인해 인간관계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개성이라고 불리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특별한 것이 존재합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는 상대를 억지로 자기에게 맞추지 않아야 합니다. 인간은 제각각 다른 게 당연하므로 그 차이를 인정하고 교제해야만 합니다.
사람이든 국가든, 상대의 성격과 문화의 차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벽은 결코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35. 잠들기 전에는 즐거운 것만 생각하자
제 친구 중 50대 후반인 재미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늘 건강하기 위해, 많은 건강법을 3가지로 압축하여 그것을 ‘시스템 건강법’ 이라 이름 짓고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자신에게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 건강법의 효과는 그럭저럭 괜찮아서, 그는 평생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시스템 건강법이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맛있게 먹을 것. 두 번째는 유연체조를 할 것. 세 번째는 푹 잘 것. 이것을 매일 지킨다는 말입니다.
나는 감탄했습니다. 전부 건강의 기본을 지키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각종 영양성분은 신체를 유지시켜 줍니다. 그리고 활기찬 움직임은 생활을 즐겁게 만듭니다. 또 잘 자는 것은 하루 동안 쌓인 신체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없애고 다음날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시스템 건강법이란 이름은 참으로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세 번째 방법과 관련해, 저만의 쾌면 법을 소개하겠습니다.
그것은 매일 잠자리에 들 때, ‘이제부터 즐거운 꿈을 꿔야지’ 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잠드는 것입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와 같이 단순히 숫자를 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고 싶은 여행지를 걷고 있는 지신을 떠올리고,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어를 낚아 올리는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좀처럼 쉽게 실현되지 않는 것도 꿈속에서라면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으므로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분이 좋으니까 잠도 푹 잘 수 있고 다음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도 기분이 상쾌한 것입니다. 나는 비행기 마니아이기 때문에 동경하는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실제로 내가 설립한 비행기 박물관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합니다.
즐거운 것을 생각하며 잠들면 뇌는 신이 나겠죠. 이리하여 뇌가 상쾌해지면 신체 또한 당연히 활발해집니다. 뇌와 신체는 늘 함께 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생각지도 않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 특히 이 방법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오늘밤부터라도 시험해 보면 어떨까요?
36. 최고의 진수성찬은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다
“즐거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들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는 것” 이라고 대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러나 뭔가 좀 부족한 느낌입니다. 흔히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는다” 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즐겁게 먹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맛있는 것을 즐겁게 먹는 것은 즐거운 인생을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TV에서는 거의 매일 맛집 순례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낀다는 의미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즐거움입니다.
저는 콜레스테롤 지수와 중성지방 지수를 고려하여 좋아하는 장어와 달걀 프라이도 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먹는 것의 고마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미식가라는 말이 등장한 지 꽤 되었습니다. 미식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비싸고 진귀한 음식을 찾아 다니며 맛있다고 칭찬하지만, 진정한 진수성찬은 꼭 값비싼 음식만이 아닙니다.
즐겁고 맛있는 최고의 진수성찬은 바로 자신의 집에서 먹는 음식입니다. 여행지나 레스토랑보다 자신의 집이, 맛있는 음식을 마음 편하게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자신의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가정은 참으로 멋진 가정입니다. 요리는 꼭 아내의 몫이 아닙니다. 오히려 남편이 요리를 할 수 있다면 가족 간의 유대가 더 끈끈해질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었던 사람들은, 아마 나중까지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식사란 인간에게 극히 사회적인 행위입니다. 즐거운 식사를 통해 형성되는 긍정적인 인격을 소유한 사람은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37. 빌린 돈을 갚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인격의 문제다
돈은 좋았던 인간관계를 틀어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연예인의 이혼 등 돈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돈거래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인간관계가 파괴되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인간관계를 결정적으로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돈은 누구에게나 생활의 기반을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특히 돈에 관해서는 확실한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돈을 거절함으로써 친구를 잃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려 줌으로써 쉽게 친구를 잃는다.’
이것은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한 말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돈에서 비롯된 인간관계의 트러불은 어딜 가나 있습니다.
저에게도 쇼펜하우어의 말과 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와서 돈을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꽤 큰 금액이었습니다. 나는 망설였지만, 동정심 때문에 어떻게든 조달하여 결국은 친구에게 돈을 빌려 줬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그 친구와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도 그랬지만, 오랜 우정이 깨져 버린 것에 꽤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는 이것을 중요한 인생 교훈으로 삼아, 그 이후에는 액수와는 상관없이 돈 거래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나보다 그 친구가 훨씬 괴로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빌리면 당연히 갚아야 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아주 특이한 사람이겠죠. 그런데 현실에는 갚을 수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빌린 돈을 꼬박꼬박 갚는 것은 둘의 신뢰관계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관계가 더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겠지만, 액수가 작으면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해도 빌려 준 쪽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이 경우, 빌려 준 금액보다 빌려 준 상대의 인격을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미 그 인간관계는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갚을 수 없다면 조금씩이라도 갚으면서 성의를 보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돈거래는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38. 마음이 초조할 때에는 농담이 힘이 된다
‘조크’의 동의어에 ‘유머’가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조크’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전을 보면 유머는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 ‘익살’, ‘해학’ 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편 조크는 단순히 실없이 장난으로 하는 말이나 익살이라는 뜻으로, 유머보다는 격식을 갖추지 않은 더 단순한 의미입니다.
그럼 양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유머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지만, 조크에는 강렬한 산뜻함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유머는 일반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에 비해 조크는 위기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쟁영화에 곧잘 나오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병사가 던지는 농담은 조크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음의 여유를 보여 주려면 유머보다는 직설적인 조크가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조크를 말할 때의 장면을 생각해 봅시다. 초조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 같거나 심한 트러블이 생겼을 때, 상대와의 거북한 관계를 그 자리에서 해소해 버리고 싶을 때 우리는 조크를 말할 수 있습니다. 빈번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크 한두 마디를 해 보는 것입니다. 즉흥적인 농담으로 그 자리의 어색한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조크는, 말이 갖는 마력을 대표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대통령 레이건이 괴한에게 총을 맞아 겨우 목숨을 건졌을 때, 응급처치를 한 의사를 보고 “당신은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나요?” 라고 말했습니다. 레이건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입니다. 참으로 레이건다운 조크입니다. 블랙유머라고 해도 되겠죠.
또 하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가 우리에게 말씀하신 조크입니다.
“이제 나도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이것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깊은 슬픔을 감추기 위해, 우리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조크입니다.
“저는 조크에는 소질이 없어서요” 라고 말하기 전에 조크의 효과를 알아 두면 좋을 것입니다.
39. 몇 번을 만나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첫인상의 이미지는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중매결혼’ 은 첫인상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좋습니다. 신입사원 채용 면접도 첫인상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타인을 처음 만나는 경우에는 평상시의 자신보다 잘 보이기 위해 복장이나 행동, 말투 등을 신경 씁니다.
이미 눈치 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첫인상은 중요하지만 여기에서 예를 든 것처럼 짧은 시간에 승부가 나는 경우에서는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능한 자신을 잘 보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맞선에서도, 면접시험에서도 기회가 단 한 번뿐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거의 알 수 있다” 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은 어떤 것일까요? 우선 첫인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복장으로 대표되는 겉모습입니다.
다음으로 서로가 대화를 함으로써 알 수 있는 그 사람의 성격입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통해 그 사람의 인격과 능력을 어느 정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지켜보는 쪽의 관찰력에 따라 다릅니다. 흔히들 말하는 ‘사람을 보는 눈’ 이 이것이죠. 따라서 웬만한 관찰력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 상담입니다. 나 같이 정신과의사도 뛰어난 관찰력을 갖고 싶은데, 주변을 둘러봐도 그런 사람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잘 관찰해도 첫인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반은 여러 번 만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음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즉, 알 수 없는 부분을 남겨 두는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잇다는 생각으로 교제하면 나중에 곤란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첫인상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상대에게 첫인상을 어떻게 심어 주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을 결정짓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40. 아버지라면 자신의 일을 아이들에게 말해 주자
어머니의 얼굴을 뜸하게 보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버지의 얼굴을 자주 대하지 못하는 가정은 드물지 않을 것입니다.
일로 바쁜 아버지가 귀가했을 때 아이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버지는 이미 출근해서 집에 없습니다. 아버지가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는 것은 휴일뿐입니다. 그런 휴일에 아버지가 ‘접대 골프’로 외출해 버리면 아이들은 아버지의 본 모습을 모른 채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것은 거품경제 시기 샐러리맨 가정에서 흔했던 풍경입니다. 약 10년 전, <> 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현재 아버지의 권위가 가정에서 소멸위기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권위를 다시 찾지 않으면 앞으로 곤란해질 거라는 문제제기를 담은 내용으로, 많은 독자에게 지지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아버지의 본모습을 모르는 상황은 그리 많이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본모습을 모르는 아이들이 아버지가 근무하는 회사 이름을 아는 것은 그나마 나은 경우입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극히 불투명한 존재인 것입니다.
가족 안에서 소통이 결여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모범이 될 만한 견본이 없으면 고생하는 것은 아이들 자신입니다.
부성의 복권에서 보면, 어머니가 건재한 만큼 아버지의 사랑이 가족을 제대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남녀평등사회라고는 해도 아버지의 역할은 극히 중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버지는 존경하자고 해 봤자 별다른 효과가 없으므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아이들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역시 아버지의 진정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잘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버지는 기회가 닿는 대로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실제로 아이를 직장에 데려가면 최고겠지만, 그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은 일의 내용, 기쁠 때와 힘들 때,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시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되고,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자기 존재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41. 아이들에게는 부모보다도 삼촌, 이모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부모가 말하는 것을 잘 듣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보고, 행동하는 것의 대부분이 첫 경험이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합니다. ‘착한 어린이’ 이기 때문에 부모도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릅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서 보면 이 시기의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10살 전후를 지날 무렵부터 소위 반항기를 맞이합니다. 그때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의 말에, “지겨워”, “지루해”, “귀찮아”, “같은 말 좀 그만 하세요” 라고 대꾸하면서 종종 부모와 다투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리 하에 놓여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이데 대해 부모가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반항기가 없는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반항기는 아이들이 자기의 판단으로 문제를 처리하려고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아이들의 자유의지에 모든 것을 맡기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문제처리를 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고민은 옛날 아이들의 고민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이럴 때 학교 선생님이나 아이들의 삼촌, 이모가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왜 부모는 아닐까요?
인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독립을 지향하고 싶어지며, 그 시작이 반항기입니다.
아이들의 상담 상대는 삼촌, 이모가 제일 적합합니다. 적당한 거리감에서 오는 친근감이 아이들의 긴장을 해소해줄 것입니다.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42. ‘방임주의’로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인생을 가르쳐 줄 수 없다
하루는 24시간, 일주일은 7일, 1년은 365일, 이렇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할당되어 있다는 개념에 저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습니다.
나는 물리학적으로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봅니다. ‘시간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라는, 머리를 굴리는 시간 관리술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보낸 장소가 그리워서 찾아 갔을 때 넓던 도로가 좁게 느껴지고, 멀기만 했던 등교 길이 의외로 가깝고, 개울도 작게 느껴져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눈의 높고 낮음이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낮은 위치에서 본 영상이 경험으로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어렸을 때의 인상은 성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인이 된 뒤에 느끼는 너무나도 다른 거리감에 종종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린아이의 시간과 어른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같아야 할 하루 24시간이 아이들에게는 길게 느껴지고 어른에게는 짧게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길었던 1년’은 아이들의 감각,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 버린 1년’ 은 어른의 감각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이 많지만, 어른들에게는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별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어른의 시간의 감각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첫 경험이 계속해서 생기는 것만큼 인생을 흥분시키는 일은 없습니다. 나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여 질린 노년층을 대상으로 ‘첫 경험의 권유’ 라는 책을 낸 적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첫 경험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에 의해 얻는 학습은 지식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좋은 경험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 되어 즐거운 인생의 기본이 됩니다. 나는 아이들을 방임하는 교육에 반대합니다. 부모의 지도는 매우 중요하며 특히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합니다.
43. 부모자식은 도리보다 감정으로 부딪쳐야 한다
이야기가 잘 맞지 않을 때, 곧잘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세요’ 라는 말을 합니다. 상대의 입장에 서면 이야기가 좀 더 잘 풀리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상대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쉬워 보여도 좀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내 쪽의 가치관이나 판단력을 배제하고 상대의 말을 백퍼센트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이니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라는 말을 듣고 수긍할 사람은 적을 것입니다. 갑자기 해고 명령을 받은 사원에게 “경영자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세요” 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아마 화가 날 것입니다. 상대의 입장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대부분의 경우 타협을 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야기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이해하면 부모자식관계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이 학교 선생님에 대해 불만스럽게 말할 때 “선생님 입장이 돼서 생각해 봐” 라든가, 엄마와 의견이 맞지 않았을 때 “엄마 기분을 생각해 봐” 라고 말해도 아이들은 이해를 못 합니다. 선생님은 학생의 입장이 될 수 있고, 엄마도 아이들의 입장이 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의 경험도, 엄마의 경험도 없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에 설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상대의 입장에 서는 방법이 아닌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기쁘다, 슬프다, 괴롭다, 힘들다, 너무 좋다, 행복하다… 이런 감정은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엄마의 입장이 돼 보” 가 아니라 “네가 그러면 엄마는 슬퍼져”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네 친구 입장이 되어 봐” 라는 말이 아니라, “아마, 네 친구는 울고 싶었을 거야” 라고 말해 보는 것입니다.
부모자식의 끈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는 종종 도리보다 감정을 내세우는 편이 좋습니다. 감정이 풍부해지면 인생도 즐거워 집니다.
44. 부부의 연으로 둘이서 느끼고 서로 의존하자
베이비붐 세대가 슬슬 정년을 맞이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현재 연령층으로 보면 참으로 많은 인구가 베이비붐 시대입니다.
‘부부가 즐거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라는 대 명제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매우 시급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의 경험을 예로 들어, 부부의 즐거운 인생 만들기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아이들이 중학생이 될 무렵부터 서서히 가정의 시스템을 아이들 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바꿔 가야 합니다. 식사 메뉴나 여가 시간 등에서 부부에게 중심을 두는 것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식사량을 늘려주어야 하지만, 때로는 부부가 좋아하는 메뉴를 준비해 봅시다.
또, 아이들의 여름방학 등을 이용하여 둘만의 여행을 즐기는 습관을 가져 봅시다.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집을 사수한다’ 라는 사명감을 고취시키면 빈 집을 아이들에게 맡겨도 안심이 될 것입니다. 여행뿐만 아니라 극장이나 레스토랑에 가서도 그때만은 현실을 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밝아지고 새삼 서로의 소중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쑥스럽지만 우리 부부가 더 끈끈하게 된 가장 큰 사건을 소개하겠습니다. 20년 전에 둘이서 멕시코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고도가 2,500미터인 작은 산악열차 역에서 생긴 사건이었습니다. 아내가 열차 창문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내 사진을 찍으려고 플랫폼에 내렸는데, 그때 갑자기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외국에서는 발차 벨을 울리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달리기 시작한 열차를 따라 뛰어가면서 열차 승강구에서 서있는 내 손을 아내가 잡으려고 했지만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열차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필사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우리 부부가 권태기를 경험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둘이서 감동하고 둘이서 서로 기대는 것이 중요합니다.
45. 인생은 ‘한눈팔기’, ‘잠깐 들러’, ‘돌아가기’ 가 있어 즐겁다
‘한눈팔기’, ‘옆길로 새기’, ‘돌아가기’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제까지 해 왔던 여행을 떠올리면, 중간에 들른 곳이나 일부러 돌아간 곳이 마음에 더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여행도 인생도 잘 닦인 한 가지 길만 있어서는 재미가 없습니다. 즐거움을 위해서는 예정에서 벗어난 길이 필수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눈을 팔거나 옆으로 새 보거나, 돌아가 보거나 해야 합니다.
나의 ‘옆길로 샌 인생’ 은 종종 다른 책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으므로,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유치원 문 앞에서 난리 쳤던 등원거부
- 중학생 때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숍 점원을 흘낏거렸던 일
- 그 무렵 신주쿠에서 마쓰다케 소녀가극단 오쿠라 미네코의 각선미에 넋이 나갔던 일
- 의학부에 들어가기 전에 문예과에 갔던 일
- 군의관으로 중국과 일본을 오간 일
- 1950년에 진료소를 새로 개설한 일
- 1958년에 전후 최초로 해외여행을 나갔던 일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책을 낸 것이 1964년이었습니다.
나는 결코 의사의 길만을 똑바로 보고 걸어온 것이 아닙니다.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이 이곳 저곳으로 기웃거리며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경험들에 감사하며 내 라이프스타일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지금도 이 인생철학은 건재합니다. 근처를 산책하거나, 강연회가 있을 때 돌아서 가는 길은 저에게 큰 활력소입니다.
슬로우 라이프를 외치고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넓게 침투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그저 시간을 질질 끌며 지내는 것은 싫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남아 있어, 자신만의 명확한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인생에 대한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자기만의 즐거운 방식으로 보내기 위해서 돌아가는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46. 무턱대고 과거를 후회하면 불행으로 가는 길을 걷게 된다
절대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좋은 추억이 많다면 때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동창회가 빠지지 않는 연중행사가 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얼마나 과거의 좋은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예입니다. 좋은 과거는 살아가는 데 힘이 됩니다. 미래에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과거의 괴로운 경험을 끄집어내어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왜일까요? 현재 불행해진 원인이 과거의 경험 때문이라고 병원에 찾아와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환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면, 현재까지 끌어왔던 괴로운 과거를 쉽게 잊기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여성 환자는 불면증으로 고민 중이었습니다. 들어 보니, 과거에 사귀었던 남자친구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불면증이 생긴 원인이 그와 결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가 현재 느끼고 있는 불행을 과거의 일로 합리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 했습니다.
어쨌거나, 과거를 후회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과거의 실수를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고, 오히려 괴롭기만 합니다. 과거는 과거라고 확실히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반대로,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늘 활기차게 생활하고 멍하니 있는 경우는 좀처럼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화재로 인해 병원, 집, 가재도구가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타버렸을 때 어머니는 “속 시원하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파리의 호텔에 몇 년 만에 모시고 갔을 때도 어머니는 상념에 잠기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분이셨고, 그래서 자기만의 인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47. ‘완벽주의’ 보다도 ‘우선순위’
나는 완벽주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듣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나 신념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심정은 잘 알겠습니다만 왠지 무겁고 거북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말은 작은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원칙주의로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내 마음대로 해석해 버리는 것은 참으로 주제넘을 수 있으나, ‘정도껏’, ‘편하게’, ‘유쾌하게’ 등의 말이 저에게는 편합니다.
말이 갖는 힘은 참으로 큽니다. 그래서 말은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늘 ‘릴랙스한 마음’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살아왔습니다. 내가 추천하는 이 말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적극적인 의미로 사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릴랙스의 중요성을 아셨으면 합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병원 일 대부분을 아들에게 맡기고 있는데, 그 전까지 저는 무척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강연도 꽤 많이 했기 때문에 일을 미루는 것은 금지였습니다. 그날 일은 그 날 처리하는 것은 중요한 습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중에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갔습니다.
그때 가장 신경 쓴 것이 우선순위였습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 마감시간까지 원고를 못 끝낸다든지, 강연을 취소하는 등 꼭 곤란한 경우가 생깁니다.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잊지 않았던 중요한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이었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마음에 여유를 가졌기에, 남에게 큰 피해도 끼치지 않고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편안히 있기만 해도 괜찮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어떤 일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는 편안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8. 어떻게 살아 갈지와 어떻게 죽을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관계입니다. 양쪽을 모두 알아야만 비로소 인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죽음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의 나이란 정년인 60세 이상, 아니면 평균 수명 나이 무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리라 봅니다. 또 아무리 젊어도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20년 전부터 알고 지낸 동생이 있습니다. 현재 60세인 그는 43세 때 의사에게 ‘상인두종양(上咽頭腫瘍)’ 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꼭 양성이라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라는 의사의 말에 그는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합니다. 3개월 입원해 생활하는 동안, 그는 매일 아무도 없는 병원 옥상에 서서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고 합니다. ‘살아 있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 ‘가족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야’ 라고 말입니다.
그의 말은 죽음을 의식했을 때, 처음으로 ‘살아있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된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눈을 못 뜨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죽음의 체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도 악성이 아니어서 지금은 자기 또래보다 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건강합니다. 그는 자신이 죽음을 의식할수록 현재 삶에 대한 의미를 발견했습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마음을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은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은 이렇게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인간에게는 반드시 죽음이 있음을 인식하고 산다면, 삶에 대한 자세가 조금 더 진지해질 것입니다.
49.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동하는 것이 즐거운 인생
신문을 보면 여행안내 광고가 없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국내여행부터 해외여행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역내에는 엄청나게 많은 여행안내 책자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당일치기 버스여행부터 10일간의 해외여행까지, 꽤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곳곳에 나갈 수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런 신문광고나 광고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마 마음이 설렐 것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 못지않은 여행 애호가이기 때문에 여행 날짜가 잡히면, 이미 마음이 설렙니다. 일도 다 해치우고 이 기간만은 열심히 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싫어해요” 라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탄생한 이래 세계 도처에 살게 된 것은 아직 간 적 없는 땅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 건너, 산 너머에 흥미로운 무언가, 아마도 행복이 있을 거라고 믿고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을 해 왔던 것입니다.
인류의 이동에 대한 본능과 동경이 현재의 여행으로 바뀌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여행만큼 편안한 자극으로 가득한 것은 없습니다. 여행은 ‘비일상적인, 뇌에 대한 알 맞는 자극’ 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몇 살이 되어도 늘 설레는 인생을 삽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활기차게 사는 것은 그 배경에 호기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호기심이야말로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여행을 계속하시면서 스스로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 낸 분이셨습니다. 다들인 나도 어머니의 호기심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79세로 정월 초하루를 남극에서 맞이하고 이듬해는 에베레스트 사천 미터까지 오르셨습니다. 어머니의 총 여행 거리는 145만 킬로미터로, 이것은 지구에서 달까지 두 번 왕복한 거리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건강하셨던 이유는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간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저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라 진정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한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나에게 남기신 유언과 같은 것입니다.
50. 지나친 것은 포기하고 모험심과 용기를 갖는다
사람은 누구나 희로애락이 얽힌 복잡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단순하게 살아가자는 생각이 이 책의 바탕이고, 동시에 제 삶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삶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사람은 행복할 때일수록 마음이 단순해지는 법입니다. 단순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냄으로써 망설임 없이 판단할 수 있고, 목적도 명확해지기 때문에 행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원하던 대학이나 학교나 회사에 합격했을 때, 결혼 날짜를 잡았을 때,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럴 때에 느끼는 기쁨은 단순하고,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불안감이 말끔하게 해소되었을 때 느끼는 최고의 기분입니다.
그러나 인생은 원래 복잡하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예상하지 못했던 슬픔과 괴로움이 찾아오곤 합니다. 또 인생에는 아무리 슬퍼도, 아무리 괴로워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럴 때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 본다’ 라는 발상입니다. ‘내일은 아마 맑을 거야’ 라고 단순하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지나간 일은 포기하고 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태도를 바꾼다는 의미는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어쩔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의 해소법이 될 수 있습니다. 태도를 바꾸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싫어하는 일을 잊고 자신이 즐거운 일부터 시작하고, 이것을 반복하여 습관화합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불안한 자신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단,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험심과 용기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오히려 괴롭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는 태도를 바꾸는 달인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내 어머니입니다 구 소련의 한 공항에서 오지 않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도, 어머니는 동요를 흥얼거리는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자세의 소유자에게 배울 점이 있는 것입니다.
51. 인간의 힘은 열등감과 실패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어디에서 자극을 받아 이런 멋진 결과를 냈습니까?”
이것은 사람이 크게 성공했을 때 흔히 묻는 질문입니다. 큰 성공의 배경에는 강한 자극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자극이 없으면 큰 성공은 바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용수철은 ‘마음의 탄력’ 이라는 말로 사용될 때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탄력은 인간의 힘과 매우 밀접합니다. 이 중요한 탄력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 우선은 그 본래의 정의부터 알아야 합니다.
국어사전에서 ‘용수철’ 은 ‘나선모양으로 말려 있는 강철로 그 탄력을 이용해 충격을 완화하거나, 힘을 축적할 목적으로 기계 부품으로 사용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용수철은 모든 기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용수철의 정의를 알았으니, 이제 ‘인간의 힘으로서의 용수철’ 을 생각해 봅시다.
나는 성공한 사람에게 두 종류의 용수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열등감’ 이라는 용수철, 또 하나는 ‘실패’ 라는 용수철입니다. 이 두 종류의 용수철이 인간의 힘, 성공과 매우 밀접하다는 것이 여러 예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프랑스 영웅의 상징으로 프랑스의 근대화에 힘을 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키가 작고 왜소했으며, 서민 집안 출신으로 강한 열등감의 소유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에게는 이 강한 열등감이 강력한 용수철이 되어 유럽을 제패한 것입니다.
다음 용수철은 실패경험입니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사람이 겪는 인생의 경험입니다. 사람은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지혜를 짜내려고 궁리합니다. 그리고 멋진 결과로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데는 열등간과 실패 경험 모두 필요한 것 같습니다.
52. 실수했을 때는 그것을 인정하고 몇 번이든 되새기자
실수와 실패를 경험으로 살리기 위해 내가 종종 하는 독특한 행동이 있습니다. 추태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구체적인 대상과 사물을 혼잣말로 중얼거리기입니다. ‘입속으로’ 우물우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이런 행동은 스스로에게 잘 일러두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몇 번이든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995년에는 병원의 원장직을 퇴임한 덕분에 꽤 시간적 여유가 생겨 곧잘 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크루즈로 미국에 가던 도중, 여행보험을 들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서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행히도 여행은 무사히 끝났습니다만, 나는 치매가 시작되었나 하고 의심할 정도 였습니다.
그 후 나는 여행을 갈 때는 반드시 ‘보험, 보험…’ 이라고 중얼거리게 되었습니다. 이 습관의 결과, 그 후로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일상생활의 한 예입니다. 2박3일 일정으로 강연을 갈 때였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 카운터 앞에 섰을 때, 입 안이 왠지 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틀니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수백 명 앞에서 강연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정말 당황했습니다. 황급히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노인의 입구에 들어선 71세 때였습니다. 그 때부터 나는 집을 나갈 때마다 자연스레 입 속으로 “틀니, 틀니…” 라고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중얼거림의 효과를 몸소 느끼고 있는데, 중얼거림은 다른 명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용기를 주고, 때로는 안도감을 줍니다.
젊은 친구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퇴근 후와 집에 도착할 때쯤 이렇게 중얼거린다고 합니다. “별 일 아니야, 실수는 누구나 하니까’ 라고 중얼거리고, 집에 도착할 때는 아내와 아이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조용하게 불러본다고 합니다. 그러면 기분전환에 아주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53. 살다 보면 어눌한 말씨가 효과적일 수도 있다
일류 세일즈맨은 쉴 새 없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객에게 70퍼센트 정도를 말하게 하고 자기는 30퍼센트 정도로 그친다고 합니다. 고객 중심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세일즈맨의 목적은 자기가 파는 상품을 고객이 사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신용이 제일입니다. 너무 말이 많으면 신용과 멀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입이 싸다는 인상은 세일즈맨에게는 금물입니다.
이와 비슷한 것이 일상생활의 대화에서도 있습니다. ‘좋은 대화’란 한쪽에 쏠리지 않는 것이므로, 혼자서 끊임없이 이야기 해서는 안 됩니다. 마치 자아도취 상태인 듯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참으로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달변가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의 상황을 잘 판단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결코 혼자서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에 대해 살펴봤으니 이제는 이야기를 잘 못하는 어눌한 사람의 화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에 대해 말했지만, 어눌한 소유자에게는 달변가에게는 없는 멋진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눌한 말투의 소유자일수록 자신을 꾸미지 않고 말을 합니다. 자신을 꾸미지 않는 화법이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화법입니다. 이런 매력은 말을 잘 하는 사람에게서는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듭니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일을 잘 하거나, 친구들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계속해서 지껄이듯 이야기를 해서는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보는 법입니다.
나는 때로는 더듬거리며 꾸밈없는 화법을 가진 사람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낍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 화법을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어떤 화법이 좋다고 정해지지는 않았으므로, 솔직한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어눌한 말투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54. 좋고 싫음이 확실한 사람일수록 인간관계에서 고민하는 법이다
좋고 싫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입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무언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 ‘좋아하게 되는 감정’이 인생을 즐겁게 만듭니다. 그러나 좋은 감정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싫은 감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 때로는 고민거리가 됩니다. 이것은 좋다는 감정이 싫다는 감정을 배척하기 위해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한쪽의 감정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다른 한쪽을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무엇이 최고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사람일수록 다름 무엇은 너무 싫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고 싶어합니다. 좋고 싫음이 확실하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인간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에서 말했던 ‘완벽주의’ 의 폐해가 여기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결점이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은 위험합니다. 이러면 그 사람의 완벽함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결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좋은 감정이 싫은 감정으로 쉽게 바뀌어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그 사람의 결점에 끌린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와 같이 결점을 좋아하는 심리를 심리학에서는 ‘구조원망’ 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마음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인간적인 배려가 보입니다. 극단적인 좋고 싫음의 감정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의 결점에 매력을 느꼈다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나쁜 경우가 드뭅니다. 이제 좋고 싫은 것을 극단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하지를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름 높은 프랑스 문학자인 가와모리 고조의 저서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음식의 좋고 싫음이 많은 사람은 몸이 허약하다. 타인에 대해 좋고 싫음이 많은 자는 마음이 좋다.’
55.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서 남의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자기 생각대로 잘 되지 않거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 사람은 누군가에게 상당하길 원합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상사나 선배, 신뢰할 수 있는 친구에게 이야기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떤 책에서 ‘자기의 힘만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습니다. 또 타인의 힘만으로 성공한 사람도 없습니다’ 라는 말을 보고 깊이 동감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힘이나 타인의 힘, 어느 한쪽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양쪽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한 여러 고민거리는 한 번 깊어지면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워 괴로울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상대를 질책합니다.
“그 사람이 잘 해 줬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어두운 성격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린 절대 잘 될 수 없어.”
이런 태도는 상대방에게 책임전가를 시키는 것이고, 해결의 실마리조차 스스로 포기한 꼴이 됩니다. 나도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고민하는 인간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간과하면, 늘 과신하는 버릇의 소유자가 되어 어떤 일이든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남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 전에 스스로 바뀌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56.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은 마음의 소통이다
‘감사하는 겸허한 마음’ 이 가진 중요성을 생각해 봅시다.
인간관계에서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나는 몇 번이나 반복하여 그때마다 나름대로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 말씀드릴 예는 인간관계가 어떻게 되면 좋을지를 생각하는,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찡해 옵니다.
어느 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인 여자아이와 그 아이네 근처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여자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꼭 그 할머니 집에 들러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 중 몇 가지를 소개 해보겠습니다.
“할머니, 저 오늘 산수에서 백 점 받아서 무지 기뻤어요!”
“오늘 급식이 진짜 맛있었어요, 뭔지 알아요? 가르쳐 줄까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레라이스! 싹싹 비웠어요!”
“저는 철봉 거꾸로 매달리기를 전혀 못하는데, 오늘 선생님이 가르쳐 주셔서 잘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너무 기뻤어요. 다음 번에 할머니한테 가르쳐 드릴게요!”
그리고 여자 아이가 할머니의 집을 나올 때 할머니가 하는 말입니다.
“오늘도 재밌는 얘기 고마워. 할머니는 정말 기쁘고 행복해. 또 재밌는 얘기 들려주렴.”
여자 아이는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학교에서 나쁜 일이 있어도 늘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내용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 안에는 여자 아이와 할머니 사이에 ‘감사하는 겸허한 마음’ 이 보인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인간은 왜 순수하고 감사하는 겸허한 마을을 가질 수 없을 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끼리 이렇게 되기는 어렵겠지만, 이 이야기에는 생각할 만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마음의 소통’ 을 느낍니다. 알기 쉽게 말하면 ‘피차일반’ 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은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57. 잘 살고 싶다면 자신을 칭찬하자
“매일 매일이 왠지 불안해요.” “전혀 기운이 안 나요.” “아무 것도 할 의욕이 나질 않아요.” “살아가는 것이 괴로워요.”
이것은 최근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이 당신의 마음과 같다고 해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 좋은 일만 있고 늘 의욕이 넘치고, 재미있는 일만 일어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이든 그 사람만의 ‘마음의 불안’ 은 있기 마련입니다. ‘즐거운 인생’ 이란 누구나 경험하는 마음의 불안을 잘 조절하고 그 틈에 숨어 있는 작은 기쁨과 감동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기쁨과 감동이 쌓이게 되면 그것이 훌륭한 인생일 것입니다.
또 잘 산다는 것은, 여러 가지 희로애락을 반복하며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칭찬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과거에 경험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일이라고 해도 구체적인 상황이나 대인관계는 각각 다르므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게 됩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평가는 단점에 초점을 맞추면 단점만 점점 더 크게 보이고, 결국은 전부 단점뿐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단점은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평가의 습관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어쩌면 인생을 망치게 할지도 모릅니다.
‘삶의 달인’ 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보는 것이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사는 삶이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출발점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 가끔씩 자신을 칭찬해 주는 마음의 여유를 생활화합시다. 일상의 작은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칭찬할 이유는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58. 마음의 정리를 위해 무엇이든 메모하자
한눈 팔지 않고 앞만 보며 숨 가쁘게 달려가다 보면,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질을 최우선으로 여김으로써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라는 의문을 가진 채 매일매일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나를 포함하여 정신과 전문의들을 매스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를 반영하여 ‘마음의 정리법’ 이라는 내용의 책이 대량으로 서점에 나와 있습니다. 그 중에 몇 권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마음이 불안한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처방전을 발견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불안한 상태로 만드는 원인의 하나를 ‘자기 확인의 결여’ 라고 보고, 자신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매일 메모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 날의 일을 자세하게 적는 일기가 아니라, 나날의 사건을 간단하게 기록하는 메모입니다. 따라서 두툼한 일기장이 아니라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인 작은 수첩이면 충분합니다. 나는 이 메모 습관을 60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속 해 오고 있습니다.
자기 확인을 하기 위해 메모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일상의 메모는 결과물이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한 수단이 됩니다.
메모의 내용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작은 희로애락이나 인상에 남은 사건을 메모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써 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메모를 나중에 읽어 보면 객관적으로 자신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심심하다고 느끼는 일상도 메모를 함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됩니다. 어쨌거나, 메모는 하루하루가 마감일이므로, 마음의 불안은 느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기분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라도 곡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59. 교제의 달인 같은 건 원래 없다
즐겁게 살기 위해 빠질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나 인간관계는 인생의 모든 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생을 바꿔 말하면 ‘인간관계의 역사’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생의 달인’ 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제의 달인’ 은 없습니다.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 조금씩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따라서, 인간관계는 ‘즐기는가, 아닌가’ 에 중점을 둡니다. “남들과 잘 어울리네요” 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그래도 속마음은 전혀 즐겁지 않았는걸’ 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고, 반대로 “남과 잘 못 어울린다” 라는 말을 들어도 “하지만 꽤 즐거웠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교성이 뛰어나 보이는 어떤 사람이라도, 다른 장소에서는 서투른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다른 상황이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겠습니다. 인간관계를 즐기는 시작, 즉 관계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습니다.
“약간 독특한 부모 밑에서 자란 나는 언젠가 부모의 일상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답고 소원한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어 재밌거든요.”
가족관찰은 아이들이 부모를 보는 것이나, 부모가 아이들을 보는 것이나 똑같습니다. 가족을 관찰하다 보면 자신의 참 모습이 보이게 됩니다.
이렇게 쉬운 인간관찰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은 관찰력을 인간관계에 적용시켜 봅니다. 또, 관찰하는 측도 그때의 환경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남을 보는 눈’ 이 변화합니다. 이런 임기응변의 관찰과 대응이 인간관계가 즐거워지는 계기가 됩니다.
모든 고민의 원인은 대부분 인간관계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쁨의 원인 역시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가족, 직장, 친구, 애인 등 각각의 인간관계를 충실하게 하는 것은 즐거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 할 수 있는 자족에게 관심을 가지고, 즐거운 인간관계의 기초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60. 진정한 달변가는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누구나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말을 잘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고 남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또 남에게 호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말을 잘하는 방법’ 을 주제로 한 책도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말을 잘 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그러면 달변가는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요? 일반적으로 말하며, 우선 말을 알기 쉽게, 중요한 말만 간단하게 말하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관심을 끄는 말을 인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 ‘웃음’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남들 앞에서 뭔가를 말할 때, 이런 조건들이 완벽하게 준비되면 아마도 그 사람은 달변가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조건들을 두루 갖춘, 이상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을 수 없습니다.
나의 경우, 세계일주 선박여행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세계일주 선박여행은 약 3개월에 가까워서, 여행 동안 동승자 사이에서 그룹이 생깁니다. 리더싶 있는 사람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어느 샌가 행동을 함께 하게 됩니다. 그리고 각각의 리더는 말을 잘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사라지는 그룹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그룹의 리더는 자기만 일방적으로 말을 하는 타입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입니다.
한편 오랫동안 지속되는 그룹의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는 오로지 듣는 입장만 취합니다. 즉, 사회자 같은 역할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룹 전원에게 말할 수 잇는 기회를 줍니다.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달변가란 듣는 것도 잘해야 합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스스로에게는 없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고, 동시에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 말씀 해 주셨으니 이제 됐습니다!” 라는 사람보다,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달변가입니다.
61. 좋은 취미는 풍요로운 인생을 만드는 맛있는 토핑
“어떤 때가 가장 즐겁습니까?” 라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답은 백이면 백 전부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시간을 잊고 몰두할 수 있을 정도의 취미인가요?”
이것이 중요합니다. 취미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옛날이라면 “일이 취미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점점 바뀌기 시작하여, 지금은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취미가 일을 지탱하고 있다’ 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남 못지않은 취미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있지만, 비행기 관련 물품을 모으는 것을 좋아합니다. 크게는 각종 좌석, 프로펠러, 타이어부터 작게는 각 회사의 제복, 항공기 가방, 기내잡지, 나이프에 포크, 화장실의 각종 비품 등 매우 다양합니다. 지금 집에 있는 것을 배고 창고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상자로 100개가 넘을 정도입니다. 내 꿈은 공항 근처에 비행기 박물관을 짓는 것입니다. 이미 작업은 하고 있지만, 아직 실현시키지 못했습니다.
좋은 취미란 시간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취미입니다. 종류나 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취미의 매력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취미는 우울증이나 치매의 특효약이기도 합니다. 맛있는 요리에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듯이, 풍요로운 이생에는 좋은 취미가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62.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는 이제 그만, ‘이제부터’ 라고 말해 보자
‘이제 와서 어떻게 해’, ‘이제 와서 해봐도 소용없어’, ‘지금은 그럴 나이가 아니야.’
우리는 때때로 말하는 ‘이제 와서’ 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행위나 행동을 하기엔 시간이 이미 늦었으니, 의미 없는 일이다’ 라고 해석하면 이 말의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와서’ 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합니다. 말이라는 것은 한 번 입 밖에 내뱉으면 그것이 사실처럼 되어 버립니다. 말은 그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이 갖는 힘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이제 와서’ 라고 소리 내서 말하면, 그 순간 생각이 멈춥니다. 이것을 ‘이제 와서 증후군’ 이라 이름 붙이고 될 수 있는 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나이가 들면 사고의 정지는 인생의 정지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고 보수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제 와서’ 라는 말을 쓰지 않고 ‘앞으로’ 라고 말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매일매일 실험’ 을 하라는 권유입니다. 매일매일 실험은 단조로운 생활에서 탈출하는 작전입니다.
십 수 년 전, ‘병동인거(병동인거)’ 라는 장기계획의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가족은 우리 부부, 장남, 차남, 삼남, 장녀, 각각의 가족을 합쳐 총 15명 5세대가 완전히 다른 장소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한군데에서 모여 대가족 생활을 시작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장남이었는데, 아내만 빼고는 모두 반대하였습니다. ‘이제 와서 왜 그런 성가신 일을 해’ 라고 모두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장남이 강하게 설득해 결국 멋진 가족혁명이 실현되었고, 지금은 누구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때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라는 생각으로 일관했다면 이렇게 안락한 생활은 보낼 수 없었겠죠.
제 실험은 물론 이것만이 아닙니다. 금지된 술을 마시는 실험, 일주일에 한 번은 부부가 외식 하는 실험, 보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전화를 거는 실험… 작은 일이지만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현재도 계속하고 있는 실험도 있습니다. 덧붙여, 술을 마시는 실험은 ‘적당한 음주의 효과’ 가 증명되어 지금도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63. 매너리즘 없이 성숙한 인간사회는 불가능하다
대부분 아내들이 남성들보다도 건강한 것은 매일 반복하여 하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누구보다도 아침 일찍 일어나 요리, 빨래, 청소 등을 재빠르게 시작합니다. 남편이 회사에 도착 할 즈음에 이미 집안일을 마친 주부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가사와 같이 반복되는 작업이 생활의 리듬을 만들고, 또 그것을 요령 있게 잘 해 나감으로써 기분도 좋아지고 활성 호르몬 작용도 촉진됩니다. 높고 낮음의 리듬이야말로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때문에 싫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원래 매너리즘이라는 말의 의미는 ‘매너’ 가 습관화된 행위나, 행동으로 연결되는 사고와 삶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매너란 사람이 누구나 잘 살아 가기 위해 긴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중요한 생활습관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생활은 모두 매너리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매너리즘이 없다면 성숙한 인간사회는 성립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하루 한 번의 권유’ 라는 것을 꽤 예전부터 강연회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 하루 한 번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로, 매일 아침 바나나 반쪽과 무가당 팥죽을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 습관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지수가 높은 나는 동맥경화나 고혈압 예방이 필수입니다. 텔레비전을 본 이후 나는 아침마다 바나나 반쪽과 무가당 팥죽을 약처럼 습관화했습니다. 현재 이 습관은 꽤 성공을 거두어, 요즘은 혈압과 간장 수치가 안정적입니다.
이와 같은 몇 가지의 ‘하루 한 번’ 습관이 생활에 리듬을 만들고 적절한 자극을 주어 뇌를 활성화시킵니다. 이리하여 나에게 맞는 ‘하루 한 번’ 을 일상생활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쾌적한 생활 리듬을 지킬 수 있습니다. 내 주위에서도 장수하는 사람들은 몸에 좋은 ‘하루 한 번’의 습관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하루 한 번’을 꼭 실행하여 충실한 생활을 만들어 나갑시다.
64. 완벽주의를 버리면 눈앞이 열린다.
게으른 사람의 반대는 성실한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을 싫어합니다.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은데다 남과 나누는 것도 적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악바리는 많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줍니다.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고 남에게 나눠 주는 여유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얻는 것’ 은 돈이나 물질만이 아닙니다. 배려나 친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게으른 자가 돼서는 안 된다’ 라는 말을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면서 오늘날까지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사고방식만으로 해결되는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존경하는 성실한 사람이,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추태를 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건강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완벽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백 퍼센트를 지향한다는 것은 스트레스 지수를 최고조에 이르게 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간미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분발하면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분발하지 않으면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이런 과정에서 균형이 필요합니다. 이 균형이 무너졌을 때, 너무 열심이었던 모습이 불행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너무 열심인 사람일수록 때로는 게을러지는 것도 좋습니다’ 라는 것이 저의 제안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균형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인생은 길기 때문에 느림과 빠름의 조절이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인생 80퍼센트 주의’를 제창해 왔는데, 80세를 지난 즈음부터는 60퍼센트로 낮췄습니다. 사람은 이상을 높게 가지면 가질수록 욕구불만에 빠지기 쉬운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발하지 않는 삶’ 을 추구하고 있지만 게으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편안하게 성실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65. ‘작게 바라고 불평 없음’ 의 발상으로 작은 행복을 실감할 수 있다
욕심을 줄이면 만족감이 커집니다. 이런 사고가 가능하다면 일상의 소소한 일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욕망과 행복은 늘 상호관계에 있으며, 어느 쪽이든 한쪽이 없어지면 다른 한쪽도 자연히 사라집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도 살아가는 데에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욕망이 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고,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에 욕망을 느끼는 것이 즐거운 인생의 원리입니다.
문제는 욕망과 행복의 크기입니다. 큰 욕망은 쉽게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욕망이라면 고생 없이 쉽게 채워집니다. 욕망이 크면 그만큼 고민도 크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선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망의 크기를 줄이면 작은 행복이라도 소중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발상은 인간관계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인간관계의 트러블은 거의 상대에 대한 욕구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데 원인이 있습니다. 한 예로, 우리 병원에서는 배우자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인해 이혼까지 가게 된 사례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주 있는 것이 남편의 장래에 대해 아내가 과도한 기대를 가져, 그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당신이 계속 출세해서 정년퇴직하고 나면 둘이서 해외여행이나 맘껏 즐겨요’ 라는 식의 기대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아내는 남편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기대가 지나쳐 부부관계가 무너지는 사례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서로의 요구수준이 너무 높으면, 소위 완벽주의의 충돌이 되어 대부분의 경우 높은 벽이 둘 사이를 가로막게 됩니다.
당연히 이런 문제들은 부부관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부모와 자식, 선생님과 학생, 상사와 부하, 친구간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긴장된 인간관계를 즐거운 관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욕심을 줄이고 상대를 관댸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은 내가 깨달은 인생철학 중에서도 꽤 중요한 인생철학입니다.
66. 1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설레는 이벤트를 계획하자
연중무휴라는 가게는 있어도 연중무휴라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만약 일요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명절 연휴가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이렇게 즐거운 인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휴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소중한 휴일을 어떻게 즐겁게 보내는가 입니다. 모처럼 맞이하는 휴일이므로 보다 많은 시간을 여가 시간으로 쓰고 싶어서 평소 때보다 일찍 일어나는 샐러리맨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아마도 휴일의 사용법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휴일 사용법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1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설레게 만드는 빅 이벤트를 계획해 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라면 여름방학에 떠나는 여행일 수도 있고, 부모자식 간이라면 추석명절에 할머니 댁에 가서 근처의 바다나 산을 둘러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인 중에서 주년 전에 정년을 맞이한 Y는 1년에 한 번씩, 일주일 정도 유럽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주요 여행지라고 합니다. 그 때문에 평상시에도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를 자기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는 날이 정해지면, 매일이 두근두근 설레므로 그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나의 경우에는 일 년에 한 번, 내 생일은 14명 가족에게 ‘장난’ 을 치는 날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가족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반드시 카드를 써서 보내는데, 내 생일만은 장난이 허용되는 날입니다.
장난이라고는 해도 짓궂은 것이라기보다는 상대를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나는 때로는 파일럿제복 차림, 스코틀랜드 민족의상인 킬트, 또는 일본의 전통 의상을 걸치고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 생일이 달갑지 않게 됩니다. 평소보다 더 쓸쓸해지기 때문입니다. 내 경우는 내 방식대로 하는 게임이지만, 대가족이 모두 모이는 좋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은근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67. 우리 집에만 있는 연중행사가 인간을 크게 만든다
연중행사라고 하면 제일 먼저 연말과 설날, 단오와 칠월칠석, 추석, 동지 등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런 행사는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연중행사입니다. 지금도 대대로 이어지는 종갓집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행사로, 중요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바쁜 날들 속에서도 기분 좋게 1년을 보내기 위한 좋은 습관입니다. 점점 삭막해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행사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언급한 것은 좀 더 가족적이고 개인적인 것입니다. 만약 당신 가정에 특별한 행사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예로 저의 경우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 집안에는 지금까지 4대에 걸쳐 계속하고 있는 행사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15세가 되면 관례등산이라 하여 부모 자식 모두가 산을 오르는 것입니다. 관례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예복으로 입는 복장이나 그 의식을 말합니다. 나이는 15세가 꼭 아니어도 되지만, 대개 이 무렵입니다. 지금은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없어서 잠깐 쉬고 있지만, 가족의 인연을 느끼게 해 주는 행사도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행사는, 집과 병원이 화재로 인해 불타 버린 날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연중행사입니다. 밀가루만으로 만든 경단 수제비를 먹으면서, 전후의 가난했던 시대를 떠올리며 지금의 행복을 감사하자는 뜻입니다.
우리 집안만의 독자적인 연중행사를 두 가지 소개했습니다. 무엇이든 공유하는 체험을 함으로써 시야를 넓히고, 인간으로서 그릇이 커지길 바라는 마음이 행사에 담겨 있습니다.
연중행사는 계속함으로써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도중에 끊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가정에 뿌리내린 행사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4년 전쯤에 건강이 약해졌던 나는, 아버지의 노래를 생각하며 산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나는 관례등산을 떠올리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매우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68. 사람도 시간도 여행으로 생각하자
‘해와 달은 백대에 걸친 나그네이고, 지나가는 세월 또한 나그네이니’ 라는 매우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사람도 시간도 여행으로 삼아 생각하자’ 라는 말은 어떤 의미 일까요?
여행의 반대말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일상생활’ 입니다. 일상생활은 거의 지루합니다. 지루하기 때문에 빠져 나오고 싶습니다. 마음의 재충전이 필요한 것입니다. 재충전을 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여행입니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자주 나가시면 피곤하지 않으세요?”
나에게 있어 피곤이란 다음날까지 남은 심신의 피로입니다. 그날 안에 모든 일을 끝마치면 전혀 피로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두꺼운 신작소설을 단숨에 읽어 버리는 사람이 피곤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매일의 일상생활은 반드시 스트레스가 수반되는 법입니다. 일하는 시간이나 인간관계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눈앞에 스트레스라는 악마가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은 해석의 차이야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스트레스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나쁜 것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스트레스 학설의 창시자 한스 세리에 박사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인간은 멸망해 버릴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게서 모든 스트레스를 제거하면 그 사람은 못쓰게 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필요하지만,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인생은 즐거운 인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와 잠시 동안의 이별을 하는 여행을 하자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고 있는 동안은 자신도 시간도 여행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습니다. 긴 인생에서 여행의 매력은 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69. 한 번 웃으면 한 살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살 더 먹는다
제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일소일약, 일노일노(一笑一躍, 一怒一老)’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 있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기억하기 쉽고, 의미 있는 말이니까요.
이 말은 고대 격언이 아니라 저의 생각대로 만든 조어입니다. 약간은 쑥스럽습니다만, ‘이렇게 알기 쉬운 말을 생각해 냈다니’ 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웃음’과 ‘화’는 인간이 가진 원시적인 감정입니다. 이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내가 문제로 삼고자 하는 것은 이 두 가지 감정이 타인에게 주는 영향입니다. 웃음으로써 초래되는 결과와 화냄으로써 생기는 결과가 인간의 뇌에 미치는 반응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웃음은 어떤 것일까요? ‘웃으면 복이 온다’ 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말입니다. 또 현재 미국 의학계에서 ‘웃음 요법’ 이 중요한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도 웃음이 얼마나 사람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는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화는 어떤 것일까요?
화를 내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면 뇌는 ‘항 스트레스 호르몬’ 이라 불리는 부신 피질 호르몬이나 아드레날린이라는 부신 수질 호르몬을 대량으로 분비합니다. 이렇게 되면, 놔와 신체는 과중노동 상태가 되어 노화가 빨라집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임은 반복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 병들면 몸도 병들기 쉽고 마음이 건강하면 신체도 건강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조그만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습관이 있는 사람보다, 늘 웃음을 띠고 온화한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어떤 때든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화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성질만은 버립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은 자기만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70. ‘죽을 때까지 살아 보자!’ 라는 결심으로 살아간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20대 젊은이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노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성은 세련되고 남성은 점잖습니다. 따라서 젊은 감각의 패션에, 자신감 넘치는 말과 행동,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멋진 사람들을 보면 ‘인생을 마음껏 즐기자’ 라는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늙은 사람이 주책이라고 놀림 받을지도 모릅니다. 노인은 노인답게 집안에서 조용하게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금도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량노인을 권하는 나는 지금의 5-60대들이, 사회전체에 만연해 있는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졸업하고 죽을 때까지 재밌게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역을 은퇴하면 그때부터 미래는 각지 개인승부를 해야 하니까, ‘남들이 이상하다고 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젊은 시절에 하고 싶어도 못했던 일을 인생목표로 삼아 용기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 장기체류하는 것은 예전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사람들의 특권 같았지만, 지금은 퇴직자를 중심으로 꽤 많이 늘어 났습니다.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반세기 전부터 있던 생활 스타일이었습니다.
제2의 청춘을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비가 싸고 치안이 안정된 매력적인 나라는 세계에 꽤 많이 있으니까요.
많은 퇴직자들이 이주지로 고른 나라 중 하나가 뉴질랜드입니다.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떤 사람은 “남들 눈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서 좋아요. 60세를 넘기고도 윈드서핑을 즐길만큼 매일이 새로워서 질리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제2의 청춘을 즐기고 싶다면 부부가 함께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71. 스트레스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
저는 오래 전부터 “스트레스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 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어떤 인생도 ‘동그라미 아니고 가위 표’ 의 극단적이고 단순한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유를 가진 ‘적당함’ 이 중요하고, 이 적당함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압박하는 강한 스트레스를 순간적으로 해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무언가를 즐기는 습관’ 에 의해 오랜 기간에 걸쳐 해결하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 중 하나로 ‘플라워 테라피’ 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꽃과 식물을 이용해 환자의 마음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플라워 테라피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꽃이 가지는 색채의 아름다움과 향기 등은 어떤 사람의 마음도 치유해 줍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은 그 아름다운 모습과 색깔로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키기 때문에 많은 애호가들이 있는 것이 당연하겠죠. 아니, 오히려 인간에게 곷의 이용가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적인 것입니다.
‘컬러 테라피’ 라는 요법은, 꽃이 가지는 색채를 통해 좋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또, 아로마 테라피는 향기의 효과를 목적으로 삼은 요법입니다. 아로마란 향기를 뜻하는 말로, 이 향기를 마심으로써 뇌가 편안해지고 면역력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컬러 테라피나 아로마 테라피는 위대한 자연의 창조물인 초목을 이용하면 아마도 효과가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초목을 기름으로써 생명의 소중함과, 기르는 기쁨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작업요법 중 하나로, 우리 병원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마음 치료법입니다.
이렇게 초목을 기르는 것은 매일 무언가를 즐기는 습관으로 참 좋습니다. 정신과 병원에서도 쓰이는 치료법이므로, 샐러리맨이나 주부의 스트레스에 치유효과를 발휘하는 초목과의 교제를 꼭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72. 호기심이 없어지면 인생도 끝이다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데 배놓을 수 없는 것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호기심’ 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호기심 없는 내 인생은 있을 수 없고, 호기심이 내 인생을 즐겁게 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을 지탱하고 있는 호기심을 다른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90세인 지금까지 내 뇌를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해 준 것이 이 호기심이었습니다. 메모를 하는 일, 여러 차례의 세계일주 선박 여행, 비행기와 관련된 물품 수집 등 내 인생을 결정적으로 즐겁게 만든 것들은 모두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들입니다.
따라서 나에게 호기심이 없어지면 내 인생도 끝이라는 의미입니다. 오랜 기간 계속해서 이인삼각처럼 생긴 서로 돕는 습관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습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내 호기심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고 ‘철도창가(일본에서 기차역을 중심으로 지리교육을 할 목적으로 1900년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기차역마다 다양한 가사의 제목이 붙어있어 차임벨로 쓰인다. -옳긴이)’ 가 있습니다. ‘기적소리 신바시에 한 번 울리니 이미 내 기차는 떠났네’ 로 시작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400개 정도까지 있어 각각의 역에 도착할 때마다 그 역과 마을의 특징을 멋지고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나는 교통기관을 아이들처럼 좋아하기 때문에, 400개의 역은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처럼 나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400개 역 이름을 여기에서 하나하나 소개할 여유는 없지만, 예를 들면 나고야 아쓰타 역에는 ‘동포 4천만’ 이라고 적혀 있으니 100년 전 일본의 총인구가 4천만이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철도창가’의 방대한 수를 전부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 그게 바로 나입니다.. 세상에는 몇 백 가지 숫자를 통째로 외우는 사람도 있지만, 같은 외우기라면 ‘철도창가’ 쪽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철도창가의 가사는 기억 회로를 활성화 시키는 데 더없이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 번까지 부를 수 있는지는 비밀이므로, 이 점은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73. 90세가 되어도 알아야 할 것이 있다
’90세가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라는 말에 크게 동감함과 동시에, 나는 올해 90세를 맞이해 ’90세가 되어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90세가 되어도 알아야 하는 게 있다, 그러기 위해선 바른 자세, 진지한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나름대로 해석했습니다. ‘삶의 자세’ 에 대해 강하게 심금을 울리는 말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되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한 지식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으며, 사람의 일생 전반에 관련된 좀 더 깊은 의미임이 분명합니다. 이것도 내 방식으로 해석하면, 사람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 살아 있는 기쁨을 절절히 느끼는 편안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멋이 있는 인생’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의 깊이를 깨달은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풍요로운 인생’ 이라는 의미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나이든 것의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젊었을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을 노년에 다시 떠올렸을 때 ‘아 그렇구나, 그건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 기쁨을 느낍니다. 마음이 성장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은 살아 있어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기쁨을 맛보는 것입니다.
‘초고령사회’ 가 이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대량의 노인을 품은 사회에는, 거기에 맞는 사회 시스템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자세를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사회 시스템이 정비된다고 해도, 나이 듦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않는 한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노년기는 인생의 깊은 맛을 음미할 줄 아는 절정기입니다.
74. ‘우습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례
같은 사실이 어떤 사람에게는 재미있고 다른 사람한테는 시시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Dㅑㅇ자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의 차이입니다. 또 같은 사실을 두고 어떤 때는 시시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람의 사고가 늘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감정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로, 사소한 일이라면 문제되지 않습니다. 풍부한 감정이라는 표현처럼, 감정은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편이 인간답고 멋집니다.
문제는 사고방식입니다. 사고방식이 늘 흔들리면 인생은 답답할 것입니다. 사고방식 또한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계속해서 바뀌는 것은 곤란합니다. 인간관계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 입니다.
나는 언제 어떤 경우에도 같은 사고방식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고방식에 대해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정년 후에 대해 ‘긴장감이 없어져 매일이 지루하다’ 라고 생각할 것인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자’ 라고 생각할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년 후라는 사실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정년 후의 인생이라는 사실은 같은데, 이렇게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다른 것은 사고방식의 방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여실히 말해 줍니다.
나는 여행지에서 세계의 유명한 다리를 배경으로, 양손을 올리고 마치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습니다. 이탈리아 파사의 사탑을 받치고 있는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방식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가 아니가를 결정해 주니까요.
밝은 인생과 어두운 인생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밝게 생각하고 밝은 인생이 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75. ‘노숙’ 이라는 말은 인생에 방해가 된다
나는 성숙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몸과 마음이 충분히 성장한 것’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충분히 성장한다는 것은 더 이상 성장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충분히’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인생에 충분, 완벽은 필요 없다는 것이 내 인생의 기본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맥락의 ‘노숙(老熟)’ 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모면 ‘경험을 쌓아 원숙해진 것’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원숙함이나 충분함 모두 거의 같은 말입니다.
성숙도 노숙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집요할 정도로 피하려는 이유는 이 말에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이제 와서 호기심 따윌 가져서 무슨 소용이야’ 라는 체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아 보자’ 라는 게 내 인생의 모토이므로, 성숙과 노숙은 오히려 나에게 방해가 됩니다.
독일의 위대한 작가 토마스 만이 ‘젊음이란 자발성’ 이란 말을 했습니다. 이것은 ‘자발성이 있으면 젊음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라고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앞의 말에 덧붙여 나름대로 부연을 하자면 ‘노숙이란 젊음을 피하는 것’ 이 됩니다.
나는 젊음이란 육체의 젊음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머리도 마음도 젊게 하고 싶으면 역시 노숙이라는 말을 마음에 담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미성숙한 자신이 좋지 않을까요?
점점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어 가는 시점에서, 즐거운 인생은 노인에게 곡 필요합니다. 하지만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면, 이미 즐거운 인생을 만끽하고 있는 세계 선진국들로부터 “지금껏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 왔습니까?” 하고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사람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제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니까’ 라든가 ‘손자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와 같은 마음은 마음이 늙었다는 증거이니, 자발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76. ‘고마워’ 를 일상용어로 만들자
길게 인생을 살다 보면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는 알 수 있게 되지만, 그래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고 놀라곤 합니다.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지나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고마워’ 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워’ 란 남에게 감사할 때만 사용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무례함을 만듭니다.
여기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작은 행동에 대해서도 ‘고마워’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점입니다. 특별한 감사를 표현할 때만 사용해서는 아깝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고맙다고 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부하직원이 복사를 해 주었을 때,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을 때, 일의 보고를 받았을 때와 같이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또 아내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었을 때, 가족 중 누군가가 여행 기념품을 사다 줬을 때, 혹은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도 ‘고마워’ 라고 말할 기회는 언제든지 있습니다.
‘고마워’ 라는 짧은 말 속에 얼마나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지는, 사용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고마워’ 라는 말이 갖는 힘은 의외로 아주 큽니다. 인간은 늘 마음속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한 번씩 말하는 ‘고마워’ 는 아니지만, 우리 부부의 은혼식 날 나는 아내에게 ‘표창장’을 주고 최고로 많은 ‘고맙다’ 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표창장은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우리 집에 남아 있습니다.
77. ‘타인이 알고 있는 나’ 도 참고하자
‘자기는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놓인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판단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실은 진정한 자신을 안다는 것은 좀처럼 힘든 일입니다. ‘진정한 나는 원래 없었다’ 라고 말하는 심리학자도 있을 정도입니다. 진정한 나라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통찰력 있는 지적에 동감합니다. 진정한 나의 ‘진정함’ 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설정이 애매해서는 답을 끌어내려고 해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판단력’ 이나 ‘이해력’ 이 본인에게 있는가를 진정한 자신을 아는 실마리로 삼는 편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자기가 알고 있는 나’ 와 ‘남이 아는 나’ 두 가지 자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를 기본으로 하여, 때로는 후자의 판단을 참고로 삼을 것입니다. 양쪽의 판단이 일치하면 비로소 진정한 나에게 가까워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 인간관계의 트러블은 꽤 줄어들 것입니다. 나를 잘 알게 되면 상대방도 존중하게 되고, 상대방도 나를 존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트러블이 생기는 결정적인 원인은,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고압적인 발언을 하거나 지배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상대방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진심을 똑바로 전하기 위해서는 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친절함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해만 남긴다면, 우선 자신의 말투나 행동을 반성해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일방적인 표현은 상대방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 주기 때문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오해가 생기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명령조의 지배적인 발언을 반복하기 때문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78. 웃음은 몸에 가장 좋은 약이다
인간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몸의 어딘가가 아픈 것이 보통입니다. 나도 이제까지 전립선 수술을 두 번 받았고 콜레스테롤과 당뇨를 억제하는 약도 매일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종종 “참 건강하시네요” 라는 말을 듣습니다.
예전부터 ‘일병식재(지병이 하나 정도 있으면 무병인 사람보다도 건강에 주의하게 되어 오히려 오래 살 수 있다는 말 – 옮긴이) 라면 몰라도 ‘백병식재 라는 말을 어느 책에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경우의 백이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는 말로, 작가가 비꼬아서 쓴 말입니다. 그러나 이 분은 매우 건강해서, 여행과 문필활동으로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병식재는 환상이라는 걸까요?
어떤 경우든 자신의 몸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질병과 사이 좋게 공존해야 합니다.
그러나 병이 들면 약을 먹어야 하고, 약을 먹으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금은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생약, 혹은 건강보조식품들이 주목 받고 있어 버섯 류나 벌꿀이 면역력 향상약품에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약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을 챙기는 좋은 현상입니다. 건강할 때 병을 예방한다는 예방의학은 계속해서 보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정신과의사로서 꼭 권하고 싶은 약이 있습니다. 그것은 ‘웃음’ 이라는 약입니다. 현재 미국 의학회에서는 웃는 것이 환자들에게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유쾌한 보고가 있습니다.
웃음의 효과는 국내에서도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실험 후에 혈액성분을 조사했을 때 면역력이 꽤 높아졌다고 합니다. 웃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건강해 진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역시 웃음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합니다.
또, 체내 암세포를 공격하는 ‘내추럴 킬러 세포’ 라는 우수한 면역세포가 있는데, 크게 웃으면 이 내추럴 킬러 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웃으면 암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생약도 좋지만 나는 웃음을 좋아합니다. 돈도 전혀 들지 않고, 부작용도 전혀 없으니까요. 게다가 효과가 아주 좋거든요.”
79. 노인의 유머만큼 멋진 것은 없다
앞에서 말한 웃음과 이제 말하려고 하는 유머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웃음은 보이지 않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지만, 유머는 구체적인 말로 되어 있으며 상대의 웃음을 끌어내면서 대화를 재미있게 만들고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만드는 말의 기술입니다. 또 동시에 마음의 기술이기도 합니다. 유머는 즐거운 인생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조건입니다.
“유머는 깊이가 없는 말이거나 농담일 뿐이죠” 라고 말하는 고지식한 사람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 이라는 책에 나온 멋진 유머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102세가 된 여성을 취재하기 위해, 그녀의 집 앞에 사람들과 차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 중 한 명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이웃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라고 물으니 여성은 해맑게 웃으면서 “아마도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겠죠” 라고 말했습니다. 102세에 이런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노인의 유머만큼 멋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제 어머니는 독설과 유머로 평생을 지내신 분이셨습니다. 자기중심적으로 보이긴 해도 배려를 잊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있었기에 후회 없는 즐거운 인생을 보낸 분 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강연회에서는 반드시 유머나 조크를 섞어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오랜 습관이 되어 모르는 새에 나오는 것입니다. 강연회를 들으러 와 주신 분들에게 “참 재미 있었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이유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유머가 일상생활에 웃음을 주고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나는 IQ (지능지수)보다 HQ(유머지수)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80. 감동이라는 것은 잠시 동안이라도 행복의 절정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차츰 감동하는 경우가 줄어듭니다.
갓난아기는 매일이 감동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매일이 신납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든 관심을 보이고 발랄하게 움직이는 어린 아기만큼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가 또 없습니다.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을 보면, 지하철 안에서도 거리에서도 “우와 대단하다! 너무 멋져!” 라고 큰 소리로 감탄하지 않습니까? 그들의 시각으로는 작은 발견도 감동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최근 무엇인가에 감동받은 일이 있습니까? 어떤 풍경이나 타인과의 대화에서, 혹은 영화나 소설, 음악에서든, 감동했다면 감동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습니까? 즐거웠다, 기뻤다, 소름이 돋았다, 눈물이 났다..
감동이란 잠시 동안 느끼는 행복의 절정입니다. 비록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점점 줄어들겠지만, 행복한 기분은 그 후에도 계속되어 한동안은 기분을 좋게 해 줄 것입니다.
‘손에 땀을 쥐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손바닥 땀은 50대를 기점으로 점점 감소하기 시작해, 70대가 되면 거의 없어진다고 합니다. 50대가 되면 감동하는 일이 줄어들어 70대가 되어서는 거의 감동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나는 ‘감동하는 기회’를 잃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저는 70세를 넘고 나서도 감동했던 경험은 꽤 많이 있는데, 특히 여행지에서 느낀 감동이 많았습니다. 작은 감동이라면 남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석양, 발 밑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에도 어떤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감동을 느끼자는 것은 아닙니다. 억지로 느끼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동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면, 크고 작은 감동으로 인한 ‘마음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감동을 느끼면 뇌 속의 활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81. 우울증이나 치매는 건강한 ‘불량노인’을 싫어한다
최근 ‘불량 권유’ 나, ‘불량은 재미있다’ 라는 말을 잡지나 신문에서 종종 봅니다. 대개는 정년퇴직자나 노인에 대한 삶의 자세를 언급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말입니다. 여기서도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글을 써 보겠습니다.
회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니 오래된 가치관이나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말고 여유 있게 살아갑시다. 오랜 세월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왔으니 이제부터는 조금씩 자기 멋대로, 진심으로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량’ 이라는 단어와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고 방식에 저는 대 찬성입니다. 실은 저도 예전부터 ‘좀 더 내 멋대로 살아 보자.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내 멋대로 해도 상관없잖아’라고 여러 책에서 말해 왔습니다. ‘불량지수’ 라는 말까지 만들어 인간관계를 붕괴시키지 않는 불량 도를 늘 체크하자고 하면서 말입니다.
초 고령화 사회가 현실이 된 지금,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불량노인’ 이 점점 늘어나길 바랍니다. 노는 것을 좋아하고 응석을 부리며, 연애를 좋아하는 좋은 의미에서의 ‘불량성’은 노년이 가까우신 분들이 꼭 생각해 보시면 좋을 즐거운 인생의 키워드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전부터 언급했던 것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 거리에 불량노인이 넘쳐나면 거리의 분위기도 밝아질 것입니다.
- 사랑하는 마음은 신(신)노인에게 빠져서는 안 될 특효약입니다. 먹으면 반드시 젊어지고 얼굴에서 빛이 날 것입니다.
- 얼굴이 그을린 노인, 자전거를 탄 노인은 정말 멋집니다.
- 왠지 우울증이나 치매는 불량노인을 싫어할 것 같습니다.
- 자기의 불량지수를 늘 체크하면서 멋진 노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82. 인생은 호기심으로 시작되어 호기심으로 끝난다
2006년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세계 곳곳에서 기념 콘서트와 이벤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베토벤 등 다른 어떤 작곡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팬이 있습니다.
저도 모차르트와 관련된 책의 추천 문을 쓴 적도 있어서, 왜 모차르트 곳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 봤습니다. 모차르트의 곡은 치유요법에도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듣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50대인 한 친구는 그런 모차르트에 대해 ‘클래식은 모차르트로 시작되어 모차르트로 끝난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낚시는 붕어로 시작되어 붕어로 끝난다’ 라는 말도 있네요. ‘낚시쟁이’ 에게는 상식적인 명언입니다.
이 두 가지 말을 통해 나는 ‘인생은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으로 끝난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생을 재미있게 만들 것인지 시시하게 만들 것인지는 시대의 탓도 나라의 탓도, 또 타인의 탓도 아닙니다. 자기의 마음가짐 하나로 어느 쪽이든 가능합니다. 따라서 자기의 불행을 다른 무언가의 탓으로 돌리려는 사람은 평생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평생 동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생각해 봤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은 바로 ‘호기심’ 입니다. 이미 앞에서 다뤘습니다만,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호기심을 하나의 계기로 삼아 무엇이든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을 처음으로 가르쳐 준 분이 어머니였습니다. 아버지 또한 대단한 호기심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호기심에 있어서는 태어나면서부터 혜택을 받았습니다.
굳이 호기심과 모차르트를 같이 놓고 이야기한 것은, 최고의 대상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83. 친한 관계인 사람일수록 거리를 잘 두자
일뿐만 아니라 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회사에 한두 명은 있을 것입니다.그런 친한 관계라면 다소 응석을 부려도 괜찮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성숙한 성ㅇ니 사회에서는 부모자식 같은 응석은 통용되지 않느다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경쟁사회입니다. 따라서 거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조금 과장된 말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암묵적인 이해관계란 ‘친한 사이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즉 친한 관계일수록 평상시에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아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의 감정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친한 상대란 무슨 일에든 기댈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존재이므로 부주의한 말과 신뢰관계에 금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자신에게도 감정이 있듯이, 친한 관계인 사람에게도 그 사람만의 감정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친한 사이라는 이유로 늘 붙어 있거나, 감정에 휘말려 폭언을 무심코 내뱉어 버리면 순식간에 관계가 무너집니다.
EQ라는 말이 최근 미디어에서 한창 유행했었는데, 이것은 IQ에 비해 윗 단계로 사용되는 말로 감정지수라고 번역됩니다. 특히 다음의 다섯가지 EQ는 균형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정신과의사로서 내가 주목하고 있는 EQ를 소개하겠습니다.
- 자기 기분을 자각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결단을 내리는 능력
-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
- 좌절했을 때 낙관적으로 자기를 격려하는 능력
- 타인의 기분을 배려하는 능력
-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능력
84. 멋은 즐겁게 살아가는 힘을 길러 준다
일상생활에서 긴장과 이완이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으면 매일이 즐거운 인생이 됩니다. 이런 사람은 남에게 호감을 주고 주위에 친구들도 많이 생깁니다.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밝은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간단하게 활기찬 인생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멋을 부리는 것입니다. 매일 입는 복장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효과는 큽니다.
멋은 단조로운 일상을 활기차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간단한데다가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옷일 뿐이라고 하찮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멋내기에서 즐거움을 찾은 저의 경우를 말해 보겠습니다.
세계 일주와 같은 오랜 여행일 경우, 단조로운 하루가 번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식사에서부터 여러 가지 궁리를 합니다. 그 중 멋 내기는 가장 중요 항목입니다. 승객들은 캐주얼, 포멀, 영화 속 캐릭터로 분장하기 등 여러 가지 컨셉트로 멋을 내고 그날의 옷의 분위기에 맞는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그 날 자신의 복장에 따라 모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때만은 마음이 들뜨고 즐거운 기분으로 가득합니다. 다른 배 여행에서는 정장을 입는 날을 예정회수보다 줄였더니, 약간 야유를 받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배 여행의 멋을 경험한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물론 배 여행을 권유하기 위해 저의 경험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세계일주와 같은 오랜 여행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조금도 즐겁지 않습니다. 즐거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이 배 여행의 교훈은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계 일주 배 여행이라고는 해도 길어 봤자 3개월입니다. 인생은 이보다 훨씬 긴 여행입니다. 그 긴 인생에서 적절하게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제가 멋을 권하는 이유를 이제 아셨으리라 믿습니다.
85. 사람은 갑자기 길러지지 않는다
사랑은 소설과 영화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히트작 중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인간사회는 남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은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연애 방법을 가르칠 자격은 없습니다만, 애정관계는 정신과의사라는 직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됩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남녀의 교제, 부부의 교제가 즐거운 인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연애상대는 당연히 연애감정이 필수조건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감정이 없으면 연인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신혼부부에게도 연애할 때의 감정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 섹스입니다. 섹스는 남녀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극히 중요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합니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착각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맹목적 사랑’ 이라는 말처럼 상대의 단점이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눈이 뜨입니다. 눈이 뜨이고 다른 애정이 계속되면 괜찮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결혼한 후에 깨닫는 경우입니다.
‘이런 게 아닌데…’ 라고 서로를 질책하기 시작하면, 둘의 관계는 엉망이 되고 맙니다. 여기에서는 결혼 후에 파국에 이르지 않기 위한 한 가지 공통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결혼은 사랑의 결승점, 사랑의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 입니다. 처음 사태로 돌아가, 서로가 같은 목적을 향해 오랫동안 걸어가는 것입니다.
지금껏 별 문제없이 사귀어 왔다고 해도, 결혼을 계기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의 애정 또한 조금씩 쌓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억시 연애에서 결혼으로 옮겨 하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잘못된 결혼이라고 후회하면서 병원에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역시 그렇습니다.
크고 작은 트러불에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그런 굳건하고 진정한 사랑을 늘 꿈꾸셨으면 좋겠습니다.
86. 야생동물에게 자녀 양육의 방법을 배운다
‘자녀 양육은 힘들다’ 라는 최근의 풍토를 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우선, 자녀 양육에 제대로 된 방법, 어떤 노하우가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약간이라도 실수를 하면 자신의 방법이 틀렸나 하고 몇 번이고 생각하고, 후회하는 사이에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현재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들은, 그들의 부모로부터 자녀 양육에 대해 특별히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혼란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부모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연령층으로, 가정보다는 일에 몰두했던 사람들입니다. 핵가족이라는 생활 문화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 번째로, 요즘은 성과주의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부모는 자기 아이가 성과주의 사회 시스템에서 살아 남도록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 강조합니다. 일류대학이나, 상위권 성적, 성공, 부자 등의 말이 성과주의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들기만 합니다. 사회의 분위기에 맞추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힘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다 보면, ‘틀에 박힌 자녀 기르기’ 가 되고 맙니다. 그 틀에 맞춰 성장한 이이들도 뭔가가 이상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아이들이 틀에 맞춰 성장하면, 지나친 기대와 과잉보호로 인해 부모자식 사이의 끈끈함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자녀 양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자녀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 입니다. 그러기 위해 종종 야생동물의 양육 방법을 참고로 소개합니다. 모교인 초등하교 심포지엄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도 동물입니다. 자녀 양육의 기본은, 험한 세상에서 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우는 것입니다. 야생동물은 새끼를 본능적으로 그렇게 키우지만, 인간은 감정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한 아이들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여우는 어느 시기가 되면, 어미가 새끼를 집에서 내쫓습니다. 신천옹이라는 대형 바닷새의 어미는, 아직 날지도 못하는 어린 새를 두고 멀리 사라집니다. 강한 새로 키우기 위한 야생동물의 냉철한 양육방법입니다. 나는 이것이 아이들을 기르는 기본 방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성장은 부모가 지원하는 것이지만, 그 방법이 부모를 위한 것이어서는 곤란합니다.
87.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혼내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초등학생 정도인 아이가 부모와 함께 말다툼을 하는 한, 아이들은 착실히 자랄 테니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이이들을 혼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매일 그래서는 곤란하지만, 한 달에 몇 차례 정도는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감정을 앞세우고 아이들을 혼내면 아이들도 반항합니다.
마구 야단치며 무조건 혼내는 방법은 좋지 않지만, 부모자식이 서로 부딪쳐 보는 것은 아이들이 인간의 본질을 알게 된다는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이것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방법입니다. 한 친구는 자기 아이를 혼낸 뒤에 곧잘 “네가 내 아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혼내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말이지만 참 멋진 밀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혼내는 이유 중 하나로 ‘규칙 위반’ 이 있습니다. 요즘이야 규칙을 적어 벽에 붙여 두는 가정은 드물겠지만, 각각의 가정환경에 따라 공부, 언행, 예의범절, 통금시간 등 다양한 규칙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규칙위반을 한 자녀에게 벌칙을 내릴 것을 권합니다. 축구 시합에서 사용하는 옐로카드나 레드카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위반 정도에 따라 어느 것을 사용할지는 부모가 판단해야 합니다. 카드는 규칙을 위반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건넵니다. 축구의 벌칙을 도입하는 것이므로, 옐로카드 두 장이 레드카드 한 장이 되고, 한 달에 커드카드가 세 장이 되면 구체적인 벌칙을 주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레드카드 세 장이 모이면 아버지에게 말씀 드려서 혼나게 할 거야” 라고 말해 둡니다.
구체적인 벌칙의 예로는 용돈을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단, 너무 큰 폭으로 줄이는 것은 역효과이므로, 최대한 20% 정도로 줄입니다.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사용처를 염두에 두고 사용하니까요.
여기에서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생각해 둡시다. 규칙위반의 심판자는 어머니가 좋고 벌을 주는 것은 아버지가 좋습니다. 무서운 아버지의 존재를 아이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냉정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존재” 여야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규칙위반을 통해 ‘사회 규칙’ 을 배우게 됩니다.
88. 공기 같은 관계인 부부는 사양하자
‘상’이란 남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상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상’ 입니다. 자기만의 기념일을 만들어 그 때마다 포상을 주는, 자기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자기 자신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부부 사이에서도 좋습니다. 여기에서는 부부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나는 ‘부부란 서로에게 공기 같은 존재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라고 말하는 그런 부부는 사양하고 싶습니다. 좋건 나쁘건 서로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부부이며, 그러기 위해서도 서로를 자극하는 경험을 점차 늘려 나갈 것을 권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상을 주는 기념일은 자녀 양육을 무사히 마친 날, 아이들을 사회로 내보낸 날, 정년퇴직 날, 그리고 은혼식이나 금혼식 등이 되겠죠. 이렇게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기념일을 만들어 그 기념일의 내용에 맞춘 선물을 서로에게 주는 것입니다.
상품은 꼭 물건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즐거움을 위해 남편이건 아내건 평상시에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매일 긴장감이 생기기 때문에 이것은 정말 좋습니다.
인간은 기대감이 있으면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사라집니다. 제가 아는 노부부는 상으로 2년간 호주에서 장기체류를 한 경우도 있었고, 오토바이 두 대로 캐나다 산악지대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실로 부부가 아니면 불가능한 멋진 상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탓에 언제나 여행 이야기만 해서 약간 죄송한데요, 포상은 부부의 취미에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쌓아 나감으로써 부부간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9. 지금 맛볼 수 있는 작은 기쁨을 소중히 여기자
인생을 살면서 기쁨과 슬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점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연속되는 기쁨과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즐거운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일들을 통하여 미래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생각으로 과거의 슬픔을 극복하고 밝은 내일을 믿으며, 강인하게 살아가자고 스스로를 타이릅니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올바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도, 왠지 하루하루 불안하고 어두운 마음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불안을 없애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큰 기쁨을 얻고 싶은 생각 때문에 작은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을 없애는 것입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매일 느끼는 작은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므로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이런 사고가 정착되면 불안한 마음은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큰 기쁨은 가끔 찾아옵니다. 동시에 큰 슬픔도 가끔씩만 찾아옵니다. 그러나 작은 기쁨은 마음먹기에 따라 매일 찾아올 수 있습니다. 또 그만큼 작은 슬픔도 종종 찾아옵니다.
작은 기쁨은 소중히 하고 작은 슬픔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눈앞의 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좀 더 장기적인 시점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 라는 말은 이 경우에는 맞지 않습니다. 눈앞이 중요합니다.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기쁨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것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매일 작은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행복이 될 것입니다.
90. 지진, 천둥, 화재, 아버지에게 한 줄기 희망을 허락하자
듣기만 해도 무서운 말들 중에 ‘지진, 천둥, 화재, 아버지’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라는 단어는 지금은 무서운 단어가 아닙니다. 그만큼 아버지의 권위가 약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버지의 권위가 실추된 것일까요? 아버지는 아이들과 마주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그 자리를 채울 수밖에 없게 되어, 아버지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이 아버지의 권위를 없앤 것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처음처럼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을 혼내는 횟수가 줄어든 아버지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닙니다. 그 결과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가끔 무시당하기도 하고, 아버지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집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자리를 찾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므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아버지는 아이들을 칭찬할 때 기쁨의 감정을 꾸밈없이 표현하고, 혼낼 때는 감정을 억누르고 가능한 한 이성적으로 자기의 경험을 말하면서 꾸짖으면 아버지의 존재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다른 부분은, 아버지는 사회를 대변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버지는 자녀를 꾸중할 때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대해야 합니다.
야단치는 것과 칭찬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이므로, 균형을 잡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칭찬 없이 꾸짖기만 하면 좋지 않습니다. 꾸짖은 뒤에는 칭찬하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늘 인간으로서 아이들을 보는 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91. 건강의 비결은 아팠던 경험을 되새기는 것
저는 42살 때 과로로 쓰러졌습니다. 과도한 업무량이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그때 까지는 무척 건강했습니다. 얼굴은 갸름하고 몸은 장신인데다 호리호리하여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미국 인기 배우 안소니 퍼킨스 꼭 닮았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 무렵 사진을 보면, 확실히 지금과는 다르게 스마트했습니다.
과로로 쓰러진 후,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지수가 높아져서 전립선 비대증이 생겼습니다.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아서 거의 나았지만, 지금도 예방약은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제로 60살을 넘기고도 백 퍼센트 건강한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70살이 넘으면 몸의 이곳 저곳이 아파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80살을 지나면 병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것이 생명체의 숙명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병에 대한 생각입니다. “병 따윈 신경 쓰지 마” 라고 말하면 너무하겠지만, 병을 선고 받아도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는 의료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쉽게 죽음에 이르지 않습니다. 암이나 당뇨병과 같이 무서운 병이 있긴 하지만, 이런 병을 극복하고 전보다 건강해진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어떤 병이든 전부 다 고쳐지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고령자가 많아지는 요즘에는 오히려 아팠던 경험이 있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릅니다.
아팠던 경험을 되새길 수 있는 사람은 건강의 고마움을 잘 알고 있으므로,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생활합니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자,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자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명언 중에도 ‘아픈 적이 없는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지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92. 혼자일 때에도 베스트 드레서를 꿈꾼다
나는 ’70세를 넘기면 베스트드레서를 꿈꿉시다’ 라는 원고를 쓴 적이 있습니다.
70을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갖지 않고 집에서만 은둔하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남 앞에 나설 일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남과 만나지 않으면 복장에 신경 쓸 일도 없으니,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수염도 깎지 않아 가족들에게 ‘깔끔하지 못한 모습’ 을 보이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결과 갑자기 늙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단정하지 못한 모습은 남성에게 현저히 나타나고, 여성에게는 비교적 적습니다. 아름다움은 여성에게 있어서 언제까지나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남성분들에게 있습니다. 70세, 은둔생활, 칠칠치 못한 모습, 갑작스런 노화.. 이런 늪에서 빠져 나오는 일이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인생과 크게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늙어 보이는 것을 막는 쉬운 방법은, 바로 멋 내기입니다. 남들 앞에서 멋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히려 남 앞에 나갈 때보다도 혼자서 있을 때 멋 내기의 효과는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70세 무렵, 여름이 되면 화려한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새빨간 하이비스커스(아욱과의 식물, 하와이산이 유명하다 — 옮긴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으면 내가 하와이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또 영국 슈트를 입고 콘서트나 미술관에 가면, 말끔한 분위기가 되어 긴장감도 생기고 기분도 좋습니다. 짧은 순간이라고는 해도 젊음을 되돌린 듯한 기분이 되는 것입니다. 이 습관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오히려 나리를 먹으면 먹을수록 멋 내기의 효과는 크다고 실감하고 있습니다. ‘베스트 드레서를 꿈꾸다’ 라는 말은 이런 뜻입니다.
멋을 낸다는 것은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멋을 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매일이 즐거워집니다. 따라서 혼자 있을수록 멋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멋 내기를 귀찮아 해서는 안 됩니다.
93. 화가 나면 상대의 입장에 서 본다
누구나 화를 냅니다. 화가 나면 초조해지고 울컥 치밀고 결국은 미쳐버릴 것만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화를 없애려고 하지 말고, 어느 정도 선에서 조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화를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심한 폭언과 폭력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렇게 되면 주위 사람들은 당신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입니다 누구나 혼자서는 즐거운 인생을 만들 수 없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로 이제까지 잘 쌓아온 관계를 무너뜨리면 하나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기분이나 놓인 상황에 따라 다른 법입니다. 아무리 온화한 성격인 사람이라도 상대의 언행에 따라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많은 인간관계에서 이치보다는 감정을 소중히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인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뺀 ‘바른 이치’ 는 인간관계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인정하면서 과격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은 인간관계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화가 났을 때의 초조한 마음을 달래려면, 냉정해져야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뭔가 울컥 치밀어 오르면 상대의 입장에 서서 왜 상대가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쪽이 옳은지가 아니라, 화가 난 자신의 울분을 달래는 방법입니다. 문제의 해결은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사소한 일로 화가 났을 때부터, 이 방법을 꼭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94. 큰 역경은 작은 순경으로 극복하자
당신에게 역경의 시기는 언제였습니까? 바로 지금입니까? 혹은 미래에 역경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역경의 반대는 순경(順境, 일이 뜻대로 잘되어 가는 경우. 또는 모든 일이 순조로운 환경- 옮긴이)입니다. 순경은 즐거운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즐거운 시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즐거운 일이 다섯 개 있으면 괴로운 일이 네 개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아주 작은 차이로 행복과 불행을 느낍니다.
또 역경에 처해 괴로워하는 사람에게도 즐거웠던 시기는 있었을 것입니다. 역경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순경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회사의 부도로 인해 직장을 잃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때는 역경입니다. 그러나 그때 아이들이 바라던 학교에 합격하는 것은 순경입니다.
제가 두 가지 인생의 시기를 설명한 것은 인생이란 역경과 순경의 반복, 혹은 이들의 조합이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순경만으로 인생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역경만 찾아오는 인생 또한 없습니다. 괴로운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듯이 즐거운 시기 또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입니다. 다만 받아 들이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역경에 처하게 되면 괴로운 것은 당연합니다. 역경에 서 있는 원인은 사람마다 제각각 입니다. 역경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으므로, 조치가 필요합니다. 각각의 구체적인 처리법은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고, 괴로운 마음을 없애는 ‘마음의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역경은 작은 순경으로 극복합니다. 그리고 역경만이 인생의 기회라고 생각합시다.’
이것이 저의 메시지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다소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행복이라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은 한 순간만으로, 단편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95. 즐거운 인생이란 작은 꿈을 갖는 것이다
‘일확천금의 꿈’ 이나 ‘세계제패의 꿈’ 과 같은 엄청난 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권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권하는 것도 아닙니다. 운동선수들에게 세계 제일을 꿈꾸라는 말에는 저도 찬성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법입니다. 따라서 꿈도 희망도 없는 인생은 곤란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니?’ 라고 물으면 ‘내 꿈은 축구 선수가 되는 거예요’ 라든가 ‘내 꿈은 간호사가 되는 거예요’ 라는 답이 잘 나옵니다.
이런 꿈을 갖는 것은 아이들을 생기 있게 만들고, 또 물어보는 사람의 기분도 좋아집니다. 양쪽 모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죠. 설령 어른이 되어 꿈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도 꿈을 갖는다는 것은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활력소가 됩니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꿈이란 이루지 못할 막연한 꿈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작은 꿈들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막연하게 꾸는 꿈이 아닌 어른의 꿈입니다. 어른의 꿈이기 때문에 몽상이 아니라 현실이어야 합니다.
나는 이런 꿈의 실현을 위해 세 가지 조건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그것은 ‘여유 있는 마음의 조건’ 입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있어야 작은 꿈들이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세 가지 조건을 들어 보겠습니다.
- 회사나 일, 가정의 속박에서 벗어나 비일상적이어야 한다.
- 돈은 물론 온갖 이익과 연관 짓지 말자.
- 할 일을 할 것, 하지만 모든 것을 자유롭게 행해야 한다.
꿈은 크든 작든 간에 모두 생산적이고 긍정적입니다. 큰 꿈은 아이들의 것이고, 작은 꿈은 어른들의 것이므로 죽을 때까지 꿈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96. 문학, 영화, 음악이 살아가는 기쁨을 만든다
‘즐거운 인생’ 을 만드는데 있어 문학이나 예술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여기에서는 문학도 예술도 취미의 하나입니다. 즐거운 경험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제 주변에는 시를 마음의 위안으로 삼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으면, 감동에도 둔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시나 노래를 즐김으로써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정년 후에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량의 문고본을 사 모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가진 취미의 하나로, 절판이 된 명작이나 고전 등을 포함해 그 수가 2천 권이 넘는다고 합니다.
또 이런 분도 계십니다. 젊었을 때부터 텔레비전에서 방영하고 있는 명작 영화들을 열심히 녹화한 것입니다. 젊었을 때 본 외국 명작영화나, 구로자와 아키라, 오즈 야스히로, 미조구치 겐지, 나루세 미키오, 기노시타 게스케 등의 걸작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이 명화들을 홈시어터로 감상하는 것이 낙이라고 합니다.
발매되지 않은 레코드를 사 모으던 지인도 있습니다. CD로 듣는 소리보다 LP 소리가 훨씬 깊은 맛이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최근 클래식 음악 팬들이 많아진 것은, 아마도 고령자 사회와 크게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한가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겠죠. 공연장에 가면, 남자건 여자건 5~60대가 많습니다.
‘감동’은 즐거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 감동을 문학, 영화, 음악, 모든 예술을 통해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중 하나만이라도 괜찮겠지만, 가능하면 여러 가지를 즐기는 편이 더 좋습니다. 이러한 취미를 즐기고 있는 사람은 분명 행복할 것입니다.
이러한 가벼운 취미에 의해 맛보는 감동은, 인간이라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잡다한 일에서 오는 마음고생도 감동 앞에서는 작은 방해꾼에 불과합니다.
97. 과거를 자랑하는 사람에게는 고생스러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통해 즐거운 인생을 살아간 인물들을 예로 들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때건 항상 과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아득한 과거의 일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괴로운 일로 힘든 상태라면, 예전에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떠올림으로써 용기를 얻어 지금의 난관을 극복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따라서 과거를 일절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과거로부터 겪어 온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냈다는 점은 인정할 것입니다.
‘역사란 추억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은 ‘추억은 나라를 만들고 사람을 만든다’ 라고 해석합니다. 과거란 추억이기 때문에 때때로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격려로 삼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종종 과거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가장 빠른 자기 표현법으로 과거의 좋은 경험만 말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듣고 있는 쪽은 견디기 힘든 법입니다.
자기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곧잘 있는 일인데, 이런 사람은 예전의 화려했던 자신을 과시함으로써 현재 자신이 처한 비참한 상황을 숨기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나쁜 버릇이 계속되면 앞으로도 비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좋은 추억은 가슴속에 담아 둘 때는 아름답지만, 남들 앞에서 과시하는 것은 아름답지 못합니다. ‘즐거운 인생’ 으로 향하는 길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98. 자기만의 마법의 말을 만들자
말의 힘은 절대적이라고들 합니다. 저도 이 책에서 말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몇 차례 언급했었는데, 여기에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말이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좋은 말의 대표적인 예가 좌우명, 명언입니다. 동서고금의 위인들의 명언을 수록한 책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또 회사에서는 창업자가 직접 쓴 기업목표를 사장실이나 회의실에 걸어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제안하는 것은 이런 명언들을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적으로 사용할지도 모르는, 우리가 평상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는 평범한 말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몇 사람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과 인간관계로 힘이 들 때, 자기에게 이런 말을 들여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포기할까? 할 일은 했으니까.”
다른 지인이 잠깐 동안 입원한 후 퇴원했을 때 한 말.
“좋은 경험 했네. 이런 경험을 하면 남들보다 오래 살 수 있을 거야.”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예. 지갑이나 돈을 도둑맞았을 때의 말.
“훔치는 것보다는 낫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좋은 말’ 이란 마음이 우울해졌을 때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우울함을 빨리 떨쳐 버리기 위한 주문과 같은 말입니다. 이 한마디만으로도 꽤 기분전환이 됩니다.
기분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란,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안 되는 건 안 돼’ 라고 결론짓고, 빨리 초조함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포기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저의 마법의 말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네요. 힘든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제가 잘 사용하는 말입니다. 동시에 이 책이 의도하는 바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됐지 뭐!’
여기에 실린 글은 copyright가 된 책, 기사를 ‘발췌, 전재’를 한 것입니다. 모두 한 개인이 manual typing을 한 것이고, 의도는 절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fair use의 정신을 100% 살린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시간적인 제한, 독자층의 제한’을 염두에 두었고, 목적은 단 한 가지 입니다. 즉 목적을 가진 소수 group (church study group, bible group, book club) 에게 share가 되었습니다. password protected가 되었는데, 만일 이것이 실패를 하면 가능한 시간 내에 시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