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이야기

 

여러분은 상수리나무를 본 일이 있으세요? 그것도 예쁜 아가 열매가 많이 달린 큰 엄마나무를 말입니다.

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았었기 때문에 놀이터가 언제나 들이나 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산속에 있는 큰 나무 작은 나무 할 것 없이 다 나의 친구였지요.

어느 가을 나는 상수리나무 밑에서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는 열매를 줍다 문득 이상한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 많은 열매들은 다 떨어지면 어디로 갈까?”

그리고 와삭와삭 소리 내며 떨어지는 가랑잎이 엄마나무의 눈물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을 보면 이 때의 생각이 오래오래 남아 있었던 모양이에요.

추운 겨울에 다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하고 엄마나무는 근심에 겨워 울지만 아가 상수리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나무 위에서 키운 큰 꿈이 고생을 이기게 해 주기 때문이지요. 그리하여 바다를 그리워하던 상수리는 마침내 바다를 보게 될 뿐 아니라 바다를 건너 먼 나라에까지 가게 됩니다.

마을 학교를 그리워하던 상수리는 착한 소녀에 의해 운동장 한 구석에 심어집니다. 어떤 상수리는 파란 잔디 언덕에, 또 어떤 열매는 깊고 깊은 산속에… 해마다 해마다 아가상수리들은 이렇게 여행을 계속하겠지요.

나는 이 글을 우리 어린이들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그러니까 아가 상수리들은 즉 여러분이 되는 셈이지요.

여러분은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부디 크고 아름다운 꿈을 품고 씩씩하게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1986년 12월

신 지식

 

<지은이 소개>

1930년 1월 1일 서울에서 태어남

이화 여자 대학교 졸업

이화 여자 고등학교 교사

 

<지은 책>

하얀 길

감이 익을 무렵

바람과 금전화

열두 달 이야기

숲속에서 걸려온 전화

눈보라 속의 수선화

날개치는 작은 새 등 20여 권

 

<받은 상>

제1회 유네스코 문예상

제4회 소천 문학상

제1회 대한민국 아동문학상 대통령상

제4회 이 주홍 아동문학상

 

 

차례

 

엄마나무

가고 싶은 나라

푸른 동산

선물

바다

다들 어디에서

 

 

 

 

엄마나무

바람이 몰려 올 때마다 상수리나무는 온몸을 떨었습니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물을 삼킬 수가 없었고, 그럴 때마다 갈색으로 시든 가랑잎이 우수수 흩날렸습니다.

“인제 고만하지. 해마다 겪는 일인데 그렇게 밤새 울기만 하면 어쩌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에 놀란 상수리나무가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리자, 그 음성의 주인이 바로 맞은편에 서 있는 단풍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상수리나무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으나 늘 다정하게 대해 주던 단풍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자 더욱 설움이 북받쳐 올라왔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제 울음소리에 깨셨나 봐요. 소리를 죽이느라고 애를 썼지만 도무지 참을 수가 있어야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오니까 더 그애들 생각이 나서요. 다들 어디에 가서 고생하고 있는지…”

상수리나무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와삭와삭 갈색 눈물이 또 수북이 떨어졌습니다.

단풍 할아버지는 상수리나무가 가엾어져서 역시 자기도 눈시울을 적시면서 위로해 주었습니다.

“다 제각기 갈 곳에 가서 살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 말아요.”

사실 단풍 할아버지는 상수리나무의 울음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던 것입니다. 일찍 겨울 준비를 끝냈기 때문에 마음을 놓고 길고 고요한 잠의 나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으니까요.

이름 봄부터 바쁘게 움직여 고운 잎을 피게 해야 했고, 또 여름이 지나기가 무섭게 빨강물을 들여 단풍놀이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는 단풍 할아버지는 인제 좀 지쳐 있었습니다.

다른 해보다 가을이 짧은 것 같다는 소문이 바람결에 들려 오기가 무섭게 어느 날 갑자기 이 고요한 나무 마을에도 차디찬 공기가 감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단풍 할아버지는 그 고운 잎을 조금도 아까와함이 없이 떨어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무 아까와요, 할아버지. 좀 천천히 하셔요. 우리들에게도 그 고운 색을 오래오래 볼 수 있게 해 주셔요.”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같이 고운 색깔의 잎이 흩날릴 때마다 온 산의 나무들은 아우성을 치듯 말렸지만, 단풍 할아버지는 태연하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깝긴 … 다 매한가지야. 때가 오면 가야 하는거야. 자고, 깨고, 일하고, 쉬고 … 다 때에 따라서 해야지. 부지런해야 하는거야. 멋지게 가는 것도 나의 일이니까. 자아, 봐라.”

하며 줄기를 흔들자, 마치 고운 색종이가 날듯 잎은 온 산을 덮었습니다.

정말이지 그 광경은 아름다왔습니다. 넋을 잃고 바라보던 다른 나무들도 마치 홀린 것처럼 자기의 몸을 흔들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하여 산속의 가을은 깊어갔고 이제는 늘 푸른 나무인 소나무, 전나무들 외의 다른 나무들은 거의 겨울을 맞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단풍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또 그들처럼 어서어서 사나운 바람이 오기 전에 일을 다 끝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편안히 잠들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더욱 아닙니다. 그렇게 간단히 자기만을 생각할 수 없는 사정이 상수리나무에게는 있었습니다. 상수리나무는 엄마였으니까요.

아가를 가지고 있는 엄마의 마음엔 쉴 사이 없이 염려스러운 일이 생기는 법이라고 합니다. 더울까? 추울까? 혹시 배가 고프지 않을까? 왜 웃지 않을까? 엄마에겐 근심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더운 여름내내 엄마 상수리나무는 귀여운 열매 아가들의 아우성 속에서 힘든 줄 모르고 지냈습니다.

날이 새기가 바쁘게 나날이 통통하게 자라나는 아가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서산으로 해님이 들어가 버리는 그런 나날이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오늘 나한테 뽀뽀도 안 해 주었지!”

“나도야! 내게도 안 왔어, 엄마아!”

이러한 불평과 울음소리가 그칠 사이 없을 정도로 엄마나무는 바빴습니다.

“오냐오냐, 엄마가 너무 바빠서… 아니 해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그렇구나. 내일 아침엔 틀림없이 너에게로 제일 먼저 가마. 그러니 착한 아가야, 오늘 밤은 잘 자거라. 모자는 잘 썼겠지?”

엄마는 겨우 달래어 아가를 재워 주고 이튿날 아침이면 약속대로 그 아가들에게로 뽀뽀를 해 주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엄마나무는 다른 나무들처럼 한가하게 쉰다든가 노닥거릴 사이가 없었습니다.

소풍 나온 손님들이 즐겁게 부르는 노랫소리도 귀담아 들을 수 없었고, 이따금 그림 그리러 오는 화가들의 솜씨 구경은 물로, 귀여운 어린이들의 수건 돌리기 놀이에도 끼여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엄마나무는 행복했습니다. 갸름한 아가들의 얼굴이 둥근 모자 밑에서 터져 나갈듯이 살쪄 가며 그 피부에 나날이 윤기가 흐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다른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으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이 나무 마을의 어느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웠습니다.

햇볕이 점점 엷어짐에 따라 아가 상수리들은 기운차게 영글어 갔고, 얼굴빛도 아주 건강한 갈색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이와 동시에 산들바람의 자취도 어느덧 사라지더니 고리가 긴 바람이 제법 나무들을 흔들며 지나갑니다.

“벌써 바람 주인이 바뀌려나 봐.”

혼잣말 같은 단풍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자, 엄마 나무의 가슴은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사실 엄마나무는 벌써 여러 날 전부터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 상수리나무는 단풍 할아버지만큼 늙지는 않았지만 이미 열 번도 더 이러한 가을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나무에게는 긴 밤이 견딜 수 없었습니다. 좀처럼 잠들 수 없었기 때문이죠. 때론 달님이 위로하듯 다정한 빛을 보내 주었지만 그럴수록 엄마나무의 마음은 슬펐습니다.

그러나 아가들은 이러한 엄마의 슬픔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반들반들한 볼을 서로 맞대고 새근새근 잠들고 있습니다.

‘무슨 꿈들을 꾸고 있을까. 멀지 않아 무서운 겨울이 온다는데, 철없는 것들…’

엄마나무는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새삼스러이 이러한 가슴 아픈 일을 겪어야만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습니다.

‘미류나무 이야기가 맞는지도 몰라. 그땐 심하게 다투었지만…’

엄마나무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조금 떨어진 개울가에 서 있는 미류나무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키다리 미류나무 가지엔 이미 한 장의 잎도 남아 있지 않았고, 물론 정신 없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이 없다더니…’

 

엄마나무는 잎 한 장 없는 껑충한 미류나무의 앙상한 가지가 좀 우습게 생각되어 또 중얼거렸습니다. 싱겁기는 하지만 마음씨가 착한 미류나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을 아세요, 상수리 아주머니?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지난 여름의 어느 날 오후, 미류나무는 긴 하품을 하면서 엄마나무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가지 많기야 저나 당신이나 뭐 다를 바 있어요?”

엄마나무는 큰 입을 벌려 하품을 하며 말하는 미류나무의 태도가 좀 못마땅하였기에 퉁명스레 쏘아 주었습니다.

 

 

더구나 확실히는 몰라도 나이로 보더라도 엄마나무보다 아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말하자면 미류나무는 좀 버릇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미류나무는 온몸을 너훌너훌 흔들면서 한바탕 너털웃음을 짓고 나더니 말하였습니다.

“그게 아니예요. 가지란 자식을 뜻하는 말이지요. 도대체가 자식이란 걱정거리 아닙니까? 좋으면 좋은 대로, 언짢은 일엔 또 언짢은 대로 마음 쓰게 마련이니 오죽하면 무자식 상팔자라고 했겠습니까?”

엄마나무는 미류나무의 그 말이 마음에 짚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열매를 전혀 맺지 못하는 미류나무가 무엇을 알랴 싶었습니다.

 

 

‘귀여운 아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에게 대한 시기심일지도 몰라.’

그래서 엄마나무는 자신있게 그리고 자랑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 저런 일이 있으니까 사는 재미가 있지요. 당신은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시는군요. 자라나는 자식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웬만한 괴로움 같은 것은 얼마든지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아신다면 그런 이야기는 함부로 못 하실거예요. 그것을 사는 보람이라고들 하지요. 그런데 당신에겐 무엇이 보람이지요? 나는 조금도 고생스럽다고 생각해 본 일 없어요.”

엄마나무의 목소리는 점점 더 승리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늘 높이 시원하게 치솟아 오르고 있는 강가의 미류나무는 사실 여름 한철의 여왕 같았습니다.

먼 길을 가는 나그네들도 으례 강바람이 시원한 그 나무 그늘에서 발길을 멈추었고, 짐을 가득 싣고 이 마을 저 마을 두루 돌아다니는 뜨내기 장사꾼들도 잠시 쉬는 곳은 바로 이 미류나무 아래였습니다.

그러기에 미류나무는 온 여름 동안 아무리 해가 길어도 심심한 줄 몰랐고 또 이것이 자랑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실상 그 근처의 어느 나무보다도 아는 것이 많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을은 제일 먼저 강을 타고 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야들야들한 얼굴로 노상 깔깔거리며 웃고 있던 그의 목소리에 적이 외로움 같은 울림이 섞이기 시작했다고 느껴져서 쳐다보면 아니나 다를까, 어느 틈에 노랗게 물든 잎이 할랑할랑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미류나무의 잎은 때로 찬란한 황금빛으로 반사되어 매우 아름다웠지만, 엄마나무는 그렇게 속절없이 져버리고 마는 미류나무가 매우 덧없이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보람이라고요? 보람이라는 게 뭐예요? 그런 게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굳이 보람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요. 잘 생각해 보셔요. 그렇게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아주머니는 그 많은 자식들을 키웠지만 어느 자식 하나 남아서 어머니를 위로해 주었습니까?”

“누가 그걸 바라나요. 키우는 재미지요. 다 제 갈길 가서 잘 살면 되는 거지요. 그것이 보람이지요.”

엄마나무는 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아주머니는 그렇게 해마다 슬퍼하십니까? 아가들을 보내고 나면 으례 며칠 밤을 울면서 새우는 것을 내가 모르고 있는 줄 아셔요?”

엄마나무는 인제 대꾸할 말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러자 미류나무는 자기의 말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되었는지 이번에는 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뭐 내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니 너무 언짢게 생각지 마셔요. 1년 내내 아가들로 해서 애만 쓰시는 아주머니가 딱해서 그러는 것이니까요. 다 매한가지예요. 산다는 것은…”

하지만 엄마나무는 귀여운 아가들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던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달라. 그리고 미류나무는 모를거야. 이 사랑스러움, 이 대견스러움, 이 자랑스러움을 말야.’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때의 미류나무 이야기가 새삼스러이 되새겨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요즈음은 근심없이 잠만 자면 되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하였습니다.

‘나도 다른 나무들처럼 마음 편히 잠들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년 봄까지 깨지 않고 잠을 이룰 수 있다면…’

엄마나무는 뭉게구름처럼 피어 오르는 근심을 누를 길 없어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지금의 이 괴로움을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견디어 낼 수가 없고, 잊을 수 있는 방법이 그 길밖에 없을 듯하였으니까요.

그러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마음이었습니다.

밤이 깊어 감에 따라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나무의 머리는 잠이 오기는커녕 점점 더 맑아지고 숲속의 공기는 차가와져 갑니다.

엄마나무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다정한 달님이라도 나와 주지 않나 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따라 달님은 보이지 않았고 차디찬 하늘엔 별님만이 깜박거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심한 바람이 획 몰려 왔습니다.

“으흐흐흐…”

이와 동시에 엄마나무 입에서는 흐느낌이 새어 나왔습니다. 문득 마지막 바람에 떠나간 아가들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은 빗발까지 섞인 사나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몇 차례에 걸친 바람으로 아가 상수리들은 거의 떨어져 엄마나무는 남아 있는 자식들의 얼굴을 잘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가들은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어서 어서 떠나고 싶어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엄마나무는 그러한 자식들이 조금 섭섭하게도 여겨졌지만 호기심에 가득 찼던 자기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당연한 일이야. 저 애들로서는…”

하고 마음을 달랬던 것입니다.

그러나 엄마나무는 아가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꼭 해 주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길잡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 주려던 것이지요. 그래서 엄마나무는 입을 열었습니다.

“애들아, 내 말 좀 들어 보렴…”

그러나 말입니다. 결국 엄마의 이야기는 여기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세찬 바람이 엄마의 말문을 막아 버렸고 남아 있던 아가들은

“엄마아! 안녕! 엄마아! 안녕!”

하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바람에 실려 날아가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정말 어이없는 순간이었습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엄마나무는 비로소 자기가 혼자 남았음을 알았습니다.

그날 밤, 빗발만 치지 않았더라도 이 근처의 어딘가 조용한 언덕배기에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안심을 엄마나무는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짓궂은 비바람에 시달리다 얼굴이 찢겼거나 아니면 호되게 얻어 맞아 몸이 부서졌을지도 모른다는 좋지 않은 생각이 자꾸만 일어나서 엄마나무를 괴롭혔던 것입니다.

 

 

“조금만 일찍 그 애들에게 타일러 줄걸. 아니 차라리 내 몸을 흔들어서라도 진작 떠나갈 수 있게 내가 도와 줄걸…”

엄마나무의 뉘우침은 끝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단풍 할아버지도 다시 잠이 드신 모양입니다.

엄마나무는 마음 놓고 울 수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또 온 몸을 흔들었습니다.

“와삭 와삭 와삭..”

마지막 가랑잎이 떨어지고 가느다란 가지들이 심하게 흔들립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입니다. 어디에선가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엄마! 엄마!”

엄마나무는 깜짝 놀라 귀를 기울였습니다.

“내 정신이 좀 어떻게 되어 가는 건 아닌가?”

엄마나무는 좀 불안해졌습니다. 일구월심 너무 아가들 생각만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 버렸는지도 모른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한밤중에 떠나 버린 아가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엄마, 엄마, 엄마!”

그러나 바람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틀림없이 엄마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나무는 떨면서 그 목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습니다.

“여기야, 엄마. 여기, 나 여기 있어요.”

조그만 목소리는 바람소리에 들렸다 안 들렸다 합니다.

엄마나무는 일부러 몸을 마구 흔들어 보았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

엄마나무는 너무나 놀라 외마디 소리를 질렀습니다.

굵은 가지와 가지가 갈라진 사이에 뜻밖에도 아주 작은 열매가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털 모자를 깊숙이 쓴 채 아니, 섰다기보다 덮였다고 하는 말이 옳겠지요. 얼굴이 반 이상이나 가리워져 있었으니까요. 그 아가가 가지에 꽉 붙어 엄마를 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네가! 아직도 거기 남아 있었구나…”

엄마나무는 목이 메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한편 애처롭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한 바람에 어떻게 지금까지 붙어 있었니…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붙어 있었던 것이 아니야, 엄마. 떨어지고 싶어도 난 다른 형이나 누나들처럼 떨어질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해 보려고 해도 안 되는걸 뭐…”

꼬마 상수리는 털모자 속에서 겨우 얼굴을 내밀고 콧소리로 말했습니다.

그제야 엄마나무는 이 꼬마가 다른 아가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말하자면 다른 열매들보다 몸이 매주 작았는데, 그 원인은 태어날 때부터 모자가 잘못 씌워져 얼굴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아무리 심한 바람일지라도 이 깊숙이 덮인 모자를 벗길 수가 없었던 모양이지요.

“그런 줄도 모르고 가엾은 내 자식아…”

이렇게 말하며 엄마나무는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번엔 이 외토리 병신 아가가 불쌍하여 울었던 것입니다.

꼬마 상수리는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엄마는 자꾸 울기만 해요?”

“네가 가엾어 그런다, 아가야. 얼마나 춥겠니..”

엄마의 목소리엔 또 눈물이 섞입니다.”

“하지만 엄마, 엄마는 내가 남아 있는 줄 안 것은 지금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엄마는 아까부터 울었어요. 그땐 왜 울었어요, 엄마?”

꼬마 상수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또 물었습니다.

 

 

 

 

 

가고 싶은 나라

 

 

엄마나무는 꼬마 상수리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이 추운 밤에 다들 어디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구나.”

“다들이라니… 형님, 누나들 말이예요, 엄마?”

“그렇단다, 아가야. 엄마의 마음은 늘 이렇게 걱정스럽기만 하구나.”

“그런데 엄마, 고생이 뭐야? 그리고, 왜 형님이랑, 누나들이 그 고생이라는 것을 하지?”

꼬마 상수리는 엄마의 이야기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꼬마 상수리들의 세계는 엄마하고는 아주 달랐으니까요.

엄마나무는 말문이 막혀 버렸습니다.

철없는 아가에게 ‘고생’의 뜻을 무엇이라고 설명해 주어야 하겠습니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굳이 가르쳐 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이담에 너도 알 날이 올거다. 엄마의 이 마음을 말이야…”

그러나 똑똑한 꼬마 상수리는 엄마의 말투로 미루어 보아 그 ‘고생’이라는 말의 뜻이 두렵고 좋지 않은 것인 모양이라고 어슴푸레하게나마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엄마가 저토록 몹시 슬퍼하고 계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꼬마 상수리는 뭔가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이곳을 떠난 형님, 누나들을 생각하며 울고 있지만 적어도 꼬마 상수리가 알고 있는 형님, 누나들의 이야기는 즐겁고 재미있기만 하였습니다.

그것은 추석이 지난 지 얼마 안 되는 환한 달밤에 엄마한테서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였습니다. 얼마나 얼마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들은 이곳을 떠나는 날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때 엄마는 지금하고는 아주 다른 조금도 슬프지 않은 목소리로 멀지 않아 다들 집을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뜻밖의 소식이었기에 잠시 기분이 이상해지기는 했었지만, 곧 그들의 마음은 새로운 고장에 대한 호기심으로 채워져 금세 설레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그들은 매일매일 보는 똑같은 경치에 조금씩 싫증이 나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말씀하신 ‘그날’이 어서 왔으면 하고 기다려졌습니다.

기다림도 역시 나날이 커져 갔습니다. 어느덧 상수리 형제들은 눈을 뜨기만 하면 ‘그날’에 대한 이야기에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얘들아, 우리 빨리 떠났으면 좋겠지? 하루가 이렇게 긴 줄 난 정말 몰랐어. 안 그래?” 하고 누군가가 시작했습니다.

“그날이 와야 한다는데… 빨리 왔으면. 정말 나는 지루해 죽겠어.”

“몇 밤 자면 그날이 올까?”

“엄마 이야기로는 멀지 않아.. 라고 했으니까 곧 올거야.”

“어른들의 시간은 우리하고 좀 다른가 봐. 그러니까 멀지 않았다는 말도 믿어지지 않거든.”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상수리도 있었습니다.

목소리조차 나직하게 말입니다.

“그렇지만 난 좀 마음이 이상하다. 막상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뭐가 이상하니? 그럼 넌 어기서 그냥 살렴! 난 발전해야 해! 똑같은 되풀인 싫어.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어.”

마치 고무풍선이 튕기듯이, 이렇게 말하는 상수리의 머리 속에는 언젠가 본, 먼 건너편의 노란 꽃동산이 환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모양의 꽃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결에 풍겨 오던 은은한 향기를, 이 열매는 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도 그렇기 해. 그냥 까닭없이 불안하다는 것 뿐이지.. 사실은 나에게도 가 보고 싶은 곳이 이미 정해져 있어.”

“어디야? 그곳이 어디야?”

그러자 다른 열매들은 마치 노래라도 하듯이 입을 모아 물었습니다.

“저기 저어기, 단풍 할아버지가 계신 동네.”

“기껏 거기야!”

다들 째째하다는 듯이 말합니다.

 

 

그러니 이 열매는,

“나는 그 새빨간 단풍잎이 좋아. 얼마나 곱니? 나도 그렇게 고운 옷을 입어 봤으면… 우리 옷은 너무 칙칙해.” 하고 꿈꾸듯이 말합니다.

“얘들아, 그러지 말고 우리 인제부터 자기가 가고 싶은 나라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하자, 어때?”

“그래그래, 좋아. 그거 재미있겠는데. 너부터 시작해, 어서…”

이리하여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판이 벌어졌습니다.

“나는 넓고 넓은 잔디밭! 하루종일 햇볕이 쬐는 잔디 동산에서 마음껏 데굴데굴 굴면서 놀고 싶어. 무거운 모자를 벗고 홀가분한 몸으로 살고 싶어.”

“난 저기 저 산 너머로 가고 싶어!”

“거기 뭐가 있는데?”

“그럴 안다면 이렇게까지 내 마음을 끌지 않겠지. 그렇지만 말이야, 분명히 저 산 너머엔 무엇인가 신기한 것이 있음에 틀림없어.”

“…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바로 그거야?”

“하하하…”

상수리들은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러나 산 너머로 가고 싶다고 말한 상수리만은 심각한 얼굴입니다.

“그 할아버지 말이야, 난 그 할아버지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꼭 따라 가 보고 싶어. 망태를 멘 할아버지 말이야. 너희들도 봤지?”

“수염이 길게 난 할아버지 말이지…”

“나도 봤어, 봤어! 신선인가 봐?”

그러자 모두 한바탕 까르르 웃고 나더니 한 열매가 비웃듯이 말합니다.

“산삼 캐는 할아버지야. 신선이긴… 지금 세상에 신선이 어디 있니?”

“그렇지만 옛날에도 그런 사람 보고 신선이라고 했는지 모르잖아? 세상 사람들과 떨어져서 산삼이나 나무 뿌리를 캐어 먹으면서 사는 그런 사람…”

“그래 그래, 그런지도 몰라…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수염도 길어지고 얼굴도 눈도 맑아지고 생각하는 것도 산처럼 높고 깊어지고…”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산삼 캐는 할아버지에 대한 것으로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야, 그만들 두어라. 지금 우리에게 산삼 캐는 할아버지가 문제니? 그리고 너두 생각을 고치는 것이 좋을거다. 산삼이 있다는 곳은 얼마나  험한 골짜기인 줄 아니? 종일 해님도 와 주지 않는다는 으슥하고 위험한 곳이라는데!”

했볕에 대한 그리움이 유난히 많은 열매가 말하자 꼬리를 이어 다들,

“그래 그래, 하필이면 그런 데를 찾아갈 게 뭐야. 앗아라, 앗아!” 하고 말립니다.

“그래도 난 가보고 싶어. 탐험하고 싶어. 그런 험한 곳이라니까. 그래서 다들 가보기를 꺼려하는 곳이니까 더 가보고 싶단 말이야.”

“난, 난 저 강 건너 마을에 있는 학교 운동장으로 갈테다.”

“개구장이 애들한테 시달린다, 너!”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종일 심심하지 않아서 좋지 뭐. 선생님의 옛날 이야기도 실컷 들을 수 있구. 또 아아, 상상만 해도 즐겁다…”

“또 뭐야?”

열매들은 재촉합니다.

“노랫소리! 풍금에 맞추어 부르는 고운 노랫소리!”

상수리 열매들은 제각기 자기의 소망을 먼저 발표 하느라고 다투다시피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고 싶은 나라는 그 많은 열매만큼 가지가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까부터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열매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형제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얘, 얘, 넌 왜 말 안 하니?”

어떤 열매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나무라자

“말해라, 말해. 네 차례야! 남의 말만 듣기 없어!” 하고 다들 소리 지릅니다.

높은 가지에 열려 있던 그 상수리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사실 그는 지금까지 혼자 생각 속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 속에 끼여 들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물론 다른 형제들의 소망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 만큼 이 열매의 머리 속에선 자신의 소망이 크게, 아주 크게 퍼져 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다른 이야기가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을 만큼.

 

그것은 ‘바다’, 바로 ‘바다’ 애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이지만 ‘바다’는 그의 머리에서부터 인제는 가슴에까지 내려와 푸른 물결을 출렁이면서 이 작은 상수리를 온통 삼켜 버렸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상수리는 가고 싶은 ‘바다’를 줄곧 생각하면서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높은 가지에 달려 있던 까닭으로 이 상수리는 오고가는 바람의 속삭임이나 예쁜 새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리가 빨간 예쁜 새가 한 마리 날아 왔습니다.

처음 보는 새입니다. 열매는 자꾸 이야기를 걸었습니다.

예쁜 새는 신이 나는지 해거름 때까지 가지에 앉은 채 귀여운 목소리로 자기가 보고 온 ‘바다’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바다는 끝이 없어 보이며 하늘 색깔보다도 훨씬 더 푸르고 멀리 하늘과 맞닿아 있는데 그것을 ‘수평선’이라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다는 날씨가 좋은 날은 파도가 잔잔하여 마치 유리판처럼 반작거리지만 한번 성이 나면 산더미 같은 파도로 변하여 시커먼 바위들을 마구 때려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다는 아침 해가 떠올라 올 때와 해가 막 지려고 할 무렵이야.”

예쁜 새는 그 아름다운 경치가 지금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지 까만 눈을 깜박빰박 몇 번 떴다 감았다 하고 나더니 이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산에서 살 때, 나는 해 님은 동쪽 산 깊은 숲 속에서 나오는 줄 알았었지. 그런데 말이야, 바다에 가 보니까 그게 아니라 방향은 같은 동쪽이기는 하지만 바닷물 속에서 솟아 오르고 있었어. 그 해님이 물속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온 바다가 붉은 비늘처럼 반짝반짝거리는데 정말 눈이 부셔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단다. 그리고 저녁 바단 또 어떻구… 한낮이 지나서 땅 위에 그늘이 지기 시작하지 않니? 그러면 해님은 다시 바다 속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서쪽 바다가 굉장하지… 온 세상이 고운 놀 속에 잠기어 무섭도록 붉어지는데 말이야. 아침녘 하고는 아주 기분이 다르거든… 어떻다고 하면 좋을지. 아뭏든 다들 그 놀이 남아 있는 동안에 집에 돌아가려고 뱃사공들의 노랫소리도 빨라지는가 하면 하얀 모래밭에서 놀던 아이들도 어느 틈에 사라져 보이지 않아. 나도 제일 집 생각이 나는 건 이때야. 엄마랑, 함께 놀던 친구들 생각이…”

빨강 부리 새의 목소리는 조금 울먹이는 듯했습니다.

바다에 가 보지 않았지만 놀이 질 무렵의 쓸쓸함을 상수리는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돌아왔니? 엄마가 그리워서.”

“그렇기도 하지만 바닷가는 인제 추워서 뭐…”

“춥다니, 벌써? 아직 이곳은 단풍도 제대로 들지 않았는데 추워?”

“바다엔 일찍 가을이 온단다. 그리고 물 위로 지나오는 바람은 여기보다 차. 뿐만 아니라 쓸쓸해서 견딜 수 없어. 하지만 말이야, 바다를 난 잊을 수가 없다. 달밤은 어떻구… 연이어 밀려 와서 위로 치솟아 오르는 파도가 말이지, 이번엔 곡 은빛 물고기의 등 같단다. 파리한 달빛 아래의 바다는 정말이지 이 세상 같지 않아. 꼭 언젠가 본 꿈나라의 색깔이라고 할까? 이따금 말이야, 멀리 지나가는 배의 불빛이 마치 흐르는 별처럼 떠가기도 하고… 정말이지 말이 모자라서 다 이야기할 수가 없어. 내 말보다 몇 배나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어.”

빨강 부리의 새는 여기에서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말문을 닫았습니다.

상수리 열매는 예쁜 새의 바다 이야기에 완전히 정신을 빼앗겨,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들뜬 목소리로 연거푸 물었습니다.

“바닷가엔 나무가 없니? 너 같은 새도 있니? 하얀 모래밭엔 아무도 살지 않니? 또 뭐가 있니? 얘기해 줘! 더 얘기해 줘!”

“솔밭이 있어. 오래 도니 솔밭이지. 물론 새도 있어.

 

 

물에서 살기 때문에 물새라고 하는데 그 새들은 찌, 찌, 찌, 찌… 하고 울면서 하얀 모래밭에 발자국을 내면서 걸어다니지. 그래서 아이들이 ‘물새 발자국’ 이라는 노래를 잘 부른단다. 그리고 갈매기라는 새도 있는데 바다 위오만 너훌너훌 날아다니고 있더라. 난 그 새들하고 좀 친하고 싶었는데 내가 어쩌다 가까이 가면 날아가 버리는거야. 아마 우릴 싫어하나 봐…  아니면 낯가림이 심하든가. 아아! 인제 난 가봐야겠어. 너무 오래 지껄였나 봐. 어두워지기 전에 저 산 너머까지 가야 할텐데…. 안녕!”

빨강 부리 새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후다닥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이 상수리 열매의 가슴속은 ‘바다’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물이 그렇게 늘 넘치고 있다는데… 그리고 그 물과 하늘이 붙어 있다고 했지. 그렇담 이 세상 끝은 바다라는 말인가? 아니야, 이따금 배가 별빛처럼 지나간다고 했어. 그러니까 바다 너머에도 또 어떤 세계가 있음에 틀림없어…’

상수리 열매의 바다에 대한 의문은 나날이 부풀어 오르고 상상은 날개를 달고 날아 올랐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생각은 벽에 부딪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상수리는 행여나 그 빨강 부리의 새가 다시 찾아와 주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습니다만, 그 새는 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빨리 말해 봐라!”

“너는 어떤 곳으로 가고 싶어?”

형제 상수리들이 또 재촉을 합니다.

“먼 곳?”

형제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모두 그를 쳐다봅니다.

“‘바다’라는 곳.”

“그곳이 어딘데?”

“어딘지는 나도 몰라. 아주 먼 곳이라는 것만 분명해.”

생전 처음 듣는 말에 열매들은 왁자지껄하며 묻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상수리는 빨강 부리 새한테서 들은 바다 이야기를 요점만 따서 간단하게 전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먼 데를 어떻게 갈 수 있겠니?”

“새들은 날개가 있으니까 날아갈 수 있었겠지만 넌 무슨 재주로 가겠다는거야?”

또 이렇게 말하는 상수리도 있었습니다.

“앗아라, 앗아! 그런 뜨내기 철새의 이야기에 혹 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네가 딱하다. 어떻게 믿을 수 있니? 그러니까 아예 그런 이룰 수 없는 꿈일랑 집어치우고 네게 적당한 다른 곳으로 갈 궁리나 해라!”

그러나 높은 가지의 상수리는 확고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난 꼭 바닷가에 가보고 싶어. 그 새의 이야기가 정말인지 아닌지를 내 눈으로 봐야 되겠어. 사실은 난 벌써부터 궁리하고 있는걸. 어떻게 하면 그 바다라는 곳으로 갈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을 말이야.”

“그래, 방법을 알았니?”

“응!”

“어떻게, 어떻게 가는거야?”

상수리들은 또 성화같이 물어댑니다.

“어느 날 말이지. 나는 낯선 나뭇잎을 봤어. 우리 동네에는 그런 나무가 없거든. 그래서 내가 물었지. 어디서 왔느냐구 말이야.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저 산 너머 깊은 골짜기 마을에서 왔다는거야. 바람에 여러 번 날려서 말이지. 물론 그 잎은 다음 바람에 실려서 곧 가버렸는데 나는 바로 이거다 싶었어. 나도 그 방법을 쓰면 되겠다구 말이야. 그때부터 나는 바람을 유심히 관찰하구 나뭇잎이 날리는걸 자세히 보아 두었지. 어떻게 몸을 가누면 되는가. 되도록 멀리까지 가도록 노력하고 또 너무 움푹 파인 곳에는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거야.”

“하하하… 쟤가 좀 돈 것이 아니야?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니!”

“넌 우리가 가벼운 나뭇잎인 줄 아는 모양인데 그건 큰 착각이다. 우린 데굴데굴 굴러갈 수는 있지만 날 수는 없는 무게 있는 상수리란 말이야, 이 바보야!”

“다음 바람이 오시기 전에 다람쥐님 진지가 되어 버릴걸!”

“하하하…”

형제 상수리들은 일제히 소리를 내어 비웃으면서 놀려댔습니다.

그러나 이 높은 가지에 달려 있는 상수리는 바다로 향한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몇 번씩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두고 봐. 난 꼭 갈테야. 가고 말테니까…’

 

울음에 지쳤는지 엄마나무도 잠잠합니다.

굵은 가지 사이에 끼여 잘 자라지 못한 상수리는 새삼스러이 처량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엄마는 멀리 간 형제들을 염려하고 있지만 고마 상수리는 오히려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가고 싶은 나라는 이 꼬마 상수리 나무에게도 있었고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하던 형님처럼 그 나라로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다 할지라도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는 가고 싶은 나라는커녕 앙상해진 엄마나무의 등에서 꼼짝도 못하는 신세인 것입니다.

구름에 가렸던 달님이 얼굴을 내밀자 캄캄하던 숲 속은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바로 그 순간입니다. 꼬마 상수리의 머리에서도 번쩍 빛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푸른 동산

 

조금 남았던 가을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숲 속 나라에도 첫눈이 내렸습니다.

온 천지는 아주 고요해졌습니다. 땅 위에 하얀 눈이 덮여 바람이 불어도 이제는 나뭇잎들조차 구를 수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요.

이따금 고리가 고운 꿩이 내려와 먹이를 찾아 헤매거나 멀리 마음 가까운 강가에 서 있는 앙상한 미류나무 가지 사이에서 까막가치들이 우짖을 뿐, 숲 속의 겨울은 괴괴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쓸쓸한 세계에서 오로지 꼬마 상수리만 깨어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엄마나무에 그대로 매어 달려 있는 채 말입니다.

얼마나 외로울까… 하지만 그날 밤부터 꼬마 상수리에게는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소원이 움텄기 때문입니다. “꼬마야, 너는 간절한 소원을 가져 본 일이 있니?”

달님은 슬퍼하고 있는 꼬마 상수리에게 이렇게 일깨워 주었던 것입니다.

꼬마 상수리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자기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을까?

형님, 누나들이 재미있게 제각기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귀를 기울여 들으며 부러워하기는 하였으나, 한번이라도 그 자리에 끼여 본 일이 있었을까? 아니, 기여 보기는커녕 가고 싶은 나라 즉 소원을 품어 보기나 했을까?

꼬마 상수리는 자기가 다른 형제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는 항상 형님, 누나들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꼬마였기에 소원 같은 것을 생각해 볼 나위가 없었던 것입니다.

꼬마 상수리에게는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인제는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캄캄한 밤이 와도 두렵거나 슬프지 않았습니다.

소원이 생겼기 때문이죠. 가슴은 빈틈없이 꽉 차 있었고, 머리 속에서는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한 그리움의 나무가 낮이나 밤이나 자라고 있었으니까요.

여러분은 꼬마 상수리의 소원이 궁금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뒤로 미룹시다.

꼬마 상수리는 인제 혼자 있어도 문제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소원이 지금 한창 자라나고 있을 테니까, 그것이 아주 다 자란 후에 알아 보기로 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인제 겨울 숲속의 이야기는 잠시 중단해야겠습니다. 숲속은 완전히 잠의 나라로 들어가 버려 이야깃거리가 없어져 버렸어요.

잠든다는 것은 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봄이 오면 다시 깨어나 활발하게 일을 시작해야 하는 숲속의 모든 나무, 풀, 꽃들이 추운 겨울 동안 푹 쉬어야 한다는 것은 퍽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인제 그들에게 이야기를 시키지 말고 조용히 쉴 수 있게 두어야 할 것 같아요. 더구나 말이죠, 마음도 몸도 피로에 지친 엄마나무도 겨우 잠든 듯 하니까 쉬… 조용히… 우리들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 보기로 합시다.

“다들 어디에서…”

엄마나무는 이렇게 울면서 겨우 잠이 들었지만 사실 우리들에게도 그들의 행방이 궁금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들도 그들을 따라가 보기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야! 바람이 온다! 저기, 저쪽을 봐. 큰 바람이야!”

“정말 굉장한데. 큰 나무들이 마구 이리저리 절을 하고 있어!”

“단풍 할아버지가 발가숭이 되었네!”

“내가 먼저 가야지!”

“아니야, 두고 봐. 내가 먼저 떨어질걸.”

상수리들은 제각기 이번 바람을 타고 먼저 가고 싶어 다투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휙! 닥쳐 온 모진 바람에 엄마나무는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누가 먼저라고 가릴 사이 없이 상수리들은 연달아 툭툭, 마치 굵은 빗방울처럼 멀리 가까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사나운 밤이 지나 아침이 오자 어제 저녁 일은 꿈같이 여겨지는 곱게 개인 늦가을 하늘이 보였습니다.

싸늘하기는 하지만 숲속의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신선합니다.

“아이, 머리 아파! 엄마.”

어떤 바위 틈에 떨어진 상수리가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낯선 곳에 누워 있으니 말입니다.

상수리는 잠시 정신을 가다듬어 보았습니다.

“아, 아, 지금 생각난다. 어젯밤에…”

상수리는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고, 이렇게 머리가 아픈 것은 떨어질 때 바위에 부딪쳐 기절을 했던 까닭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 추워!”

이마가 싸늘합니다. 지금까지 푹 쓰고 있던 털모자를 나무에 두고 왔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머리가 아픈 것 같아 상수리는 누운 채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파란 하늘엔 흰 구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늘이 저렇게 파랗고 깊어 보인다는 것을 느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 수밖에요. 그들은 늘 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아래만 내려다 보면서 살아 왔으니까요.

그러나 더 신기한 것은 하얀 구름이었습니다. 솜털 뭉치 같은 가벼운 구름이 둥실둥실 떠가는가 하면 어느덧 그 모양이 바뀌어 조각조각 은백나무 잎처럼 반짝입니다.

실처럼 길게 늘어지는가 하면 온데 간데 없이 푸른 하늘만이 계속되기도 하고 상수리는 심심할 사이 없이 하늘 나라의 변화에 넋을 잃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등이 점점 따뜻해집니다.

인제는 하늘의 변화도 싫증이 났습니다. 상수리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누워 있는 자리는 자그마한 바위에 둘러싸여 아늑하였습니다.

해님이 점점 한가운데로 오자 그곳도 차츰 더 따뜻해져 옵니다.

상수리는 갑자기 마음이 쓸쓸해졌습니다. 어제 낮 까지도 많은 형제들과 땅 위로 떨어지는 날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벌써 이상하게도 그 때가 그리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상수리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혹시 엄마나무가 보이지 않나 해서입니다.

그러나 병풍같이 둘러 있는 큰 돌에 가리어 밖을 볼 수가 없었고 여전히 높은 하늘만 가득할 뿐입니다.

“난 푹신한 잔디밭으로 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딱딱한 돌멩이 사이에 갇혀 버렸으니 어떻게 하나…”

상수리는 몸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빠져 나갈 틈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 찾아 보아도 자기의 몸이 빠져 나갈 만한 구멍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상수리는 기운이 빠졌습니다. 기운 뿐 아니라 까칠까칠한 모래에 몸을 이리저리 굴렸기 때문에 연한 피부가 여기저기 긁히어 따끔거리다 못해 아파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아직 엄마나무에 달려 있을 때부터 햇볕에 그을려 고운 갈색으로 물들어 가는 살결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겼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서로 누구보다 더 진한 갈색으로 태우려고 다투다시피 고개를 쑥 내밀면서 가려 있는 잎들을 귀찮아 하여 온 그들입니다.

그리하여 인제는 어떠한 곳에 가도 끄떡없이 대항 할 수 있는 단단한 피부로 단련되었다고 자신만만하였던 상수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상수리는 자기들의 생각이 얼마나 사실과는 달랐던가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땅 위는 생각처럼 그렇게 푹신하거나 아름답지 않았고 메마르기만 하였습니다.

상수리는 이제 꼼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몸을 뒤칠 때마다 따가움이 심하였고 피부에 햇볕이 심하게 내려 쬐자 눈물이 쑥쑥 나올 지경으로 아팠기 때문입니다.

“스르르…”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상수리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상수리는 눈을 뜰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운도 없었거니와 바람에 나뭇잎 구르는 소리려니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람소리가 아니라 먹이를 찾으러 기어 나온 다람쥐 두 마리였습니다.

“엄마! 저기 봐. 도토리가 떨어져 있어!”

“어디? 아, 정말. 하지만 저건 도토리가 아니라 상수리다.”

 

 

“그런데 도토리하고 똑같은데.”

“상수리는 도토리하고 일가친척이니까. 그러니까 아가야, 저건 어제 바람에 떨어진 모양이로구나. 이마가 아직 하얀걸 보니까!”

“엄마, 어서 가져가자…”

아기 다람쥐가 조릅니다. 상수리는 가슴이 섬뜩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다람쥐라는 놈이 바로 눈앞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적이라는 다람쥐입니다.

‘인젠 죽었구나.’

상수리는 눈을 꽉 감은 채 꼼짝하지 않고 죽은 듯 누워 있었습니다.

“응, 엄마, 빨리 내려가서 가져가자.”

아기 다람쥐가 또 엄마를 재촉합니다.

바위 사이의 상수리는 아찔하여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 다람쥐는 바위 꼭대기에서 깡충 뛰어 내려오더니 상수리를 발로 이리저리 마구 굴려 봅니다.

그러자 아기 다람쥐도 엄마 흉내를 냅니다.

“아잇, 따가워… 아, 앗…”

상수리는 아픔에 못 이겨 소리를 질렀지만 그들에겐 들리지 않는지 인정 사정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상수리의 귀에는 이러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아가야, 이 열매는 아직 덜 여물었구나. 물기가 많으면 썩기 쉽고 오래 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맛도 없단다. 그러니 2, 3일 햇볕에 바싹 말린 다음에 가져가기로 하자꾸나. 다행히 이곳은 오목하니까 바람에 굴러갈 염려도 없고 다른 다람쥐들 눈에 띄지도 않을테니까…”

상수리는 그들의 발소리가 멀리 사라져 가자 긴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심은 잠시 뿐, 금세 불안과 외로움이 몰려 왔습니다.

“엄마아!”

상수리는 그리운 엄마를 부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하늘로 조금 올라가는 듯하더니 다시 돌아올 뿐입니다.

가끔 바람이 지나가고 하얀 뭉게구름이 가지가지 재미있는 재주를 부리며 떠갑니다.

하지만 상수리는 그 신기한 구름에 대한 흥미조차 잃고 말았습니다. 그럴 기운이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해가 기울었는지 상수리가 누워 있는 곳에 그늘이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상수리는 조금 기운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서늘한 저녁 공기로 상처의 따끔거림이 덜해졌기 때문입니다.

“아, 인제 살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혼잣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또 더 큰 근심이 덮쳐 왔습니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오늘과 같은 무서운 아픔이 되풀이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그 다람쥐들은 분명히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다람쥐 밥’. 아직 엄마나무에 달려 있을 때부터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말입니다. 다람쥐 밥이 되어 버리면 모든 것은 끝장이니까요.

그러니 어서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하나…”

상수리는 몸을 떨며 중얼거렸습니다.

대낮의 뜨거움과는 정반대의 차가운 저녁 바람이 이번에는 상수리를 떨게 하였던 것입니다.

상수리는 용기를 내어 몸을 일으켰습니다. 온갖 힘을 다 모아 빠져 나갈 구멍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빡빡한 돌멩이 사이사이에는 모래가 곽 차 있어 바늘구멍만한 틈도 없었습니다.

산속의 밤은 빨리 오는 법입니다. 어둠이 내리자 캄캄하여 지척을 분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잘 도리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엾은 상수리에게 잠이 올 리가 없지요.

아픔보다도 외로움이 더 힘들다는 것을 상수리는 처음 알았습니다.

누구든 좋으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곁에 있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밤낮 싸우고 다투고 하며 서로 자기가 제일이라고 으스대던 형제들 중의 단 하나라도 지금 같이 있어 준다면 이대로 다람쥐 밥이 되어 버려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난, 난 파란 잔디밭으로 가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상수리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리움과 외로움에 겨워 울었습니다. 그러나 상수리는 워낙 지쳐 있었기 때문에 어느덧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한밤중부터 산속의 기온은 갑자기 내려가 모진 바람에 날려 상수리는 이러저리 굴렀습니다. 그래도 상수리는 깨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잠이 깊이 들었기 때문일까요?

아니예요. 상수리는 꿈나라에 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주 아름다운 동산, 상수리가 나무 위에서 늘 건너다보던 그 그리운 잔디 동산에 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막 자라난 잔디밭 언저리에는 물씬한 풀내로 가득 차 있습니다.노랑나비 한 쌍이 하늘하늘 춤추며 마치 자기 세상인 듯 누비며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노랑나비는 잔디 위에도 여기저기 날개를 접고 곱게 앉아 있습니다. 노랑나비뿐 아니라 보라색 나비도 있는 모양입니다. 마침 나비 나라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상수리는 너무 황홀하여 마구 달려 올라갔습니다. 그 예쁜 나비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땅 위에 앉아 있는 것은 노랑나비가 아니라 민들레꽃들이었습니다.

“넌 나비가 아니었구나…”

“왜 실망했니?”

민들레꽃은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 나비인 줄 알았어…”

상수리는 이번에는 보라색 나비 있는 데로 갔습니다.

“넌 내가 보라색 나비인 줄 알았니?”

가냘픈 목소리의 오랑캐꽃이 방긋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넌, 어떻게 내 맘을 알았니?”

상수리는 놀라서 물었습니다.

“왜 몰라. 우린 다 알아, 다 알아. 그것도 모르면 우린 친구가 아니게…”

 

 

우리라는 말에 상수리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넌 지금 우리라고 했지? 언제 나를 보았기에 우리라고…”

“라, 라, 라…”

상수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오랑캐꽃은 목소리를 높여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노랫소리가 온 하늘에 퍼져 가는 것입니다.

“라, 라, 라…”

“라, 라, 라…”

민들레꽃도 노랑나비도 털만 남은 할미꽃도 쪼그만 물망초도 가느다란 미나리아재비도 부드러운 봄 바람에 맞추어 즐겁게 노래해고 있는 것입니다.

상수리는 어리둥절하여 멍하니 서 있을 뿐입니다.

“얘, 너 왜 그러고 있어?”

“아, 아니야…”

상수리는 얼떨떨하여 말을 잘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 알았지? 지금 우리들의 노랫소리 들었지? 너를 환영하는 노랫소리 말이야…”

“나를 환영한다구? 내가 오고 싶었던 나라가 여기라는걸 어떻게 넌 알지?”

“참 답답하다… 아까 다 안다고 했는데, 우린 친구니까…”

상수리는 너무나 기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금세 얼굴이 흐려졌습니다. 자기의 몸이 바위 사이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데 또 오랑캐꽃은 고운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얘, 저기를 봐, 저 높은 곳 말이야…”

그곳은 언덕의 맨 꼭대기였고 그 등성이의 선은 느릿느릿하게 구부러져 푸른 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 한가운데 우뚝 솟은 나무가 한 그루 서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 엄마!”

상수리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 질렀습니다. 그 모습은 꼭 그리운 엄마나무였기 때문입니다. 그 엄마 나무 아래에서는 귀여운 아이들이 수건돌리기를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아마 어느 유치원에서 소풍을 나온 모양입니다.

까르르 웃음소리와 노랫소리, 팔랑거리는 치맛자락, 나무 위에서는 산새들이 장단을 맞추듯 지저귀고… 상수리는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데 도대체 어떻게 하여 엄마나무가 여기까지 왔을까… 다시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하자 오랑캐꽃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저건 너의 엄마나무가 아니야, 이 바보야!”

“아니야, 넌 몰라. 넌 우리 엄마를 몰라서 그래!”

“잘 봐, 자세히 보란 말이야… 저건 엄마를 닮은 너란 말이야…”

“뭐, 뭐라구!”

상수리는 놀라서 소리 질렀습니다.

“얘, 다시 다시 설명해 줘. 난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부탁이야!”

“라, 라, 라…”

그러나 오랑캐꽃은 그 이상 대답을 않고 아까의 그 명랑한 노랫소리를 다시 한바탕 하늘로 퍼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라, 라, 라, 라…”

바고 그 순간입니다. 상수리는 자기의 몸이 하늘로 가볍게 치솟아 올라간다고 느끼며 눈을 번쩍 떴습니다.

아,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자기의 몸이 바위 틈 사이에서 빠져 나와 밖에 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숨쉴 사이도 없이 사나운 회오리바람이 다시 휙 몰려 왔습니다. 상수리는 그 소용돌이에 말려 멀리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선물

 

순이는 대나무로 만든 아버지의 긴 갈퀴를 들고 살짝 싸리문을 빠져 나왔습니다.

갈퀴자루는 너무나 길어, 나이에 비해 작은 순이의 키를 훨씬 넘었기 때문에 질질 끌어야 했습니다.

가난한 순이네 집이지만 땔나무는 으례 아버지가 해 오시기 때문에 어린 순이가 나무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구나 나뭇광 속에는 아직 닷새는 족히 땔 만한 나무가 쌓여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지나게 된다는 뒷산 마을로 일을 하러 나가시기 전날, 미리 땔나무를 잔뜩 해 놓고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하루 이틀 휴가를 얻어 돌아오셔서 그 동안에 빈 나뭇광을 다시 채우고는 일터로 돌아가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순이네 집에서 나무를 해올 사랑은 오로지 아버지 한 분뿐입니다. 식구는 기동도 잘 못하시는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4학년인 순이와 ?살박이 남동생 준수, 이렇게 다섯입니다.

“나무는 제가 해서 땔 테니까 푹 쉬고 가세요. 모처럼 쉬시는 날인데…”

순이 어머니는 번번이 아버지에게 말하지만 아버지는 듣지 않으십니다.

‘많지도 않은 식구, 남들처럼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는데..’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동네에서 바쁜일이 있을 때면 으례 순이 어머니를 부르러 왔습니다. 일 솜씨가 얌전할 뿐더러 말도 없이 부지런하게 일을 하는 순이 엄마를 어느 집에서나 좋아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거의 매일같이 이집 저집으로 일을 거들어 주러 다녀야 했고 그 대신 저녁 늦게 돌아올 때면 으례 주인집에서 받아 먹을 것을 함지박에 이고 왔습니다.

겨울 방학이 되자 어머니는 동생 준수를 순이에게 맡기고 마음놓고 일하러 갈 수가 있었습니다.

순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집안 일을 거들어 왔기 때문에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기침이 심한 할머니의 잔소리도 말없이 감당하였습니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준수는 할머니 곁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도 아마 식곤증이 오는지 잠잠하십니다.

순이는 조용한 이 시간에 숙제라도 할까 하여 웃목에 놓인 밥상에 공책을 폈습니다. 그런데 그 공책 갈피에서 어제 받은 편지가 끼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순이를 뛸듯이 기쁘게 해 준 서울서 온 영아의 편지.

고운 글씨에 고운 문장으로 적혀 있는 영아의 다정한 마음이 순이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였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편지를 일고 나자 순이의 마음은 처음의 그 뛸듯한 기쁨에서 조금씩 달라져 갔던 것입니다.

 

“…서울은 요즈음 크리스마스와 연말, 새해맞이 때문에 온통 들떠 있는 듯한 분위기란다. 거리마다 색색종이로 장식을 해 놓고 큰 백화점 정문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진짜 사람보다 몇 배나 더 큰 모습으로 서 있고 밤이면 오색등이 번쩍번쩍하고 참 요란해. 어제 학교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진짜 크리스마스는 조용하고 성스러워야 한대. 사실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길을 걸으면 짜증이 날 정도란다.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순이가 있는 시골집. 깊은 산속 조용한 초가 지붕 위에 소록소록 눈이 내리는 밤, 뒷산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밤이 깊도록 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크리스마스를 지냈으면… 호롱불 밑에서 말이야… 순이야 난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려니까 네가 더 그리워졌어. 그래서 말이지 너에게 보낼 선물을 샀단다. 무엇인지 받아 보면 알겠지만 이 편지보다 늦게 갈 것 같으니까 지금 말해 줄께. <알프스의 소녀>라는 책과 손수건 두 장이야. 그 책에 나오는 ‘하이디’라는 소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애야. 아마 너도 좋아하게 될거야. 책 일고 난 다음에 네 감상 써 보내 주어…”

 

편지는 더 계속되어 있었습니다. 학교 이야기, 방학 이야기, 숙제 이야기 등등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순이와 영아는 학교끼리 맺은 자매결연으로 해서 알게 된 사이입니다. 형제가 된 시골학교 어린이와 서울학교 어린이들은 서로 다정하게 마음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난한 시골학교 어린이들이 서울학교 친구들에게서 도움을 받기 마련이었습니다. 학용품이 오고, 풍금이 오고, 때때로 맛있는 과자, 사탕 들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순이네 학교에서도 가을엔 싸리비라든가 공작시간에 사용하는 수수깡 다발, 비둘기 모이 등을 정성껏 보내기는 하였으나 따지고 보면 늘 받고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영아의 편지가 우연히 순이에게 배당된 것이 친구가 된 동기입니다.

열흘에 한 번 꼴로 오고가는 편지로 해서 순이와 영아는 점점 더 친해졌고 그 동안에 서로의 환경은 물론 성격, 생각하는 방향까지도 훤히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두 학교에서도 순이와 영아의 관계는 가장 모범적인 친구로서 유명해졌고 순이의 편지는 가끔 영아의 학교 교지에까지 실릴 정도였습니다.

시골을 모르는 영아는 순이의 편지로 해서 시골의 경치, 생활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아에게서 편지나 선물들이 올 때마다 순이는 기쁘기도 하였으나 한편 미안하였습니다.

‘이렇게 늘 받기만 해서…’

어린 마음에 순이는 늘 신세만 지고 있는 듯하여 꺼림칙하였던 것입니다.

순이는 멍하니 앉아, 휘황찬란하다는 서울거리를 상상하여 보았습니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서울이었기 때문에 상상은 잘 되지 않았으나 가끔 서울 다녀온 마을 어른들한테 얻어 들은 이야기를 되 생각 하면서 사람과 자동차로 꽉 차 있다는 서울을 그려 보았습니다.

6학년이 되면 수학여행이 있으니까, 서울 구경을 할 수 있을테고 보고 싶은 영아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순이의 마음은 설레입니다. 그러나 금세 그 설레임은 그쳤습니다.

‘하지만 난 못 갈거야…’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는 순이는 여비는커녕 입고 갈 옷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6학년까지 아직 1년도 더 남아 있으니 그런 걱정을 지금 할 필요는 없었으나 순이의 마음은 슬펐습니다.

숙제할 기분이 없어진 순이는 그냥 방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밖으로 나왔던 것입니다.

 

겨울날 치고는 따뜻한 날씨입니다.

갈 곳도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순이는 갈쿠리를 들고 집을 나선 것입니다. 자꾸만 어두워지려는 마음 속 구름을 무엇으로든 헤쳐야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순이는 조금 높은 산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잡목 숲 사이에 큰 단풍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앙상하게 줄기와 가지만이 남아 있으나 잎이 무성한 봄, 여름이면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는 나무 밑입니다.

칙칙하게 죽은 나뭇잎들이 겹겹으로 쌓여 밝으면 푹신푹신합니다.

순이는 갈퀴로 그 가랑잎을 헤쳐 긁었습니다. 수북이 모이면 가지고 온 망태기 속에 집어넣어 꽉꽉 발로 밟았습니다. 어느덧 순이의 마음속 먹구름은 사라지고 지금은 오로지 나무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 만으로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

조금이라도 나무가 남아 있으며 아버지는 그만큼 더 쉬실 수가 있습니다.

추위도 사라지고 울적하던 기분도 사라지고 상쾌한 겨울 산속의 맑은 공기는 순이의 두 볼을 사과처럼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머나…”

순이는 갑자기 갈퀴질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조심스럽게 손으로 가랑잎을 헤쳤습니다.

손에 만져지는 속의 나뭇잎들은 훈훈합니다. 마치 따뜻한 아랫목에서 말리는 빨래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순이는 그 속에서 아주 큰 상수리를 한 개 발견한 것입니다. 순이에게 있어서 상수리가 특별히 신기할 까닭은 없습니다. 잡목 숲에 둘러 싸인 이 마을 여기저기에 상수리나무가 서 있었기 때문에 열매도 물론 흔했습니다. 가을이 한창일 때는 집집마다 몇 말씩 따다가 녹말을 만들어 묵을 쑤어 먹거나, 범벅 따위로 요기가 되어 주기도 하였으니까요.

그러나 순이는 이 눈에 덮인 겨울 산에서 발견한 갈색의 상수리가 왜 그렇게 예사롭게 생각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구나, 상수리는 유난히 컸고 축축한 낙엽에 깔려 있었는데도 흙과 먼지를 털어 치맛자락으로 문질렀더니 야들야들 고운 윤이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탄탄히 잘 여문 탓인지 몸에 흠집 한 군데 나 있지 않았습니다.

‘영아에게 보내자!’

순이는 그 고운 보물을 손에 쥐고 쏜살같이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어둡고 긴 겨울이 지났습니다. 그늘진 산골 마을에도 종일 봄볕이 드는 날이 많아져 갔습니다.

달력이 없어도 이곳 사람들은 지금이 어떤 때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시기인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응달진 곳엔 눈이 남아 있고 골짜기 좁은 시냇물가엔 얇은 얼음이 덮여 있지만 물 흐르는 소리로 보아 봄이 오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순이 아버지도 며칠 전에 집에 돌아오셨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밭이지만 흙을 일구어야 하고 또 동네 집집마다 차례로 다니며 농사일을 거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순이는 이런 때가 왜 그런지 즐거웠습니다.

어떤 뜻으로 보면 먹을 것이 바닥나는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래도 답답하고 음침한 겨울 잠에서 깨어난 마을은 희망과 활기에 넘쳐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참으면 보리가 자라 팰테고 연한 산나물 순이 돋아날 것입니다.

지내기 힘든 고비이기도 하지만 햇볕은 따뜻하고 산과 들에 예쁜 꽃들이 피어 주는 봄은 얼마나 즐거운 계절인지 모릅니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오랜만에 아버지가 집에 계셨기 때문인지 전에 없이 편안한 표정이 떠돌고 있습니다.

“봄은 기쁨인가 봐…”

순이는 요즈음의 매일매일을 콧노래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큰 기쁨은, 아니 봄의 선물은 어느 날 저녁 우체부 아저씨에 의하여 전해졌습니다.

며칠 걸러 와 주는 우체부 아저씨는 마을에서 언제나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소식을 가져다 주는 우체부 아저씨. 때로는 슬픈, 걱정스러운 펴지를 전해 주기도 하지만 궁금증들을 풀어 주는 이 아저씨를 동네 사람 누구나 기다렸던 것입니다.

우체부 아저씨가 다녀가시고 나면 언제나 마을에는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떠돌게 마련이고 따라서 심심하지가 않았습니다.

 

“야! 편지 아저씨가 오신다아.”

으례 아저씨를 먼저 발견하는 이는 동네 어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저씨이, 안녕하세요?”

“아저씨이, 우리 형 펴지 가져 오셨어요?”

“아저씨, 지난번 제 편지 부쳐 주셨어요?”

아이들은 우우 물려 가면서 제각기 자기의 궁금증을 풀려고 합니다.

“오냐, 오냐… 암 부쳤구 말구. 멀지 않아 답장이 올거다. 아이구, 얘들아. 좀 조용히 차례차례 말해야지, 귀가 따가와 들을 수가 있니…”

아저씨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아이들에게 끌려 우물가 할아버지네 집 대청마루에 걸터 앉으십니다. 동네에서 가정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가 계시던 집이기 때문에 문안차 으례 그집에서 편지 보따리를 풀곤 했는데, 지난 가을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지금도 편지 아저씨가 머무는 곳은 역시 매한가지였습니다.

“어디 슬슬 보따리를 풀어 볼까…” 하며 꺼내는 편지 뭉치 중에서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순이에게 온 편지였던 것입니다.

“두툼하구나. 누가 이렇게 묵직한 편지를 보냈나? 어디 어디 보자… 서울 영아, 영아라. 아, 영아라면 그 늘 너에게 선물도 보내 주곤 하던 고마운 친구가 아닌가?”

“네, 맞아요! 그, 그 영아…”

순이는 너무나 뜻밖이라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아의 편지나 선물은 거의 다 학교를 통해 전해 왔기 때문입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 두툼한고…”

편지 아저씨는 잠시 봉투를 귀에 대는 시늉을 하면서 초조한 순이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들리나요? 아저씨, 빨리빨리 다음 이름을 불러 줘요! 우리 집에 오는 편지는 없어요?”
“네, 빨리요! 아저씨, 빨리 봐요!”

 

아이들은 안타깝다는 듯이 재촉합니다.

“서두르지 마라. 차근차근 자, 다음은…”

순이는 편지를 가슴에 안고 급히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운 영아의 편지를 읽을 때면 순이는 언제나 조용한 곳을 찾곤 했던 것입니다.

그래야만 영아와 자기만의 세계가 되는 것 같았고 들어 보지 못한 목소리지만 영아의 정다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순이는 얼른 나뭇광이 있는 뒤꼍으로 갔습니다. 그곳은 오후가 되면 해가 잘 들어 아주 따뜻하였기 때문입니다. 폭신한 솔가지 위에 앉은 순이는 비로소 봉투를 뜯었습니다.

그런데 그 봉투 속에서 나온 것은 영아의 편지가 아니라 영아네 학교에서 한 달에 두 번씩 나온다는 학교 신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영아의 글씨가 적힌 쪽지 한 장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자, 순이의 설레이었던 마음은 실망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너무하다, 영안…”

순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기운 없이 신문지를 뒤적거렸습니다. 왜 그런지 읽을 마음이 나지를 않았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 속에 제아무리 재미난 기사가 실려 있다 해도 지금의 순이에게는 모래알 만한 흥미도 없었을 테니까요.

솔직한 심정으로 순이는 그 신문을 홱 던져 버리고도 싶었습니다. 맥없이 팔랑거리는 종잇장 위로 무심한 순이의 눈이 뒤쫓아갑니다. 그런데 문득 순이의 시선이 멈추어졌습니다.

‘이 영아’ 라는 이름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건…”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아 순이는 눈을 비비며 다시 자세히 보았습니다.

‘애래 오래 남는 것. 이  영아’

그것은 틀림없는 영아의 글이었습니다.

 

…어제 나는 학교 운동장 동쪽 구성에 그 열매를 심었다.

땅은 축축하여 나의 작은 호미로도 잘 파져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식목일은 이틀 후에 온다. 그러나 나는 이미 식목을 한 셈이 된다.

일을 끝내고 나니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햇볕이 한결 더 따뜻해진 것 같았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 드렸다.

 

 

‘해님, 저희들의 열매를 따뜻하게 감사 주셔요. 그리하여 어서 어서 예쁜 싹이 돋아나게 해 주셔요.’

해님은 마치 미소짓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오냐 오냐, 염려 말아라…’ 라고 속삭여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철봉대 아래 놓인 긴 벤치에 앉아, 순이를 생각했다.

그 열매를 보내 준 순이를…

작년 크리스마스 때 나의 친구 순이는 정말 근사한 선물을 보내 주었다. 순이와 나는 아직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친하다. 순이는 그 산속 마을을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서울을 떠나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순이가 사는 그 마을을 환히 알고 있다. 그것은 순이가 여러 번 보내 준 편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서 들은 ‘통한다’ 하는 말의 뜻을 나는 인제 알 것 같다. 순이와 나는 통하기 때문이다. 통한다는 것은 거리가 문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순이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이렇게 멀지만 가깝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순이와 오래오래, 아니 끝없이 친하고 싶다.

순이가 보내 준 선물 꽈리는 나의 방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긴 겨울 방학 동안 내가 거의 매일처럼 후벼서 불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안타까왔다. 순이와 내가 자꾸 멀어져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꽈리를 그냥 남겨 둘 수만도 없었다. 봄이 되면 썩어 버리니 겨울 동안에 없애 버리라고 순이는 적어 보내 주었으니까. 꽈리가 다 없어지던 날, 나는 순이에게 편지를 쓰려고 책상 설합을 열었다.

그때 문득 하얀 상자에 든 상수리가 눈에 띄었다.

“아 참!”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왜 내가 그 열매를 지금까지 잊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열두 개의 예쁜 상수리. 그 중에서 유난히 크고 고운 갈색의 열매가 나의 눈을 끈다.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한참 보면서 그때 보내 준 순이의 편지를 되 새기고 있었다.

‘눈에 덮인 겨울 산 가랑잎 속에서 이 열매를 주웠단다. 바람에 실려 몇 번인가 땅에 떨어졌다가 여기까지 굴러 왔음에 틀림없는데 어떻게 이 열매는 지금까지 고운 빛깔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까? 영아야. 너는 산골의 겨울바람이 얼마나 모질고 사나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열매가 여간 대견한 게 아니야. 이 열매는 도대체 어디고 가고 싶었던 것일까, 영아야?’

갈색의 윤기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는 이 고운 빛깔도 변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또 마음이 답답해졌다. 변하지 않고 오래오래 남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열매를 심자!”

나의 마음은 갑자기 환해졌다. 얼마나 멋진 방법인가!

상수리나무를 나는 그림에서밖에 본 일이 없지만 큰 키, 우거지 가지,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열린 별 같은 열매들!

이 아람답고 늠름한 나무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려면 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때는 내가 이 학교를 졸업한 후일 테니까 나는 보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의 생각은 남는 것이다. 아니, 순이와 나의 마음은 오래 오래 남아 자라날 것이다.

 

 

 

 

바다

 

 

따뜻한 봄날씨입니다.

겨울 동안 줄곧 사납게 파도 치던 바다도 얌전해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해저문 바닷가에 물새 발자국

지나가던 실바람이 어루만져요

그 발자국 어여쁘다 어루만져요.

 

 

하얀 모래밭에서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자갈로 성을 쌓고 있습니다. 얕은 야산이 바로 모래밭까지 꼬리를 내리고 있고 한편에는 솔밭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솔내와 소금내가 뒤섞여 말할 수 없이  싱그러운 공기를 만들어 주는 서해 바닷가 조그마한 마을입니다.

“찌찌찌찌.”

물가 가까운 갯벌에 작은 물새들이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먼 옛날에 산사태가 있었는지 솔밭 바로 위 조금 비탈진 곳에 돌무더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큰 돌 작은 돌들이 떼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마치 빨래터처럼 깨끗합니다. 흙기운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산딸기 덩굴이 돋아나 있고, 고비처럼 생긴 풀들이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 엄마나무에서 떨어진 상수리 한 개가 누워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여 날개도 없는 상수리가 이런 먼 곳까지 왔는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바닷바람이 심한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디어 냈는지 얼어 죽지나 않았는지…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한층 더 크게 울려 퍼집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빛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란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이 고운 노랫소리에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상수리의 몸이 조금 꿈틀거렸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겨우 내 이불이 되어 준 고비의 가랑잎이 바람에 날려 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미 한가운데서 기운차게 새순이 뻗어 올라가기 시작한 고비는 인제 구질구질한 헌 옷을 버리고 싶었기 때문에 바람에 실려 보냈던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상수리에게도 차차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몸이 따뜻하여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고운 노랫소리가 들려 오고 있습니다.

“꿈나라인가 봐.”

상수리는 몸을 조금 움직여 보려 하다가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온몸이 마치 마비된 듯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발이 저릴 때 갑자기 누가 치면 아픈, 그런 느낌이라고 할런지요.

‘어쩜, 난 죽었는지도 몰라… 그래서 저승에 와 있는 것이 아닌지, 이렇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면…’

상수리는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생각은 또 가지를 쳐 갑니다.

‘그럼 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무엇인가 보여야 알텐데… 천국인지 아니면 지옥인지…’

그러나 아무리 더듬어도 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입니다.

“찌찌찌…”  하는 묘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상수리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찌찌찌 찌찌찌…”

고운 소리는 연거푸 여기저기에서 들려 옵니다.

‘아, 저 소리, 저 소리는…’

상수리 열매의 기억은 마치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벌레소리? 아니 아니, 바람에 무엇이 구르는… 아니 아니, 하지만 어디서 들었어. 분명히 난, 저 소리를 알아…’

“찌찌지 찌찌찌…”

‘아, 그 새야. 그 새! 그렇담 여기가 바로 여기가…’

물새! 그 부리가 빨간 귀여운 새가 들려 준 물새 목소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마침내 상수리를 휩싸고 있던 뿌연 안개가 걷혔습니다.

“쏴!”

바람이 불어 옵니다.

그 바람에 실려 비릿하지만 싫지 않은 축축한 기운이 상수리의 몸을 씻어 줍니다.

“후!”

상수리는 연거푸 그 바람을 깊이깊이 들여마셨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흐리멍덩하던 정신이 깨끗이 되살아나는가 하면 어두웠던 눈도 열렸습니다.

솔가지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연한 솔잎 끝이 노르스름하게 햇빛에 비치어 마치 아가의 고운 피부를 느끼게 합니다.

저리던 몸과 마음이 어느덧 풀리어 몸을 이리저리 굴려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상수리는 그제서야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쏴! 쏴!”

연거푸 바람소리가 들려 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 보니 그 소리는 단순한 바람 소리 같지는 않았습니다.

상수리는 있는 힘을 다하여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것을 본 것입니다.

“바다다! 바다!”

상수리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 질렀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바다. 많은 형제들에게 가지가지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버리지 못했던 바다에 대한 그리움. 어디 그뿐인가요. 그 지겹던 겨울 날의 모험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나 상수리는 가슴이 터져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은 잠시 뿐, 바다를 향하고 있는 상수리는 금세 감격과 기쁨과 자랑으로 가득 찼습니다. 썰물 때인지 바닷물은 아주 멀리 밀려나가 있었지만 연푸른 물결이 출렁거리고 있었고, 치솟아 올라 부서지는 파도 끝이 햇빛에 하얗게 빤짝거려 눈이 부셨습니다. 상수리는

“… 날씨가 좋은 날은 유리판처럼 반짝거리는 바다…”

라고 한 빨강 부리 새의 이야기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 새가 그리워졌습니다.

그 새가 곁에 있으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같이 할 수 있을텐데… 만일 내가 이곳에 온 것을 알면 그 새는 어떤 얼굴을 할까? 놀라겠지. 상수리는 점점 더 그 새가 그리워졌습니다.

‘혹시 따뜻한 봄이 왔으니까 다시 이 바닥가로 돌아오지 않을까?’

상수리는 두리번거리며 소나무 가지를 쳐다보았습니다.

하지만 가지 위에는 빨강 부리의 새는커녕 벌레 한 마리도 없고 너훌너훌 가지가 흔들리고 있을 뿐입니다.

하는 수 없이 상수리는 다시 바다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지금 막 물이 밀려 나간 검은 갯벌엔 어느 사이에 나왔는지 점점이 사람들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아마 조개를 캐거나 굴을 따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상수리의 눈은 그곳까지는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바구니를 볼 수가 없습니다.

이따금 반짝거리는 물결 사이로 하얀 돛단배가 가물가물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것도 너무너무 멀어서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조개껍질이 부서져서 이루어져 있다는 하얀 모래밭에서 얼마 전가지 놀던 아이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 바닷가의 아이들은 이맘 때가 되면 집을 지켜야 합니다. 어머니들이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 와야 하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은 썰물 때가 되면 아무리 먼 곳에 놀러 나가 있다가도 집에 돌아가야 합니다.

“뚜!”

 

고요함을 뚫고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이상한 소리입니다. 그러나 상수리는 그 소리가 멀리로 떠나는 배의 고동 소리라는 것을 금세 생각해 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빨강 부리 새한테 얻어 들은 이야기에서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상수리의 마음이 외로와진 점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그러니까 빨강 부리 새를 그리워하던 그때부터 그의 마음속에 외로움이 깃들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뱃고동 소리가 그 외로운 마음을 더 크게 했는지도 모르지요. 상수리는 너무나 조용한 이 바닷가의 봄날에 조금 싫증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아직 다 본 것은 아닙니다. 밀물 때의 바다, 밤의 바다, 아침의 바다, 빨강부리 새의 바다 이야기는 아직 많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상수리의 바다에 대한 호기심도 그만큼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순간의 고요함이 상수리는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물리 밀려 오려면 아직 여러 시간을 견뎌야 했고 아이들의 노랫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 졸고 있는 바닷가의 오후가 심심하였던 것입니다.

하기야 그렇기도 하겠지요. 상수리는 그 동안 그 긴 겨울 동안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하지 못했으니까요.

마음속에 괸 이야기를 풀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것을 상수리는 처음 알았습니다.

전에 아직 엄마나무에서 살 때, 참새 떼처럼 재잘거리는 형제들이 얼마나 귀찮게 느껴졌는지 모르는데…”

“찌찌찌…”

바로 그때입니다. 어디선가 또 고운 소리가 났습니다.

“아, 너는…”

상수리는 자기가 있는 바로 가까운 곳에 몰려 있는 큰 돌부리에서 몸집이 작은 회색 새를 발견하고 반갑게 소리 질렀습니다.

“얘, 얘야!”

상수리는 너무나 반가와 소리 질렀습니다.

“찌찌찌…”

하지만 물새는 귀여운 눈알을 굴리면서 가는 소리로 울고만 있습니다.

“얘, 얘…”

 

 

상수리는 안타까왔습니다. 그러나 상수리의 목소리는 너무 작았기 때문에 솔바람에 섞이어 흩어져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쪽도 좀 보지. 왜 바다 쪽만 보고 있담…”

얼마 후, 회색 물새는 잠시 울음을 그쳤으나 여전히 바다만 보고 앉아 있습니다.

“얘, 얘야!”

상수리는 이때다 싶어 다시 기운을 내어 크게 불렀습니다.

그제야 물새는 머리를 이리저리로 돌립니다.

“여기야, 여기 네 발 밑…”

드디어 물새는 자기의 발치에서 상수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물새는 낯선 상수리를 보고 잠잠합니다.

“네가 물새지?”

상수리는 다정하게 물었습니다.

그런데도 물새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내려다만 봅니다.

 

“난 상수리야. 난 널 알아. 전부터 알고 있어. 그래서 널 보고 싶었어. 네가 살고 있는 바다도 보구 싶었구. 또 해뜨는 것, 또 해질 때의 바다, 그러니까 놀이 질 때의 아름답다는 바다 말이야… 그리구 또…”

상수리는 숨쉴 사이도 없이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물새가 듣고 있는지 어떤지 상관하지도 않고 그냥 지껄이는 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괴어 있던 가슴속의 생각이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물새는 이 묘하게 생긴 갈색 상수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난, 너를 처음 보는데 어떻게 너는 나를 안다는 거냐?”

상수리가 잠시 말을 중단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틈을 타 물새는 드디어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도 알아, 아주 잘 알아, 네가 물새라는 것, 또 찌찌찌.. 하고 운다는 것까지…”

상수리는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물새는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너 빨강 부리 새 알지?”

“빨강 부리 새라니?”

“산새인데, 이 바닷가에서 오래 있었을텐데…”

“하, 하, 하…”

물새는 고운 목소리로 웃었습니다.

“왜 그래? 왜 웃니?”

“빨강 부리를 가진 산새라면 얼마나 많다구.”

“그래두 그 새는 너를 잘 알고 있더라. 그리구 이 바다 경치도 자세히 알던걸…”

상수리는 조금 무안해 하며 말합니다.

“아마 철새일거야. 이곳에 오는 산새는 종류가 얼마나 많다구. 그러니까 일일이 다 기억할 수가 없단다.”

“철새라니?”

“철을 따라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어 사는 새 말이야. 추워지면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새들이 가끔 이 바닷가에 오기는 하지…”

“아, 그러니까 뜨내기 새로구나.”

“하, 하.. 그걸 뜨내기 새라고도 하니?”

“응, 우리 형제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날 비웃었지.”

“왜 너를 비웃니?”

물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물새는 갑자기 이 갈색 상수리에 대하여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불쑥불쑥 하는, 그러나 재미있게 말하는 상수리에 대하여 알고 싶어진 것입니다.

 

“넌 도대체 어디서 왔니? 그리고 무엇하러 왔니?”

이번에는 물새가 상수리 있는 데까지 내려가면서 연거푸 물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상수리는 오히려 말문이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할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응, 어서, 이야기해 주어!”

물새는 재촉합니다.

“글쎄,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다 해 주어, 죄다! 네가 살던 곳. 그리구 철새 이야기며, 다아 말이야…”

“그래, 가만히 있어, 차근차근히 해야 하니까!”

상수리는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마음속에 퍼져 있는 생각을 가다듬어 차례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엄마나무가 떠올라 왔습니다.

‘엄마나무! 그리운 형제들! 지금은 다 어디에서들 가 있을까? 난 결국 여기까지 왔다. 오고 싶던 바닷가에 올 수 있었다!’

비웃던 형제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생각지도 말라고 빈정거리던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그립습니다.

‘다시 만나서 다들 제각기 보고 온 고장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상수리의 가슴은 향수로 하여 축축해졌습니다.

“어서 해, 밀물이 오기 전에…”

물새 목소리에 상수리는 다시 눈을 떴습니다.

“왜 밀물이 오면 안 되니?”

상수리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니야, 여긴 육지인걸 뭐. 걱정하지 말어. 큰 해일이나 있기 전에 이곳까지는 파도가 올라오지 못해.”

“해일이 뭔데?”

상수리는 새로 듣는 말뜻을 물었습니다.

“폭풍우로 갑자기 파도가 육지를 덮치는거야. 그렇게 되면 이 산도 바다가 삼켜 버릴걸. 해일은 그렇게 무서운거야. 하지만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는 않아.”

“너, 봤니, 해일?”

상수리는 불안에 떨면서 물었습니다.

“아니, 내가 태어나서는 아직 해일이 없었어. 엄마한테 들었어. 얘, 그 이야긴 그만하고 어서 네 이야기를 들려 줘.시간 없다니까!”

물새는 조금 짜증스럽게 재촉합니다.

 

그러나 상수리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고 물새가 가고 난 후에 혼자 남을 것을 생각하니까 더욱 더 근심이 되었습니다.

 

“얘, 물새야, 제발 나를 혼자 두고 가지 말어. 여기까진 파도가 오지 않는다면서 갈 필요가 뭐 있니? 날 도와 주어. 응? 난 이 고장이 처음이어서 좀 무서워.”

“무서울 것 하나도 없어. 여긴 너를 해칠 만한 사나운 짐승도 없구 사람들도 다 좋아. 그러니까 걱정 할 것 없다니까. 어서 얘기나 해…”

물새는 상수리가 조금 가엾게 여겨져서 달래듯이 말했습니다.

“그러고 말이지, 내 얘기 다 들으려면 오래오래 시간이 걸린다. 엄마나무 이야기며, 우리 고장 이야기를 하려면 말이야. 그뿐인 줄 아니? 네 이야기를 하려면 말이야. 그뿐인 줄 아니? 네 이야기를 해준 빨강 부리 새. 아, 또 있어, 우리 형님들 이야기랑 하려면 얼마나 길다구…”

“하지만, 난 가야 해. 우리 엄마랑 아버지가 걱정하면 어쩌니… 난 아직 어리거든. 그러니까 안 돌아가면 무슨 사고가 난 줄 아실거야. 그것도 그렇지만 여긴 내가 오래 있을 곳이 못 된단다. 난 잠시 여기 쉬러 왔을 뿐이야.”

“왜 그래? 무엇 때문에 오래 못 있어?”

“난 물새가 아니니? 그러니까 육지 공기는 내 몸에 맞지 않아. 우린  역시 바다 가까이 있어야 기운이 나거든. 먹이도 잡아먹고 수영도 하고…”

“여기서도 바다는 보이고 소금냄새도 나는데 그러니?”

상수리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물새가 다만 핑계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쓸쓸해졌습니다.

“그래도 달라…”

“뭐가 다르니. 넌 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좋아, 그럼 나도 이야기 안 해 줄 테야!”

“아니야, 그런 게 아니래두 그러니. 넌 잘 몰라서 그래. 난 네가 본 빨강 부리 새하고는 다르다니까 그러니!”

물새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합니다.

상수리는 생전 처음 만난 물새 친구인데도 왜 그런지 응석을 부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몰라, 몰라. 어떻든 난 말 안 할거야! 내가 이렇게 부탁하고 있는데도 들어 주시 않으면서 뭐!”

“아이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

물새는 야단났다는 듯한 얼굴로 상수리를 내려다 봅니다.

상수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그것보다는 지금은 외토리인 이 친구를 남겨 놓고 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만일 돌아가지 않으면 돌섬에서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과 형제들이 얼마나 걱정할까.

“산 근처에는 아예 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큰 바위골에 독수리가 살고 있는걸 알지…”

귀가 따갑도록 어머니는 놀러 나가려는 아기 물새들에게 타이르곤 했습니다. 비행기만큼이나 커 보이는 독수리 날개, 날카로운 부리! 물새는 언젠가  멀리에서 본, 그 무서운 독수리를 상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온몸이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습니다.

“왜 그래?”

“이안하지만 역시 난 가야 하겠어. 봐, 인제 물이 밀려오기 시작하고 있어.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올께. 꼭 올거야, 기다려.”

“그럼 물새야, 날 데리고 가. 제발 날 혼자 두지 말아 주어, 응? 물새야, 난 무서워.”

상수리는 울면서 말합니다.

“상수리야, 나에게 그럴 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지, 하지만 난 혼자 돌섬까지 날아가기가 고작이란다. 부리도 연하고 아직 발 힘도 없어 너를 데리고 가다 기운이 지쳐, 널 물속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하니. 그러니까 내일까지만 기다려. 가서 아버지하고 의논해 보겠어. 너를 구해낼 방법을 말이야. 기다려 줘! 내일까지.”

이렇게 말을 하자마자 물새는 후다닥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이상 말을 주고받고 있다가는 좀처럼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얘, 물새야, 가지 마! 날 데리고 가 쥐. 물새야, 물새야!”

상수리는 데굴데굴 구르면서 울부짖었습니다.

그러나 물새의 모습은 순식간에 까물까물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늘을 날면서 어린 물새도 울고 있었습니다. 외롭게 남아 있는 상수리가 가엾어서입니다.

‘기다려, 열매야! 꼭 너를 구해줄 께!’

물새는 몇 번씩이나 혼자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부지런히 돌섬 집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물새들의 마을, 돌섬에는 많은 물새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 한참 기운이 센 아저씨들,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들, 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기 물새들. 이들은 다 의좋게 일단 이 돌섬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힘을 합하여 서로 도우면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힘이 약한 물새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협조하면서 살아야만 합니다. 아무리 약한 힘일지라도 뭉치면 얼마나 강한 힘이 생기는지 아십니까? 뭉쳐서 생긴 힘보다 더 큰 힘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요.”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물새는 늘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마을을 잘 이끌어 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돌섬은 언제나 평화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사나운 파도가 쳐도 집들이 있는 바위 위까지는 물이 올라오지 않았고, 설사 물꼬리가 치솟아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바위 위에서도 뜰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그들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바다는 언제까지나 그렇게 심술궂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몇 시간 또는 길어도 하룻밤 가량만 견디어 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치 걷잡을 수 없이 투정을 부리던 어린애가 제풀에 지친 듯 피곤한 얼굴로 잠이 들 듯 바다는 얌전해집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제일 무서운 적은 유지에서 이따금 날아오는 매라든지 독수리 또는 지각 없는 사냥꾼들의 총알이었습니다.

이러한 적들은 결국 그들 스스로가 조심할 도리밖에 없었기 때문에 특히 어린 아기들의 어머니 물새들은 그렇게 입버릇처럼 타이르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너 지금까지 무엇하고 있었니?”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어린 아기를 기다리며 근심에 잠겨 있던 어머니는 어린 물새를 와락 껴안으며 소리쳤습니다.

“어디,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 그런데 너 울었구나? 어떻게 된 거야. 어서 속 시원하게 말해 봐라!”

그래도 어린 물새는 오들오들 떨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부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사실 어린 물새에게는 오늘의 경험이 여러 가지로 너무나 벅찼던 것입니다.

더구나 저녁 해가 질 무렵의 바닷바람은 아직도 연한 날개에겐 힘겨웠고 시퍼런 바닷물이 무서워 혼났던 것입니다.

“보라, 엄마 말 안 듣더니!”

아버지의 호통이었습니다.

“엄마, 쟤는 이따금 엉뚱한 짓을 해서 탈이야!”

누나 새도 한 마디 합니다.

“한번 혼나 봐야 정신이 들지. 혼나 봐야!”

형님까지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이구, 그만들 해 두어라. 그러지 않아도 얼이 빠져 있는 애한테 곡 그렇게 공박들을 해야만 속이 시원하니… 이렇게 떨고 있는 애한테…”

“자업자득이지 누구 탓인가!”

그래도 형님 물새는 한 마디 던지고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멀리 가지 마라, 어두운데!”

“알았어요. 내가 누구 같은 줄 아세요? 엄만.”

“저 녀석은 일일이 말대꾸를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지. 성미두 참…”

어머니 물새는 혀끝을 차며 말하십니다. 이렇게 되니 어린 물새는 점점 더 말문이 막혀 버렸습니다.

“아가야, 마음 아파하지 말아라. 다들 네 걱정을 하고 있었던 참이다. 네가 무사히 돌아오니까 안심되어 그러는 거란다.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 무슨 일이 있었니? 엄마한테만 얘기해라. 그래야만 다른 집 애들한테도 타일러 줄 수 있지 않니?”

어머니는 따뜻한 목소리로 아기새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달래줍니다.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럴 리가 있니? 감추지 말고 다 얘기해라. 엄만 네가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준 것만도 기쁘다. 야단치지 않는다니까 그러는구나!”

“글쎄 엄마…”

어린 물새는 가슴이 답답하였습니다.

엄마의 염려와 자기의 근심이 너무나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엾은 상수리의 모습이 눈앞에 아물아물합니다. 데리고 가 달라고 울부짖던 목소리도 스쳐갑니다.

“아, 엄마!”

아기 물새는 엄마 가슴에 얼굴을 비벼댔습니다.

“오냐, 아가야. 네가 여간 혼난 게 아닌가 보구나. 말을 못 하는걸 보니… 그래 묻지 않으마. 오늘 밥 푹 자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을 테니 아무 염려 말고 자거라…”

결국 아기 물새는 말문도 열지 못한 채 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안하다, 상수리야. 내일 기회를 봐서 여쭈어 볼 테니까…’

아기 물새는 잠이 안 오는 몸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중얼거립니다.

“쟤가 단단히 놀란 모양이에요. 가엾게도…”

엄마와 아버지의 소곤거림이 들립니다.

‘그런 게 아니야, 엄마! 그런 게!’

바위 틈에 혼자 남아 있는 갈색 상수리 모습이 또 떠오릅니다. 이야기해 줄 것이 많다고 하던 목소리도.

 

“아, 추워!”

눈을 떠 보니, 어느덧 새벽이 온 모양입니다. 하늘이 어제 저녁과는 다른 색이고, 뿌옇게 안개 같은 것에 덮여 있습니다. 물새가 가버리고 난 후에도 상수리는 얼마 동안을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아마 지쳐 잠이 들어 버린 모양이었습니다. 싱그럽기는 하지만 새벽 바닷바람은 추었습니다. 몸을 떨면서 상수리는 후회가 되었습니다.

‘빨강 부리 생의 바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난 이런 곳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엄마나무 근처에서 그냥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한편 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난 바다 구경을 했지… 다른 아이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바다를 말이야…’

비웃던 형제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상수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볼 수 없는데 뭐… 그리고 바다도 별것 아니야. 보고 나니까…’

상수리는 또 맥이 풀렸습니다.

‘물새는 정말 나를 구해 주러 올까? 약속은 했지만…’

상수리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져 봅니다.

 

그때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물새가 왔나?’

상수리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고모, 이렇게 안개가 끼어 있는데 정말 해 뜨는 것이 보일까?”

“글쎄다…. 하기야 안개는 걷힐 땐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버리기도 하던데…”

목소리는 점점 가까이 오더니 바로 상수리가 있는 바위에까지 옵니다.

“여기가 제일 높은 곳인 모양이니 여기 앉아서 기다려 보자. 마침 잘 됐다. 편편하니까, 자, 이리 와 앉어.”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모양이었습니다.

“안개야, 안개야, 어서 날아가거라…”

귀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노래하듯 퍼져 나갑니다.

“앗! 고모, 고모! 저기 저기 봐!”

갑자기 노랫소리가 그치더니 고함소리로 바뀝니다.

“어머나! 굉장하구나!”

순간, 두 사람 다 말이 없어졌습니다. 상수리는 무엇을 그러나 싶어 기운을 내어 조붓한 바위 틈으로 눈을 가져가자 역시 ‘아, 아!’ 하는 놀라움의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야흐로 떠올라 오고 있는 해님! 동쪽 바다는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고, 하늘 가까운 곳의 물결이 반짝거리고 있는데 정말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그런데 그 해님은 물 밑에서부터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치 무군가가 아래서 떠밀어 주고 있듯이.

가슴이 벅차 상수리는 그 순간 숨을 죽이며 이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마침내 해님은 물을 벗어나 완전히 공중에 붕 떴습니다. 동시에 뻔쩍거리던 물 위의 기운도 사라지고 맑은 바다로 돌아왔습니다.

“고모, 참 굉장하지!”

이윽고, 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러나 어른의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고모! 고모! 무얼 생각하고 있어?”

“아아, 그래 그래. 너무 아름다와서 말문이 막혔었나 봐. 해 뜨는 광경을 많이 봐 왔지만, 오늘 아침 바다는 유별나게 더 찬란해서 정말 처음 보는 것 같았어.”

“그건 고모 생각 탓인지 몰라. 고모가 내일이면 떠난다니까, 해님이 특별히 선물로 그렇게 해 주셨는지도 모르고.”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해님! 이 아름다운 조국의 아침을 영원히 간직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오겠습니다.” 하면서 고모라는 사람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어린이가 일어서더니,

“해님이 웃으면서 인사 받고 계셔요. 오냐! 오냐! 잘 다녀오너라, 에헴!  어머니! 고모, 이것 보셔요. 이런 데에 상수리가!” 하며 상수리를 주워 들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이런 곳까지 왔을까? 이 상수리도 바다를 좋아하는 모양이지.”

“고모, 참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이 상수리를 선물로 미국에 있는 윤희에게 가져다 주어. 어제 주운 소라껍질하고 말이야! 그리고 오늘 아침 이야기랑 이 상수리가 열리는 상수리나무 이야기랑 해 주어요. 내 선물, 한국에 있는 이 사촌 언니의 선물이라구 말이야!”

 

 

 

 

다들 어디에서

 

꼬마 물새는 아침부터 집 앞 바위 끝에 앉아 육지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슴속은 무거운 돌멩이 같은 것이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너 또 무슨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거냐? 얘야, 오늘은 제발 놀라 걸 생각일랑 말아야 한다. 또 어제처럼 혼 날려구!”

엄마 새는 불안한 목소리로 들락날락 거리며 타이릅니다.

아무래도 어린 아들의 앉아 있는 모습이 또 훌쩍 날아갈 것만 같아서 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아침밥도 먹지 않고 시무룩해 가지고 육지만 바라보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분명 어제 겪었던 일 탓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엄마 새는 끝내 아들이 입을 열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러니만큼 더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었습니다. 되새기고 싶지조차 않은 그런 끔찍한 일을 만났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 꿈자리가 나쁘더라, 그러니 아예…”

엄마는 또 타이릅니다. 꼬마 물새는 그런 엄마가 영 견딜 수 없었습니다.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그런 엄마가 말입니다.

‘알지도 못하구! 엄만 알지도 못하구!’

보통 때는 그렇게도 좋던 엄마가 지금은 아주 먼 사람처럼 느껴지고 귀찮았습니다.

물가 낮은 바위부리를 이리저리 날면서 형님이 무엇인지 열심히 쪼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형님에게 말해 볼까?’

어쩜 형님은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죽거리던 어제 저녁의 형님 얼굴이 떠올라 옵니다.

다시 용기가 꺾였습니다.

‘어떻게 하나…’

꼬마 물새는 울고 싶었습니다. 울부짖던 상수리의 목소리와 그의 가엾은 모습이 아롱거립니다.

‘얼마나 기다릴까, 꼭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혹시 사나운 바람에 날려 바다에 떨어지지 않았을까? 어쩜 큰 새에게 물려…’

“형님! 형님!”

 

 

꼬마 물새는 자기도 모르게 후닥닥 날아 형님에게로 갔습니다.

꼬마 물새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형님 물새는 뜻 밖에도

“그래, 그럼 네 말을 한번 믿어 보자. 무슨 일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가 보기로 하자꾸나. 가 봐서 사태 수습을 해야지. 네 말만으로는…”

“하지만 빨리 가야 해. 그리고 그 애를 구해낼 방도를 지금 여기서 계획해 가지고 가, 형!”

“너 날 어떻게 생각하구 그러니? 만일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깟 놈쯤 내가 물어 오지 못할 줄 아니?” 하며 형님은 긴 부리를 딱딱 부딪쳐 보입니다.

“이 부리로 얼마나 큰 고리를 잡아 먹었다구! 그 뿐인 줄 알아? 바위에 붙은 딱딱한 소라 껍질도 쪼았구…”
형님은 신이 나서 기운 자랑을 시작합니다.

“알았어. 그럼 어서 가, 어서…”

동그란 상수리와 물고기하고는 같을 수 없다고 말해 주고 싶었으나 그렇게 해서 시간만 자꾸 보내느니 떠나야겠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재촉했습니다.

“자, 그럼 내가 먼저 날면 바로 뒤따라야 한다.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뒤돌아 보지 말어! 내가 기회를 볼께…” 하더니 후딱 깃질을 했습니다.

꼬마 물새도 얼떨결에 뒤따랐습니다.

 

“봐, 엄마가 부리지 않아. 붙잡히면 못 떠난단 말이야!”

과연 엄마의 모습이 까물까물 보입니다.

“이쯤 오면 문제없어. 어디야? 어떤 바위인지 네가 앞서 날아.” 하며 형님 물새는 뒤로 처집니다.

꼬마 물새는 가슴이 두근거려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도 넓고 깊은 바다 위를 지날 때면 겁이 났고 지금은 더더욱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 와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야, 틀림없이…”

꼬마 물새는 종종거리며 상수리를 찾았습니다.

“없잖아! 갈색 상수리는커녕 마른 잎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은데 뭘 그래!”

“이상하다. 분명히 이 바위였어. 제일 놓은 곳이었거든! 여기 이렇게 패인 곳이 있잖아. 이쪽에서.”

“그런데 왜 없냐 말이야. 네 말대로 그렇게 틀림없다면… 틀림없이 없다는 게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지…”

형님의 이죽거림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틀림없어. 여기서 얘기했는데. 언제 어디 갔을까. 혹시 바람에 날려서…”

“‘물속에 풍덩!’ 이란 말이지! 하하하…”

형님의 비웃음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꼬마 물새는 이 바위 저 바위로 날며 갈색 상수리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물론 발견될 리가 없지요.

“그렇겠지. 어젯밤의 개꿈 얘기에 끌려온 내가 바보지!”

“꿈이 아니야! 정말이야!”

꼬마 물새는 너무나 화가 나서 형님에게 대들며 말했습니다.

“그럼 왜 없니? 발이 달려 있던? 열매에게, 왜 없어? 공연히 어리석게 시간만 허비한 거지! 에이, 재수 없어!”

꼬마 물새는 인제 대꾸할 기운도 없었습니다.

“가, 가자!”

그러나 꼬마 물새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외로운 상수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럴 줄 알았더라면 어제 함께 있어 줄걸… 그랬더라면 그의 이야기도 들었을 것을… 무척 재미있는 사연이 많아 보였는데…

“너, 안 가면 나 먼저 간다! 난 이런 데 취미 없어!”

형님 새는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는 꼬마 물새를 기다리다 못해 후딱 날아가 버렸습니다.

 

멀리 해변가 끝으로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미안해, 상수리야. 미안해…”

물새는 마치 그들에게 이야기하듯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슬픔으로 죄어들어 오는 가슴을 어쩔 수 없어 울었습니다.

“찌찌찌, 찌찌, 찌찌…”

목소리는 조용한 바닷가로 퍼집니다.

 

 

“아, 물새가… 고모, 물새소리 곱지?”

소녀가 걸음을 멈추고 말합니다.

“정말, 정말 저렇게 맑을 수가 있을까?”

고모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서 있습니다.

“고모, 물새가 슬퍼서 울까? 아니면 기뻐서 우는 걸까?”

“기쁠 때도 울고 슬플 때도 울겠지, 사람처럼…”

“그럼 지금 저 물새는 어떤 쪽 일까, 고모?”

“글쎄다…”

“참 고모, 저 물새소리도 윤희에게 들려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녹음기가 있으면 될 텐데…”

“여기, 여기 있잖아? 녹음기!” 하며 고모는 가슴을 탁탁 쳐 보입니다.

“하하.. 그럼 고모 해 봐. 지금 저 새소리 해 봐.”

그러나 고모 대신 또 들려온 소리는 꼬마 물새의 고운 울음이었습니다.

“찌찌찌, 찌찌찌…”

 

아침이 찾아 오는 소리, 여러분은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시골 같으면 제일 먼저 닭이 울고, 사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외양간에서는 소기 여물을 씹다가 이따금 하품을 하듯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또 있지요. 부엌 아궁이에서는 연기 냄새가 나고, 이따금 무쇠솥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소리… 어두운 잠에서 깨어나 새로 시작되는 삶의 소리는 온 천지에 조용히 퍼지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하지만 더 큰 아침이 있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 그 소리가 퍼질 때 한번 여러분은 귀를 기울여 보셔요.

한번 숲 속으로 가보셔요. 그리하여 겨우내 잠들었던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셔요.

“아아… 잘 잤다.. 몸이 개운한걸.”

졸졸거리는 물소리에 눔이 반짝 뜬 버들 강아지가 먼저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소리 질렀습니다.

“얼어나요, 어서 일어나요. 동백아씨, 미류나무 아저씨, 아주머니!”

“아, 누구야! 누가 불러… 아니, 벌써 봄인가?”

“안녕하셔요, 안녕하셔요?”

“쌀쌀하지만 기분이 좋은걸…”

숲 속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그러나 생기와 희망에 가득 찬 떠들썩함입니다. 키가 큰 나무들은 온몸을 한번 부르르 떨었습니다. 그러면 말라붙었던 묵은 잎들이 떨어집니다.

물론 우리들이 잘 아는 엄마 상수리나무도 몸을 크게 흔들면서 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제가 좀 늦잠을 잔 모양이군요. 안녕하셨어요, 여러분!”

엄마나무도 맑은 목소리로 이웃 나무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우시더니 인젠 기운이 나셨군요. 역시 봄은 좋은가 봐…”

돌배나무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내가요?”

“아, 아이들이 다 어디에서 고생하고 있는지 걱정 하셨지 않아요?”

“아아, 네… 그땐 정말이지… 하지만 다들 제 갈 길로 가서 잘 있겠죠.”

“암, 암, 그렇다니까. 그러기에 그렇게 염려할 것 없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소?”

“단풍 할아버지군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정말 할아버지 말씀이 맞았어요. 그땐 왜 자꾸 슬프게만 생각되었는지… 하지만 정말 그 애들은 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다들 즐겁게 이 새봄을 맞이하고 있을 거요. 제각기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서 갔을 거야… 생각해 봐요.. 그렇게 말하는 상수리 아주머니도 본래는 이 고장 분이 아니라고 들은 것 같은데…”

“네. 지금도 하도 옛날이라 마을 이름도 잊어 버렸지만 나무꾼의 나뭇단에 묻어서 산을 두 개나 넘어 왔던 것 같아요.”

“그 봐요. 다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그러니 그 애들도 좋은 구경하구 살면서 제 구실 잘하고 있을걸..”

“네. 인제 알겠어요. 그러니 어서 저도 새잎을 퍼뜨려야겠어요. 그 애들한테 뒤지지 않으려면…” 하고 말하던 엄마나무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참, 그 애는…” 하고 두리번거리면서 누군가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입니다.

“엄마, 엄마, 나 여기 있어요….”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너는…”

듣던 목소리에 놀라, 엄마나무는 소리 질렀습니다.

“엄마, 그래요. 나도 떨어졌어요. 형님들처럼 멀리는 못 갔지만 나도 여기 떨어졌어요.”

그것은 모자가 너무 깊이 덮였기 때문에 떨어질 수 없어 늦게까지 매달렸던 병신 아가의 목소리였습니다.

엄마나무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 양지 바른 둔덕에 지금 막 피어난 귀여운 떡잎의, 기쁨에 넘친 목소리였습니다.

 

 


 

아가 상수리들의 여행

1987년 1월 15일 교회인가

1987년 1월 20일 인쇄

1987년 1월 25일 발행

지은이 신지식

펴낸이 도금희

펴낸데: 성바오로 출판사

 


 

여기에 실린 글은  copyright가 된 책, 기사를 ‘발췌, 전재’를 한 것입니다. 모두 한 개인이 manual typing을 한 것이고, 의도는 절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fair use의 정신을 100% 살린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시간적인 제한, 독자층의 제한’을 염두에 두었고, 목적은 단 한 가지 입니다. 즉 목적을 가진 소수 group (church study group, bible group, book club) 에게 share가 되었습니다. password protected가 되었는데, 만일 이것이 실패를 하면 가능한 시간 내에 시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