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오수 午睡, book club 그리고 난타

¶  일요일 New York TimesSunday Review Opinion 기사 중에 The Glory of a Summer Sleep이란 제목이 눈에 띄었다.  아무리 Trump stress 에 시달리는 세월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여름이 주는 계절성 opinion은 반갑기 그지없다. 백두산 천지에 홀로 떠 있는 조그만 배를 연상시키는 삽화도 나를 나른~하게 하고 summer sleep이란 말도 나를 relax하게 하니 ‘언어의 위력’은 무섭다.

삼복 더위가 시작된 이 마당에 이런 ‘게으름의 사치’는 나를 너무나 즐겁게 한다.

이 필자도 나와 비슷한 즐거움, 즉 오후의 낮잠에 대한 예찬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A wanton slumber on a hot afternoon offers the luxurious expanse of wasted time. The world can keep turning without us for a while.

 

그렇다..  나른한 더운 오후의 낮잠을 a wanton slumber라며 사치스럽게 낭비된 시간은 절대로 낭비가 아니다.. 이 정도면 무더운 여름의 낮잠은 상당한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이런 의견에 절대로 수긍을 한다. 내가 바로 이 낮잠을 즐기는 사람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고 그 즐거움과 심지어 깊은 의미까지도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이 곁들인 낮잠은 그 사치스러움이 더욱 극에 달한다. 거기다 포만감을 한껏 느끼는 배부름 에다 가급적 인상적인 꿈까지 포함되면 그날은 완전한 성공이다. 아무런 주위의 도움 없이 즐거운 하루가 되고 심지어 그 이후 며칠간은 ‘룰루 랄라’ 가 계속되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했기에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  Book Club: 몇 개월 전 순교자 성당 주임신부와 면담한 적이 있었고 (아마도 판공성사 때문에) 그 때 여담으로 우리 성당에도 book club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신부님도 이런 idea에 대 찬성이었다. 당시에 성당에 그런 것이 없었기에 제안을 한 것이다. 그 이전에 성당 사목회 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프란치스코 형제( Ohio State alumni)를 도서실에서 만났을 때 지나가는 말로 제안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도 심각하게 생각 중이라는 답을 들었다. 성당 도서실의 책 구입 등을 그가 담당하고 있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 집에 갑자기 생긴 kitten emergency로 이것을 완전히 잊고 살다가 한달 여 전에 성당주보에 독서클럽이 발족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결정의 시간’이 다가옴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것에 참여를 하려면 ‘정기적으로’ 순교자 성당 주일미사엘 가야만 한다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런 ‘주일 활동’을 하려면 우리의 미국본당 주일 미사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참 결정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 주일에는 ‘한번 가 보자, 될 대로 되라, it’s now or never‘ 라는 심정으로 그곳엘 가게 되었고 그날 모이는 ‘영적 독서 클럽’엘 갔는데.. 프란치스코 형제가 group leader라는 것은 짐작이 갔는데 나머지는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거의 모두 안면이 있거나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이 아닌가? 오로지 한 사람, 어떤 형제님만 전혀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7월 달 선정된 책은 전원 신부가 쓴 ‘그래, 사는거다!‘ 라는 조금은 비영성적 느낌을 주는 제목의 책이었다.  물론 나는 그 책을 본적도 읽은 적도 없으니 거의 한 시간 동안 member들의 ‘독후감’을 듣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생긴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group leader를 포함해서 누구도 처음 들어간 나에게 관심조차 없는 듯한 인상이었는데.. 원래 그런 loose, unorganized, free-style을 목표로 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해 가지고는 serious한 member가 늘어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나의 첫 book club 인상은 한마디로 lousy한 것이었지만 8월 달까지 같은 책을 읽는다고 하니 그 때 한번 더 try해 보고 진퇴를 결정하기로 했다.

 

¶  난타 Redux: book club을 급히 빠져 나온 후 시계를 보니 아직도 연숙이 교리반을 끝내려면 시간이 한참 남아서 망설이는데 한 쪽 방에서 신나는 ‘난타’ 소리가 들렸다. 아하.. 오늘부터 내가 속한 구역에서 10월 초 본당의 날에서 선 보일 ‘난타 공연’을 위한 연습이 있다는 것을 늦게 깨닫고 그곳으로 들어가니 이미 연습은 거의 다 끝난 상태였다. 사실 내가 속한 구역에서 하는 이런 모임에 참가한 것은 일년도 넘는 듯하다. 그러니까 일년도 넘게 모임에 안 간 것이다.  오늘 그곳에 들렀던 것은 난타연습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다시 구역모임이 나갈 까 하는 생각이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동안 안 나가야만 했던 ‘이유’가 얼마 전에 ‘깨끗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암만 생각해도 성모님의 손길을 안 떠올릴 수가 없는 것이다. 안 나가야만 했던 이유는 ‘기다리면 없어 질 것’이라는 나 나름대로의 응답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닌가? 4년 전 레지오 연차 총친목회때 돼지띠 동갑 전요셉 형제와 함께 Beethoven Virus에 맞추어 신나게 난타 연습, 공연을 했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면 홀가분한 심정으로 난타 소리를 대하니.. 참 작은 기적이란 이런 것인가.. 

 

sleepwalking on the 4th..

Sleepwalking? 몽유병? 허..  난생 처음으로 이것을 몇 시간 전에 경험을 하고 아침을 맞이했다. 몽롱한 머리 속을 청소하고 오늘이 무슨 날이며, 오늘 아침의 일과는 어떤 것인가.. 정리를 하는데.. 그렇다, 오늘은 ‘미국이 사랑하는’ 요란한 holiday, the Fourth of July.. 아직도 나는 이 난생처음의 경험을 분석하며 정리 중이다.

오늘 새벽 나의 모습이..

우선, 생각에 아~ 나도 오래 살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다. 이런 ‘현상’ 만은 이제까지 이해하기조차 힘이 들었던 것인데 나에게까지 찾아 왔다는 사실이 그렇게 신기하기도 한 것이다.

과학적으로 본 몽유병은 사실 별 것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복잡한 것이 아니니까. 수면상태가 깊지 않을 때 생긴다고 하는데, 일리는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나의 경험은 이렇다.

어느 집.. 혹시 vacation home이 아니었던가.. 그곳에 놀러 갔던 느낌도 든다. 우리 집이 아닌 곳, 2층 같은 곳의 bedroom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이것은 꿈 속도 그렇고 실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니 사방이 칠흑같이 깜깜해서 손으로 더듬으며 걷기 시작했다. 우리 집이 아닌 ‘놀러 온 집’의 방이니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무작정 비틀거리며 낮은 쪽, 구석 진 쪽으로 걸었는데… 너무나 앞 뒤를 알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침대로 오려고 했지만 화장실이 너무나 급해져서 그대로 전진을 했는데.. 이곳은 어떻게 무언가 잡동사니가 많은지.. 게다가 계단까지 있어서 내려가느라 비틀거리고, 도대체 이 집에 화장실이 어디에 있나 고민까지 하는데 갑자기 환하게 불이 켜진다.

그때 나는 완전히 ‘몽유병’에서 벗어났다. 그곳은 우리 집이었다. 우리 집 침실에서 garage로 나가는 조그만 계단 아래 laundry  machine이 있는 조그만 통로의 automatic ceiling light가 켜진 것이다. 그때야.. 아하~ 우리 집이었구나.. 그리고 나는 꿈을 꾼 것이구나.. 하며 부지런히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것이 나의 난생 처음 sleepwalking의 경험이 되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수면, 잠에 대해서만은 100%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나도 결국은 이런 disorder를 경험하게 되니.. 모든 것이 시간문제라는 자괴감도 들지만, 다른 쪽으로는 너무나 오감(five senses) 적인 인생을 살았던 나에게도 이런 예외적인 경험은 색다르고 신기하고, 심지어 다시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 경험하고 싶으니..